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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하면 비틀리는 법 (2) (102/130)

조급하면 비틀리는 법 (2)

규연은 테이블 한편에 자리를 잡고, 누군가와 열심히 통화하는 중이었다.

완벽하다, 규연이는 완벽해. 얼굴도 잘생겼고, 어깨도 넓고, 키도 크고, 능력도 좋고. 솔직히 저런 모습이라면 인기도 많았을 테다. 나루는 제멋대로 규연의 과거사를 상상해 보았다.

왕처럼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는 규연과 그 옆에 줄지어 서 있는 이름 모를 사람들. 대충 나루가 생각한 규연의 과거 모습이었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모습.

동시에 또 하나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상상과는 별개로, 이전에 겪었던 일 중 하나였다.

‘왜, 왜 옷을 벗어요?’

‘이게 사랑을 나누는 방법이니까. 아가, 사랑받고 싶으면 얌전히 엎드리는 거야. 특히 넌 수인이라 많이 부족한 면이 있으니, 이런 쪽으로는 더 열심히 배워야 하고. 알겠니. 대답해.’

‘무, 무서운데, 이거 사, 사랑하는 거 맞아요…?’

‘그래, 이게 사랑이야. 알겠으면 멍청하게 굴지 말고 옷부터 벗어.’

범현의 밑에서 자라던 시절, 처음으로 나체를 드러낸 날이었다. 그는 수치스럽고 부끄럽기만 한 행위를 ‘사랑’이라고 칭했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걸로 봐서는, 평범한 사람들도 그런 식으로 ‘사랑’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규연이도 다른 사람과 이런 사랑을 나눈 적이 있을까. 분명 주변에 사람이 끊이질 않았으니, 해봤을 것이다.

“나루 씨? 나루 씨!”

“허업, 네?”

“뭐야, 나루 씨도 커플이다, 이거죠? 하나도 안 부러워하네. 나루 씨는 사장님이랑 진도 얼마나 나갔을까요~?”

서연의 부름에 퍼뜩 정신을 차린 나루가 두 눈을 깜빡였다. 서연은 타겟을 나루로 바꾸고 놀리기 시작했다. 능글거리는 목소리에 우물쭈물하던 나루는 이내 고개를 휙, 돌려 버렸다.

“비, 비밀이에요.”

“장난이에요, 나루 씨. 미안해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정말 미안…. 우리 이제 오픈할까요?”

“네, 가서 문 열고 올게요!”

영 좋지 못한 안색에 미안해진 서연이 사과를 반복했다. 나루는 괜찮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황급히 가게 문을 열었다.

오픈 준비를 마치고 돌아온 나루가 디저트를 진열하고 있는 건후를 몰래 힐끔거렸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하게 된 건후가 벌써 애인과 ‘그런’ 행위를 나누며 사랑했다는 건가.

순간, 마음이 괜히 조급해졌다. 주변에서는 다들 육체적 관계를 맺으며 사랑하는 걸 당연시하는 거 같은데, 나루는 그 행위가 마냥 겁나고 두려웠다. 이런 경우, 섹스 따위 안 하면 그만이지만.

규연이는 나랑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잠깐, 그러고 보니, 규연이는 나를 사랑하는데 벗으라고 하지 않네. 어째서지.

끊임없이 이어지던 생각이 중저음의 목소리로 인해 뚝, 끊겨 버렸다.

“다음 주부터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받을 거니까 알아두고, 미리 문의하시는 분들한테 잘 안내해 줘.”

마침 전화를 마치고 다가온 규연이 직원들에게 공지 사항을 간략히 전달하고 있었다.

드디어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공포가 시작되는구나. 한마음으로 생각한 직원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네, 사장님.”

“송나루 씨는 왜 대답을 안 할까.”

멍하니 서 있던 나루는 대답할 정신도 없이 규연을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자, 규연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루를 저격하며 말을 덧붙였다.

“어, 네, 네.”

“내가 뭐라고 했더라.”

“크, 크리스마스에는 손님을, 그, 아니, 케이크.”

“…….”

횡설수설 대답하는 나루의 목소리에 규연은 이마를 짚고 말았다.

쟤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루를 쳐다보는 눈빛에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연인과의 진도 이야기에 나루가 동요했다고 짐작한 서연은 몰래 고개를 돌려 웃음을 참았다. 건후 또한 웃음이 터질 뻔했는지 급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규연은 나루의 앞까지 훌쩍, 다가서서 방금 했던 공지를 다시 한번 읊어 주었다.

