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너드가 수사하는 법 외전 (21)화 (149/159)

#3

접합부에서 찌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청신이 허리를 뒤로 물릴 때마다 도유는 자각도 하지 못한 채 제 안에서 나가려는 그의 것을 꽉 물었다.

그런 움직임마저 사랑스러운데, 느끼는 곳을 박아 줄 때마다 쾌락에 못 이겨 벌벌 떨리는 허벅지와 어느덧 청신의 허리를 감은 다리가 너무 예뻤다.

청신은 견디지 못하고 도유의 눈가에서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을 핥았다. 도유가 신음 사이로 흐느끼듯 말했다. 키스해 줘. 쾌락에 뭉개진 발음이었으나 청신이 알아듣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그는 기꺼이 연인의 요구에 응했다. 농밀하게 혀를 섞는 와중에도 그는 착실하게 제 연인의 내부를 드나들었다. 점점 고조되어 가는 쾌락에 도유가 숨을 헐떡이며 손을 아래로 내렸다.

본능적으로 청신의 움직임에 따라 계속해서 그의 배에 비벼지는 제 성기를 만지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청신이 그의 손목을 잡아 머리 옆에 누르며 흥분으로 잔뜩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뒤로만 가요.”

도유는 순간 욱해서 울먹거리며 청신을 노려봤다. 청신은 도유의 눈가를 핥았다.

“응? 도유 형.”

“제바알, 하으, 청신아아….”

“제가 더 분발할게요.”

청신이 야릇하게 웃으며 말하자 반쯤 제정신이 아닌 상황임에도 눈치가 기민한 도유는 제 실수를 깨닫고 재빨리 정정하려 했다.

“아니, 그건, 흑, 안, 아아, 아, 하악!”

순식간에 깊이 짓쳐들어오는 성기에 도유가 파르르 떨었다. 감질나게 애꿎은 주변만 공략하며 자극을 주었던 곳을 단숨에 찌르고, 다시 나가지 않은 채 뭉근하게 허리 짓을 하는 청신의 성기에 도유는 잠시 눈앞이 새하얗게 물드는 경험을 했다.

“봐요, 뒤로만 박아도 이렇게 질질 싸잖아.”

“하으으, 너, 입, 이입, 아, 아아-!”

또다시 입이 거칠어지는 청신의 입을 막으려던 도유에게 그의 연인은 말할 틈 따위는 주지 않았다.

마치 허락이 떨어지길 기다렸다는 듯 청신은 거친 숨을 내쉬며 도유가 느끼는 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견디기 힘든 쾌락에 도유가 눈물을 흘리며 청신에게 매달렸다.

도유에게 조금이라도 이성이 남아 있었더라면 자신의 이런 행동에 청신이 더 자극받았으리라는 걸 알아차렸을 테지만, 아쉽게도 그에겐 이성이 남아 있지 않았다.

땀에 젖은 몸이 불로 달군 것처럼 뜨겁게 느껴졌다. 누구의 열기인지도 알지 못한 채, 정신없이 서로를 붙든 채 몸을 섞었다.

“아읏….”

절정에 이른 청신이 도유의 안에 깊이 박은 채 짧은 신음을 흘렸다.

그는 사정의 여운을 음미하듯 잠시 그대로 있다가, 지쳐서 할딱이는 도유의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추고 입술을 포갰다.

이윽고 그는 도유의 안에서 제 것을 빼냈다. 청신과 동시에 사정을 한 도유는 아직도 제 육신을 지배하는 쾌락의 열기에 몸을 바르르 떨며 콘돔을 빼는 청신을 보았다.

그러다 제 눈을 의심했다.

“야, 야…?”

“‘야’라뇨. 우리 방금 로맨틱하게 동시에 갔는데. ‘청신아’라든가 ‘자기야’라고 불러 줘야 하는거 아니에요? 너무해요, 도유 형.”

청신이 상처받았다는 듯이 울상을 지었으나 지금 도유의 눈에 보이는 건 그의 표정 따위가 아니라 그가 까고 있는 두 번째 콘돔이었다.

“그걸 왜 또 까는 거야…?”

“상처받아서 한 번 더 하려고요.”

