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식사 시간은 숨 막힐 정도로 조용했다. 나루는 두 볼에 토마토 파스타를 가득 집어넣고 입을 오물거렸다. 배를 채우기 급급한 입과 달리 눈은 나름대로 눈치를 보는 중이었다.
눈칫밥이라는 게 이런 건가.
작은 접시에 담긴 피클을 세 개나 집어 먹은 나루가 가슴께를 콩콩, 두드렸다. 평소에 잘 먹지 못해서 욕심을 부렸더니 목이 턱턱 막혔다.
“답답하게 굴지 말고 가서 물 마셔.”
“켈록! 네, 네엡.”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포크질을 하던 규연이 나루를 쏘아봤다. 미련스럽게 가슴을 쳐 가며 입을 오물거리는 게 꼴 보기 싫었나 보다.
나루는 빈 물컵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물 마시고 오라니까 뜬금없이 화장실은 또 왜 가는 걸까. 질려 버린 눈으로 나루의 뒷모습을 좇던 규연이 포기했다는 듯 신경을 꺼 버렸다.
넓은 집에서 화장실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두 번이나 다른 방문을 열어 보고, 뒤늦게 화장실 위치를 알아낸 나루가 입을 떡하니 벌렸다.
화장실이라고는 하지만, 시설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흰색 대리석을 이용한 인테리어는 규연의 성격답게 깔끔하고 품위 있었다. 나루는 살면서 이런 화장실을 본 게 처음이었다. 자신이 지내던 지하실보다, 이 화장실이 훨씬 넓고 쾌적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물컵을 두 손으로 쥐고 세면대 앞까지 다가간 나루가 물을 틀었다. 센서를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금빛 수도꼭지에서 물이 시원스레 흘러나왔다.
“신기해……!”
컵에 수돗물을 한가득 받은 후에는 얌전히 불을 끄고 식탁으로 돌아왔다. 규연은 물컵을 들고 돌아오는 나루를 황당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너 지금, 수돗물 받아 온 거냐?”
“물 마시고 오라고 하셔서…….”
나루를 향해 삿대질하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찌푸려진 규연의 얼굴과 다르게 나루의 얼굴은 평온함 그 자체였다.
물 마시라고 해서 수돗물을 떠 온 건데, 뭐가 잘못된 거지.
나루는 지하실에 갇혀 있을 때, 물이 마시고 싶으면 늘 수돗물을 받아 마셨다. 그에게 있어 정수기는 수도꼭지였다.
규연은 포크를 내려놓고 미간을 짚었다. 나루가 자꾸 비상식적인 행동을 해서 두통이 느껴졌다. 일부러 그러는 거라면 화를 내겠는데, 저건 뭐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듯했다.
“정수기 저기 있잖아. 야, 너 솔직히 말해. 일부러 이러는 거지? 어?”
“아, 아닌데요. 아니에요!”
“하, 아니라는 애가 수돗물을 받아 오냐. 가서 버리고 정수기 물 받아 와.”
잠시만, 내가 왜 이 새끼한테 친절하게 굴고 있는 거지.
정수기 위치를 알려주던 규연이 혼이 빠져나간 얼굴을 하고 나루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허둥지둥거리며 정수기 앞으로 다가간 나루가 버튼을 이것저것 눌러 보고 있었다.
그냥 냉수 버튼 하나만 눌러도 알아서 물이 나오는데, 대체 왜 저렇게 띨빵하게 구는지.
“흐앗!”
“야……!”
나루가 기어코 사고를 쳤다. 신기해서 이것저것 만져 보던 중, 뜨거운 물이 손등 위로 떨어져 내렸다. 뜨거운 물이 나올 줄 모르고 구경하던 나루가 펄쩍, 뛰며 놀라자 규연이 뒷덜미를 확 잡아끌었다.
놀라서 댕그랗게 확장된 눈이 규연에게 닿았다. 자기가 잘못해놓고,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는 눈빛이 참으로 어이없었다.
“죄, 죄송…….”
“원시인도 아니고, 정수기 처음 써 봐? 멍청하게 뜨거운 물 나오는 버튼은 왜 눌러.”
아, 저게 뜨거운 물 나오는 버튼이구나.
새로운 지식이 쌓였다. 나루는 뜨거운 물이 나오는 버튼을 머릿속에 잘 기억했다. 규연이 말하는 걸 들어 보니, 정수기라는 건 다른 사람들도 일반적으로 쓰는 물건인가 보다.
