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3/18)

2. 

나는 새삼 버찌 님의 인맥의 끝은 어디일지 궁금해졌다. 본인 말로는 만렙 확장 전에 랭킹 1위였던 사람과도 친분이 있다고 했다.

하긴, 생각해 보면 버찌 님을 아는 사람들이 인맥이 넓다고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실제로 상대방이 먼저 버찌 님한테 친추를 건 게 대부분이라고 했으니까.

내가 토라와는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묻자, 그냥 어쩌다 알게 된 사이라며 그의 유×브 콘텐츠도 도와준 적이 있다고 했다. 궁금해서 영상을 찾아보니 ‘sj’라는 이름으로 그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본캐는 아니었고 누가 봐도 장사 돌리는 부캐였다. 그가 묵히고 있는 희귀 아이템 같은 것들을 보여 주고 예의 그 교환 창 게임을 하는 것이 주 내용이었는데, 오고 가는 머니가 어마어마했다.

와, 저러면 수수료 장난 아닐 거 같은데……. 결국 토라는 버찌 님에게 상당한 돈과 한정 캐시를 빼앗겼다.

[토라: 도둑이다 도둑]

[버찌: ㅋㅋㅋㅋㅋ]

아마 그 기억 때문인지 토라는 버찌 님을 도둑이라고 불렀다. 버찌 님 직업이 마침 도적이라 묘하게 잘 어울렸다.

와, 근데 정말 토라네……. 보면서도 약간 안 믿겼다. 이런 유명한 사람이랑……. 실수하면 유×브에 박제되는 거 아니야? 신기한 경험이다.

[토라: 아 봉봉 님이 프리가 아니구나]

[청혼: 저예요]

[토라: 아 ㅇㅋㅇㅋ]

[토라: 근데 다들 나이가 어떻게 돼요?]

[토라: 버찌는 알고]

[보보: 저랑 봉봉은 22살요]

[청혼: 전 20]

[토라: 와 애기 잇다 애기]

[토라: 근데 이러면 팟 오래 못 하잖아]

[토라: 백퍼 국가의 부름 오는데ㅋㅋㅋ]

[버찌: 아 맞네...]

[버찌: 그때 가서 또 새로 구하지 뭐]

[토라: ㅇㅇㅋ 될 때까지 ㄱㄱ]

[토라: 나 근데 저번 주에 콘텐츠 때문에 다 격파해놔서]

[토라: 담 주 지나야 도전 가능해]

[버찌: ㅇㅇ]

[토라: 나는 27살이니까 그냥 다 말 놓을게ㅋㅋㅋ]

그렇게 대충 통성명을 끝내고 파티의 구성원들이 정해졌다.

하지만 기대한 것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별다를 것 없는 겜생이 이어졌다. 그나마 특별한 일을 꼽자면 토라와 꽤 친근한 사이가 됐다는 거? 처음에는 아무래도 그간 쌓아 온 이미지가 있어서 어렵게 느껴졌는데, 이야기를 거듭할수록 벽이 허물어졌다. 지금은 거의 친구처럼, 친한 형처럼 그를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우기}

{나도: 바쁘냐?}

오늘도 평소처럼 버찌 님 버프 셔틀을 하고 있는데, 길드 채팅에서 나도가 나를 찾는 것이 보였다.

{청혼: 손은 한가해}

{나도: 친소 받으실}

{나도: 너랑 친해지고 싶었대}

{청혼: ㄴㄱ?}

{나도: 으앙 님}

{청혼: 세련 님 친구 아닌가}

{나도: ㅇㅇ맞아}

{청혼: 친추 걸라 그래}

{나도: ㅇㅋ}

곧 도착한 친구 신청을 수락해 두고 리버프를 하려는데, 미니 맵으로 누군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청혼: 자리]

[토라: ㅎㅇ]

갑자기 나타난 토라가 나를 따라 밧줄에 매달렸다.

[청혼: ㅋㅋ뭐지?]

[토라: 데이트 현장 포착]

[청혼: ㄴㄴ 벞셔중]

[토라: 너도 쟤 펫들 옆에 서]

[청혼: 나는 우두머리라서 똘마니들이랑은 같이 안 서도 됨ㅋ]

[토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찌: ? 왜 왔어 ㅋㅋ]

버찌 님도 토라의 등장이 의아했는지 사냥을 하다 말고 물어보았다.

[토라: 심심해서]

[버찌: 어쩌라는 거지ㅎㅎ]

[토라: 스틸하러 왔어ㅎㅎ]

[청혼: ㅋㅋㅋㅋㅋㅋㅋ]

[버찌: 너 방송 중이지 ㅋㅋ]

나는 생각도 못했는데 버찌 님이 예리하게 물었고, 곧 토라는 폭소와 함께 그것이 사실임을 실토했다.

[토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토라: 너 나 구독했냐?]

[버찌: ㄴㄴ 티 나]

[버찌: 딴 데 가라 ㅎㅎ]

[토라: ㅈㅅ 스틸 안 할게 ㅈㅅ]

[토라: 워프 쓰고 왔는데 아]

[토라: 온 김에 청혼이 인터뷰 해야지]

토라가 몬스터가 젠 되지 않는 작은 지형 위로 이동했고, 나도 그 옆으로 갔다. 가기 전에 버찌 님 리버프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토라: 노동력 착취당하고 계신 것 같은데]

[토라: 얼마 받기로 하셨는지?]

[청혼: ㅋㅋㅋㅋㅋ경쟁자 늘면 안 됨]

[토라: 오... 용돈을 좀 많이 쥐여 주는 것 같고요...]

[토라: 혹시 저 인간이 왜 갑자기 캐릭터 키운다고 난리인지 알고 계시는지??]

[청혼: 알 리가...]

[토라: 아;; 이유 없는 발작인 것으로...]

[청혼: ㅋㅋㅋㅋㅋㅋㅋㅋ]

궁금해서 잠시 창을 내려 두었던 유×브를 켜 그의 채널에 들어가 보았는데, 정말로 실시간 방송이 켜져 있는 것이 보였다.

토라는 마침 무어라 말을 하고 있었다. 캠이 같이 나오는 방송은 처음 보았는데, 의외로 생긴 게 멀쩡해서 놀랐다. 성격이나 말투 때문에 좀 더 얄밉게 생겼을 줄 알았는데.

[사실 제가 sj 님이랑 좀 오래 봤는데, 이 청혼이라는 분은 근래에 처음 뵙는 분이거든요. 갑자기 sj가 창고 캐보다 접속 시간 적은 거 같던 버찌 캐릭터 육성하겠다고 장사도 접고 난리인데, 그러고 나서 갑자기 같이 다니는 프리가 생긴 거예요. 둘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됩니다. 제가 오늘 밝혀내 볼게요.]

토라의 생방송 채팅 창은 내 코디가 흑우 같다는 반응과 버찌 님의 데미지에 놀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sj의 등장에 대해 놀라는 반응도 조금.

나는 유×브 창을 내리고 오해가 커지기 전에 얼른 게임 채팅을 쳤다.

[청혼: ;; 나 xy 염색체...]

[토라: 아 방송 보고 있었어?ㅋㅋㅋㅋㅋㅋ]

[버찌: 청혼 님이 너 팬이었대]

[토라: ㄹㅇ?]

[청혼: 그런 적 없음]

아……. 그런 말은 대체 왜 했었을까? 나는 창피해서 시치미를 뗐다.

[토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토라: 청혼 님 시청자 분들이]

[토라: 동성애 무시하냐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아니, 이야기가 그렇게 튀네. 나부터가 이성애자는 아니라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

버찌 님을 좋아한다는 오해는 그다지 받고 싶지 않아서, 빨리 면피하려고 이성애자인 척을 했을 뿐이었다. 그 방법이 가장 쉬우니까.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닌 걸 알면서 괜히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토라가 얄미웠다. 그래서 나도 되갚아 주기로 했다. 똑같이 곤란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청혼: ㅋㅋ 시청자 분들]

[청혼: 저 사실 게이고 토라 님이랑 사귀어요]

[토라: ?????]

