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27)

새학기(3)

  

  

이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희성의 얼굴을 보는 것도 익숙해진지 오래였다. 서로 떨어지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 마냥 딱 붙어서 자는 희성을 내려다본 도윤이 잠을 깨기 위해 눈에 힘을 주었다. 새벽까지 몸을 섞지도 않았는데 희성은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팔을 떼어내고 침대에서 내려온 도윤이 구석에서 자고 있는 햄스터를 들여다보곤 방을 빠져나왔다.

계단을 바라볼 때면 가끔 늘 계단을 지키고 서있었던 남자가 생각났다. 이제는 없지만,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했던 남자가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그 남자도 본인이 원해서 했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텅 비어버린 복도를 바라보다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희성은 웬일로 깨지도 않고 깊게 잠들어있었다. 최대한 조용히 옷을 갈아입고 다시 복도로 나온 도윤이 계단을 밟아 내려갔다. 저택에는 일하는 사람들만이 바쁘게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주방에 들러 이모님과 인사를 나누고 물을 마신 도윤은 현관에 쪼그리고 앉아 신발을 신었다. 희성이 자고 있으니 정원을 잠깐 거닐다 와도 될 것 같았다.

날이 확실히 많이 따뜻해졌다. 몸으로 느껴지는 바람이 차갑지 않았다. 혹시 몰라서 챙겨온 카디건을 쥐고 정원을 산책하는 걸음이 가벼웠다. 하늘도 맑고, 정원에 피기 시작하는 꽃들도 예뻤다. 하늘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구름들은 꼭 만화에 나올법한 모양이었다. 몇 달 전, 엄마가 보고 싶다며 울었던 자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온 도윤이 꽃을 만지작거렸다. 꼭 미로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손으로 꽃들을 훑으며 정원을 걷던 도윤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도윤이 가끔 우울함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마다 희성은 어머니가 하늘에서 다 지켜보고 계실 텐데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냐는 말을 하곤 했었다. 사람이 죽으면 천국으로 올라가 남은 사람들을 지켜봐 준다는 이야기는 어릴 적, 동화 속에서도 자주 나오곤 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엄마는 지금도 나를 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한참이나 하늘을 올려다본 도윤이 다시 정원을 걸었다. 정원사가 예쁘게 가꾼 꽃과 나무들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았다. 고작 집 앞에 있는 정원을 걷고 있을 뿐인데 가슴속에 뭉쳐있던 답답함이 조금은 사그라지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주변에 희성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게 신기했다. 눈앞에 펼쳐진 평화로움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주머니를 뒤적인 도윤이 핸드폰을 방에 놔두고 왔다는 것을 떠올리고 아쉬운 듯 혀를 찼다. 해가 들자 조금 더운 것도 같았다. 정원을 다 돌아보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정원은 지나치게 넓었고 희성이 깨어나기 전에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희성이 아무리 허락을 해줬다고 해도 혼자 밖으로 나와 정원을 걸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슬슬 돌아가야 할 때가 왔음을 알고 왔던 길을 되돌아온 도윤은 저 멀리 열리는 문을 쳐다봤다. 잠옷 차림으로 문을 열고 나온 건 희성이었다. 도윤이 뛰듯이 걸어 거리를 좁혔다. 멀리서 봐도 찡그려진 얼굴이 보였다. 도윤은 마른 입술을 혀로 훑고는 걸음을 더 빨리했다. 희성은 잠옷에 슬리퍼만 신고 있었다. 얼굴을 잔뜩 구기고 다가온 희성이 도윤을 끌어안고 숨을 골랐다. 얼마나 세게 끌어안은 건지 숨을 쉬는 것이 답답했고 안긴 허리가 아팠다. 하얀 손이 희성의 팔을 쥐었다.

“나 그냥 산책하고 싶어서….”

“누가 몰래 나가도 된다고 했어?”

“자는 거 깨우기 싫어서….”

“핸드폰은 왜 놔두고 다녀.”

“까먹었어.”

“앞으론 내가 자고 있으면 기다려.”

“…응.”

눈을 떴는데 옆에 있어야 할 도윤이 없었다. 핸드폰은 침대에 있기에 씻으러 간 건가 싶어서 욕실 문을 열었는데 욕실에도 없었고, 배가 고파서 1층으로 내려갔나 했더니 1층에도 없었다. 심장이 뛰고 기분이 더러웠다. 그러다 도윤이는 아까 정원으로 나갔다는 말을 전해 듣고 바로 뛰쳐나왔다. 자신의 옆에 도윤이 없는데 날은 또 지나치게 좋았다. 얼굴을 찡그린 채 정원을 둘러본 희성은 저 멀리서 다가오는 도윤을 발견하곤 발을 뗐다. 뛰는 것도 아니고 걸어오는 것도 아닌 몸을 끌어안자 익숙한 온도와 익숙한 냄새가 도윤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제야 숨이 쉬어지는 느낌이었다. 희성이 목덜미에 코를 묻고 숨을 들이쉬었다.

“앞으론 혼자 정원도 나오지 마.”

“…….”

“대답해.”

“…알았어.”

“나오고 싶으면 나랑 같이 나와.”

“…….”

“대답해, 정원도 없애버리기 전에.”

“알, 알았어.”

숨이 트인다고 생각했던 것이 10분도 지나지 않았다. 도윤이 한숨을 삼키며 희성을 밀어냈다.

“누가 보면 어떡해….”

“상관없어.”

희성은 눈앞에 펼쳐진 정원에는 관심도 주지 않고 도윤의 어깨에 이마를 문질렀다. 방향을 잃은 손은 허공을 맴돌다 결국 아래로 떨어졌다. 희성의 손은 도윤의 등을 쓸었다가 엉덩이를 만졌다가하면서 바쁘게 움직였다.

자고 있는 희성을 두고 홀로 정원을 산책한 대가는 생각보다 더 지독했다. 희성은 밥을 먹으면서도 도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고 씻을 때도 도윤을 옆에 두었다. 도윤이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온 신경을 거기다 쏟기도 했다. 희성이 보는 앞에서 콩이에게 간식을 주고, 콩이를 쓰다듬어주고 사료를 갈아주고, 마실 물도 채워주었다. 도윤이 공부를 하고 있으면 희성은 도윤을 공부했다. 오로지 도윤만 쳐다봤다. 하루 동안 옆을 비운 것도 아니고 겨우 10분, 20분 동안 집 앞에 있는 정원을 산책했을 뿐이었다.

눈이 아프지도 않은지 계속해서 자신만 쳐다보는 시선이 부담스럽고 무섭기까지 했다. 간식으로 먹으라며 올려 보내준 키위를 포크로 콕 찍어 입으로 가져간 도윤이 눈치를 봤다. 키위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시고 달달한 키위를 씹으며 포크를 만지작거리던 때에 노크 소리와 연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떡 일어나는 도윤을 따라 고개를 든 희성이 눈을 깜빡였다.

“아빠!”

“뭐 하고 있었어?”

“저 그냥 키위 먹고 있었어요.”

“도윤이 안 바쁘면 오늘 아빠랑 같이 나가서 저녁 먹을까?”

“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도윤의 고개가 크게 끄덕여졌다. 실실거리는 얼굴을 올려다보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린 희성이 일어나 도윤의 옆에 서자 연석이 놀란 듯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같이 있는 줄 몰랐네.”

“죄송한데 도윤이는 오늘 저랑 약속이 있어서요.”

“응?”

“무슨, 무슨 소리, 아니에요, 약속 그런 거 없….”

“저랑 한 약속이 먼저잖아요. 이해하시죠?”

“약속이 있었으면 말을 하지, 아빠는 그것도 모르고….”

“아, 아니….”

“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전혀 미안하지 않고 전혀 감사하지 않는 마음으로 고개를 까딱인 희성이 문을 닫았다. 허망하게 닫힌 문을 보다가 다가온 도윤이 따지듯 물었다.

“내가 언제 약속을 했어!”

“난 했는데.”

“너 혼자서 하는 게 무슨 약속이야?”

“앉아.”

“나 아빠랑 같이 밥 먹을 거야.”

“앉아, 도윤아.”

“온종일 같이 있어줬으면 됐잖아! 난 아빠랑 밥도 못 먹어? 난, 난 이제 아빠밖에 없는데, 꼭 그렇게, 아빠랑 만나는 것도….”

“아니지 도윤아, 틀렸어.”

“뭐가 틀려?”

“아빠밖에 없는 게 아니지. 네 옆엔 나만 있어야 하는 거야.”

“…….”

“내가 그동안 수도 없이 알려줬잖아. 넌 나만 있으면 돼.”

“말…도 안 돼….”

“뭐가 말이 안 되는데?”

자신의 손을 잡고 깍지를 껴오는 희성을 내려다본 도윤이 손을 뿌리쳤다. 희성이 홀로 남겨진 손을 보다가 웃으며 일어나 도윤의 앞에 섰다.

