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안 돼, 이 이상은 정말 안 돼. 내일모레부터 출근, 읏, 이란 말야.”
청신이 어떻게 한 건지 몰라도 도유는 병원에서 퇴원한 뒤, 반년간 출근을 하지 않았다. 즉 끝내주는 장기 휴가를 보냈다.
이청신이 도유가 평생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특수부 제1팀에 ‘휴가’라는 복지를 추가해 준 덕분이었다. 협회인데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가 의문을 가지는 도유에게 청신은 딱 한마디만 했을 뿐이었다.
‘이사회 임원 중에 특수부 1팀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은 현영하 이사밖에 없어요.’라고. 그렇다는 건, 아직도 도유를 어떻게든 자기 연구실로 납치하려고 벼르고 있는 현영하 이사를 제외한 임원이 범법을 저질렀다는 뜻이다.
“앗!”
“제가 앞에 있는데 무슨 생각 해요? 응?”
손가락을 애무하고 있건만 청신의 목소리도, 시선도 도유에게 향해 있어서 꼭 다른 곳이 범해지는 기분이 든다. 청신은 제 침으로 번들거리는 도유의 손가락을 샅샅이 핥아 준 뒤, 슬쩍 도유의 위에 몸을 겹쳤다.
“말해 봐요, 내가 형 손가락 빠는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했는지. 아. 아니다.”
갑자기 청신이 예쁘게 웃었다. 그에 도유가 불안감을 느끼며 청신을 밀어 내려던 때, 그가 스윽 몸을 아래로 내리며 말했다.
“좆을 빨아 줬음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아니야, 안 한다고! 우리 끝난 지 한 시간도 안 지났어. 이제 못, 흣…!”
말릴 틈도 없이 청신은 도유의 하반신을 가까스로 가리고 있던 이불을 끌어 내리고, 늘어져 있던 성기를 덥석 물었다. 도유는 청신을 밀어 내려고 했지만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혀를 놀리기 시작하는 청신의 움직임에 그럴 수 없게 되었다.
“하으, 청신아….”
도유는 성기를 자극하는 축축하고 따듯한 감촉에 금방 달아오르는 몸을 느꼈다.
청신은 도유의 표정을 보고 만족스러워하며, 맛있는 사탕을 빨듯이 도유의 성기를 핥고 빨며 자극했다.
살며시 드러나기 시작한 귀두를 혀로 누르고 이따금 입술을 이용해 물기도 하면서 자극을 주고, 손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도유는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부드러운 점막이 제 성기를 머금고 혀로 누르며 자극을 하니 점점 몸이 달아오르고 한 시간 전에 겨우 억눌렀던 열감이 묵직하게 아랫배에 자리 잡았다. 도유가 쾌감에 몸을 바르작거리자 청신이 입을 뗐다. 아쉬움에 도유가 청신을 바라보자, 그가 예쁘게 웃어 보였다.
“형, 여기가 어서 들어와 달라고 움찔거리고 있는데, 넣어도 될까요?”
예전에 섹스할 때 노골적인 단어와 민망한 말만 골라 하던 청신에게 ‘좀 평범하게, 고운 말만 써 줘!’라고 요구한 뒤로 청신은 지금처럼 직접적인 단어를 삼갔다.
그 덕분에 도유는 지금과 같은 주어 없는 질문이 노골적인 단어와 음담패설보다 더 야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아니지. 쾌락에 반쯤 물든 머리로 도유는 생각했다. 그냥 음담패설이든 뭐든 일단 청신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게 야하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흡…!”
청신의 손가락이 도유의 입구에 쑥 들어왔다. 이미 몸을 한 번 섞었던 터라 부드럽게 풀려 있는 곳이 기다렸다는 듯이 청신의 손가락을 받아들이자, 그는 흡족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늘려 나갔다.
“형, 여기 넣는 족족 꽉 무는 거 알아요? 정말 하루 종일 여기에 제 읍-.”
“주둥이.”