“다음 주부터.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받을 거니까. 미리 문의하시는 손님들한테. 잘 안내해 줘.”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마디마디를 끊어가며 이야기하자 나루가 박자에 맞춰 고개를 끄덕거렸다. 눈을 부릅뜨고 귀를 여는 모습이 꼭 잔뜩 긴장한 토끼 같았다.

짧은 공지 시간이 끝나자마자 손님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나루는 정신 차릴 틈도 없이 카운터에 서서 손님을 응대했다. 와중에도 규연과의 스킨십 문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괴로웠다. 계산 한 번 하고, 규연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마카롱 포장을 하고, 다시 규연을 쳐다보고. 나루의 시선이 규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은 언제부터 받아요? 우리 아이가 작년에도 여기 케이크를 너무 맛있게 먹었거든요.”

“아, 크리스마스 케이크요! 다음 주부터 사랑, 아니, 예약받아요.”

하마터면 실수할 뻔했다……!

위기를 간신히 모면한 나루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옆에서 빵을 포장하던 서연은 이 상황이 웃겼는지 몰래 웃음을 흘리다가도, 프로답게 손님을 응대했다.

“아침 일찍 오시면 아마 작은 선물도 함께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참, 이건 비밀이에요. 단골이시니까 모올래 알려드렸어요.”

“어머, 고마워요. 호호, 꼭 일찍 와서 예약할게요.”

서연의 응대에 자연스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제야 한시름 놓은 나루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계산을 마쳤다.

다행히 바쁜 오전 시간이 지나니 잠시나마 여유가 찾아왔다. 서연은 곧장 나루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장난을 걸었다.

“나루 씨, 사장님이랑 그렇게 진도를 빼고 싶었어요? 깜짝 놀랄 뻔했잖아요! 흐핫.”

“아, 아니에요. 저는 진, 진도가 뭔지 제대로 몰라서….”

“어머, 무슨 일이니! 그게 뭔지를 모르면 어떡해요!”

순진한 대답에 호들갑을 떨던 서연이 나루의 등짝을 찰싹, 찰싹, 내리쳤다. 작은 소란에 다가온 건후는 나름 심각해 보이는 나루의 얼굴을 발견하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직장에서 대놓고 연애하는 중이면서, 얘는 왜 이렇게 심각하대.

속으로 키득거린 건후가 나루의 귀를 아프지 않게 잡아당겼다. 그러자 매서운 시선이 날아들었다. 서연이 만질 때와는 정반대의 반응이었다.

“왜 심각하냐?”

“안 심각해.”

“에이 거짓말, 티 나거든.”

건후의 놀림에 나루의 낯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제야 심각성을 깨달은 서연은 건후의 팔을 툭툭, 치며 그만하라는 듯 눈치를 주었다. 대놓고 티가 나는 행동이었지만,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나루는 이런 것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큼큼, 목을 가다듬은 서연이 잠시 눈동자를 굴리며 할 말을 정리했다. 성인씩이나 된 남자가 ‘진도’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의아했으나, 나루라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만했다. 순수한 눈빛과 당황해서 버벅거리는 말투. 보기 드문 순정남이었다.

사장님이랑은 아직 거기까지 안 간 건가. 활발한 성격답게 오지랖을 펼친 서연이 신통방통한 점쟁이라도 된 듯 흐음,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연인끼리 스킨십을 어디까지 진행했냐, 라는 걸 물어볼 때 보통 진도 어디까지 나갔냐고 해요.”

“아아, 네에.”

내가 예상한 게 맞았구나. 조금 안심한 나루가 순순히 대답하자, 서연이 그런 나루를 귀여워하며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건후가 나서서 서연의 팔을 툭툭, 쳤다. 그런 식으로 놀리지 말고 하던 말이나 계속하라는 뜻이었다.

웃음을 갈무리한 서연은 최대한 나루가 상처받지 않는 쪽으로 돌려 얘기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끝까지 가는 건 다들 신중하게 생각하죠. 뭐, 개인마다 진도 나가는 속도가 다르기도 하고요.”

“아, 속도가 다르구나….”

“건후 씨는 딱 봐도 진도 빠를 것 같지 않아요? 뭐랄까, 날티 나게 잘생겨서 그런 느낌이 없잖아 있어.”