“예쁘게 굴더니 또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아빠랑, 같이 먹을 거야.”

희성의 손이 이번엔 귓불을 쥐었다. 엄지와 검지로 귓불을 만지작거리던 희성이 손을 펴고 도윤의 볼을 쓰다듬었다. 손바닥에 닿는 볼이 부드러웠다.

“머리가 나빠?”

“뭐?”

“배웠던 걸 왜 자꾸 까먹지?”

“내, 내가 뭘?”

“도윤아, 내가 널 못 때려서 안 때리는 것 같아?”

“…….”

볼을 쳐다보던 시선이 눈에 닿았다. 도윤의 눈이 떨리고 있었다.

“무서워?”

“…….”

“왜, 내가 널 때릴 것 같아서?”

“…….”

“난 널 때리진 않을 거야. 때렸다가 흉이라도 지면 내 손해니까.”

엄지로 볼을 쓰다듬어주곤 입을 맞춘 희성이 웃으며 떨어졌다.

“근데 자꾸 주인도 없는 개처럼 구는 건 좀 짜증 나네.”

“…….”

“기껏 예뻐해 주면서 키워놨더니 자꾸 정도를 모르고….”

“…….”

“주인도 아닌 사람이 예뻐해 준다고 속도 없이 좋다고 꼬리를 흔들면 보는 내가 얼마나 속상하겠어.”

희성이 웃으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버림받지 않으려면 더 예쁘게 굴어야지.”

“…….”

“그렇다고 내가 널 버린다는 얘기는 아니니까.”

“그냥…. 제발 버려주면 안 돼?”

“내가 왜? 난 예쁜 건 안 버려.”

“내, 내가…. 내가 못나지면 버, 버려줄 거야?”

“어떻게 못나질 건데. 밖에 나가서 뒹굴기라도 하려고?”

“…너한테서 버려질 수 있으면, 못할 것도 없, 없잖아.”

“왜,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박아달라고 할 거야?”

“뭐…?”

왜 그런 쪽으로만 생각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윤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래, 내가 다른 사람하고 자고 오면, 그러면, 그러면….”

도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다른 사람하고 자고 오면’에 희성이 싸하게 굳었다. 도윤은 덜덜 떨리는 손을 감추려 주먹을 쥐었다.

“내가 그러면, 네가 나한, 테…. 관, 관심을….”

쥐고 있는 볼에서도 떨림이 느껴졌다. 말 한마디 하는데도 이렇게 떨면서 다른 사람이랑 자겠다고? 희성은 다른 사람과 만나는 도윤을 상상했다. 다른 사람과 사귀는 하도윤.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하도윤. 상대방에 여자를 대입시켜보았다. 열이 받았다. 이번엔 남자로 대입시켜봤다. 갑자기 정도를 넘어선 분노가 끓어올랐다. 나니까 하도윤에게 깔려주는 거지 남이었으면 진즉에 도윤을 깔았을 것이 뻔했다. 다른 남자의 밑에서 울면서 박히는 도윤을 떠올리자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 하도윤의 얼굴은 울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그 예쁜 얼굴로 엉엉 울면서 박히는 하도윤…. 희성이 어지러움을 느끼고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속이 좋지 않았다.

“죽이면 죽였지 버리진 않아.”

“죽…. 나, 나?”

“열받게 하지 마. 넌 평생 나하고만 자야하고 나한테만 박아야 돼.”

“그런…게…어디 있어…?”

“도윤아, 그렇게 박혀보고 싶어? 박히고 싶으면 말만 해, 어려울 것도 없어.”

볼을 가볍게 톡톡 치고 떨어진 희성이 방을 나가기 전에 도윤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참고 있는 게 꽤 애쓴다 싶었다.

“옷 갈아입고 나와.”

“…왜?”

“저녁 나가서 먹게. 나랑 약속 있다고 해놓고 방에 틀어박혀있으면 아버지가 뭐라고 생각하시겠어?”

“…….”

“아버지 속상하게 만들고 싶으면 계속 그러고 있든지.”

이미 속상하게 만든 장본인이 저런 말을 하니까 어이가 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미간을 좁힌 도윤이 옷걸이에 걸린 아무 옷이나 꺼내 복도로 나왔다. 편하게 입고 있었던 희성은 깔끔하게 네이비색 셔츠에 얇은 자켓을 입고 나와 도윤을 훑었다. 도윤은 계속 입고 있었던 티에 체크 셔츠만 걸친 차림이었다. 얼굴이 예쁘니 옷을 거지같이 입었어도 예뻤을 것이다. 가기 싫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는 도윤의 손을 잡아다 발을 뗀 희성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아버지와 둘이서 밥을 먹으러 갔다면 평범하게 동네에 있는 고깃집에 갔을 텐데 지금 희성이 자신을 데리고 온 곳은 격식을 차리고 와야 할 것 같은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주말 저녁이라 레스토랑을 찾은 모두가 한껏 차려입은 상태였는데 자신만 지나치게 편한 차림이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안내받은 자리에 앉자마자 물을 벌컥벌컥 마신 도윤이 소매로 입을 닦고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뷰는 또 왜 이렇게 좋은 건지, 도윤의 속만 까맣게 타들어갔다.

메뉴판을 봐도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 눈알만 굴리던 도윤은 희성이 주문한 것을 똑같이 주문했다. 이런 곳은 태어나서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었다. 메뉴도 영어로 적혀있어서 아마 음식이 나오면 그때서야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물조차 직원이 와서 따라주는 바람에 도윤은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자신들을 제외한 모두가 어른이었고 데이트를 하는 커플밖에 없었다. 희성은 눈앞에 펼쳐진 야경을 내려다보고 있는 도윤을 눈에 담았다. 희성에겐 야경보다 도윤이 더 아름답고 황홀했다.

두 사람이 고른 코스는 일정한 시간을 두고 차례대로 테이블에 올라왔다가 내려가길 반복했다. 도윤이 난생처음 보는 메뉴에 먹지도 못하고 머뭇거리고만 있자 희성은 익숙하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도윤은 마치 어른을 따라 하는 어린아이처럼 희성이 하는 대로 음식을 먹었다. 희성이 애피타이저로 나온 샐러드를 먹으면 저도 따라 샐러드를 먹었고, 희성이 수프를 먹으면 눈치를 보며 따라서 숟가락을 들었다. 자신이 하는 대로만 따라 하는 도윤이 귀여워 일부러 물을 마신 희성은 거울처럼 물을 마시는 도윤을 보고 웃음을 삼켰다. 홀린 듯이 희성을 따라 하던 도윤이 이어서 나오는 스테이크에 입을 살짝 벌렸다.

평생 이런 식사는 처음이었다. 차마 먹을 생각도 못 하고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는 도윤을 보며 작게 헛기침을 한 희성이 스테이크를 자르자 시선이 닿고 도윤의 손에도 포크와 나이프가 들렸다. 그냥 잘라서 먹기만 하면 되는데 도윤은 길을 잃어버린 듯이 주춤거리고 있었다. 희성이 작게 자른 조각을 도윤의 앞에 내밀었다.

“아.”

“…내, 내가 먹을게.”

“하도 안 먹어서 먹여주길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

“그런 거 아니야….”

“아, 해.”

“나 혼자 먹을 수 있어.”

“아.”

포크가 까딱이고 호선을 그리고 있던 희성의 입꼬리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도윤이 얼른 몸을 일으켜 포크를 물었다. 근처에 앉은 남자가 힐끔거리긴 했지만 도윤은 씹자마자 입에서 녹는 스테이크에 눈을 깜빡였다. 맛있었다. 살면서 먹어본 고기 중에 단연 1위를 차지할 만큼 맛있었다. 입에 있는 것을 삼키자 바로 침이 고였다. 도윤이 입맛을 다시며 나이프를 움직였다. 희성이 했던 것처럼 작게 잘라 입에 넣자 기분이 좋아졌다.

“맛있어?”

“응!”

“그렇게 맛있어?”

“으응, 맛있어.”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싫어서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얼굴이더니, 맛있는 거 하나 먹었다고…. 참 알기도 쉽고, 다루기도 쉽다. 희성에게는 그저 그런 음식이 도윤에겐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이 되었다. 도윤이 스테이크를 자르다가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근데 있잖아….”

“응.”

“이, 이거 크게 잘라서 먹으면…. 안 되는 거야…?”

“뭘?”

“이거어….”

희성은 지금 도윤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물을 마시려다 멈칫한 희성이 테이블을 내려다보았다. 도윤의 포크가 가리키는 끝에는 스테이크가 있었다. 아. 그제야 말의 뜻을 이해한 희성이 웃음을 터뜨렸다.

“너 먹고 싶은 대로 먹어.”

“그래도 돼?”

“응.”

“진짜…?”

“진짜.”

