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점
도화는 곱창집에서 곱창을 먹는 내내 달달한 기분에 휩싸여 있었다.
도명은 자신의 말대로 못 먹는 건 아닌지 곱창을 적당히 먹었다. 둘이서 곱창을 3인분 시켰는데 도명은 0.8인분을 먹고 도화 혼자 2.2인분을 먹었다.
도화가 달달한 기분에 휩싸여 있는 이유는 일단 비싼 곱창을 이렇게 배가 부를 도록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 이유로는 도명의 시선 때문이었다.
도화와 밥 먹을 때 도명의 시선이야 언제나 이런 식이었지만 도명에게 도화가 먹는 것만 봐도 좋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그 시선이 달아서 어쩔 줄 몰랐다. 도화는 오늘 도명에게서 만나자는 문자가 온 이후로 계속 기분이 좋았다.
“저, 그런데 성인용품점은 처음 가 봐요.”
도화가 주변을 신경 쓰는 듯 도명을 향해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렇군요.”
도명이 도화가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저 그런데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을까요? 남자 두 명이서 가면 말이에요.”
“자주 가는 곳 있으니까 걱정 말아요.”
“도명 씨는 참 단골집도 많은 것 같아요.”
“왜요? 그래서 불만이십니까?”
도명이 도화의 볼을 살짝 꼬집고 늘리며 말했다.
“아니 그냥, 그렇다고요. 그, 다른 사람들하고도 많이 가 봤어요?”
도명은 도화의 질문에 있는 사실 그대로 그렇다고 말하려다가 도화의 얼굴을 살폈다. 도화의 표정에서 질투가 살짝 엿보였다. 도화가 표정을 숨기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도화는 갑자기 곱창을 두 개나 집어 입안에 넣고 질겅질겅 씹기 시작했다.
“그걸 왜 물어보는 건데요?”
도명은 자신이 순간 느낀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도화를 떠보았다.
“네? 그냥 별다른 의미는 없고 정말 궁금해서요. 정말 그냥인데?”
‘그냥이긴.’
역시 도화는 거짓말에 서툴렀다. 도명은 그런 도화의 질투를 굳이 탓하지도 밀어내고 싶지도 않았다. 도명은 오늘 밤에라도 도화에게 고백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도명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이상하게 연결된 회로로 도명은 깊은 불안감에 속이 울렁거리고 두통이 일었다. 이어서 멀쩡한 땅이 흔들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정신과 약 먹을 걸 그랬나.’
도명은 도화가 자신의 이상한 상태를 알아차릴까 봐 화장실로 향했다. 도명은 허름한 곱창집 화장실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자신이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사람을 유혹하는 일이라면 책 한 권도 쓸 수 있는 사람이 남들 다 하는 고백 하나 못 해서 이렇게 쩔쩔매는 꼴이라니. 그것도 도전 상대는 이미 자신에게 홀려 있을 확률이 높은 백구인데 말이다.
도명은 곱창 가게에서 나와서 자신의 옷에 섬유 탈취제를 뿌렸다. 도화가 그런 도명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도화를 쳐다보는 도명의 눈빛이 반짝였다.
도명이 도화의 목덜미를 잡고 곱창 냄새가 밴 도화의 옷에 섬유 탈취제를 뿌리기 시작했다. 도화가 발버둥 쳤다.
“고기 냄새도 나름의 향수라고요. 사람이 맡고 기분 좋으면 그게 향수지. 별 게 향수에요?”
“이상한 논리 펼치지 말고 좀, 가만히 있어요.”
가만히 있으라는 도명의 말에 도화가 착하게도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가만히 있었다.
“착하네요.”
도명이 눈을 질끈 감고 온몸에 섬유 탈취제가 뿌려지는 것을 참고 있는 도화를 귀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도화 또한 그런 도명의 표정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순종성에 그가 만족하고 있었다.
도명이 만족하자 도화도 기분이 좋았다. 더군다나 도화와 도명에게서 같은 냄새가 나니 기분이란 놈이 참으로 변덕스럽게 굴었다. 도화가 도명과 같은 섬유 탈취제의 은은한 냄새를 풍기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차를 탔다.
좁은 차 안에 같은 냄새를 풍기는 두 남자의 냄새로 가득했다.
도명과 도화가 차에 타고 도명이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었다. 도명의 차가 적당히 어둠에 물든 도심을 달렸다. 어둠 가운데 반짝반짝 빛나는 도시의 빛이 화려했다.
도화는 그동안 이 도시 풍경들을 보면서 낭만적이라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었는데, 도명과 함께 달리니 도시의 풍경이 낭만적으로 보였다. 도화가 익숙한 차창 밖 풍경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내 도시의 불빛을 보는 일들이 질리고 앞으로 도명과 할 일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다가 도명과 야한 물건이 잔뜩 있는 곳에 간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몸이 달아올랐다. 도명의 집에는 온갖 야한 기구들이 많은데, 그것 말고 다른 것을 구하러 간다고 생각하니 빈약한 상상력을 끌어올려 사러 가는 것이 무엇인지 상상해 봤다.
하지만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도화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목적지로 가는 중간에 도화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도명에게 물었다.
“저 그런데 우리 정확히 뭘 사러 가는 거예요?”
“음, 일단 포괄적으로 삽입하는 기구 정도라고 하면 되겠네요. 그동안 도화 씨가 제가 가지고 있는 걸로는 만족 못 한다고 했으니, 찾아봅시다.”
도화는 순간 자신이 도명의 말을 잘못 들었나 싶었다. 머리가 멍해졌다. 하지만 도명의 말을 아무리 곱씹어도 의미가 달라지지 않았다. 도화는 뒷골이 얼얼해질 정도로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
하지만 당장 도명에게 실망감을 표현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 방금 전까지의 달달했던 시간이 산산조각이 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도화는 괜히 차 창밖을 보며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자신이 도명에게 너무 애매하게 말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울컥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도명은 도화의 표정이 안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도명의 입장에선 최선이었다.
항상 압도적인 위치에서 사랑하는 감정 없는 상대와의 섹스만 해 왔다. 차라리 도화처럼 모든 게 처음인 게 나았지,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지나치게 많은 경험을 한 것은 오히려 독이었다.
감정도 추스르지 못하고 맺음도 안 지었는데, 안 했던 페니스를 삽입하는 섹스를 하는 건 정말인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도명은 결국 도화의 말을 못 알아들은 척하기로 한 것이다.
도화가 아무 말 없는 걸 보니 싫은 소리 하기 싫은 그가 결국 이번엔 그냥 넘어가기로 한 모양이었다. 도명은 내심 안심했다.
성인용품 가게 주차장에 도명이 차를 주차했다.
“다 왔어요. 도화 씨.”
“…….”
도화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우리는 결국 도화 씨를 만족시킬 만한 걸 찾을 겁니다. 도화 씨가 아직 이쪽을 잘 몰라서 그래요. SM을 아직 충분히 겪어 보지도 않았잖아요.”
“네.”
도화가 목이 잠긴 목소리로 겨우 답했다.
“일단, 가게에 들어가 봐요.”
도화는 아까까지의 그 달콤함을 깨기 싫어서 겨우겨우 억누르고 있던 감정이 결국 터져 버렸다.
“저, 도명 씨 혹시, 이것도 플레이의 일부에요?”
“네?”
“제 말 못 알아듣는 척하는 거요.”
정곡을 찌르는 도화의 말에 도명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런 거 아닙니다.”
도명은 능숙하게 거짓말을 했지만, 마음이 불안했다. 이번 일은 그렇게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나한테 왜 그래요? 내가, 도명 씨에게 안달 나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요?”
“도화 씨,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도명은 자존심상 차마 ‘문제가 있는 건 저입니다.’라고는 말 못 하니 그런 거 아니라는 말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도명은 앵무새 같은 자신의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그의 세계를 지켜 주던 규칙이 그의 숨통을 막히게 하고 그다음은 그의 세계를 지켜 주던 자존심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게 문제라고 머리가 아는 것은 시작이 될 수는 있어도 마음이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훈련이었다.
도명은 갑자기 뒤집힌 그의 세계에서 제대로 서 있는 게 고작이었다. 익숙했던 모든 것이 낯설었고 삐걱댔다.
“사실, 페니스 삽입은 싫습니다.”
“왜요?”
“간단하게 말해서 통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놈의 통제!”
도명의 말에 도화가 지겨워 죽겠다는 듯이 외쳤다. 도화 자신도 자신이 왜 이렇게 히스테릭하게 나오는지 놀랐다. 저번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화를 내는 자신이 놀라웠다. 도화는 자신의 날 선 감정에 놀라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도화의 말투에 도명은 기분이 나빴다. 도명은 지금까지 자신의 섭에게서 이런 식의 무례한 말투를 들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도명은 애써 나쁜 기분을 추스르며 이성적인 말투로 말했다.
“도화 씨를 위해서입니다. 아주 여러 번 말했듯이 기본적으로 SM은 양쪽 모두 다른 의미로 위험한 감정이라서 사고 나기가 쉬워요. 제가 이 이야기 처음 하는 거 아니잖아요. 섭을 망치면 섭뿐만 아니라 돔도 상처받아요. 정상적인 사고방식의 돔이라면 말이죠. 가끔 자신 안의 폭력성에 지나치게 심취한 돔도 있는데 그런 사람은 우리끼리도 정보를 공유해서 도태시킵니다. 어쨌든 SM에서 꼭 지켜야 하는 건 통제입니다. 그래서 도구만으로 플레이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돔들도 많습니다.”
“아, 몰라요. 그냥 통제니 뭐니 하는 게 지겨워요.”
“도화 씨, 본인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알고나 있어요? 그리고 말본새 조심해요.”
“도명 씨는 도명 씨의 다른 섭과는 페니스 삽입을 하는 섹스를 한다고 들었어요. 왜 갑자기 저한테만 규칙을 바꾸는 건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도명 씨, 규칙을 자기 좋을 대로 만드는 면이 있어요.”
“그 사람은 도화 씨와 달라요.”
“뭐가 다른데요?”
“그 사람은 언제나 제 통제와 예상 범위 안에서 행동해요.”
“저 말 잘 들어요.”
도화가 억울하다는 듯이 손가락을 어지럽게 얽으며 울먹였다. 도화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도 했다. 도명의 기준에는 탐탁지 않았을지라도 도화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사지가 떨릴 정도로 극한 상태에서도 도명이 버티라고 하면 버텼다. 도화는 도명이 그런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 같아 서운했다.
