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이상하게도 꿈자리가 사나웠다. 나는 꿈속에서 무언가를 말하려 애쓰고 있었다. 내가 선 곳이 무대임은 뒤늦게 알아챘다. 조명도 관객도 없어서였다.
목소리를 내려 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열심히 손짓도 했지만 그것마저 눈앞의 어둠에 먹혔다. 나는 내가 뭘 말하고 싶은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말을 해야 한다는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벙긋거리다 눈을 떴을 때는 아침이었다. 잠결에 뒤척이려다 아래쪽에 느껴지는 익숙한, 그러나 낯선 압박감에 인상을 썼다.
“일어났어?”
알몸의 다스가 내 위에 올라타 있었다. 발기한 페니스를 내 몸에 넣은 채로.
“아… 흐, 이거, 뭐….”
전에도 눈뜨자마자 박혀 있더니, 이번에도 또야. 하지만 아래쪽이 아프거나 불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거, 이상… 해….”
“젤 발라서 그래.”
“으읏….”
다스의 페니스가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미끄러운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다. 아프게 쑤셔 박는 건 익숙한데 이건 낯설었다. 그리고 낯선 만큼 흥분되었다.
“다, 스야, 으응, 아….”
나도 모르게 콧소리가 마구 흘러나왔다. 금방 사정할 것 같았다. 자다 깨서 아직도 혼몽한데, 아래쪽을 파고드는 쾌감은 적나라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스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미끄러져 들어오는 살덩어리가 내벽의 어느 지점을 꾹꾹 짓눌렀다. 그때마다 쾌감이 미친 듯이 치솟았다. 끔찍이도 좋아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정말 이대로 싸 버리겠다 싶을 때에야 다스는 허리 속도를 늦췄다. 숨을 헐떡거리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내 위에 올라탄 다스의 모습이 꿈같았다. 문득 겁이 났다. 정말 꿈이면 어쩌지 싶어서.
“으응, 아, 흐으응….”
나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가 났다. 다스랑 섹스하면서 소리를 지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이상한 콧소리를 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아래를 파고드는 적나라한 감각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다스의 페니스가 내 안쪽을 헤집으며 깊숙이 들어왔다가, 다시 빠져나갔다. 귀두와 페니스 기둥 감촉이 하나하나 세세하게 읽혔다. 이미 내 몸에 들어온 그것을 다 가지고 싶어서 구멍을 마구 조여 댔다.
다스의 손이 뻗어 와 내 뺨을 감쌌다. 미끄럽게 들어왔다가 나가는 동작을 멈추지 않은 채 그가 내 얼굴을 쓸어내렸다. 손길이 달아서 아래쪽 감각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잠이 덜 깨어서 그 다정한 손길마저 꿈같았다.
“귤아, 좋아?”
“으, 으응, 으.”
대답 대신 이상한 소리만 흘러나왔으나 다스는 기분 좋다는 듯이 웃었다. 그 웃음이 하도 근사해서 마음이 놓였다.
젤이라는 건 처음 써 보는데, 이게 이렇게 기분이 좋은 줄은 몰랐다. 그가 들어왔다 나갈 때마다 미끌미끌해서 감각이 몇 배로 증폭되는 듯했다. 다스의 페니스가 그리는 듯이 자세히 느껴졌다. 그리고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좀 뜨겁기도 했다.
“흐으으…. 으응, 거기… 좋아….”
젤 때문인지, 정말 그가 느긋한 건지 평소보다 더 느리고 부드러운 움직임이 이어졌다. 안쪽을 찔릴 때마다 나는 걸레 새끼답게 진득한 신음을 흘렸다.
“으으, 아, 아흐….”
“후우….”
날숨을 길게 뱉고는 이마를 쓸어 올린 다스가 내 쪽으로 손을 뻗어 왔다. 그리고 이내 숨이 턱, 막혔다. 그가 내 목을 조른 것이었다. 허리 움직임은 멈추지 않은 채로.
‘같이 죽을까, 귤아?’
나는 다스의 손에 살았으니 나를 죽이는 것도 다스여야 했다. 백용태가 나를 탐낸대도, 설령 그가 나를 버리더라도 그는 여전히 내 주인일 것이다.
