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1. 이수현.
여기 이제 여섯 살이 된 이수현이 있다.
이수현에 태초의 기억… 이라 거창하게 말할 것까지는 없지만, 스물여섯 살이 된 지금까지 그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기억은 아무도 오지 않는 유치원에서 창밖 너머로 지고 있는 노을을 멍하니 보던 일이었다.
불이 꺼져 있으나 창밖에서 들어오는 불빛으로 아직은 환했던 놀이방에서 이수현은 조막만 한 손에 야무지게 나무 블록을 들고 차곡차곡 탑을 쌓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람아…!”
“엄마다!”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이수현과 같이 탑을 쌓으며 놀던 아이들도 하나둘 자신을 데리러 온 부모의 손을 붙잡고 떠나갔다. 이수현은 그것을 그저 지켜보다 다시 고개를 돌리고, 아이들이 뛰쳐나가면서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나무 블록을 집어 들어 탑을 쌓았다.
“…….”
아이들의 목소리로 북적거리던 유치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용해졌다. 밝았던 햇빛이 어둠에 물들어 갈수록 제 아이를 부르는 부모의 목소리와 제 부모를 부르며 뛰어가는 아이들의 발소리가 하나둘 차츰 줄어들면, 어느새 그곳에는 당연하게도 이수현 혼자만 남았다.
그건 아주 당연했고, 여섯 살의 이수현에겐 일상과도 같은 일이었다.
“어머, 또 수현이네 집만 안 오셨네요.”
“그 집은 맨날 늦잖아요. 곤란하다니까요. 퇴근도 못 하고….”
“퇴근이야 어쩔 수 없지만 그냥 애가 안됐어요. 아직 부모 손길이 필요할 나이인데…. 애가 좀. 너무 어른스럽달까? 또래 애들이랑 좀 분위기가 다르지 않아요?”
“아. 맞아요, 맞아. 난 저 나이 때 애가 저러는 걸 처음 본다니까?”
“그러고 보니 위로 애가 한 명 더 있지 않았어요?”
“음, 큰애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고 듣긴 했어요. 어라? 그럼 그 애가 데리러 오면 되는 거 아닌가?”
문 너머로 들려오는 선생님들의 수군거림을 듣는 것도 익숙했다. 언제나 한밤중이 돼서야 오는 부모를 기다리는 일도 그러했다. 부모도 그러했지만 위로 하나 있는 형 또한 제 어린 동생에게 무심했다. 유치원에서 동생이 오매불망 데리러 오길 기다리든 말든, 이제 막 입학한 학교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노는 걸 더 좋아했다.
어린 이수현은 어른들의 수군거림을 들어도 그러려니 했다. 물론 그 이전엔 이런 일을 당연하다는 듯 여기진 않았겠지만.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자 어린 이수현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언젠가 선생님이 낮잠 시간에 불러 주던 자장가를 따라 부르며 차곡차곡 블록을 세워 탑을 쌓는 데만 집중했다. 이러면 지루한 시간이 금방 흘렀으니까. 이수현은 어느새 자신의 키를 따라잡아 높게 쌓인 블록 탑을 좀 더 높이 쌓기 위해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의자를 끌고 와 그 위로 올라갔다.
“…아이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다시금 블록으로 탑을 쌓아 올렸다. 그렇게 한참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블록이 끝을 보일 때쯤. 이수현은 의자 위에 서서 창밖으로 흘러가는 노을을 봤다. 어느 순간 놀이방 안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붉은 노을빛만이 유일했다. 발아래서부터 그림자가 차올라 자신을 집어삼키는 것만 같았다. 자신의 가슴께까지 그림자가 진 것을 보며, 이수현은 그림자가 괴물 같다고 여긴 적도 있었다. 혼자 있는 자신을 집어삼켜 이곳에서 사라지게 만들어 줄 거라고 여겼던 적도 있었다.
멍하니 그림자를 보던 이수현은 공들여 쌓은 탑을 손으로 툭 쳤다. 그 작은 힘만으로도 아이의 키보다 큰 탑은 큰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와르르…!!
