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발린 S급 가이드 33화
“……필요 없습니다.”
“왜요? 아까는 날 몽롱하게 봤잖아요. 내가 한 키스가 마음에 들었던 거 아니에요?”
안단테가 몸을 일으켜 진효섭을 향해 상체를 기울였다. 그러곤 가두듯 양옆으로 팔을 뻗어 탁자를 짚고 그를 내려다봤다. 순식간에 시선의 위치가 아까와는 정반대가 되었다.
“그거랑 비슷할 거니까 걱정 말고 즐기기만 해요.”
“아, 안 됩니다!”
진효섭이 필사적으로 안단테의 손목을 잡았다. 안단테가 억지로 하려고 든다면 그는 반항 한번 못 해 보고 이대로 깔릴 터였다. 그것을 알기에 손끝이 떨렸다.
두려운 표정으로 손목을 꽉 잡고 있으려니 안단테가 고개를 갸웃했다. 다행히도 억지로 하려는 기색은 없었다.
“참 묘한 말이네요.”
안단테가 눈을 가늘게 떴다. 거리가 가까워진 탓에 작게 중얼거리는 말도 잘 들렸다.
“싫다도 아니고 안 된다, 라니.”
진효섭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초조함에 시선은 길을 잃고 사무실 구석을 찾아 전전했다. 어쩐지 안단테가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해 주려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진효섭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흥분해서?’
만약 그렇다면, 그는 지금 본인이 받고 싶어 하는 것을 해 주려는 걸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거라면……. 진효섭은 아직도 제 위에서 물러나지 않는 안단테의 팔을 살짝 잡았다.
“차, 차라리…… 제가 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가이딩도 겸사겸사할 수 있고, 적당하다며 어물어물 말을 이었다. 한국말을 처음 배우는 아이처럼 부정확한 발음이었는데 안단테는 귀신같이 알아들었다.
“그건 괜찮아요?”
“……네.”
안단테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 침묵에 진효섭은 불편해졌다. 그러나 붉어진 뺨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자세가 여전히 선정적인 탓이다.
계속 그의 황금색 눈동자를 마주하고 있으려니 어깨가 절로 움츠러들었다. 맹독을 머금은 독사와 같은 눈빛. 뱀과 비견하기에는 어려운 외견이지만 왜인지 자꾸 독사가 떠올랐다.
“흠. 근데 나는 내가 해 주고 싶은데 어쩌지.”
“……그건 안 됩니다.”
“왜요.”
안단테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진효섭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러다 탁자를 짚은 손을 움직여 실수인 양 벨트를 툭 건드렸다.
가벼운 손짓에도 진효섭은 어김없이 화들짝 놀라 주춤주춤 엉덩이를 뒤로 물렸다. 그 모습에 안단테가 눈을 가늘게 떴다. 셔츠를 입에 물었을 때는 흐물흐물하더니, 바지 근처에는 손이 닿기만 해도 저렇게 놀란다. 추측을 끝낸 그가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긴 혀로 입술을 핥았다.
“혹시 거기를 보이는 게 싫은 건가?”
진효섭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정답임을 온몸으로 가르쳐 주는 반응이었다.
“아하. 접촉 가이딩까지만 하겠다는 조건을 건 것도 그것 때문이었구나. 그래서 차라리 해 주겠다고 말한 거였어.”
안단테는 고개를 숙여 진효섭의 귓가에 입술을 대곤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런데 진효섭 씨가 그렇게 기를 쓰고 숨기려 드니까 괜스레 더 궁금해지는데…….”
“…….”
“왜 그렇게 숨기는 거예요?”
가까이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소름이 돋았지만 피할 수가 없었다. 안단테가 진효섭의 말랑한 귓불을 이로 잘근잘근 씹었다.
“혹시 거기에 꿀이라도 발라 놨어요?”
흠칫, 진효섭이 몸을 떨자 안단테의 눈동자에 일렁이는 황금빛이 더 짙어졌다.
“음? 진짜로 꿀이 발렸나?”
그가 언제 무섭게 굴었냐는 듯 아이처럼 배시시 웃으며 노골적으로 물었다.
“나, 구경시켜 주면 안 돼요?”
“무, 무슨 그런 말을…….”
구경시켜 달라니. 어디를, 어떻게, 뭘 구경시켜 달라는 말인지. 진효섭은 입술만 뻐끔거렸다. 그로서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종류의 말이었다.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진효섭이 고개를 필사적으로 가로저었다.
“시, 싫습니다.”
“에이, 뭐 그리 어렵다고. 원래 남자들은 목욕탕도 같이 가고 하잖아요. 쉽지 않나요?”
“그렇다고 그, 그런 부위를 구경하지는 않습니다.”
“뭐야. 몰라요? 보통 구경하잖아요. 진효섭 씨가 모르는 것뿐이지.”
“예……? 정말입니까?”
진효섭의 표정에 혼란스러움이 가중됐다. 보통 사람들은 정말 거길 구경하는 건가, 그런 복잡함이 섞인 얼굴에 안단테는 참지 못하고 큭큭 웃어댔다. 진효섭은 뒤늦게 그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장난치지 마십시오.”
“미안해요. 이런 것도 속는 게 너무 귀여워서 그만.”
안단테의 눈에서 황금빛이 다시금 강하게 일렁거렸다. 그의 눈에 담긴 금빛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게 확실했다. 겉으로는 처음과 별반 다를 바 없지만, 눈은 폭주 직전으로 보이니 진효섭은 괜스레 조심스러워졌다.
“저…… 그런데 길드장님, 괜찮습니까?”
“뭐가요?”
“눈이…….”
“아.”
