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27)

새학기(1)

  

  

도윤은 집에 와서부터는 잠만 잤다. 잠을 자지 않을 때는 씻을 때와 화장실이 가고 싶을 때밖에 없었다. 연석이 올라와도 잠만 잤고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고 밥도 먹지 않았다. 물도 거부했다. 희성은 죽은 사람처럼 잠만 자는 도윤을 살짝 깨워 입에 머금은 물을 조금씩 흘려 넣어주었다. 정말 딱 거기까지였다. 혀를 밀어 넣지도 않았고 물만 넘겨주었다. 목울대가 움직이면 또 머금은 물을 넘겨주었다.

이대로 두면 또 쓰러질 것 같아 사람까지 불러 집에서 링거까지 맞혔다. 희성은 똑똑 떨어지는 링거액을 보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죽은 듯이 감겨 있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위로 올라갔다. 희성이 침대에 앉아 앞머리를 넘겨주었다.

“…뭐야…?”

“이제 일어날 마음이 좀 생겼어?”

“…….”

손에 꽂힌 링거 바늘을 확인하곤 다시 스르륵 제자리를 찾아가는 팔에는 힘이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며칠이 지났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희성이 반대편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걸고 느릿하게 깜빡이는 눈을 쳐다봤다. 초점이 없는 저 눈이 싫었다. 원래 엄청 예쁜 눈인데 지금은 전혀 예쁘지 않았다.

“오늘은 죽이라도 먹어.”

“…배 안 고파.”

“오늘도 안 먹으면 지금 입고 있는 옷 다 벗길 거야.”

“네가 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

모든 것을 포기한 말투에 희성이 어금니를 꽉 물었다. 이 꼴을 보느니 1층에서 죽을 받아오는 편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희성이 방을 나가자 도윤이 다시 눈을 감았다. 잠을 자면 꿈에 어렴풋이 엄마가 나오는 것도 같았다. 그래서 잠이 오지 않아도 자고 싶었다. 옆으로 돌아누워 눈을 감은 도윤이 다시 잠을 청했다.

도윤을 위해 끓여놓은 죽은 언제라도 들고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져있었다. 죽과 물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간 희성은 문을 열었다가 오늘도 자신을 반겨주는 등에 들고 있던 것을 끝에 내려두고 어깨를 잡아 돌렸다. 더 이상 이 꼴을 봐주고 싶지 않았다. 갑자기 돌려진 몸에 거의 잠이 들 뻔했던 눈이 뜨였다. 도윤이 눈을 찡그리자 이번엔 희성이 도윤을 강제로 끌어당겨 앉혔다. 현기증이 났다.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냐고 한마디 하기 위해 벌어진 입술에 숟가락이 들어왔다. 찡그린 얼굴 그대로 죽을 머금은 도윤이 또다시 죽을 뜨는 숟가락을 보았다.

“삼키고 아, 해.”

“나 좀, 그냥…놔두면 안 돼?”

“아.”

“꿈에 자꾸 엄마가 나와. 이제 나는 꿈에서만 엄마를 볼 수가 있는데, 그런데….”

“입 크게 벌려.”

“왜 자꾸 잠도 못 자게 해? 왜, 왜…엄마도 못 만나게 해?”

“먹고 만나. 먹고 만나서 어머니한테 네가 뭘 먹었는지 얘기해.”

“…….”

“네가 이따위로 아무것도 안 먹고 잠만 처자고 있으면 어머니가 좋아하실 것 같아?”

“…….”

“그러니까 입 벌려.”

도윤이 입술을 물고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깨물고 있는 아랫입술과 턱이 동시에 떨렸다.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고 입을 벌린 도윤에게 죽을 먹여준 희성이 흐으, 하고 새어 나오는 울음에도 계속해서 죽을 먹여주었다. 어느새 죽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희성이 남은 죽을 모두 긁어모아 도윤의 입에 넣어주었다.

“앞으로 내가 가져오는 밥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어.”

“…응.”

“그거 다 먹기만 하면 네가 하루 종일 자빠져 자든, 울든 상관 안 해.”

