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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너드가 수사하는 법 (40)화 (40/159)

#40

따지려는 순간, 그의 뒤에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언데드들을 보고 놀란 도유가 숨을 삼켰다. 이번엔 열 명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많은 숫자가 석주언의 뒤에서 서서히 그들이 있는 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인 겁니까.”

자연히 목소리가 딱딱해졌다. 좁은 통로지만 발걸음 소리만 듣고도 알았다. 도합 40명은 될 것 같았다. 그중에는 지금의 석주언이 몸을 빌려 말하고 있는 육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도 있었다.

“저는 죽이지 않았습니다. 제 인형이 된 후에 제멋대로 죽어 버린 것이니 제가 죽였다 할 수 없습니다.”

흐리멍덩한 여성의 목소리와 긁는 듯한 남성의 목소리, 그리고 아이의 목소리가 동시에 말했다.

도유는 그들의 공통점을 알았다. 지금 말한 이들은 모두 최근에 실종된 사람이다. 즉, 부패가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까지 본 언데드들은 모두 죽었지만, 저들은 아직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직 그들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유는 주먹을 꽉 쥐었다.

“걱정 마세요, 강현 아우님. 먼저 강우부터 인형으로 만들고 강현 아우님도 똑같이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석주언의 말과 동시에 부패가 가장 심한 언데드들이 도유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도유는 이를 악물고 그것들을 보다가 몸을 돌려 반대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도유의 등 뒤로 석주언이 헛된 일이라며 비웃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

성희유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했다.

제가 다치지 않게 필사적으로 저를 끌어안고 보호하던 도유의 품이 어느덧 사람의 핏줄을 닮은 밧줄로 바뀌었다. 그것을 인지함과 동시에 그는 자신이 포위당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희유는 고개만 돌려 제 주변을 둘러싸듯 의자에 앉은 이들을 살펴보았다.

모두 말라비틀어지거나, 부패해 가는 시체였다. 특이한 것도 있었다. 부패하지는 않았지만 속이 텅 비어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사람의 뱃가죽이 푹 꺼진 상태인 것도 하나 있었다.

“강우야, 너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울지를 않는구나.”

걸음 소리가 점점 다가왔다. 성희유는 제 바로 맞은편의 비어 있는 의자에 앉는 남자, 석주언을 보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더 나이가 들어 있었다. 고작 몇 시간 차이인데도 불구하고 어제는 그나마 팽팽했던 그의 얼굴에 자글자글한 주름과 검버섯이 펴 있는 것을 본 성희유는 미간을 좁혔다.

“어째서 제가 여기 있는 거죠?”

아이답지 않은 침착함에 이질감을 느낀 석주언이 미간을 모았지만 그는 곧 경계를 풀었다.

성희유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게다가 아이의 몸에 얽혀 있는 저 붉은 줄은 지금 아이의 몸에 존재하는 티끌만 한 마력마저 게걸스럽게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을 터였다.

아이의 몸에서 모든 마력이 완전히 빠져나가고, 의식이 흐릿해진 순간이 되면 그때부터 아이는 석주언이 움직일 수 있는 인형이 될 것이다. 석주언은 예쁘장한 얼굴의 어린아이가 제 인형이 된다는 사실에 들뜬 어조로 대답해 주었다.

“네가 내 인형이 되기 위해서 여기 있는 거란다.”

그 말에 성희유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어렸다가 사라졌다.

너무나 빠르게 사라진 웃음에 석주언이 잘못 본 건가 하고 의심을 품을 때쯤, 성희유가 되물었다.

“인형이요?”

“그래, 강우야. 넌 이 아저씨의 인형이 될 거야. 하지만 겁먹을 필요 없단다. 이 아저씨는 너를 아끼고 사랑해 줄 거니까.”

“흐음.”

지금까지 그의 영역에 들어왔던 모든 이들이 성희유와 같은 과정을 겪었다. 살려 달라 외치고 비굴하게 빌었다.

석주언은 그럴 때마다 그들에게 다정하게 속삭였다.

살려서 내보내 주겠다고.

그러나 그 말을 지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석주언에게 잡혀 인형이 된 이들은 의식을 억눌려 육신의 통제권을 잃은 채, 마법의 부작용으로 산 채로 부패해 가는 육신 안에 갇혀 고통받았다.

육신에 갇힌 의식에 기절도 못 하고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는 자신의 ‘인형’들을 볼 때마다 석주언은 즐거움을 느꼈다.

물론 그도 인형들의 비명을 목적으로 살아 있는 사람을 인형으로 만든 게 아니었다. 전부 자신의 위대한 목표를 향한 과정이었기에, 나름대로 부패를 막을 방법을 수십 년 동안 연구했다.

그러나 소득은 없었다. 노인이 된 몸인 제 진짜 육신을 제외하면, 아무리 수를 써도 부패를 완전히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석주언은 부패를 막을 방법을 찾아냈고, 그것을 실험해 보고자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의 집에 묵은 젊은 부자를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여기에 떨어지기 전에 언데드들을 봤어요. 그들도 당신의 인형이겠죠?”

