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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발린 S급 가이드-9화 (9/203)

꿀 발린 S급 가이드 9화

“그럼 이 상황은 괜찮은 겁니까? 방금 그 사람을 화나게 한 것 같은데…….”

“걱정 마요. 저 사람, 아마 이번 일로 길드장에게 된통 깨지고 다시는 이 모임에 참여하지 못할 테니까. 본인 길드장의 성격도 파악 못 한 걸 보니까 멍청한 놈이에요. 두 번 볼일은 없을 테죠.”

“……그렇습니까?”

진효섭은 고개를 끄덕이는 안단테의 모습에 어쩐지 이러한 일 처리가 익숙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런 일이 자주 있습니까?”

“뭐, 그렇죠. 저희는 C급 중에서 바닥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깔 게 많아서 그런지 시비가 많이 걸리거든요.”

“…….”

“그래 봤자 하찮은 질투예요. 왜, 우리 길드 사람들은 잘생겼잖아요.”

비밀 얘기를 하듯 안단테가 진효섭의 귓가에 입술을 갖다 대고 속삭였다.

“특히 저런 못생긴 놈들의 질투를 유난스레 받더라고요. 안타까운 일이죠.”

진지한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볼 수 없는 대답이었다.

“아무튼 신경 안 써도 돼요. 그럼, 이제 얘기도 끝났겠다 슬슬 돌아가죠.”

안단테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손목시계를 흘끔 바라보곤 걸음을 옮겼다. 그때, 가만히 있던 코다가 안단테의 앞을 막아섰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다.

“왜?”

“…….”

“혹시 회의 결과가 궁금해서 그래?”

코다가 대번 고개를 끄덕였다.

“음, 다 같이 모였을 때 얘기하려고 했는데…… 진효섭 씨를 잘 지키고 있었으니까 미리 말해 줄게.”

빙그레 웃은 안단테가 회의 결과에 대해서 말했다.

“우리는 A급 던전에 들어가는 걸로 결정됐어.”

“예?”

반응한 건 코다가 아닌, 진효섭이었다. 그는 던전 참여 여부에 대해 안단테와 미리 얘기했었다. 물론 안단테는 당시 참여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만, 혹시라도 들어갈 수도 있다 예상했기에 놀랍진 않았다.

하지만 A급 던전이라니. C급이 A급 던전에 들어가다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리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런 결정을 내린 안단테가 이해하기 힘들었고, 찬성했을 타 길드장들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그게 가능한 겁니까? C급 길드가 A급 던전에 들어가다니…….”

C급과 A급에 얼마나 커다란 차이가 있는지는 진효섭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심드렁하기만 했다. A급 던전 따위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걱정 마요. 어차피 우리는 던전 초입에서 떨거지 괴물이나 청소하고 있을 테니까.”

아무리 그래도 위험하지 않냐고 되물으려 할 때였다.

“누가 들어갑니까.”

코다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그 역시 안단테만큼이나 덤덤했다.

“나랑 플랫.”

“플랫…….”

코다의 표정이 조금 모호해졌다. 하지만 반박하지는 않았다. 그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고, 안단테는 평온했다. 현 상황을 위험하게 받아들이는 건 진효섭뿐이었다.

둘이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 보여서 진효섭은 저 혼자만 심각한 것 같아 떨떠름했다. 원래 이런 일이 흔한 걸까. 보통 C급은 B급 던전까지만 들어간다고 듣긴 했지만, 그 지식에 확신이 없었다.

“아, 맞아. 진효섭 씨, 혹시 걱정할까 봐 하는 말인데, 만약 우리가 던전에 들어간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을 거예요.”

“예?”

“가이딩 수위 말이에요.”

안단테는 확신을 주듯 다시 한번 말했다. 가이딩 수위도 약속대로일 거고, 진효섭에게 위험한 일은 절대 생기지 않을 거라고.

진효섭은 손톱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는 특별히 걱정하지 않았다. 노아피가 던전에 들어가지 않아서 선택한 건 맞지만, 혹시라도 자신이 길드에 들어간 뒤 던전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예상은 했었다. 그것까지 다 고려해 노아피를 선택한 것이다.

C급 에스퍼만 있는 길드. 아무리 위태위태하다고 해도, S급이기에 가이딩은 피부 접촉만으로 충분하다. 진효섭은 아주 위험해도 키스만으로 그들을 케어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불안하지 않았다. 가이딩만큼은 그가 유일하게 자신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 * *

사무실에 도착하자 체르니가 잔뜩 뿔이 난 얼굴로 그들을 맞이했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나만 빼고 다른 데 가서 맛있는 거라도 먹은 거 아니에요?”

“먹었지. 엄청 맛있는 거.”

“와, 내 그럴 줄 알았어.”

체르니가 분하다는 듯 이를 갈았다.

“끝나면 나도 부르라고 했잖아요!”

“다음에 먹어, 다음에.”

누가 들어도 거짓말에 귀찮다는 태도라 체르니는 한층 더 얼굴을 구겼다. 그때, 진효섭이 조심스레 그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저…… 체르니 에스퍼. 이거 좀 챙겨 왔습니다.”

“어? 이건 디저트예요?”

“예.”

안단테도 생각 못 한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음? 진효섭 씨, 그건 언제 챙겼어요?”

“길드장님이 모임에 가셨을 때 조금…….”

“와.”

