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너드가 수사하는 법 (9)화 (9/15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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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협회 카단에서 ‘범법자’라고 부르는 마법사는 마법사 연맹이 오래전부터 금기로 지정한 마법을 사용하고, 변형시켜 대중에게 피해를 입히는 마법사다.

그, 혹은 그녀는 자신이 변형시킨 마법을 마법에 대해 지식이 전무한 일반인들에게 주었다. 그것도 일반인이 짧은 주문만 외우거나, 행위를 하는 것만으로도 발동되는 간단한 형태로 말이다.

그 탓에 지금까지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범법자가 일반인에게 준 마법은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사람들이 가득한 주말의 대형 쇼핑 센터를 순식간에 폭삭 무너지게 만든다거나, 도로가 불쑥 솟아 거기에 휘말린 사람들이 낙사로 죽는다거나, 한 지역이 순식간에 수몰되거나 하는 등의 현상. 즉 일반적인 인간이 대응하여 살아남기 어려운 종류의 재앙이었다.

물론 범법자의 마법이 반드시 수백 명 이상이 죽는 현상만 일으키는 것은 아니었다. 범법자의 마법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비교적 규모가 작은 마법일 때도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갑자기 돌처럼 굳어서 죽거나 미다스의 손처럼 피해자가 상대방을 만졌을 때 납덩이로 변하는 경우 말이다.

이런 식으로 범법자가 일반인에게 마법을 제공하는 것으로 발생한 사건은 총 100건이 넘었다.

이렇게 많은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그간 카단은 범법자의 단서도 잡지도 못했다. 피해자들이 휘말려 죽거나, 누가 마법을 줬는지 떠올리지 못했기에 어디까지나 추측만 할 뿐 범법자의 정체를 알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범법자의 마법으로 추정되는 3가지 사건의 피해자가 모두 ‘이카루스 아카데미’의 학생이며, 마나 감응력만 높은 비마법사들만 들어가는 과에 소속되어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는 피해자가 늘어나서는 안 된다.

그 일념으로, 서도유는 이청신을 놓칠 수 없었다.

“선배, 아.”

“아….”

청신과 다시는 가까이 붙어 앉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도유는, 하루 만에 다짐이 깨져 버리고 만 이 상황에 죽어 버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상대방의 기분을 알지 못하는 청신은 방긋 웃으며 도유의 입에 꿀떡을 넣어 줬다.

한 번 씹으니 꿀이 가득 빠져나오는 것이 확실히 줄 서서 먹는다는 소문이 믿어질 정도로 맛있었다. 도유는 수치심도 잊고 열심히 꿀떡을 삼켰다.

“맛있어요?”

“…응. 청신아, 이제 내가 알아서 먹을게.”

“제가 열심히 새벽부터 다른 지역 가서 사 온 건데. 더 먹여 드리면 안 돼요?”

네? 선배애. 청신이 언제 웃었냐는 듯 울상을 지으며 말한다. 그러면서도 손은 착실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주도면밀하게 다음에 먹여 줄 분홍색 꿀떡을 찍어 입 앞으로 가져오는 청신을 보며 도유는 난처한 얼굴을 했다.

“선배가 다람쥐처럼 받아먹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그래요.”

청신이 꿀떡처럼 달게 속삭이자 더는 들어주기 힘들었던 도유가 꿀떡을 받아먹었다.

그 모습에 청신이 다디단 미소를 머금고 또 먹여 준다.

도유는 당장 연구실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꾹 참으며 꾸준히 꿀떡을 받아먹었다. 거절을 해도 거머리처럼 달라붙으니 다 먹어 치우고 이 상황을 끝내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이거 먹고 만들자.”

“네. 선배가 부탁하셨던 아티팩트 가공용 도구는 저기 있어요. 재료도 다양하게 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여러 가지 준비해 뒀고요.”

“신경 써 줘서 고맙지만, 저렇게 많이는 필요하지 않… 헉. 저거!”

청신이 가져온 아티팩트를 제작할 때 사용하는 가공 도구를 눈으로 살피던 도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구가 놓인 곳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손도 못 대고 고개를 숙여 도구의 브랜드를 확인한 도유는 경악한 표정으로 청신을 돌아보았다.

“왜 그래요, 선배?”

“이거, 이거 엄청 비싼 거잖아!”

“그런가요?”

“나 때문에 산 거야?”

청신의 대답을 기다리며 도유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제 통장을 텅장으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가공 도구를 사는 데 든 전액을 지불해 줄 생각이었지만, 손으로 쥘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도구 하나에 자동차값은 거뜬히 하는 브랜드이기에 손이 떨렸다.

청신이 그런 도유의 모습을 황홀한 표정으로 보며 말했다.

“선배는 당황하는 모습도 너무 귀엽네요. 깨물어 주고 싶게 귀여워요. 핥아 봐도 돼요?”

깨물고 싶다더니 허락을 구하는 건 왜 핥는 건데. 도유는 무심코 대답할 뻔한 입을 꾹 다물었다.

청신의 인맥으로 대여한 아카데미의 연구실에서 함께 졸업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지 오늘로 한 달째.