고개를 주억거린 도윤이 스테이크를 크게 썰었다. 스테이크를 돈가스처럼 먹는 애는 살면서 처음 봤다. 희성이 웃음을 참으며 자신의 스테이크를 도윤에게 밀어주었다. 스테이크를 커다랗게 썬 탓에 도윤의 볼이 볼록해졌다. 도윤은 행복한 얼굴로 스테이크를 꼭꼭 씹으며 다음에 먹을 것을 썰고 있었다.

“이것도 먹어.”

“으응, 왜?”

“별로 안 먹고 싶어서.”

“왜? 진짜 맛있는데…?”

“그러니까 너 많이 먹어.”

“응, 응.”

도윤이 웃자 보조개가 피어난다. 희성은 스테이크 따위 하나에 눈까지 접어 웃고 보조개까지 보여주는 도윤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평소에는 억지로 웃게 만들어야 보여주던 걸 고작 스테이크 하나에. 그렇게 보기 어려웠던 것이 고작, 고깃덩어리 하나면 되는 거였다니. 보이는 얼굴에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았지만 테이블에 올려둔 손이 말리고 손톱이 손바닥 살을 파고들었다. 고깃덩어리 따위에 졌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희성은 디저트도 도윤에게 양보했다. 스테이크도 두 개, 맛있는 디저트까지 두 개를 먹고 레스토랑에서 나온 도윤은 부른 배를 문질렀다. 자신이 언제 또 이런 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을까 싶어서 남기지도 못하고 싹싹 비웠더니 배가 살짝 아팠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주말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을 걸어보는 게 얼마 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도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치고 말았다. 잠시 비틀거린 도윤이 급하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똑바로 보고 걸어요.”

“죄송합니다….”

“예.”

도윤이 고개를 꾸벅이고 있자 옆으로 다가온 희성이 인상을 쓰며 팔을 잡아당겼다. 그리곤 더러운 것이라도 묻은 것 마냥 닿은 곳을 대놓고 털어주었다. 사과를 받고 지나가려던 남자가 어이가 없다는 듯 희성을 쳐다봤다. 도윤이 다급하게 사과를 하며 희성을 끌고 자리를 벗어났다.

“내가 잘못한 건데 거기서 그러면 어떡해.”

“그 새끼 분명 일부러 와서 부딪쳤어.”

“아니야, 내가 앞도 안 보고 걸어서….”

“넌 잘못한 거 없어.”

“…내가 잘못한 거 맞는데….”

“넌 남들한테 사과하고 다니지 마.”

“잘못했으면 사과를 해야지.”

“넌 그럴 필요 없어.”

이게 대체 무슨 말이람. 희성과는 말이 통하지가 않았다. 방금은 분명 자신이 잘못한 게 맞았다. 밖에 나왔다는 것에 정신도 못 차리고 걷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아까부터 아래를 보고 있는 희성을 따라 고개를 숙인 도윤은 급하게 빠져나온다고 잡았던 희성의 손목을 아직까지도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놀라서 손을 떼어내자 아쉽다는 듯 한참이나 손목만 보던 희성이 손을 잡아왔다. 여긴 밖이고 주말인데다 거리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도윤이 손을 털자 희성이 힘을 실었다.

“밖, 밖이잖아아…!”

“뭐 어때.”

“싫어, 놔줘!”

“나도 싫어.”

희성에게 잡힌 손이 자켓 주머니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벗어나려 안달인 도윤의 손을 꽉 잡고 걸음을 옮긴 희성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집으로 갈지, 아니면 조금만 더 걸을지. 신호를 기다리며 혀로 입천장을 문지르다 사람들에게 섞여 다시 발을 뗐다. 아직도 싫은지 꼼지락거리는 손과는 달리 자신의 걸음에 맞춰 걷는 도윤이 예뻐서 뽀뽀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그의 말마따나 이곳은 밖이니까 참았다.

남들에게 도윤을 보여주는 것은 싫었지만 어쩐지 오늘따라 밖을 걷고 싶었다. 도윤과 함께 길을 걷는 것이 사실상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더 그랬다. 길을 걸으면서도 잡고 있었던 손은 택시를 타서도 똑같았다. 희성은 도윤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고 도윤은 해탈한 듯 창밖만 내다보았다.

이제는 봄에서 조금 멀어지고 여름과 가까워지고 있는 시기인데도 해가 지니 날이 선선했다. 물가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도윤이 코를 훌쩍이며 잔디에 돗자리를 깔고 놀고 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재미있겠다.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있었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도윤은 희성의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산책로를 걷다가 벤치에 앉아 일렁이는 물의 표면을 바라봤다.

“나 여기 처음 와봐.”

“그렇겠지.”

“되게…예쁘다.”

“네가 더 예뻐.”

“…아닌데.”

“맞는데.”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물을 보고만 있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물론 조금 쌀쌀하기는 했지만. 도윤이 발을 까딱이며 사람 구경을 시작했다. 돗자리를 깔고 앉은 사람들은 대부분 치킨이나 라면, 맥주를 먹고 있었다. TV에서만 봤지 실제로는 처음 보는 광경이라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한참을 앉아서 사람 구경만 하던 도윤은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손을 씻고 물기를 털면서 화장실을 나온 도윤은 모르는 사람을 올려다보고 있는 희성을 발견하곤 걸음을 멈추었다. 앞에 서있는 사람은 무언가를 열심히 말하고 있었는데 희성은 별로 관심도 없어 보였다. 희성이 고개를 양옆으로 젓자 그 사람은 머쓱하게 고개를 꾸벅이고는 다시 갈 길을 떠났다. 셔츠에 손을 닦으며 옆에 앉은 도윤이 희성을 힐끔거렸다.

“누구야?”

“뭐가.”

“아까 누구랑 얘기하던데….”

“몰라.”

“으응.”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너무 궁금해서 미쳐버릴 것 같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희성이 알려줄 생각이 없어 보여서 포기했다. 대신 핸드폰을 꺼내 일렁이는 물의 사진을 찍었다. 아빠한테 보여드려야지. 도윤이 만족스러운 결과물에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또다시 발을 까딱였다. 평화롭고 좋았다. 희성이 말을 걸기 전까지는. 너무 평화로워서 다른 세상에 떨어졌다고 착각할 정도로 평화로웠었다.

“도윤아.”

“왜애.”

“뽀뽀하고 싶어.”

“응?”

돗자리를 깔고 노는 사람들이 틀어둔 노래에 맞춰 몸을 살짝살짝 흔들던 도윤이 놀라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서도 희성의 눈은 아주 잘 보였다. 정말 지나치게 잘 보였다는 점이 문제였다.

“안, 안 돼. 여기는 밖이잖아. 사람도 많은데….”

“어차피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아.”

“그래도 안 돼. 싫어.”

“내가 해?”

“안된다고 했잖아…!”

“네가 못하겠으면 내가 하고.”

“여기, 여기 밖, 사람, 너무 많….”

몸을 옆으로 빼며 도망가는 목덜미를 끌어당겨 입을 맞춘 희성이 아쉬운 얼굴로 입술을 쓸었다. 누가 봤으면 어떡해! 쏟아질 것 같은 눈을 하고 손으로는 입을 틀어막은 도윤이 거리를 띄우고 앉았다. 누가 봤을까 봐 심장이 뛰고 온몸에 열이 오른 듯 더워졌다. 다행히 방금 전 모습을 본 사람은 없는 듯했지만 그래도 이건 말도 안 된다. 둘 사이에 족히 한 사람은 더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불안한 시선으로 주변을 훑던 도윤이 거리를 띄우고도 성에 차지 않는지 벌떡 일어났다.

“어디 가려고.”

“…몰라.”

“그냥 앉지?”

“싫어.”

“지금 안 앉으면 내 위에 앉힐 건데.”

도윤의 눈이 떨렸다. 희성이라면 충분히 저지르고도 남을 일이었다. 울상으로 다시 벤치에 앉은 도윤이 소매를 만지작거렸다.

“가까이 와.”

“싫어, 또 뽀…그거 하면 어떡해.”

“안 할 테니까 가까이 와.”

“진짜 안 할 거야?”

“안 해.”

“…약속.”

꼬물거리며 들이미는 새끼손가락에 어이가 없어진 희성이 혀를 찼다.

“너 유치원생이야?”

“아, 아니거든?”

“이딴 걸 왜 해.”

“빨리이.”

허공에서 흔들리는 손을 한심하게 보던 희성이 탐탁스럽지 않은 기분으로 새끼손가락을 걸어주었다. 약속만 해주고 바로 놓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놓지도 않고 끌어당기는 힘에 도윤이 거리를 좁혀 앉았다. 희성은 자신의 옆에 도윤이 붙어 앉자 손을 놓아주고 허리에 팔을 감았다. 이어서 도윤의 어깨에 묵직함이 느껴졌다.

“약속했잖아!”

“너 뽀뽀만 걸었잖아.”