그새 장난을 참지 못한 서연이 킥킥거리며 건후를 놀려댔다. 일하며 많이 가까워진 상태라 건후도 이런 장난쯤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었다. 여기서 혼자 웃지 못하는 사람은 나루뿐이었다.

“와, 너무하네요. 날티 난다니요. 저도 가끔은 신중하게 하거든요?”

“봐요, 가끔이네, 가끔! 내 눈이 정확하다니까? 괜찮아요, 건후 씨. 건후 씨는 잘생겼잖아.”

“송나루,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맞죠, 나루 씨. 건후 씨는 얼굴값을 좀 한다니까요.”

서로 삿대질까지 해대며 말씨름을 하던 둘이 나루에게 의견을 물었다. 멀뚱히 서서 그 싸움을 지켜보던 나루는 그저 서연이 시키는 대로 고개를 아래위로 끄덕였다. 건후는 억울해 죽겠다는 듯 머리카락을 헤집으며 사라졌다. 틈새를 이용해 청소라도 하려는 모양이었다.

건후가 떠나고, 다시 정적이 돌았다. 청소해야 할 곳을 얘기해 주고 온 서연은 아직 할 말이 남았다며 나루를 붙잡았다.

“아무튼, 나루 씨. 내가 아까 진도니 뭐니, 놀렸던 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마요.”

“저는 그냥, 조금 걱정이 돼서….”

“으음, 연인 사이에서 필수로 하는 걱정이기도 하니까요. 아! 내가 재미있게 보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나루 씨도 이거 한번 볼래요? 연인 관계에서 벌어지는 고민을 털어놓는 프로그램인데, 생각보다 그럴듯한 고민이 많이 나오거든요. 보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알려줄게요.”

무언가를 떠올린 서연이 앞치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정신없이 검색하기 시작했다. 입으로는 ‘그 프로그램이 뭐였더라….’ 라는 말을 여러 번이고 중얼거렸다. 나루는 그게 정확히 어떤 프로그램인지 모르지만, 도움이 된다니 알려줄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 보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그램 제목을 알아낸 서연이 핸드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나루는 굵은 글씨로 띄워진 제목을 제 머릿속에 확실히 입력시켰다.

당신의 연애가 위험하다!: 연인들의 해결책. 제목이 길어서 몇 번이고 되새기며 외워야 했다.

“시간도 많다. 노닥거리지 말고 일이나 하지.”

“어우, 깜짝이야! 사장님, 언제 오셨어요?”

“방금. 뭐 이상한 거라도 봤냐. 얘한테 헛바람 넣지 마.”

“그런 거 아니거든요. 헛바람은 무슨요! 나루 씨, 우리 건전한 거 봤죠? 어휴, 일이나 해야지.”

언제 나타난 건지, 규연이 인상을 찌푸린 채 핀잔을 늘어놓았다. 나루는 비밀 이야기라도 들킨 사람처럼 몸을 움찔거리며 놀랐다. 반면, 서연은 능구렁이처럼 굴며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얼떨결에 혼자 남아 버린 나루는 돌처럼 굳어 눈동자만 굴렸다. 그러자, 규연이 나루의 눈앞에서 손가락을 튕기며 딱, 하는 소리를 냈다.

“정신 차려. 힘들면 좀 쉬고.”

“아니야!”

“이리 와 봐.”

“왜, 왜? 나 일 열심히 했어!”

“허, 누가 보면 직원 괴롭히는 사장인 줄 알겠네. 일 열심히 한 거 알겠으니까 여기서 좀 쉬라고.”

나루의 과민 반응에 헛웃음을 치던 규연이 얇은 손목을 붙잡아 끌었다. 한참 여유로운 시간이겠다, 일거리도 많이 없으니 직원들에게 짧은 휴식 시간을 주고, 제 옆에 나루를 앉혀 둘 생각이었다.

별다른 저항 없이 끌려간 나루는 규연이 늘 앉아 일을 보는 테이블에 착석했다. 의자 쿠션이 푹신한 게, 앉기만 해도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규연은 직원들에게 잠시 쉬라는 신호를 주고, 그대로 나루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난 아직 일이 남아서 바쁘니까, 거기서 쉬고 있어.”

“무슨 일이야? 복잡해. 신기해.”