이수현은 벌써 그 나이에 포기하는 법을 배웠다.
벌컥!
“어머, 수현아! 얘가 어디 있나 했더니…. 왜 불은 끄고 있어?!”
“…아까까진 밝았어요.”
“그래도 그렇지! 이리 나오렴, 선생님들이랑 간식 먹으면서 기다리자.”
“응.”
어린아이는 어른도 모르게 생각보다 많은 것을 눈치챈다. 자신을 가엽게 보는 선생님의 시선을 이수현은 알았다. 그게 ‘동정’받고 있단 뜻인지는 그 시절엔 몰랐지만, 그래도 자신을 기분 나쁘게 한다는 것만은 알았다. 그러나 딱히 알은척은 하지 않았다. 그야 이미 그런 시선도 그런 행동도 그런 말도 다 익숙했으니까.
***
‘스물여섯 살의 이수현’이라는 인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수현의 삶은 흔하디흔한 평범한 이야기였다. 현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유형의 가족 관계, 그리고 삶이었다. 그의 부모님은 맞벌이였고, 일이 바빠 자식들을 챙기기 소홀한 사람들이었다. 타고난 무심함을 바쁘다는 이유로 포장하는 사람들이었다.
이수현은 거의 혼자 자라다시피 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대부분 혼자 있는 기억뿐이었다. 원하는 것을 포기하는 게 당연한 삶이었고, 기대할수록 실망만 커진단 사실을 빠르게 깨달은 삶이기도 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삶이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특별한 것이라곤 없었다.
다만,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그것만으로 결과는 달라졌다. 누군가는 겨우 그런 거로 그렇게 될 리 없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는 겨우 그런 걸로도 당연히 그렇게 될 수 있었다.
‘겨우 그런 거.’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별것 아닐 수도 있었고, 별거일 수도 있었다. 당연했다. 사람들은 비슷한 삶을 살지만 그게 다 같은 삶이란 소린 아니었다. 같이 있다고 해서 다 같은 경험을 하지도 않는다. 배우는 것이 같더라도 느끼는 것은 저마다 다르다. 같은 것을 보았다고 해서 같은 것을 기억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이수현의 삶은 남들이 볼 때는 어쩌면 흔했고, 겨우 그런 거로 저런 성격이 됐다는 것을 이해 못 할 수도 있었다. 그가 이런 성격이 된 계기는 분명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존재했겠지만, 저마다 비슷한 이유였고 비슷한 상황이었으며 그게 축적되어 당연한 게 되었을 때.
만들어진 게 열한 살의 이수현이었다.
열한 살의 이수현은 또래의 아이치고는 지나치게 조용했고, 차분했으며 말썽을 부리는 일 따윈 없었고 말을 잘 듣는 그런 아이였다.
한마디로 어른들이 좋아하는 ‘어른스러운 아이’였다.
이수현은 나이를 먹으면서 ‘어른스럽다’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감정을 숨기고, 다른 이에게 제 것을 양보하고, 참고 참고 참으면 사람들은 그에게 어른스럽다 칭찬했다. 또래 아이들도 주변의 다른 어른들도 모두가 그런 그를 보며 어른스럽다고 말했다.
그게 문제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살았으니 이수현도 그때는 그게 칭찬인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웃겼지만 말이다. 그렇지 않은가? 아직 어린, 그것도 초등학교도 졸업 못 한 아이에게 어른들은 어른스럽다며 칭찬했다.
아이는 뭐가 이상한지도,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열한 살이 되었다.
그리고 그때 그의 이상함을 먼저 눈치챈 건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었다. 결정적으로 어린 이수현이 현재 자신이 이상하단 걸 명확히 깨달은 건 그런 아이들 덕분이었다.
그날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 중 하나였다. 다만 으레 혈기 넘치는 아이들끼리 모여 있으면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법이다. 그날도 그랬다. 두 명의 아이가 교실에서 몸싸움을 하다가 한 명을 밀쳤고 안타깝게도 그 상태로 밀린 아이가 이수현의 책상에 이빨을 부딪쳐 이가 부러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흐어, 어, 엄마…!!”