곰곰이 생각에 빠진 도윤이 입꼬리를 아래로 내렸다. 실수했다. 그냥 뭐든지 건들면 안 된다는 약속을 받아냈어야 했다. 희성에게 머리가 나쁘냐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더니 진짜로 머리가 나빠지기라도 한 걸까? 억울하기도 하고 스스로가 너무 바보 같아서 발가락만 꼼지락거리고 있는데 허리를 지분거리는 손길이 느껴졌다. 쳐내봤자 다시 들러붙을 것을 알기에 일단은 가만히 놔두었다. 손길이 더 진득해지면 그때 쳐내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야.”

“으응?”

“너 뭐야?”

“…뭐가?”

“너 뭔데 가만히 있어?”

“그야, 네가 만지니…까…?”

뭐가 문제냐는, 말똥한 눈빛에 희성이 몸을 떼어냈다. 도대체가 희성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가 없다. 조금 가까워졌나 싶으면 또 혼자 10걸음은 멀리 가버리고 없어서 따라가기가 벅찼다.

“너 다른 사람들이 만져도 이따위로 굴어?”

“…다른 사람들은 나 안 만져.”

“그걸, 씨발 내가 어떻게 믿어?”

“아니 나는, 매일 방에만 있고, 학교에서도 너하고만 있는데….”

도윤을 쳐다보는 얼굴엔 못 미덥다, 라는 말이 써져있었다. 아주 미세한 틈도 주지 않으면서 의심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희성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다시 도윤에게 기대 허리를 끌어안았다. 말랑한 살을 만지고 있으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는 것 같았다. 불편했던 마음이 점차 사그라지고 있었다.

“간지러운데….”

“졸업하면 집에서도 둘만 있을 수 있어.”

“졸업?”

“졸업하자마자 집부터 옮길 거야.”

“…….”

팔에 힘이 들어가고 몸이 아까보다 더 딱 달라붙었다. 고개를 틀어 도윤의 목에 입을 맞춘 희성이 숨을 들이쉬었다.

“빨리 졸업하고 싶다, 도윤아.”

졸업은 하고 싶었지만 졸업까지 했는데 희성과 함께 살고 싶지는 않았다. 대학교에는 기숙사가 있었다. 몰래 다른 학교에 원서를 넣고, 합격을 하게 된다면 기숙사에 들어가서 살고 싶었다. 도윤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이 없어도 상관은 없는지 다시 어깨에 기댄 희성이 허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까는 셔츠의 바깥에서 주물렀다면 이제는 셔츠의 안으로 팔을 감은 희성의 손이 노골적으로 변했다. 배를 문지르던 손이 점점 올라와 납작하고 말랑한 유두를 꾹 눌렀다. 이곳은 밖이었고 희성이 언제 돌변할지 몰라 긴장한 탓에 흥분이 되지는 않았다. 아무리 셔츠에 가려져있다고 해도 이건 아니었다. 희성의 손등이 도윤에게 잡아먹혔다. 더 괴롭힐 마음은 없는지 노골적이던 손이 유하게 아래로 떨어졌다.

“슬슬 갈까.”

“벌써?”

“그럼 여기서 잘 거야? 누구 좋은 일 시키려고 여기서 자?”

“왜 자꾸 그런 생각만 해?”

“거울을 봐. 그런 생각을 안 하게 생겼나.”

단단한 손이 말랑한 볼을 잡고 흔들어주었다. 반항도 없이 흔들리는 볼을 쥐고 반죽을 하듯 가지고 놀던 희성이 웃으며 일어났다.

“일어나.”

“진짜 가?”

“그렇게 가기 싫어?”

“그냥 조금만 더 있다가 가면….”

자기랑 있을 때도 저렇게 미련 가득한 얼굴이면 좀 좋은가. 자기한테는 보여준 적도 없는 얼굴을 겨우 이런 곳에서. 문득 아까 레스토랑에서 눈웃음과 보조개까지 보여주던 얼굴이 생각나 또 기분이 나빠졌다. 도윤의 머리를 쓸어주던 손이 볼을 잡아 올렸다. 그리고 도윤이 말릴 새도 없이 입술이 닿았다. 아까는 뽀뽀였다면 지금은 명백한 키스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지만 희성은 볼을 더 세게 쥐고 말캉한 혀를 빨았다가 놓아주었다. 걸음을 멈추고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도윤이 입술을 가리고 희성을 올려다봤다.

“약, 약속했잖아!”

“뽀뽀만 걸었지.”

“밖에서는 하지 말라고 내가 계속, 말했잖아…!”

“네가 갈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다, 다 쳐다보는, 어떡해….”

“그러게 가자는데 왜 무시해.”

“내가 언제 무시했다고 그래? 난 그냥 조금만 더 있고 싶어서!”

“내가 가자고 했잖아. 내가 언제부터 내 말을 무시해도 된다고 했어?”

“무시한 게 아니라아…!”

“도윤아, 안 그래도 자꾸 너 쳐다보는 사람들 다 잡아다가 죽여 놓고 싶은데 왜 너까지 말을 안 들어.”

내가 지금까지 가자는 말만 몇 번 했어? 희성의 낮은 속삭임에 도윤이 고개를 숙인 채 일어났다. 이제 대놓고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돗자리를 깔고 앉은 사람들이 자꾸만 이쪽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가는 길에도 희성에게 손이 잡혔다. 짜증 나…. 도윤이 뜨거워지는 눈가를 진정시키려 허공을 노려보다 결국 손바닥으로 눈물을 문질렀다. 희성은 조용히 훌쩍거리기만 하는 소리를 들으며 손을 꽉 쥐었다.

***

오늘은 모의고사를 보는 날이었다. 모의고사를 보는 날이면 희성과 떨어져 앉을 수 있었다. 시험은 싫었지만 그 점 하나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이제 청소만 끝나면 집에 갈 수 있었다. 어차피 야자를 하는 편이 아니라 상관은 없었지만 평소보다 열심히 청소를 했다. 청소시간이 끝나고 자리를 다시 원래대로 맞춘 도윤은 집에 갈 준비도 마친 채 선생님을 기다렸다. 종례를 위해 들어온 선생님이 전달사항을 말해주고 내일 보자며 교탁을 두드렸다. 교실이 어수선해지기도 잠시, 앞문을 잡고 뒤를 돌아보는 선생님의 행동에 모두가 잠잠해졌다.

“희성이는 잠깐 교무실 들러.”

앞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교실을 빠져나갔다. 도윤은 가방을 끌어안고 희성을 힐끔댔다. 희성은 귀찮은 얼굴로 일어나고 있었다.

“나 먼저 갈까?”

“기다려.”

“으응.”

가방도 메지 않고 교실을 나가는 희성의 뒤로 아이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비웠다. 모두가 빠지기를 기다리던 주번이 난감하다는 듯 도윤을 쳐다봤다. 조용해진 교실에 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문 내가 잠그고 갈게.”

“열쇠 여기 둘게.”

“응, 미안.”

“…아냐.”

벌써 학기가 반이나 지나가고 있는데 제대로 된 말도 못 해봤다. 주번까지 나가자 교실이 완전히 조용해졌다. 창밖에서 아이들이 떠들며 집으로 가는 소리만이 교실에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자신이 와이셔츠를 단추까지 채워놓고 있는 것을 좋아하던 희성 덕에 오늘도 단추를 꼼꼼하게 채워 입고 있었던 도윤이 아무도 없는데 눈치를 보며 단추를 하나하나 풀었다. 하복 와이셔츠 안에 받쳐 입은 흰 티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제야 답답했던 숨을 뱉으며 발을 까딱인 도윤이 시간을 확인했다. 언제 오려나…. 시원한 책상에 엎드리자 볼이 눌렸다. 앞문과 뒷문, 그리고 창문이 모두 닫혀있었다. 눈을 깜빡인 도윤이 책상이 주는 시원함이 좋아 눈을 감았다.

금방 끝난다던 이야기는 점차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생각보다 길어졌다. 선생님이 마시라고 준 물을 모두 마시고 일어난 희성이 작게 인사하고는 교무실을 빠져나왔다. 모두가 하교한 현재 학교는 소름 끼치도록 조용했다. 복도에는 먼지들이 풀풀 날리고 있었다. 희성이 목을 꺾자 뚝, 하는 소리가 울렸다. 앞문을 열고 교실을 훑자 구석에서 엎드려있는 도윤이 시야에 들어찼다. 희성은 조용히 문을 닫고 소리를 죽여 자리로 돌아왔다. 도윤은 잠들어있었다. 말랑거리는 볼이 눌려 벌어진 입술에 손가락을 넣어보고 싶었다. 그러면 또 학교에서 이런 짓을 한다고 펄떡거리려나. 희성이 의자에 앉아 도윤의 머리카락을 살살 넘겨주었다.

