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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의 해피 메리 크리스마스! (2) (113/130)

나루의 해피 메리 크리스마스! (2)

낮은 목소리로 사랑을 고백한 규연은 밀어낼 틈도 주지 않은 채 키스를 이어갔다. 동시에 나루의 몸이 살짝, 밀리며 격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듯하지만, 다급한 키스였다. 규연은 나루의 허리를 제 팔로 휘감으며 자연스레 걸음을 옮겼다.

현관에서 복도로, 복도에서 욕실 앞 벽으로. 규연의 능숙한 실력에 이끌리듯 뒷걸음질 치던 나루는 버거워하면서도 파고드는 혀를 애써 받아내는 중이었다.

이상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이, 이 정도면 나도 능숙해 보이겠지?

자신감과 다르게 나루의 몸짓은 하찮았다. 자그마한 몸은 규연에게 폭, 안겨 있었고, 어찌할 줄 모르는 팔은 허공에 붕 떠서 허우적거렸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어색하게 뻗어진 손가락이 이상한 모양새로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덜컥.

한참 키스에 집중하던 중이었다. 나루는 문 열리는 소리에 놀라 어깨를 흠칫, 떨었다.

알고 보니 규연이 욕실 문을 열어젖힌 것이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어리둥절하던 나루는 입술을 떼어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자, 규연이 입꼬리를 시원스럽게 올리며 미소 지었다. 격한 키스로 인해 붉고 촉촉해진 입술이 야하고, 또 인상적이어서 나루는 넋을 놓고 말았다.

“씻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어, 그, 그럼.”

“우리 둘이.”

“…우리, 둘, 이?”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나루의 어벙한 표정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규연은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나루를 껴안아 들었다. 무게가 워낙 가벼워서 그런지, 나루의 몸이 하찮게 들렸다. 바닥에 닿지 않아 허공에 발을 동동거리던 나루는 떨어질세라 규연의 어깨를 꼭 붙잡았다.

우리 둘이서 씻는 거? 규연이랑 나랑? 씻어? 규연이가 날 사랑하는 걸 깨달아서, 이제는 정말 조급한 마음이 사라졌는데. 키스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가, 같이 씻는다니.

나루의 머리 위에는 여전히 물음표들이 둥둥 떠다녔다. 규연은 거울 앞에 나루를 앉혀 두고 와인으로 젖은 옷을 천천히 벗겨내 주었다. 옷을 벗기는 게 왜 이렇게 자연스러운지, 나루는 홀린 사람처럼 두 팔을 들어 올렸다. 흘러내린 옷 사이로 새하얀 피부가 드러났다. 나루의 몸을 지그시 훑어보던 규연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어깨와 팔꿈치, 그리고 손가락 끝이 분홍빛으로 물든 게 꼭 복숭아 같았다. 술을 먹어 달아오른 두 뺨까지 귀여워 미칠 노릇이었다.

쪽, 쪼옥.

가벼운 입맞춤 소리가 두 사람 사이를 메웠다. 규연은 나름 상쾌한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나루는 눈이 반쯤 풀려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규연아, 나, 정신이 막….”

“술 깨, 송나루. 전부 기억해야지.”

“그, 흐읏!”

“차가워?”

나루의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어 주던 규연이 예고 없이 몸을 밀어붙였다. 덕분에 찬 욕실 타일에 등이 닿은 나루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소한 몸이 움찔거리며 휘청이자, 규연이 허리를 단단히 붙잡아 고정했다. 평소였다면 걱정하며 몸을 떼어내 줬을 텐데, 지금의 규연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럼, 이대로 규연이랑 섹스하게 되는 건, 가?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데. 생각보다 그때처럼 무섭지도 않고….

어리둥절하게 있던 나루가 긴장한 채 몸을 잘게 떨었다. 규연은 손끝으로 흰 몸 선을 부드럽게 쓸고 내려갔다. 목덜미에서 어깨로, 점점 내려가 허리로, 끝내는 살이 올라 통통한 엉덩이까지.

“으, 간지러, 워. 이상해!”

“안 이상해. 안겨 봐.”

“뭐, 뭐 하는데?”

나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규연이 품에 작은 몸뚱이를 껴안아 들고 욕조로 향했다.

쏴아아―

적당한 온도의 물이 천장의 샤워기에서 터져 나왔다. 외투만 벗어 던진 규연은 셔츠 차림 그대로 나루와 함께 떨어지는 물을 맞았다.

어리둥절한 강아지처럼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나루는 그저 물기 가득한 얼굴을 손으로 연신 닦아내기 바빴다. 그 사이, 규연은 선반에 있던 젤을 꺼내 손바닥 위로 주욱, 짜냈다.

