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이서진(2)
[으앙> 버찌 님 안녕하세요!!!]
[버찌> 안녕하세요~]
[으앙> 헤헤... 뭐하세요!?]
[버찌> 어... 글쎄요 이제 들어와서 딱히 아무것도]
[으앙> 아 그렇네요 ㅎㅎ 에구구]
[으앙> 즐겜하세용 ㅎ-ㅎ]
[버찌> 으앙 님도요]
[으앙> ><]
사실 즐겜 할 것도 없는데. 의무적으로 솔격 하기 무난한 던전들을 돌고 나니 또 할 일이 없어졌다.
나는 조금 고민하다가 김현수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버찌> 김현수]
[King> ㅇㅇ?]
[버찌> 뭐해]
[King> 길드 룸인데 ㅋㅋ 오실?]
[버찌> 아니]
딱 다섯 마디 주고받았는데 지겹다. 역시 김현수는 너무나 지루하다. 나는 괜히 친구 목록을 뒤적이다가 으앙 님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버찌> 혹시]
[버찌> 같이 베르사유 깨실래요? 혼자 하긴 좀 귀찮아서...]
조금 뒤에 으앙 님에게서 답이 왔다.
[으앙> 헉 저도 그러고 싶은데]
[으앙> 저 별명이... 짐이에요...ㅋㅋㅋ큐ㅠ]
[버찌> 왜요?]
[으앙> 스펙도 낮고 ㅎㅎ 공격을 다 맞아 줘서 ㅋㅋㅋ]
[으앙> 흐윽 ㅠ 아쉽다]
[버찌> 괜찮은데]
[으앙> 어... 그럼 다른 분 끼워서 갈까요?!]
[버찌> 잘 못 해도 괜찮아요 ㅋㅋ 어차피 혼자보다 나은데요]
[으앙> 제 마음이 안 괜찮을 것 같아요ㅠㅠ]
[으앙> 저 그럼 현지 님한테 여쭤 볼게요!!]
……현지 님? 나는 약간 움찔했다.
현지 님한테 별로 찔릴 짓 한 건 없는데……. 결국 그렇게 셋이서 베르사유를 깨러 가게 됐다.
[현지: 버찌 나 맘에 안 들죠]
[버찌: 설마요~]
[현지: 음...~ 가식 스멜...]
[버찌: 개코시네요 ㅋㅋ]
[현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앙: ㅋㅋㅋㅋㅋ 저도 오늘 미움 샀을 것 같아요 하아]
[으앙: 오늘부터 룩펙업 자제하고 스펙업 합니다...]
[현지: ㅋㅋㅋㅋㅋ 으앙쓰 돈 얼마있?]
[으앙: ㅎㅎㅎ... 모을 거예요...]
[현지: 암 ~ㅋ 티끌 모아 태산이지^^]
[으앙: ㅎㅎㅎ 맞아요 맞아요]
정말 괜찮은데. 솔직히 한 대도 안 치고 가만히 있어도 상관없었다.
[현지: 버찌상 요즘은 아예 장사 안 하삼?]
[현지: 으앙쓰 무기 좀 팔아 주삼]
[현지: 장사계의 큰손이잖음 ㅋ]
[버찌: 아 무기요??]
[으앙: 헐 아니에요;;;;; 저 그냥 혼자 작 하면서 차근차근 올려 보려구요!!]
[현지: 직작 하면 멘탈 깨질 텐데...^-^]
[으앙: 사는 건 비싸지 않아요??]
[현지: 직접 하는 것도 그닥 싸진 않을 텐데ㅋ]
[버찌: 찾아 드릴게요]
[으앙: 으어어 괜찮아요ㅠㅠㅠ 죄송스럽...]
[으앙: 제발 그러지 마세요]
[현지: ㅋㅋㅋㅋㅋ충성심 무엇]
별로 받는 걸 즐기는 타입은 아닌 모양이다. 정말 괜찮은데 말이다.
뭔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 기부 병 같은 거 있었나? 이런 거로 마음이 불편해지다니. 이상한 일이다.
[으앙> 버찌 님 안녕하세요!!!]
[으앙> 오늘도 존 하루 입니다~~~^~^*]
[버찌> 안녕하세요]
[버찌> 네 좋은 하루 되세요 ㅎㅎ]
그렇게 으앙 님과 편하게 인사하는 사이는 됐다.
사실 우기 친구면 이 사람도 계속 졸졸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처음에 소개도 마치 내 팬인 것처럼 했었으니까……. 그런데 예상외로 끌려오질 않으니 답답했다.
내가 끌어오지 않으면 늘 인사 주고받는 것으로 그날의 대화가 끝이 났다. 솔직히 나는 용건 없으면 먼저 말 잘 안 거는데…….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말이다. 늘 상대가 반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을 품고 살기 때문이었다.
[뭐하세요]
채팅을 썼다가 지웠다.
