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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너드가 수사하는 법 (24)화 (24/159)

#24

“걱정 마세요, 도유 형. 하지만 조금… 살살 몰아 주셨으면 좋겠네요. 물론 도유 형에게 의외로 거친 면이 있다는 게 흥분되기는 하지만요.”

“헛소리하는 걸 보니 네 혀가 무사한 것 같아 다행이다.”

“…….”

청신은 물끄러미 도유의 옆얼굴을 보았다. 운전에 집중한 도유는 청신을 보는 대신 앞만 보며 말을 이었다.

“마저 이야기하자면-.”

“아까 저 먼저 내보내셨을 때 엿들었으니까 말씀 안 해 주셔도 돼요, 도유 형.”

“…그럼 왜 여태 듣고 있던 거야?”

도유는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다. 특히 불필요한 말을 하는 것을 제일 싫어했다. 여기서 불필요한 말이란 ‘알고 있는 내용을 또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평소에 팀원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어도 먼저 입을 여는 경우가 드물었다. 청신이 불쾌한 듯 미간을 모으는 도유를 보며 빙긋 웃었다.

“그야, 도유 형 목소리를 계속 듣고 싶어서 그랬죠.”

“…….”

순식간에 할 말을 잃고 만 도유는 얌전히 운전에만 집중했다. 청신은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조금 긴장한 것 같아서요.”

“…긴장했어?”

“제가 아니라 도유 형이요. 말하다 보면 긴장이 좀 풀어질까 싶었는데 그런 것 같지도 않아서.”

마침 목적지에 도착한 차가 멈춰 섰다. 사람이 간간이 다니는 한산한 주택가였다. 도유가 고개를 돌려 청신을 바라본 순간이었다. 청신이 도유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임무 때문에 긴장한 거예요? 아니면 제가 당장 침대에 눕히고 싶을 정도로 잘생겨서 그런 거예요?”

“후자는 무슨 개소리야?”

“쑥스러워할 필요 없어요, 형. 아까 본부에서 저 제복 입고 나왔을 때, 도유 형이 저 멍하니 보는 거 다 봤으니까.”

둘만 있는 차 안이라 청신은 가면을 쓰지 않은 맨얼굴이었다. 녹색 눈이 애정을 품고 도유를 담았다.

청신의 눈을 볼 때마다 생각했지만 그의 눈 색은 도유가 제일 좋아하는 색이기에 시선을 떼기가 어려워 곤혹스러웠다.

도유는 그와 이렇게 눈을 마주할 때면 도유는 마치 삼켜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뱀이 먹이를 먹을 때 움직이지 못하게 몸을 옥죄고, 머리부터 삼킨다 했던가. 딱 그런 기분이었다.

청신이 운전대를 잡은 도유의 손을 잡아끌어 제 목을 쥐게 했다.

“어때요? 지금이라도 벗겨 보는 건. 긴장을 풀려면 신체적인 접촉이 가장 최,”

홱!

돌연 도유가 청신의 멱살을 잡고 아래로 끌어당겼다.

대중없이 강하게 끌어 내린 탓에 좌석 사이에 머리를 박을 뻔한 청신은 코앞에 닿을락 말락 한 임무용 무기인, 총을 보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도유 형, 우리 지금 분위기 좋지 않았어요? 왜 갑자기 제 위기가 된 거예요?”

“쉿. 숙여.”

도유가 작게 말하곤 고개를 푹 숙였다. 청신은 일단 도유의 말을 따랐다. 고개를 살짝 들고 창문 밖을 살피는 도유의 모습이 굉장히 귀여웠으니까.

그러나 이 자세를 유지하기에는 도유가 많이 힘들어 보였기에 청신은 상냥하게 말했다.

“도유 형. 이 차 바깥에서는 안을 볼 수 없어요. 기술적인 면도 있지만 협회 차들은 생산할 때 차폐용 아티팩트를 설치한 채로 나와서 이 안에서 키스를 하든 뭘 하든 바깥에선 알 수가 없거든요. 시험해 볼래요? 가급적이면 키스보다 더한 쪽으로.”

“…!”

예시로 든 것들이 하나같이 듣기 싫었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팀장님께서는 이 차는 그런 게 없다고 하셨는데?”

“그럴 리가요. 예외는 없어요. 그리고 저 마법사잖아요. 이 차 탈 때부터 아티팩트가 지속되고 있는 게 느껴져요. 확인시켜 드릴 수도 있고요.”

“…….”

성희유에게 속았다는 걸 깨달은 도유가 차창에 머리를 박는 것을 상냥하게 손으로 막아 주며, 청신은 도유가 무엇으로부터 숨고자 했는지 확인했다.

“운이 좋았네요.”

능소화가 드리워진 담벼락 아래, 이서연이 사진으로 보여 줬던 조용환이 대문을 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조용환은 이서연이 보여 주었던 사진 중, 건강했을 때와 건강하지 않았을 때의 중간 지점에 있는 모습이었다. 그의 안색은 창백했다.

대문을 여는 것조차 힘이 달리는지 문을 당겨 들어가는 과정이 무척이나 길고 느렸다. 도유는 이서연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공원에서 보았던 그 불길한 마력이 조용환을 감싸고 있는 것이 도유의 눈에는 선명하게 보였기에 장담할 수 있었다.

그가 집 안으로 들어갔을 즈음 청신이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도유 형. 끌고 나올까요?”

고개만 끄덕이면 당장 쳐들어가서 질질 끌고 나올 기세다.