언데드, 라는 단어에 석주언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 단어는 일반인들도 흔히 사용하는 단어였지만 성희유의 침착함과 달라진 어조 때문에 이질감을 느꼈다.

“사용한 마법은 인형술이겠군요. 그것도 미완성된 불안정한, 흉내만 낼 뿐인 삼류 마법일 것 같네요.”

“너. 마법사냐?”

석주언의 질문과 동시에 의자에 앉아 있던 언데드들이 비척대며 일어났다. 어떤 언데드의 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고, 다른 언데드는 자신의 떨어지기 일보 직전인 팔을 뜯어내 몽둥이처럼 쥐었다.

성희유는 그것들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말했다.

“아뇨, 보시다시피 저는 마법사가 아닙니다. 일반인의 몸이죠.”

석주언은 성희유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붉은 줄에 스미는 마력의 양이 느껴졌기에 진심이란 걸 알았다. 그런데도 아이 같지 않은 성숙한 모습에 점점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뭐가 됐든 상관없다. 그리고 난, 드디어 완벽한 인형술을 손에 넣었단다. 네 몸은 내 인형이 되어서도 썩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완벽한 인형술이라고요?”

성희유의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진 것을 본 석주언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아이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고개를 기울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상하다. 그런 건 없을 텐데.”

“강우야, 네가 마법사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러냐? 아니, 알고 있다고 해도 상관없다. 나는 사라진 인형술사가 사용한 마법을 손에 넣었다. 이젠 나도 썩지 않는 인형을 한 번에 수십, 수백 개 부릴 수 있는 새로운 인형술사가 될 수 있다는 뜻이지.”

인형술사라는 단어에 성희유가 미간은 좁혔다. 인형술사의 존재는 카단에서 감추고 감췄을 텐데 석주언이 어떻게 아는 것일까.

마법사든 비마법사이든 제 뜻대로 조종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인형술사는 카단에서 규정한 최악의 범죄자 중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범죄자였다.

그는 인형이 된 사람의 신체도 마음대로 되돌려 놓을 수 있으며, 죽은 사람이라도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인형술이란 마법으로 사람들을 고통스럽고 잔인하게 죽였다.

그중 가장 끔찍하다 평가되는 사건은 ‘방주 사건’이었다. 거대한 상자 같은 건물의 각 방에 사람들을 무리 지어 넣은 인형술사는 사람들이 서로 죽고 죽이도록 조종했다. 그렇게 죽으면 되살려 내길 반복하면서 그들에게 수십 일간 고통을 부여했다.

그의 인형이 된 사람들은 제 의식이 또렷한 상태로 그 과정을 반복하며 완전히 무너졌다. 스스로 제 가족을 죽인 사람들은 구조되자마자 인형술이 풀려 죽기도 전에 자살했다.

카단에서는 그러한 인형술사의 존재와, 그가 기록으로 남긴 인형술을 금기로 지정하고 카단 내의 협회장이라 해도 쉽게 조회할 수 없도록 봉인까지 해 두었다.

그랬던 인형술을 석주언이 알고 있다는 건 굉장히 이상했다.

“그게 진짜라고 치죠. 그런데 그렇게까지 해서 장생하고 싶나요?”

“당연한 것 아닌가? 이 늙어 가는 육신은 얼마 살지도 못해!”

“인간에게는 정해진 수명이 있어요. 그 이유가 뭘까요?”

“너 같은 아이와 철학을 논할 생각이 없단다.”

“대답해 봐요. 아니면 그냥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요? 하긴 마법사들은 대부분이 그러죠.”

마법사는 강하면 강할수록 인간에게 주어진 수명보다 더 오래 산다.

육신의 시간이 멎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법을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상태로 시간이 멈춘 채, 더는 마력을 받아들일 수 없을 때까지 살다가 죽는다.

그렇게 죽을 경우에 마법사의 시신은 가루가 되는데 이따금 그것을 마법 재료로 사용하는 마법사도 있었다.

성희유는 석주언의 눈빛에 깃든 죽음의 공포를 보았다. 사람을 죽게 만들면서 잘도 인형술이니 뭐니 떠들어 대는 실력을 보고 대강 눈치는 챘지만 석주언은 그리 강한 마법사가 아니었다.

그의 눈에 실망이 어렸다가 사라졌다.

“대답할 생각이 없다면 어쩔 수 없죠. 다만 이건 알아야겠네요. 이곳의 언데드들은 전부 실종자가 맞죠?”

“그렇다 하면 어쩔 거지? 강우야, 넌 네 의지로 걸어 나가지 못할 거다.”

성희유의 입가에 쓰디쓴 웃음이 맺혔다. 이윽고 그가 말했다.

“자백 내용은 이걸로 충분하니, 집행을 시작하죠.”

“너 지금 뭐라고….”

석주언은 말을 맺지 못했다. 바람이 흐를 수 없는 공간에 바람이 일었다. 새하얀 궤적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감과 동시에 그의 눈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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