도유가 나지막하게 경고하자 청신은 아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청신은 슬며시 도유의 눈치를 보고 마치 사과를 하듯 도유의 얼굴 곳곳에 가벼운 입맞춤을 남겼다. 도유가 나른한 한숨을 쉬자, 그는 곧 빙긋 웃으며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도유가 청신의 어깨를 잡아 왔다. 몸에 새겨진 쾌락은 약간의 자극만으로도 이전의 쾌락을 금방 떠올릴 수 있게 했다. 손가락을 두 개나 먹여 줬는데도 도유의 구멍은 이것만으로는 모자라다는 듯 움찔거리며 그의 것을 호소했다.
“넣어도 돼요? 응? 도유 형, 말해 봐요. 전 도유 형이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어요.”
“이, 이 나쁜 놈…!”
도유가 욱할 만도 했다. 지금 청신은 일부러 도유가 느끼는 곳 근처를 손끝으로 누르며 자극하는 동시에 다른 손으로는 성기를 공략하고 있었다. 진심 어린 도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청신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갸웃했다.
“으응? 진짜 나쁜 놈이 뭔지 보여 줄까요?”
“아으흣!”
질문과 동시에 귀두를 꾹 누르며 자극을 하고, 손가락으로 빠르게 안을 드나들며 저를 농락하는 청신의 행동에 도유는 바르르 떨었다.
“다시 말해 봐요. 제가 나쁜 놈인가요?”
“아니, 흐윽, 아니야…. 하으, 나쁜 놈 아니, 학…!”
나쁜 놈이 맞았다. 착한 놈은 대답하는 상대의 성기를 이렇게 만지지 않을 테니까. 몰려오는 사정감에 도유가 본능적으로 허리를 들썩이자 청신은 얄밉게도 도유의 성기를 자극하던 손을 멈췄다.
내부를 드나들던 손가락도 빠져나갔다. 도유는 울먹이며 청신을 보았다. 사정하기 직전에 멈추자 쾌락은 고통이 되었다. 더 만져 달라는 눈빛으로 보았으나 청신은 요지부동이었다. 열감에 들뜬 도유의 모습을 예쁘다는 눈으로 내려다볼 뿐이다.
“청신아, 청신아….”
“네, 도유 형.”
“넣어 줘. 응?”
도유는 그렇게 말하며 청신이 제 안으로 들어오기에 가장 좋은 자세를 취했다. 스스럼없이 벌어지는 다리, 그리고 그의 목을 끌어안기 위해 양팔을 벌린 모습에 청신의 눈빛이 번뜩였다.
처음 몸을 섞을 때만 해도 부끄러워하며 좀처럼 옷을 벗지 못했던 도유는 이제 완벽한 나신을 하고도 부끄러움조차 없이 청신을 유혹한다.
청신은 목욕 가운을 벗었다. 침대 아래로 가운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는 도유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도유가 기다렸다는 듯 청신을 껴안고 제 쪽으로 끌어당기며 입술을 겹쳤다. 방금 전까지 제 것을 머금었던 사실 따윈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청신이 입술을 벌리자 혀를 밀어 넣는 것이 꼭 목마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다급했다.
말캉한 혀가 얽히고 청신이 몸을 바싹 붙이자 발기한 성기가 피부에 닿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됐는지 도유가 반사적으로 몸을 비비적거렸다. 흐으, 하고 거친 숨결 사이로 신음을 흘리는 도유에 청신은 거칠게 키스하기 시작했다.
도유도 그에 응했다. 혀가 얽히고 서로 삼킬 것처럼 빨아들인다. 치열 사이사이를 훑고 입천장을 혀끝으로 긁으니 도유가 파르르 떨었다. 청신은 가늘게 웃었다. 도유가 좋아하는 방식의 스킨십을 할 때마다 이렇게 귀여운 반응을 보여 주니 괴롭혀 주고 싶었다. 그러나 청신은 제 안에 움튼 못된 마음을 지워 버렸다. 아끼고 예뻐만 해도 모자란데, 어떻게 괴롭힐 수가 있을까.
한동안 질척이는 소리만 가득했다. 정신없이 서로를 탐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나 청신은 도유가 이러한 키스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자신 또한 마찬가지이기에 입술을 뗐다.
입 안을 제집처럼 누비던 온기가 사라지니 도유가 보채는 눈으로 청신의 입술을 빨았다. 청신도 그에 응하며 도유의 입술을 깨물고 빨다가, 서로 입술이 살짝 부어오른 걸 보고 푸스스 웃었다.