뻔뻔한 대답에 도유가 입을 떡 벌렸다. 상처받았다는 건 도유가 그를 ‘야’라고 불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도유가 그를 ‘야’라고 부르기 전에 이미 청신은 콘돔을 꺼내 까고 있었다. 원인과 결과가 반대다. 즉, 청신은 개소리를 하고 있는 거다.

“안 해, 못 해…! 내일모레 출근이랬잖아!”

“도유 혀엉.”

“안 돼, 그렇게 예쁘게 봐도 안 돼!”

숨을 참으면서 소리친 도유가 말을 마치고 헉헉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청신은 꿋꿋하게 새로 깐 콘돔을 성기에 씌웠다.

도유는 아직도 여운에 바들바들 떨리는 몸을 뒤로 내뺐다.

본인은 나름 도망가기 위한 행동이었으나, 청신의 눈에는 더없이 음란하게 보였다. 도유의 상체에 튄 백탁액과 아직도 뻐금거리고 있는 항문이 도유가 양다리를 벌리고 있는 탓에 훤히 보였으니까.

“안, 하으으…!”

도유가 밀어 내려고 했지만 청신을 밀어 내기엔 남아 있는 체력이 부족했다. 단번에 도유의 안으로 들어온 청신은 바로 움직이지 않고, 도유에게 애교를 부렸다.

“도유 형,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할게요. 응? 저 형이 너무 부족해요.”

“안 된다고, 읏, 안 돼, 커지지 마…!”

“혀엉.”

도유의 귀를 핥자 도유가 파르르 떨었다. 청신은 축 처진 도유의 성기를 손으로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근슬쩍 자리를 잡는 척, 도유가 느끼는 곳을 찌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런 요망한 노력에 도유의 것도 다시금 힘을 얻기 시작했다.

결국 도유는 울먹이며 허락하는 수밖에 없었다.

“딱 한 번만이야. 딱 한 번.”

그리고 당연히 한 번은 두 번이 되고, 이윽고 세 번이 되어서야 끝이 되었다. 두 번째부터는 청신이 매달린 게 아니었다. 도유가 매달렸다.

그렇기에 청신은 그다음 날, 앓아누운 도유가 저를 노려보자 정말정말 억울했지만 얌전히 입을 다물고 도유를 간병했다.

원인이 자기라는 걸 인정하는 것도 이유였지만, 살짝 부은 푸른 눈을 치뜨며 저를 보는 도유가 귀여웠기 때문이었다.

*

기나긴 장기 휴가가 끝났다. 예전에는 주말만 제대로 쉬어도 감지덕지했는데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더니, 20년 만에 처음으로 얻은 장기 휴가가 끝난 직장인은 우울할 지경이었다.

“출근하기 싫다.”

“지금이라도 차 돌릴까요?”

청신이 기운이 철철 넘치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제는 도유를 거의 하루 종일 안고, 어제는 도유의 수발을 다 들어 주고, 꾸준히 마사지까지 해 주면서 극진히 모셨던 청신은 체력의 한계가 없는 듯했다.

도유는 역시 젊은 애는 다르다는 늙은이 같은 생각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랬다간 내가 죽어.”

“누가 감히 도유 형을 죽여요?”

네 어머니께서 협회장으로 근무하시는 카단에서….

도유는 불쑥 대답할 뻔했지만 가까스로 말을 삼켰다. 왠지 그 말을 하는 순간 청신이 협회의 정기 총회가 열리기도 전에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협회 법을 개정시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농담이야.”

“아쉽네요.”

단순한 착각이 아니다. 청신은 그게 가능했다. 청신이 도유에게 직접적으로 말해 준 적은 없었지만 사람에게는 눈치란 게 있었다.

청신을 범법자로 의심하여 그의 집에 급습했던 날 - 그 의심이 맞았지만! - 을 비롯한 몇몇 특례적인 상황을 겪었을 때, 도유는 그것이 단순히 협회장인 송유원의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병원에 입원하고 반년 동안 장기 휴가를 얻게 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곱씹어 보니 송유원 한 사람의 권한만으로는 도유에게 이렇게 배려를 해 줄 수가 없었다. 분명 이사회의 인가가 있어야 하는 경우가 몇 건 있었다.

