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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의 휴가 (12) (129/130)

나루의 휴가 (12)

나루의 손목을 우악스럽게 잡아 쥔 규연이 숙소까지 빠르게 걸었다. 원해서 그곳에 앉아있던 것도 아닌데, 분위기상 바람이라도 피운 것처럼 되어 버린 나루는 억울한 얼굴로 끌려갔다.

“내가 원해서 간 거 아니야! 그 사람이 억지로 끌고 갔어! 진짜야!”

“알아.”

변명하듯 외친 말에 규연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 자리에 앉아있던 나루의 얼굴은 확실히 원해서 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성원이 제멋대로 나루의 몸에 손을 댔다고 생각하니 욕이 절로 나왔다.

누구는 함부로 손도 못 대는 몸을. 그까짓 새끼가.

이를 빠득, 간 규연이 숙소 문을 열어젖혔다. 힘없이 끌려 들어온 나루는 곧장 규연과 벽 사이에 갇혀 버렸다.

“읏…!”

철컥,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입술이 정신없이 맞부딪혔다. 나루의 뒷덜미를 받쳐 잡은 규연은 배려 없이 혀를 밀어 넣고, 깊숙한 곳까지 탐하며 여린 살을 자극했다. 여태껏 해 본 적 없던 키스에 적잖게 놀란 나루가 규연의 어깨를 밀쳐냈지만, 규연의 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츄읍, 츱, 혀가 얽히는 소리가 유난히 민망스럽게 들려와서, 나루의 두 뺨이 벌겋게 물들었다. 규연의 혀가 입 안을 거칠게 탐할 때마다 숨이 부족해지자, 참지 못한 나루가 급히 고개를 돌렸다.

“윽, 하아, 하….”

“내가 지금 이러는 거, 무서워?”

“…아, 아니. 안 무서워.”

나루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규연이 물었다. 혹여라도 무섭다고 한다면, 몰아붙이지 않고 천천히 해 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루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 섹스한 이후, 규연과는 무슨 행위를 해도 무섭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은 탓이었다.

규연은 나루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다시금 입술을 맞춰 왔다. 질척하게 얽혀드는 혀를 버겁게 감당해내던 나루가 고개를 꺾자, 규연이 뒤통수를 단단히 받치며 끈질기게 입 안을 훑어댔다.

“흐, 규, 규연아.”

눈물을 매단 나루가 입술을 떼어내고 규연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흉부가 크게 들썩이는 걸 보아하니, 숨이 부족한 듯했다. 규연은 그런 나루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힘줄 바짝 선 손이 나루의 허리를 붙잡아 들자, 몸이 허공에 붕 떴다. 그게 무서워서 규연의 옷 소매를 꽉, 붙잡은 나루가 입으로 앓는 소리를 냈다. 시야가 어지럽게 흐려질 때쯤, 몸이 침대 위로 던져졌다.

“왜, 왜 그래, 규연―.”

뒤늦게 겁에 질린 나루가 규연을 말려 보았으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규연은 자연스레 키스를 이어가며 나루의 바지를 벗겨냈다. 입이 틀어막힌 나루가 읏, 으읍, 하고 답답한 소리를 내는데도, 규연은 손짓을 멈추지 않았다.

침대 위에 눕혀진 나루는 어느새 나체 상태가 되어 있었다. 서늘한 공기의 느낌에 몸을 웅크리자, 규연이 긴 손가락을 이용해 목부터 허리까지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여린 살갗 위로 간지러우면서 야살스러운 느낌이 전해졌다. 나루는 몸을 비틀며 규연의 품에 고개를 묻었다.

“흐, 아읏! 이, 이상해, 간지러워. 하지 마!”

“하지 말라니.”

“으, 응?”

“나한테는 허락해야지, 송나루.”

나지막하게 말한 규연이 말랑한 귓바퀴를 콰득, 깨물었다. 질투심 가득한 행동이었다. 따가운 통증에 화들짝, 놀란 나루가 몸을 퍼뜩거리자, 규연이 흉부를 손으로 지긋하게 눌렀다.