체르니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길드 들어와서 이런 대접 처음이야. 가이드 좋다는 게 이런 거였네요.”

그는 마치 아이처럼 진효섭의 허리에 매달렸다. 진효섭보다 키가 훨씬 더 컸기에, 허리를 푹 수그려 보기에 썩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스킨십이 기분 나쁠 만도 하건만, 팔에 닿는 빨갛고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부드러워서인지 오히려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진효섭은 저도 모르게 강아지 같은 체르니의 머리카락을 살짝 헤집었다.

고개를 번쩍 들어 올린 체르니의 눈에서 황금빛이 일렁였다. 어쩐지 빤히 보게 되는 시선이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색에 생각이 깊어졌다.

그때 ‘쾅-!’ 하고 큰 굉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아프다고 비명 지르듯 문이 삐걱거렸다. 그 소리에 놀란 건 진효섭뿐이었다. 다들 예상했던 건지 심드렁한 표정으로 문을 바라봤다.

“역시 철문으로 바꿔야 하나…….”

안단테가 한숨 섞인 말을 뱉자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하와이 티셔츠를 입은 남자 네 명이 성큼성큼 사무실로 들어왔다.

“우리 왔어요.”

얼마나 재밌게 놀았는지 그들은 하나같이 시뻘겋게 탄 얼굴이었다. 순식간에 북적북적해진 탓일까, 평소와 달리 사무실이 작게 느껴졌다.

“잘 다녀왔어?”

“예. 재밌어서 죽는 줄 알았네요. 어찌나 헌팅이 많이 들어오던지.”

“이런. 부러워라.”

“그럼 단장님도 함께 가지 그랬어요? 훨씬 재밌었을 텐데.”

길드원 중 유난히 머리가 긴 남자가 대충 머리카락을 묶으며 소파에 퍼질러 앉았다. 귓바퀴에는 금색의 작은 링 귀걸이가 가득했다. 남자의 이름은 플랫. 홀로 구릿빛 피부를 가지고 있었기에 진효섭은 그의 이름을 쉽게 외울 수 있었다.

“아, 힘들어 죽겠네.”

그를 기점으로 다른 세 명 또한 각자의 자리로 가려는 순간이었다. 이어지는 안단테의 말에 그들은 모두 걸음을 멈췄다.

“오자마자 미안한데, 우리 4일 뒤에 던전 들어갈 거야. 방금 일 받아 왔어.”

소파 뒤로 머리를 젖혔던 플랫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안단테를 바라봤다.

“진짜요?”

“활동 안 한 지 오래됐잖아. 적어도 한 번쯤은 가 줘야 눈치가 안 보이지.”

“수준은요?”

“A급 던전.”

“오. 그걸 어떻게 받아 왔어요? C급이 들어가기 어렵잖아요.”

“오히려 우리 시키던데? 게이트 근처에서 닥치고 그냥 청소만 하라더라.”

플랫이 악당처럼 낄낄 웃어댔다.

“그거 엿 먹이려고 하는 말이잖아요. 열 받아라고 던진 말을 덥석 물어 버린 거 같은데.”

“좋은 기회는 이렇게 잡아야지.”

“그래서, 누가 들어가요?”

안단테가 즐거운 듯 싱긋 웃으며 플랫을 가리켰다.

“너.”

“나요?”

플랫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렇게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생각 못 했는데 의외네요. 그럼 파트너는요?”

“나.”

“……예?”

“나랑 너랑 들어갈 거야.”

이번엔 플랫의 얼굴이 단번에 굳었다.

“단장, 미쳤어요?”

“왜. 나는 너랑 가면 좋은데.”

“아니, 왜 하필 나예요? 상성이 좀 맞는 애들로 데려가요.”

목소리마저 딱딱해진 플랫이었으나 안단테는 태연히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나는 너랑 제일 잘 맞다고 생각해서.”

“아, 진짜 뭔 개소리예요.”

플랫이 인상을 사납게 찌푸리자 뒷골목에서나 볼 법한 양아치 같아졌다.

“단장님이랑 나랑 얼마나 상성이 거지 같은데. 차라리 코다 데리고 가요. 아니면 나랑 다른 새끼 붙여 주든가.”

“안 돼. 이번에는 너랑 나랑 가야 해.”

“아니, 그러니까 왜요!”

“이미 너랑 나랑 갈 거라고 멤버에 적어놨어.”

“아…… 젠장. 진짜 짜증 나네.”

플랫은 커다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같은 길드원이 짜증을 내든 말든 안단테는 웃는 낯으로 단호하게 시간을 통보했다.

“지금부터 4일 뒤에 게이트가 열릴 거야. 오후 일곱 시. 준비해 놔.”

“심지어 존나게 늦네요.”

“투정 그만 부리고.”

“하아…….”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는지 플랫은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 소파에 머리를 기댔다. 안단테와 함께 던전을 가는 게 정말 싫어 보였다.

“아, 그럼 미리 가이딩이나 받아 놔야지.”

플랫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몸을 일으키며 진효섭을 바라봤다. 그때까지 멀뚱히 서 있던 진효섭의 눈이 동그래졌다.

“가이딩 좀 해 줘요. 4일 뒤에 던전 가야 하니까.”

“아…….”

진효섭은 안단테를 흘끗거렸다. 저번에 체르니에게 가이딩해 주려던 걸 안단테가 막았던 것을 떠올려서였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안단테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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