“그게 더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거 알아요? 한없이 순한 얼굴 하다가, 갑자기 돌발 행동 하는 거. 갑자기 제멋대로 굴기는 얼마나 제멋대로 구는지. 지금도 본인이 얼마나 제멋대로 구는지 봐요.”
“제가 나쁜 사람이라서 저한테만 이런 규칙을 적용한다는 뜻이에요?”
“아까 제 말을 제대로 이해도 못 했잖아요. 이건 벌이 아니에요. 하아, 페니스 삽입, 별거 아니에요. 오히려 바이브레이터나 딜도가 도화 씨가 원하는 성기의 크기, 모양, 강도 등등을 고를 수 있어서 더 이상적일 수도 있다고요.”
“하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이상적인 페니스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당장은 모르겠는데 그렇다고요. 어쨌든 도명 씨가 이렇게 나오니까 심지어 황당한 생각도 했다고요.”
“무슨 생각이요?”
“도명 씨가 성적으로 불구가 아닌가 하는…….”
“네?”
“말도 안 되는 거 알아요.”
“말도 안 되는 거 아는데 그런 생각을 대체 왜 해요. 나 참. 어쨌든 도화 씨, 내 이야기 잘 들어 봐요.”
하지만 도화는 더 이상 도명과 대화하기 싫었다. 더 이상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을 참을 수 없어서 도화는 차에서 내렸다. 도명이 갑자기 차에서 내리는 도화를 쏘아 보며 말했다.
“뭐해요? 대화 중이었잖아요.”
“이건 대화가 아니에요. 도명 씨가 혼자 답을 이미 내려놓고 저를 모양 틀에 찍어 내리려는 압박일 뿐이지. 저는 그냥! 그냥……!”
도화가 말을 다 잇지 못하고 그의 머릿속처럼 어지러운 거리로 나갔다.
도화가 나가고 도명 역시 큰 충격을 받았는지 자동차 시트를 꽉 쥐고 신음하고 있었다. 심상의 고통이 온몸으로 퍼져 몸이 저릿했다. 머릿속으로 갑자기 나가 버린 도화를 찾으러 가야 한다고 생각이 들긴 했지만 몸이 좋지 않았다.
도명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근처 거리로 나왔을 때는 도화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도명이 집에 돌아와 보니 2층에 불이 켜져 있었다. 대중교통을 타고 집에 바로 온 모양이었다. 도명 또한 도화에게 화가 아주 안 나는 건 아니었다.
그답지 않게 요즘 걸핏하면 화를 내고 불만을 토해냈다. 안 그러던 사람이 그러니까 그의 기분을 맞추는 게 곤혹스러웠다.
도명은 2층으로 올라가려다 말았다. 당장 조바심에 2층으로 올라간다 해도 할 건 싸움의 연장전밖에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도명은 답답한 마음에 간단한 문자 하나를 보냈다.
[저도 취향이라는 게 있는데 무조건 맞춰 달라고만 하다가 그렇게 가 버리는 건 무슨 태도입니까?]
***
토요일 아침, 도화는 난생처음 성인용품점에 들렀다.
어제 도명과 갔다가 코앞에서 돌아섰던 곳이었다. 버스에 몸을 실어 나르는 도화는 어제 도명이 보낸 문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도화는 자괴감에 머리를 차창에 비볐다. 한숨이 저절로 푹푹 새어 나왔다.
도화는 어제의 일을 수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성인용품점에 가서 일단 새 딜도를 사고 도명에게 사과하며 도명의 말이 모두 옳다고 하는 것이다.
어제는 자신이 경솔했고, 어젯밤 가만히 누워서 생각해 보니, 도명의 말처럼 딜도로 하는 게 오히려 안정성은 물론이고 만족도도 높을 거라고 맞장구를 치는 것이다.
도명은 의외로 사람을 잘 용서해 주는 면이 있으니, 웃는 얼굴엔 침 못 뱉는다고 적당히 경직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만큼 웃으며 새 딜도를 자랑하는 것이다. 그게 도화가 이 모든 일을 수습할 시나리오였다.
도화는 어색한 걸음으로 성인용품점에 들어갔다.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드는 것들이 진열대에 가득 차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살짝 기괴해 보이기도 했다. 도화는 이 공간이 불편하기도 하고, 솔직히 어떤 딜도를 사는지는 관심도 없었다.
도화는 대충 아무거나 집어서 계산을 했다. 도화는 계산을 하는 내내 점원의 시선을 마주칠 수도 없었다. 괜히 그 점원이 뒤로 즐기는 이상한 변태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였다.
도화가 비장한 표정으로 새 딜도를 들고 도명의 화원 앞에서 웃는 연습을 했다.
웃을 기분이 아닌데 웃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아니, 일단 사과를 해야 하니까, 웃는 얼굴로 시작하는 것보다는 반성하는 얼굴이어야 하나.
도화는 굳은 표정으로 도명이 일을 하고 있는 화원 안으로 들어왔다. 도명은 화원에 필요한 물건들을 주문 중이었다. 도명의 시선은 노트북에 향해 있었지만 분명 가게 안으로 도화가 들어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도명은 집중하고 있는 일이 거의 마무리 되어 간다는 듯이 도화를 향해 손짓했다.
도명이 주문한 물건들을 다시 체크한 후 어딘가 해탈한 표정으로 도화 앞에 앉았다. 도화는 일단 도명이 그렇게까지 화가 난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 저, 도명 씨. 저 오면서 어제, 못 샀던 거 샀어요. 도명 씨 말이 다 옳고.”
도화는 오면서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미리 생각해 뒀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도명의 얼굴을 보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도화는 일단 성인용품점에서 사 온 딜도를 꺼냈다.
그리고 두서없이 왜 이 딜도가 좋은지 설명했다. 아무 생각 없이 집은 딜도의 장점에 대해서 늘어놓자니 자신이 이상한 세일즈맨이 된 기분이었다.
사형선고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아무 말 없이 도화의 말만 가만히 듣고 있던 도명이 입술을 뗐다.
“도화 씨. 정말 이게 마음에 들어요?”
간단하다면 간단한 질문이었다. 그냥 ‘네!’라고 힘찬 어조로 해맑게 답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도화는 도명의 말에 왈칵 눈물이 나왔다.
도화 본인도 자신의 뺨 위에 흐르는 게 ‘어라, 이거 눈물인가?’ 싶을 정도로 갑자기 둑이 터지듯 감정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감정이 너무 쏟아져 내린 나머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을 정도였다. 도화가 자신의 뺨 위에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슥슥 닦았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눈물은 끊임없이 쏟아져 내렸다.
“아, 그러니까. 이건.”
도화는 도명에게 어서 해명을 해야 하는데,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도명이 손수건을 꺼내서 도화의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닦았다.
“마음이 납득하지 않았는데 억지로 사과하니까 그렇죠. 억울해서 그런 거예요.”
도명이 도화 대신 그의 눈물에 대해서 설명했다.
“도화 씨 위해서, 간만에 좋은 스테이크용 등심을 샀어요. 그때 잘 마셨던 와인도 샀고요. 저한테 하고 싶은 말, 정리해서 와요.”
“도명 씨한테 하고 싶은 말 정리해서 온 거예요. 어제 제멋대로 굴어서 죄송했고, 전….”
“지금 무리해서 말하지 말아요. 아직 하고 싶은 말이 정리가 안 됐거나, 마음이 정리 안 됐거나 둘 중 하나겠네요. 저, 테이블을 장식할 꽃도 샀어요. 저는 생화를 화분째로 두고, 꽃이 피면 피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감상하는 것을 좋아해요. 뿌리가 꺾인 꽃은 진짜 꽃처럼 안 느껴진달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잘 다듬어진 꽃을 샀어요. 잘려나간 줄기의 단면조차 깔끔한 그런 것. 향기가 향수처럼 진하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잘라내 붙인 것 같은 것 말입니다. 인정하긴 싫지만 저녁 식사 테이블 위에 어울리더군요. 뿌리가 잘려나간 그 가짜 꽃은 테이블 위에 참 어울려요.”
“네.”
“또, 와인도 잔뜩 샀어요. 저는 상대방이 술기운에 빌려 말하는 것을 안 좋아하고 또 신뢰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게 가짜 마음은 아니니까요.”
“제가 어떤 말을 할지 알아요……?”
“제가 오만하게도 사람들 마음은 잘 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도화 씨 마음은 정말 모르겠어요. 분석이 통하지 않아요. 분석을 하다가도, 그 분석하는 것 자체에 대한 의심이 들어요. 정말 도화 씨는 어디로 튀어 오를지 모르니까.”
“어제 말했던 것처럼, 제가 너무 제멋대로인 탓이에요?”
“것도 그렇고.”
도화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도망치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망치는 도화의 뒷모습에 도명이 도화를 향해 말했다.
“도화 씨, 기다릴게요.”
“네.”
도화는 집에 누워 있자니 심난한 기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딱히 뭐가 먹고 싶은 게 아닌데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마음이 허하니 뭐든 위 안에 아무 음식이나 욱여넣고 싶은 모양이었다. 편의점에서 음료 하나를 사서 까먹고 있는데 또 문득 눈물이 나왔다.
자꾸, 오늘따라 머릿속이 그 날로 꽉 찼다. 절친한 친구에게 고백하러 올라가던 그 계단. 계단실 문을 열자 나오는 지나치게 따가운 여름날의 햇볕. 마음의 상태가 딱 그날이었다.
고백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그 날 말이다. 고백하지 말이야 할 이유는 수두룩하지만, 고백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날이 운명처럼 또다시 도화를 찾아온 것이다.
도화는 동네 편의점에 서서 다시 왈칵 눈물을 쏟았다. 도화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울고 있는 자신을 이상하게 볼까 봐 급히 시선을 돌렸다.
도화가 시선을 돌린 곳에 각종 잡지가 꽂혀 있었다. 잡지 표지 중 하나가 기차였다. 기차가 달리는 주변에는 녹음이 우거진 풍경이 낭만적으로 펼쳐져 있었다.
녹음의 끝이 마치 토끼 굴 같았다. 기차가 은밀한 토끼 굴로 향하는 장면이 그의 뇌리에 콕 박혔다.
도화는 이내, 지갑 하나만 들고 기차역에 도착해 있었다. 목적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최대한 빠른 속도로 도망만 갈 수 있으면 되니까.