“아, 아윽!”

“조금만 참아.”

“하, 으윽, 아파, 아파….”

귓바퀴의 통증에 집중하는 사이, 갑자기 손가락 하나가 뒤를 비집고 들어왔다. 젤도 사용하지 않아 빡빡하기만 한 구멍을 강제로 뚫고 들어오니, 나루가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아냈다. 느릿하게 손가락을 움직이던 규연은 뜨겁게 조여대는 내벽을 뭉근하게 문지르며 안을 넓혀갔다. 그러면서도 눈으로는 젤을 대체할 만한 물건을 찾는 중이었다.

무방비하게 제 뒤를 내어 준 나루는 고분고분한 자세로 허리를 치켜든 채, 토실하게 살이 오른 엉덩이를 움찔거렸다. 고작 손가락 하나 들어갔을 뿐인데, 숨이 턱 막히는 게 머리가 어질거리는 것 같았다.

“흐아…!”

그때, 규연이 안에 넣었던 손가락을 단번에 빼냈다. 나루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허리를 바짝 세웠다. 그러다가도 자신이 낸 신음에 민망해져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규연은 욕실 앞 선반에 있던 젤을 가지고 돌아왔다. 성관계에 쓰이는 젤이 아닌, 보습용 알로에 젤이었다. 용도에 맞지 않는 걸 나루의 몸에 쓰는 게 영 걸렸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뚜껑을 열어 젤을 듬뿍 짜낸 규연은 망설임 없이 그것을 나루의 뒷구멍에 펴 발랐다. 둔부 사이를 활짝 벌리자, 꽉 다물린 구멍이 보였다. 규연은 손가락 두 개를 억지로 구멍 안에 밀어 넣으며 안까지 젤을 고루 묻혀 놓았다.

“차, 차가워, 아! 하으, 차가, 읏.”

“곧 있으면 뜨거워져. 참아.”

“규, 규연아, 아, 으읏…!”

차가운 젤의 느낌에 놀란 건지, 다급하게 외치던 나루가 신음을 내뱉었다. 규연은 긴장한 나루를 달래듯 얄쌍한 허리를 손끝으로 살살 쓸어내렸다. 그 다정한 손길에 안심한 나루는 다리를 개구리처럼 벌리며 구멍을 느슨하게 풀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분홍빛 주름이 규연의 굵직한 손가락을 잡아먹을 듯 오물거렸다.

어느새 젤로 범벅된 뒷구멍이 야살스럽게 번질거렸다. 규연은 손가락을 네 개로 늘려 안을 파고들었다. 아직도 뻑뻑하게 수축하고 있던 내벽은 손가락 두 개가 더 들어차자, 크게 움찔거리며 안을 뜨겁게 달궈 갔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벌어진 구멍에서 쯔걱, 쯔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쫀득해진 구멍이 규연을 따라 깊게 딸려 나왔다가, 다시금 물었던 손가락을 놓아 주었다. 아직 부족하지만, 적당히 늘어난 구멍이 아쉽다는 듯 벌렁거리며 손가락을 원했다.

“읏, 하아, 규여, 규연아, 내가 그 사람이랑 있어서, 화, 난 거지?”

“글쎄.”

“마, 맞잖아. 으, 화난 거잖아.”

“화났다기보다는….”

그래, 너한테는 질투가 난 거지. 송나루.

제 마음을 인정한 규연은 속마음을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덕분에 작은 오해가 생겼다. 나루는 규연이 제게 직접적으로 화나지 않았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으면서도,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애썼다.

“아, 하읏…!”

발기해 있던 성기를 꺼낸 규연이 제 손으로 굵은 기둥을 느릿하게 쓸었다. 평소였다면 나루에게 적응할 시간을 더 주었을 테지만, 오늘은 바로 삽입할 생각이다.

질걱, 쯔윽, 젤로 미끄덩거리는 구멍에 천천히 단단해진 성기를 밀어 넣던 규연이 무리하며 뿌리 끝까지 처박았을 때였다. 꼬챙이에 꿰인 듯 헉, 소리를 내던 나루가 제 배를 움켜쥐며 숨을 몰아쉬었다.