“야, 잠깐, 마우스 막 누르지 마.”

노트북을 제 앞으로 끌어온 규연이 골치 아프다는 듯 화면을 바라봤다. 호기심이 든 나루가 고개를 쭉, 뻗어 복잡스러운 표를 구경하다가 마우스를 멋대로 움직이자, 놀란 규연이 황급히 손을 저지했다. 그제야 진정한 나루가 의자에 흘러내리듯 앉아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규연이 일하는 동안 아까 서연에게 들은 프로그램을 볼 작정이었다.

뭐였더라, 당신, 의, 연인이, 위험, 하, 다…. 동영상 앱의 검색창에 아까 들은 것과는 미묘하게 다른 제목이 쓰였다. 그래도 천재적인 알고리즘 덕분에 나루는 원하는 프로그램을 발견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의 썸네일은 온갖 자극적인 단어들로 꾸며져 있었다. 제목에도 ‘충격’, ‘믿기지 않는 이야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괜히 규연의 눈치를 살피던 나루는 이어폰을 끼고, 가장 끌리는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남자 친구가 저와 진도를 나가지 않아요. 1년 가까이 사귀었는데, 이게 맞는 걸까요?>

<1년이면 길긴 하네요. 이런 고민 있으신 분들 사실 주변에 은근 있거든요.>

<네, 솔직히 저는 아껴 준다는 것보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라는 느낌을 받아서요.>

<보통 그렇죠. 저는 실제로 들어 봤어요. 사랑하지 않아서 키스 이상으로 손대지 못하겠다고요.>

사랑하지 않아서, 진도를 나가지 않는다고? 멀쩡히 화면을 응시하던 나루가 홀드 버튼을 눌러 버렸다. 도입부터 충격적이라, 굳이 뒷 내용까지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 핸드폰을 덮어 놓은 나루는 어딘가 불안정한 눈으로 규연을 힐끔거렸다.

“저, 규연아.”

“응, 왜 그래.”

“나 좋아?”

“그럼, 좋아하지.”

뜬금없는 질문이 날아들자, 규연이 미적지근하게 대답했다. 시선은 여전히 노트북 화면에 꽂힌 채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루의 입술이 쭈욱 삐져나왔다. 안타깝게도 규연은 이런 나루의 상태를 금방 알아채지 못했다. 주문해야 할 재료가 많아서 액셀 작업에 집중하다 보니, 정신이 없어 나루를 신경 쓰지 못한 것이다.

이런 반응으로 대답하면 진심이 안 느껴지잖아. 유규연 너무해….

나루는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 보기로 했다. 일이 바빠 보여서, 이번에는 이름을 부르는 대신 규연의 허벅지에 손을 올려놓았다. 이러고 있으면 언젠간 알아주겠지.

“……!”

“잠깐 이러고 있자.”

생각보다 반응이 빨랐다. 규연이 꼼질거리는 나루의 손을 붙잡아 깍지를 껴왔다. 설레는 스킨십이었으나, 이게 다였다. 오묘한 분위기 따위 돌지 않았다는 거다.

얌전히 손을 내어준 나루는 탁한 눈동자로 먼 산을 응시했다. 그러나 계속 동동거리며 움직이는 자그마한 두 발이 나루의 초조한 마음을 드러냈다.

아무렇지 않게 작업을 이어가던 규연이 곁눈질로 나루의 눈치를 살피고는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송나루 얘 일부러 이러는 거야 뭐야, 식겁하는 줄 알았네. 직장에서 허벅지를 만지면 어쩌자는 건지. 내 인내심 가지고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고.

규연의 이런 속내를 알았다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였을 텐데, 나루는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초능력자가 아니었다.

조급한 마음에 잡혀 있는 손을 꼼지락거렸다. 그럴 때마다 말랑한 손끝이 규연의 손바닥에 닿아 간질거리는 자극을 주었다.

“그만, 송나루 제발 그만.”

“어? 뭘 그만해?”

“일부러 그러는 거야, 정말 모르는 거야.”

“…응?”

“아니다, 쉴 만큼 쉬었으면 가서 일 봐.”

이성을 붙잡은 규연이 일부러 말을 단호하게 내뱉었다. 원래 이렇게까지 밀어내는 애인이 아닌데. 약간의 서운함을 느낀 나루가 고개를 떨구자, 규연이 또다시 한숨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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