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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의 해피 메리 크리스마스! (3) (114/130)

나루의 해피 메리 크리스마스! (3)

찌걱, 쯔윽.

접합부 사이로 묻어난 젤이 야릇한 소리를 만들어내며 쩌억, 쩍, 늘어졌다. 규연은 나루의 얇은 허리를 두 손으로 가볍게 감싼 채, 조금 더 과격하게 움직여 나갔다.

두꺼운 패트병을 삼킨 듯 둥그렇게 벌어진 구멍이 선분홍빛을 뽐내며 벌름거렸다. 굵직한 성기가 빠져나갈 땐, 내벽부터 구멍까지 쫀득하게 조였고, 들어올 땐 여러 번 움찔거리면서도 뿌리까지 힘겹게 삼켜냈다.

“하, 아읏, 응, 그마안, 아!”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아응, 흐, 나 힘들, 규연아, 아흣…!”

“침이나 줄줄 흘리고, 좋아 보이는데.”

신음을 내지르던 나루가 힘들다며 우는 소리를 내었다. 규연은 한쪽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곤, 능글맞게 대꾸했다.

찔꺽, 퍽, 하는 소리가 정신없이 반복될 즈음이었다. 욕실에 있던 전자시계를 확인한 규연이 움직임을 느슨히 하며 나루의 귓바퀴를 혀끝으로 핥았다.

“아, 안, 멈추면, 하, 아으읏! 윽….”

“벌써 가면 어떡해, 나루야. 좋았어?”

“으, 흐으응, 응…!”

“시간 봐.”

왕복 운동이 느려짐과 동시에 사정감이 몰려온 나루가 금세 허리를 떨며 가 버렸다. 규연은 하찮고도 귀여운 몸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다가, 제 허리를 묵직하게 쳐올리며 더욱 자극적인 쾌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눈물은 물론이고, 침까지 줄줄 흘리던 나루가 힘 빠진 몸을 규연에게 맡긴 채 위를 쳐다봤다.

AM12:50

몽롱해진 시선 끝으로 현재 시각이 비추었다. 새벽 열두 시 오십 분. 나루가 멍하니 시계를 바라보고만 있자, 규연이 귓가에 나지막한 목소리를 중얼거렸다.

“메리 크리스마스.”

짧은 말 한마디가 왜 이리 달콤한 건지, 눈 녹듯 녹아내린 나루가 헤실거렸다. 방금까지 휘몰아친 사정으로 꼴이 말도 아니었지만, 나루는 다 풀린 눈으로 대답해 주었다.

“으응,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끝으로 질척한 키스가 이어졌다. 쪽, 쪽, 가볍게 반복되더니 어느새 혀를 섞기 시작한 규연은 색색거리는 나루에게 숨을 불어넣듯 다정히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사랑해.”

“내가, 더, 사랑할 거야.”

“고집은.”

“고집 아니야, 나 규연이 엄청 사랑해. 제일 사랑, 으읏?!”

여느 연인처럼 사랑 고백을 주고받던 나루는 제 안에서 점차 크기를 키워나가는 성기의 느낌에 이상한 신음을 내뱉었다. 안 그래도 커서 내벽이 터질 정도인데, 여기서 더 크기를 키우니 구멍이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았다.

나루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규연을 응시했다.

사랑한다고 했을 뿐인데, 왜, 왜 커져? 나 두 번, 아니, 세 번이나 갔는데….

불안한 감은 언제나 틀리지 않았다. 나루의 귀여운 반응에 푸스스, 웃음을 흘리던 규연이 몸 이곳저곳에 쪽, 쪽, 입을 맞추더니 예고도 하지 않고 허리를 다시 쳐올렸다.

“하읏, 아!”

“그래, 나도 너, 제일 사랑해.”

“아, 하응, 읏! 사랑한다면서, 유규연, 으, 이 악마야…!”

“응, 사랑해. 그러니까 조금 더, 알겠지?”

유규연 악마. 유규연 정말 나를 괴롭히고 있어. 유규연 이렇게 조절 못 할 것 같아서 여태 안 했던 거였어…!

울음을 잔뜩 머금은 나루가 규연의 목에 두 팔을 단단히 감아 안겼다. 힘 풀린 몸이 안정적으로 매달리자, 허벅다리를 넓게 벌려 팔에 걸쳐 든 규연이 편하게 허릿짓을 반복했다.

찰방, 찰방, 물소리와 덩달아 질척이고 끈적이는 야한 소리가 뒤섞여 청각적인 흥분이 더해졌다. 길고 굵직한 성기는 나루의 구멍을 찢을 기세로 거칠게 드나들었다. 여린 살과 치골이 맞닿아 퍽, 퍽, 소리가 날 때면 한껏 벌어진 구멍은 물론이고 엉덩이까지 빨갛게 물들었다.

“흐, 하읏, 안, 그만, 아앙!”

“크읏, 하, 하아.”

추삽질이 더 빠르고 거세게 반복될 때, 자극을 견뎌내지 못한 내벽이 크게 움찔거렸다. 규연은 제 성기를 한 번에 빼내어 한 손에 쥐고, 진한 정액을 느릿하고 또 길게 분출했다.

