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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너드가 수사하는 법 (106)화 (106/159)

#106

그 외에도 그녀의 집에 침입하려고 한 흔적, 길 가던 그녀에게 다시 만나자며 강제로 끌고 가려고 했던 것 등 족히 3페이지가 넘어가는 두 달간의 기록이 있었다.

처음에는 카단이 아니라 경찰 쪽에 신고하고 보호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경찰에 신고할 때마다 쥐보다 빠르게 도망쳤다. 결정적으로 현주아가 아무런 해코지도 당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래서 현영하 이사가 이번에 도유와 청신에게 개인 임무를 내린 것이다.

호위 임무를 시작하기 전, 현주아와 만난 도유는 정말 놀랐다. 현영하 이사와 하나도 안 닮은 건 둘째 치고 그녀의 또래와 다르게 너무나 지친 얼굴이었으니까.

현주아가 말했다.

“제 생활 반경에 그 사람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니, 아예 저를 잊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두 분께 죄송한 말이지만, 제가 호위받고 있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제 눈에 띄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계속, 벌써 두 달 동안 계속 그 사람 때문에 시달려서 똑같은 사람이 제 눈에 띄는 게 너무 무서워요.”

애초에 그녀의 일상을 지키려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도유는 불쾌해하는 대신 담담하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그날부터 도유와 청신은 현주아의 호위 임무를 시작했다. 마법사도 아니고 평범한 학생일 뿐인 그녀의 일상은 굉장히 평화로웠다.

대학교로 가서 강의 일정에 맞춰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스터디 모임을 가지고, 맛있는 걸 먹으러 가고 운동을 다니는. 평화 그 자체의 일상.

일주일이 지난 시점까지도 스토커라고 했던 황민욱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도유와 청신이 호위를 제대로 하고 있는 덕분에 자신이 일상을 되찾았다 생각했는지 한결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도유는 그 모든 걸 차분하게 관찰했다. 도유의 곁에서 일반인들로부터 그들의 모습을 가려 주는 마법을 사용하던 청신이 물었다.

“도유 형. 이제는 말해 줘도 되지 않을까요?”

“아니. 아직 아니야.”

청신은 물끄러미 도유를 보았다. 마법으로 모습을 가렸다고 한들, 카단의 특수부 제복은 눈에 띄기에 사복을 입은 도유의 모습은 청신의 눈에 당장 천천히 벗겨 먹고 싶을 정도로 예뻐 보였다.

즉, 딱 데이트하기 좋은 차림이란 뜻이었다.

“데이트하고 싶은데…. 사역마로 감시할게요. 응?”

“그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난 책임 못 져. …아니, 네가 책임지라는 뜻이 아니라. 청신아. 임무 중이잖아.”

애처롭게 눈을 반짝이다가, ‘책임’을 내뱉자마자 ‘그럼 제가 책임을 지면 되겠네요?’ 하는 생각을 고스란히 담은 발랄한 눈빛에 도유가 방향을 틀었다.

“이 주일 남았어. 이 주일만 기다려 보자.”

“알았어요….”

시무룩하게 잠기는 표정이 안쓰러웠는지 도유가 손을 들어 청신의 뺨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그 손길이 기쁜지 눈까지 곱게 휘며 생긋 웃는 청신의 입술을 엄지로 한 번 누른 도유가 손을 뗐다.

그리고 그날 저녁,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귀가한 현주아는 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비명 소리에 도유와 청신은 곧바로 그녀의 곁으로 뛰어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현주아 씨!”

주저앉아 있던 그녀가 도유를 향해 엉금엉금 기어 왔다. 겁에 질린 기색이 완연한 그녀의 얼굴을, 도유는 푸른 눈으로 가만히 살펴보았다.

“저기, 저기!!”

현주아의 손끝이 방 안쪽을 가리켰다. 무심코 그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옮긴 도유의 표정이 굳었다.

베란다를 가린 옅은 민트색의 커튼에 쓰인 붉은색 글씨.

「사랑해, 주아야.」

그것을 물끄러미 보던 도유는 일단 현주아를 토닥여 달래면서 현관문으로 들어오는 청신을 흘끗 보았다. 청신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침입자가 없었다는 뜻이다. 현주아가 외출해 있는 사이에 청신은 사역마로 그녀의 집을 관찰하고 있었으니 그가 침입자를 놓칠 리가 없다는 걸 잘 아는 도유는 긴 한숨을 삼켰다.

“현주아 씨 일단 진정하십시오.”

“질려, 진짜 질려요! 왜, 왜 나한테 이러냔 말야! 왜! 지가 먼저 헤어지자 해 놓고 왜…!”

울분에 찬 그녀가 아이처럼 엉엉 울며 도유에게 매달렸다.

도유는 청신의 눈빛이 점점 싸늘해지는 걸 알고 식은땀이 흘렀지만, 잔뜩 겁에 질린 데다 잘못하면 기절까지 할 것 같은 사람을 방치할 수는 없었기에 손수건을 꺼내 건네주었다.

다행히 현주아는 손수건을 받아 들고 눈가를 찍었다. 바들바들 떠는 그녀를 보다 못한 도유가 청신을 돌아보며 말했다.

“부탁해도 돼?”

“…네.”