저게 뭐지? 투명하고 끈적해 보이는데. 규연이는 저걸로 뭘 하려는 거야.

호기심 많은 나루가 손바닥 위의 젤을 빤히 쳐다보았다.

“어? 어어, 흐, 아읏!”

“힘 풀어, 괜찮아.”

“아, 안, 괜찮! 규연아아….”

“응, 이래야 안 아파.”

“그게 문제가, 아, 흐으, 닌데.”

동그란 눈이 깜빡이던 중, 규연의 손이 나루의 뒤에 닿았다. 체격답게 앙증맞은 엉덩이 사이로 굵직하고 길쭉한 규연의 손가락이 들어오자, 말랑한 살덩이가 빠듯하게 벌어졌다.

쏴아아, 물 떨어지는 소리 사이로 찔걱이는 질척한 소리가 섞여들었다. 규연은 꽉 닫힌 구멍 위를 젤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다가도, 갑작스레 손가락 하나를 비집어 넣었다.

“아, 아읏! 아, 이거, 손, 가락, 흐으.”

“하나 더 넣을게, 다리 좀 벌려 봐.”

“아, 이, 이렇게?”

생소한 느낌에 허리를 떨던 나루가 뒤돌아서서 욕조를 붙잡은 채, 두 다리를 어렵사리 벌려 보였다. 힘이 들어가지 않아 허벅다리가 덜덜덜, 떨리는 게 유독 자극적이었다. 순간 규연의 눈이 탁해진 것도 같았다.

어떻게 말하는 건 순진한데, 하는 행동은 야할 수가 있냐.

잠시 이성이 끊길 뻔한 규연은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이미 들어가 있는 중지에 검지까지 더해져 비좁은 구멍이 점차 늘어났다. 찔걱, 하고 들어간 손가락은 뜨거운 내벽을 뭉근하게 누르며 앞뒤로 느릿하게 왕복했다. 깊숙이 들어간 손가락이 다시 밖으로 나올 때마다 투명한 액이 실선처럼 길게 늘어졌다. 쩌억, 하고 딸려오는 소리가 너무 적나라해서, 나루는 알 수 없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버틸 만해?”

“으, 응. 할, 수 있, 아으응!”

다정한 톤으로 묻던 규연이 나루의 대답에 망설임 없이 두 손가락을 더 욱여넣었다. 버겁게 벌어진 구멍 끝이 선홍빛으로 번들거렸다. 규연은 천천히 손을 돌려가며 내부를 넓히기 시작했다.

“아, 아읏, 아! 아, 아파, 아파아!”

“조금 참아 봐, 응?”

“아, 하으, 그, 그렇게 손가락, 아아, 아!”

나루는 죽을 지경이었다. 누군가가 제 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천천히 움직이는 게 처음이라, 배가 간질거려 오는 느낌이 낯설었다. 좁고 뜨거운 내벽이 규연의 손가락을 꽉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규연은 손가락을 가위 모양으로 큼직하게 움직이며 안을 넓혀갔다. 찌걱, 찔걱, 바쁘게 움직이는 손가락 탓에 민망스러운 소리가 정신없이 울려댔다.

여러 번의 왕복으로 내벽이 조금이나마 부드러워졌을 즈음, 규연은 손가락을 더 깊숙하게 밀어 넣고 무언가를 찾는 듯 손가락 끝에 은근히 힘을 가했다.

“으, 하으읏! 아, 규, 규연아, 이, 이상.”

“여기 좋아? 송나루. 눈 풀린 거 봐. 정신 차려.”

“아, 하으, 응! 이, 이거, 그만!”

“이것도 섰네. 넌 어떻게 여기까지 분홍색이야.”

눈가에 눈물을 방울방울 매단 나루가 쾌락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규연은 어느 한 지점을 짓누르며 손을 빠르게 털어댔다. 그러자, 허공에 팔을 휘젓던 나루가 쓰러질 듯 휘청거리며 몸을 발발 떨었다. 힘이 없어 자잘하게 떨리던 허벅지는 경련하듯 파들거렸고, 허리는 순간의 쾌락을 이겨내지 못해 찌릿거리기까지 했다. 그 와중에도 규연은 발딱 선 나루의 성기를 한 손에 쥐고 귀두 끝을 은근히 문지르는 중이었다. 시작도 전에 뒤로만 간 나루는 쾌락 끝에 또다시 쾌락을 맛보아야만 했다.

“아, 하으, 응, 놔, 이거 놔.”

“여기도 기분 좋고 싶지 않아?”

“으, 으응, 그런데, 이거는 좀, 하읏!”

“하여튼 송나루 존나 발칙해. 기분 좋고 싶어?”

“응, 흐, 으응!”