나루는 그저 규연에게 매달려 허리를 벌벌 떨 뿐이었다. 한꺼번에 빠져나간 성기 탓에 벌어진 구멍이 닫히지 않아 찬 공기가 들어차는 게 무서워서, 설움이 확 복받치는 기분마저 느꼈다.

“하으, 허어엉, 유규, 연, 나, 아, 아파. 흐읍.”

“하, 나루야, 많이 아팠어?”

울음소리에 다정해진 규연이 나루의 허리부터 엉덩이까지 쓸어내려 주며 말랑한 살 위를 토닥였다. 그럴 때마다 다물리지 못한 구멍이 크게 움찔대며 벌렁거렸다. 자연스레 구멍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 넣은 규연은 나루를 달래주는 척, 입술을 맞대며 주위를 돌리고, 갑작스레 예민한 내벽을 자극시켰다.

철벅, 쩌억, 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빠르게 쳐올리자 아직 사정감에 휩싸여 있던 나루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울부짖었다.

“아, 하응, 윽, 아으읏! 허어, 흐, 제바알!”

온몸이 덜덜 경련할 즈음에서야 손가락을 뺀 규연이 만족스럽게 웃어 보였다. 나루는 끝내 구멍을 벌렁거리며, 추삽질과 동시에 들어온 젤과 액들을 흘려보냈다. 쿨쩍이며 젤이 떨어져 내리는 소리가 무척 자극적이었다. 구멍 밑으로 조금씩 흘러나오던 젤은 툭, 하고 욕조에 떨어졌다. 남은 액들은 긴 실선처럼 늘어져 끊어지지 않고 있었다.

“나루야, 송나루.”

“으, 흐으….”

뒤늦게서야 나루를 고쳐 안은 규연이 이름을 여러 번 불러 보았지만, 나루는 이미 기절한 뒤였다.

축 늘어진 몸을 조심스레 껴안고, 새로 받은 욕조 물에 담가 놓으니 나루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편안해졌다. 규연은 발갛게 달뜬 나루의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뽀얗고 말랑한 볼에 끊임없이 입맞춤을 퍼부었다.

함박눈이 쏟아져 내리는 새벽의 크리스마스. 두 사람은 첫 경험을 공유했다. 연인과 싸우고 화해하는 것. 그리고, 전보다 더 짙은 관계로 발전하여 사랑해 보는 것.

매우 뜻깊은 크리스마스였다.

* * *

새벽 내내 쌓인 눈은 온 세상을 뒤덮었다. 커튼 너머로 새하얀 풍경이 들어찼으나, 나루는 특유의 발랄한 걸음으로 구경을 갈 수가 없었다.

“콜록! 으, 으으.”

“아직도 열이 높네. 이불 하나 더 덮어 줄까.”

“크응, 아니야. 콜록!”

밤새 신음을 내지르느라 고운 미성의 목소리가 다 쉬었다. 거기다 감기까지 더해져 기침이 끊이지 않고 튀어나왔다. 나루는 열이 올라 빨개진 얼굴로 눈동자를 데구륵, 굴렸다.

규연은 아침 일찍 일어나 나루를 보살피기 바빴다. 잠도 많으면서, 해 뜨기 전부터 물수건을 갈아 주고, 약을 먹이고, 따뜻한 이불을 덮어 주기까지 했다.

나루는 이런 취급을 받는 게 마냥 좋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규연에게 버림받을까 봐 와인을 막 들이부었는데, 하루 사이에 화해하고, 그렇게 조급해하던 섹스까지 원 없이 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어제 욕실에서 하는 게 아니었는데.”

“나는 좋았어. 규연아, 물소리랑 너가 움직여서 끈적거리는 게 막 질퍽질퍽,”

찬 욕실에서 나루를 벗겨 먹었다는 사실에 묘한 죄책감을 느낀 규연이 속상한 투로 얘기했다. 그러자, 나루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부끄러운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송나루, 그만.”

“왜, 나 좋은 거 더 많았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야. 넌 부끄러움도 없냐.”

“아아, 엄청나게 부끄러워….”

식겁한 규연이 급히 나루의 입을 막아 보았지만, 나루는 섬찟한 순수함으로 맞대응했다. 부끄럽다면서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 얼굴을 하는 게 포인트였다.

싸워서 사이가 어색했을 땐 평소답지 않게 주눅 들어 있더니, 다시 전처럼 돌아왔네.

규연은 아파도 해맑은 나루의 표정에 안심했다. 크리스마스까지 냉전이 이어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천만다행이었다.

“배고플 텐데, 기다려 봐.”

“어디 가? 나도 갈래. 나도.”

“아픈 애가 어딜 따라 와. 금방 가지고 올 거야.”