[토라: 뭔 개소리지?ㅋㅋㅋ]

[버찌: ㅋㅋㅋㅋㅋㅋ]

[청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혼: 형 집에 언제 와요?]

[토라: ㅋㅋㅋㅋㅋㅋ아니 ㅅㅂ]

[토라: 에이프런만 입고 있어?ㅎ]

[청혼: 와 너무 더럽다 이건]

[청혼: 버찌 님 살려주세요...]

[버찌: ㅋㅋㅋ 정신아]

[버찌: 적당히 하고 이제 좀 가...]

방송 분량 뽑는다고 더 놀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토라는 순순히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 것 같았다.

[토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킹 지금 뭐하냐]

[버찌: 부캐]

[토라: 전에 키우던 궁수?]

[버찌: ㅇㅇ]

[토라: ㅇㅋ]

[토라: ㅎㅎ자기야 같이 갈래?]

[청혼: ㅎㅎ아니요?]

[토라: 자기인 건 인정하는구나 ㅎㅎ]

[토라: 일단 나 간다 업 미리 축하 ㅋ]

토라가 다른 사람을 괴롭히러 사라지고, 나에게 남은 건 소름과 오한뿐이었다. 미쳤나 봐……. 나는 다시 심심해져서 캐릭터 코디를 바꾸며 시간을 때웠다.

그래도 버찌 님의 목표 레벨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 짓도 조만간 졸업이다! 다시 유×브나 보려는데 갑자기 귓속말이 왔다.

아, 참. 아까 친구 소개 받았었지? 마을에서 친구들과 채팅 할 때 몇 번 마주쳐서 같이 미니 게임까지 한 사람이었다.

[으앙> 안녕하세요!!]

[청혼> ㅎㅇ]

[으앙> ㅎㅎ 자주 마주치는 거 같아서 소개해달라고 했어요]

[으앙> 친하게 지내요 *^0^* 즐겜~]

[청혼> 즐겜^0^]

나는 저스티스 랭킹에 들어가 으앙을 검색해 보았다.

오, 코잘알인데……. 룩덕 소울 메이트의 냄새가 난다. 직업은 봉봉 님과 같은 법사 계열이었다. 그러고 보니 슬슬 친구 창 정리도 해야겠네. 접은 사람도 많고…….

버찌 님이랑 다녀서 그런지 최근에 부쩍 네임드 친구가 늘어난 것 같았다. 참, 앙고라 베레모 하나로 시작해서 인연이 신기하게 이어지는구나……. 나는 멍하니 버찌 님의 캐릭터 정보 창을 껐다 켰다 했다.

* * *

얼마 안 가 버찌 님의 광적인 레벨 업은 끝이 났고, 나는 자유 시간이 많아졌다. 딱히 빡세게 스펙 업을 하는 편은 아니었어서, 또 마을의 지박령이 되었다.

중간중간 필드 사냥도 하고, 던전도 돌고, 돈벌이도 좀 하고, 이벤트도 하고. 내가 한가한 걸 알아서 그런지 토라는 심심하면 나를 콘텐츠 도우미로 삼았는데, 그 때문인지 전보다 내 인지도가 조금 높아진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전보다 버찌 님을 만날 일이 줄어들었다. 이거야 원, 내 쪽에서 만나자고 하는 게 아닌 이상 귓속말 한 번 먼저 오질 않으니 조금 섭섭하기도 했다. 나는 심심할 때 종종 버찌 님의 위치를 확인하고 무작정 찾아가곤 했는데, 그는 다른 용무를 보고 있을 때가 많았다.

그날은 버찌 님이 드물게 잠수 중인 날이었다. 사람이 별로 없는 채널의 마을 의자에 앉아 잠수 중이기에, 나도 그 옆에 캐릭터를 앉혀 놓고 친창을 켜 채팅을 했다.

[청혼: 끝말잇기 할 사람]

[현지: 니]

[청혼: 할 사람]

[기망: 나부터 해도 됨?ㅋ 티타늄]

[청혼: 사람만 받는다 유사인류 x]

[기망: 지랄도 저 정도면 심현지 급]

[토라: 야 너 할 짓 없지]

[토라: 그딴 거 하지 말고 일로 와봐]

아씨, 토라 언제 들어온 거야? 또 잘못 걸렸다.

[청혼: ㄴㄴ]

[청혼: 또 나 이상하게 편집해서 올릴 거잖아]

[토라: 내가 이상하게 편집한 게 아니고... 알지?]

[토라: 조용히 와라 내가 갈까]

[토라: 321]

[토라: 글로 날아간다 ㅅㄱ]

[청혼: 아 존나 ㅋㅋㅋㅋㅋ]

[청혼: 좆같다 진심으로]

농담이 아니었는지 곧 그의 캐릭터가 맵에 등장했다. 토라는 내 옆에서 잠수 중인 버찌 님을 보고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지겹다는 투로 말했다.

[토라: 아 야 ㅋㅋㅋㅋ 버찌 고만 귀찮게 해]

[토라: 오지게 졸졸 따라 다니네 캥거루야 뭐야]

[청혼: 잠수임]

[토라: ㅉㅉ 너 귀찮아서 잠수인 척하는 거야]

[청혼: ㅡㅡ]

[청혼: 짜증나]

[토라: 어디 갔는데?]

[청혼: 몰라 올 때부터 잠수였어]

[토라: ??? 근데 왜 있지? 멍청인가...?]

[청혼: 깨면 놀려고]

[토라: ㅋㅋㅋ 이서진이 잘 놀아줘?]

[토라: 귀찮아 죽으려 할 텐데]

[청혼: 형한테만 그런 거야]

그렇게 무슨 목적으로 온 건지도 모를 토라와 티격태격하며 싸우고 있는데, 때마침 버찌 님이 잠수에서 깨어나 채팅을 치셨다.

[버찌: ??????]

[버찌: 여기서 뭐해 다들ㅋㅋㅋ?]

[토라: 야 왜 이제 오냐]

[토라: 얘가 너랑 놀려고 아까 전부터 기다렸는데ㅋㅋㅋㅋㅋㅋ]

[버찌: ㅋㅋㅋ 깜짝 놀랐네]

[버찌: 너는 왜 여기 있어]

[토라: 너랑 놀려고 ㅎㅎ]

[청혼: 자꾸 셔틀 시켜요ㅡㅡ]

나는 버찌 님에게 토라의 만행을 일러바쳤다. 토라는 어이없다는 듯 항변했다.

[토라: 내가 언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찌: 카톡 하시지]

[버찌: 언제 올 줄 알고]

[청혼: ㅠㅠ]

[토라: 와 너네 카톡도 하냐]

[토라: 진짜 사이 수상한데?]

수상하긴 개뿔이…….

[청혼: 돈 거래해서]

[버찌: 니 논리대로면 나 의자왕인데...?ㅋㅋㅋ]

[버찌: 너도 연락처 알잖아]

[청혼: 저 형 이상해요 걍;]

[토라: 청혼 얼굴 궁금하다]

[토라: 버찌 후기 좀 남겨 봐]

[청혼: 그걸 봐야 앎?]

내가 버찌 님처럼 유별나게 잘생긴 건 아니었지만, 토라와 맞붙을 정도는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별로 신경 쓰이진 않았다. 내가 비록 지금은 게임 폐인으로 살고 있지만, 현생을 살 때는 인기 좀 있었다고.