머리카락을 만지고 속눈썹을 콕콕 찔러도 도윤은 응…. 하고 작은 소리만 낼뿐 깨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자고 있는 도윤을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이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기왕이면 움직이는 도윤을 보고 싶었다. 희성이 말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복도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몸을 숙여 입술을 찾았다. 말랑거리는 감촉에 기분이 좋아 입술을 살살 빨다가 벌어진 사이로 혀를 밀어 넣자 도윤이 꾸물꾸물 움직이기 시작했다. 희성의 손이 도윤의 뒤통수를 받치자 감겼던 눈이 떠지고 읍,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희성이 도망가기 바쁜 혀의 아랫부분을 혀로 문지르다 떨어졌다.

“흐, 뭐 하는 거야!”

“자고 있어서 깨워준 거지.”

“그냥 일어나라고 말하면 되잖아!”

“내가 왜?”

도윤이 얼굴을 찡그리곤 손등으로 입술을 닦아냈다. 그리곤 가방을 메려는 손을 붙잡아 다시 입술을 머금었다. 지금 자신들이 있는 곳은 학교고, 교실이었다. 심지어 도윤은 희성이 벌인 짓으로 학교에서 안 좋은 소문이 돌기도 했다. 당연히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 이상 학교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 마!”

“불안해?”

“당연하지!”

“아무도 없는데 뭐가 불안해.”

불안함을 가득 끌어안은 눈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희성에게 고정되었다.

“하, 하지 마.”

“내가 뭘 할 줄 알고.”

“집에 가야 되잖아! 밑, 밑에 아저씨가….”

“나랑 있을 땐 다른 사람 얘기 하지 마.”

희성은 도윤이 일어날 수도 없게끔 책상을 밀어버리고 그 위에 앉아 쪽쪽, 뽀뽀를 했다. 고개를 저으며 피하는 걸 붙잡아서 입술을 찐하게 붙였다가 떼어내기도 해보고 혀를 넣어 입천장과 입안을 훑기도 했다. 맞닿은 곳을 슬슬 비비자 도윤이 기겁을 하고 밀어냈다.

“학교잖아, 응? 여기, 교실이잖아….”

“뭐 어때. 퇴학당해봤자 어차피 내가 너 먹여 살릴 건데.”

“싫어, 싫어!”

“귀엽긴.”

턱을 잡아 올림과 동시에 고개를 숙인 희성이 목에 입을 맞췄다. 흠칫거리며 밀어내는 손을 잡아다가 자신의 엉덩이에 가져다 댄 희성이 계속해서 혀를 내어 목을 핥았다. 이제 목 티를 입을 수 있는 계절은 다 지나갔지만 상관없었다. 잘근잘근 깨물다 힘 있게 빨자 자국은 금방 생겨났다. 주인을 닮아 연약한 살이 마음에 들었다. 희성이 붉게 피어난 꽃을 만족스럽게 보다가 그 위로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진짜 그만해, 이제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희성의 손이 가슴에 올랐다. 도윤이 하지 말라는 의미로 손목을 잡아왔지만 희성은 티셔츠 위로 엄지를 문질렀다.

“단추는 왜 풀고 있었어?”

“답, 읏, 답해서….”

“벗겨달라는 거 아니고?”

“아닌, 아!”

엄지에 눌린 유두가 딱딱해졌다. 아래에 닿은 성기는 아직까지 조용했다. 희성이 유두를 꾹꾹 누르다 도윤의 위에서 내려왔다. 희성은 바닥에 자리를 잡고 도윤의 사타구니에 코를 박았다. 뭐 하는 거냐고 어깨를 밀어내도 희성은 숨을 크게 들이쉬다가 버클을 풀고 속옷 위를 느릿하게 핥았다. 도윤의 손이 파들파들 떨렸다.

“하지 마, 희성아, 하지 마….”

“세우기나 해.”

“싫, 흐윽, 안, 안 돼, 희성아아…!”

도윤의 속옷이 축축하게 젖을 때까지 핥던 희성이 속옷을 아예 아래로 끌어내렸다. 발기한 분홍빛의 물건이 너무 예뻐서 희성은 손으로 기둥을 잡고 코를 박고 있다가 혀로 핥았다. 도윤은 눈물이 차오른 눈으로 창문을 확인했다. 여전히 아무도 없었지만 사람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서 두려웠다.

“흣, 희, 성아, 아, 잠깐, 만….”

도윤이 애원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희성은 기둥에 잘게 뽀뽀를 하곤 귀두를 입에 머금고 빨다가 이를 세워 물었다. 소름 끼치는 감각에 도윤의 허리가 절로 굽었다. 희성은 자신의 머리를 끌어안는 몸에 웃다가 기둥을 절반이나 삼켰다. 입이 뻐근하고 턱이 아팠지만 괜찮았다. 기둥의 선단이 젖기 시작하자 입안이 미끌거렸다. 희성은 잠시 숨을 고르고 뿌리까지 삼켰다. 목이 열리고 헛구역질이 일었지만 참았다.

“아! 흐으, 으, 희성, 아, 흣….”

예쁜 신음이 내려앉자 아래에 힘이 실렸다. 희성이 성기를 모두 뱉어냈다가 다시 머금었다. 혀와 입안의 살들이 기둥을 감싸자 도윤은 부들부들 떨면서 잡은 어깨를 긁어댔다.

“하아, 아, 그으만, 아아….”

그만하라는 말이 늘수록 희성은 더 쭉쭉 빨았다. 달리기를 하고 온 사람처럼 헐떡이던 도윤이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성기를 물고 눈을 치켜뜬 희성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귀두를 이로 긁고 깨물었다.

“그, 렇게, 흑, 하지 마!”

“왜?”

“이상, 이상하단 말, 하아….”

이상하다면 더 해줘야지. 희성이 선단을 혀로 꾹꾹 누르고 문지르다 귀두를 깨물었다. 위에서 떨어진 눈물이 바지에 스며들었다.

“나, 나올, 흑, 것, 으응, 나올 것…!”

밀어내는 힘에 지지도 않고 달려든 희성이 사정을 도우려 귀두를 쭉쭉 빨았다. 볼이 홀쭉해질 정도로 빨자 도윤이 고개를 저으며 허리를 떨었다. 입안에 들어서는 정액에 희성은 조금 더 빨아보다가 몸을 일으켜 도윤의 목덜미를 끌어왔다. 오늘도 자신이 사정한 것을 머금은 도윤이 뱉어내려 용쓰다가 혀를 끝까지 욱여넣는 희성으로 인해 꿀떡 삼켜버렸다. 비릿한 맛에 속이 불편했다. 붉어진 얼굴과 눈물로 젖은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도윤이 예뻐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이거어 싫다고 내가…. 계속….”

“맛있잖아.”

“맛없어, 난 먹기 싫어!”

“그럼 내 거 먹든지. 잘 먹잖아.”

“그런 적 없어!”

“그런 적 없어?”

“없어!”

“그럼 지금 해보면 되겠다.”

“뭐? 시, 싫어, 아, 싫어!”

버클을 풀면서 일어난 희성이 창피하지도 않은지 속옷을 한 번에 내려 잔뜩 발기해서 붉어진 것을 들이밀었다. 도윤이 싫다고 고개를 저어도 들어주지 않았다. 입술에 닿은 귀두에서는 이미 액이 흐르고 있었다. 대체 뭘 했다고 혼자 이렇게까지 흥분한 건지 알 수가 없어서 눈을 찡그리자 입술이 강제로 벌어지고 그 틈을 타 귀두가 들어섰다.

따뜻한 입안에 귀두를 밀어 넣은 희성이 기분 좋은 탄성을 내뱉었다. 뱉으려고 혀를 써서 밀어대는 행동에도 흥분감이 차올랐다. 희성은 도윤의 뒤통수를 꾹 눌러 성기를 처박았다.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뿌리까지 머금게 된 도윤이 헛구역질을 했지만 희성은 스스로 허리를 흔들며 구경만 할 뿐이었다. 도윤의 눈 꼬리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희성은 엄지로 그 눈물을 닦아 입으로 가져갔다. 눈물은 당연히 짭짤했다.

“욱, 흐으, 욱….”

“하아, 도윤아 너무 좋은데….”

“흐, 욱, 으읍…!”

희성이 허리를 물리자 성기가 타액을 끌어안고 빠져나왔다. 콜록, 콜록….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해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도윤이 목을 부여잡고 기침을 시작했다. 희성은 머리채를 뒤로 잡아당기며 다시 성기를 밀어 넣었다. 기침을 하는 도중에 시작된 삽입에 도윤이 눈을 찡그렸다. 희성의 것을 물고 있느라 입술이 찢어진 것 같았다. 끝이 자꾸 따끔따끔했다.

“도윤아, 입이 그렇게 작아서 어떡하려고.”

“흡, 우으….”

“숨 쉬고. 입 더 벌려.”

“끅, 시, 시어….”