안단테가 자신의 눈가를 매만졌다.
“혹시 신경 쓰여요?”
“그게 아니라, 제 가이딩이 통하지 않는 건가 해서…….”
“그런 거라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언제 진효섭에게 입을 맞췄냐는 듯 안단테는 기울였던 몸을 바로 했다.
“보통은 폭주 직전 에스퍼들 눈에 황금색이 돈다고 하는데, 전 그때뿐만 아니라 성적으로 흥분했을 때도 변하는 편이거든요.”
“……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에 진효섭이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왜 놀란 얼굴이지. 저번에도 말하지 않았나요? 흥분해서 그렇다고.”
“그, 렇긴 한데…….”
그게 성적인 흥분이라고는 짐작조차 못 했다. 단순히 감정이 격해졌을 때의 흥분을 일컬은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도 온전히 믿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진효섭은 그가 폭주 직전인 것을 숨기기 위해 적당히 변명한 거라고 여겼다. 황금색은 폭주 직전의 색이라고 너무 선명하게 확립된 탓이다.
“……정말 성적으로 흥분하면 바뀝니까?”
안단테가 일으켰던 몸을 다시 은근하게 붙였다. 몸에 밴 열기는 여전히 높았다.
“그렇다니까요. 혹시 내가 그쪽에게 흥분했다는 말이 듣고 싶어서 묻는 건가요? 그렇다면 계속 얘기해 줄 수 있지.”
“그게 아닌-”
“그쪽이 섹시해서 자꾸 서.”
“…….”
“머리는 당장에라도 벗겨 버리라고 명령하는데 그걸 참으려니까 눈이 변해요. 정말 궁금하면 아까 말한 대로 해 봐도 좋아요. 그런데…….”
안단테가 기다란 혀로 입술을 쓸며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지금도 진효섭 씨가 숨기려는 걸 억지로라도 들여다보고 싶은 걸 참는 중이라.”
진효섭은 저도 모르게 그의 노골적인 행동을 상상하곤 목덜미까지 새빨갛게 물들였다. 제 몸을 누군가가 본다는 것은 머리카락이 쭈뼛거릴 정도로 불안하고 두려운 일이었는데, 안단테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굴 때면 아랫배가 간질간질했다.
대체 몸이 왜 이러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처음 느끼는 감각에 진효섭은 그저 혼란스러웠다. 분명 싫어야 할 텐데, 불편해야 할 텐데 자꾸만 허리에서 힘이 빠졌다. 몸은 주인의 의지를 저버리고 홀로 기대하고 있었다.
‘왜 이러는 걸까.’
얼굴이 자꾸만 붉어지고 단 숨이 새어 나왔다. 코끝으로 흘러들어 오는 그의 체취가 그렇게 만드는 것 같았다. 계속 맡고 있으려니 머리가 몽롱해졌다. 미약이라도 담은 향수를 뿌리는 걸까. 그에게서 나오는 스모크 향에 중독될 것만 같았다. 괜스레 안쪽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그때 갑자기 안단테가 욕을 중얼거렸다.
“하, 진짜 돌아 버리겠네.”
격한 반응에 진효섭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뭘 잘못하기라도 했나 떠올려 봤지만, 생각나는 건 없었다. 뭔가를 한 건 오로지 안단테 쪽이었으므로.
안단테는 한숨과 함께 진효섭의 어깨에 이마를 비볐다. 뜨거운 숨이 쇄골에 닿아 흩어졌다.
“진효섭 씨. 나도 궁금한 거 있어요.”
그가 고개를 틀어 진효섭을 올려다봤다.
“그쪽한테서 자꾸 단내가 나는데…… 대체 이거 뭐예요? 처음에는 향수인 줄 알았는데, 역시 아닌 것 같단 말이죠.”
진효섭의 눈이 커졌다. 그가 향에 대해 언급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자신에게 향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향은 상대와 깊은 관계를 가졌을 때나 미약하게 맡을 수 있었다. 향수라고 착각할 만큼 짙지 않다는 의미다. 그런데, 안단테는 그 향을 맡았다. 자신만 맡을 수 있던 향을.
복잡한 표정으로 진효섭이 굳어 있는 사이, 안단테가 이번엔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하아…… 진짜 발라 먹고 싶은 향이에요. 꿀단지에 코를 처박고 있는 기분이라 해야 하나.”
그러곤 눈을 감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니다. 꿀단지에 바늘구멍이 나 있어서 그 위에 코를 박고 있는 것 같아요. 향이 진해서 바늘구멍 사이로도 맡아지는데, 맛은 볼 수 없는 거죠. 하, 진짜 고문이 따로 없네.”
사람 미치게 만드는 향이라며 안단테가 계속해서 코를 킁킁거렸다. 동시에 코끝에서 맴돌던 스모크 향이 더욱 강해졌다. 아까까지는 미약하게 맡아지던 것이 보란 듯이 쏟아졌다. 짙은 스모크 향이 온몸을 감싸 마치 훈제로 조리된 먹잇감이 된 기분이었다.
“흐으…….”
진효섭이 참지 못하고 파르르 몸을 떨자 그에게서 흘러나오던 단내가 더 강해졌다.
“역시.”
안단테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눈이 흥미로 반짝였다.
“내가 맡을 수 있는 것처럼, 진효섭 씨도 내 향을 맡을 수 있는 거구나.”
그게 무슨 말이냐 되묻기도 전, 안단테가 진효섭을 그대로 탁자 위에 눕히곤 향을 쏟아부었다. 오롯한 향에 진효섭은 턱을 덜덜 떨며 허리를 들었다. 몸이 예쁜 모양으로 휘고 단단한 복근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