소심하게 뻗은 손이 정수기 버튼을 꾹, 누르자 컵에 물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나루는 이제 됐냐는 눈으로 규연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순진무구한 눈빛이 왠지 모르게 당돌했다.
“뭘 쳐다봐. 칭찬이라도 해 달라고?”
끄덕끄덕. 비아냥거리는 말이었으나, 나루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칭찬을 받는 건 언제나 즐거웠기 때문에, 규연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으면 했다.
“미친 새끼.”
아니나 다를까, 규연은 나루를 미친놈 취급하며 다시 식탁 앞에 앉았다. 내심 기대하고 있던 나루가 실망한 듯 어깨를 늘어뜨리고 규연의 뒤를 따라 제 자리에 앉았다.
불어 터진 파스타 면을 짜증스럽게 뒤섞던 규연이 접시를 밀어냈다. 자고로 파스타는 따끈따끈할 때 먹어야 맛있는 음식인데, 나루를 상대하는 사이에 음식이 다 식어 버려서 입맛이 뚝 떨어졌다.
나루는 개의치 않고 파스타를 모두 씹어 삼켰다. 하얀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소스를 긁어먹는 모습에 규연이 기가 찬다는 듯 웃었다.
턱을 괸 채, 나루를 응시하던 규연은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들을 하나씩 물었다.
“너, 이름이 뭐랬더라. 송, 나운?”
“나루인데. 송나루…….”
“그거나 그거나.”
“완전 다른데…….”
“하, 그래. 송나루. 분명 송나운이라고 했는데, 그 새끼들은 제대로 하는 일이 뭐야 대체.”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은 이름이었다. 규연이 틀린 이름을 말하자, 나루가 틀린 이름을 굳이 고쳐 말해 줬다. 나는 나운이가 아니라 나루라고. 다른 건 몰라도, 제 이름을 틀리게 불러 주는 건 마음이 상했다.
규연은 심부름 업체 사람들을 껌 씹듯 씹어댔다. 일도 설렁설렁하면서 이름까지 틀리게 알려주다니, 당장이라도 불러서 욕을 퍼부어 주고 싶었다. 나루가 자신이 찾던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 의심해 보지도 않았다.
“아무튼, 너 나한테 왜 그랬냐. 돈 좀 쥐어 보니까 무서운 게 없지?”
“돈 없는데…….”
“그래, 없겠지. 네가 많아 봤자, 나보다 더 부자겠냐.”
재수 없는 말본새였다. 물론 나루에게는 조금의 타격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하실에서 구르느라 쥐뿔도 없는 건 사실이었고, 규연은 딱 봐도 부자 같았다. 이렇게 좋은 집을 가지고 있는데 부자가 아닌 게 이상했다.
“그런데 저기, 저한테 밥까지 주시고, 어째서……?”
“갑자기 그건 왜 물어.”
“가두지도 않고, 때리지도 않으시고…….”
“야, 누굴 흉악 범죄자로 만드는 거야. 내가 널 잡아 오긴 했지만, 선 넘을 짓은 안 해.”
진심으로 궁금했던 나루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규연은 험한 말투를 사용하면서도 상식에 벗어나지 않은 대답을 내놓았다.
‘선 넘을 짓’, 나루는 선 넘는 짓이 뭔지 곰곰이 생각했다. 늘 안전선에서 벗어나 지내다 보니, 어떤 게 선을 넘는 거고, 어떤 게 안 넘는 건지 제대로 구분하기 어려웠다.
대충 눈치로 규연의 말뜻을 이해한 나루가 싱긋 웃었다. 어찌 생각하든 규연은 자신을 때리지 않을 것 같았다.
“너 나한테 죄송한 거 없냐?”
“어, 으음, 없어요. 죄송해요.”
규연이 원한 대답은 이런 게 아니었다. 당장 제 앞에 무릎을 꿇고, 사실 파티에서 퍼뜨린 소문은 부러워서 그런 거였다, 라며 싹싹 빌기를 바랐다. 하지만 나루는 죄송한 게 없어서 죄송하다고 했다.
죄송한 게 없어서 죄송하다라. 제대로 물 먹은 기분이었다. 이 새끼 안 되겠네, 죄송하다고 빌 때까지 절대 밖에 못 나가게 해야지.
