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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발린 S급 가이드-60화 (60/203)

꿀 발린 S급 가이드 60화

“……어디서 따로 배우신 겁니까?”

“네. C급 길드로 해결사 하면서 초반에 주로 했던 거예요.”

안단테는 익숙한 손길로 뒤통수부터 관자놀이까지 꼼꼼히 주무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잘한다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이걸 여기서 써먹게 될 줄은 몰랐네요. 이제 헹굴게요.”

고작 머리 하나 감은 게 다인데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끝났다는 게 조금 아쉬울 정도였다. 안단테는 흥얼대며 진효섭의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에 돌돌 말고는 곧장 칫솔에 치약을 묻혀 가져왔다. 어느새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자, 아- 해요.”

“그건 제가-”

스스로 하겠다고 만류하기 위해 벌린 입에 칫솔이 불쑥 들어왔다. 말을 못 하게 하려는 듯, 안단테는 바로 칫솔질을 시작했다. 다소 강제적으로 비집고 들어온 것과는 달리 입안에 들어찬 칫솔은 부드럽게 움직였다.

긴 속눈썹의 그림자를 뺨에 드리운 채 자신의 입술만 진중하게 바라보는 안단테. 한 손으로는 턱을 빈틈없이 쥐어 입을 벌리게 하고, 한 손으로는 입안 구석구석을 쓸어 주는 그를 보고 있자니 진효섭은 머쓱하면서도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자기는…….”

입안을 빤히 바라보던 안단테가 손을 계속 움직이며 말을 걸었다.

“치아가 가지런하네요.”

“…….”

“쓸어 보고 싶게 생겼단 말이죠.”

진효섭은 입에 들어찬 칫솔 탓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사실 칫솔이 없었다고 해도 특별히 할 대답이 생각나지는 않았지만.

“입안은 작은데 정작 그 안이 오밀조밀하게 가지런하니까, 음…… 뭔가 좋네.”

칫솔이 치아를 벗어나 옆 볼을 볼록하게 찔렀다. 이를 닦아 주는 것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었다. 대체 뭘 하는 건지는 몰라도 안단테는 씩 웃으며 좋아했다.

“자, 양치는 이걸로 끝. 헹궈요.”

진효섭은 그가 내민 컵에 든 물로 입안을 씻어냈다. 여러 번 헹군 후 입가에 묻은 물을 쓱 닦고 안단테를 올려다보자, 그가 묘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흠.”

그는 말없이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뭔가 아쉬운 것도 같았다.

한참 동안 고민하던 그가 또다시 물을 틀고 수온을 맞추기 시작했다. 양치질이 끝이라 생각했던지라 진효섭은 의아해졌다.

“뭘 더 하실 겁니까?”

“아니, 생각해 보니까 샤워도 해야 개운할 것 같아서요. 어제 열 올라서 땀 많이 흘렸잖아요.”

물 온도가 얼추 맞춰졌는지 샤워기를 든 그가 생긋 웃었다.

“자, 바지 벗어요. 씻게.”

“예, 예?”

“옷 입고 씻을 수는 없잖아요.”

진효섭이 당황하며 두 다리를 감싸 안았다.

“괜찮습니다. 이 이후로는 저 혼자 하겠습니다.”

“원래 열났을 때는 씻다가 쓰러질 수도 있어서 샤워도 조심해야 해요. 그러니까 도움을 받아야지.”

“아뇨. 저 열 다 내렸습니다.”

“아직도 얼굴이 시뻘건데 무슨 말이에요. 아무 짓도 안 할 테니까, 걱정 말고 얼른 벗어요. 아니면 벗는 것도 내가 도와줄까요?”

안단테가 샤워기를 내려놓곤 목욕통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바지를 붙드는 손길에 진효섭은 화들짝 놀랐으나 피할 곳이 없었다.

“아, 아니. 그, 그러지-”

“안 봐요. 안 봐.”

정말 보지 않겠다는 듯 눈을 감은 데 반면, 그의 손은 정말 빨랐다. 진효섭은 순식간에 바지를 빼앗겨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두 다리를 끌어안았다.

안단테는 다시 샤워기를 들어 잔뜩 웅크린 진효섭의 등 쪽으로 위치를 옮기곤 어깨를 적셨다. 딱히 음심은 없는지 행동이 담백했다.

따듯한 물이 닿자 긴장으로 굳었던 어깨가 조금씩 펴졌다. 그의 손길이 정말 의무적이기만 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편안했다. 타인 앞에서 옷을 벗고 있는데도 편안하다니. 믿을 수 없는 변화였다.

“내가 어깨 마사지도 좀 하는데…… 해 줘도 돼요?”

넌지시 건네진 질문. 해 줄까, 하고 물었다면 괜찮다 거절했을 텐데 이렇게 물으니 아니요, 하고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진효섭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안단테는 보디 워시를 짜내 어깨에 발랐다. 머리를 만질 때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역시 그랬다. 목을 살살 매만지는 손길은 아픈 부위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것도 해결사를 하면서 배운 걸까. 상당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아…….”