공원에서 일어났던 사건 이후부터 지금처럼 수작질을 하는 청신을 가늠하기 위해 도유는 청신을 노려보았다. 청신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사람처럼 녹색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도유를 본다.

“안 돼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웃한다. 고갯짓은 물론이고 머리카락이 슬며시 움직이는 각도 또한 절묘하게 청신을 색정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도유는 눈에 힘을 주었다.

이제 익숙해질 법했지만 미인의 얼굴에 익숙해지는 게 불가능한 일인 것처럼, 미인이 하는 수작질은 매 순간 낯설게 느껴져 면역이 되질 않았다.

“…안 돼.”

“아쉽네요.”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모습 또한 아름다웠으나 도유는 이번에도 넘어가지 않았다. 청신의 수작질에 넘어가는 순간 자신이 아카데미 내에서 발생한 네 번째 피해자가 될 것임을 알기에 더더욱 청신을 경계했다.

“어차피 선배가 아니었다면 녹슬어서 버렸을 테니까, 걱정 말고 마음대로 다뤄도 돼요. 오히려 도유 선배의 졸업 작품을 위해 마모되고 망가지는 거면 영광이죠. 저도 마음대로 다뤄 주셔도 돼요, 선배.”

정말 개의치 않는다는 어조다. 통장을 지키게 된 도유는 뒷말은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그때 청신이 도유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다시금 꿀떡이 잔뜩 쌓인 테이블을 앞에 두게 된 도유가 착잡한 표정을 짓건 말건, 청신은 어여쁜 것을 보듯 도유를 보며 말했다.

“선배, 어서 더 먹어요.”

“됐,”

“도유 선배….”

당장 눈물을 글썽일 것처럼 애처로이 저를 보는 시선과 목소리에, 결국 도유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청신이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며 도유에게 꿀떡을 먹여 주기 시작했다.

“선배가 먹는 모습을 보면 다른 것도 먹여 주고 싶어요.”

“…난 이제 다 먹었어. 청신아, 너도 먹어.”

“제가 먹여 줬으니까 이번엔 선배가 먹여 주세요.”

“…….”

“저 도구도 가져왔고, 선배 드리려고 새벽부터 내려가서 꿀떡도 사 왔고, 연구실 대여도 했는데….”

“그건, 고생했지만,”

“그리고 저 여태, 누가 뭔가 먹여 준 적이 없어서 궁금했단 말이에요. 네? 도유 선배….”

도유는 목 아래로 차오른 욕을 삼켰다. 그러거나 말거나, 청신은 마치 생일을 앞둔 아이처럼 기대감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도유를 빤히 바라보았다. 결국 작게 한숨을 삼킨 도유가 새로운 포크를 꺼내 들려고 할 때 청신이 그를 막았다.

그러고는 제가 쥐고 있던, 도유를 먹여 주던 포크를 손에 쥐여 주었다.

“뭐 굳이 새로 써요? 이걸로 먹여 주세요.”

맞는 말이다. 도유도 일회용품의 쓸데없는 소비를 늘리고 싶진 않았기에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대상이 청신이라 뭔가 마음에 걸렸다. 잠시 머뭇거리던 도유는 이내 결심을 하고 포크로 꿀떡을 찍어 청신의 입 앞에 가져다 댔다.

잘 먹는다.

무심코 어릴 때 고아원에서 기르던 금붕어에게 먹이를 주었을 때를 떠올린 도유가 저도 모르게 빙긋 웃었다. 금붕어도 물 위에 사료가 동동 떠 있으면 청신처럼 보이는 족족 삼켰다. 도유가 웃는 것을 본 청신이 물었다.

“사실은 선배도 원했던 거죠?”

뭘 원했냐는 걸까. 도유는 질문을 머릿속에서 한번 곱씹어 보고, 그게 일회용 제품의 소비를 일컫는 말임을 알아차리고 순순히 대답했다.

“응.”

‘지구 사랑!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 제품 소비를 줄이자!’라는 캠페인 문구는 오래전부터 세계 곳곳에 널려 있었고, 아카데미 정문 쪽에도 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아, 다행이에요. 정말로.”

청신은 안도한 듯, 동시에 기쁜 얼굴로 활짝 웃었다.

갑자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웃는 청신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어 도유는 잠깐 당황했지만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이 녀석을 이해하는 건 지금 임무에서는 필요 없고, 어디까지나 이 녀석이 범법자라는 증거만 캐내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도유는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청신이 제게 강제로 먹여 준 횟수만큼 청신에게 꿀떡을 먹여 줬다.

*

도유는 이번에 청신과 함께 졸업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옛날 고전에서부터 줄곧 나오는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라는 말이 얼마나 헛소리인지 깨닫게 되었다.

도구가 최고다.

장비가 좋아야 제 실력을 제대로 낼 수 있었다. 그만큼 청신이 가져다준 아티팩트 가공 도구는 도유에게 있어서 굉장한 효과를 발휘했다.

카단에서 특수부에 제공하는 아티팩트 제작 도구도 좋긴 좋았지만 청신이 가져다준 것에 비하면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였다.

난생처음 사용해 보는 최상의 도구에 도유는 아주 잠깐뿐이었지만 잠시 제 임무도 잊은 채 마법을 새겨 넣을 틀을 만드는 데 몰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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