[버찌: 너가 청혼 님이랑 친해져서 직접 봐]

[토라: 우리 친한데]

[토라: 야 나도 보여쥬ㅓ]

[청혼: 나 그 배우 중에 누구지? 강동원...?ㅋ 이랑 똑같이 생겼어ㅎㅎ]

[청혼: 원빈? 원반? 그 사람이랑도 닮았다는 듯ㅋㅋ]

[버찌: ㅋㅋㅋㅋㅋㅋㅋ]

[토라: 버찌 웃는데?ㅋㅋㅋㅋ 전혀 아니래 ㅅㄱ]

[버찌: 귀엽게 생겼어]

[토라: 그거 평범하다는 뜻이라던데]

[버찌: 아니야 잘생겼는데]

[버찌: 보면 알 거야 귀엽게 생겼어]

[토라: 뭔데 궁금하게]

[토라: 현피 뜰래?]

[청혼: ㅋㅋ귀여미는 그런 거 못해]

[토라: 오... 방금 진심으로 현피 뜨고 싶어졌다]

[청혼: ㅋㅋ나 유단자인데;]

[토라: 아 ㅈㅅ;;;]

물론 구라지만. 

나는 자꾸 귀찮게 구는 토라를 쳐 내기 위해 버찌 님에게 파티 초대를 보내고, 그가 수락하자마자 던전 입장을 신청했다. 순식간에 우리의 캐릭터가 던전 입장 대기 필드로 이동되었다.

(버찌: ???)

(청혼: 시끄러워서 도피)

(버찌: ㅋㅋㅋㅋㅋㅋ너무 매정한 거 아니에요?)

(버찌: 저 귓속말로 욕 오는데)

그리고 얼마 안 가 그 지독한 인간은 이곳까지 쫓아왔다.

[토라: 아 왜 왕따 시킴 ㅡㅡ]

[버찌: 내가 한 거 아닌데 ㅋㅋ]

[청혼: 방송 안 해?]

[토라: 휴방인데 ㅋ 오늘은 편집만 할 거]

[청혼: 그럼 그거 하러 가면 안 돼?]

[토라: 그거가 뭐야 ㅎ 자기 넘 야해]

아무리 생각해도 토라는 초등학교 때 풀던 수학익힘책을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다. ‘왜 그렇게 생각했나요?’의 무한 반복을 통해 생각하는 능력을 기른 후 사회로 나오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청혼: 편집^^]

[토라: 저녁에 할 거야]

[청혼: 아 글쿠나 ㅎㅎ(제발 좀 가ㅅㅂ)]

[토라: 어차피 너네 둘이 있어도 별 거 안 하잖아 ㅋ 좀 있자 ㅅㅂ]

[버찌: ㅋㅋㅋ왜들 싸워]

[청혼: ㅠㅠ개짜증나]

[청혼: 저 갈래요]

[토라: ㅋㅋㅋㅋ그럼 따라가야지^^]

[청혼: 아니...ㅋ]

결국, 나는 체념하고 얌전히 버찌 님의 옆에 앉았다. 토라도 뻔뻔스럽게 같은 의자를 꺼내 옆에 앉기에, 나는 장비 창을 열어 코디를 버찌 님과 똑같이 맞추었다.

[청혼: ㅋㅋ]

[버찌: ㅋㅋㅋㅋㅋ 귀여워]

[청혼: ♡]

[토라: 그거 무슨 코스튬이냐 이름 말해봐]

[청혼: 잘도 알려주겠다]

[버찌: ㅋㅋㅋ]

[토라: 와 소외감 좆되네 ㅠ]

[토라: 뭐 하면 나한테도 하트 써주냐]

[청혼: 자살]

[토라: ㅅㅂ진짜 너무하다]

[토라: 나도 캐시 템 사주면 되냐? 뭔 베레모 줬다매]

[토라: 교신 받아봐]

엥? 그냥 농담이었는데. 토라가 정말로 교환 신청을 걸어서 나는 신청을 거절했다.

[청혼: 걍 장난인데]

[청혼: 안 줘도 해줌]

토라는 내 말을 무시하고 끈질기게 교환 신청을 걸었다.

아오……. 저 똥고집.

마지못해 신청을 받으니, 그가 말없이 아이템 하나를 올리고 교환을 수락했다. 아니, 이건……!

[청혼: ㅁㅊ 이걸 나한테 왜 줘]

[청혼: 갖다 팔아ㅋㅋㅋㅋㅋㅋㅋㅋ]

[토라: 창고에 많다]

[토라: 줄때 받아라 걍 맘 변하게 하지 말고]

[청혼: 감사... 압도적 감사...]

토라가 준 것은 [향긋 머리핀(옐로우)]였다. 4년 전에 캐시 상점에 팔았던 건데, 당시 판매 가격은 1,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했지만 예고 없이 판매가 조기 종료돼서 지금 사려고 하면 물량이 별로 없는 아이템이었다.

[향긋 머리핀]은 그냥 작은 꽃 장식이 달린 핀인데, 작고 심플 하지만 무난하게 아무 데나 잘 어울려서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았다. 1,000원으로 핀 박스 하나를 사면 안에서 7가지 색 중 하나가 나오는 랜덤 박스 형식이었다.

토라가 교환 창에 올린 것은 노란색이었다. 나는 교환을 수락하고 바로 머리핀을 껴 보았다.

[청혼: ㅎㅎㅎ]

[버찌: 오 오랜만에 본다]

[버찌: 나도 많이 깠었는데 ㅋㅋ]

[청혼: 영롱 그 자체ㅠ]

[청혼: 저 친구한테 자랑하고 올게요]

[토라: ㅋㅋㅋㅋㅋㅋ실컷 해라]

[토라: 이서진 저거 묵혀둔 거 없어?]

[버찌: 이거 그때 뭐 기념한다고 나온 거라]

[버찌: 재탕 안 할 걸 ㅋㅋ 그때 매입해두고]

[버찌: 작년에 갑자기 찾는 사람 많아서 물량 반 정도 팔고 반 남아있지]

[토라: 컨텐츠 때문에 ㅈㄴ깠던 거 다 팔고]

[토라: 안 팔린 거 처박아 뒀던 건데]

[토라: 전에 부캐에 박아둔 비상금 없나 돌아보다가 시청자들이 말해서 알았다]

[버찌: ㅇㅇ 쏠쏠해]

나는 당장 대화방을 만들어서 심현지에게 초대 메시지를 보냈다. 걔가 이거 빨간색 있다고 유세 부렸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

응답이 없던 심현지는 세 번째 초대를 보냈을 때에야 초대를 수락했다.

<‘현지’ 님이 대화에 참여합니다.>

[현지: 머 ㅡㅅㅡ]

[청혼: 내 머리 보ㅏ]

[현지: 미친ㅋ 샀냐]

[현지: 근데 빨강이 더 예붐 ㅎ]

[청혼: 지랄 ㄴ ㅋ]

[현지: 혹시... 출처 벚사마...?ㅋ]

[현지: 보라색 있냐고 좀 물어바... 제발]

[청혼: 없을 리가]

[청혼: 이따 물어볼게]

<정말로 ‘현지’ 님을 대화에서 퇴장시킬까요?>

<‘현지’ 님이 퇴장당하셨습니다.>

나는 대화방에서 심현지를 강퇴시킨 뒤에 창을 껐다.

내가 노란색 [향긋 머리핀]에 맞추어 룩을 갈아입자, 잠시 가만히 있던 버찌 님의 룩도 나와 같은 것으로 변했다. 머리에도 [향긋 머리핀(옐로우)]가 있었다.

[청혼: ㅋㅋㅋ 졸귀]

[토라: 이젠 내가 준 아이템으로]

[토라: 나한테 소외감 주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이니?ㅎㅎ]

[토라: 진짜 처맞아볼래 친구들아]

[청혼: 형도 껴]

[토라: 형이 그런 게 어딨니ㅋ]

[토라: 노란 거 그게 마지막이었어]

[토라: 파란색이 두 개 있었네 이걸 줬어야 됐네]

[청혼: 어차피 옷도 없잖아]

[토라: 정곡을 찌르네 윽 으윽...]