그냥 가장 가까운 시간 내에 출발할 수 있고 목적지는 먼 곳을 골랐다. 도망가는 버릇을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었다.
***
도화는 달리는 기차 안에서 창밖만 쳐다보았다. 시선은 창밖 풍경을 보고 있지만 머릿속은 복잡했다. 자신이 보기에도 너무나도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지금 기차를 타고 도명과의 문제에서 도망간다고 해결되는 건 없었다. 오늘이 그나마 주말이라서 다행이지, 평일이었으면 출근을 위해서 반나절 만에 끝날 일탈이었다.
10년 만에 가는 여행이 이 모양이라니. 그래도 수시로 빠르게 바뀌는 풍경들이 도화가 아주 잠시라도 복잡한 문제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도화가 기차 안에서 육포 봉지를 뜯었다. 그리고 사이다를 주섬주섬 꺼내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도화는 다른 탑승객들을 신경 쓰며 급하게 무음으로 해 놓고 발신자를 확인해 봤다.
도명이었다. 도화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에게서 도망가는 중인데 전화를 받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도화의 시선이 애써 다시 풍경으로 향했다. 전화는 계속 도화의 무릎 위에서 진동했다. 도화는 전화를 아주 끊으려다가 말았다. 너무 대놓고 상대방의 전화를 피하는 기분이었다. 지금 행동이나 전화를 끊어 버리는 행위나 오십 보 백 보이지만.
끈질기게 울리던 도명의 전화가 끊겼다. 잠시 가벼워진 도화의 기분이 다시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하지만 기차는 목적지를 향해 끊임없이 달리고 있었다. 도화는 핸드폰 전원을 분리했다.
춘천에 도착한 도화는 일단 일요일에는 돌아와야 했으니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표를 샀다. 수많은, 가게 중 아무 데나 들어왔다. 그리고는 7천 원 정도 하는 해장국을 시켰다. 뜨거운 해장국을 파는 곳치고는 에어컨 바람이 충분치 않았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폭염에 땀이 줄줄 흘렀는데 가게 안에서도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콧등에 맺힌 땀을 닦는 도화의 시선이 전원이 나간 핸드폰을 향해 있었다. 고요한 핸드폰이 다른 의미로 무서웠다.
10년 만의 여행인데 누군가에게 쫓기는 기분이었다.
이 고요한 핸드폰을 켜 보면 약속을 어긴 도화를 향해 도명이 온갖 비난을 한 문자들이 도착해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상상을 하니 탈주 욕구가 도화의 온몸에 휩싸였다. 비난받을 만한 행동을 해놓고, 비난받기 싫어하는 꼴이라니.
도화는 도명이 만난 사람 중에서 자신이 가장 무례하고 어이없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긴 도명과 본격적으로 지내게 된 계기가 도명의 집에 무단침입한 일 아니었던가.
‘성격이 나쁜 쪽은 역시 나인가. 확실히 고백엔 성공 못 했어도 사람 질리게 하는 데는 성공했네.’
도화는 자신이 욕심만 부리지 않았어도 지금까지 도명과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익숙한 동네를 떠날 때만 해도 도명과에 관계에 불만이 가득했으면서 사람이란 참으로 간사했다.
아침저녁으로 그날 하루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상대, 같이 식사할 수 있는 상대, 같이 장을 보고 시간만 맞추면 근사한 곳에 갈 수 있는 상대, 같이 영화 볼 수 있는 상대, 그리고 성적 욕구도 풀어 주는 상대가 그였다.
‘사랑한다 말 못 할 뿐이지, 연인과 다를 바 없는 상대였는데. 사랑한다는 말을 못 한다는 게 그렇게 별건가? 그게 그렇게 별거였을까? 그거 하나 가지자고 이 모든 걸 날려 버릴 정도로?’
도화는 날씨는 더운데 마음이 너무 시렸다.
도화는 반나절 이상을 조용히 흐르는 소양강을 보다가 춘천의 한 모텔에서 하룻밤을 자고 왔다.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 도화는 도망갈 때보다 더 깊은 압박감을 느꼈다.
이제 자신이 충동적으로 벌인 일의 후폭풍을 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것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자신이 벌인 일이니 남 탓을 할 수도 없었다. 도명이 있는 서울을 떠날 때와는 달리, 빠르게 달리는 기차가 야속했다.
도화는 기차 안에서 그동안 그가 했던 도망들에 대해서 곱씹었다. 이번에 기차에 탄 것은 도화의 인생에서 세 번째 도망이었다. 첫 번째는 그가 다니던 학교에서 도망쳤고 두 번째는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커지면서 뭐라고 말도 못 하고 집을 나왔다.
도화는 그동안 했던 도망들에 대해서 후회했다. 첫 번째는 도망은 어리고 놀라서 그랬다고 치고 두 번째 도망은 적어도 부모님에게서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 표현이라도 하고, 그렇게 부모님과 적극적으로 싸워 보고 도망칠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아니,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첫 번째도 도망치더라도 차라리 친구들한테 동성애자라고 비난받아 보고, 더 이상 학교생활을 견딜 수 없을 때 전학 갈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도망 자체에 대한 후회보다 각 관계들에서 충분히 싸워 보지 못했던 후회가 컸다.
곱씹어 생각해 보니 도화는 도명의 멋진 외모에, 그의 말투, 행동에서 나오는 카리스마에 동경심을 가지게 된 게 전부는 아니었다.
도명이 정면으로 맞서 싸워 온 사건들과 관계들 간의 시간들이 주는 동경심이었다. 그래서 그의 말은 더욱더 도화에게 절대적이었다.
그래서 그의 발밑 아래에서 발가벗고 그의 발등을 핥을 수 있었다. 자신이 절대 통과해 오지 못했을 시간을 건너 온 사람에게는 그 정도 존경심을 표할 수 있었다. 도화는 지금까지 도명이 걸어온 인생의 자락에 입을 맞춘 것이다.
이제 곧 어쩔 수 없이 그를 만나야 함이 두려우면서도 벌써 그의 향기가 그리웠다.
이 세 번째 도망에선 조금이라도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토해내 보리라 생각했다. 아주 조금이라도 말이다.
도화가 기차표를 확인했다. 도착 시각, 8시 15분짜리 표였다. 앞으로 한 시간 후면 서울의 영등포역에 도착했다. 더 이상 도화는 자신이 벌인 일의 결과를 확인하는 것을 미룰 수가 없었다. 통신사 로고가 나오고 핸드폰 화면이 켜졌다.
도명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50통이나 와 있었다. 도화는 부재중 통화 수에 소름이 오도독 돋아 있었다. 엄청난 부재중 통화 수에 비해서 도명에게서 온 문자는 딱 한 통이었다.
도명의 부재중 전화 와중에 서윤의 부재중 통화도 5통 와 있었다. 도화는 일단 비교적 전화 받기 만만한 서윤에게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었다.
“여, 여보세요?”
도화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화가 전화를 하자마자 서윤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화 씨,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죠? 괜찮아요?”
“아, 네.”
“목소리는 안 괜찮잖아요.”
“딱히 별일 있었던 건 아니에요.”
“아니면 휴대폰에 뭐 문제 있었어요?”
“아니요.”
“연락이 잘 되던 사람이 연락이 안 되는데 그게 별일이죠. 안 그래요?”
“그게…… 객관적으로 보면 별일 아닌데.”
“객관적인 것이 뭐가 중요해요. 도화 씨가 별일이라고 느끼면 그게 별일이죠.”
“그냥, 습관적으로 도망간 거예요. 나쁜 버릇인 거 아는데, 언제나 정신 차려 보면 이런 선택을 하고 있어요. 저도 한심해 죽겠는데, 항상 이런 식이에요.”
“대체 뭐로부터 도망간 건데요?”
“마음이 제멋대로 튀어나와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유명한 에일리언 영화 봤어요? 그, 숙주의 배 속을 뚫고 나오는 거 말이에요.”
“네, 봤어요.”
“제 마음이 딱 그거에요. 제 사정 같은 건 아랑곳하지 않고 멋대로 튀어나와 포악하게 군단 말이에요. 멋대로 기대하고 실망하고. 그리고 혼자 실망할 때마다 제가 자꾸 도명 씨에게 화를 내요. 도명 씨, 제멋대로 구는 거 정말 싫어하는데. 도명 씨가 그런 거 정말 싫어하는 거 알면서도 화가 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요.”
“도화 씨, 어차피 고백하기로 한 것 아닌가요? 고백을 미룬 건, 도화 씨가 아직 덜 세련돼서 그랬다고 그랬나?”
“생각해 보면 그건 단지 핑계였어요. 그런 이유로 고백을 준비하는 동안만큼은 계속 꿈꿔도 된다고 하는. 솔직히 제가 꾸며 봤자 얼마나 달라지겠어요. 도명 씨는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 직전까지도 언제나 완벽한데. 그렇게 생긴 사람이 그 정도로 관리해대는데, 제가 뭘 어떻게 따라잡겠어요. 그냥 고백할 용기는 없으면서 꿈을 꾸고 싶어 하는 비겁한 심리였다고요.”
“그래서, 도화 씨 지금 어디인데요?”
“저, 기차 안이에요.”
“또 다른 도망을 위한 기차 안이에요? 돌아오는 기차 안이에요?”
“돌아오는 기차 안이에요.”
“그렇다면 형한테 전화 줘요. 도화 씨.”
“……네.”
“대답이 왜 그렇게 자신 없어요?”
“무서우니까요. 물론 제가 벌인 일이긴 한데. 그러니까 당연히 제가 감당해야 할 일이긴 한데.”
“형이 화낼까 봐 무서워요?”
“네.”
“그래도 전화 줘요. 만약 형이 화내서 무서우면 그렇게 생각해요. 도화 씨가 너무 걱정된 나머지, 형도 너무 무서웠을 거라고. 왜 사람이 너무 무서우면 표현이 격해지잖아요. 사랑하는 마음일수록 표현이 격해지면 안 되지만, 사람은 완벽하지 않으니까, 그냥 그렇다고 생각해요.”
“네.”
“이번에는 대답 괜찮네요. 아까는 저한테는 알았다고 했지만 솔직히 못 미더웠거든요. 형이 저한테까지 전화한 건 형 입장에서는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 거예요. 도화 씨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요.”
“왜요? 도명 씨하고 서윤 씨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고 친하잖아요.”
“그런 게 있어요.”
서윤이 난감하다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뭐가요?”
“그냥 이 모든 게요.”
