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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발린 S급 가이드-40화 (40/203)

꿀 발린 S급 가이드 40화

사실 C급 중에서도 바닥을 친다는 노아피라면 유명했다. 던전은 가지 않으면서 매일같이 노는 멀끔한 한량들로.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그 길드장의 집안이 어마어마한 부자이기 때문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물론 아무리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많은 사람 앞에서 비난받으면 화가 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안단테는 즐거운 얼굴로 연신 웃어댔다. 저놈이 미친 건가 하는 시선도 잠시, 길드장들은 빠르게 흥미를 잃고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머릿속엔 100억을 어떻게 얻을지에 대한 생각만이 가득했다.

C급부터 A급까지. 머릿수가 많지만, 정보 하나 없는 어둠 소속 놈들을 잡기에는 요원할 것이다. 하지만 신해창에게 붙어 정보를 준다면 1%만 받더라도 1억이지 않나. 해 볼 만한 도전이었다.

“전 이후로 이곳에 있을 예정이니, 궁금한 게 있으면 각자 길드원과 상의하고 찾아오십시오. 바로 답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신해창의 말에 길드장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다들 함께 온 길드원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생각으로 보였다. 그러나 안단테는 움직이지 않고 턱을 괴며 신해창을 바라봤다. 신해창 역시 안단테를 마주 바라봤다.

잠시 후, 모든 길드장이 나가고 두 사람만이 남았을 때였다.

“해창아, 역시 너는 착한 척하지만 나쁜 놈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글쎄…… 현상금이 너무 적다는 뜻?”

안단테는 신해창의 생각을 전부 읽은 것처럼 빙그레 웃었다.

“우리나라에 대단한 S급 에스퍼는 죄다 너희 길드가 데리고 있잖아. 그런 너희가 그놈들을 못 찾아서 현상금을 걸었다는 건, 100억이든 1,000억이든 숫자 놀이일 뿐이라는 거 아냐?”

“…….”

“결국은 네가 다른 길드를 통해 정보를 얻고자 한다는 건데, 고작해야 3억까지겠지. 그 돈에 A급 길드 놈들이 어둠 길드 소속을 파헤치는 위험을 짊어질까? 물론 하는 놈들도 있겠지만, 위험수위 때문에 꺼리는 놈이 더 많을 거야. 하려다가 발을 빼기도 할 테고.”

“그래서?”

“그래서, 잡으면 100억이라는 숫자 놀이를 한 거잖아. 어차피 그놈들을 잡을 수 있는 길드는 없다고 확신하고. A급이나 B급들이 돈에 눈이 멀어서 긁어모은 정보를 입만 벌려 받아먹으려고.”

결국 그놈들이 받을 돈은 1%나 3%에 그칠 테니, 많아 봤자 3억이다. 그래도 마음가짐과 참여율은 판이하게 다를 것이다.

“그게 뭐가 나쁘단 거지. 결국은 그들 역시 이익이 있으니 움직이는 거다.”

“응. 그리고 100억이라는 숫자 놀음 덕분에 제 목숨 위험한 줄 모르고 뛰어드는 불나방도 많아지겠지. 이번 일로 죽는 사람이 많이 생길 거라는 거, 넌 예상하고 있지? 알면서도 이런 일을 벌인 거잖아. 아아, 국가안보국 길드장은 너무 음흉해.”

장난스러운 말투에 신해창이 표정을 구겼다.

“역시 나는 네가 수상해.”

“뭐야. 갑자기 왜 얘기가 그리로 가?”

“그 정도 머리가 있으면서 왜 그렇게 사는 거지?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거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아.”

“하하, 그런 칭찬을 받으니 부끄럽네.”

안단테가 소리 내 웃으면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능력과 머리가 비례하는 건 아니잖아. 머리는 좋아도 능력이 안 좋으면 이렇게 살 수도 있는 거지. 안 그래?”

그러곤 더 말하지 않고 손을 흔들며 밖으로 나갔다. 신해창은 그를 뒤따르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자, 에스퍼들이 각자 심각한 표정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보였다. 그들은 보며 안단테가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불나방들이 늘어나네. 제 목숨 위험한 줄도 모르고.”

그러나 어쩌겠나. 원래 무지가 가장 무서운 건데. 그는 흥얼대며 주위를 훑었다. 많은 사람 중 유독 튀는 두 명이 보였다. 진효섭과 코다. 둘 다 훤칠하고 잘생겨서 눈에 잘 들어왔다.

안단테는 코다 옆에 선 진효섭을 빤히 바라봤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조금만 대화해 보면 그가 순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입을 열면 차가워 보이는 눈매가 금세 동그래졌으므로.

‘느릿하게 깜빡이는 속눈썹이 부드러웠지. 오물거리는 입술도 도톰한 것이 딱 빨고 싶게 생겼고.’

취향에 딱 맞지도 않은데, 생각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이상해졌다.

“흐음, 이것도 향 때문인가.”

여러모로 위험한 가이드였다. 외관과 성격의 간극이 매력적인 것은 둘째치고, 그쪽 상성이 잘 맞을 것 같았다. 직접 관계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고작 키스 정도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보다 훨씬 더 나은 만족감을 느꼈으니까.