[토라: 이서진은 그렇다 치고 너는 왜 무기 강화 안 하고]

[토라: 자꾸 예쁜 아이템만 사 모으냐]

[토라: 잡동사니 수집가야?]

[청혼: 나 스펙업은 별로 관심 없어ㅋㅋ]

[토라: 와우... 니 지조ㅋ 인정한다]

[버찌: ㅋㅋㅋ 저도]

[버찌: 왜 베레모는 안 끼고 다녀요?]

[청혼: 아님 자주 껴요]

[버찌: 그 헤어에 예쁘네요]

[토라: 너넨 근데]

[토라: 말 안 놓냐?]

그러게, 난 사실 반말이 더 편한데…….

내심 버찌 님이 뭐라고 할지 궁금해서 조용히 있자, 곧 그가 채팅을 쳤다.

[버찌: 그냥 별 생각 없었는데]

[버찌: ㅋㅋ놓을까요?]

[청혼: ㅇㅇㅇㅇㅇ]

[버찌: 불편했구나... 미안 눈치가 없어서...ㅋㅋㅋ]

[청혼: ㅎ 그런 건 아니고]

[버찌: 갑자기 말 놓으려니까 어색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토라: ㅋㅋㅋㅋㅋㅋㅋ왜 수줍은 척하지?]

[토라: 너네 진짜 분위기 이상하다]

[청혼: ㅎ버찌 넘 조아]

[청혼: 버찌 최고]

[버찌: ㅎㅎ]

[청혼: ♡♡♡♡♡]

[청혼: ㅋㅋㅋ]

내가 버찌에게 [뽀뽀] 감정 표현을 써 가며 교감하자, 토라가 [우웩] 감정 표현을 쓰며 역겹다는 의사를 온몸으로 표했다.

[토라: 저러다 정분나겠네]

[청혼: 질투한다]

[토라: 내가?? ㅋㅋㅋㅋㅋ]

[청혼: 저어는]

[청혼: 버찌한테 장가갈 것임 ㅋㅋ]

[청혼: 약속했다]

[버찌: 아 ㅋㅋㅋㅋㅋ]

[버찌: 이민 준비해둘게]

[청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받아 주네. 은근히 농담 잘 받아쳐 준다니까.

[버찌: 그러고 보니까 토라 나 뭐 물어볼 거 있는데]

[버찌: 너는 방송 하잖아]

[버찌: 운영자한테 뭐 제안하거나 미리 업데이트 내용 듣거나 하는 건 없어?]

[토라: ㄴㄴ 걍 방송하는 일반 유저 취급 아무 영향력 없어]

[토라: 왜?]

[버찌: 동성 캐릭터 왜 결혼 막아뒀냐고 문의 좀 해봐]

[토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놈]

[토라: 나중에 방송할 때]

[토라: 시청자랑 같이 문의 폭탄 해볼게ㅋ 그거 좀 아니긴 한 듯]

[버찌: ㄱㅅ...]

[토라: 니네 절절한 사랑 얘기해주면 다 울면서 해줄 듯]

[버찌: ㅋㅋ그런 거 아니고 그냥 경뽀 때문에]

[버찌: 어차피 이제 상관없긴 한데]

[버찌: 좀 어이없어서 그래]

[버찌: 그냥 경뽀 없이 올리긴 했는데 짜증나더라]

이 순간까지 경험치 포인트를 생각하다니……. 저런 경험치에 미친 자. 뭐, 캐릭터 스펙이 좋아지면 뿌듯한 건 알겠는데 그게 그렇게 재밌나? 저렇게 돈과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기망이 다른 데 돈 엄청 아끼고 스펙 업만 하는데도 토라나 버찌한테 상대도 안 되는데,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은 대체 장비에 돈을 얼마나 쓴다는 건지.

[청혼: 버찌 그면]

[청혼: 이제 업 안 해?]

[버찌: ㅋㅋㅋ하긴 해야지]

[버찌: 물 흐르듯이...]

[청혼: 그래두 가끔 와서 경벞 주면]

[청혼: 용돈 주나]

[버찌: ㅋㅋㅋ응 줄게]

[버찌: 근데 재미없을 건데]

[청혼: 버찌 없는 내 겜생이 젤루 노잼 ㅋ]

[버찌: ㅋㅋㅋㅋㅋ아 그건 몰랐네]

[청혼: 근데 버찌는 진짜 사냥 던전 아니면]

[청혼: 대체 모함?? 저 형은 맨날 방송 컨텐츠라면서 또라이짓 하고 있고]

[버찌: 할 일 없으면 끄고 다른 게임 하지]

[청혼: 노가다 즐겨?ㅋㅋㅋ 도m임? 무슨 겜 하는데?]

[버찌: 고급시계?]

피시방 점유율 상위권인 FPS 게임이었다. 나도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피시방에 모여 뻔질나게 했던 게임이었다.

[청혼: 최고 티어 어디?]

[버찌: ㅋㅋㅋ 나 못해]

[버찌: 골드까지밖에 못 가봤어]

[청혼: 담에 듀오 ㄱㄱ]

[청혼: 캐리해준다]

[버찌: 아 그 게임도 해?]

[청혼: 안 한지 좀 됐는데 재능충이라 잘할 자신 있어ㅎㅎ]

[청혼: 웬만한 겜 거의 해봐서]

[토라: 너 20살 아니냐]

[토라: 왠지 니 드럽게 공부 안 했을 거 같아]

[청혼: ㅎㅎ차피 인문계 아니었음]

[청혼: 3학년 때는 잠만 자긴 했는데 그 전에는 수업 듣긴 들었는데]

[버찌: 잘하는 거 있으면 됐지 뭐]

그러고 보니 전에 사업한댔나? 장사도 똑똑해야 한다던데, 왠지 버찌는 공부를 잘했을 것 같다. 어땠느냐고 물어보려 했는데, 장사라고 하니 문득 심현지의 부탁이 떠올랐다.

[청혼: 이거 머리핀 근데 보라색도 있나?]

[청혼: 현지가 팔아 달래]

[토라: 현지가 누구야]

[청혼: 유인원 하나 있어ㅋ]

[토라: 오 ㅋ 니 친구라는 뜻?]

[청혼: 가축임 ㅋ]

[버찌: ㅋㅋㅋ혼이랑 맨날 붙어 다니는 친구 있어]

[버찌: 이따 창고 뒤져서 찾아줄게]

이쯤 되면 버찌의 창고는 도라×몽의 주머니 같은 게 아닐까 싶다. 뭐가 저렇게 끝도 없이 나와? NPC보다 아이템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거 아니야?

[청혼: 바가지 씌워]

[토라: 왜 그러냐 친구한테]

[청혼: 아니라니까 친구]

[청혼: 절대 깎아주지 마]

[버찌: ㅋㅋㅋ알겠어]

[청혼: 나중에 물어볼 거야 얼마에 샀냐고]

[토라: 집착 ㄷㄷ]

[청혼: ㅋ자산 관리 하는 건데?]

[청혼: 1등 신랑감 ㅎㅎ]

[버찌: ㅎㅎ]

[토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놈들]

[토라: 그래 결혼하면 청첩장 보내고...]

[버찌: ㅋㅋ신혼집 알아봐야겠네]

[토라: 한 술 더 뜨냐?ㅋㅋㅋㅋㅋ]

[토라: 하긴 박수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지 ㅉㅉ]

[청혼: 휘모리 장단으로 알아서 잘 치고 있으니 신경 ㄴㄴ]

[버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혼: 킹찌 혐라]

[토라: 그거 내 욕이지]

[청혼: ^^]

음, 나도 스펙 업이나 좀 해 볼까? 던전 돌고 배분 받는 돈 모으면 여유가 꽤 있을 것 같은데.