“헉! 야, 괜찮아?!”
“괜찮아?!”
반에 있던 모든 아이가 다친 친구에게 다가와 걱정하고 괜찮냐 묻고 우는 얼굴을 닦아 주고 상처를 보며 호들갑을 떨며 선생님을 찾을 때. 이수현은 뭘 했냐 하면, 그저 그 상황을 덤덤히 지켜보며 멀뚱히 눈만 깜빡였다.
어린 이수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으니까, 어떤 대처를 해야 할지 몰랐다고 하는 게 정확했다. 그도 그럴 게 어린 이수현은 다쳤을 때 언제나 혼자였고, 아무도 걱정해 주지 않았으며, 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것을 아주 어릴 적부터 알았기 때문이다.
이수현은 그때를 아직도 기억한다. 자신의 실수로 문틈에 손이 껴 살이 까지고 피가 흘렀을 때. 울면서 자신의 형을 찾았다. 형에게 가서 아프다고, 다쳤다고 울며 이야기했을 때 돌아온 것은 무심한 눈빛이었다. 대충 자신에게 반창고를 던져 주고 저를 지나쳐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연락을 받은 부모 또한 그와 비슷했다.
‘겨우 그런 거로 전화를 하면 어떡하니?’
‘엄마 바쁜 거 알잖아.’
‘얘가 조심성이 없어서 어떡해. 앞으론 잘 좀 보고 다녀.’
‘택시 타고 집까지 혼자 갈 수 있지?’
부모의 말처럼 크게 다친 것은 아니었다. 차가 밀치고 지나가 가벼운 타박상 정도였으니 그런 말을 했던 거겠지. 다만 이수현은 그날 들었던 말을 머릿속에 각인된 것처럼 기억했다. 한창 바쁜데 겨우 이런 거로 불렀냐고, 자신을 다그치던 부모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부모가 자신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골치 아프다는 듯 짓던 표정을 기억한다.
이수현은 그때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겨우 이런 거’로 그들을 귀찮게 하면 안 된다는 것도. 그러니 ‘겨우 저런 거로 저리 호들갑을 떨 일인가?’ 하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수현, 쟤 뭐야.”
누군가가 이수현을 보며 그렇게 말했을 때 자신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자신을 보며 아이들이 짓던 표정이 생생했다. 경계를 한껏 담은 날 선 시선들이 이수현을 날카롭게 찔렀다.
‘왜 너는 이 애를 걱정 안 해?’, ‘왜 얘를 불쌍하게 보지 않는 거야?’ 그런 의미를 담은 시선들을 보여 이수현은 또 한 번 깨달았다. 자신이 어딘가 이상하단 걸.
툭.
그때 자신의 어깨 위에 놓인 타인의 손길에 이수현은 놀라 몸을 움찔 떨었다. 그 직후 등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야야, 얘도 놀라서 그런 거지. 뭘 이상한 놈으로 몰아가냐? 그치?”
“…응, 놀랐어.”
“거봐! 야, 나라도 놀라서 뭐라 말도 안 나왔겠다. 이수현은 바로 앞에서 본 거잖아.”
그리고 이때 처음으로 이수현에게 친구란 게 생겼다.
그 애는 반에서 나름 인기인이었다.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활기찼고, 전적으로 이수현이랑 달랐지만 공감대가 없진 않았다. 두 사람 다 부모님이 맞벌이라 집에 늦게 왔고, 조금 가난한 축에 속해 수시로 급식비를 못 내던 처지였다. 게다가 집에 가는 방향이 같다는 것도 한몫했다. 아이는 눈치가 빨랐고 이수현처럼 어른스럽다는 말을 곧잘 듣는 아이였다.
아이들의 날 선 시선에서 슬쩍 이수현을 데리고 나와 그 애가 작게 속닥였다.
“너 그러면 안 돼.”
“…뭐가?”
“그 상황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애들이 이상하게 본단 말이야.”
이수현의 옆구리를 팔꿈치를 쿡쿡 찌르며 모여 있는 아이들을 힐끔 보면서 말했다.
“남들처럼 행동하면 괜찮아.”