졸부라면 편안한 환경 속에서 제멋대로 살았을 것이다. 특히, 혼자 사는 졸부라면 더더욱. 그런 졸부에게서 편안함을 빼앗으면 어떻게 될까. 미칠 게 분명했다. 자기보다 우위인 사람에게 짓밟혀 자존심은 상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떵떵거리며 살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하고. 이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규연은 졸부를 괴롭힐 방법을 잘 알았다. 폭력? 그딴 거 없어도,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나면 저절로 괴로워할 거다.
먹다 남은 접시를 싱크대에 처박아 놓은 규연이 제 방으로 향했다. 눈치를 보던 나루는 규연을 따라 싱크대에 접시를 내려놓고 뒤를 졸졸 쫓아갔다.
“어딜 따라 들어와.”
“그럼 저는 어디에 있어야 하나요?”
“소파에서 자든가. 너 같은 거한테 내 침대를 내줄 리 없잖아.”
“네엡…….”
뒤돌아선 나루가 거실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폭신하게 들어가는 게, 침대만큼이나 좋았다. 딱딱한 바닥에서 자던 나루에게 이런 소파는 천국과도 같았다.
푹신한 소파를 손가락 끝으로 눌러보던 나루가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았다. 눈을 부릅뜨고 참느라 눈물이 고일 정도였다.
규연은 그런 나루를 보고 만족스러워했다. 고작 소파에서 자게 됐다고 눈물까지 흘리는 꼴이라니. 졸부 주제에 얼굴 하나는 예쁘게 생겨서 눈물을 머금은 모습이 꽤 청초해 보였다.
미친,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저 졸부 새끼가 뭐 예쁘다고.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린 규연이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다. 넓은 거실에 홀로 남은 나루는 규연이 들어가자마자 소파에 편히 누워 발을 동동거렸다.
와아, 진짜 폭신하다. 공간도 넓어서 마음 편히 굴러다닐 수 있어! 강아지로 변할 수만 있었다면, 가죽을 물어뜯어 보는 건데. 아쉽다.
근질거리는 이를 갈며 소파 가죽을 유심히 뜯어 보던 나루가 눈을 감았다. 눈칫밥을 먹느라 속이 영 좋지 않았지만, 이런 곳에서 잘 수 있게 되어 행복했다.
* * *
“끄응, 낑…….”
늦은 밤, 거실에 낑낑거리며 앓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소파 위에는 몸을 웅크리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나루가 있었다. 아무래도 저녁에 먹은 게 체했는지, 배가 쿡쿡 쑤시듯 아팠다.
“저거 왜 저래, 아까부터.”
규연은 유독 잠귀가 밝아서 작은 소리에도 잘 깨곤 했다. 이곳으로 이사 온 뒤에는 방음도 잘 되고, 가족들에게 방해받을 일도 없어서 잘만 잤는데, 오늘 처음 잠을 설치고 말았다.
거실에서는 낑낑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앓는 소리가 무슨 강아지 같았다. 초반에는 베개로 귀를 막고 자던 규연이 그 소리를 무시하지 못하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방문을 열고 나오니 앓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규연은 곧장 거실 불을 켜고, 나루의 상태를 살폈다.
“끼잉, 으으…….”
나루의 상태는 심각했다. 식은땀으로 젖은 앞머리가 이마에 착 달라붙어 있질 않나, 마른 입술이 안쓰럽게 갈라져 있질 않나. 아무튼 상당히 아파 보였다.
“야, 일어나 봐. 야.”
“끄으응…….”
“어디가 아픈데, 일어나서 말을 해.”
“끼잉, 으, 배, 배 아파…….”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던 규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잠깐이었지만, 머릿속으로 눈칫밥을 먹던 나루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편하지 않은 자리에서 밥을 먹었는데 속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규연은 자기도 모르게 죄책감을 느꼈다. 상황이 어찌 되었든 나루가 아픈 건 자신의 탓이었다.
나루를 정자세로 눕혀놓은 규연이 방으로 들어가 소화제를 가지고 나왔다. 약을 먹이고, 손까지 따 놓으면 체기가 내려가 속이 편안해질 수 있었다.
“약 먹어, 소화제야.”
“시, 싫…….”
“아프다며, 약을 먹어야 속이 괜찮아지지. 좋은 말로 할 때 삼켜라.”
“모, 못 삼켜, 무서워. 으으.”
나루는 약을 무서워했다. 소화제라는 걸 알지만, 약을 삼킨다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 전 주인인 최범현은 나루에게 출처 모를 약을 먹일 때가 있었다. 그 약을 먹으면 몸이 이상해지거나, 죽을 것처럼 아팠는데,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약이라면 치가 떨렸다.
