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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발린 S급 가이드-32화 (32/203)

꿀 발린 S급 가이드 32화

진효섭은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이곤 힘을 끌어내 안단테에게 흘려보냈다. 모두 제 의지대로 움직여 저번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후…….”

가이딩이 시작되자 안단테가 입술을 살짝 벌리고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뺨을 타고 흐르는 힘에 미간을 찌푸렸다. 깔끔하게 올린 머리카락이 살짝 흐트러졌는데도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맞닿은 안단테의 손등과 팔에는 핏줄이 선명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이윽고 안단테가 진효섭의 손목을 재차 잡아당겼다. 이번엔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뻣뻣하게 서 있던 무릎이 굽어지고 소파를 짓뭉갰다. 마치 소파에 앉아 있는 안단테를 덮치는 듯한 자세가 됐다.

안단테는 한참 모자란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키스 가이딩까지는 괜찮죠?”

“……예.”

목소리가 갈라져서 나왔다. 뺨이 붉어졌지만 안단테는 부끄러울 틈도 주지 않았다. 커다란 손이 그대로 진효섭의 목을 휘어 감았다. 두 입술이 작은 틈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게 겹쳤다.

느릿하게 시작된 가이딩은 키스와 함께 물밀듯 격해졌다. 혀가 깊게 얽힐수록 몸속 힘이 서로의 옅은 내벽을 타고 전해지는 것 같았다. 심장의 두근거림도 함께 전해지는지 귀에서 북이 둥둥 울렸다.

의무적으로 가이딩만 해야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 진효섭은 ‘으응’ 하는 신음을 내었다. 젖은 소리 사이로 뭉개지는 신음은 꽤 선정적이었다.

당연하게도 키스는 더 격해졌다. 안단테가 입을 더 크게 벌리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치아 사이에 뭉개지는 입술은 조금 아플 정도였는데, 이상하게도 그만두라는 말은 나오질 않았다. 오히려 더운 숨이 기분 좋았다. 아픔조차도 흥분으로 승화시키는 몸이 무서울 지경이었다.

“길, 드장…… 님. 조금, 천, 읏, 천히…… 흐…….”

말을 하는 건지 신음을 뱉는 건지 모를 것이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안단테는 알아듣지 못한 건지, 더더욱 격렬하게 입을 맞춰 왔다. 입안이 온통 타인의 타액으로 가득했다.

진효섭이 간헐적인 신음을 내뱉으며 계속 끙끙대자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굴던 안단테가 입술을 뗐다.

“진효섭 씨.”

“하아…… 하…….”

“내가 혀를 넣으면 좀 더 깊게 삼켜 봐요. 그래야 가이딩 효율이 더 좋아지지.”

“예, 예에- 흡.”

대답이 끝맺어지기도 전에 입술이 다시 먹혔다. 안단테는 진효섭의 입안에 혀를 넣고 느릿하게 빼기를 반복했다. 마치 진효섭에게 아까 지시했던 행동을 종용하는 듯했다.

혀를 깊게 삼키라고 했었나. 진효섭은 성실한 학생처럼 그의 말을 따랐다. 서투르게 입술을 움직이자, 안단테가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뱉었다. 손바닥은 잘했다는 듯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칭찬을 받은 느낌에 우습게도 기분이 좋아졌다.

뒤통수를 쓰다듬던 안단테는 천천히 손을 내려 머리카락을 훑고 목덜미를 쓸어내렸다. 그러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등허리를 따라 천천히 손끝을 놀렸다. 척추 마디마디를 꾹꾹 누르면서 천천히 내려가던 손이 바지 벨트에 걸렸다.

안단테는 갑작스레 입술을 떼어냈다. 집중해서 빨던 혀가 거둬지자 입안이 텅 비는 것 같았다. 진효섭이 헐떡이며 안단테를 바라봤다.

“있잖아요, 진효섭 씨.”

안단테는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접촉 가이딩 이상은 하지 않겠다는 이유. 물어봐도 돼요?”

“하아…… 이, 이유…… 후, 말입니까?”

“네.”

대답이 곧바로 나오지 않았다. 열이 올라 흥분한 머릿속이 제 일을 하지 않고 엉뚱한 것만 바라본 탓이다. 이를테면 눈앞 사내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이라든가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 선정적인 표정,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체취 같은 것들이었다.

안단테가 진효섭의 눈 밑을 느릿하게 쓸었다.

“생각해 보니 면접 때 그걸 안 물어본 것 같아서요. 왜 접촉 가이딩까지만 하겠다는 건지.”

“아…….”

그의 건조한 말투 탓인지 열띤 머릿속이 조금은 차분해졌다. 진효섭은 얼얼한 입술을 손등으로 쓸며 더듬더듬 대답을 이어 나갔다.

“굳이…… 이유를 말해야 아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 이상 하기 싫다는 건 그냥 말 그대로였다. 다른 이유 따위는 없었다.

“음. 그렇긴 하죠. 저도 처음에는 그냥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가이딩을 위해서 감정 없이 관계를 맺기 싫다든가, 남자한테 대 주는 게 싫다든가. 이유야 뻔하죠.”

“…….”

“그런데 잠자코 지켜보자니까, 그게 아닌 것 같아서.”

안단테가 감싸 안듯 허리를 받친 손에 힘줘 진효섭을 제 몸에 더 가까이 붙였다. 그러자 그의 몸이 움찔거림과 동시에 귀가 새빨갛게 변했다. 아무리 봐도 싫어하는 반응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것 봐.”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안단테가 이어 말했다.