근육이 딱딱하게 뭉친 부분만 골라 꾹꾹 눌러대니 절로 신음이 나왔다. 마사지해 주겠단 게 빈말은 아니었는지 안단테는 아픈 곳을 집중적으로 누르기 시작했다. 아프면서도 시원한, 이상한 느낌에 진효섭은 그만하라 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괜찮았다. 근육이 풀릴수록 최근 심해졌던 두통이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

“좋아요?”

“하아, 네. 엄청…… 좋습니다.”

진효섭의 목소리가 처음과 달리 나른해졌다. 한숨 섞인 대답에 안단테의 목소리가 처음보다 조금 낮아졌다.

“……잘됐네.”

목을 문지르던 손길이 점차 밑으로 내려갔다. 승모근을 부드럽게 주무르며 어깨뼈 부위 근육들도 풀어 주자 진효섭은 연신 한숨과 신음을 번갈아 가며 낼 수밖에 없었다.

“아, 으…….”

아프지만 기분 좋다는 게 확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진효섭은 근육이 풀리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안단테가 말이 없어졌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어깨뼈를 둥글게 문지르던 손길이 묘하게 겨드랑이 쪽으로 들어왔으나 그 역시 딱 기분 좋은 근육을 만지는 터라 여전히 눈치채지를 못했다.

무언가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된 건, 손길이 옆구리를 스쳤을 때였다. 의아함에 진효섭이 고개만 살짝 틀어 뒤를 돌아봤다. 어느새 안단테의 눈이 황금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잘 알기에 몸이 절로 굳었다.

“혀, 형?”

“응. 자기.”

안단테는 황금색 눈을 해서는 해사하게 웃었다. 근육을 만지고 있으니 진효섭이 긴장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옆구리를 비집고 그대로 가슴께로 손을 옮겼다.

“자,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응, 응. 기다릴게.”

고분고분한 말과 달리 그는 손에 힘을 줬다. 아프지 않을 정도의 힘이라지만 진효섭을 당혹스럽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이야, 우리 자기는 크기도 하지.”

“그……!”

진효섭의 얼굴이 화르르 타올랐다.

“그, 그런 말 좀…… 하지 마십시오.”

“왜, 흥분돼?”

목덜미까지 점차 번지는 붉은빛에 안단테가 예쁘게 웃으며 진효섭의 눈썹에 입을 맞췄다.

“난 좀 흥분돼.”

“…….”

“우리 딱 키스까지만 할까? 플라토닉답게. 응?”

플라토닉을 지향한다는 입과 달리 손은 지양의 길을 걸었다.

진효섭은 조금 머뭇거리며 눈을 내리깔았다. 키스는 가이딩으로도 하는 거라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상황 따라 달랐다. 지금 그는 맨몸이었고, 밀폐된 공간에 안단테와 단둘이었다.

어쩌면 키스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만약 안단테가 다른 것을 요구한다면 자신은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안단테는 상대를 원하는 대로 이끄는 것을 잘했고, 진효섭은 그것을 요령 있게 피해 갈 능력이 없으니까.

‘아, 안 되는데……. 비밀을 들켜서는 안 되는-’

그렇게 생각하던 진효섭은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안단테는 이미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다. 그것도 몸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 두 가지 전부 다.

심장께에 있는 상처도 봤고, 체질이 그러하다는 것도 안다. 그러니 몸이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르다는 것 역시 이해할 터. 어쩌면 그 역시 자신처럼 남들과는 몸이 다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굳이 피할 필요는 없는 거 아닌가?

진효섭이 두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습관처럼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에게만큼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안단테는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심장이 크게 두근거렸다. 필사적으로 숨기고 살았지만, 자신 역시 욕구가 없는 건 아니었다.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당연히 닿고 싶고,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싶다.

심지어 안단테는 좋아하는 연인인 걸 떠나 객관적으로도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동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생각이 거듭되자 평소에 숨기고 있던 열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피어올랐다.

‘아, 나 정말 이 사람 좋아하는구나.’

정말 새삼스레 그 사실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가 사귀자고 말했을 때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진효섭은 고개를 들어 안단테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자 안단테가 매력적으로 웃어 보였다.

“왜 그렇게 봐요?”

“……잘, 생기셔서요.”

안단테가 눈을 반달로 접었다. 황금빛을 띠고 있어서 그런지 정말 반달이 눈에 새겨진 것 같았다.

“뭐야, 그 멘트. 지금 나 꼬시는 거예요?”

평소라면 절대 그렇지 않다 부인하며 얼굴을 붉혔을 진효섭이 다른 답변을 냈다.

“……예.”

유혹하듯 눈웃음을 살살 쳐 부드러워 보였던 안단테의 표정에 장난기가 어렸다. 재밌다는 듯이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에는 한층 더 뜨거운 열기가 일렁였다.

“자기도 참. 날 얼마나 더 빠지게 하려고 사람을 유혹한담.”

안단테가 턱을 감싸 쥐자 진효섭은 자연스레 눈을 천천히 감았다. 더 이상 오가는 말은 없었다. 안단테는 말없이 그대로 진효섭에게로 얼굴을 내렸다.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 전처럼 잡아먹힐 듯한 키스는 아니었다. 가이딩이 빠진 부드러운 입맞춤은 참새가 부리를 쪼듯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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