심심하니까 별일을 다 하네. 그래도 으앙 님의 등장 이후로 끝없는 권태가 좀 잠잠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이렇게 계속 신경 쓰이는 것보단 옆에 두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으앙 님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버찌> 현지 님이랑 있으세요?]
[으앙> 오오와 대박 ㅋㅋㅋ 완전 쎄심!!!ㅋㅋ]
[버찌> 네?]
[으앙> 넵????]
[으앙> 아 헐 죄송해요 귓말 잘못 갔어욬ㅋㅋ 하ㅠ]
[으앙> 아니요 현지 님 안 계세요!!]
[버찌> 아하 ㅎㅎ]
……나랑 친해지고 싶었던 거 맞지? 분명 그렇게 들은 것 같은데. 별로 그래 보이진 않는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 * *
저녁이 되자 윤정신과 우기가 함께 게임에 접속했다. 우기에게서 인사가 왔다.
[청혼> ㅎㅇ]
[버찌> 안녕]
[청혼> 뭐함? 윤정신이랑 유니콘 깨려는데 같이 고?ㅎㅎ]
[버찌> 그래]
보나 마나 윤정신에게 욕먹겠지만, 심심하던 차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셋이서, 아니, 둘과 하나로 나뉜 파티로 유니콘 던전을 깨고 잠깐 마을에 있자, 곧 현지 님이 나타났다.
[토라: 2 9역 crazy nom 등jang]
[현지: ?ㅋ]
[현지: 머야 벚사마도 있네]
[현지: 왤케 핫플 ㅋ]
[버찌: ㅎㅎ]
그냥 자리를 뜨고 일찍 잘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으앙 님이 나타났다.
[으앙: 하이!!!!!]
[청혼: 으앙 님 올만]
[으앙: 저도 반가워서 ㅎㅎㅎ]
[으앙: 왔는데 역시 인기 많은 청혼 님...]
[현지: 거짓말 ㅋ]
[현지: 나 보러 온 거 알아 ㅋ 마음 접어 으앙쓰]
[으앙: 허허...;;;^^]
[청혼: 수능은 잘 보심?]
[으앙: 하...ㅋㅋ 모르겠어요...]
[버찌: 어느 과 지망하는데요?]
[으앙: 저 연영이요!!]
[현지: 나한테는... 왜 안 물어 보지...]
[토라: ㅋㅋㅋ 현지현지... 애잔해서 눈물 흐르는 걸...^^]
[토라: 너에게도 분명 짝이 있을 거야!ㅋㅋ 파이팅!ㅋㅋㅋ]
[현지: ㅋㅋ]
[현지: 현지 한 마리... 데려가세요...~~~~~~]
[토라: 열~ㅋ 장사 좀 하는데]
[토라: 나 창업하면 스카이 댄서로 고용 가능?ㅋㅋㅋ]
[현지: 그딴 좆망 카페... 저의 노동력 투자하기엔 ㅋ 으으음~;]
[토라: 야 아직 장사 계획만 세운 건데 벌써 초 치냐;;]
[현지: 그걸 꼭 봐야 아는지?]
[버찌: ㅋㅋ 나는 커피 마셔 봤는데]
[버찌: 맛 없더라]
[버찌: 망할 것 같아]
[토라: ㅋㅋㅋㅋ뒤질래?]
[토라: 넌 진짜 다음에 보자^^]
[버찌: ㅋㅋㅋㅋㅋ]
[으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앙: 헐 저도 궁금해요 ㅋㅋ 커피]
[으앙: 근데 저는 커피를 못 마셔서 ㅠ^ㅠ 평생 못 가볼 듯한]
[토라: 노 카페인도 만들겠음 ㅎㅎ]
[버찌: 커피 못 마시세요?]
[으앙: ㅠ네 전 마시면 심장이 너무 뛰어서]
[으앙: 공부 할 때 몇 번 마셔 보려고 했는데 좀 안 맞더라고요...]
[현지: ㅋㅋㅋ 스누피 마신 거 아님?]
그렇구나. 그럼 카페 가면 주로 뭘 마시는 거지? 스무디? 에이드? 초코? 무심코 함께 카페에 가는 상상을 했다가 문득 그의 성별이 궁금해졌다.
그러고 보니 모르는구나. 여자 캐릭터라 그런가, 느낌엔 여자일 것 같았다. 뭐, 캐릭터 성별이랑 실제 성별이 같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지만, 그냥 느낌에……. 사실 나머지들이 가고 나면 둘이서 이야기를 좀 해 보고 싶었는데, 가장 먼저 사라진 게 으앙 님이라 그럴 수가 없었다.
정말 친해지고 싶었던 거 맞아? 이쯤 되니 내 쪽에서 좀 친해져 보고 싶었다.
[버찌> 뭐하세요?]
