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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너드가 수사하는 법 (61)화 (61/159)

#61

12살의 서도유는 양어머니의 배 속에 새 생명이 움튼 뒤로 그들의 관심이 점점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알았다.

이전에 도유를 입양했던 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거북해하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도유는 범법자에게서 받은 종이를 찢으며 소원을 빌었다.

그로 인해 도유의 양부모는 죽음을 맞이하고, 그들에게 휘말린 이들이 중상을 입거나 경상을 입었다. 그리고 도유는 12살의 어린 나이에 사형을 선고받았다.

서현이 준 범법자의 마법은 자세히 분석해 봐야 알겠지만, 그간 제2팀에서 제공한 자료와 조사부에서 밝혀낸 마법식을 기반으로 봤을 때 꿈으로 인한 집단 투신자살 사건의 원인이 분명했다.

범법자는 지금까지 한 사람에게 하나의 마법을 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방식을 바꿔 하나의 마법을 여러 명에게 줬을 리가 없다.

서현이 사용한 이 마법으로 인해 이미 인명 피해가 난 상황. 12살에게도 사형을 선고하는 세상에서 15살 아이를 봐줄 리가 없다. 심지어 도유의 옆에는 카단의 협회장 아들인 청신이 앉아 있기에 더더욱 모른 척할 수도 없었다.

“잘, 잘못했어요. 내가 줄 수 있는 것 중에, 그게 제일 좋아서 줬던 거예요….”

점점 길어지는 도유의 침묵에 서현이 당장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도유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심호흡을 했다.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게 아니야. 서현아, 이거 어디서 났는지 알려 줄 수 있어?”

도유가 최대한 부드럽고 온화한 표정을 만들어 내며 묻자, 그제야 안도했는지 서현이 조금 밝아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인터넷에 소원을 올렸더니, 누가 줬어요.”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네게 이걸 줬어?”

“그, 도서관 컴퓨터로 소원 나무라는 사이트에 글을 썼더니 어떤 사람이 답글로 소원을 이루어줄 테니 제가 자주 가는 도서관을 알려 달래서…. 답글을 달았더니 그게 있는 위치를 알려 줬어요.”

무미아 사건 때 조용환이 범법자의 마법을 얻었던 경로와 일치한다. 그 사이트는 오래전부터 탐조를 하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새를 올리는 용도로 만든 곳임이 이미 확인됐다.

지금은 탐조인 말고도 사이트의 이름을 보고 말 그대로 자신의 소원을 올리기도 하는 사이트가 되긴 했지만, 범법자가 동일한 방법을 이용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혹시 기존에 이카루스 아카데미에서 나온 ‘피해자’들도 그 사이트를 이용했기 때문에 범법자가 아카데미에 있다고 생각하고 ‘누군가’가 첩보를 보낸 게 아닐까.

아니면 그 첩보를 보낸 사람 자체가 범법자일지 모른다.

“그럼 서현아. 내게 준 것 말고도 다른 걸 가지고 있어?”

범법자의 마법이 그려진 종이를 가리키며 말하자, 서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그 사이트에서 받은 거예요.”

“너도 이걸 사용해 봤다고 했잖아.”

“네! 아. 제 몫으로 사용할 때, 다른 종이에 똑같이 따라 그려서 그걸 찢어서 사용했어요.”

“……뭐?”

당황한 도유와 다르게 얌전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청신이 작게 ‘오.’ 하고 짧은 감탄사를 흘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결에 도유가 바라보자 눈이 마주친 청신은 도유에게 생긋 웃는 것으로 답을 대신하고는 서현에게 물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려 줄 수 있어?”

“네, 네!”

“좋아. 그럼.”

딱. 청신이 손가락을 튕기자 서현의 앞에 하얀 종이와 펜이 생겨났다.

직원에게 부탁하면 금방 구할 것을, 이동 마법을 사용해서 가져온 청신의 의도를 알아차린 도유는 서현의 표정을 살폈다.

서현은 제 앞에 놓인 종이와 펜을 멍하니 보다가 이윽고 눈을 부릅뜨며 흥분한 얼굴로 청신을 향해 외쳤다.

“형, 형! 마법사예요?!”

“응, 난 마법사야.”

“우아아아!”

“도구도 준비했으니 이제 그려 볼래?”

“네!”

서현은 서둘러 펜을 들고 빈 종이에 마법진을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여러 번 해 봤는지 망설임 없이 이어지는 손길에 도유는 진심으로 놀랐다.

‘원본’을 도유가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 번을 흘끗대지 않고 막힘없이 그려 나가는 것도 놀라웠지만, 정말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서현의 주변에 가득하던 자연계의 마력들이 마법진 안에 수식을 적어 넣을 때마다 그 안에 빨려 들어가듯 스며들었기 때문이었다.

“…청신아. 혹시 저 종이나 펜, 아티팩트야?”

“아니요. 평범한 종이와 펜이에요, 도유 형. 형의 눈에는 뭔가 보이나 보군요.”

“내가 지금, 보고 있긴 한데 못 믿겠어서 그래….”

