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파편 (1) (11/22)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지독한 두통이었다. 무척 몽롱한 데다 눈앞은 핑핑 돌았다. 어지럽고 구토감이 일었다. 머릿속이 둔해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겨우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보인 얼굴이 다스가 아니어서 속상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이면 이 자식이야….

“어린 새끼가 겁이 없어, 씨발.”

백용태가 담배를 문 채 말을 씹어뱉었다. 눈앞이 핑핑 돌아서 백용태의 얼굴이 마구 일그러져 보였다. 꼭 소용돌이처럼 보여서 웃겼다.

다스는 어디 있지? 여기는 어디지? 주변이 꼭 컴퓨터로 지운 것처럼 시커멨다. 백용태가 내 턱을 잡아챘지만 여전히 정신이 들지 않았다.

“내가 너희 씹새끼들한테 감정이 있는 건 아니야. 그걸 확실히 하자고.”

백용태의 목소리가 아주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머릿속이 왕왕 울렸다.

“홍다환이 네 이모라는 년, 그년이 우리 취급을 뭐 같이만 안 했어도 너희랑 내가 만날 일은 없거든. 그러니까 억울하면 그년이나 탓해라.”

그가 내 머리통을 도로 놓았다. 다스는 어디 있을까. 다스를 찾아야 했다. 그를 찾아 팔을 허우적거리려는데 그조차도 움직이기 힘들었다.

“개소리… 집어치워….”

마침내 그토록 듣고 싶던 음색이 들렸지만 목소리가 영 좋지 않아 불길했다. 뒤이어 헐떡거리는 숨소리도 들렸다. 다스는 몹시 화가 난 듯했다. 백용태는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야, 홍다환, 니 개새끼 약발 잘 받네. 눈깔이 완전히 맛이 갔어.”

백용태가 낄낄거리며 웃자 다른 놈들의 웃음소리도 뒤이어 들렸다. 꼭 고장 난 스피커처럼 소리가 귓가에 번졌다. 코앞까지 다가왔던 백용태의 얼굴이 다시 멀어졌다.

“그런데 너는 왜 아직도 씨발, 눈깔을 그따위로 뜨고.”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머릿속이 둔해서 무슨 소리인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좋은 걸 놔 줬으면 감사할 줄을 알아야지, 애새끼가.”

좋은 거…? 다스한테 뭘 놓은 거야. 하지 마. 목소리는 혀끝에서 부서졌다. 다스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몸은 여전히 움직일 줄을 몰랐다.

백용태가 재킷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휴대폰 같았다. 몇 가지를 조작한 그가 화면이 보이게끔 휴대폰을 들었다. 제대로 보이지 않아도 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협력사는 AY 그룹 계열로, 카지노 랜드와 호텔 건립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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