뜨거워진 내벽은 갑작스러운 자극에 놀라 성기를 단단히 조여대는 중이었다. 말캉하게 녹아내린 속살이 움찔거릴 때마다 규연의 미간이 좁혀졌다.

“으, 흐아, 읍, 흐읏….”

이를 악문 채 숨을 힘겹게 내쉬던 나루가 무언가 결심한 듯 주먹을 꼭 쥐었다. 규연은 심히 힘들어하는 나루가 안쓰러워 잠시 적응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

그런데 나루가 그것을 거부했다. 나루는 입술을 콱, 깨문 채 엉덩이를 아래위로 살살 흔들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했더라면 야해 빠진, 천박한 자세로만 보였을 것이다. 규연의 언어로는 ‘싸구려’, 딱 그 정도였다.

하지만, 그 야해 빠진 자세로 스스로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나루는 전혀 싸구려 같지 않았다. 상대를 만족시키기 위한 애정, 약간의 충성심, 거기에 어설픔까지 더해지니 마음 한편이 뜨겁게 울렁였다.

손으로 꽉, 움켜쥐면 떡처럼 뭉개지는 흰 엉덩이 사이로 벌겋게 부어오르기 시작한 항문이 보였다. 나루는 검붉은색의 단단한 살덩이를 힘겹게 제 안으로 쑤셔 박고, 허리를 잘게 흔들어 느끼기 좋은 곳을 스스로 찔러댔다.

내벽 깊은 곳까지 들어갔던 성기가 힘겹게 빠져나오면 희뿌옇게 변한 젤이 꾸륵, 거리며 거품을 만들어 냈다.

“하, 송나루. 이건 또 뭐 하자는 거야.”

“아, 하윽, 규, 규연아, 화내지, 마, 아읏!”

어디까지 하나 보자, 라는 심정으로 나루를 가만히 두고 지켜보던 규연이 물었다. 나루는 규연의 목소리, 억양만으로도 속내를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화가 풀렸다. 규연이는 이미 아까 화가 풀렸어. 아니, 애초에 나한테는 화가 나지 않았어.

규연의 마음이 풀렸다는 걸 인지한 나루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요사를 떨었다. 눈물을 매달아 처연미가 더해진 눈을 반쯤 뜨고, 부러 더 야살스러운 신음을 내며 숨을 가쁘게 쉬었다. 와중에도 잘빠진 허리와 토실한 엉덩이는 규연의 성기를 놓지 않았고, 내벽을 더 쫀득하게 조여댔다.

용서, 용서랄 게 있나. 그저 내 알량한 질투심이 다였는데.

규연은 나루의 골반을 두 손으로 우악스럽게 붙잡은 채, 성기를 뿌리 끝까지 처박으며 허리를 털어댔다.

척, 쯔걱, 쩌억, 살과 살이 강하게 부딪치며 질척한 소리가 만들어졌다. 나루의 작은 몸이 규연의 아래에서 정신없이 흔들렸다.

오랫동안 풀어주지 않은 상태에서 큰 자극을 받게 된 뒷구멍은 발갛게 붓다 못해 찢어져 새빨간 피를 줄줄 흘려보냈다. 젤과 합쳐진 피가 선분홍빛을 내는 게 괜스레 야하게 느껴졌다.

나루는 제 뒷구멍이 찢어진 줄도 모르고 숨을 흡, 들이키며 내벽을 조였다. 커다란 원형으로 벌어진 뒤는 주름 없이 팽팽해졌고, 성기가 드나들 때마다 붉은 속살이 살짝씩 딸려 나오기도 했다.

“아, 아으읏, 흐응!”

“윽, 하아….”

“으웁, 웅, 흐븝…!”