“어떻게 하라고.”
“음, 나처럼 해!”
“…싫어, 넌 좀….”
“뭐, 시끄럽다고? 이게, 내가 널 방금 도와줬는데 그런 말 하기야?”
“그건 고마워.”
그 애는 이수현의 목에 헤드락을 걸며 장난스럽게 머리를 쿵 쥐어박았다.
“내가 볼 땐 넌 좀 이런 거에 둔한 거 같아. 뭐라고 해야 하지 상황 대처? 감정?? 그런 거 말이야. 막 놀라야 하는 상황에서 안 놀라고, 웃긴 상황에서 한 박자 늦게 웃고 그렇잖아.”
“그런가.”
“그렇다니까? 이럴 땐 말이야. 드라마나 영화나 책 같은 거 보고 참고하면 된다고 그랬어. 도서관 갈래?”
“…그래.”
그 뒤 이수현은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웠다. 수많은 책을 읽었다. 쉬는 시간마다 혹은 점심을 먹고, 아니면 하교 후에 도서실에 가는 게 당연한 나날이 되었다. 이수현은 여러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을 책을 통해 배웠다. 처음 사귄 친구의 조언은 들을 만했다.
그리고 그런 다음에야 누군가 다쳤을 때 걱정하는 척이라도 할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괜찮냐는 말을 해 줄 정도는 되었다. 누군가 울 때 조용히 휴지라도 조심히 내밀 정도까지는 되었다. 웃기지 않은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을 보며 슬쩍 따라 웃을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무리에 섞일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런 와중에도 머릿속 한편으론 ‘이렇게 감정적이면 불편하지 않나?’ 같은 생각이 가득했다. 이수현은 자신이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납득했고, 받아들였다. 그건 의외로 쉬웠다.
이수현은 그렇게 자랐다. 무언가 결여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할 만큼 이성적이었고, 그것을 고쳐야 된다고 생각했으나 그만큼 자기 자신에게도 냉정했다.
아직 어렸던 이수현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뭐가 맞는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려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의 부모는 여전히 항상 바빠 이수현이 일어날 때 나가서 잠이 들 때 들어왔다. 하루에 한 번 마주칠까 말까 한 부모였다. 그의 세 살 위의 형 또한 동생에게 무심했다. 이수현과 꼭 닮은 얼굴로 정반대의 성격을 지녔다. 이수현과 다르게 친구가 많았고, 집에 있는 것보다 밖에 나가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리고 저와는 반대인 그런 동생을 싫어했다.
그러니 집에서 혼자 TV를 보는 게 어린 이수현의 일상이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의논해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이수현은 아무도 믿지 않았다. 자신의 가족들도 타인보다 조금 나은 편이었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수현은 혼자 뭐든지 알아서 했다. 배고프면 혼자 밥을 해 먹고, 아프면 혼자 병원에 갔다. 밖에서 놀 때도 알아서 해가 지기 전에 돌아왔고 뭐든지 다 알아서 했다.
이수현은 이미 어린 날 생일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 남들은 생일이 특별하다던데 이수현에게는 그저 평범한 날 중 하나였다. 물론 기억하던 생일날 중에 가장 오래된 기억에서는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의 생일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제 생일 때마다 온다고 약속하던 부모님이 안 오는 날이 계속되고, 식탁 위에 선물이랍시고 놓인 지폐를 보며 해가 지날수록 이수현은 그저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납득했다. 그렇게 어느 순간 더는 부모를 기다리지 않게 되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렇게 하나둘 포기했다. 그러니 감정에 대한 무언가를 쉽사리 배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수현이 가장 처음 배운 건 무심함이었고 그다음은 포기였다. 물론 이수현도 처음엔 슬펐다. 아마도. ‘왜 나만.’ 하고 억울했고 화도 났다. 이것도 ‘아마도’지만.
그렇게 그런 게 하나둘 계속되고 쌓이고 그러던 어느 순간부턴가 그게 당연한 게 되어 버린 어느 날 그렇게 어린 이수현은 포기해 버린 거다. ‘그럴 수도 있지.’ 하고, 그렇게 납득하자 그다음부터 아무래도 좋아졌다.
