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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너드가 수사하는 법 (51)화 (51/159)

#51

이런. 도유는 속으로 낭패하며 고개를 돌렸다. 창연과 대화를 나누는 내내 도유를 노려보고 있던 창연의 부하, 유량의 어조에는 시비 거는 기색이 다분했다.

특수부 제2팀 소속 유량. 25세, 마법사.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서 유일한 마법사라며 애지중지 자라 온 까닭에,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그대로 가지고 성장한 그는 일반인에게 마법으로 중상을 입혀 특수부 제2팀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는 서도유에 대해 알게 된 뒤로 이렇게 얼굴을 마주할 일이 생길 때마다 지금처럼 시비를 걸었다. 저보다 나이가 많고, 특수부에 소속된 지 더 오래된 선배라는 걸 알면서도 존중은커녕, 제가 괴롭힐 수 있는 대상으로 보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도유의 죄는 컸고, 뒷배를 가진 량과 다르게 서도유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도유는 걸어오는 싸움에 불필요하게 반응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솔직히 카단의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태도라 이제는 대응하는 것도 굉장히 귀찮아서 기절시키고 자리를 뜨고 싶을 정도였다.

특히 유량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람이다.

비마법사를 열등한 생명체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까지 지녔다. 이런 량을 상대하는 시간이 아까웠던 도유는 여느 때처럼 그에게 어른의 대응을 해 주었다.

“유량 씨도 오랜만입니다.”

량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도유의 인사를 도발로 받아들인 듯했다. 도유는 점점 더 매섭게 변해 가는 량의 눈빛에 한숨을 쉬고 싶은 걸 꾹 참느라 고생했다.

‘그러고 보니, 청신이랑 동갑이었잖아?’

도유는 새삼 가정 교육의 중요성을 느꼈다.

“너 따위가 나한테 인사하지 마. 제 부모 죽인 패륜아에게 인사받고 싶진 않아.”

이 레퍼토리도 변하지 않는군. 도유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흘끔 청신을 보았다. 량이 시비를 건 이후부터 청신은 사냥감을 기다리는 맹금류처럼 가만히 유량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유는 미동도 없이 가만히 량을 보는 그의 모습이 두렵게 느껴졌다. 반가면을 써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너 신입이랬지?”

갑자기 량의 관심 대상이 청신에게로 돌아갔다. 도유는 당황했다. 이놈이 이렇게 저를 한 번만 건드릴 인간이 아닌데 하고 의문을 품는 순간, 량의 말이 이어졌다.

“야, 신입. 너 조심해라. 게다가 임시라며? 그럼 지금이라도 1팀 팀장한테 딴 사람 붙여 달라고 해. 서도유랑 같이 있다가 죽어 나간 사람이 몇 명인데.”

“…….”

량의 말에 도유의 표정이 한순간에 씻겨 나간 듯 사라졌다.

“서도유가 자기 팀원들 고기 방패 삼아서 살아남은 거 특수부에서도 유명해. 아님, 지 팀원들에게 몸 팔-.”

량이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말을 하다 만 모양 그대로 시선도, 호흡도 멈췄다. 그는 정물처럼 그 자리에 있을 뿐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량의 얼굴이 점점 붉게 물들고, 목에 핏대가 서는 모습은 완전히 멈춰 버린 육체에서 붓질을 한 듯 선명해졌기에 기이한 모습을 만들어 냈다.

도유는 량의 몸을 옭아맨 마력의 흐름을 보았다. 한 사람의 시간을 완전히 통제하되, 내부의 시간은 고스란히 흘러가게 함으로써 서서히 질식해 죽어 가게 하는 고난도의 살상 마법이다. 자연히 시선이 청신을 향했다. 청신이 고개를 움직였다. 그의 시선이 뒷문을 향한다.

“죽여도 돼요?”

새소리처럼 귓가에 감미롭고 깊이 스미는 청신의 미성은 사람을 홀리는 마력을 품고 있었다. 도유마저도 일순 량을 죽여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그 질문을 받은 이에게는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전 상관없어요. 아, 유량 씨를 죽이면 청신 씨는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바뀔 테니 좋은 것 같기도 하네요?”

성희유가 답했다. 그는 이곳에 언제부터 있었던 걸까? 도유는 당황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성희유에게 제가 이런 폭언을 듣는 모습을 들킨 적이 없기에 처음부터 보고 있었다고 한다면 어떤 변명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가까이 다가오는 성희유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의 표정이 평소와 똑같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저를 부려 먹으려고 단단히 벼르고 계시네요.”

청신의 대답에 성희유는 빙긋 웃었다.

“인재는 언제나 대환영이니까요.”

“저를 부려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명뿐이니, 어쩔 수가 없네요.”

허억, 하고 큰 소리로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와 함께 량이 제 목을 틀어쥐고 기침을 터트렸다. 그러다 청신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숨을 삼키며 뒷걸음질 쳤다. 그런 량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성희유가 도유와 청신을 번갈아 보며 부드럽게 권유했다.