규연은 땀범벅이 되어 푹 젖은 나루의 머리카락을 다정스레 넘겨주며 거칠게 입술을 부딪쳤다. 배려 없이 쑤셔 박는 아래 사정과 달리, 위는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혀가 얽히고 달뜬 숨이 오갔다. 신음을 내지르느라 머리가 어지러웠던 나루는 규연에게서 숨을 전달받으며 혀를 질척하게 섞어댔다.

쯔윽, 쩍, 찔걱, 퍼억, 규연의 허릿짓이 빨라질수록 늘어난 구멍은 점점 음탕해졌다. 선분홍빛의 피, 검붉은 성기까지 번들거리게 만드는 투명하고 뜨거운 젤, 부어올라 오물거리고 있는 구멍.

규연은 나루를 더 한계로 몰아붙이며 성기를 깊숙이 처박았다. 나루는 이미 절정에 달해 희뿌연 액을 질질 흘리는 중이었다.

“하, 아앗, 아! 규여, 나, 좋아해, 아흣…!”

나루는 부끄러움이라는 게 없었다. 그저 좋으면 좋다고 표현했고, 싫으면 싫은 티를 냈다. 언제 봐도 투명한 게 좋았다. 지금도 그랬다. 버거워서 숨을 헐떡이는데도 입을 열어 제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했다.

규연은 그런 나루가 진심으로 사랑스러웠다. 어느새 질투로 가득했던 감정이 사라지고, 마음이 물렁해졌다.

피식, 한쪽 입꼬리를 당겨 웃은 규연이 고개를 숙여 나루의 귓가에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그래, 나도 너 사랑해. 그러니까, 앞으로는 내 앞에서 다른 놈 끼고 있지 마. 송나루, 알겠어 모르겠어.”

“아, 흐읏, 알겠어, 알겠, 어, 으응!”

나른한 사랑 고백과 함께 다정한 경고를 남긴 규연이 얼굴을 붉히며 신음을 내지르는 나루를 똑바로 응시했다.

얘는 뭘 해도 예쁘냐.

나루는 발갛게 짓무른 눈마저 맑고 예뻤다. 규연은 부드러운 손길로 나루의 눈가를 매만지며 허리를 더 세게 쳐올렸다.

“아, 아응, 아! 윽, 흐읏!”

“하아, 윽…!”

새빨갛게 물든 엉덩이에 단단한 치골이 부딪칠 때마다 말랑한 살이 진득한 떡처럼 눌렸다가 원상태로 돌아오길 반복했다. 그게 심히 자극적이라, 규연은 일부러 배려 없이 움직이며 흰 살덩이를 더 빨갛게 만들어 놓았다.

빠르게 왕복 운동을 하던 성기는 깊은 곳에 처박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나루는 애타는 느낌에 으응, 하고 간드러지는 신음을 내며 허리를 흔들었다.

“아, 으극! 아! 규여, 규연아! 하윽!”

그게 불을 지폈던 걸까. 나루의 허리를 한 손으로 꽉, 짓누르며 고정한 규연이 뜨겁게 달아오른 안에서 성기를 더 키웠다. 문제는 이게 아니었다. 조금 더 커진 성기가 빠져나갈 생각 없이 깊숙하게 들어왔다.

한 번도 닿은 적 없는 곳. 이상한 느낌을 감지한 나루가 바르작거리며 허리를 빼 보려고 했으나, 규연이 꽉 잡고 있던 턱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꾸득, 찔걱, 심상치 않은 소리와 함께 규연의 굵직한 성기가 내벽 끝을 강하게 뚫고 들어왔다. 얇은 뱃가죽 위로 기다랗고 굵직한 실루엣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나루는 다리를 양옆으로 죽 찢은 채 헉, 소리를 내며 온몸을 벌벌 떨었다. 분홍빛의 성기에서는 이제 투명한 물줄기가 팟, 하고 튀었다.

“아, 아윽, 으, 흐아앙…!”

한 번 경련하기 시작한 허벅다리가 멈추지 않고 덜덜 떨렸다. 그럴 때마다 내벽 깊숙한 곳이 진동했고, 앞에서는 투명한 물이 줄줄 샜다. 정신이 나가 침까지 흘린 나루가 멍청한 신음을 내며 울먹거렸다. 힘없이 늘어진 손은 툭, 튀어나온 뱃가죽 위를 쓰다듬고 있었다.