“제가 사람이 참 괜찮죠.”
서윤이 넉살 좋게 말했다.
“네.”
도화는 진심을 담아 답했다. 서윤과 통화하니 무겁게 내리눌렀던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 기분이었다. 그래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모양인지 도화는 한참을 핸드폰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일단 도명이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
[난 그냥 도화 씨에게 나쁜 일만 안 일어났으면 돼요. 그것만 확인시켜 줘요.]
도화는 도명이 자신을 맹비난하는 문자를 보냈다고 생각했다. 예상과는 다른 문자에 도화는 눈물이 났다. 자신이 무섭다는 이유로 이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 싶었다. 도화가 떨리는 손가락으로 전화를 걸었다.
“도화 씨?”
수화기 너머로 도명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명의 목소리는 지쳐 보였다.
“도화 씨.”
“네.”
“지금 어디예요?”
“기차 안이요.”
“……어디로 향하고 있는데요?”
“집에 가고 있어요. 출근해야 하니까.”
“기차 티켓 찍어 보내요.”
“왜요?”
“마중 나갈게요.”
“아니요. 꼭 그러실 필요는…… 너무 죄송해서요.”
“정말 너무 미안하다는 게 이유에요?”
“…….”
“나한테 이런 짓 한 게, 미안한 거예요.”
“네. 알고 있어요.”
“정말 알고 있어요? 정말 알고 있냔 말입니다.”
도명이 도화를 향해 원망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고 있어요.”
“도화 씨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미안해해야 할 겁니다. 정말 도화 씨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요. 그러니까, 제발…… 그냥 하라는 대로 기차표 찍어 보내요.”
“네.”
도화는 도명에게 자신의 기차표를 찍어 보냈다. 문자를 보내고 나니 도명에게서 다른 답장은 없었다. 도화가 겁낸 것보다 도명과의 통화는 단순하고 엄청나지는 않았다.
도화가 기차에서 내리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홀에서 넋을 놓고 있었다. 그래도 한 시간 전에 도명과 통화를 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여기서 또 도망갈 뻔했다. 도화의 전화가 울렸다. 도명이었다.
“기차에서 내렸어요?”
“네.”
“내렸으면 전화하지 뭐 하고 있어요? 또 도망갈 준비 하고 있었어요?”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면 역 맞은편 코너에 있는 카페로 와요.”
“네.”
“2층 창가 자리에 앉아 있어요.”
“네.”
“도화 씨.”
“네.”
“이번에도 네라고 답해놓고 도망가면 저 진짜 어떻게 돼요.”
“네? 왜 그런 무서운 말을 하는 거예요.”
“그게 무서우면 이번에는 도망가지 말아요.”
“네.”
도명이 말한 커피숍은 생각보다 찾기 쉬웠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도로 바로 건너편에 건물 1, 2층을 다 쓰고 있는 브랜드 커피전문점이 보였다. 도화는 긴장된 표정으로 매장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역사가 보이는 창가에 도명이 앉아 있었다.
이번에도 도망가면 어떻게 된다는 도명의 말은 마냥 과장은 아닌 모양이었다. 도화가 사라진 하루 하고도 반나절 동안 도명은 눈에 띄게 핼쑥해 있었다. 정신의 고통은 그의 온 세포에 깊이 침투해 있었다.
도화는 설마 했다. 자신이 사라진 일로 도명이 저렇게 고통스러워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도명이 예민한 편인 건 알지만 자신이 사라진 일이 그렇게 큰 사건이었을 리가.
그렇다고 한다면 솔직히 감동보다는 부담감과 두려움, 압박감이 더 컸다.
도화는 부모님에게조차도 자신이 그렇게 큰 의미라고 느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 자신이 이토록 큰 의미일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감동을 느끼기 이전에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도화 씨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미안해해야 할 겁니다. 정말 도화 씨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요.’
도화는 도명이 한 말이 생각났다. 도화가 핼쑥해진 도명을 쳐다보며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귀신같이 도명이 도화를 쳐다보았다.
“앉아요.”
도화가 자리에 앉자 도명이 도화에게 낮은 어조로 말했다. 도화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도명의 맞은편에 앉았다. 도명이 미리 시킨 커피를 도화 쪽으로 밀었다.
“뭐라도 말해 봐요. 난 정말 도화 씨 마음을 모르겠으니까.”
“…….”
“말할 생각 없으면 혼자 멋대로 떠들게요. 도화 씨는 너무 착한 사람이니까.”
“저, 착하지 않아요.”
“그래요? 어쨌든 남의 면전에다 대고 관계의 거절에 대해서 말해 본 적 없을 거예요. 저는 도화 씨가 저와의 파트너 관계를 거절하고 싶었다고 유추하고 있어요. 더 이상 제가 도화 씨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하니까.”
“저, 도명 씨!”
“말하라고 할 때, 말하지 왜 이제 와서 내 말을 잘라먹어요.”
도명의 일갈에 도화가 초조하게 손톱 끝을 뜯어댔다. 도명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래요. 저는, 이제 도화 씨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해요. 솔직히 도화 씨를 이제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계속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플레이를 하는 것을 미뤄 온 것이고요. 도화 씨는 그걸 이미 눈치챘겠죠. 이제 제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면전에다가 말은 못 하고 도망간 겁니다. 그래서 저도 나름 마음의 준비를 했어요. 마지막 식사는 우리가 처음 식사를 한 날처럼 근사하고 아름답게 끝내려고. 나름 연기 준비도 했던 것 같습니다. 도화 씨가 더 이상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고 할 때 깔끔한 표정을 지으려고요. 그런데 도화 씨가 도망가서 이 모든 걸 망쳐 버렸어요. 저는 이제 깔끔하게 끝내지 못해요.”
“저 도명 씨, 저 정말 그런 말 하려 했던 거 아니에요.”
도화의 말에 도명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도화의 말은 이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럼 왜 도망간 거예요?”
“그, 이유는 당장 말 못 해요.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요. 본의 아니게 도명 씨를 괴롭혀서 미안해요.”
도화의 뺨 위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말 못 한다면, 저는 그냥 제멋대로 생각할 수밖에 없군요.”
“저, 도명 씨, 이 와중에 정말 어이없는 부탁 하나도 돼요?”
“이 와중에 제게 부탁이라니. 정말 눈치가 없군요. 어떤 부탁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탁을 빌미로 제가 얼마나 너저분하게 굴지 도화 씨는 상상도 못 할 겁니다.”
“저, 이유는 안 묻고, 그냥 저랑 한 번만 자 주면 안 돼요? 그냥, 플레이 아닌 그냥 섹스요. 그것만 해 주면 제가 도망간 이유 말해 줄게요.”
도화는 도명에게 고백해서 차이기 전에 그와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자고 싶었다. 그동안 SM 플레이를 하면서 도명이 준 쾌락이 아무 의미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의 행방이 이렇게 된 지금 이 순간 그동안 그와 한 섹스들은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그것들은 섹스가 아니었다.
“그냥 저랑 자 주세요.”
도화가 대답 없는 도명을 향해 울면서 말했다. 도명은 눈물을 펑펑 쏟는 도화를 향해 말했다.
“네.”
“지금 집에 가서 당장이요.”
“네.”
“정말요?”
“네. 당장 집에 가서, 까짓거 자요. 아무 생각 없이 서로의 살덩어리를 감정의 온도만큼 짓이기고 물어뜯으며.”
그렇게 말하는 도명의 얼굴 근육은 거의 변화가 없었고 마음고생을 한 피부는 고색창연해 보였다. 하지만 눈빛만은 사납게 일렁이고 있었다.
“참고로 저 차 안 가지고 왔어요.”
도화가 카페 테이블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도명이 말했다. 도명은 웬만하면 차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그런 도명이 차를 안 가지고 왔다는 말에 도화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자신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 상태에서 운전하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아서요.”
“아, 네. 잘하셨어요.”
도화가 도명을 향해 어색한 말투로 말했다. 도명이 말한 운전하면 큰일 날 정도의 상태라는 게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에 미안하다고 다시 한번 말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미안하다고 말하는 순간 분위기가 다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지는 것이 겁났다.
“아, 저.”
하지만 역시 미안하다는 말을 바로바로 하는 게 좋은 걸까?
“택시를 부르죠.”
도화가 그런 고민을 하는 사이 도명이 깔끔한 말투로 말했다.
“집 앞까지 가는 버스 있어요. 배차 간격도 짧아요.”
“네, 버스 타죠.”
두 사람이 카페를 나섰다. 두 사람이 버스 정류장에 나란히 서 있는데 풍기는 분위기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두 사람이 서 있는 간격만 해도 두 사람이 지금 얼마나 어색한 사이인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아주 모르는 사이는 아니어서 적당히 간격을 두고는 서 있었다. 마치 두 사람이 체온으로 연결된 사람들처럼 두 사람 사이에 뜨거운 기류가 흘렸다. 실수로라도 닿으면 서로의 기류에 대인 것처럼 뜨거울 것 같았다.
도화의 시선이 괜히 그들이 탈 버스가 언제 오는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작 3분이 왜 이렇게 긴지 알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도명이 말한 대로 택시를 탈 걸 그랬다.
당장 이 숨 막힐 것 같은 기류도 못 참겠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집 앞까지 가는 거리가 주는 시간을 어떻게 견딜까 싶었다.
“아, 버스가 평소보다 늦게 오는 것 같네요.”
도화가 어색함을 못 참고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도명이 그런 도화를 흘낏 보며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까부터 곧 도착한다고 하고 있잖아요. 나하고의 시간이 싫어서 도망간 사람이 왜 그렇게 성급하게 굴어요? 뭐가 그렇게 급해서?”
도명이 더위로 달아오른 건지, 야한 생각을 하느라 달아오른 건지 알 수 없는 도화의 뺨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도화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도대체 이놈의 버스는 언제 오나만 생각하다가 도명의 말에 괜히 마른 침을 여러 번 삼켰다.
도명의 시선이 집요하게 도화의 얼굴 하나하나를 뜯어보고 있었다. 도화의 흔들리는 눈동자, 땀방울이 맺힌 콧날, 그리고 괜히 두툼한 아랫입술을 물어뜯고 있는 윗니. 연신 울렁여 대는 목젖.
도화 역시 노골적인 도명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도화는 노골적으로 도명의 시선을 피했다. 눈이 마주치면 이 사람 많은 곳에서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너저분하게 물고 빨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우리 키스도 해 본 적이 없네. 그냥 쪽쪽거린 적은 있어도. 온갖 변태 짓을 다 하는 와중에 그걸 안 했어?!’