아니면 아예 새 직업을 키워 볼까 싶었다. 토라가 혼령술사 하는 거 보면 은근히 전업한 게 후회된단 말이지……. 준비물이 토라 계정이라는 건 알지만. 나는 새삼 그들에게 거리감을 느꼈다.

* * *

잠깐 낮잠을 자려다가 저녁에 깨어난 나는, 저녁밥을 대충 차려 먹은 뒤에 다시 저스티스에 접속했다.

오랜만에 나도 필드 사냥이나 할까? 경험치 버프를 되는 대로 받은 뒤, 적당한 곳을 골라 몬스터를 때려잡았다. 확실히 사냥은 프리스트가 혼령술사보다 구리긴 하네.

[버찌> 안녕]

한참 사냥을 하고 있는데 버찌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어? 아직도 있었네? 친구 창을 확인해 보니 토라는 부캐로 로그인 중이었고, 버찌는 또 사람 적은 채널의 마을에서 뭔가 하는 것 같았다. 나도 나지만 이 사람들도 정말 접속 시간이 어마어마하구나.

[청혼> 얍]

[청혼> 뭐하요?]

[버찌> 딱히 아무것도?]

[청혼> 웬일이래]

[청혼> 타인의 삶 시간 ㅋㅋ 나는 사냥 중]

[버찌> ㅋㅋㅋ 업하려고?]

[청혼> ㅇㅇ]

[버찌> 경험치 포션 줄까?]

[청혼> 아니 좀 하다 말 거야]

[버찌> ㅋㅋㅋㅋㅋ그래]

심심한가? 먼저 말 잘 안 거는데. 웬일이지.

나는 왠지 그가 마음에 자꾸 걸려서, 20분 정도 후에 버찌의 위치를 다시 확인해 보았다.

아까 있던 마을이 아닌 고레벨 사냥터 인근의 한적한 마을이었다. 또 레벨 업 하러 갔나? 나는 별생각 없이 워프를 써 버찌가 있는 곳으로 갔다.

미니 맵 끝자락에 버찌로 추정되는 표시가 보였다. 그쪽으로 곧장 가려는데 전체 채팅에 누군가 채팅을 쳤다.

[King: 돈지랄을 해놨네]

[버찌: 번 거로 지르는 거지 뭐]

[King: 팟 누구랬지]

[King: 니 맨날 따라 다니는 프리 하나랑]

[King: 토라 새끼랑]

[버찌: 보보 님이랑 그 커플]

[King: 여자?]

[버찌: 상관있어?]

[King: 아니 니 원래 여자랑 팟 잘 안 하잖아]

[버찌: 처음 듣는 얘긴데...?ㅋㅋㅋ]

[버찌: 신경 안 써 우연이겠지]

[King: 보보 님 괜찮지]

[King: 길드 이름값이 있으니까]

[버찌: ㅇㅇ]

[King: 난 프리도 딜 안 나오면 싫던데]

[버찌: 우린 너무 센 던전은 욕심 안 내서 무난해]

[버찌: 프리 님이 컨 좋아서 보조도 잘 넣고 딜 나쁘지 않아]

[버찌: 어차피 이 멤버로 못 돌 던전은 서버에 부담 없이 깰 수 있는 파티 그닥 없을 걸]

[버찌: 그 밑에 던전들이랑 격차가 심해서...ㅋㅋ 정신이 껴 있는 거 보면 알겠지만 우린 너처럼 그렇게 진지하지 않음 가벼운 팟]

[King: ㅋㅋㅋㅋㅋ최소 컷 딸 정도?]

[버찌: 내가 보기엔]

[King: 야 그럼 존나 아깝다]

[King: 스펙 맞추면 훅 뛸 텐데]

[버찌: 격수도 아닌데 뭐]

[버찌: 의미 없어]

[버찌: 그럴 거면 아예 다른 캐 잡지]

[King: 하긴 건 그네 ㅋ]

[King: 우린 5격수라서]

[버찌: 확실히 프리 끼면 편하긴 해]

[버찌: 5격이 나을 정도로 보조 못 넣는 거면 안 쓰는 게 낫지]

[King: 컨 좋은 분 있었는데 직업 바꿔서]

[King: 5격 된 건데 이것도 생각보다 나쁘진 않더라]

[버찌: ㅋㅋㅋ 그러냐]

하여튼 저 새끼는 존재 자체가 기분이 나쁘다니까. 요즘 좀 안 보이나 했더니…….

나는 아예 각을 잡고 접속 상태를 오프라인 상태로 바꿔 두었다. 이러다 마주치면 분위기 싸해질 게 분명하니까, 그들의 미니 맵에 내 위치 표시가 안 뜰 정도로 먼 구석까지 캐릭터를 옮겼다.

둘 사이에 잠깐 대화가 끊긴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토라가 등장했다. 아, 저 미친놈한테 여기 있는 거 들키면 그냥 놀리는 거로 안 끝날 텐데……. 언제 본캐로 왔대?

[토라: 왜 애깅이 없어?]

[버찌: 사냥한대]

[토라: 걔가 설마 ㅋ]

토라가 내 위치를 확인해 보는 듯 잠깐 조용해졌다.

[토라: 엥 나갔네???]

[버찌: 나갔다고? 아까 있었는데]

[토라: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토라: 카톡해봐 너 알잖아]

[토라: 빨리 다시 와서 나 놀아주라 해]

[버찌: ㅋㅋㅋ 애 귀찮게 하지 마]

[King: ㅋㅋㅋㅋㅋㅋ조만간 겜 삭제할 듯]

[King: 삭제 사유: 토라]

[버찌: 인정]

[토라: 히잉 ㅠ ㅋ]

[토라: 나 아무 것도 안 했어ㅋㅋㅋㅋㅋ 걔 왜 나만 미워해]

[버찌: 딱히 누굴 좋아하지도 않아]

[토라: 넌 제외고?]

[버찌: 그렇지]

[토라: ㅆㅂ 뭐 어쩌라는 거지?ㅋㅋㅋㅋ]

[버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찌: 그냥 너가 편해서 그러는 거야]

[버찌: 난 좀 불편해서 그러는 거고]

[토라: 오이오이... 어디까지 기만할 셈이냐...]

[King: 니가 그러니까 싫어하지 ㅉㅉ]

[버찌: 내가 실수로 0빼기 해서 ㅋㅋㅋㅋㅋ]

[버찌: 40만원에 팔려던 거 4만원에 줘서]

[버찌: 알게 된 거라]

[버찌: 아무튼 너 딱히 싫어하는 건 아니야]

[버찌: 다른 사람들한테도 다 그래서]

[토라: 너만 빼고?]

[버찌: ㅋㅋ그렇지]

[토라: ㅋㅋㅋㅋㅋ 너 뒤질?]

[King: 버찌한테만 설설 김?]

[King: 니한텐 싸가지 없고?]

갑자기 내 얘기가 나와서 긴장했지만, 곧 평소 같은 그들의 대화가 이어져서 마음이 다시 편해졌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King의 말에 기분이 확 나빠졌다. 뭐, 설설 기어? 싸가지가 없어? 화는 나는데 따질 수도 없고……. 혼자 씩씩대고 있는데, 토라가 불쑥 의외의 행동을 했다.

[토라: 니가 싸가지를 논하냐]

[토라: 에휴 킹 말하는 꼬라지는 언제 고쳐지냐]

[토라: 쟨 6번 차였다는 게 너무 잘 믿긴다 ㅋㅋㅋ 말을 해도 꼭 저렇게 사람 기분 더럽게 하지]

솔직히 별 반응 안 하거나 가볍게 동조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토라가 내 편을 들어 주며 King의 그 미묘하게 비꼬는 투를 대놓고 디스 했다. 갑자기 토라가 든든한 아군처럼 느껴졌다.