다스가 좋았다. 눈을 뜨자마자 그와 몸을 섞고 있단 사실이 버겁지만, 몸을 짓누른 그가 내 목을 조르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다스가 좋았다.
“하아….”
다스가 길게 숨을 내뱉더니 목을 쥔 손에다 힘을 주었다. 숨이 바짝 막혀 왔다. 정말 그가 나를 죽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으나 무섭지도, 서럽지도, 원망스럽지도 않았다.
다스야. 속으로 그를 불렀다. 눈앞이 흐려 그의 얼굴이 지워졌다 돌아오길 반복했다.
다환아. 이번에는 이름을 속으로 불렀다.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나한테 박으면서, 내 목을 조르면서 머릿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어?
그와 나의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이 새삼 싫었다.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나는 가끔 다스를 알 수 없었다. 개가 주인의 생각을 알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지만, 나는 다스의 모든 의도를 알길 바랐다. 지금 이렇게 내 목을 조르는 이유까지.
“크읍, 으, 흑….”
얼굴로 피가 쏠렸다. 동시에 아래쪽의 쾌감이 점점 더 커졌다. 압박감은 목뿐만 아니라 아래쪽에서도 느껴졌다. 다스의 페니스가 내 안에서 더 부푸는 것 같았다. 시야가 흐렸다.
숨이 극한까지 막히는 것을 느끼며 나는 사정했다. 페니스에서 쏟아진 정액이 배를 적셨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떨어지고서야 다스가 내 목을 쥔 손을 놓았다. 푸하, 숨을 내쉬었다. 구토감이 올라와 몇 번 헛구역질을 했다.
흐린 시야에 다스의 표정이 희미하게 보였다. 묘하게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우는 것 같기도 했다.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게 또 실감 났다.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면 더 착하게 굴 수 있는데.
목이 졸린 탓인지 아직도 잠이 덜 깬 탓인지 아까보다 더 혼몽했다. 그리고 혼몽함 속에서 쾌감이 조금씩 커졌다. 숨이 찬데 헐떡거리고 싶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대로 죽고 싶은지도 몰랐다.
다스가 허리를 곧추세우곤 내 다리를 활짝 벌렸다. 시야가 흐렸지만 다스가 내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활짝 벌어진 채로 그의 성기를 받아들이는 구멍이 부끄러웠다. 그렇게 섹스를 많이 했는데, 남들 앞에서도 박혔는데도 말이다.
안쪽이 몹시 뜨거웠다. 젤을 바른 성기가 안쪽 깊숙이 들어왔다가 나가고, 다시 깊숙이 파고들었다가 거의 끝까지 빠져나갔다. 잠깐 나가는 그 순간도 아쉬워서 구멍에 힘껏 힘을 줬지만 미끄러운 젤 탓에 기둥은 쉽게 구멍에서 빠져나갔다. 내 성감만 더 커질 뿐이었다.
여유로운 다스가 얄미워서 손을 뻗어 그의 팔을 긁어 댔다. 힘이 없어서 손톱이 아닌 손끝이 스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마저도 금세 미끄러졌다.
“흐으, 응….”
그와 하는 섹스는 아마 평생 해도 질리지 않을 것이다. 매번 이렇게 다르니 말이다. 홍다환이라는 존재를 안 지 이제 일 년인데도 계속 속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까닭도 비슷했다. 매일 곁에 두고 보면서도 그는 새로웠다.
다스가 내 양쪽 다리를 위로 접게 했다. 다리가 M자로 접히자 접합부가 훤히 드러났다. 그가 상체를 떼고 아래쪽을 확인했다. 뒤이어 구멍 쪽에 그의 손가락이 닿았다.
“흣…!”
“잘 물고 있네. 젤 발랐는데도.”
미끄러운 젤 감촉이 낯설었으나 다스가 그렇게 말하니 안심이 되었다. 활짝 벌어진 엉덩이로 들어오는 그의 성기를 느끼며 다시 성감이 머리끝까지 끌려 올라갔다. 그의 움직임 한 번마다 절정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스가 내 엉덩이 아래 손을 넣었다. 허리를 조금 들게 하자 각도가 달라졌다. 안에 들어 있던 페니스가 어느 지점을 꽈악 짓눌렀다.