강한 깨달음이 도화의 머리를 강타했다. 깨달음이 스치고 간 도화의 시선이 도명의 입술을 향했다.
강한 충동이 도화의 머릿속을 울려대고 있을 때 도명의 손이 튀어나와 도화의 손목을 강하게 쥐고 끌었다. 도화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도화의 눈앞에 도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가까이 와 있었다.
“사람 그만 달아오르게 하고 버스나 타요. 놓치겠네.”
도명이 도화를 끌어당겨 귓속말을 하고 인파 속에서 두 사람이 그냥 아는 동성 지인인 척 떨어졌다. 도명의 말에 도화가 정신을 차려 보니 그가 그렇게 기다리던 버스가 와 있었다.
도화는 자신의 카드로 두 명분을 찍었다. 항상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도명이 버스를 결제할 카드 종류를 찾는 데 애먹을 것 같았다.
사람이 많이 타는 버스가 아닌데 시간대가 있다 보니 딱 두 자리가 남아 있었다. 애매한 상황이었다. 둘 중 혼자 앉자니 그것도 이상했고, 자리가 있는 데 굳이 앉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결국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답안지는 둘이 나란히 앉는 건데 둘이 나란히 앉자니 도화의 심장이 요동쳤다. 도명은 평균 남자의 신장이었고 도화는 평균보다 덩치가 있는 편이었다. 좌석의 크기가 그렇게 넉넉하지 않으니, 분명히 둘이 앉으면 어깨와 팔뚝이 맞붙을 것이 분명했다.
“뭐합니까? 앉아요.”
“아, 네.”
도화가 긴장된 표정으로 일단 창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뒤이어 도명이 통로 쪽에 앉았다. 역시나 예상대로 도명의 팔 체온이 도화에게 느껴졌다.
도화는 도명과 몸의 일부가 찰싹 붙는 것만으로도 몸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도화는 자신만 별거 아닌 접촉에 혼자 달아올라 있나 궁금해 흘낏 도명을 보았다. 입술을 꾹 다 물은 도명의 옆모습이 보였다.
도화의 시선에 도명이 그를 흘깃 쳐다보았다. 도명과 눈이 마주친 도화가 혼자 제 발 저려서 급하게 무슨 말이든 하기 시작했다.
“택시 탈 걸 그랬나 봐요. 불편하죠?”
“네, 도화 씨가, 지나치게 뜨겁네요.”
“여름이라서요. 도명 씨도 뜨거워요. 저만 뜨거운 게 아니라. 그러니까. 여름이라서.”
“전, 그런 이유로 뜨거운 거 아닌데요.”
도명의 말에 도화가 급하게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주변은 소란스러웠고 적당한 크기로 말하는 두 사람의 말소리에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도화는 최대한 창가 쪽에 달라붙었다. 그래도 도명의 뜨거운 살을 피할 수는 없었다. 도화는 작게 설계된 버스 좌석 크기를 원망했다.
버스는 약 20분 동안 달렸다. 그리고 두 사람이 버스에서 내렸을 때, 익숙한 골목이 보였다.
두 사람의 성적 긴장감과 흥분은 20분 내내 버스에서 붙어 앉아 있는 동안 발열되어 있었다. 그래서 차 안인데도 왠지 느리게 지나가는 풍경의 속도가 원망스러웠고, 그곳이 공공장소임이 원망스러웠었다.
도화는 막상 익숙한 골목이 보이자 그와 잘 생각에 심장이 너무 뛰었다.
“아, 저, 시간이 저녁 먹기 좋은 시간이네요. 배도 고프고.”
“도화 씨.”
도명이 도화의 이름을 부르고 뜸을 들였다. 도화가 긴장되는 마음에 손가락을 꿈틀거렸다.
“저녁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도화는 도명의 말에 당황했다. 도명만큼 도화를 먹이는 일에 집착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저녁이 중요한 게 아니라니. 어쭙잖게 꺼낸 카드가 휴짓조각이 되었다.
“아니, 그게 배, 배가 고파서. 기차에서 육포하고 사이다 먹은 게 다라서.”
도명이 횡설수설하며 손가락만 꼼지락대는 도화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잡아끌며 말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달려요. 안에 들어가자마자, 옷 같은 건 벗어 던지고.”
“네, 네?”
“하, 환장하겠네. 이제 와서 순진한 척하고.”
“아, 그게.”
“뭐해요. 달려요.”
“아. 네. 네.”
두 사람이 익숙한 그들의 동네를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맞잡은 두 손이 뜨거웠다. 여유롭게 걸으면 10분 거리의 그곳을 두 사람은 3분 만에 지나갔다. 두 사람의 눈에 도명의 가게 문이 보이고 두 사람은 그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도명이 문을 쾅 소리 나게 닫으며 가게 현관문을 닫았다. 그가 타이와 정장 조끼를 가게 바닥에 벗어 던졌다. 도화 역시 도명처럼 셔츠를 벗어 던져야 하나 싶을 때 도명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지하실로.”
“아, 네. 네.”
“도화 씨, 아무 생각하지 말아요.”
“네?”
“제가 생각이라는 걸 하면 절대 못 할 짓을 하고 있는 거니까, 그런 게 자꾸 뜸 들이면 오늘 못 잡니다. 그걸 원해요? 그렇게 졸라 놓고 순진한 척하지 말란 말입니다.”
도명답지 않은 빠르고 격한 어조였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 도명이 도화를 밀어붙였다. 그리고는 사납게 말했다.
“일이 중단되는 걸 원해요?”
“아니요. 절대로요. 절대. 절대.”
“그럼, 뭐해요. 달려들지 않고.”
“아, 네. 네.”
도명의 재촉에 도화가 급하게 대답했다. 도화는 아까부터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하고 싶은 걸 했다. 도화는 도명의 얼굴을 두 손 안에 가두고 자신의 얼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입술을 벌리고 도명의 입술을 잡아먹었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키스였다.
도명은 일단 도화가 마구잡이로 입술을 끌어당기기만 하는 대로 가만히 두었다. 그러다가 도화의 바지춤 안에 손을 불쑥 집어넣고 그의 귀두 끝을 세게 움켜쥐었다.
“하악.”
놀란 도화가 입술의 움직임을 멈추었지만 이내 다시 도명의 입술을 빨았다. 도명이 도화의 귀여운 키스를 더 이상 못 참겠는지 그의 어깨를 밀었다.
도화의 날갯죽지가 차갑고 딱딱한 벽에 닿았다. 도명의 손이 불쑥 튀어 나와서 도화의 볼을 세게 움켜쥐었다. 그러자 도화의 입술 사이가 열리고 도명이 그 안에 혀를 밀어 넣었다. 도명의 혀가 도화의 혀를 잡아당기며 어지럽게 얽었다.
도화는 페니스가 잡히고 입안까지 자극받자 점점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가 주는 쾌락에 다리에 힘을 주기가 어려웠다. 그러면서도 도명이 애무를 놓치지 않고자 허벅지에 힘을 바짝 주었다. 그의 엉덩이가 아슬아슬한 각도로 바닥에 닿지 않았다.
도화는 처음에는 헤매다가 점점 도명의 혀 움직임에 맞춰가기 시작했다. 도화는 자신이 원하는 열망대로 그의 아랫입술을 물고 늘어졌다. 도화의 이 사이에 도명의 붉은 아랫입술이 짓이기고 늘어났다.
“하아… 하아… 도명 씨.”
도화가 뜨거운 입김을 내뱉으며 도명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도명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도명의 사타구니에 도화의 뜨거움 입김이 퍼졌다. 도화의 손이 도명의 벨트를 풀었다. 벨트가 풀리는 소리에 두 사람 다 흥분감이 고조되었다.
“하아. 바로 코앞이 문이에요.”
도명이 도화의 목덜미를 문질거리며 속삭였다.
“아니면, 지저분한 곳에서 박히는 게 좋으면 여기도 나쁘지 않고요.”
“하아. 하아. 침대로 가요.”
도명의 지하실 문이 열리고 두 남자가 다시 현관 앞에서 뒹굴었다. 도명의 손은 도화의 엉덩이골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고 도화의 얼굴은 도명의 다리 사이에 박혀 있었다. 도화가 도명의 브리프를 물고 늘어졌다.
도명은 SM 때 버릇이 묻어 나와 반쯤 모습을 드러낸 도화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후려치고 있었다. 도명이 엉덩이를 후려칠 때마다 도화의 엉덩이가 흔들거렸다. 도명의 다리 사이에서 도화가 앓아대는 소리를 냈다.
“흐악, 흐악.”
도명이 도화의 타액으로 젖은 브리프 사이에서 페니스를 꺼냈다. 잔뜩 흥분한 페니스 끝에서는 미끄럽고 투명한 액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도화는 기둥을 타고 흐르는 그 타액을 혀로 쓸어 담아 삼켰다.
도명이 도화의 까슬까슬한 혀 놀림에 등줄기를 부르르 떨었다. 페니스를 물고 빠는 데 기술이 화려하지는 않아도 도명은 그의 몸짓 하나하나에 제대로 타오르고 느끼고 있었다.
“저, 잘하면, 정말 넣어 줄 거예요?”
“못 해도 넣을 겁니다. 도화 씨가 지금 마음이 바뀌어서 도망가도 붙잡아서 넣을 거고요.”
도명의 말에 도화가 안심한 듯 도명의 페니스를 물고 빨며 만족시키는 데 집중했다. 잔걱정이 없어지니 도명의 것을 빠는 도화의 입놀림에 망설임이 없었다.
입술 끝에 힘을 있는 대로 주면 도명의 페니스 기둥이 도화의 입술 모양 그대로 눌리면서 우뚝 섰다.
사실 도명의 페니스를 흥분시키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도화가 도명의 바지 버클을 푸는 순간부터, 아니 그 전부터 그의 페니스는 발기하고 있었으니까.
“하아. 내가 기준이 낮아진 건지, 도화 씨가 는 건지.”
도명이 자신의 페니스 끝 선단을 쪽쪽 빠는 도화의 목을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속삭였다. 도명은 흥분을 참을 수 없는지 도화의 목덜미에 활주로 같이 생긴 다섯 개의 손톱자국을 남겼다.
도화는 목 뒤가 시큰거리는지도 모른 채 목구멍 끝까지 도명의 페니스로 입안을 가득 채웠다.