[King: 그럼 뭐라 말하는데;]

[King: 버찌 똥꼬만 빨아 주냐고 물을까]

[토라: 그걸 모르는 게 니 인성 수준]

[King: 미안하다 ㅆㅂ]

[King: 근데 난 날 때부터 이랬다 ㅋㅋㅋ 안 고쳐짐]

[토라: ㅋㅋ 자랑이냐?]

[토라: 쟤랑 실제로 알았으면 친구도 안 했겠지만 만약에 내 실친이었으면 맨날 엉덩이 걷어찼을 거 같은데 ㅋㅋㅋ 어떻게 친구하냐]

[버찌: 어떤 의미로 변함없긴 하지]

[버찌: 저러다 싸움 여러 번 났으면 고쳐질 만도 한데 ㅋㅋㅋ]

[토라: 아가리 전투력의 반만 신체로 갔으면...ㅉㅉ]

[버찌: ㅋㅋㅋ]

[토라: 걍 쟤는 지 말투가 문제가 있다는 거 자체를 인식 못 하나 봐]

[토라: ㅋㅋㅋ거의 소시오패스 급 ㅇㅈ?]

[King: 미안하다 그래]

[King: 내가 잘못했다]

[토라: 그래 안다니 다행~ㅋㅋ]

[토라: 애깅이 대신 노잼킹 있으니까 난 다시 간다]

[King: ㅗ]

[토라: ㅋㅋ 그거 니가 주댕이 잘못 털어서]

[토라: 빡친 애들이 니 신발에 넣어 두던 압정인 듯 ㅎㅎ]

[King: ㅋㅋㅋㅋㅋ야]

[King: 솔직히 저 새끼보다는 내가 말 착하게 한다 아님?]

[King: 그리고 압정 넣었던 애 누군지도 모르는데 뭔;]

[토라: ㅇ ㅋㅋ 누가 물어봄?]

그러고 토라는 정말 다른 곳으로 간 건지 조용해졌다.

[King: 아 진짜 싸가지 ㅈㄴ없네]

[버찌: ㅋㅋ너가 전부터 청혼이 은근 무시하고 무안 주긴 했잖아]

[버찌: 자기는 잘 지내고 싶어 하는데 그렇게 말하니까 기분 나빴겠지]

[버찌: 왜 자꾸 건드려]

[King: 아니 ㅅㅂ 걔한테 아무 감정 없어]

[King: 별 생각 없이 말한 건데 지 혼자 발작 스위치 눌려서 저 지랄]

[버찌: 말을 왜 생각 없이 해 ㅋㅋ]

[버찌: 쟤 성격에 그래도 많이 참은 거지]

[버찌: 어차피 조금 있으면 혼자 풀릴 거 같긴 한데]

[King: 한두번이냐]

[King: 일단 나 섭마가 잠깐 보재서]

[버찌: ㅇㅇ 가]

버찌도 버찌지만 토라……. 진짜 다시 봤다. 그렇게 통쾌하게 쏴 주다니. 솔직히 내가 저 자리에 있었어도 저렇게 말 못했을 것 같은데.

혼자 감동에 젖어 있는데 미니 맵에서 버찌 캐릭터가 이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황급히 근처에 있던 잡화 상점 포탈을 탔다. 그러곤 채널을 옮기고 최대한 티 나지 않게 장소를 자주 가는 마을로 옮겼다.

[으앙: 으잉?]

[으앙: 청혼 님 !!]

[청혼: 어]

[청혼: ㅎㅇ]

[으앙: 혹시 저 친구 삭제 하셨나요...!?]

[으앙: 닉네임이 회색으로 뜨는데 ㅠ^ㅠ]

[청혼: ㄴㄴㄴㄴㄴ 오프 해뒀어요]

[청혼: 저 그렇게 인성 나가리 아니에요 ㅋㅋㅋㅋ]

[으앙: 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이에요]

나는 접속 상태를 온라인으로 다시 바꿔 놓고, 왠지 심현지가 있을 것 같은 곳으로 갔다. 역시나 거기에는 심현지와 익숙한 얼굴들이 있었다.

[현지: 아 잠만 냄새;;]

[쥬아: 헐 나두 맡음ㅋ]

[청혼: 그거 너네 인중 냄새]

[현지: 아닌데?;; 너한테서 나는 거 같은데?;;]

[쥬아: 맞네... 이 그윽한 찐따 냄새 출처는 역시 한 사람 뿐...]

[청혼: 지랄]

[으앙: ㅋㅋㅋ 다들 안냥하세요 !!]

[쥬아: ㅋ으앙이 인누와]

[쥬아: 혼이는...ㅋ 전누 가]

[쥬아: 요즘 나랑 안 놀아줬어]

[청혼: ㅋ 경벞 알바 끝나서 이제 한가하다]

[현지: ㅋㅋㅋㅋ 버찌사마]

[현지: 드디어 레벨 업이라는 구속에서...]

[으앙: ㅋㅋㅋ아 알바 한다고 바쁘셨구나]

나와 코디 취향이 비슷한 으앙 님과 트윈 룩을 맞추며 같이 스크린 샷을 찍어 주고 있는데, 갑자기 토라에게서 대화방 초대 메시지가 왔다. 평소 같으면 거절했겠지만, 지금은 토라가 예뻐 보였기에 순순히 초대를 받아 주었다.

<‘청혼’ 님이 대화에 참여합니다.>

[토라: 헐 안 차였다]

[청혼: ㅎㅇ]

[토라: 왜 오늘은 버찌랑 안 놀아]

[청혼: 오늘은...]

[청혼: 버묵이랑 노는 날 ㅋ]

[청혼: 내일은 버빠]

내 회심의 말장난에 넋을 잃었는지, 토라는 잠깐 말이 없었다.

[토라: ^^ 죽일 뻔했다]

[청혼: ㅋㅋㅋㅋㅋ]

[토라: 휴 잘참앗다 잘참았다 ㅋㅋ]

[토라: 너 사냥한다했다며]

[토라: 또 옷 입히기 하고 있지?]

[청혼: 당연]

[청혼: 아까 잠깐 나가서 문상 사 왔어]

[청혼: 가챠 할 거야]

[토라: ㅋㅋㅋㅋ미친 어딜 갔나 했더니]

[토라: 너 때문에 텔 썼잖아ㅡㅡ 위치 보고 갔는데 버찌만 있어서]

날 따라온 거였다니……. 진짜 나 제대로 개쪽 당할 뻔했구나?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

예컨대 내 위치 정보를 보고 날 따라왔다가 버찌가 보여서 당연히 둘이 같이 있었겠거니 생각하고 그쪽에 있었다는 거였다. 접속 상태를 오프라인으로 바꾸길 잘했다, 정말로. 인간의 촉이란…….

다행히 내가 버찌와 짧게 귓속말을 해 놓아서 대화가 그럴싸하게 이어졌지만, 만약 나를 찾는 토라에게 버찌나 King이 “걔를 왜 여기서 찾아?” 비슷한 말 한마디만 했어도 내가 그곳에 있었다는 걸 들켰을 것이다.

우연의 일치로 잘 넘어갔지마는, 토라가 내가 거기 있었다는 걸 알고 있는 게 살짝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그냥 그에게는 사실을 말하기로 결심했다.

[청혼: 나 토라한테 좀]

[청혼: 감동햇슴]

[청혼: 그래도 인간이긴 했구나...]

[청혼: 네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집중 취재할 희귀 짐승이 아니었구나 ㅋㅋ]

[토라: 나한테?ㅋㅋㅋㅋㅋㅋㅋㅋㅋ]

[토라: 내가 뭐했는데?]

[청혼: 토라쨩...ㅋ 본인에게 그렇게 자신감이 없다니]

[토라: 착한 일 안 하고 사니까 ㅋ]

[토라: 유×브 업로드 한 거 보고 그러는 거야?]

[토라: 그거 진짜 참교육 오졌다 ㅇㅈ?]