규연은 답답해 미칠 거 같았다. 아프면 약을 먹어야 하는데, 뭐가 그렇게 무섭다고 질질 짜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픈 사람을 그냥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좀 삼켜 봐.”
“못해, 으으으, 싫어요……!”
“하아, 미치겠네.”
그저 약을 먹이려는 것뿐인데, 치한이라도 된 기분이 들었다.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던 규연은 알약과 물을 제 입에 머금었다. 나루가 먹지 않겠다고 투정을 부리니, 최후의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규연의 손이 나루의 뒤통수를 거칠게 끌어당겼다. 몽롱한 상태에서 코앞까지 다가온 규연의 얼굴을 감상하던 나루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뭘 하려는 거지? 왜 갑자기 이런 자세가 된 거지?
“으응……!”
나루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규연의 입술이 닿아왔다. 갑자기 맞대어진 입술에 놀라 입을 벌리자, 벌어진 틈 사이로 알약과 물이 흘러 들어왔다.
그새 알약이 녹아 씁쓰름한 맛이 느껴졌다. 나루는 넘어온 알약을 꿀꺽, 삼키고 제 입술을 살며시 매만졌다.
입, 입을 맞췄어. 그러니까, 이거 키스야. 키스지? 혀가 닿았어. 이거 키스야!
나루의 첫 키스였다. 최범현의 지하실에 몇 년을 갇혀 지냈지만, 나루는 입술을 내어준 적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더럽다는 이유로 주인이 입을 맞춰 주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나루는 여태 자신이 정말로 더러운 존재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런데!
이 사람이 거리낌 없이 입을 맞춰 왔다. 그것도 아픈 나를 위해! 약을 먹여 주려고!
“어, 어어, 어…….”
“내가 이렇게까지 해 줘야 하냐? 귀찮게 하네.”
찝찝해진 입 안을 물로 헹궈낸 규연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술을 벅벅 닦아냈다. 닿는 걸 극도로 싫어하면서도 꾸역꾸역 입을 통해 약을 넘겨준 게 대단했다.
“그, 그, 키…….”
“뭐라는 거야. 손 이리 내놔, 손 따면 더 괜찮을 거야.”
서랍을 한참 뒤적여서 바늘을 찾아낸 규연이 나루의 손을 단단히 붙잡았다. 나루는 눈앞이 핑핑 도는 것을 느꼈다. 약을 먹여 주고, 이제는 손까지 따 준다니. 손을 따는 게 정확히 뭔지 모르지만, 아무튼 걱정해 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넋 나간 얼굴로 규연을 바라보던 나루가 따끔한 느낌에 어깨를 움찔거렸다. 서러운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엄지에서 새빨간 피가 둥그렇게 맺혀 떨어지고 있었다.
“피, 피야, 피가…….”
“좀, 가만히 있어. 휴지 가져와야, 아, 미친. 소파에 떨어지면 안 지는데.”
“으, 흐읏!”
“야, 이상한 소리 내지 마.”
생각보다 피가 많이 흘렀다. 나루는 피가 무서워 손을 벌벌 떨어댔고, 규연은 핏방울이 소파에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인상을 찌푸렸다. 휴지를 가져오는 동안 소파에 피가 흘러내릴 것 같아서, 규연은 나루의 손가락을 제 입에 가져다 댔다.
질척한 혓바닥이 손가락에 닿자, 놀란 나루가 민망한 신음을 내뱉었다. 손을 빼내려고 해 봐도, 규연이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아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피를 대충 빨아낸 규연이 뒤늦게서야 휴지를 가지고 와서 손가락을 닦아 줬다. 아까까지 배가 아파서 끙끙거리던 나루는 고통을 모두 잊고,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아플 때 누군가가 약을 챙겨 준 것도, 손을 따 주는 것도, 첫 키스를 한 것도, 전부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나루는 깨달았다.
그래, 알았어. 내가 여기에 온 이유를 드디어 알아냈어.
여긴 바로 천국인 거야! 나는 도망치다 죽은 거고, 그래서 천국에 온 거라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규연을 쳐다보는 눈에 감격스러움이 가득 차 있었다. 나루는 이곳이 천국이라고 확신했다. 신이 내린 듯한 미모를 가진 규연은 천국에서 온 천사가 틀림없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