[으앙> 아 저 길드에서 갑자기 모이라 해서]
[으앙> 갔는데 어그로였네요 후...ㅋㅋㅋ]
[버찌> 그럼 한가하시겠네요]
[으앙> 넵!! 무슨 할 말 있으세요????]
[버찌> 그냥 뭐]
[버찌> 친해지자 했는데 서로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버찌> 이야기나 할까 했는데]
[으앙> 아아...! 네네네 ㅋㅋㅋㅋ 좋아요 좋아요^.^]
내가 지금 뭐 하는 건지.
갑자기 허탈함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필드 위에 으앙 님의 캐릭터가 나타나자, 그런 마음도 사그라들었다.
[으앙: 희희... 그러고 보니까 소개도 제대로 안 했네요ㅋㅋㅋ 뉴비 때 이야기 하느라ㅠ]
[버찌: 아 ㅎㅎ 맞아요]
[으앙: 27살 맞죠...?! 사실 저는 대충 아는데]
[버찌: 말 편하게 해도 돼요]
[으앙: 헉 괜찮은데......]
[버찌: 저도 괜찮은데]
[으앙: ㅋㅋㅋ큐ㅠㅠ그럼 먼저 편하게 하시면 저도 그럴게요]
[으앙: 저 새파랗게 어린데 존댓말 안 하셔도 돼요...8-8]
[버찌: 그럼 말 편하게 할게]
[으앙: ㅋㅋㅋ 네 형 ㅎㅎ]
[으앙: 하 근데 정말 반말은 못 하겠어요]
[으앙: 호칭만 편하게 할게요...]
나는 멍해졌다.
……형? 남자였나?
[버찌: 남자야?]
[으앙: 앗 네 ㅎㅎ... 왠지 많이들 오해하시던...]
[으앙: 처음에 게임 소개해 준 친구가 여자 캐릭터가 예쁜 아이템 많다고 여캐 하래서 했는데]
[으앙: 그래서 그런가 넷카마냐는 사람도 있고...]
[으앙: 저는 여자라고 한 적도 없는데ㅋㅋㅋ ㅠㅠ...]
[버찌: 아 ㅎㅎ 미안]
[으앙: 아 아닝요 아니욬ㅋㅋㅋㅋ 아니에요;;; 형한테 한 소리는 아니고]
[으앙: 전에 현지 님이 말씀해 주시긴 했지만 저 19살이고 남자예요!!]
[버찌: 연기 하는 거 좋아해?]
[으앙: 헉 네 ㅎㅎ 기억하시는구나]
[으앙: 근데 사실 잘하지는 못해요...]
[으앙: 대학 가서 많이 배우려고요 ㅎㅎ]
뭐, 사실 성별은 아무 의미가 없긴 한데.
나는 이후로 계속 이런저런 명목으로 그와 붙어 다니며 친밀도를 쌓아 갔다. 이름이 하성우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부탁할 게 있는 척 피시방으로 불러내기도 하고…….
그러다 우기랑 윤정신을 마주치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지만, 그날 술을 함께 마시고 그를 집에 데려다주며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청혼: 으앙 님 합격 나왔음? 어찌 됐어요?]
[으앙: 아 저 합격 했어요!!! 히히^-^v~]
[청혼: 오 대박]
[토라: 뭔 합격?]
[현지: 연영과 신입생 ㅎㅎ]
[토라: ㅇㅎ ㅋㅋㅋ]
[토라: 와 근데 연영이면]
[토라: 외모가 상당히 출중]
[청혼: ㅋㅋㅋ 스페인어과면]
[청혼: 국적이 상당히 외국]
[토라: ㅎㅎ]
[토라: 미안]
[으앙: ㅋㅋㅋㅋㅋ 저 완전 평범하게 생겼어요]
[으앙: 그냥 길 가다 흔히 만나는 그런...]
[으앙: 연극 하고 싶어요 ㅎㅎ]
[청혼: ㅋㅋㅋ 하면 저 보러 가겠음]
[청혼: 버찌 현지도 조인 ㅎㅎ]
[버찌: 떨리겠네 곧 입학이라]
[으앙: 맞아요... 합격이 늦게 나서 기쁠 만하니까 바로 오티 ㅋㅋㅋ]
[으앙: 뭐 입고 갈지 벌써부터 걱정 돼요...ㅠ-ㅠ 토라 님 말처럼 다 멋진 애들뿐이면 어떡하죠]
[버찌: ㅎㅎ 딱히 그렇지도 않을 걸...]
[버찌: 너무 벌써부터 걱정하지 마]
[버찌: 내가 보기엔 적응 잘할 것 같은데]
[으앙: 호호... 정말 그랬으면 ㅎ...ㅠ]
파릇파릇하네……. 난 입학할 때 하나도 안 떨렸던 것 같은데. 애초에 OT도 안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생각해 보니 나이가 8살이나 차이 나는구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은데……. 내가 이래도 되는 건가.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