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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발린 S급 가이드-61화 (61/203)

꿀 발린 S급 가이드 61화

진효섭이 처음으로 스스로 입을 벌려 혀를 깊이 섞었다. 두 다리를 껴안고 있던 손은 어느새 안단테의 목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안단테도 고개를 꺾어 입맞춤을 더 깊게 했다.

입술이 맞닿았다 떨어지는 소리가 욕실이라는 환경 탓에 유독 크게 울렸다. 물기 젖은 소리 사이에 진효섭의 신음이 섞였다. 두 사람은 점점 더 가까워졌다.

“하…….”

돌연 안단테가 입술을 뗐다. 그는 반쯤 일어난 상태로 진효섭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평소 행동거지를 보면 이 틈을 타 여기저기를 만지작거릴 것 같은데, 의외로 그는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막상 상황이 갖춰지니 매달리는 건 진효섭이고, 안단테는 두 손으로 욕조를 잡은 채 내외하듯 굴었다.

“자기야, 오늘은 어쩐 일이야. 피하지도 않고.”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게 많은 건 여전한데.”

안단테가 피식 웃으며 번들거리는 자신의 입술을 핥아 올렸다.

“음. 그래도 여기까지 해야겠어요. 이 이상은 나도 좀 참기 힘들 것 같아서.”

그러곤 가벼운 입맞춤을 남긴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로는 혼자 할 수 있죠? 난 나가 볼게요.”

“형.”

나가려는 안단테를 진효섭이 붙잡았다. 손목을 잡힌 안단테는 마치 온몸이 사로잡힌 것처럼 우뚝 멈췄다. 진효섭은 천천히 돌아보는 그를 보고 확신했다. 그는 흥분했다. 그것도 엄청. 지금 그에게서 새어 나오는 향이 그 증거였다.

“형은, 왜…… 참습니까?”

드물게 안단테가 입을 다물었다.

“저는, 말했듯이 몸에 상처도 있고……. 또, 남들과 다른 체질 탓에 몸을 숨기는 겁니다.”

진효섭이 한없이 올곧은 표정으로 안단테를 올려다봤다.

“그럼 형은 왜 참는 겁니까?”

안단테는 한참을 대답 없이 진효섭만 쳐다봤다. 뚫어져라 응시하는 시선이 피하고 싶을 정도로 진득했으나 진효섭은 꿋꿋이 마주했다. 물어보고, 대답하는 게 평소와는 정반대였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가이드니까.”

“네?”

안단테는 진효섭에게 손가락 하나 건들지 않은 채로 재차 진지하게 대답했다.

“난 가이드랑은 잠자리 안 해요. 그래서 플라토닉을 제안했던 거고.”

“……그때 말씀하셨던 역가이딩 충동 때문입니까?”

“잘 기억하고 있네요. 유혹해 대길래 까먹은 줄 알았는데.”

격렬히 키스를 나눴던 상대를 대하는 태도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뚝뚝했다.

하지만 진효섭은 그가 자신을 떨어뜨려 놓기 위해 일부러 냉담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몸에서 새어 나오는 향과 황금빛을 띤 눈. 흥분을 잠재우기 위해 애쓰는 게 눈에 보였다. 언제나 알 수 없는 태도를 보인 안단테지만, 지금만큼은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하지만…… 형이 먼저 유혹하지 않았습니까.”

“유혹을 한 건 그쪽이고.”

안단테가 느리게 진효섭에게 잡힌 손목을 빼냈다.

“내가 한 건 그냥, 희롱이에요. 애교라고 불러주면 더 좋고.”

뒤늦게 욕조에서 뭔가 파삭거리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내리니 그가 잡았던 욕조 부분에 손자국 그대로 금이 간 게 보였다.

“아차, 힘 조절이 안 됐네. 내가 하나 사 줄 테니까 화내지는 말아 줘요, 자기.”

어느새 그는 평소와 같아졌다. 향 역시 잠잠해졌다. 침착해진 그가 재차 욕실을 나서려고 했지만, 진효섭은 손목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에스퍼니 가볍게 떨쳐 버릴 수 있었을 텐데 그는 조금 난감한 표정으로 진효섭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안단테의 시선이 진효섭을 훑어 내리듯 찬찬히 움직였다. 얼굴부터 목선, 그리고 상체까지. 물과 거품으로 범벅이 된 상체를 따라 시선이 쉽게 미끄러져 내렸다.

“오늘따라 왜 이럴까. 평소라면 몸부터 가렸어야 했을 텐데 그러지도 않고. 뭐가 더 궁금해요?”

“사실, 전에 역가이딩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 있습니다.”

“뭔데요?”

진효섭이 마른침을 삼켰다. 분명 어렵지 않은 말인데, 꺼내는 게 쉽지 않았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더 그랬다. 그러나 결심한 이상,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

“가이딩. 저랑 제대로 한번 해보는 게 어떻습니까?”

“흠. 그건 좀 들어주기 어려운 내용인데.”

안단테가 작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조금의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저었다.

“저번에도 말했잖아요. 저랑 하는 가이딩은 무서워해야 한다고.”

“예. 알고 있습니다. 가이딩이 싫다는 것도 이해하고, 위험하다는 것도 압니다.”