입안 깊숙한 곳까지 도명의 페니스가 가득 차서 호흡도 힘들고, 구역질도 올라왔지만 이번이 아니면 맛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그의 페니스를 최대한 양껏 느끼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의 모든 것이 달게 느껴졌다.
“하아. 하아…….”
도명이 흥분된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페니스를 빨기 위해 엎드린 그의 가랑이 사이로 무릎을 세웠다. 도명의 무릎뼈가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도화의 페니스를 꾹꾹 눌러댔다.
도명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열심히 펠라를 하고 있는 도화의 어깨를 잡고 내리눌렀다.
어느새 도명의 시선이 도화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화의 입가가 타액으로 번들거렸다. 도명이 도화의 바지를 완전히 내려 혼자 발딱 서 있는 도화의 페니스를 물었다.
도화의 얼굴 앞에는 도명의 페니스가 보였다. 두 남자는 서로 상대방의 페니스를 동시에 물고 빨았다. 누가 상대방을 더욱 흥분시키는지 경쟁하듯 두 남자의 페니스가 서로의 타액으로 번들거렸다.
“하아… 앗. 앗.”
“하아. 하아… 도화 씨.”
도화가 사정을 하려는 듯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이 파들파들 떨었다. 도명은 재미없게 벌써 사정을 한다는 듯이 도화의 귀두를 최대한 힘주어 물었다. 도화는 마치 사정방지 링을 끼운 것처럼 안타까운 느낌과 기분 좋은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도명은 성급하게 굴면 아프게 해서 응징한다는 듯이 도화의 귀두를 어금니 사이에 넣고 살짝, 깨물었다. 강렬한 자극에 도화는 도명의 페니스를 애무 중이라는 것도 잊고 바들바들 떨어대며 울었다.
도명은 자기 것은 안 빨고 뭐 하냐는 듯이 하반신을 흔들었다. 도화는 그의 몸짓 언어에 울먹울먹하면서도 도명의 페니스를 입안에 구겨 넣었다. 도명이 도화의 긴장감으로 단단해진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댔다.
긴장감으로 단단해진 그의 허벅지가 물기 좋아 보여 도명은 집요하게 괴롭히듯 허벅지를 한 움큼 물다가 달래 주듯 혀로 원을 그렸다.
“앗. 앗. 도명 씨 그러면.”
결국 도화가 흥분을 못 참고 사정을 해 버렸다. 도명은 그런 도화가 성급하다는 듯이 그의 귀두 끝을 앞니로 살짝 물었다.
그러자 귀두 구멍 사이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정액이 줄줄 새어 나왔다. 도명이 혀끝을 세워 귀두 끝에 맺힌 정액을 핥았다.
그리고는 도화의 얼굴 쪽으로 몸을 돌린 후 자신의 단단해진 페니스를 흔들며 도화의 얼굴 위에 정액을 흩뿌렸다.
“하아, 도화 씨, 눈 뜨지 마요. 지금 눈 뜨면 따가울 테니까.”
도화의 감긴 눈두덩이 골짜기 사이에 도명의 정액이 고였다. 도명은 눈을 감은 도화의 얼굴에 진한 키스를 했다. 도명의 미끄럽고 예리한 혀가 도화의 입안을 유영했다.
도화는 눈을 질끈 감은 상태에서도 키스의 기분을 연장시키고자 혀를 내밀고 도명의 입술을 찾았다. 그러자 도명이 일부러 줄 듯 안 줄듯, 입술을 쪽 부딪치다가 멀어지고, 다시 진하게 그의 입안을 진창으로 만들어 놨다.
“아, 침대에서 하기로 했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 사람은 옆에 신발들이 너저분하게 뒹굴고 있는 현관 앞에서 물고 빨고 있었다. 지저분해지기 쉬운 현관도 질서 정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도명의 집 앞이 폭탄을 맞은 듯 정신없었다.
두 사람이 레슬링을 하듯이 서로 밀고 부딪친 탓에 신발장 안의 신발도 도명이 정해놓은 가상의 라인 밖을 빠져나와 삐뚤빼뚤해졌을 게 분명했다.
도명이 도화의 눈에 고인 자신의 정액을 엄지손가락으로 훔치고 있을 때 도화가 손을 더듬어 그의 셔츠를 움켜쥐었다.
“하아, 왜요. 만지고 싶어요?”
도화가 흥분의 여운에 숨을 헐떡이면서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씨발. 마음대로 해요. 마음대로 하라고 했잖아요.”
“정말 마음대로요? 저 착하게 굴지 않아도 돼요?”
“어차피 도화 씨는 어제부터 저한테 아주 개새끼였어요.”
도명의 말에 도화의 손가락 끝이 도명의 셔츠 깃을 더듬다가 손끝에 힘을 주었다.
도화의 손가락이 도명의 셔츠 깃 양옆을 세게 부여잡고 옆으로 힘주어 벌렸다. 도명이 정성 들여 관리했을 그의 하얀 셔츠가 억지로 양옆으로 벌어지면서 단추가 떨어져 나갔다.
도명은 자신이 아끼는 물건이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 어이없다는 웃음을 지었다. 도명은 남이 자신의 물건을 망가뜨리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오랫동안 반복해 와서 만들어진 반사적인 불쾌감과 함께 묘한 흥분감이 그의 온몸을 부르르 떨리게 만들었다.
“하아, 이 개새끼가.”
도화는 도명이 욕하는 소리에 겁을 먹으면서도 손끝은 도명의 가슴팍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리고는 미워하지 말라는 듯이 도명의 목덜미에 매달려서 그의 목에 입을 연달아 맞추었다. 도명이 도화의 셔츠 역시 거칠게 벗겨서 구석에 처박았다.
도화는 종아리에 매달린 바지와 브리프 빼고는 나체였다. 도명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명이 종아리에 매달린 바지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는 완벽히 나체가 된 모습으로 도화를 내려다보며 그의 허벅지를 발로 쓰다듬었다.
“뭐해요. 넝마가 되도록 박히려면 침대에 올라가야죠.”
거친 도명의 말에 도화는 ‘저기 저, 우리 SM 말고 그냥 섹스하기로 한 거 아닌가요?’라고 하려다가 말았다. 사실 거칠게 당해도 도명과 뒤엉킬 수 있다면 상관없었으니까.
도화가 후들거리는 다리로 도명의 침대로 갔다. 도화가 침대에 올라가려고 한쪽 다리를 올리려는 순간 뒤에서 도명이 짐승이 무방비한 사람을 덮쳐오듯 도화의 뒷덜미를 잡고 엉덩이에 잔뜩 흥분한 페니스를 문질러 댔다.
“하아, 뒷모습 엄청 야하네.”
“아, 저.”
‘아 저 아직 침대에 다 안 올라갔는데.’
도화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어느새 그의 얼굴이 침대 시트에 맞닿아 있었다. 기역 자 모양으로 침대에 걸쳐진 도화의 엉덩이골을 도명의 페니스가 꾹꾹 찔러댔다.
풀어 주는 것도 없이 금방이라도 꿰뚫릴 것 느낌에 도화는 눈을 질끈 감고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온몸이 달달 떨리는데 저항하기는 싫었다. 단단하고 큰 도명의 페니스가 무섭다는 느낌과 함께 흥분감에 턱이 달달 떨려왔다.
“뚫리고 싶은 거 맞아요? 뭐가 이렇게 뻑뻑해요?”
도명이 페니스를 3분의 1 정도를 창처럼 쿡 찔렀다 빠르게 빼면서 말했다. 그러고서 엉덩이에 힘을 빼라는 듯이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툭툭 때렸다.
“그, 그러면 푸, 풀어 주시면…….”
“우리가 그럴 여유가 있어요?”
도명은 여전히 도화를 고문하듯 페니스의 선단만 찌르듯이 넣고 빼면서 중얼거렸다.
“네, 네? 시, 시간이 그렇게 늦었.”
“마음의 여유 말입니다.”
도명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도화의 구멍 안에 러브 젤을 치약 짜듯이 잔뜩 밀어 넣으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미끄러운 러브젤에 둘러싸인 도명의 손가락이 도화의 안에서 원을 크게 그렸다.
“하앗.”
“손가락만으로 그럴 소리 낼 사람이 페니스를 박아 달라고 그렇게 고집부리기는.”
도명은 더 이상 손가락으로 장난질하는 것을 못 참겠다는 듯이 도화의 허리를 두 손으로 잡고 자리를 고정시켰다. 그리고는 페니스를 활시위에 화살을 장전하듯 구멍에 맞춰 끼웠다.
“고통은 고통으로 상쇄시키는 겁니다.”
“네? 네?”
도명은 도화의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흡혈귀가 피를 빨기 전 준비를 하듯 도화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아 저, 도명 씨, 저, 아직 준비가.”
“그 전에 제가 이 구멍을 길들인 걸로도 다치지 않습니다.”
“아, 아닌 것 같은데요.”
도명의 귀두와 맞닿은 구멍의 근육이 단단하게 수축하고 있었다. 이대로 도명이 허리에 힘을 주고 밀어 넣으면 정말 악 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로 아플 것 같았다.
“도, 도명 씨, 정말 확신하세요?”
“아마도요?”
도명의 눈이 오직 자신이 물어뜯을 도화의 목덜미를 맛있는 음식 쳐다보듯 하며 대충 말했다.
“네? 아마도요?! 자, 잠깐만요. 도명 씨! 하악!”
순식간에 도명의 페니스가 도화의 안쪽에 파고들었다. 뿌리 끝까지는 아니더라도 3분의 2가량이 순식간에 도화의 안에 가득 찼다.
도명은 페니스를 도화의 안에 집어넣음과 동시에 도화의 목덜미에 이를 박아 넣었다.
평소 도화는 목을 자극하는 것을 좋아했다. 두 지점을 동시에 자극받은 도화가 전류에 감전된 것처럼 부르르 떨었다. 말조차 안 나올 정도의 소름 돋는 고통과 쾌락이었다. 도명의 침실 하얀 시트 위로 도화의 타액이 뚝 떨어졌다.
“하아… 하아… 하아….”
지나치게 놀란 것도 잠시, 도화가 다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도명의 손가락이 다시 도화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아까 강도가 좀 셌는지 도화의 목덜미에 잇자국이 선명했다. 도명은 같은 곳을 물 수는 없어서 적당히 물기 좋은 것을 찾아 더듬었다.