싫다고 웅얼거리는 말과 함께 타액이 턱을 타고 흘렀다. 머리카락을 놓아주고 뒤통수를 잡은 희성이 뿌리까지 단숨에 처박자 손이 허공을 맴돌다 희성의 허리를 잡았다. 자꾸 헛구역질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희성은 흐르는 눈물만 보다가 조금 더 깊게 박아 넣었다. 고통스러운지 도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더 들어갈 곳도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귀두의 끝이 목구멍의 안쪽에 닿았다. 희성이 밭은 숨을 내쉬며 허리를 움직였다.

눈을 꼭 감고 성기를 받고 있는 도윤이 지나치게 야해 보여서 희성은 뒤통수를 끌어당겼다. 다급해진 손이 희성의 허리를 밀어내고 입에서는 요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까부터 참아왔던 사정감을 이제는 더 참을 수가 없었다. 희성은 아예 두 손으로 뒤통수를 끌어안고 도윤의 목구멍에 사정했다. 입안이 아닌 목구멍으로 바로 넘어오는 정액에 도윤이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지만 결국 목울대가 일렁거렸다. 사정의 여운에 느릿하게 성기를 박았다가 빼기를 반복하던 희성이 몸을 물리자 도윤의 몸이 기다렸다는 듯 바닥에 쓰러졌다. 주저앉아서 기침을 하고 헐떡이던 도윤이 덜덜 떨었다. 남의 책상에 있던 휴지를 가져와 아래를 닦고 옷을 정리한 희성이 도윤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넋이 나가있는 볼을 톡톡 쳤다.

“거봐, 잘하잖아.”

“끅, 흐으, 윽….”

희성은 도윤의 얼굴과 아래를 천천히 정리해 주곤 힘이 풀려 일어나지도 못하는 몸을 안아 올렸다.

“이, 이렇게 가는 거 싫어….”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주제에.”

“창피, 흑, 하단 말이야, 내려줘….”

“그럼 업히든지.”

책상에 도윤을 앉혀두고 등을 보인 희성이 고개를 틀었다. 빨리. 도윤은 넓은 등을 한참이나 보다가 훌쩍거리며 목에 팔을 둘렀다. 희성의 손이 도윤의 허벅지를 감싸고 도윤의 손은 희성의 목에 둘러졌다. 정말 싫고 너무 창피해서 죽고 싶었다. 도윤은 희성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훌쩍거렸다.

잊을만하면 찢어진 입술이 말썽이었다. 밥을 먹을 때도 입을 크게 벌리지 못해서 강제로 야금야금 먹어야 했고 하품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연고가 마를 새도 없이 계속해서 발라주고는 있지만 찢어진 입술이 몇 시간 만에 붙을 리는 없었다. 계속 건드리면 답도 없다는 것을 알지만 도윤은 샤워를 할 때도 찢어진 곳이 거슬려 혀로 문질러댔고 결국 양치를 하면서는 입술이 따가워 얼굴을 찡그려야 했다. 오후에 학교에서 있었던 일로 인해 너무 피곤했다. 그래서 방에 들어가면 콩이를 한번 보고 바로 잘 생각으로 머리까지 꼼꼼하게 말렸다. 드라이기를 정리하고 로션을 발랐더니 얼굴이 반질반질했다. 도윤이 수건을 빨래 통에 넣고 방에 들어와 연고를 발랐다.

얼른 나았으면 좋겠다. 도윤은 찢어진 입술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책상 앞에 서서 케이지를 들여다보았다. 햄스터는 쳇바퀴를 타고 있었다. 저게 재미있나? 도윤이 쳇바퀴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흩어진 베딩을 정리해 주었다. 손이 케이지 안으로 들어오자 쳇바퀴를 굴리던 콩이가 잠시 멈춰서 관심을 주는가 싶더니 다시 쳇바퀴를 탔다. 도윤은 콩이가 놀고 있는 건지 아니면 운동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했으나 조용히 손만 빼냈다.

이제 자야지. 희성이 열심히 사다 날린 잠옷을 입고 침대에 누운 도윤은 천장을 빤히 올려보다가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딱히 하는 것도 없는데 시간은 잘 갔다. 옆으로 돌아누워 어두운 하늘을 보자 몇 개 없는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엄마는 지금쯤 주무시려나. 하늘에서도 잠을 자나? 끔뻑끔뻑 별을 보는 눈이 스르륵 감겼다. 오늘도 머리만 대고 있으면 잠이 왔다. 흐릿해지는 시야가 반가웠다. 오늘은 꿈에 엄마가 나왔으면 좋겠다. 도윤의 숨소리가 서서히 일정해졌다.

그리고 그때 방문이 열렸다. 도윤이 이제 막 잠에 빠져들었을 때 희성이 나타났다. 손목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자 아직 11시도 넘지 않은 시간이었다. 희성은 문을 닫고 빙 돌아서 도윤의 얼굴을 보고 섰다. 코밑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정말로 자는 건지 고른 숨이 느껴졌다. 학교에서 입만 썼던 것이 아쉽고 자꾸 생각나 씻자마자 달려온 건데 자고 있으니 김이 샜다. 아쉬워서 벌어진 입술을 꾹 누르다 연고를 발랐는지 번들거리는 입꼬리를 문질렀다. 그거 한번 빨았다고 찢어진 입술이 하찮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흥분이 된다. 이러면 씻으면서 뒤를 풀어온 보람도 없지 않은가. 도윤의 것을 삼킬 때는 기분이라도 좋지, 스스로 손가락을 넣고 휘적거리면 흥분도 되지 않았다. 그저 작은 고통을 참으며 아래를 넓히는 과정일 뿐이었다.

번들거리는 연고를 문지르며 생각에 잠긴 희성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이불을 걷어냈다. 날이 더워져도 에어컨을 틀고 자면 감기에 걸릴 수 있기에 이불은 아직도 두껍기만 했다. 신생아도 아니면서 예민하기는 더럽게 예민한 몸이었다. 그래서 좋은 점도 있지만…. 도윤의 위에 올라타 단추를 풀기 시작한 손엔 막힘이 없었다. 끝까지 채웠던 단추를 풀고 옷을 양옆으로 벌리자 하얀 상체가 드러났다. 희성은 목과 쇄골, 가슴, 배까지 느릿하게 입을 맞추고 다시 허리를 세웠다. 도윤은 잠시 뒤척이기만 할 뿐 깰 생각이 없어 보였다.

희성은 어쩐지 신이 났다. 그래서 다시 몸을 숙여 말랑거리는 분홍 유두를 입에 넣고 빨았다. 말랑거리다 금세 딱딱해지는 것이 재미있었다. 딱딱해진 왼쪽 유두를 이로 살짝 긁고 깨물다 오른쪽으로 옮겨간 희성이 똑같은 짓을 반복했다. 오른쪽 유두를 물고 빨고 깨물며 왼쪽 유두를 손으로 가지고 놀았다.

그러자 자고 있던 도윤의 입에서 작게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만족스럽게 웃은 희성이 위에서 내려와 도윤의 바지를 끌어내렸다. 샤워를 하고 나온 도윤의 몸에서는 좋은 냄새가 났다. 1층에서 씻고 올라온 자신과는 다른 냄새였다. 배에 잘게 입을 맞추고 내려와 속옷에 코를 박은 희성이 한참 동안 숨을 쉬다가 마치 배부른 사람마냥 웃으며 속옷까지 끌어내렸다. 도윤의 것은 완전히 죽어있었다. 힘이 없어 말랑거리는 것을 쥐고 핥으며 도윤을 살폈다. 미간을 찡그리며 뒤척거리던 도윤은 다시 잠잠해졌다.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도 모르고 자고 있는 것에 마음 한구석에서 심술이 차올랐지만 참았다. 이건 나중에 혼내도 될 일이었다.

말랑거리는 것을 입에 넣고 빨던 희성은 조금씩 단단해지는 것을 느끼며 뱉어냈다. 말랑함을 조금만 더 가지고 놀고 싶었다.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것을 놓아주고 다리를 벌린 희성이 허벅지에 박힌 점을 혀로 핥다가 쪽쪽 빨았다. 주인을 닮아 여린 살은 조금만 자극을 줘도 색을 달리했다. 점 위에 피어난 붉은 꽃에 희성이 주변에 입을 맞췄다. 도윤의 모든 살을 씹어 먹고 싶었다. 도윤의 허벅지에서 꽃놀이가 열렸다.