“곧 있으면 브리핑이 시작되니, 우린 이만 착석하죠.”

*

도유가 단순히 미친 집단의 투신자살 소동이라고 생각했던 일은 예상보다 더 큰 사건이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모두 투신자살을 했다. 그들 중 일부는 자살을 하던 날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미친 사람처럼 반복해서 중얼거렸다고 한다.

마치 자신이 사는 현실이 진정한 현실이 아닌 것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당황하는 모습도 보였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그동안 카단에서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 마법이 범법자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죽은 시신에 남게 된 흔적이 너무나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청신이 구해 준 피해자들을 통해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마법이 범법자의 마법임을 단정 지을 수 있게 되었다. 피해자들의 몸에 범법자 특유의 마법식의 일부가 시신보다 더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사부 제1팀 팀원 한 명이 현장 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다음 날, 투신자살을 시도했다고 해요.”

브리핑이 끝나고 성희유의 호출을 받아 남게 된 도유는 그가 건네는 서류를 받아 들었다.

거기엔 한 여성의 얼굴이 있었다. 무심코 입사일부터 확인한 도유는 저도 모르게 혀를 차고 말았다.

입사한 지 세 달도 되지 않은 신입이 이런 일을 겪었으니 얼마나 힘들고 무서울까.

특히 제일 바쁘고 제일 못 볼 꼴을 많이 보는 조사부 1팀 소속이니 당장 퇴사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박연 씨의 몸에 남은 마법의 흔적은 그녀가 지닌 마력 때문에 대부분 지워져서 제대로 된 마법식 확인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도유 씨와 청신 씨 덕분에 제대로 된 생존자가 여럿 생겨서 이렇게 수사에 진전이 생겼으니, 기뻐하셔도 돼요.”

“이번 사건의 ‘피해자’를 찾을 때 기뻐하겠습니다.”

딱딱한 대답에 성희유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더니, 제 책상에 쌓인 서류들을 대충 팔로 밀어 빈 공간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가까이 와 봐요, 도유 씨.”

도유는 얌전히 따랐다. 가까이 다가가니 성희유가 책상 서랍을 열어 안에 있던 것을 하나둘씩 꺼내 보였다. 각각 다른 상자에 담긴 아티팩트였다.

“팀장님, 이건 뭡니까?”

“이번 임무는 특성상 도유 씨가 아니라 2팀에서 메인으로 할 테지만, 도유 씨가 서포트를 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때 요긴하게 사용하실 수 있는 아티팩트예요.”

조사부와 특수부 제1팀과 2팀, 그리고 정보부와 함께한 브리핑에서 이미 들었던 거지만, 성희유가 이렇게 아티팩트까지 줄 줄은 몰랐다.

심지어 카단에서 제공하는 아티팩트가 아니다. 상자의 로고를 보고 알았다. 성희유의 개인 소장품이다.

도유는 상자에 대놓고 새겨진 아티팩트 제작 장인으로 유명한 마법사의 개인 브랜드 로고를 발견하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저 브랜드의 아티팩트가 하나에 제 2년 치 연봉은 거뜬히 뛰어넘는다.

“가져가세요.”

“이미 카단에서 지급받은 것이 있습니다.”

“이건 임무용이지만, 어떻게 보면 임무용이 아니니까 괜찮아요.”

“예?”

“이것들은 전부 살상용 아티팩트거든요.”

‘살상용 아티팩트도 임무용이잖습니까?’

도유는 반사적으로 대답할 뻔한 입을 꾹 다물고 성희유가 한 말의 숨겨진 뜻을 헤아리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카단에서는 파악하지 못했을 성희유의 개인 소장용 아티팩트, 그것도 살상용을 ‘임무용이지만, 임무용이 아닌’ 용도로 주는 이유.

임무용으로 주어지는 아티팩트의 대부분이 견제나 방어, 결계에 특화되어 있긴 했지만 살상용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도유가 평소 지니고 다니는 아티팩트 중 2개도 살상용이었다.

그리고 도유가 지닌 모든 아티팩트는 성희유가 알고 있다.

어떤 날 어떤 아티팩트를 소지했는지 직속 상사인 성희유에게 보고하는 것이 의무 중 하나니까. 그렇기에 더더욱 성희유의 뜻을 알 수 없었다.

“……살상용 아티팩트도 받았습니다.”

“그것들은 흔적이 남잖아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티팩트가 흔적을 남기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티팩트가 작동되는 에너지도 결국엔 마법사가 미리 담아 놓은 마력인지라 갖은 수를 써도 사용하고 나면 마법의 흔적이 남았다.

물론 마법사가 직접 사용한 마법보다는 약한 흔적이었지만 제때에 조사하면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이건 흔적이 남지 않거든요. 특수 가공된 거라.”

그런 기술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일순 지적 호기심이 든 도유가 눈을 반짝이는 걸 보고 성희유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여간 어렸을 때부터 이런 면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더욱 도유에게 이것들을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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