[토라: 나보다 딜도 안 나오는 게 스틸 짓거리]

[청혼: ㅋ조회 수 올려 주기 싫어서 채널 차단한 지 오래]

[토라: ㅋㅋㅋㅋ그럼 뭐?]

[청혼: 나 사실 아까 마을에 있었는데]

[청혼: 킹 그 사람도 좀 싫고 내 얘기도 조금 나오는 거 같아서]

[청혼: 아는 척하기 뻘쭘해서 오프 타고 있었던 거임 ㅋㅋ... 뭐라고 하는진 좀 궁금하고]

[청혼: 근데 존나 기분 나쁠 때 님이 핵직구 날려서]

[청혼: 오열했다;; 감동 받아서]

[토라: 아 미친ㅋㅋㅋㅋㅋㅋㅋ이상하게 없더라 ㅅㅂ 그래 분명히 방금 전까지 거기 있었는데]

[토라: 나는 킹 있어서 걍 금방 갔나 생각했지]

[청혼: 버찌한테 인사조차 건네지 못했서]

[토라: 그 새끼 원래 말 그렇게 해 신경 쓰지 마]

[토라: 전형적인 찐따 멸공]

[토라: 나한테도 말 그딴 식으로 해서 몇 번 싸웠었어ㅋㅋㅋ]

[청혼: 졷같아 ㅋ...]

[토라: ㅋ나 완전 백마탄 왕자 같았다 인정?]

[청혼: ㅇㅈ]

[토라: 헐 이걸 인정해주네]

[토라: 웬일이지 ㄷㄷ 내일 섭종인가]

[청혼: 토라 최고^^]

[청혼: 오늘만큼은 갓라 ㅇㅈ]

[토라: 양심 ㅇㄷ]

[토라: 항상 갓라인데...;]

[토라: 양심 어디 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

[청혼: 고마우니가 유×브 구독해줄게]

[토라: ㅋㅋㅋㅋ아 ㄱㅅ;;]

[토라: 구독 안 해줘도 되니까 소원 하나 들어주면 안 되냐]

사실 이미 구독하고 있는데. 들어줄 생각은 없지만 뭔지 궁금하니까…….

[청혼: 들어만 볼게]

[청혼: 먼데]

[토라: 나 번호 좀]

[청혼: ??ㅋ]

[토라: ㅋㅋㅋㅋ 번호 좀><]

[청혼: 아 이건 좀...]

[토라: 그럼 카톡 아이디]

[청혼: 너한테 알려 줬다가 세상 사람들 다 알게 되면 어떡함]

[토라: 야 너라니;;; 나 그래도 27살인데]

[토라: 점점 저돌적인걸]

[토라: 아주 앙칼진 맛이 있어]

[청혼: ㅋ말실수]

[토라: xxixal1828]

[토라: 내 카톡 아이디야]

[청혼: 어쩌라고]

[토라: 제발 점 하나만;]

나는 갑자기 연락처를 물어보는 토라의 태도에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게임에서 알게 돼서 연락하는 사람도 꽤 있고 하지만……. 그런 건 다 자연스럽게 연락을 트게 됐던 거라서. 갑자기 이렇게 연락처를 물어본 사람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저렇게 열정적이니까, 왠지 알려 주기 더 쑥스럽단 말이지……. 무슨 꿍꿍인지도 모르겠고.

[청혼: 내 연락처가 왜 필요해]

[청혼: 진짜 궁금해서 묻는 거]

[토라: 싫어?]

[청혼: 좀 부담스럽]

[토라: ㅠㅠ]

[토라: 그래 알았어...]

왜 묻는 건지 알려 주지 않고 바로 포기해 버려서, 나는 다시금 물었다.

[청혼: 왜 알려고 하는 거]

[토라: ㅋㅋㅋ연락처 궁금하다는 게 달리 이유가 뭐 있겠냐]

[토라: 연락하고 싶으니까 달라는 거지]

[청혼: ㄷㄷ; 왜 혼자 홀렸지]

[청혼: 꼬신 기억이 없는데]

[토라: 허윽 님 마성에 녹아내렸음]

[토라: 난 이제 노예예요]

[청혼: 나 근데 카톡 잘 안 봐]

[청혼: 괜찮아?]

[토라: ㅇㅇ ㄱㅊㄱㅊㄱㅊㄱㅊ]

[청혼: ㄱㄷ]

솔직히 토라한테는 잘해 준 것도 없는데. 오히려 좀 띠꺼운 편이었던 거 같은데, 왜 내 편을 들어 준 건지. 솔직히 토라가 나한테 왜 이렇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건지 나도 알지 못했다.

카톡 아이디도 꼭 자기 같은 걸 해선. 나는 그 아이디를 검색창에 입력해 친구 추가를 하고, 그의 말대로 점 하나를 찍어 보냈다.

[.]

이름이 윤정신이었구나. 생각해 보니 버찌가 그렇게 불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정신없다는 뜻인 줄 알았는데……. 안 봐도 별명은 정신병자였을 것 같다.

[윤정신: ㅋㅋㅋㅋㅋㅋㅋ오]

[윤정신: 프사 누가 너야?]

[맞춰봐]

[윤정신: ㅋ 맨 왼쪽?]

어떻게 안 거지? 나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어떻게 알았어???????]

[윤정신: 귀엽댔잖아]

[윤정신: 오 근데 진짜 귀엽게 생겼다 ㅎ]

[윤정신: 완전 내 스타일이다^^ 이제 나한테 장가만 오면 되겠는데 ㅎ]

[^^ㅗ]

[윤정신: 엄마한테 데릴사위 온다고 말해놔야겠다 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랄하지 마]

[윤정신: ㅋㅋㅋㅋㅋㅋ아 근데 진짜 애기다]

[윤정신: 나도 20살 때 저랬나]

[윤정신: 7년 사이에 몸과 마음이 폭삭 늙었다...]

[ㅋㅋ 27살은 중늙은이임?]

[윤정신: ㅋㅋㅋㅋㅋㅋ 군대 다녀오면 다 큰 거 아닌지]

[윤정신: 그러고 보니까 넌 군대 언제 가냐]

[곧]

[윤정신: 곧이 언젠데??]

[내일]

[윤정신: 진짜로??]

[당연히 구라]

[윤정신: 아ㅡㅡ 언제 가냐고]

[어차피 공익 가서 ㅂㄹ상관없어]

[내년에 가]

[윤정신: 왜 공익인데? 몸무게 미달이냐]

[사고 후유증 때문에]

[이 얘긴 이제 그만]

[윤정신: ㅇㅋ... 미안]

[ㄴㄴ 미안할 건 아니고]

[윤정신: 대가리 박았어]

[윤정신: 필요하면 인증샷 줄게]

[보내봐 한번]

[윤정신: 아 ㅋㅋ]

그리고 한참 뒤, 그가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엎드려뻗쳐를 하고 있는 사진 하나가 전송됐다. 나는 웃음이 터졌다.

[ㅁㅊ놈]

[윤정신: 타이머;;]

[윤정신: 3초밖에 안 되고 지랄 ㅋㅋㅋ 자세 잡는다고 뒤지는 줄]

[윤정신: 이걸 누구한테 찍어 달라 할 수도 없고]

[존나웃겨]

[윤정신: 너가 행복하면... 그걸로 난 됐어.]

[니 별명 정신병자였을듯 ㅋ]

[윤정신: ㅋ 나 스토킹 했어?]

[윤정신: 나중엔 정신병자라고도 안 하더라]

[윤정신: 별명 싸이코패스였다]

[누가 봐도 윤정신]

[윤정신: 넌 그게 이름이야?]

[윤정신: 무슨 욱이냐]

욱? 이름 설정 우기라고 해 뒀는데……. 흔한 이름이 아니라 오해하는 것 같았다.