희성은 자극이 없자 다시 죽어버린 성기를 조물조물 만지다 놓고 다리를 쭉 벌렸다. 닫힌 아래를 빨고 싶었다. 도대체 분홍색이 아닌 곳이 어딜까. 희성이 자신의 손가락을 입에 넣고 빨다가 도윤의 아래에 가져갔다. 넣지는 않고 그 위를 문질렀다. 박으면 또 얼마나 울지 궁금하긴 했으나 참았다. 자꾸 뒤척이는 몸을 쳐다보곤 작게 혀를 찬 희성이 젖은 손가락을 자신의 뒤로 가져갔다. 씻으면서 풀기는 했으나 뒤는 벌써 닫혀있었다. 도윤의 위에 올라타 뒤를 풀기 시작한 희성은 빡빡해진 내벽에 미간을 좁히다 손가락을 도윤의 입안에 넣었다. 자느라 조용한 혀를 누르고 타액을 잔뜩 묻힌 희성이 아래를 넓혔다.

이제 아래는 도윤의 것을 삼킬 준비가 완벽하게 되었다. 이제 도윤의 것을 세우고 넣기만 하면 되는데 분홍빛의 성기는 아직도 죽어있었다. 희성은 자위를 하듯 도윤의 것을 주무르고 흔들었다. 도윤이 자꾸 끙끙 앓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이대로 깨도 좋고 자고 있어도 좋았다. 희성이 반쯤 발기한 것을 확인하고 허리를 들어 아래에 맞췄다. 두꺼운 귀두에 벌어지는 아래가 느껴졌다. 삽입을 할 때면 늘 소름이 돋고 발가락이 굽었다. 이 소름 끼치는 감각이 좋았다. 희성이 숨을 터뜨리며 도윤의 것을 완전히 삼켜냈다. 반만 발기했음에도 뱃가죽 위로 티가 났다. 희성이 실실거리며 배를 문지르다가 아래를 조였다.

“아, 좋아….”

“으응….”

너무 좋았다. 몸에 돋은 소름이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도윤이 자꾸 고개를 젓다가 얌전해졌다. 희성은 스스로 허리를 돌리다 품고 있던 것을 반쯤 뱉어냈다. 젤이 될 만한 것이 없어서 빡빡했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좋았다. 젖지 않은 내벽이 성기를 품고 주물렀다. 내벽의 떨림을 느끼며 허리를 움직이던 희성이 도윤의 유두를 누르고 꼬집었다. 자신의 것도 아닌데 흥분이 일었다.

“응, 흐으, 응….”

도윤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희성은 판판한 배를 문지르다가 몸을 숙여 목을 핥았다. 아…. 벌어진 입술에서 앓는 소리가 나왔다. 희성이 웃으며 목을 콱 깨물었다.

“아!”

“일어나.”

“뭐, 뭐….”

“정신 차려.”

“이게, 뭐하, 아!”

도윤이 놀란 얼굴로 희성을 보다가 이어지는 움직임에 저도 모르게 신음을 터뜨렸다. 고개를 들자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벌써 희성의 안에 들어가 있는 자신의 것이 눈에 뜨였다. 다급하게 밀어내는 손을 붙잡아 위로 올린 희성이 아래를 꽉 조이고 입을 맞췄다. 양 손목이 희성의 한 손에 붙잡혀서 위로 올려졌다. 벗어나려 바르작거리는 몸을 누르고 혀를 밀어 넣은 희성이 허리를 움직이며 도윤을 열심히 빨았다.

“흐으, 읏, 나, 자, 자고 있었, 흑, 는데…!”

“알아.”

“아아…. 움, 움직이지 마….”

“이대로 잘까?”

“빼, 빼, 아까, 흐으…학교에서 했, 잖아아….”

“그걸로 돼?”

“난, 돼! 나는 된단 말이야! 아!”

“어떻게, 그걸로 돼?”

희성이 손목을 놓아주고 허리를 올렸다가 내리며 삽입을 반복했다. 자다 깨서 심장도 쿵쿵 뛰고, 정신도 없는데 성기에서 느껴지는 쾌감에 도윤의 눈이 촉촉해졌다. 베개에 머리를 비비며 신음하는 것이 예뻐서 유두를 꼬집어주었다.

“흑, 아파, 거기 아파….”

“어디?”

“거기, 아, 아파….”

“빨아줄까?”

“…흐윽….”

“도윤아, 빨아줄까?”

“끄윽, 너, 너어….”

희성이 베고 자던 베개를 끌어와 얼굴을 가린 도윤이 울음을 참았다. 하얀 베개를 끌어안고 우는 도윤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희성이 꺼떡거리는 자신의 것을 한번 쓸어주고는 끌어안고 있던 베개를 잡아다가 바닥에 던져버렸다.

“얼굴 가리지 마.”

“싫, 흑, 너 싫어, 하지 마 제발….”

“난 네 성욕 풀어주는 구멍 아니야. 그러니까 얼굴 가리지 마.”

“그런, 생각 한 적, 없, 흣, 없는….”

“근데 얼굴은 왜 가려.”

“으응, 창피해, 창, 피해서, 하아…!”

창피할 것도 많다. 도윤의 것을 뿌리까지 삼킨 희성이 고개를 젖혔다가 눈을 감고 헐떡였다. 아, 좋아. 너무 좋아. 도윤의 것이 어느 지점에 닿으면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희성은 이 쾌감을 이어가고 싶어 신음하며 허리를 움직였다. 밑에서는 도윤이 울고 있었다. 성기가 꺼떡거리는 것이 사정의 때가 온 것 같았다. 희성이 얼굴을 찌푸리며 쾌감을 쫓다가 도윤의 손을 끌어와 자신의 것을 쥐게 했다. 자신의 것을 쥔 도윤의 손등을 덮고 손을 움직인 희성의 허리가 숙여졌다. 희성이 사정했다. 도윤의 가슴팍에 튄 정액을 엄지로 문지르다 뒤로 손을 뻗은 희성이 피가 묻어나는 손가락을 확인하곤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까부터 따끔거린다 싶더니 뒤가 찢어진 모양이었다. 희성은 피가 묻은 손가락을 도윤의 가슴팍에 흩어진 정액에 문질렀다.

희성의 강요로 뒤집힌 자세에 도윤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엉성하게 자리를 잡은 도윤은 자신의 것을 쥐고 희성의 아래에 맞추려다 눈까지 떨며 고개를 저었다.

“피, 피….”

“그냥 박아.”

“피, 피나잖아!”

“그냥 박으라고.”

“싫, 안, 안 돼. 이거, 피나는….”

“하도윤, 내가 오늘 네 입술 찢었어. 알지?”

“으응, 근데 이거는….”

“너도 오늘 내 구멍 찢은 거야. 그럼 됐지?”

“아, 아니….”

“박아.”

도윤이 훌쩍거리며 피가 나는 아래를 힐끔거리다 지금 안 박으면 자기가 일어난다는 희성의 말에 아래를 맞췄다.

“이렇게 하는 거 맞, 맞아?”

“도윤아, 빨리 박기나 해.”

“아플, 것 같은데….”

“아파도 내가 아프니까 넌 박기나 하라고.”

“흐읏….”

귀두가 안으로 들어서자 도윤이 박히는 희성보다 먼저 신음을 터뜨렸다. 도윤이 고개를 저으며 삽입을 이어가다가 도저히 못 참겠는지 희성의 어깨에 이마를 묻었다. 그래봤자 반도 들어오지 않았음을 안다. 희성의 인내심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래서 도윤의 허리에 다리를 감고 그를 끌어당겼다. 혼자 느끼는 사이 더 들어선 성기에 도윤의 신음이 귓가에 흩어졌다. 어이가 없었다. 박히는 건 난데 어째 느끼기는 도윤이 더 느끼는 것 같았다.

“도윤아.”

“흐응, 응, 응.”

“너 혹시 누구한테 박히고 있는 건 아니지?”

“읏, 뭐?”

“됐어, 박기나 해.”

“으응….”

어색하게 허리를 쳐올리는 힘에도 아래는 오물거리며 성기를 받아냈다. 성기를 감싸는 내벽에 도윤이 눈물을 터뜨렸다. 굵은 눈물방울이 후드득 희성의 얼굴에 떨어졌다. 참나…. 희성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도윤아 좋아?”

“흑, 끅….”

“혼자 좋으면 다야?”

“나, 나아…못 하겠, 읏, 어….”

어이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잠시 천장을 보며 한숨을 쉰 희성이 다리에 힘을 줘 허리를 더 끌어당겼다. 안으로 꾹 들어오는 성기에 그제야 자신도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 흣. 희성에게서 신음이 터지든가 말든가 도윤은 이마를 비비며 앓기 바빴다.

“도윤아, 내가 목 핥아줬던 거 기억하지.”

“으응, 응.”

“똑같이 해봐.”

“지, 지금?”

희성이 뒷머리를 잡아당겨 목에 대주자 도윤이 망설이는가 싶더니 또 물을 마시는 동물마냥 할짝거린다. 감질 나는 혀 놀림에 희성은 뒤통수를 콱 눌렀다.

“내가 언제 그따위로 했어?”

“어, 어떻게 해?”

“그냥 물고 빨아.”

