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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너드가 수사하는 법 외전 (6)화 (134/159)

#6

“그럼 왜 울먹여? 그리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대답 안 했어.”

대답해 줄 때까지 놓아줄 기색이 없다는 걸 깨달은 도유는 울상을 지었다. 청신은 도유가 그러거나 말거나, 별생각 없이 도유의 뺨을 작은 손으로 찰흙 놀이 하듯 조물조물 만지기 시작했다.

몸에는 살집이라곤 조금도 없는 주제에 볼살은 있어서 참 신기했다. 청신의 손길이 아팠는지 눈물을 찔끔 흘린 도유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내가 솔직하게 말하면 다들 싫어해. 너도 날 싫어할 거 같아서 말하고 싶지 않아.”

“그래? 그래도 궁금해. 말해.”

말랑말랑한 뺨. 한번 조물거리기 시작하니 손이 자꾸만 움직였다.

도유는 이런 청신의 손길에 당황한 듯했지만 청신이 무표정한 얼굴로 물끄러미 바라보기 시작하니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네가 날 싫어하면, 또 버림받을까 봐 무섭다고 생각했어….”

“또 버림받아?”

“으응….”

청신은 눈을 깜빡였다.

“누가 널 버렸었어?”

도유는 말문이 막힌 것처럼 한참 동안 말을 못 했다.

그사이 도유의 뺨을 조물거리던 청신의 손은 평소에 계속 그의 시선을 끌었던 도유의 연갈색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먹먹한 표정으로 청신을 보던 도유는 그 손길에 용기를 얻은 듯했다.

“날 낳아 주셨던 부모님이랑, 날 처음 입양해 주신 분들이랑, 두 번째로 입양해 주셨던 분들이 계셨는데, 내가 바보 같고 멍청하고 느리고, 기분 나빠서 고아원에 되돌려 보냈어.”

도유가 애써 웃음 지으며 말을 맺었다.

“그래서 이번에 네 친구가 되면 가족도 될 수 있을 거라고 아저씨가 여기에 데려와 주셨는데. 네가 날 싫어하면 또 버림받을 테니까. 무서워서 그랬어. 기분 나빴지? 미안해.”

“널 버리지 않을 거야.”

청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도유를 달래기 위한 말이 아니었다. 사실을 말할 뿐이다.

흉성과의 연결을 끊어 내기 위한 중요한 제물을 청현이 놓칠 리가 없다. 지금 청현이 바쁜 것도 전부 가장 완벽한 날, 완벽하게 이청신이 서도유를 죽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으니까.

그러나 그걸 알지 못하는 도유는, 청신의 말에 눈을 크게 뜨며 숨을 삼켰다. 동시에 푸른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윽고 환하게 웃는 도유의 얼굴에 그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던 청신의 손이 우뚝 멈췄다.

그는 울며 웃는 도유를 멍하니 바라봤다. 생전 처음 보는 얼굴. 밤에 올려다봤던 하늘에서 반짝이던 별빛처럼 반짝이는 웃음이다.

청신은 난생처음, 사람의 웃음이 이토록 반짝일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됐다. 동시에 궁금해졌다. 이런 표정은 어떻게 짓는 걸까?

“어떻게 그렇게 웃을 수 있어?”

“기뻐서. 너무 기뻐. 청신아, 고마워. 고마워….”

청신이 바랐던 대답이 아니었다. 평소의 청신이었다면 상대방의 반응 따위는 무시하고 계속 추궁하듯 물었을 테지만 지금의 그는 침묵을 선택하고 빤히 도유의 얼굴을 보았다.

아침에 매일 올라오는 다과를 먹을 때도 이런 웃음은 보여 주지 않았던 도유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걸 보니 그냥 그 얼굴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유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손을 움직일 때까지 하염없이 도유의 얼굴만 보았다.

그날 이후로 청신은 하지 않던 짓을 시작했다.

“이거 가져.”

“으응? 아니야, 괜찮아.”

신도들이 청신을 위해 올린 제물, 금목걸이 따위를 건네자 도유는 당황했다.

자리에 무릎 꿇고 앉은 신도들은 자신들의 신과 같은 교주가 안 그래도 눈에 거슬리는 꼬맹이에게 제물을 하사하는 것에 언짢아하다가, 그 꼬맹이가 감히 거절하니 더더욱 기분 나빠 했다.

신도들의 따가운 시선에 도유가 우물쭈물하며 겁먹은 걸 눈치챈 청신이 신도들을 돌아보며 명령했다.

“너희 나가.”

“예….”

도유는 신도들을 무서워했다. 신도들 쪽으로는 고개조차 돌리지 못했고, 가끔 가까이 다가오기라도 하면 석상처럼 딱딱하게 굳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이 청신의 눈에는 굉장히 거슬리게 보였다.

“자. 이제 눈치 안 봐도 돼.”

“눈치 본 거 아니야.”

도유가 소심하게 항의하자 청신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저 녀석들이 있으면 네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게 보여. 웃는 것도 안 해. 밥 넘기는 속도도 느려져. 그게 눈치 본 거 아니면 뭐야?”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면서도 그 장본인은 전혀 알지 못한 듯싶다. 놀라는 도유의 모습이 이상하게 눈에 계속해서 박혔다.