카단은 조폭이 아니다. 그리고 마법사인 청신이 일단 아무런 증거도 없이 심증만 있는 일반인에게 강압적으로 굴면 바로 카단 협회에서 가장 답답한 놈들만 모였다는 징계 위원회에 붙잡혀 간다.

세 번이나 그 인간들을 겪었던 도유는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흰머리가 날 것 같아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생각을 떨쳐 냈다.

“그러지 마.”

“그럼 왜 왔어요?”

청신이 고개를 갸웃한다.

“감시하려고.”

“도유 형이 직접 감시하는 건가요?”

미묘하게 감탄 어린 어조가 마음에 걸렸지만 도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 생각엔 오래 감시하지 않아도 될 거야. 이서연 씨의 말이 맞다면 지금 저 사람은 굉장히 안달 난 상태일 테니까.”

그 말을 서두로 도유는 자신이 추측한 것을 설명했다.

첫 번째 사건과 두 번째 사건, 그리고 세 번째 사건까지의 텀과 사망자 수, 그리고 조용환의 건강 상태, 카단에서 급하게 조사한 그의 신상 명세와 최근 행적들을 따져 보면 지금의 조용환은 ‘위험한’ 상태였다.

사망자의 수와 그가 회복되는 것이 정말 관계가 있다면 그는 일전의 공원 사건 때 그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죽여야만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청신이 그 현장에서 그의 마법을 없애 버렸으므로 그는 충분한 생명력을 얻지 못했다.

그렇기에 좀 전과 같이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하는 게 도유의 추측이었다. 가만히 도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던 청신이 물었다.

“도유 형은 범법자가 저 남자에게 어떤 마법을 줬는지 알고 있어요?”

“추측이지만, 알아.”

“제게도 알려 주세요.”

도유는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청신은 공원에서 겪었던, 그 짧은 참극에 무자비하게 희생된 사람들이 ‘어째서’ 죽었는지 한순간에 간파해 낸 사람이다.

그 덕분에 수사에 난항을 겪었던 이번 사건에 진전이 생겼고, 도유는 범법자가 어떤 이유로 어떤 마법을 썼는지 추측해 낼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이 알아차린 것을 청신이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는데 이렇게 묻는다는 건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뜻이다.

“너라면 이미 알아차렸을 텐데?”

확신 어린 어조에 청신은 감동한 듯 뺨을 불그스레 물들이며 말했다.

“제 유능함을 알아봐 주셔서 기뻐요, 형. 하지만 제가 생각한 것과 형이 생각한 게 다를 수 있잖아요.”

도유는 의심쩍은 눈으로 청신을 보았다. 아직 뭔가 더 있는 것 같은데. 이 녀석이 숨기려고 하는 게 아닐까 의심이 깊어질 즈음, 청신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포옥’ 쉬며 속내를 털어놨다.

“사실은 도유 형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어서요. 꼭 마법에 대해서가 아니어도 좋아요. 제 이름을 불러 주는 것도 좋고, 제 밑에서 신음하는 것도 좋고.”

“난 일해야 돼. 바빠.”

“제가 잡아먹는 시간만큼, 더 쉽게 감시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저는 마법 문명 시대에서 이렇게 구시대적인 방법으로 대상을 감시하지 않아도 충분히 여가를 즐기면서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을 알거든요.”

잠깐 욕을 먹은 기분이 들었으나 도유는 이게 청신의 성격이라는 걸 슬슬 받아들이고 있었기에 내색하지 않았다.

“하아. 알았어.”

“고마워요, 도유 형.”

“인사는 됐어. 먼저 물어볼 게 있어. 혹시 무미아(mumia)라는 약 알아?”

“무미아라면…. 의학 역사서에서 한 번 읽은 적이 있긴 해요. 미라로 만든 약이죠?”

고개를 끄덕였다. 미라, 명확하게는 시신의 일부로 만든 약은 오래된 과거 사람들이 믿었던 하나의 미신 때문에 만들어졌다.

옛사람 중 일부는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이 미처 살지 못한 생명력이 육신에 남게 된다고 믿었다.

그렇기에 그 육신을 이용해 만든 약을 먹으면 그 사람의 남은 수명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시신까지 파헤쳐 가며 무미아를 만들어 팔고, 복용했다.

“17년 전에도 이번 일과 비슷한 사건이 있었어. 이번처럼 피해자가 많았던 건 아니었지만…. 이서연 씨의 말을 듣고, 지금 조용환 씨의 모습을 보니 이번 사건이 같은 맥락이란 생각이 들더라.”

“도유 형은 역시 대단하네요. 17년 전 사건을 다 기억하고.”

감탄하며 야릇하게 웃는 청신의 입가에 호기심이 어렸다. 그러나 도유는 말해 줄 생각이 없었다.

‘제발… 부탁입니다…. 이걸, 내 딸에게 전해 줘요…. 제발….’

17년 전 그 사건의 범인인 마법사는 잡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피해자를 죽여 만든 약을 불치병으로 죽어 가는 자신의 딸에게 전해 달라고 애원했다.

도유는 이따금 악몽을 꿀 때면 지금은 사형당해 이 세상에 없는 그 마법사가 제 발을 타고 기어오르며 목을 조르는 꿈을 꾼다.

현장에서 나온 증거로 제출할 수밖에 없었던 그 약은 최종적으로 유족에게로 되돌아갔고, 마법사가 만든 약으로 숨 붙여 살아오던 딸은 끝내 병실에서 죽음을 맞이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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