“그럴 수도 있지.”
그 순간 그 무엇도, 그 어느 것도 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 되었다. 이수현은 그렇게 납득했다.
바빠서 그런 거야, 그럴 수도 있지.
깜빡한 거야, 그럴 수도 있지.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거야,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
이수현은 그렇게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무심해지기로 했다. 그건 일종의 방어 기제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여겨야 더는 상처 받지 않고 슬프지도 않을 테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머리가 크고 나서였을까, 그런 마인드로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더 편했다. 굳이 감정을 쏟지 않아도 되었고 남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멋모르는 사람들은 그의 유년 시절에 대해 알게 되면 가엽게 여기고 멋대로 동정한다. 그도 아니면 이수현이 이런 성격이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지레짐작하며 불쌍히 여긴다. 너의 유년 시절은 불행했다며, 받아야 할 애정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그렇게 멋대로 저를 불쌍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럴 때마다 이수현은 짜증났다. 누가 동정해 달랬나? 자신이 괜찮다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는데, 남들이 뭔데 제멋대로 동정하는가? 우습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이수현 본인이 몇 번이고 ‘그렇지 않다.’, ‘그런 게 아니다.’라고 수백 번 말한들 다른 사람들은 쉽사리 믿지 않았다. 그러니 이수현은 더는 해명하기도 포기했다. 그래, 멋대로 생각해. 이미 한번 그렇다고 생각하고 제 주장이 옳다 주장하는 인간들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이수현도 나이를 먹고 많은 것을 접하며 자신이 겪은 일이 일종의 폭력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로 인해 자신의 성격이 이 모양이 되었다는 가정도 굳이 부정하진 않겠지만, 이수현은 그럼에도 자신의 과거가 불쌍하지 않았다.
이제 와 다 지난 과거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는 정말 아무래도 좋았다.
분명 어린 시절의 일이 지금에 이수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그건 일종의 촉진제였을 뿐이지 이수현은 그런 일이 없었어도 충분히 이런 성격이 되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게 그의 가족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수현의 타고난 성격이 그러했다.
***
열한 살. 이수현이 자신의 삶을 구체적으로 계획했던 나이였다.
어린 이수현은 어느 날 문득 인생 계획을 짜고 싶어졌다. 정말 갑자기 든 생각이었다. 시끄러운 교실에서 혼자 멍하니 앉아 턱을 괴고는 계획을 하나하나 세웠다. 아무에게도 말해 주지 않은 계획이었으나 어린아이가 생각하기에는 꽤 어른스러운 계획이기도 했고, 반대로 한없이 대책 없기도 했고, 또 이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수현은 그 계획이 퍽 마음에 들었고 착실히 그 계획대로 살기 시작했다.
어린 이수현의 계획은 이러했다. 열세 살 중학교에 들어갈 동안 용돈을 꾸준히 모으고, 성적도 중상위권으로 유지하고, 열일곱 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번다. 고등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으니까. 학교는 그래, 취업하기 좋은 곳으로 가야지. 자격증도 따고. 대학은 가지 않을 거야. 취업해야지. 이 집을 나갈 거니까 일단 돈이 아주 많이 필요했다. 또….
그렇게 이수현은 먼저 다달이 받는 얼마 안 되는 용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차근차근. 천 원으로 교통비를 내고 남은 잔돈 같은 것을 저금했고, 준비물을 사고 남은 돈을 모았다. 간식은 원체 좋아하지 않았기에 군것질로 나가는 돈도 없었다.
그리고 선생님들에게 이쁨 받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예쁜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고 선생들은 곧잘 이수현에게 뭐라도 주고 싶어 했고, 뭐라도 해 주고 싶어 했다. 그의 집안 형편이 조금 가난한 것도 한몫했다. 이수현은 기꺼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그러한 동정은 받아들였다. 이용하기도 했다. 그것들이 도움이 되었으니까.