도유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청신의 눈에 띄었다. 신도들 앞에선 주눅 들었지만 도유는 청신과 단둘이 있게 되면 지금처럼 표정이 밝아진다.

말도 많아진다. 대부분 청신에 대한 질문이나 청신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지만, 어쨌든 매일 새벽 지저귀는 새들처럼 말이 많아졌다.

청신은 그 소리가 듣기 좋았다. 그래, 좋았다. 이따금 대화를 나누다 보면 도유가 욕실에서 봤던 웃음보단 아니지만 밝고 반짝이는 웃음을 지었으니까.

그러나 신도들이 있을 때면 거슬릴 정도로 조용해진다. 겁먹는다. 청신은 그게 ‘눈치 보는 것’이며 ‘두려움’이라는 걸 이제는 도유를 통해 배워 알았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그게….”

“나는 네가 그러는 이유가 궁금해. 알고 싶어.”

청신은 들고 있던 금붙이를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저보다 한 칸 아래에 있는 곳에 서 있던 도유의 앞에 다가갔다.

“알려 줘.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야 한다고 가르쳐 준 건 너야.”

그런 주제에 안 알려 주려고 하는 게 싫었다. 도유는 울상을 지었다. 울지는 않았지만 그 표정이 꼴 보기가 싫었다.

“내가 싫어?”

도리도리. 그건 아니라는 듯, 도유가 좌우로 열심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손을 꼼지락거린다. 그 손을 보던 청신의 시야에 문득 도유의 신발이 들어왔다.

적성교에 들어왔을 때부터 줄곧 신고 있던 신발은 어떻게 신고 다니는 건지 신기할 정도로 다 해지고 낡아 더러웠다.

밑창의 일부가 뜯어졌는지 구멍이 뚫린 것도 보였다. 그리고 그 틈새에 어떻게든 신어 보기 위해 칠한 본드 자국도. 도유를 첫 번째로 입양했던 사람이 사 줬던 거라는 말을 얼마 전에 얼핏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 반대야. 네가 날 싫어할까 봐….”

침울하게 잠긴 목소리로 도유가 속내를 털어놓았다. 도유의 신발에 못 박혀 있던 청신의 시선이 얼굴로 올라왔다.

아이는 눈을 깜빡였다. 신도들에게 보이는 반응의 이유를 물었는데 청신이 싫어할까 봐 말 못 한다는 뜻이다. 왜 사고가 이렇게 튀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 말 들으면 아무리 너라도 기분 나쁠 거야.”

“상관없어. 궁금해. 생각해 봤는데, 네가 대답하지 않는 게 더 기분 나쁠 거 같아.”

“저, 정말?”

“응.”

“우으….”

신음처럼 앓는 소리를 내뱉은 도유는 또 답답할 정도로 한참을 망설였다. 다른 사람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답답하다며 짜증 냈을 상황이었지만, 청신은 그 시간 동안 여유롭게 도유의 얼굴을 관찰했다.

도유는 청신을 모시기 시작했던 첫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구분하는 방법을 청신에게 알려 주었다.

일주일 뒤에는 청신에게 기뻐하는 얼굴이 어떤 것인지 알려 주었다. 그 외에도 많이 알려 줬다.

슬픔과 두려움, 무서움을 느끼는 얼굴이 어떤지부터 책에서 읽었던 내용들, 예를 들면 하늘에 뜬 별을 읽는 방법, 냄새나 주변 환경을 보고 날씨를 점치는 방법, 청신의 식사에 올라오는 요리들의 재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오는 건지 등등….

그래서 청신은 지금 이 순간, 한 가지 확실하게 확언할 수 있었다.

“싫어.”

“어, 어?”

뜬금없는 말에 도유가 당황해하거나 말거나, 청신이 검지로 도유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지금 표정 싫어.”

“미안해…!”

“사과하는 것도 싫어.”

“……미, 아아니….”

“난 네가 이렇게 웃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

청신이 검지로 제 양쪽 입꼬리를 위로 올리며 말했다. 적성교에 오기 전까지는 형인 유현이나 송유원의 표정을 흉내 내어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의 웃음을 잊어버린 지 오래되었기에 따라 할 수 없었다.

“자꾸만 보고 싶다는 건 좋아하는 거 맞지?”

도유가 오기 전까지는 호불호를 구분하지 않았던 청신이라 확신까지는 하지 못했다. 도유는 청신을 보며 입술을 벙긋거리더니, 이윽고 청신이 보고 싶다고 말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맞아.”

“그럼 난 네가 신도들에 대해 뭐라고 말해도 싫어하지 않을 것 같아. 신도들이 웃는 것보다 네가 웃는 걸 좋아하니까. 싫어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담담한 말이 되레 그 어떤 말보다 진심을 느끼게 만들었다. 도유는 처음으로 듣는 말에 잠시 멍하니 있었다.

이럴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지만, 기쁨으로 빠르게 콩닥거리며 요동치는 심장의 고동에 숨이 차올라 작게 심호흡을 했다. 심호흡을 마친 도유는 혹시라도 바깥 신도들이 들을까, 목소리를 낮추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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