“아, 도명 씨.”
“빼요?”
도명이 도화를 향해 도발하듯 말했다. 도화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젠장, 이 사람, 평범한 섹스가 뭔지 모르는 게 분명해. 아 너무 무서운데, 또 기분은 왜 이렇게 좋은 거야. 너무 기분이 좋아서 등골이 다 오싹오싹 하다고.’
“목 제대로 대요. 그렇게 몸 틀지 말고.”
“하아. 아, 도명 씨.”
‘기분이 너무 좋은 나머지 무서워서 도망가고 싶다고.’
“또 도망가고 싶어요?”
“네?”
“하여간, 생각할 틈을 주면 안 된다니까. 나도 그렇고.”
도명이 도화의 턱을 잡고 도화의 목덜미를 잘근잘근 씹었다. 도화는 오싹오싹한 기분에 손끝을 움찔움찔 떨었다. 도명이 본격적으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치고 들어오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그의 페니스가 도화의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하악. 하악. 학. 학.”
어느새 도명의 페니스 뿌리 끝까지 도화의 안에 다 들어왔다. 도명의 까슬까슬한 음모가 도화의 엉덩이골 사이에 쓸렸다. 도명이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도화가 놀라서 뒤꿈치를 들었다 내리는 것을 반복했다.
“아. 아. 도명 씨.”
도명의 허리 움직임이 점점 난잡해졌다. 그의 온몸을 잘근잘근 씹듯이 애무하는 것이 무작위였다. 그저 보기 좋고 냄새가 좋은 곳이면 일단 입안에 집어넣었다. 도화가 도명의 허리 움직임에 쫓겨 침대 위를 엉금엉금 기어 올라왔다.
그 와중에 도명은 도화의 위에 올라탄 채 허리를 밀어붙였다. 도명의 허리 움직임에 맞춰 도화의 페니스가 시계추처럼 위아래로 흔들렸다.
머릿속에 온통 하얗게 변한 와중에도 도화의 손이 도명의 손을 잡고 얽어 댔다. 그러면서 아래로는 더 이상은 싫다는 듯이 허리를 자꾸 앞으로 끌어당겼다. 도명의 입장에선 도화가 원하는 것이 뭔지 헷갈릴 정도로 손과 하체의 움직임이 달랐다.
“하아. 하아. 도화 씨.”
“으아. 도명 씨 천천히. 하아. 으아. 너무.”
“이게 조절 가능한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도화 씨 구멍이 내 페니스를 잘근잘근 씹어 대는데? 끝내주게 조이네.”
도명이 허리 움직임이 잠시 멈추나 싶어서 도화는 밀린 숨을 몰아쉬었다. 엉덩이는 물론이고 구멍 안쪽이고 얼얼하고 홧홧해서 견디기 힘들었다.
도화는 좀 살만하다고 생각했을 때 도명이 지금까지 그의 움직임 중 가장 크고 세게 페니스를 박아 넣었다.
“하악!”
도화의 입술에서 고음의 소리가 터져 나오다 마지막에는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소리를 냈다. 도명은 그런 움직임을 다섯 번 정도 반복했다. 마지막에는 도화의 안쪽이 경련하며 조여 오는 것을 즐기는지 페니스를 빼지 않은 채 엉덩이로 원을 그렸다.
도화의 엉덩이 살이 도명의 가랑이 사이에 착 달라붙었다. 도명이 상체를 살짝 올리자 눌어붙었던 것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도명이 이번에는 짧고 빠르게 페니스를 도화의 엉덩이 박아 넣었다.
“앗. 앗. 앗. 앗. 앗. 흐앗. 앗.”
“박히니까 좋아요?”
도명이 도화의 척추에 입술을 맞추면서 속삭였다. 그러면서도 집요하게 도화의 엉덩이 안에 페니스를 담그고 있었다.
“왜요? 막상 당하니까 싫어요? 괜히 했다 싶죠?”
“하아. 하아. 후회하지 않아요.”
“하아. 왜요?”
“몰라요.”
도화가 부끄럽다는 듯이 엎드린 채로 포개진 팔 사이에 얼굴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도명은 그런 도화가 귀엽기도 하고, 동시에 조금 더 괴롭혀도 같은 답이 나올까? 하는 마음에 다시 허리를 거칠게 움직였다.
“흐앗. 앗. 앗. 왜 자꾸 괴롭혀요.”
도화가 다리를 어지럽게 얽으며 앓아대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명의 도화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도화의 안을 흥분한 페니스로 휘저어 댈 뿐이었다.
“도명 씨, 왜 이렇게 흥분했어요?”
도화는 이렇게 말하는 순간 흥분한 도명의 얼굴이 너무 보고 싶었다. 그동안 흥분한 도명의 얼굴이야 많이 봤지만 언제나 정제된 모습만 보았다.
한마디로 우아하게 흥분된 모습만 본 것이다.
이렇게 인정사정없이 페니스를 박아대는 도명의 얼굴은 그동안과 다를 것 같았다. 도화가 도명이 잠시 페니스를 빼고 있을 때 후들거리는 몸을 도명에게로 돌렸다. 도명과 도화의 눈이 마주쳤다.
“아, 아니 그저 흥분한 도명 씨 얼굴 보고 싶어서.”
도화의 손가락이 도명의 뺨을 감쌌다. 도명의 얼굴을 감싸자 도화의 손바닥이 열기로 가득하고 축축했다. 도명의 얼굴은 다른 의미로 섹시했다. 잘생기고 언제나 번지르르하던 그의 얼굴은 어딘가 앙상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눈빛은 자신의 몸을 연료로 쓰는 사람처럼 심하게 일렁거렸고 지나치게 날카로운 느낌이었다.
도화는 히스테릭과 열정 과다의 끝을 보여 주는 것 같은 그의 얼굴이 좋았다. 결코 건강해 보이는 얼굴은 아니지만 그래서 좋았다. 그게 너무 좋아서 견딜 수 없다는 게 너무 이상했다.
“저 사실은 너무너무 못된 사람이었나 봐요.”
“왜요?”
“마조히스트가 아니라 사디스트였나 봐.”
도화가 멍한 얼굴로 도명의 얼굴을 손끝으로 매만지며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를 해요.”
“당신의 이 얼굴이 너무 좋아요.”
도화가 도명의 허리에 다리를 감아 오며 속삭이듯 말했다.
“하여간 무슨 소리인지. 잘생겼다는 소리면 이제 더 이상 의미 없으니까 말고요.”
“도명 씨는 언제나 잘생겼지만 그 소리는 아니에요. 외모로만 치면 지금까지 중에 최고로 엉망진창이에요.”
도화가 도명의 허리를 감싼 다리에 힘을 바짝 주었다. 마치 커다란 뱀이 먹잇감의 몸통을 조여 오는 것 같았다. 그의 구멍에는 여전히 도명의 페니스가 박혀 있었다.
“하? 뭐라고요?”
엉망진창이라는 도화의 표현에 도명이 예민하게 굴었다.
“네. 엉망진창.”
도화가 도명의 흘러내린 머리를 뒤로 넘겨 주며, 말했다.
‘나, 지금 그게 너무 좋아요.’
도화가 목을 뒤로 젖히며 눈물을 한줄기 흘렸다. 그리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도명은 도화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그게 뭐가 중요하냐는 듯 그의 뒷구멍에 페니스를 박아 넣는 것에 열중했다.
도명이 도화의 안에 사정을 하려는지 그의 입술을 물어뜯으며 엉덩이와 허벅지에 힘을 잔뜩 주었다.
“하아. 하아.”
“하아 안에다 쌀 거예요.”
허락인지 통보인지 알 수 없는 톤으로 도명이 말했다. 그 전의 도명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무책임한 일을 하고 있었다. 노 콘돔에다가 안에다 싸기까지 하다니.
싫다고 질색해야 할 도화는 눈을 감고 자신의 몸 안을 가득 채운 그의 페니스를 느끼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듯했다. 딱히 도화에게 옮길 성병 같은 건 없지만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도명이 잠시 고민하고 있는 사이 도명의 사정에 긴장하고 있는 도화가 그렇지 않아도 빡빡한 뒷구멍을 잔뜩 조여 왔다. 잔뜩 팽창해 있던 도명의 페니스가 조여 오면서 도화의 안에 정액을 터뜨리고 말았다.
“읏.”
“으앗!”
도화가 놀라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의 몸 안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것 같은 느낌이 오묘하고 뜨거웠다. 도화는 너무나도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딸꾹질을 하며 도명을 쳐다보았다.
이런 것을 해 본 적이 없는 도명 역시, 순간 당황했는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당황한 두 사람의 얼굴에 열이 몰렸다. 한 번의 대대적인 정사가 끝났는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자 다시 배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욕정으로 온몸이 달달해졌다.
두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서로를 향해 끌어당겨 입술을 쪽 소리 부딪쳤다.
도명이 페니스를 빼내자 그의 페니스에 끈적거리는 정액이 달라붙으며 빠져나왔다. 새빨간 구멍 안에 가득 찬 정액이 오묘한 기분이 들게 했다.
도명이 손가락으로 도화의 구멍 안을 희롱하자 도화가 다리를 바들바들 떨면서 야한 소리를 흘러댔다. 그의 안은 온갖 자극으로 범벅이 된 후로 봉숭아 씨주머니가 툭 터지듯이 건드리기만 해도 어쩔 줄 몰라 했다.
“우리 다 끝난 거예요? 그 그러면 제가 왜, 도망갔는지 도명 씨에게 말을 해야.”
도화가 여전히 쾌락에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고 도명은 그런 도화의 얼굴을 보자 참을 수가 없어서 그의 말을 막고 입술을 다시 쪽 부딪쳤다.
“아, 그러니까.”
“도화 씨는 끝났다는 기준이 제가 사정하는 겁니까?”
“아, 음, 전 모르죠. 도명 씨가 처음이니까.”
도명이 달아오른 도화의 귓바퀴를 두 손가락 사이에 집어넣고 문질거렸다.
그의 손가락 끝만으로도 도화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다리를 꼬아댔다. 도명이 꼬아진 도화의 다리 사이로 다시 발기하기 시작한 페니스를 문질거렸다. 도명의 끈적거리는 허리 짓이 관능적이었다.
“끝난 겁니까?”
“아, 아닌 것 같은데요.”
“네, 끝났다는 기준은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러면 뭔데요?”
“그냥 꼴리는 대로 하는 게 기준이에요.”
