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태는 아직까지 아무런 일을 주지 않았고, 우리는, 아니, 다스는 여전히 연옥동을 휘젓고 다녔다. 다스의 무리는 평소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술을 마시고, 계곡에서 다이빙을 하고, 담배를 피웠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계속했다. 본래 두 달만 대타로 해주기로 했었는데, 전에 일하던 사람에게 사정이 생겨서 내가 일을 완전히 물려받게 되었다. 아버지가 호프집에 불쑥 찾아올지 모른다는 공포는 여전했다.
마치 밤의 검은 물아래에서 지내는 듯한 날들이 지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물속의 무언가가 치솟아 올라 이 생활을 망가트릴지도 모른다는 묘한 불안감이 물결처럼 나와 다스를 휘감는 듯했다.
다스의 품 속에서 불안감으로 소름이 잘게 돋은 몸을 웅크린 채 나는 잠을 자려 애썼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사탄 형태를 한 내 모습이 또 어둠 속에 떠올랐다.
“귤아, 잠 안 와?”
졸음 묻어나는 목소리로 나를 달래는 다스가 좋아서, 나는 어리광을 부리듯 그의 품에 파고들었다. 다스는 내게 더 묻지 않았다. 그저 졸린 팔을 내 몸에 두르고 더 꽉 안아 줄 뿐이었다.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나는 스스로를 달랬다. 설령 아버지가 찾아오더라도 다스 옆에 있으면 안전할 것이다. 그가 나의 신이자 왕이니까 나를 지켜줄 것이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나는 정말로 다스 없이 살 수 있을까?’
아르바이트를 하고, 다스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나날이 반복되면서 감히 그를 떠나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정말로 그럴까. 아빠가 나를 찾아와도, 혹은 그보다 더 다급한 일이 생겨도 나는 다스 없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평소처럼 알바를 하던 어느 날이었다. 새벽까지 하는 날과 저녁까지 하는 날이 있는데, 그날은 저녁까지 하는 날이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다스가 메시지를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