그렇게 이수현은 무럭무럭 자라 고등학교도 순조롭게 들어갔다. 반 아이들 틈에도 자연스럽게 섞여들었다. 조용하고 무심하고 침착한 이수현은 어째선지 또래 아이들에게 이상하게 인기가 많았지만 당사자는 그러려니 했다. 이수현은 대학에 갈 생각이 없었기에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성적은 중간쯤이면 되겠지, 대학보단 취업을 목표로 했다. 기본적으로 이수현은 스무 살이 넘으면 독립할 생각이었으니까. 그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이수현은 열아홉 살이 되었다. 운 좋게 괜찮은 일자리를 구했다. 그렇게 졸업도 전에 취업을 하고 고등학교에 더는 나가지 않게 되었다. 그걸 뒤늦게 통보하듯 가족에게 말했기에 약간의 불화가 있었으나 이수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갑자기 취직했다고?!”
“응, 취직했어.”
“어떻게 우리와 한마디도 안 하고!”
“…그걸 꼭 말해야 해?”
“당연하지! 우린 네 부모잖니!”
“…….”
‘이제 와서?’
“애가 어쩜 이리 차가워.”
“너, 그렇게 정 없이 구는 거 아니다?”
정말 이제 와서 그러는 것도 솔직히 그로선 우스웠다. 언제부터 제게 그리 관심이 있었다고, 이수현은 부모들이 화를 내든 말든 제게 차갑다, 무심하다 소리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직장을 다니다 졸업 때가 돼서 오랜만에 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졸업 축하한다.”
“…….”
자신의 앞에 불쑥 내밀어진 꽃다발이 생소했다. 정말 제 것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졸업식에 불쑥 찾아온 자신의 가족들을 보며 이수현은 ‘왜 안 하던 짓을 하지?’ 하고 생각했다.
그야. 이수현의 모든 졸업식과 입학식에 그의 가족이 찾아온 적이 없었으니까. 그건 모두가 바쁘다는 핑계 때문이었다. 뭐, 핑계가 아니기도 했지만. 그의 부모는 맞벌이였고, 아이 둘을 키우기에는 다소 가난했다.
이수현은 그들의 상황을 이해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해했고 납득했다. 하지만 이해했다고 그걸 긍정적으로 본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이 상황이 참 우스웠다.
‘왜 안 하던 짓을 할까.’
아마 그건 그의 가족들이 은연중에 이수현이 점점 그들을 벗어나고 있음을 알아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변을 먼저 눈치챈 것은 그의 형이었다. 아마 가장 이수현과 비슷한 삶을 살았을 그의 형은 제 동생을 이해했다. 그러니 부모들의 행동을 같이 불만족스러워했으며, 동생이 혼자 나가 사는 것에 불만이 없었고, 부모 몰래 도와주기도 했다. 이수현은 제 형이 예전보단 싫지 않았다. 부모보다는 좋았다. 동질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이수현은 착실하게 계획대로 살았다. 일을 관두고 군대에 가고, 제대를 하고 어느덧 스물네 살에 드디어 지긋지긋한 집을 나왔다. 열한 살의 이수현이 짠 계획은 이제 절반 정도 왔다. 그렇게 서른 살까지 일을 하고, 그 뒤부턴 모아 둔 돈을 쓰며 살다가 마흔이 되기 전 죽을 예정이었다. 열한 살의 어린아이는 그때부터 이미 자기 죽음을 생각했다. 뭐, 그런 계획이었다.
다만 평이하게 흐르던 계획이 틀어진 건 이수현이 스물여섯 살이 되던 어느 가을날이었다.
***
빠아앙…!!
귀를 때리는 경적에 이수현은 순간 정신을 차렸다.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물리자 거친 욕설이 들려왔다. 그의 옆을 새하얀 자가용이 스쳐 지나갔다. 이수현은 지금 상황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순간 멀미를 하듯 어지러웠고 머리가 아팠다. 머리를 짚으며 무심코 숙인 목 아래로 제가 입은 옷이 보였다.
내가 오늘 이 옷을 입고 있었나?
그의 오른손이 묵직해 들어보니 가방이 들려 있었다.
이런 가방을 들고 있었던가?