다른 이들과의 관계는 그저 몸을 달래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의무적인 행동이었다. 반면 진효섭과는 가이딩이 아니더라도 접촉하고 싶었다. 만약 가이드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옆에 두고 몇 날 며칠을 잡고 놔주지 않았을 거다.

안단테는 새삼 아쉽다고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물론 아쉬움은 극히 짧았다. 그가 가이드이기에 엄청난 도움이 되는 탓이다. 어쩌다 저런 거물이 여기 왔나 싶을 정도로 그의 능력은 대단했다. 코다에게 듣자 하니, 진효섭은 자신이 없는 동안 매일같이 플랫과 코다, 체르니를 가이딩해 줬다고 했다.

‘지쳐 보였으나 힘들어하거나 버거워하는 기색은 없었습니다.’

몸이 너덜너덜한 S급 세 명을 하루에 전부 다 가이딩하면서도 멀쩡한 얼굴로 돌아다닐 수 있다니. S급 중에서도 꽤 상급이었다. 어쩌면 국가안보국 가이드인 유진보다도 더 굉장할지도 모른다.

“안 들키게 조심해야겠네.”

유진보다 더 낫다는 사실을 신해창이 알아차린다면 어떻게 나올지 뻔했다. 갖은 회유를 들며 진효섭을 데려가고자 할 터. 사실 데려가는 건 상관없지만, 지금만큼은 안 된다. 중요한 시기인데다 그 덕분에 일이 더 원만하게 흘러가고 있으니까.

그래도 다행인 건, 진효섭이 신해창에게 자신이 S급임을 어필하지 않는 점이었다. 아무리 점막 가이딩이 싫다지만 C급 길드에 있고자 하는 점이나 가슴의 흉터 등이 수상하기 그지없는 가이드.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처럼 수상한 놈들과 잘 맞는 거겠지.’

안단테는 빙그레 웃으며 진효섭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조금 가까워진 거리 탓인지 진효섭이 바로 알아차리고 시선을 돌렸다. 무뚝뚝하던 표정에 반가움이 스치더니 뺨이 살짝 발그스름하게 물들었다. 차가운 눈매와의 조화가 야해 빠진 얼굴이었다.

‘아, 정말 아쉽네.’

진효섭을 아껴 주어야 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컨디션을 위해 굴려 먹으려던 예정과는 달리, 자신은 진효섭에게 가이딩을 받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를 볼 때마다 드는 음험한 생각이 좀체 가시질 않았다. 이런 제 생각을 알면 저 겁 많은 가이드가 도망칠 터. 그것만큼은 절대 안 될 일이었기에, 안단테는 최대한 착한 아이인 양 말갛게 웃었다.

진효섭은 노아피 길드에 적합한 인재다. 그렇기에 안단테는 그에게 깊게 다가갈 마음이 없었다. 다소 아쉽지만, 고작해야 출출할 때 본 길거리 음식을 현금이 없어 먹지 못한 수준이다. 어쩔 수 없다는 말로 포기할 수 있는 정도. 딱 그 정도의 아쉬움이었다.

* * *

긴급 모임으로 향한 곳은 저번과 같이 국가안보국 길드의 건물이었다. 다만 내부가 조금 어수선한 게,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노아피 길드의 사무실보다는 훨씬 나았지만.

진효섭은 코다와 함께 간식을 먹으며 안단테를 기다렸다. 다행히도 그때처럼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었다. 당시 시비를 걸었던 두 사람을 다시 만날까 봐 조금 걱정스러웠지만, 안단테의 말대로 그들은 오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길드장으로 보이는 이들이 하나둘 돌아왔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안단테가 보이질 않았다. 얼마나 주위를 두리번거렸을까. 저 멀리에서 유독 튀는 인물이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진효섭은 저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에 함께 손을 들어 흔들었다.

“길드장님.”

“잘 기다리고 있었어요?”

안단테는 빙그레 웃으며 가볍게 진효섭의 어깨를 도닥였다. 심각한 표정을 한 다른 길드장과는 달리 평소와 같은 유들유들한 미소였다.

“무슨 일이었습니까? 다들 심각해 보이는데.”

“심각하다면 심각할 수 있겠네요. 한국에 어둠의 길드 소속 놈들이 들어와서 던전을 헤집어 댄 것 같더라고요.”

“어, 어둠의 길드 소속 말입니까?”

걱정스러운지 진효섭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혹시…… 그때 온천에서 만났던 그놈들 아닙니까?”

“아하하. 걔들은 어떻게 봐도 양아치였잖아요.”

하지만 안단테는 즐겁다는 듯이 어깨까지 떨어대며 웃었다.

“신경 쓰지 마요. 우리랑은 관계없는 얘기거든요. 신해창이 그놈들에게 현상금을 100억 걸기는 했는데, 우린 거기에 참여할 마음이 없어서.”

“배, 백억 말입니까?”

진효섭이 입을 쩍 벌렸다. 길드장들이 하나같이 심각한 표정으로 길드원과 얘기하던 이유가 이 커다란 현상금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100억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했다.

“왜요. 가지고 싶어요?”

장난스러운 안단테의 물음에 진효섭은 잽싸게 고개를 저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요, 진효섭 씨라면 그럴 것 같았어요.”

돈에 욕심이 있었다면 사무실 구석, 현금으로 인출된 9억 더미 위에 먼지가 쌓였을 리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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