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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발린 S급 가이드 (81)화 (81/203)

꿀 발린 S급 가이드 81화

안단테는 오늘따라 유난히 참을성이 없는 것처럼 굴었다.

“아니면 오늘은 부작용 같은 거 없어요? 가이딩하면 성욕 오르잖아. 그거 내가 풀어 줄게.”

“……이 정도로는 부작용이 오지 않습니다.”

“정말? 대단하네. 그럼 가이딩을 조금 더 해 볼까. 그럼 없던 부작용도 생길 거 아냐.”

더 가이딩할 필요가 없는데도 안단테가 연신 몸을 들이댔다. 이대로 두면 금방이라도 바닥에 눕게 될 것만 같아 진효섭은 어쩔 수 없이 안단테를 밀어내며 물러났다.

“그, 그만하십시오.”

“뭐야. 왜 또 피해요? 이제 오해는 풀렸잖아.”

“…….”

“싫으면 그냥 키스라도 할래요? 나는 자기랑 조금 더 닿고 싶어서 그래.”

안단테가 냉큼 붙어 서며 애교 부리듯 진효섭의 머리카락에 코를 비볐다. 몽롱하게 풀린 눈매가 조르듯이 휘어졌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당장에라도 진효섭과 닿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처럼 애달파 보였다.

“응? 효섭아.”

평소라면 이런 모습에 얼굴을 붉혔을 진효섭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단호했다.

“싫습니다.”

“……싫어?”

“유진 가이드를 만나러 가서 그런 일을 벌이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신해창 가이드를 부르기 위한 협박일 뿐이었다지만 제게는…… 제게는 상처였습니다.”

집까지 걸으며 한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를 좋아한다. 그래서 모든 걸 감내하고, 이해하고, 곁에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뭘 해도 좋다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이 정도의 심술은 괜찮지 않을까.

아무 일 없었다는 걸 확인했지만 진효섭에게 그 장면은 충격이었고 상처였다. 그래서 그는 약간의 심술을 부렸다.

“그러니까 이 이상은 싫습니다.”

그래 봤자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상대에게는 통하지 않을 심술이겠지만…… 그래도 상처받았다는 것 정도는 알아주길 바랐다.

“싫다고?”

예쁘게 웃고 있던 안단테의 표정이 진효섭이 움찔거릴 정도로 순간 싸늘해졌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무서운 반응이었다. 이렇게 정색까지 할 줄은 몰랐다. 그저 투정으로 여기고 웃으며 넘어갈 줄 알았는데. 그러나 싸늘함은 금방 사라졌다.

“그렇지. 내가 섭섭하게 만들었으니까. 당연히 싫을 수 있어요. 그런데…… 내가 싫은 건 아니죠? 갑자기 내가 싫어져서 닿기도 싫어졌다거나.”

“예? 그, 그거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잠깐 머물렀던 싸늘한 기색을 눈치챈 진효섭은 당황해 허겁지겁 변명을 입에 올렸다.

“그냥, 오해라고 해도 그걸 본 뒤라서 자꾸 생각나니까……. 그러니까 오늘은 하기 싫다고 말한 겁니다. 형이 싫다는 게 아니었습니다.”

“아아, 그렇구나.”

아까의 서슬 퍼런 기색은 어디 가고 안단테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맞는 말이에요. 내가 정말 미안해요. 자기한테 상처를 줄 생각은 없었는데. 생각이 짧았어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앞으로 상처 안 받게 조심할게요. 하기 싫다는 건 다 안 해요.”

쪽, 안단테는 진효섭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 도장을 남겼다. 차분히 가라앉은 분위기가 잔뜩 흥분했던 때와 너무 대비되는 모습인지라 조금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예쁘게 잘 보일게요. 그러니까 나 싫어하지 마요. 싫어하면 무척 슬플 것 같아.”

“예? 아, 안 싫어합니다. 그럴 일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좋아서 서글플 정도였는데.

“정말?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안단테가 예쁘게 웃으며 진효섭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곤 비비적거렸다. 마치 예쁘게 잘 보이려고 하는 행동과도 같았다.

“정말 다행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는 말뜻은 분명한 안도였다. 그러나 안도와는 미묘하게 다른 감정이 담겨 있었다.

한숨이 없는 낮은 목소리. 진효섭은 오늘따라 안단테가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도 그가 생각하는 바를 읽을 수 없다 여겼지만, 오늘은 유독 심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자던 진효섭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옆에 누운 남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봐도 봐도 고운 얼굴이었다. 내려간 속눈썹은 어울리지 않게 길었다.

진효섭은 속눈썹을 건드려 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그의 얼굴을 빤히 살폈다.

‘나 싫어하지 마요.’

그는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 같았다. 대체 왜. 그가 왜 두려워하는 걸까.

두려워해야 하는 사람은 진효섭 쪽인데. 저 말만 들어 보면 마치 안단테가 짝사랑이라도하는 것 같았다.

심장이 쿵쿵 기분 좋게 뛰어 댔다. 함부로 사람의 마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잘 알지만, 그 말이 너무나도 달콤해서 자꾸만 좋은 방향으로 생각이 흘러갔다.

‘혹시 모르는 거잖아. 정말로 형이 나를 좋아할 수도. 진짜 좋아서 나와 사귀는 걸지도.’