느낌이 이상하다며 울어 놓고서는, 또 그만두라고 빼지 않는 게 나루다웠다. 그게 사랑스러워서 나루를 놀려 준 규연은 꾹 막고 있던 귀두 끝을 짜 올리듯 문지르며 사정을 유도했다.

“아, 하앙, 으, 안 돼, 아, 안 돼!”

“하, 이렇게 야할 줄 알았으면.”

진작에 먹어 버리는 건데.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한 규연이 나루의 몸을 제 쪽으로 끌어당겨 기대게끔 해 주었다.

몰려오는 사정감에 허리를 휘던 나루는 그대로 규연의 몸에 기대어 희뿌연 정액을 분출했다.

팟, 하고 튄 정액이 규연의 손에 질펀히 묻어났다. 정신이 혼미해져 사정하는 데 집중하던 나루는 숨을 색색, 내쉬다 말고 제 정액을 급히 닦아냈다. 그러자, 규연이 나루의 손을 저지하며 몸을 구석으로 몰아갔다.

첨벙, 첨벙, 물소리와 함께 구석까지 내몰린 나루는 규연이 리드하는 대로 따를 뿐이었다.

지익.

빨갛게 물든 귀를 고스란히 드러낸 채, 이어질 행동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나루는 낯선 소리에 놀라 뒤를 바라봤다.

“규, 규연아, 나 안 해….”

“하고 싶어 했잖아. 무서워?”

“나 그거 못 넣어, 넣으면, 죽어.”

“송나루, 나루야. 사람 몸은 이런 걸로 죽지 않거든. 힘만 잘 빼고 있어. 진짜 무서워지면, 그때 그만해 달라고 해.”

열린 바지 지퍼 사이로 규연의 굵직한 성기가 튀어나와 있었다. 딱 봐도 평범하지 않은 크기에 겁먹은 나루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말았다. 하지만, 규연은 나루의 약한 모습에 쉬이 넘어가 주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적인 말을 뱉으며 통통한 엉덩이를 두어 번 토닥여 줄 뿐이었다.

그래도 규연이는 다정하니까, 천천히 해 줄 거야. 그럴 거야. 응. 그래야만 해.

넋 놓고 검붉은 성기만 바라보던 나루가 마음을 막 가라앉힐 때였다.

“아, 아흑! 아, 아파, 규연, 아읏!”

“힘 빼, 그래야 안 아파.”

“아, 아아, 안 돼, 그거 안 돼. 하으, 읏, 아파, 아파….”

“적응할 시간을 줄게. 천천히. 괜찮지.”

나루는 섹스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뒤에는 장난감만 넣어 봐서 잘 모르지만, 연인과의 섹스는 아프지도 않고 느낌이 좋을 거라고만 상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찢어질 듯 벌어진 구멍 사이로 단단한 살덩이가 계속해서 비집고 들어와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게다가 아까 규연이 넓혀 준 내벽은 다시금 줄어들어 막 들어온 기둥을 끊어 먹을 듯 조여댔다.

웃긴 건, 마냥 고통스럽기만 한 건 아니라는 거였다. 고통 끝에 묘한 쾌감이 느껴지기도 해서, 이 행위를 그만두기가 아쉬워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규연이 표정이, 몸이, 잘생겼어. 평소랑 달라. 머리도 막 물에 젖어서 넘어갔고, 눈도 이상하게 야해. 나한테만 보여주는 모습이라, 조금, 아니, 조금 많이 좋아.

해롱거리던 나루는 언젠가 규연이 했던 말을 떠올리곤 깊게 이해했다.

널 괴롭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다던 말. 소중히 대해 주고 싶다던 말.

지금 상황을 겪어보니 규연이 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았다.

규연이는 이럴 때 과격해져. 그래서 그런 말을 했던 거였어.

“아, 하윽. 아응!”

“적응할 시간을 준다고 했지, 누가 다른 생각 하래.”

“아, 아니, 그런 거, 하앗, 아!”

“이 정도면 괜찮아 보이는데.”

“아냐, 아냐, 아, 아응, 읏, 아냐!”

묵묵히 나루를 내려다보던 규연이 인상을 찌푸리며 허리를 쳐올렸다. 뱃속 깊숙이 들어온 성기 탓에 아직도 뒤가 버거운데, 순식간에 뿌리 끝까지 쑤셔 넣으니 눈앞이 까맣게 물들었다. 다급해진 나루가 규연의 팔뚝을 툭툭, 쳐 보았으나 규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엉덩이 한쪽을 내리쳤다.

짝!

커다란 손바닥이 둔부를 아프지 않게 내려치자, 놀란 나루가 힘을 쭉 풀어냈다. 규연은 그 틈을 타 허리를 앞뒤로 쳐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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