눈앞이 빙글 도는 것 같았다. 이수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차가 지나가더니 이제는 앞쪽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지 파가 삐죽 튀어나온 에코백을 들고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서 있던 길목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일렬의 상황이 모두 말도 안 됐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박민후는 어디로 간 거고…. 이수현은 어쩐지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생각해 보면 이 핸드폰이 그의 주머니에 있었던 것부터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나 그런 걸 깨달을 정신이 없었다. 검은 화면을 터치해 시간과 날짜를 확인했다.
이수현은 탄식했다. 다시 가을로 돌아온 것이다. 박민후와 함께한 나날이 그렇게 거짓말인 양 사라졌다.
***
무슨 정신으로 집으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이수현은 답지 않게 당황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은 어이없게도 너무나 쉬웠다. 세상은 평화로웠고, 사람들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것에 적응하지 못하고 당황한 건 오로지 이수현뿐이었다.
툭. 바닥에 가방을 떨어뜨렸다. 이수현은 비척비척 지저분한 바닥을 발로 치우며 침대로 가 그대로 엎어졌다. 지저분한 집 안 꼴이 익숙해야 하건만 낯설었다.
자신이 걷다가 꿈이라도 꾼 걸까? 그런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제대로 움직이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니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 있을 시간이었다. 그의 옷차림도 그가 처음 괴물을 봤던 날과 같았다. 그러니까 이수현은 박민후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럼 박민후는….”
이수현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휴대폰을 켠 뒤 인터넷 창을 열었다. 아마 휴대폰에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다. 휴대폰으로 틈틈이 보다가 말았으니까. 이수현은 휴대폰으로 보고 인터넷 창을 정리하는 사람도 아니었기에 분명 남아 있을 게 분명했다. 90개가 넘게 켜져 있는 창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그러다 원하던 페이지를 발견했다. 자신이 소설을 보던 그 사이트였다. 하지만 결과는 암울했다.
[작가님의 사정으로 지워진 글입니다.]
접속해 보니 그렇게 적혀 있는 새하얀 페이지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아무리 새로고침을 해 봐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모든 게 다 지워져 있었다. 다른 방법으로 찾아보려고 했으나 이수현은 자신이 책 제목도 모른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다. 하는 수 없이 주인공 이름이 박민후인 소설을 되는 데로 찾아다녔지만, 나오는 건 동명이인뿐이었다.
없다. 없어.
이수현은 밤새도록 인터넷을 뒤적거렸다.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사장이 왜 오지 않냐고 전화를 걸 때까지 말이다.
“…죄송합니다. 늦잠을 자서요. 지금 바로 갈게요.”
-어이구, 얼른 오기나 해!
“예.”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하고 인터넷 창을 뒤졌기 때문에 그 여파로 눈이 아팠다. 이수현은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마른세수를 했다. 한숨이 나왔다.
이수현은 현실을 받아들였다.
이곳에는 헌터도, 던전도, 몬스터도 없었으며, 세계는 멸망을 향해 달려가지도 않았다. 이곳에서 세계멸망은 언제나처럼 우스갯소리로 언급되는 유머 거리일 뿐이었으며 그러니.
…이곳에 박민후가 존재할 리가 없다.
***
“…현아, 이수현!”
“예?”
이수현은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 사장님이 어딘지 당황한 것 같은 얼굴로 이수현을 보고 있었다. 왜 그러지? 사장의 그런 반응이 이해되지 않았다.
“너, 너 왜 우니?”
“예…?”
이수현은 그제야 제가 울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어, 왜 이러지….”
이수현은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아주 멀쩡했다. 정말로 그러했다. 그럴 터였다. 그의 얼굴은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이었고, 그의 목소리도 울고 있는 사람 특유의 물먹은 목소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이수현은 소리 없이 울었다. 그저 수도꼭지가 망가진 것처럼 눈에서 눈물만 뚝뚝 떨어졌다. 닦아도 닦아도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그 모습에 당황한 것은 오히려 지켜보던 사장님이었다.