얼굴에 열이 오르다 못해 코에서 피가 터질 것만 같았다. 진효섭은 괜스레 코를 부여잡았다. 작은 움직임이었는데, 안단테의 눈꺼풀이 살랑 움직이며 올라갔다.

“왜…… 안 자요.”

“아, 안 자고 계셨습니까?”

“아뇨. 잠이 들었는데…… 잠깐 깬 것 같아요.”

진짜인지 목이 잠겨 있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평소와는 달라서 자꾸만 심장이 쿵쿵 뛰었다.

“예에. 깨워서 죄송합니다. 얼른 주무십시오.”

“자기야말로, 얼른 자야죠.”

안단테가 손을 뻗어 진효섭을 끌어안았다. 졸지에 진효섭은 그의 품에 꼭 안겨 있게 됐다. 따스한 품이었다.

“이상하게 잠이 잘 오네……. 원래 남 앞에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편인데.”

“그, 그렇습니까?”

“응. 아마 자기 향 때문에 그런가 봐요.”

긴장으로 굳은 진효섭을 안단테가 더 가까이 안으며 중얼거렸다.

“얼른 자요. 밤이 늦었어…….”

“예, 예에. 이제 자겠습니다.”

“착하다, 우리 애기.”

도닥도닥, 안단테의 손이 달래듯 진효섭을 도닥였다.

“자장…… 자장…….”

심장이 음률에 따라 느리게 뛰었다. 적당한 긴장감과 따스함에 마음은 차차 녹아내렸다. 아이를 대하는 듯한 태도에도 심장이 뛰다니.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서 당혹스러웠다.

안단테의 손길은 점차 느려지다가 힘을 잃었다. 잠이 든 건지 약간의 색색거림이 들려왔다. 흘끔 올려다보니 안단테가 편안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같이 잠이 든 적은 있지만, 안단테가 먼저 잠든 건 이번이 처음이라 가슴속이 뿌듯하게 차올랐다. 이제 자신이 편해진 걸까. 행복한 기운이 넘실거렸다. 진효섭은 얼굴을 붉히며 너른 품에 얼굴을 묻었다. 살갗에 묻어나는 향은 편안했고, 온기는 따스했다.

어릴 때 이후로 훌쩍 커 버린 자신을 이렇게 품 안에 쏙 안아 줄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오랜만에 안긴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간질간질했다.

동시에 진효섭은 자신이 이제껏 이런 온기를 그리워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누군가가 이유 없이 꽉 안아 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오랫동안 외로웠으니까.

진효섭은 안단테의 품에 더 깊게 얼굴을 묻었다. 아이처럼 비집고 들어가니 편안한 향에 둘러싸여 잠이 솔솔 쏟아질 것만 같았다. 색색거리는 작은 숨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진효섭도 점차 졸음이 쏟아졌다.

그렇게 몽롱한 정신으로 잠에 빠지려고 할 때였다.

“……아노.”

가까이 있어 들을 수 있었던, 아주 작은 중얼거림이었다.

‘아노?’

진효섭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뭔가 비슷한 단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잠이 쏟아져서 제대로 생각을 이어 갈 수 없었다. 그저 잊지 않기 위해 진효섭은 그가 말했던 두 글자를 중얼거리며 잠이 들었다.

이윽고, 두 사람의 새근거림이 작은 원룸에 작게 울렸다.

* * *

아침 새소리가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왔다. 진효섭은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러나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인물에 어제 일이 금세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

진효섭이 안단테를 멍하니 올려다봤다. 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아직 자는 걸까. 저번과는 다르게 평범한 아침이었다.

그때, 굳게 닫혀 있던 속눈썹이 움직였다. 아침 햇살을 받아 옅은 갈색으로 보이는 눈동자가 드러났다.

“뭐야. 일어나 있네.”

안단테가 품에 안고 있는 진효섭을 발견하자마자 기분 좋게 미소를 지었다. 꾸미지 않은 미소에 진효섭은 저도 모르게 같이 따라 웃었다.

“좋은 아침.”

“……예. 좋은 아침입니다.”

진효섭은 안단테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흐트러진 차림을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까지 무방비한 모습은 또 처음이었다. 이런 모습을 혼자만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괜스레 히죽 웃음이 삐져나왔다.

“왜 이렇게 귀엽게 웃어요. 아침부터 엄하게.”

“어디가 엄합니까.”

“음, 자기 존재 자체?”

안단테는 진효섭을 두 팔로 더 꽉 안고는 다리로 옭아맸다.

“아, 좋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휴일을 맞이하는 것 같아요. 우리 어디 재밌는 곳에 놀러 갈까요? 피크닉도 좋고. 당일치기 여행도 좋겠는데. 아니면 종일 이렇게 안고 있을까요? 뭐든 좋을 것 같아.”

“저도 그러고 싶지만, 오늘은 수요일입니다.”

휴일이 조금도 가깝지 않은 날이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길드원에게는 내가 알아서 말해 둘게요.”

“아닙니다. 최근에 너무 자주 빠졌습니다.”

“괜찮대도요.”

“하지만…… 형이랑 사귄다고 이렇게 자주 빠지면 분명 길드원들이 안 좋게 볼 겁니다. 불만이라도 나오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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