마법진은 순식간에 완성되었다.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던 마력 또한 안정적으로 깃들었다. 마력의 양이 많지는 않아 효력은 크지 않겠으나 마법이 발동되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여기요!”

청신이 완성된 마법을 살피며 입술 끝을 올렸다. 미묘한 웃음. 도유는 그 웃음에 불안감을 느끼며 서현에게 물었다.

“서현아, 이런 식으로 마법을 사용했다면, 어디에서 사용했었는지 기억하니?”

“으음, 자세히는 기억 안 나요. 신문 배달 알바를 할 때,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이 보이면 이게 그려진 종이를 찢었거든요.”

이 아이는 타인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사용한 마법 때문에 그들이 죽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도유의 머릿속은 조사부에서 광적으로 찾아낸 마법 발동 추정 위치를 빠르게 떠올리고 있었다. 도유는 잠시 고민하다 핸드폰을 꺼내 몇 곳의 지도를 화면을 띄우고 서현에게 보여 주었다.

“서현아, 혹시 이 근처에서 사용한 기억이 있어?”

지도를 알아보기 힘든지 고개를 갸웃하는 서현에게 근처의 건물을 몇 가지 보여 주며 설명하자 서현은 곧 기억해 내고 반색했다.

“아, 기억났어요. 여기랑 여기랑, 여기에서 사용했었어요!”

밝은 대답에 도유는 침음을 삼키며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지금까지 파악한 정황만 보면 서현은 범법자의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원본’을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유례가 없었던 이 아이의 재능으로 인해 만들어진 ‘사본’이 힘을 발휘하며 사람들이 죽었다.

카단이라면 사형을 선고하거나 이 아이를 특수부 제1팀에 넣을 것이다.

평생 목줄을 채워 사용할 수 있는 개로 쓸 테고, 서현은 도유처럼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게 된다.

이 애가 버틸 수 있을까? 12살에 시작했던 특수부에서 보낸 나날들을 떠올린 도유의 표정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도유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청신을 보았다. 청신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마치 이 순간 도유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당신이 바라는 희망 따윈 없다는 듯이 단호한 눈빛에 기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저, 형…. 저 뭐 잘못한 거죠?”

서현의 말에 도유가 저도 모르는 사이 숙였던 고개를 들어 서현을 보았다.

“우리 할아버지도 그런 표정이었어요. 아빠가… 할아버지한테 나 버리고 갔을 때 딱 도유 형 같은 얼굴이었거든요. 도유 형, 말해 주면 안 돼요? 저 이제 다 컸어요.”

‘애들이 다 큰 어른보다 눈치가 빨라요. 그래서 제가 도유 씨에게 항상 말했잖아요. 괜찮다고.’

문득 처음 카단에 와서 성희유와 함께 지내다가 독립하게 됐을 때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도유는 모래처럼 버스럭거리는 속을 조금이라도 적시기 위해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 다 녹은 얼음 때문에 밍밍한 크림 맛이 났다.

“네가….”

감당할 수 없을 거야.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서현이 평생 알지 못하도록 감추고 싶었다. 이 아이는 진실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이들은 겁이 많다. 낯선 것을 경계하며 현실이 괴롭고 벗어나고 싶을 때마다 우는 대신 웃음으로 대신한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니까. 도유는 이마를 감싸 쥐었다.

청신이 이 자리에 없었다면 자신은 서현을 못 본 척해 줄 수 있었을까.

범법자의 마법만 우연인 척 버리고, 다른 곳에 두고 평생 마법과 관련된 건 거들떠보지도 말라고 조언했을지도 모른다.

“도유 형, 제가 말할까요?”

물끄러미 도유를 바라보던 청신이 물었다.

“…괜찮아. 내가 말할게.”

그는 심호흡을 한 뒤, 최대한 서현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간단한 단어와 절제된 말로 아이가 행한 마법으로 인한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말해 주었다.

도유의 말이 이어질수록 서현의 어린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말이 끝났을 때, 서현은 목석처럼 굳은 채로 멍하니 제가 도유에게 준 범법자의 마법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나긴 침묵이 이어졌다. 도유는 서현이 지금 당장은 자신이 무슨 저질렀는지 ‘완전히’는 이해하지 못할 것임을 알았다.

다만, 그것과 별개로 이 아이가 자신이 한 일로 인해 죽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의 기분을 너무나 잘 알기에 침묵을 지켰다.

지금 이 자리에서 서현이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을지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도유밖에 없다. 그날의 도유도 자신이 저지른 짓에 돌아온 대가에 숨이 막히고 겁에 질렸다. 도망치고 싶었으나 공포로 몸이 굳어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그때의 기분에 도유가 숨을 쉬기 힘들다고 느낄 때쯤, 청신이 단단하게 도유의 손을 붙잡아 왔다. 그에 겨우 숨통이 트였다.

“……도유 형.”

서현이 바들바들 떨며 입을 열었다. 15살 애는 소리도 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공포에 질린 눈으로 도유를 똑바로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도유가 생각도 하지 못했던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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