평소에 바늘에 찔려도 꿈쩍도 안 하던 애가 일하다 말고 넋 놓는다 싶더니 이게 웬걸?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니 놀라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이수현이 누구인가. 진상 손님이 와서 뭐라고 해도 무시로 일관, 사장인 제게 꾸지람을 들어도 한 귀로 듣고 흘렸으며, 알바생들 사이에서도 감정 없는 로봇 같은 인간이라 소문난 사람이 아니던가? 안 그러던 애가 이러니까 더 당혹스러웠다.
어디가 아픈가? 집에 무슨 우한이라도 들었나? 평소 안 그러던 애가 이러니 이러다 일 나지 싶어 사장은 결국 안절부절못하다 결단을 내렸다.
“수현아, 집에 가렴.”
이수현은 결국 사장님에게 등이 떠밀려 집에 갈 수밖에 없었다. 집에 가는 도중에도 눈물이 안 멈춰서 결국 울면서 집에 갔다. 사람들의 시선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자꾸만 흐려지는 시야가 거슬렸고 자신이 왜 우는 건지도 이해가 되질 않아 이수현은 멍하니 집으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집에 도착해서 찝찝한 얼굴과 손을 씻고 이수현은 죽은 듯이 잠들었다. 얼마나 잔 건진 모르겠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아침이었다. 하긴 어제 날을 샜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멍하니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던 이수현은 한 시간을 더 그렇게 누워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진짜 죽은 듯이 잤네.”
움직이기 싫은 몸을 억지로 움직여 씻고, 아침까지 간단히 챙겨 먹고 나서 침대에 걸터앉았을 때 휴대폰이 방전된 걸 알았다. 충전기를 연결하고 전원을 켜자 연락이 몇 개 와있었다. 다 사장님한테서 온 연락이었다. 몸은 좀 괜찮냐는 말부터, 왜 울었는지, 일이 많이 힘드냐, 아니면 집안에 무슨 우환이라도 들었냐 같은 내용이 주를 이루더니 마지막에 온 메시지는 오늘은 출근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내가 그렇게 제정신이 아니었나.”
한탄하듯 중얼거리며 이수현은 그럼 쉬고 내일 뵙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휴대폰을 한쪽에 치워 뒀다. 이수현은 침대에 앉아서 집 안을 둘러보았다. 지저분한 집 안 꼴이 익숙하면서 낯설었다. 갑자기 생긴 휴무다. 머리를 비우려면 움직이는 게 좋겠지. 이수현은 베란다로 다가가 창문을 활짝 열었다. 가을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고, 쓸데없이 날이 좋았다.
바닥에 어질러진 물건들을 하나둘 정리하고, 옷들은 빨래 통에 처박았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늘어놓은 책들을 식탁 위에 쌓아 놓고, 구석에 처박아 둔 청소기를 찾아왔다.
윙, 드륵. 드륵, 위잉….
조용한 집 안에서 청소기 소리만 시끄럽게 울렸다. 지저분한 집을 치우고 있자니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서 좋았지만, 이렇게 생각 없이 청소기를 돌리고 있자니 불쑥불쑥 박민후가 떠올랐다. 그와 함께 보낸 나날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가 사라진다.
“…….”
그에 이수현이 얼굴을 찡그렸다. 시끄럽게 울리던 청소기를 저만치 치워 두고, 이번에는 걸레를 가져와 바닥을 닦았다. 뽀득뽀득 소리가 났다. 이수현은 되도록 그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했다. 괜히 떠올려 봤자 저만 슬플 뿐이다. 그러니 기억에 묻어 두고 싶었다. 바닥을 다 닦고 나니 할 일이 없어졌다. 쓰레기 버리는 날은 오늘이 아니었고…. 가만히 앉아 있기 싫어, 할 일 없이 냉장고를 뒤적이고 찬장을 뒤적였다.
“저녁에 먹을 것도 없나….”
다행히 집 안을 뒤적이니 할 일이 나왔다. 먹을 게 거의 남지 않았다. 장을 보러 가야겠다. 이수현은 베란다 창을 닫고 옷을 갈아입었다. 가방과 지갑을 챙겼다.
무엇을 사야 할까 머릿속으로 목록을 떠올리며 걷던 그때였다.
“이수현.”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수현이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