물고 빨라고 했더니 이번엔 사탕을 먹는 것처럼 쪽쪽거리며 빨기 시작했다. 아까보다는 좀 나았다. 근데 문제는 또 다른 곳에서 터졌다. 빠는데 집중한다고 아래가 조용했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희성은 참을 인을 그리다가 뒷머리를 잡아챘다. 빨라고 해서 열심히 빨고 있었는데 머리채가 잡힌 도윤이 아픈 듯 얼굴을 찡그렸다.

“야.”

“으응, 응?”

“허리도 움직여야지.”

“응?”

희성이 허리를 당기자 도윤이 입술을 깨물고는 서툴게 아래를 쳐올렸다. 찢어진 입구가 따끔거렸지만 참았다. 희성이 조금씩 느껴지는 쾌감에 입을 벌렸고 도윤은 여전히 어설프게 삽입을 이어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도윤은 3번의 사정을 마쳤다. 희성은 무섭다고, 오늘은 이상한 것을 쏟아내기 싫다고 제발 그만해달라고 엉엉 우는 도윤과 합의를 봤다. 그 결과 엎드리고 누운 희성이 뒤를 돌아봤다. 희성의 뒤에서 머뭇거리던 도윤은 자신이 쏟아낸 정액과 피가 섞여있는 아래를 자세히 보지도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안 할 거면 누워.”

“시, 싫어.”

“그럼 빨아.”

“…….”

“더러워? 다 네가 싼 건데 뭐가 더러, 응….”

희성의 입에서 더한 음담패설이 쏟아지기 전에 몸을 숙인 도윤이 부들부들 떨리는 혀를 아래에 가져다 댔다. 솔직히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싼 정액을 먹는 것도 싫었고 피가 난 곳을 핥아야 하는 것도 싫었다. 하지만 싫다고 하면 희성이 자신의 위에 올라타 또 이상한 것을 쏟게 만들 것이 뻔해서 빨아야만 했다. 벌어진 아래를 할짝거리다 고개를 들어 희성을 힐끔거렸다.

“네가 찢어놓은 거야.”

“…….”

눈만 마주치면 음담패설이 이어졌다. 도윤이 훌쩍거리며 희성의 아래에 혀를 밀어 넣었다. 읏. 희성에게서 간간이 신음이 터져 나왔다. 주름진 입구를 핥다가 내벽을 문지르자 희성이 나른한 숨을 쉬더니 스스로 앞을 만지기 시작했다.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 지 몰라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눈을 감은 채 내벽을 문지르고 빨자 느낌이 이상했다. 그래서 눈을 다시 떴다. 내벽을 빨면 빨수록 안에 사정했던 것들이 미끌거리며 입안으로 들어왔다. 도윤이 얼굴을 구기다 숨을 뱉자 희성의 손이 빨라졌다. 뱉지도 못하고 머금고 있다가 희성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냥 삼켜버렸다. 속이 울렁거렸지만 희성이 더 무서웠다. 희성이 자신의 뒤를 빨았을 때를 생각하며 혀로 내벽을 꾹꾹 눌렀다.

“하아, 도윤아….”

“으응.”

“더 깊게 넣어봐.”

“더, 더?”

“응, 그렇게. 응….”

귀두를 문지르며 신음하던 희성이 더 깊게 들어서는 혀에 눈을 감았다. 묽은 액이 투둑, 침대에 뿌려졌다. 희성이 사정한 것도 모르고 내벽을 문지르고 빨며 안을 비운 도윤이 무너지는 허리에 입을 떼어냈다. 희성이 떨고 있었다. 손등으로 입을 닦고 다가간 도윤이 눈을 감고 있는 희성을 내려다보았다.

“아, 아파?”

“…….”

“희성아, 희성아.”

“안 아파.”

“…일, 일어날 수 있어?”

“내가 넌 줄 알아?”

헛웃음을 터뜨리며 눈을 뜬 희성이 울상인 도윤을 올려다보다 몸을 일으켰다. 분명 희성이 뒤를 빨아줬을 때 자신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안긴 채로 욕실까지 갔었다. 근데 희성은, 무슨 힘이…. 조금 억울했다. 이불을 만지작거리는 도윤에게 자신이 입고 왔었던 가운을 입혀준 희성이 다리를 후들거리지도 않고 일어나 도윤을 욕실까지 이끌었다.

희성과 함께 욕실에 들어왔지만 도윤에겐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새 가운을 걸치고 욕조에 물을 받고 있는 희성의 뒤에 서서 눈치를 보던 도윤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 화장실….”

“왔잖아.”

“보, 볼일 보고 싶어서….”

“…….”

“잠깐만 나가있으면 안 돼…?”

“왜?”

“…급해서….”

정말 걸치기만 했지 가운을 여미지는 않아서 아직 반이나 기립해있는 희성의 것이 눈에 들어왔다. 희성을 만족시키려면 대체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혼란스러웠다. 가운의 끈을 만지작거리며 눈알을 굴린 도윤이 머뭇머뭇 화장실 문을 열어주었다. 희성은 삐딱하게 서서 허리에 손을 얹고 있다가 다가와 문을 닫았다. 쾅.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요란하게도 들려왔다. 도윤은 자신에게 다가와 가운의 끈을 푸는 손에 당황해선 스르륵 풀리는 끈을 잡아챘다.

“저, 저리 가.”

“급하다며.”

“생각해 보니까 별로 안 급해!”

“웃기지 마.”

“…안, 안 웃긴데….”

“도윤아, 내가 지금 말장난하자는 것 같아?”

“…….”

끈을 잡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손을 쳐내자 가운이 벌어지고 붉게 얼룩덜룩 해진 몸이 드러났다. 자신이 만들었지만 꽤 볼만한 모습이었다. 도윤을 변기 앞에 세워두고 뒷목과 이어지는 어깨에 입을 맞춘 희성이 앞으로 손을 뻗어 배를 토닥거려주었다.

“급하다며.”

“…….”

“해.”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좋으니까.”

어깨를 빨다가 깨물고 다시 빨아올렸다. 새로운 흔적이 어깨에 피어났다.

“안 해. 나 안 할 거야.”

“왜?”

“이걸 어떻게 해? 창피하잖아!”

“뭐가 창피해? 너 내 안에서도 쌌잖아.”

“그건, 그거느은….”

어깨를 잘근잘근 물면서도 배를 문지르는 손길은 여전해서 도윤이 입술을 깨물었다. 볼일을 보고 싶기는 했다. 근데 희성이 보는 앞에서, 희성의 손안에서 보고 싶지는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도윤이 이건 진짜 못하겠다며 희성을 밀어내려 뒤를 돌았다.

“그렇게 못하겠어?”

“당연하지!”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도윤은 일말의 희망을 품고 희성을 쳐다봤다. 희성은 도윤을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말랑해진 유두를 손바닥으로 둥글게 굴렸다. 흠칫, 뒤로 빠지는 몸을 끌어당겨 목을 물었다. 미약하게 이어지는 자극에서 벗어나려 손을 뻗은 도윤이 헉, 소리를 내며 입을 틀어막았다. 희성은 눈을 깜빡이며 상황을 판단하려 애썼다. 자신의 얼굴은 돌아갔고, 작지만 살을 때리는 소리도 들렸었다. 심하게 아프진 않았지만 볼에서 느껴지는 따끔거림이 있었다. 헛웃음이 났다. 도윤에게 뺨을 맞았다. 근데 더 어이가 없는 것은 도윤에게 한대 맞았다고 반쯤 기립해있었던 성기가 완전히 발기했다는 점이었다. 꺼떡거리며 배에 붙은 것이 어이가 없었다.

자기가 때려놓고 맞은 사람보다 더 놀라 입을 막고 있던 도윤의 시선도 아래에 닿았다. 희성이 볼 안의 살을 혀로 문지르다 도윤을 바라본다.

“시, 실수야.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 아니라.”

“도윤아.”

“미안, 미안해. 나는 진짜…끅, 때리려던 게 아니고, 그냥 네가 자꾸….”

맞은 사람보다 더 놀란 도윤이 딸꾹질을 시작했다. 희성을 때렸다는 사실이 꿈만 같았다. 이게 꿈은 아닐까? 도윤이 딸꾹질을 하며 눈치를 봤고 희성은 자신을 보고 있는 몸을 다시 돌려세웠다. 반항할 틈도 없이 도윤의 것을 쥔 희성이 뒷목을 잇자국이 남도록 깨물었다. 거울을 통해 찡그려진 얼굴을 보던 희성이 성기를 쓸고 주물렀다. 안 그래도 볼일을 못 봐서 고통스러운데 자극까지 더해지니 눈앞이 아찔했다. 절로 나오는 신음을 참으며 끙끙거리던 도윤이 점점 더 세지는 악력에 눈을 질끈 감았다. 욕조에 물을 받는 소리와 더불어 차마 듣기 민망한 소리가 쪼르륵 욕실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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