도명이 도화의 발끝부터 종아리를 차례차례 애무하며 말했다.
“저, 도명 씨, 은근히…… 상스러운 표현 잘 쓰네요.”
“그래서 깨요?”
“몰라요, 그냥 그렇다고요.”
“도화 씨는 어때요? 한 번 더 해요?”
도명의 말에 도화는 식은땀이 났다. 최근 잠자리를 한 적도 없는데 아까 도명이 너무 쑤셔 댄 덕분에 아직도 뒷구멍과. 허리가 뻐근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다리를 애무해대며 은근슬쩍 열에 달아오른 페니스를 문질러 대는 통에 다시 그의 것을 삼키고 싶다는 욕망에 턱이 달달 떨려왔다. 거기다가 오늘 그와 자는 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무리라도 하고 싶었다. 도화가 도명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도명이 더욱 진득하게 도화의 종아리 살을 입안에 넣고 빨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도화의 발목을 잡고 확 벌렸다. 그리고 이내 삽입을 하려는 듯 허리를 바르작거렸다. 그때 도화의 배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뜨겁게 타올랐던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도화는 차마 도명의 표정을 보지는 못하고 눈을 질끈 감고 아랫입술만 잘근잘근 씹었다.
‘아, 도망갈까.’
“아까 배고프다는 말이 핑계는 아니었네요.”
“죄송합니다…….”
눈을 질끈 감은 도화의 뺨 옆으로 도명의 뺨이 느껴졌다.
“내가 여러모로 너무 혹사시키네.”
“아, 아니요.”
“도화 씨.”
“네.”
“그래도 전 한 번 더 해야겠어요.”
“네. 저, 정말 그렇게 배고프지 않아요. 전, 한 번 더 하는 게.”
“그래도 도화 씨를 굶길 수는 없으니까.”
도명이 그렇게 말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도화는 눈치 없는 자신의 배를 노려보았다.
‘매일 먹는 저녁밥 오늘 하루 안 먹는다고 사람이 큰일 나는 거 아닌데! 난 당신과 한 번이라도 더 하는 게 더 좋은데.’
도화의 몸 열기는 아직도 흥분을 가라앉기는 멀었다는 듯이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도명의 발길은 이미 주방 쪽으로 향해 있었다.
‘아냐! 밥이 중요한 게 아니야!’
도화는 다리 사이에 얼굴을 집어넣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손이 머리를 연신 쓸어 넘겼다.
‘아니 그나저나, 알몸으로 밥하러 가는 거야? 그것도 발기한 상태에서?! 그건 대체 뭐 하는 퍼포먼스야. 아 젠장, 그런데 궁금하다.’
도화가 도명을 구경하기 위해서 고개를 들었다. 그때 어느새 돌아온 도명이 입술로 초코바를 뜯고 있었다. 도명이 다 깐 초코바를 도화를 향해 내밀었다.
“먹어요. 밥같이 든든한 느낌은 없어도 어쨌든 열량은 꽤 높으니까.”
“아, 네.”
도화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초코바를 받아 들었다. 도명이 침대 위에다가 초코 바 외에도 낱개 포장된 여러 초콜릿들을 놓았다. 그리고는 입안에 집어넣었다.
도화가 초코바를 한 입 베어 물고 입안에서 오물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그의 등이 다시 침대 시트에 닿았다. 도명이 도화의 두 발목을 잡고 내린 후 삽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앗, 도명 씨.”
“좀 봐 줘요. 그리고 제가 뭘 하든 신경 쓰지 말고 먹어요.”
‘아니 잠깐, 그게 될 리가.’
“하읏!”
도화의 안쪽이 다시 도명의 페니스로 꽉 찼다. 아까보다는 안쪽이 많이 풀어져서 사지가 달달 떨릴 정도로 충격이 크거나 아프지 않았다. 도명은 다시 그의 안에 발기한 페니스를 집어넣고 기분이 좋은지 미간을 찌푸렸다.
“하아. 기껏 챙겨 줬는데 안 먹고 뭐 해요?”
“아, 그게, 흣하.”
도명이 치고 들어오며 주는 자극에 도화의 손이 달달 떨리면서 초콜릿 바가 도화의 가슴팍에 떨어졌다. 이미 높은 온도로 달아오른 몸인지라 초콜릿 표면이 녹으면서 도화의 몸에 달라붙었다.
도명이 삽입 한 채로 입으로 흘러내린 초콜릿 바를 물었다. 그리고 앓아대는 소리를 하는 도화의 입에다가 초콜릿 바를 물려 주었다.
그들의 입술에서 초콜릿이 녹아들었다. 초콜릿 안쪽에는 캐러멜과 견과류가 섞여 들어가 있어서 깨물면 무거운 단맛과 함께, 고소한 맛이 퍼졌다. 두 사람이 하나의 초콜릿 바를 야금야금 씹어 먹었다.
어느덧 두 사람 사이에 남은 건 초콜릿으로 포장된 달콤한 입술과 입안뿐이었다. 두 남자는 아래로도 연결되고 위로도 연결된 채 뜨거운 체온을 공유하고 있었다.
“하아. 읏 하. 앗.”
“하아. 하아 도화 씨.”
도명이 낱개 포장된 초콜릿 하나를 더 뜯어서 도화의 입안에 집어넣었다.
“하아. 하아. 계속 박아 넣을 테니까 칼로리 좀 계속 집어넣어요.”
도명이 허리를 다시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화의 발이 도명의 허벅지 위에 얹어진 채 달달 떨렸다.
“읏, 아 너무, 세요.”
도화는 이 와중에 힘을 더 쓰고 있는 건 도명 같아서 숨을 헐떡이면서도 침대 위에 다른 초콜릿을 찾아 시트 위를 더듬었다. 두 사람의 거친 움직임에 한군데 얌전하게 모여 있던 초콜릿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그들의 몸 밑에 깔려 있기도 했다.
쾌락에 들뜬 가운데 몸을 틀어가며 초콜릿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도화는 겨우 자신의 등 밑에 깔려 있는 초콜릿 하나를 찾아 포장을 뜯었다. 포장을 뜯자마자 뜨거운 체온에 녹은 초콜릿이 포장지에 달라붙었다. 도화는 물러진 초콜릿을 도명의 입안에 밀어 넣었다.
도화의 손가락에 도명의 습한 입김에 퍼졌다. 도명은 초콜릿을 먹고 있는 건지 도화의 손가락을 먹고 있는 건지 모를 정도로 도화의 손가락을 쪽쪽 빨아댔다.
“흐앗! 앗. 아. 도명 씨.”
도명이 초콜릿을 하나 더 뜯어 도화의 젖꼭지에 세게 문댔다. 초콜릿 안에 있던 연유가 녹으면서 도화의 젖꼭지에 달라붙었다. 젖꼭지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압력과 끈적끈적한 느낌이 색달랐다.
“뭐해요. 먹이지 않고.”
“아, 네? 네?”
도명이 답답하다는 듯이 도화의 안에 페니스를 박아 넣고 있는 와중에 상체를 도화를 향해 깊숙이 숙였다. 그러자 도명의 페니스가 도화의 안에 더욱 깊숙이 박혔다.
“앗!”
“깊이 박히는 거 좋아하네요.”
도명이 도화의 가슴에 흘러내리고 있는 초콜릿을 핥아 먹었다. 도명의 혀끝에 초콜릿과 연유가 섞인 채 흘러내리고 있었다. 도화는 자신도 모르게 도명의 얼굴에 다가가 혀끝에 고인 것을 핥아 먹었다.
“진짜, 맛있어 죽겠네.”
도명이 최대한 도화의 안에 깊숙이 페니스를 박기 위해 도화의 엉덩이에 사타구니를 비비적대며 중얼거렸다. 안쪽 깊은 살을 도명의 페니스가 찔러대자 도화의 머릿속에 하얗게 점멸됐다.
“흐앗! 앗! 앗! 앗! 아 도명 씨.”
“하아, 쌀게요.”
“앗. 네.”
도화가 팔을 뻗어 도명의 등줄기를 안으며 말했다. 또 한 번의 사정, 도화는 강렬한 자극에 울어댔다. 두 사람은 이게 마지막 섹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 번 더 했다. 입안에 수시로 달콤한 초콜릿을 밀어 넣으면서.
***
정사가 끝난 도화의 온몸에서 달콤한 초콜릿 향이 났다. 두 사람 다 서로의 얼굴은 차마 쳐다보지 못하고 결국은 도명이 도화를 등 뒤에서 안고 있는 자세로 누워 있었다.
“이번 섹스는 만족했어요?”
“네.”
도화는 주책없게 도명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이 와중에 눈물이 펑펑 쏟아져서 자신이 정말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단순히 섹스에 감격한 사람 꼴이었다. 오늘따라 온몸이 눈치가 없다. 도명이 도화의 승모근에 묻어 있는 초콜릿을 핥았다.
“내가 더 이상 도화 씨를 만족시켜 줄 수는 없을 같은데 그 이야기를 차마 할 수 없어서 도망간 거였다면 이제, 우린 그 이야기를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진 것 아닌가요. 나는 평범한 섹스도 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그 이유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요. 이야기는 필요해요. 왜냐하면…… 도명 씨의 추측이 틀렸으니까요. 하나도 맞지 않잖아요. 단 하나도. 아, 하나는 맞네요. 도명 씨에게 어떤 걸 말할 수 없어서 도망간 것 하나요.”
도화의 말에 도명은 복잡한 표정으로 도화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얽어맸다. 도화 역시 마주 잡은 도명의 손을 꽉 잡았다.
“일단 도명 씨에게, 너무 미안해요. 도명 씨는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미안하다는 말은 제게 아무 의미 없는 말이에요.”
도명이 고통스러운 듯 도화의 등줄기에 이마를 박았다.
“도명 씨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저를 설득하고 또 경고했지만, 도명 씨에게 정말 미안하게도 제가요,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도명 씨를 사랑하게 됐어요. 욕심 없는 척하는 것도, 감정을 숨기는 것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될 정도로요. 도망간 건 제가 도명 씨에게 고백할까 봐 그랬어요.”
도화의 등 뒤에 있는 도명은 아무 말도 없었다. 침묵은 꽤 길었다. 도화는 그 침묵 앞에 절망했다. 도화는 그 침묵을 참을 수가 없어서 자신을 뒤에서 안은 도명에게서 벗어나서 그대로 집으로 올라가 버렸다.
<4권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