“혹시 다른 이유가 있나요? 예를 들면 평소 생활이 문란하기 짝이 없어서 가이딩하면서까지는 관계를 할 수 없다든가. 아니면 가이딩하면서 하는 것보다는 맨정신으로 하는 데 취해 있다든가.”

“무슨, 그런 말이…… 다 있습니까.”

생각지도 못한 예시에 목이 콱 졸린 것 같았다. 진효섭은 습관처럼 입술을 베어 물었지만 번들거리는 탓에 그것조차 쉽지 않았다. 안단테는 그런 진효섭을 더 가까이 당기다 못해 허벅지 위에 앉혔다.

“그럼 뭐예요. 왜 말이랑 행동이 이렇게 다른데요.”

“그건…….”

“혹시 나라서 그런가?”

안단테가 날카롭게 진효섭을 살폈다.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진효섭은 떨리는 눈동자를 미처 숨기지 못하고 고스란히 드러냈다.

“내 얼굴이 마음에 들어요? 하긴. 내가 좀 꼴리게 생기긴 했죠?”

실실 웃어대는 표정이 날카로운 시선과는 판이해 혼란스러운 찰나였다. 불현듯 안단테가 진효섭의 벨트를 쥐었다. 키스할 때는 뭘 시켜도 순응할 것처럼 가만히 있던 진효섭이 화들짝 놀라며 안단테의 손을 덥석 잡았다.

“뭐, 뭐 하시는 겁니까.”

“응? 내가 서비스 좀 해 주려고 그러죠.”

안단테가 눈꼬리를 반달로 접으며 유혹적으로 웃었다. 무슨 서비스인지는 몰라도 받아서는 안 될 것만 같았다. 진효섭은 아직도 벨트를 붙든 안단테의 손을 억지로 잡아 뜯었다.

“돼, 됐습니다.”

“왜요. 분명 기분 좋을 거예요.”

“……가이딩하는 데 기분 좋은 건 필요 없습니다.”

계속되는 단호한 거절이었다. 필사적으로 마주 움켜쥔 손은 얼마나 힘을 줬는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안단테는 그것들을 차례대로 훑었다. 잘 뻗은 눈썹이 삐뚜름하게 휘었다.

“이상하네. 왜 해 준다는데 거절할까. 분명 좋아할 거면서.”

“……좋아하지 않습니다.”

“거울이라도 가져다줘야 그 거짓말을 그만두려나.”

안단테가 진효섭의 붉은 눈꼬리를 지그시 눌렀다.

“그쪽은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랑 하는 가이딩이 기대돼서 잠도 못 잔 거 티 나, 진효섭 씨.”

“그, 그건 그래서가 아니라…….”

진효섭이 눈을 데구루루 굴리다 바닥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안단테는 그런 진효섭과 얼굴을 마주하기 위해 뺨을 가슴팍에 붙였다. 그리고 말간 표정으로 올려다보자, 진효섭이 눈에 띄게 당황해했다.

안단테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진효섭을 빤히 쳐다보며 작은 셔츠 단추를 입에 물었다. 입이 오물거리며 단추를 쉽사리 풀었다.

“진짜 싫어요? 표정은 아닌 것 같은데…….”

애교 부리는 말투를 구사한 것과 대조적으로 올려다보는 안단테는 정말 야했다. 길게 뻗은 눈꼬리에 자꾸만 시선이 갔다. 그때 안단테가 느리게 속눈썹을 깜빡였다. 긴 속눈썹이 팔랑이자 진효섭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홀린 사람처럼 눈을 가만히 맞추는 진효섭에 안단테는 웃으며 혀로 셔츠 위를 핥았다. 뜨거운 혀가 스친 부분이 마침 위험했던 터라 진효섭은 반사적으로 신음했다.

“예민해라. 진효섭 씨 애인은 좋겠네.”

작게 웃는 소리가 심장께에서 느껴졌다. 셔츠 위에 입을 맞추는 그는 얼핏 경건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머리와 나머지로 인격이 나뉜 것처럼, 그의 손길은 노골적이었다. 안단테의 손이 아까 미처 하지 못했던 것을 하려는 듯 다시 벨트를 붙잡았다.

철컥, 소리가 울리는 순간 진효섭은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몽롱하게 풀렸던 눈에 초점이 돌아오고, 안색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

“안 됩니다!”

진효섭은 엉덩이를 뒤로 빼며 주춤주춤 물러났다. 두 손은 안단테의 상체를 강하게 밀어냈다. 다행히 깔린 자세가 아니라 밀어내는 건 쉬웠다. 그러나 뒤로 도망가려고 하다 보니, 탁자와 소파 사이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자빠질 수밖에 없었다.

안단테를 올려다보는 진효섭의 얼굴 위에는 당혹과 두려움이 공존했다. 아까까지 몸을 떨며 신음을 뱉었던 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조, 조건은 접촉 가이딩 이상 하지 않는 거였습니다.”

진효섭이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이건 반드시…… 지, 지켜 주셔야 합니다.”

“하지만 이건 가이딩이 아닌데.”

“……예?”

“눈치 못 챘어요?”

안단테가 번들거리는 입술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여상스럽게 말했다.

“아까부터 가이딩은 뒷전이었잖아요.”

그제야 진효섭은 어느새 자신 역시 가이딩을 잊고 그의 손길에 취해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안단테는 한없이 가벼운 태도로 빙그레 웃었다.

“그냥 편하게 생각해요. 끝까지 안 가고 진효섭 씨만 기분 좋게 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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