청신이 손가락을 튕기자 그녀의 주변을 감싸는 물결 같은 마력이 보였다. 도유는 그것을 보았다. 일반적인 마법사들이 마법을 사용할 때와 똑같은 마력의 흐름이었다.

범법자의 마법이 발동되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고결하게까지 보이는 푸른빛.

그 빛에 휘감긴 현주아의 떨림이 점점 잦아들었다. 겁에 질려 있던 얼굴이 차분해지고, 이지를 되찾은 눈이 현명하게 반짝였다. 그녀는 천천히 도유와 청신을 번갈아 보더니 물었다.

“마법인가요…?”

“네. 상태가 불안정해서 몸의 감각과 감정을 둔화시키는 마법을 사용했어요.”

청신의 매끄러운 대답에 현주아가 눈을 깜빡였다.

“감정을 건드리는 건 금기로 지정된 거라고 아빠가 그랬는데….”

“고작 이 정도 수준은 병원에서도 가끔 쓰니까 금기라고 할 수 없죠.”

약간의 호의도 없는 냉랭한 어조로 대답한 청신이 이내 생긋 웃으며 도유를 보았다.

“어떻게 할까요?”

“…현주아 씨. 오늘 이 방에서 지내기 힘드시다면 원하시는 곳으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그것보다 그 자식이 어떻게 제 방에 들어온 거죠? 제가 집을 비웠을 때는 사역마인지 뭔지가 감시하게 해 놓는다고 했잖아요…!”

떠올리고 보니 감정이 다시 격해졌는지 그녀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도유는 잠시 고민하는 듯 시선을 내리깔며 대답했다.

“네. 실제로 아무도 현주아 씨의 집에 접근도, 침입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뿐만이 아닙니다. 저희가 감시를 시작한 날부터 아무도요.”

“그럼 저건 대체 뭔데요? 저게 왜 있어요? 아침에 나갈 때만 해도 없었어요!”

“현주아 씨. 아직 명확하게 대답해 드릴 수 없음을 부디-.”

“대답 못 하긴 뭘! 내가 죽겠다고요! 내가! 당신들도 내가 고작 이런 걸로 호들갑이나 떤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직접적인 해코지도 안 당한 주제에 왜 이렇게 예민하냐고? 예뻐서 그런 거니까 참으라고? 이렇게, 나만 미친년 만들고!”

쌓이고 쌓였던 감정이 터지며 마법으로 진정시켰던 것이 무효가 되었다. 도유는 다시 청신의 마법에 기대는 대신에 침묵을 택했다. 서러움까지 복받쳤는지 그녀는 또다시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저희가 현주아 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부디 이를 유념해 주십시오.”

무뚝뚝한 어조에서 진심을 읽은 덕분일까. 다행히 현주아는 도유를 노려봤을 뿐, 더는 그를 붙들지도, 울지도 않았다. 대신 커튼에 쓰인 붉은 글씨를 노려보더니 한마디 내뱉었을 뿐이다.

“당분간 본가에서 지내야겠어요. 짐 옮기는 것 좀 도와주세요.”

*

현주아를 현영하 이사가 거주하는 본가에 데려다준 뒤, 돌아가는 차 안에서 도유는 손으로 눈을 가린 채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도유를 대신해서 운전대를 잡은 청신이 곁눈질로 사랑스러운 연인의 안색을 살피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 소리를 들은 도유가 손을 내리며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다.”

“그렇게 말하면 섭섭한데, 다른 말 해 주면 안 돼요? 이왕이면 ‘사랑한다’가 좋겠어요.”

듣기 좋은 선율처럼 귀에 흘러들어 온 연인의 투정에 도유가 손을 뻗어 청신의 어깨를 두드렸다.

“운전 중이라 키스를 못 해 주는 게 아쉽네.”

“자율 주행으로 바꿀게요.”

“카단 차에 그런 기능 따윈 없다는 거 알잖아.”

과거에는 있었지만, 범죄를 저지른 마법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 기능으로 인한 대형 사고가 난 뒤부터는 모조리 빼 버렸다. 청신이 무엇이 문제냐는 듯 눈을 치뜨며 말했다.

“제가 부리는 사역마는 운전도 할 수 있어요.”

“됐어. 네 집에 가서 네가 해 줘.”

“…! 네!”

청신이 활기차게 대답했다. 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집으로 가 달라는 도유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그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던 터라 청신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런 그의 옆얼굴을 가만히 보던 도유는 시선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아까…. 현주아 씨 집에 있었을 때 그 자리에서 증명했으면 좀 전의 일로 임무를 끝낼 수 있었잖아. 내 고집 때문에 네가 아무 말도 안한 거 알아.”

청신은 대답하는 대신 생긋 웃어 보이기만 했다. 아래를 보고 있는 터라 도유는 그의 웃음을 보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예전에 임무 중에 현주아 씨와 비슷한 사례의 피해자를 본 적이 있었어. 그 당시에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치료부 사람이 피해자에게 넌지시 진실을 말해 줬지.”

18살. 새벽에 자다 말고 투입됐던 임무. 도유는 그날 죽은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사망자는 피해자를 포함한 10명이었다. 그들 중에는 얼굴이 성한 사람이 없었다. 단 한 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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