본인의 말마따나, 청신은 몇 번이고 이사회의 임원들을 쥐락펴락할 그들의 약점을 가지고 그들의 허락을 얻어 낸 것이다!

도유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청신의 옆얼굴을 보았다. 청신이 도유를 대할 때와 타인을 대할 때 사고하는 방식부터 감정의 여부까지 완전히 다르다는 건 이제 이해하기에 별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보니 조금 아쉬웠다.

명확하게는 매번 저 잘난 듯 고개를 꼿꼿하게 들고 다니며 특수부 제1팀 쪽만 바라보면 눈살을 찌푸리거나 대놓고 욕을 하던 이사들이 청신에게 대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서 아쉬웠다.

“키스해 줄까요?”

“아니. 아. 벌써 도착했네.”

카단 본부가 저만치 보이는 걸 알아차린 도유가 슬슬 안전벨트를 풀자, 청신은 슬퍼하며 우는 시늉을 했다.

“키스 안 하고 갈 거예요?”

“미안해, 청신아. 시간이 없어서.”

출근 시간이 9시고 현재 시간은 8시 52분이었다. 차는 미끄러지듯 정문 앞에 멈춰 섰다. 도유가 뒷좌석에 놓았던 출근 가방 - 사실 든 건 태블릿과 청신이 챙겨 준 사탕밖에 없다 - 을 끌어왔다.

“저와 키스하는 시간이 아까워요?”

“내가 도중에 멈출 자신이 없어서 그래.”

상처받은 목소리에 도유는 솔직하게 속내를 바로 털어놓았다. 정말이었다. 이런 도유의 진심이 느껴졌는지 청신이 뺨을 발그레 물들이며 기뻐했다.

그런 모습마저 귀여워, 도유는 운전대를 잡은 청신의 손을 잡아 그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놓아주었다.

“문자할게. 오늘은 넌 카단 쪽엔 출근 안 한다고 했지? 알았어. 난 야근할 수도 있으니까 데리러 오지 말고 집에 가 있어.”

“네, 그렇게 할게요. 사랑해요, 도유 형.”

“…사랑해, 청신아.”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청신의 나긋한 대답에 도유는 수줍게 웃으며 대답한 뒤 차에서 내렸다.

청신의 차는 도유가 본부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안으로 들어오자 그제야 차가 출발하는 걸 보면서 도유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리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전에는 몰랐는데, 동거하며 반년간 붙어 있다가 이렇게 각자 출근하니 정말 부부 같았다. 동시에 금방 청신이 보고 싶어져서 스스로에게도 놀라고 말았다.

동거를 시작한 뒤에도 청신은 몇 번 아카데미에 수업을 들으러 갔기 때문에 도유 혼자 집에 있거나 운동을 하러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도 물론 청신이 보고 싶긴 했지만 이렇게 헤어지자마자 그가 그리워진 건 처음이었다.

‘기대된다.’

퇴근하면 청신이 맞아 줄 거라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들뜨는 기분이 들었다. 퇴근하면 집에 누군가가 있는 삶을 겪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막연하게 상상하며 동경만 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는 청신이 있으니, 상상이 아닌 현실이다.

그동안은 도유가 요양을 이유로 집에만 머물렀다. 개인적인 외출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매번 청신이 돌아오기 전에는 먼저 돌아왔다.

그렇기에 언제나 집에서 청신을 맞이했던 건 도유였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그 반대가 되는 거라 생각하니 더 설렜다.

‘꽃을 사 가는 게 좋을까.’

생각해 보면 도유는 청신에게 꽃을 선물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청신은 집에 돌아올 때 종종 도유에게 소소한 선물들을 하나씩 사 왔다.

초반엔 소소하다고 하기엔 절대 소소할 수 없는 고가품만 사 오기에 혼냈더니 이후 소소한 것들로 바꿨다. 그중에는 꽃도 있었다.

청신에게 무엇을 줄지 고민하며 특수부 제1팀 사무실에 도착한 도유는,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서자 바로 보이는 얼굴에 숨을 들이켰다.

도유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던 이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도유는 울컥하는 기분을 느끼며 곧바로 그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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