“아니야. 내 생각에는 진효섭 씨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어느새 호칭이 자기에서 진효섭 씨로 바뀌었다. 지금 상황을 사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호칭 변화였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독이 더 빠르게 쌓여요. 가이딩을 하면 그 당시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3일도 채 되지 않아서 원래대로 돌아오죠. 그리고 부작용이 3일 이상 지속되고요.”

그렇다면 차라리 받지 않는 게 가장 나았다.

“그래도 아예 안 받을 수는 없으니까, 간혹 받기는 해요. 하지만 확실한 건 접촉 가이딩이 조금도 도움 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안 받느니만 못하죠.”

“그럼 접촉 가이딩이 아니면 되는 거 아닙니까?”

“무슨 뜻이에요?”

안단테가 뒤로 물렸던 몸을 바로 하며 무릎을 꿇고 앉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같은 선상에 섰다.

“지금 내가 이해하는 그거 맞아요?”

“……가장 효율 좋은 가이딩으로 시도해 보면 다를 겁니다. 어쩌면 잘 맞을 수도 있습니다.”

진효섭이 귀가 붉어진 채로 애써 덤덤하게 말했다.

안단테는 옅은 갈색 눈으로 말없이 진효섭을 빤히 바라봤다. 황금빛 눈이 어느새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 속내를 들여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진효섭은 시선을 돌리지 않고 마주 봤다. 그가 이 진심을 알아주길 바랐다. 더없이 걱정스러운 마음을. 치유해 주고 싶은 열망을.

연인이 된 날을 기점으로 전보다 접촉이 많아졌다. 안단테는 모르겠지만, 진효섭은 접촉할 때마다 힘이 크게 울렁거린다는 걸 느꼈다. 상대의 몸이 얼마나 안 좋은지를 알려주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정말 괜찮냐고 물어도, 그는 익숙한 듯이 괜찮다고 말했다. 언제나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하지만 정말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었다.

진효섭은 이상하리만큼 충동적인 기분에 휩싸였다. 눈앞의 에스퍼를 진정시키고, 안정시켜 주고 싶었다.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싶은 기이한 열기에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이제껏 일처럼 했던 가이딩이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난생처음으로 진짜 가이드가 된 기분이었다.

안단테가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그 마음에 거짓은 없다. 그리고 그 모든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 오늘 확실하게 느꼈다.

“정 걱정되시면, 저번처럼 코다 에스퍼를 밖에 두셔도 됩니다.”

“그건 단순 접촉 가이딩이니까 가능했던 거고.”

조금도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안단테가 낮게 중얼거렸다. 차가움도 따듯함도 없는 무(無) 그 자체였다.

“깊은 가이딩에 들어가면 코다가 못 말릴 수도 있어요. 상대가 그쪽이면 더하겠죠. 향에 취할 테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왜 그렇게 자신감에 차 있어요? 무섭지 않아요? 가이딩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니까?”

“저번에 말했듯이, 저는 한계를 넘어서까지 가이딩해 본 적 있습니다.”

“또 그 얘기예요?”

안단테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것 참. 위험하다고 알려 줘도 예쁘다고 손을 대는 무지함이 무섭네.”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나야말로 괜찮으니까, 그 생각 접어 둬요. 진효섭 씨는 계속 접촉 가이딩 이상은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아 두는 편이 낫겠어요.”

평소처럼 웃은 안단테가 확실하게 벽을 세웠다.

“우리 이대로만 유지하죠. 진효섭 씨는 싫다고 거절하고. 나는 질척거리고. 그게 좋을 것 같아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안단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이 얘기는 그만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생각보다 견고한 벽에 진효섭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러다 안단테가 문가에 다다랐을 때, 기어코 다시 입을 열었다.

“가이드와 에스퍼는 등급으로 그 능력이 정해집니다. 하지만 가이딩 자체는 그 둘 사이의 상성도 본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체질입니다. 상성이 높을 확률도 크지 않겠습니까.”

이어진 진효섭의 말에 안단테는 가만히 멈춰 섰다. 마치 그의 의견에 조금 넘어온 것처럼.

“별일 없을 겁니다. 분명.”

몸이 달아 있는 것처럼 보일까 봐 부끄러웠으나 그를 치유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진효섭은 가이딩에 관한 이야기니 부끄러워하지 말자, 되뇌었다. 오히려 이렇게 그의 마음을 돌려 가이딩해 줄 수 있다면 다행이라 생각하며.

안단테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등진 채라 표정도 읽을 수 없었다. 과연 조금은 제 말을 들어주었을까. 진효섭은 기대 어린 시선으로 안단테의 뒷모습만 쳐다봤다.

시간이 한참 흘렀으나 안단테는 말없이 침묵하기만 했다. 그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길어져서일까, 진효섭이 참지 못하고 기침을 했다. 벗은 상태로 너무 오랫동안 있었던 탓이다.

“에취!”

그제야 안단테는 뒤돌아 작게 혀를 차며 진효섭에게 다가왔다.

“감기 걸리겠네.”

샤워기를 든 그는 아까의 대화는 없었다는 듯 다정하게 웃었다.

“이리 와요. 마저 씻겨 줄 테니까.”

따스한 물이 어깨에 묻은 거품들을 씻어냈다. 아까 제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결국 그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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