아침에 끓여 놓은 죽을 떠올린 규연이 방을 나서려고 하자, 나루가 이불을 걷어냈다. 규연이 좋아서 무작정 함께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똥강아지 같은 나루를 어렵사리 떼어 놓은 규연은 부엌으로 가서 그릇에 닭죽을 정갈히 담아 돌아왔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 잘게 썰린 채소들, 부드러워 보이는 밥알들! 죽이다, 죽!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신이 난 나루가 죽을 보자마자 두 팔을 뻗었다. 아주 오래전, 시골에서 할머니가 주었던 특식이 생각나 기뻤다.

거기에는 닭 삶은 살이 조그맣게 찢어져 있었는데, 그게 여기에도 있어!

“잘 불어서 먹어.”

“응. 이거 그거지, 닭.”

“맞아. 위에 있는 인삼도 먹고.”

“이게 뭔데? 인, 으윽, 맛없어.”

숟가락으로 죽을 휘젓던 나루가 노란빛을 내는 인삼을 한 입 베어 물었다가, 그대로 혀를 내밀었다. 씁쓰름하기만 하고 전혀 담백하지도, 달지도 않은 맛. 나루가 인상을 찌푸리자, 규연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며 단호하게 얘기했다.

“그게 제일 좋은 거니까 무조건 먹어.”

“왜? 이거 맛없어. 규연아, 너 아프지. 이거 먹을래?”

“기껏 먹이려고 했더니, 잔꾀나 쓰고 있어.”

규연이 아무리 단호하게 말한다고 한들. 나루가 그 말을 순순히 들을 리 없었다. 오히려 역으로 규연을 한 방 먹이려 들었다.

“아니야, 난 규연이 네 생각하는 거야. 어제 내 뒤에 좆 넣느라 힘들,”

“송나루, 나루야, 제발. 직설적인 단어 좀.”

나름 알콩달콩한 대화가 오가던 중, 나루의 직설적인 발언으로 수위가 치솟았다. 규연은 아침부터 여러 번 식겁하며 나루의 입을 틀어막았다.

아니, 송나루 쟤는 저런 말을 어디서 배워서 자꾸 하냐. 눈은 나 아무것도 몰라요, 하면서 어이가 없네.

떨떠름한 표정을 짓던 규연이 나루의 손에서 그릇을 빼앗아 들어 죽을 후후, 불어 식혔다. 그리고는 일정량을 떠낸 숟가락을 나루의 입 앞까지 대 주었다. 얼굴은 영 그래도, 하는 행동은 그 어느 때보다 다정한 게 우스웠다.

“아, 해.”

“있잖아, 규연아.”

“어, 왜. 입부터 벌리라니까.”

“우리 나중에 섹스 또 해?”

“…….”

고삐가 제대로 풀렸구나, 송나루.

생각지도 못한 발언에 할 말을 잃은 규연이 조용히 나루의 입속으로 숟가락을 밀어 넣었다.

얘 왜 이러냐, 진짜. 어제도 기절해서 더 괴롭힐 뻔한 거, 겨우 참았더니.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삼켜낸 규연이 계속해서 나루의 입에 죽을 떠 넣어 주었다. 우물우물. 얌전히 받아먹던 나루는 규연의 두 눈을 빤히 쳐다보며 눈꺼풀을 깜빡거렸다.

“섹스 또 해? 나 이제 안 무서워. 무서운 건 줄 알았는데, 무서운 게 아니었어.”

“물 마시고.”

“응? 오늘 섹스 또 하는 거야? 콜록!”

“목은 다 쉬고 기침까지 하면서, 섹스하겠다는 말이 나오냐. 이리 와, 약 먹어야지.”

해맑은 광기에 익숙해진 규연은 나루의 말을 대충 넘기며 약을 챙겨 먹였다. 서로를 물고 빨든, 말든, 일단 나루의 몸 상태가 먼저였다. 나루는 이런 규연의 마음도 모르고 섹스에 대한 말들을 끝까지 홀로 중얼거렸다. 무서운 게 아니란 걸 몸으로 직접 깨닫고 난 후, 들뜬 모양이었다.

“좀 자.”

“왜?”

“약 먹었으니까 푹 쉬어. 열 더 오르면 큰일 나.”

“크리스마스 파티는…?”

보다 못한 규연이 나루의 이마를 꾹, 눌러 침대에 눕혔다. 자라고 했건만, 나루는 눈을 똘망똘망하게 뜬 채 크리스마스 파티를 해야 한다며 규연의 동정심을 자극했다.

두 사람이 한참 전에 나누었던 크리스마스 계획은 당연하게도 실패로 돌아갔다. 지금 나루의 몸 상태로는 거실까지 나가는 것도 무리였다. 규연은 나루가 그토록 기다리던 크리스마스를 즐기지 못하게 되어 안타까워하는 중이었다.

“일단 좀 자고 일어나.”

“크리스마스….”

“…….”

“파티, 규연이랑 하는 줄 알았는데….”

“…….”

“나는 누워나 있고….”

불쌍한 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나루는 눈썹을 추욱, 늘어뜨린 채 입술을 내밀고 웅얼거렸다. 이러면 규연의 마음이 물러진다는 걸 잘 알고 행동하는 거였다.

짝!

하마터면 넘어갈 뻔한 규연이 제 손등을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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