“으응…!”
자세가 달라져서인지 젤이 질퍽거리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그가 일부러 허리를 더 크게 움직였다.
“귤아… 그거 알아? 너 자면서도 신음하더라…. 야한 신음.”
다스가 웃음을 섞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다른 데서 자거나 하면 큰일 나겠다, 그치?”
“흐, 으으, 응….”
내가 다른 데서 잘 일이 어디 있어. 바보 같은 질문에 어영부영 대답을 했지만 몰아치는 성감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밖에서 자면 너 강간당할 거야. 내 좆 가져다가 네 구멍에 대기도 전에 신음 장난 아니게 하던데.”
내가 그랬다고? 기억은 하나도 안 나지만 다스가 그랬다니 그렇겠지. 밖에서 잘 일은 없겠지만 그의 말을 들으니 괜히 겁이 났다. 그가 허리를 과장되게 움직일 때마다 젤이 찌꺽거리는 소리가 났다. 뜨겁기도 엄청 뜨거웠다.
“그러니까 어디서 함부로 잠들거나… 하지 마. 전철에서 자면 사람들이 다 네 신음 들을 거 아냐.”
하도 걸레 새끼, 걸레 새끼 하다 보니 정말로 걸레가 된 모양이다. 다스가 없는 곳에서 신음을 흘리는 나라니 상상도 하기 무서웠다.
내 무릎을 단단히 쥔 다스가 갑자기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구멍을 빠르게 쑤셔 박는 동작에 결국 또 한 번 사정했다.
“너는, 걸레 새끼고, 후우,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니까… 내 옆에 얌전히 있어. 응?”
“흐으, 으….”
다스가 내 안에 단번에 콱, 좆을 쑤셔 박고는 동작을 멈췄다. 그가 허리를 숙여 왔다. 코끝이 닿고 뜨거운 숨결이 내 입술 위에 흩어졌다.
“그래야 네가 이 세상에서 살아남아, 귤아….”
정액이 아랫배를 채우는 게 느껴졌다. 그득하게 채운 것을 한 방울도 흘리게 두지 않겠다는 듯이 다스는 성기를 박은 채로 한참 내 위에서 숨을 골랐다. 나도 숨을 헐떡거렸다.
내 발기가 식자 다스가 아래에서 단번에 좆을 빼냈다. 밑을 채우고 있던 정액이 왈칵 쏟아져 회음으로 흘렀다.
알몸의 다스가 침대 옆에 서서 나를 일으켜 줬다. 그의 팔을 붙든 채 어영부영 상체를 세웠다. 눈뜨자마자 섹스를 했더니 아직도 정신이 들지 않았다.
“아, 어지러워….”
“익숙해지는 게 좋을 거야.”
“응? 뭘 익숙해져?”
“앞으로 아침마다 박아 줄 거거든.”
무슨 말이야. 다스가 내 관자놀이에 쪽, 소리 내어 입을 맞추는 게 좋아서 더 묻지 않았다.
“이제 일어나서 씻고 밥 먹자.”
“배 안 고픈데….”
“안 고파도 먹어.”
다스가 나를 번쩍 안아 들었다. 발이 다친 지 두 달이 다 되어 가니 그가 안아 주는 데에 익숙해진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나으면 다스는 더 이상 이렇게 안아 주지 않을 텐데. 다 알면서도 그의 목에 감은 팔을 풀기가 싫었다.
여름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는 뉴스를 보며 우리는 거실에서 밥을 먹었다. 다스가 내가 좋아하는 소시지 반찬과 야채참치 캔을 내주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것도 먹어. 소시지랑 참치만 먹지 말고.”
다스가 내 밥그릇 위에 나물을 수북이 얹었다. 하는 수 없이 나물을 젓가락으로 집어 먹었다.
“이렇게 버림받은 강아지는 임시 보호소에서도 얼마 있지 못하는데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공고 기간을 보내고 안락사를 당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