지금 나루의 모양새는 심각할 정도로 야했다. 꼬챙이에 꿰인 자세로 허벅지와 허리를 떨어대는 게 순한 인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꼴이었다.

규연은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이며 짙은 정액을 분출했다. 한참 동안 나루의 골반을 붙잡고 사정하니, 뒤늦게 제정신이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아아, 으, 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루를 내려다본 규연은 결국 이마를 짚고 말았다. 흥분한 탓에 정도를 모르고 밀어붙였더니 나루 상태가 말도 아니었다.

규연은 나루의 허리를 살살 토닥이며 깊게 쑤셔 박았던 성기를 천천히 빼내었다. 쯔으윽, 질펀한 소리와 함께 빠져나온 성기는 아직도 꼿꼿하게 서 있었다. 쓰러지듯 누워 숨을 내쉬던 나루는 성기가 빠져나가자마자 우는 소리를 냈다.

둥그렇게 벌어져 닫히지 않는 구멍 사이로 희뿌연 정액이 투둑, 하고 떨어졌다.

“조금만 참아 봐, 응?”

“아, 아니야, 지금 건드리면, 아, 하읏!”

상냥한 목소리로 나루를 타이른 규연이 벌어진 구멍 안에 손가락을 넣어 내벽을 살살 긁어냈다. 그러자 깊숙이 고여 있던 정액이 딸려 나와 하얀 허벅지를 타고 주륵, 흘렀다.

쿨쩍, 찌걱, 규연은 이것으로 끝내지 않고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 갈고리 모양의 손가락 끝이 예민한 곳을 건드리니 이제는 무의식적인 신음이 나루의 잇새로 새어 나왔다.

덩어리진 정액이 규연의 손끝에 걸려 침대 위로 여러 번 떨어져 내렸다.

벌어진 입구는 물론이고, 붉게 부은 내벽이 움찔거릴 때마다 찬 공기가 들어와 등골이 서늘해졌다. 나루는 마지막 힘까지 쥐어 짜내 숨을 참고, 벌어진 뒤를 애써 닫았다.

포옥, 규연의 품 안으로 힘없는 몸덩이가 들어와 안겼다.

“흐으, 규연아아….”

“어이구, 서러웠어.”

나루가 일부러 울음 섞인 소리를 내며 어리광을 부리자, 규연이 능글맞게 받아주며 등을 토닥였다. 나루는 규연의 품속을 더 파고들며 넓은 가슴팍에 제 머리카락을 비비적거렸다. 규연은 그 애교에 화답하듯 나루의 등을 토닥이고,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피로가 몰려와 나른해졌는지, 나루의 눈이 반쯤 감겼다. 그런 와중에도 정신력으로 버티던 나루는 규연의 허리를 두 팔로 힘껏 감싸 안고 실실 웃었다.

“집에 가기 싫다. 여기에서 규연이랑 계속 있고 싶어.”

“여기가 좋으면 조금 더 지내다가 갈까.”

“그래도 돼?”

나루의 물음에 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정한 웃음 속에는 묘한 장난기가 묻어 있었다.

하지만, 나루는 원하던 대로 풀빌라에 더 머물지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질릴 때까지 수영하며 놀고 싶었지만, 일어나자마자 허리가 아파 징징거리며 서울까지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더 놀기는 무슨, 원래 일정도 다 못 채우고 올라온 것이다.

“허, 허리, 흐읍, 아파. 유규연 짜증 나.”

“발버둥 치니까 아프지, 가만히 있어 봐.”

“내가 조금 그랬다고 막, 세게 박고,”

“송나루, 쉿! 너 내가 그런 말 밖에서 하는 거 아니라고 말했지.”

규연의 다급한 반응에 고개를 돌린 나루가 몰래 키득거렸다.

일찍 돌아오게 돼서 아쉽지만. 그래도, 규연과 함께 한 휴가는 무척이나 즐겁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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