[외자]

[성 우고 이름 기]

[윤정신: 와 우 씨가 있냐]

[ㅋㅋ 모르지 나는 우 씨 아닌데]

[윤정신: ㅋㅋㅋㅋㅋㅋㅋ그래 그냥 갖고 놀아라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욱 아니고 우기야]

[최우기]

[윤정신: 예쁘네 이름]

[ㄱㅅ]

[윤정신: 얼굴도 예쁘고 이름도 예쁘고 이제 마음만 예뻤으면 좋겠다^^]

[얼굴도 이름도 마음도 안 예쁜 윤정신보단 낫지 않을까?]

[윤정신: 야 솔직히 이름이랑 마음까진 그렇다 쳐도 얼굴은 아님;]

[ㅋㅋㅋ 그럼 예쁘다 해주길 원해?]

[윤정신: 잘생겼잖아 솔직히 ㅋ 인정할 건 인정해라]

못생겼다는 뜻은 아니었는데. 작은 캠 화면으로 본 게 전부이긴 하지만, 딱히 크게 보지 않아도 잘생겼으리라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못생겼다고는 안 했어 안 예쁘댔지]

[윤정신: 미남이잖아 친구야]

[윤정신: 아름다울 미 모르냐]

[ㅁㄹ 알고싶지도 않고 나 이제 게임할 거니까 답장ㄴ]

[윤정신: 아 왜]

[윤정신: 나도 갈래]

나는 핸드폰을 대충 침대에 던져 놓고, 게임 대화방도 나왔다.

나는 으앙 님과의 스크린 샷 찍기를 마저 이어 갔다. 이번엔 병아리 유치원 세트를 입고 포즈를 취하는데, 포탈에 윤정신의 캐릭터가 나타났다. 육성으로 탄식이 나왔다.

[청혼: 아 제발ㅡㅡ]

[토라: 앙 자기야]

[으앙: 헐 토라 님이다]

[토라: ㅎㅎ데리러 왔어]

[토라: 안녕하세요~!]

[청혼: ㄲㅈ 방송이나 해]

[토라: 오늘의 게스트 청혼]

[토라: 애기야 가자]

[토라: 마침 애기옷 입고 있네ㅋㅋㅋㅋㅋㅋㅋ혹시 기다렸어?ㅎㅎ]

또 귀찮아지게 생겼다. 나는 어떻게 하면 토라를 떨어뜨려 놓을 수 있을지 궁리했다.

[청혼: 잠깐만 컨텐츠 제공할게 난 놔줘]

[청혼: 침팬지인데 게임 잘해]

[청혼: 현지야 일로 와바]

[현지: ㅋㅋㅋㅋㅋ 또라이임?]

[토라: 오... 인간 언어도 습득했네]

[현지: 아나 ㅋ 아니라고요]

[현지: 토라 님 청혼 오목 개잘해요ㅋ]

[현지: 오목 도장 깨기 ㄱㄱ]

저런 도움 안 되는…….

나는 결국 체념하기로 했다.

[토라: 오]

[토라: 고마워 침팬지야... 내 메마른 방송에 한줄기 단비를]

[현지: ㅋㅋㅋㅋㅋㅋ아 씨발 ㅠ 나 사람인데 억울해]

[청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토라]

[청혼: 우리 현지 괴롭히지 마]

[현지: ㄲㅈ 역겨워]

[토라: 왜 우리 현지야]

[토라: 난 내거 정신이 해줘]

[청혼: 아;]

[토라: 옥땅으로 따라와]

[토라: 오목 떠보자 얼마나 잘하나]

[청혼: ㅇ]

나는 가볍게 토라를 누르고 승리를 쟁취했다.

[토라: 아... 핵 같은데?]

[청혼: ㅋㅋㅋㅋㅋㅋ ㅈㄹ]

[토라: 이거 도전금 받아서]

[토라: 기본 상금에 도전금 받는 거 추가해서 상금 불리면]

[토라: 잼겠다 그치 ㅎ]

[청혼: ㅎㅎ응]

[토라: 해줄 거지?ㅎㅎ]

[청혼: ㅇ]

[토라: 얼 웬 일~ㅋ]

[토라: 나 8시에 방송이거든 그때 ㄱㄱ]

[청혼: 그거만 해서 방송 가능?]

[토라: 어차피 나 실시간 자주 안 켜서 괜찮아]

[청혼: 진짜 마지막이야]

[청혼: 이제 방송 안 도와준다]

[토라: 아 왜]

[토라: 일단 알겠어]

토라는 방송 준비를 한다며 사라졌고, 나는 별생각 없이 친구 창을 켰다가 문득 버찌가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접속 중이긴 한데, 말 걸어 볼까?

[청혼> 벚찌]

조금의 딜레이 후에 그에게서 답이 왔다.

[버찌> 응?]

[청혼> 어디서 모해요]

[버찌> 마을에서 명상하고 있어요 ㅎㅎ]

[청혼> ㅋㅋㅋ부쩍 한가해진 버찌상]

[청혼> 할 거 없어?]

[버찌> 딱히...]

[청혼> 근데 웬 일로 안 껐지?]

[청혼> 나 이따 토라 방송에서 오목 둘 건데 구경 오실]

[버찌> ㅋㅋㅋ 어디에서?]

[청혼> 나도 아직 몰라 알게 되면 알려줄게]

[청혼> 올 거??]

[버찌> 가야지]

[청혼> ㅋㅋ흡사 부모님 참관수업]

[버찌> ㅋㅋㅋ옆에서 응원해줄게]

[청혼> 버찌가 짱이야~!]

[청혼> 내 오목 방 간판]

[청혼> 너넨 버찌 없지 이거로 간다]

[버찌> ㅋㅋㅋㅋㅋ 참가상품으로 버찌 준비해갈까]

[청혼> 안대]

[청혼> 왜냐면 버찌는 내거닉간 ㅋ]

[버찌> 그 버찌 나무? 그거 잡으면 드랍 템 버찌 주거든]

[청혼> ㅋㅋㅋㅋㅋ미친]

[청혼> 좋다 그 버찌나 실컷 가지라 그래]

[버찌> ㅋㅋㅋㅋㅋ할 것도 없는데 구해봐야겠다]

[청혼> 나두]

[청혼> 글로 와바]

나는 버찌와 함께 [버찌 나무]를 잡으며 버찌 아이템을 모았다. 아이템을 넉넉히 챙기자 금방 8시가 가까워졌다. 곧 토라에게서 대화방 초대 메시지가 왔다.

<‘청혼’ 님이 대화에 참여합니다.>

[토라: 10채 사우스힐 마을 소드마스터의 집 ㄱㄱ]

[청혼: ㅇㅇ]

[청혼: 버찌 데려간다]

[토라: 반입금지]

[청혼: 왜?]

[토라: 질투나 ㅡㅡ ㅋ]

[청혼: 다양한 방법으로 소름 돋게 하네]

[청혼: ㅋㅋㅋ 버찌가 참가 상품으로 준다고]

[청혼: 버찌 나무 잡아서 버찌도 모아왔어 반입 시켜 줘...]

[토라: ㅋㅋㅋㅋㅋㅋㅋㅋ 상품 지급 npc로 써야겠다]

[토라: 도전금 받으면 버찌 주라고 해]

[토라: 관전 자리 튕길 거 같아서 투컴 쓰려했는데 걍 걔 부려먹어야겠다]

[토라: 나 관전 넣어 놓고 오목 중계 할 테니까 상금 관리 좀 부탁한다고 해줘]

[청혼: 알게써]

[토라: ㅋㅋ에구 착하다^^]

토라는 바로 대화방을 나갔고, 나는 버찌에게 방송 장소와 토라의 부탁을 전해 주었다.

그렇게 나의 [너넨 버찌 없지] 오목 방은, 3번 정도의 위기를 딛고 상금을 쟁취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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