“잠시만요, 형.”
마지막으로 도유에게 쪽 하고 입을 맞춰 준 청신은 상체를 들었다. 떨어지는 게 아쉬운지 제 목을 감싼 도유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응? 잠깐만 기다려 줘요. 콘돔 좀,”
“괜찮아. 바로 넣어 줘, 청신아.”
“진심이세요?”
“빨리, 응? 네가 빨리 들어오면 좋겠어.”
평소에는 보기 드문 도유의 재촉에 청신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 자신의 연인은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도유는 섹스든 순수한 의미의 포옹이든 상대방의 존재를 확인하고 체온을 나눌 수 있는 행위를 좋아했다.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단연 삽입 섹스였다. 언젠가 도유가 말했다.
제 몸을 누르는 청신의 무게와 내부에서 느껴지는 체온이, 그의 숨결이 그 어느 때보다 ‘사랑받고 있으며 살아 있다’는 실감으로 남기 때문이라고.
“도유 형이 귀엽게 조르는 모습에 당장 넣고 싶을 정도로 꼴리지만, 전 도유 형이 굉장히 소중해요. 그러니 잠시만 놓아주세요? 응? 형.”
결국 도유는 청신을 껴안고 있던 팔에서 힘을 풀었다. 청신은 서둘러 서랍장에서 꺼낸 콘돔을 뜯어 잔뜩 발기한 제 성기에 씌웠다. 전에는 몇 번 급한 마음에 이로 물어 대충 뜯었지만, 그 모습을 본 도유가 치아 상한다고 화낸 뒤로는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손으로 하게 됐다.
도유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청신은 조심스럽게 귀두를 도유의 입구에 가져가 천천히 밀어 넣었다. 이미 한 번 관계를 해서 그런지 도유의 안은 어렵지 않게 청신의 성기를 받아들였다.
“흐으윽….”
지금까지 몇 번이나 관계를 맺었지만 도유의 안은 청신에게 여전히 좁게 느껴졌다.
그는 제 성기를 꽉 물어 오는 도유의 뜨거운 내벽에 당장 끝까지 단숨에 박고 싶은 폭력적인 충동을 억누르기 위해 길고 묵직한 숨을 내쉬었다.
청신은 도유의 얼굴을 세세하게 살피면서 조금씩, 안쪽으로 제 것을 밀어 넣으며 땀에 젖은 도유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져 주었다.
이번에도 끝까지 넣지 못했지만 청신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도유가 청신을 끝까지 품었던 건 딱 한 번뿐이었다. 차에서 섹스를 했을 때, 청신의 위에 앉은 자세로 박혔던 도유가 너무 깊다며 무섭다고 엉엉 울었던 뒤로는 하지 않았다.
슬쩍 몇 번 시도하려 했다가 도유가 싫다며 원천 봉쇄를 했기에 하고 싶어도 못 했다는 것에 가까웠지만.
“도유 형.”
청신이 부르자 입술을 깨물던 도유가 입술을 벌렸다. 그들은 다시 혀를 얽었다.
방금 전처럼 농밀하고 진득한 키스가 아닌, 도유가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한 애무에 가까운 키스였다.
“움직여도 될까요?”
끄덕. 도유가 고개를 끄덕이고 목을 끌어안자 청신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신은 제 아래서 신음을 흘리는 도유를 홀린 듯 내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눈물을 머금어 촉촉하게 젖은 푸른 눈이 쾌락에 떨리면서도 청신을 담는다.
입술 사이로 흐르는 쾌감 어린 신음은 그 어떤 음악보다 그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하으, 아! 아흐, 아…!”
도유가 제일 잘 느끼는 곳이 어디인지 청신은 잘 안다. 손가락으로는 닿기 어려운 좀 더 깊은 곳이다.
청신이 성기가 내벽을 드나들며 그 주변만 공략하자 도유가 흐느꼈다.
청신은 저 또한 쾌락으로 몽롱해져 가는 머리로도 도유의 표정을, 숨결을, 떨림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깜빡임조차 없이 도유만을 바라보며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