“알…았어….”

“그리고 아버지 올라오면 방에 들여도 괜찮으니까 만나서 얘기 좀 해. 며칠째 방 앞에서 들어오지도 못하고 서성거리는 거 거슬리니까.”

“응….”

희성이 작게 혀를 차곤 빈 그릇과 컵을 들고일어났다. 앉아서 눈치만 보던 도윤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고마워….”

문을 열고 뒤를 돌아본 희성이 잠시간 지친 얼굴을 들여다보다 1층으로 내려갔다. 도윤은 다시 꼬물거리며 누워 똑똑 떨어지는 링거액을 올려다보았다. 우울함에 자꾸만 잠이 왔다. 천천히 떨어지는 링거액을 보며 꿈에서 엄마를 만나면 할 말을 골랐다. 희성이가 죽을 줬어요. 먹기 싫었는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먹었어요. 내일은 아빠랑 얘기도 할게요. 떨어지는 링거액이 흐릿해졌다. 며칠 내내 겨울잠을 자는 동물마냥 잤는데도 또 잠이 왔다. 엄마를 부르는 목소리가 늘어졌다.

분명 마지막 기억으로는 혼자였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면 항상 옆이나 뒤에 희성이 있었다. 도윤이 옆으로 돌아누워서 자는 날엔 뒤에 붙어서 허리를 끌어안고 있었고 바른 자세로 천장을 보고 자고 있으면 머리 뒤로 희성의 팔이 들어와 있었다. 뒤에서 끌어안고 있을 때는 빠져나오기가 조금 힘들었는데, 팔베개를 해주고 허리를 끌어안은 자세로 자고 있는 날엔 빠져나오는 게 조금 더 수월했다.

요즘엔 밥도 잘 먹고 아버지와 대화도 잘 나누었다. 하지만 우울함은 그대로라 눕기만 하면 잠을 자곤 했다. 과외는 물론 도윤이 괜찮아질 때까지 미뤄졌다. 계단을 지키고 서있던 아저씨도 없어졌고, 혼자 1층으로 내려가도 희성은 잠자코 있었다. 계속 잠만 자다 보니 이제는 전에 자신이 뭘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자신이 우울함에 빠져 잠만 자는 동안 콩이는 희성이 돌봐주었다. 쳐다보기도 싫다며 질색하던 희성은 이제 콩이에게 간식도 주곤 했다.

개학도 금방 금방 다가왔다. 며칠 전에는 학교 홈페이지에서 새로운 1년을 다니게 될 반을 확인했다. 희성과는 또 같은 반이었다. 이제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냥 이게 자신의 운명 같았다. 시간을 아무리 되돌려도 자신은 희성의 옆에 있게 될 것이 뻔했다.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자신은 희성과 같은 반이었을 거다. 희성에겐 그럴만한 힘이 있었다.

욕실에서 씻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 앞에 서자 문이 저절로 열렸다. 문이 언제부터 자동문이었지. 도윤이 의미 없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들자 막 잠에서 깬 희성이 허리를 끌어당겼다. 가만히 안겨주자 불안정했던 호흡이 점점 안정을 되찾아갔다. 허리가 조여드는 힘에 고통이 일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도윤의 손은 여전히 희성에게 닿아있지 않은 채였다.

“내가 눈 떴을 때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시야 안에 있어.”

“…응.”

“나보다 먼저 일어나지 마.”

“응.”

“넌 그러면 안 돼.”

“응.”

희성의 말에 대답은 꼬박꼬박 해주고 있었지만 시선은 멍하니 방을 향했다. 방금 막 욕실에서 나왔던 몸이 다시 욕실로 끌려들어 갔다. 도윤은 욕조에 걸터앉아 희성이 씻는 것을 구경했다. 양치까지 모두 끝내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은 희성이 턱을 잡아 올려 뽀뽀했다. 도윤은 마치 말을 못 하는 인형처럼 눈만 깜빡였다. 화한 민트 향이 코끝을 스쳤다. 오랜만에 입안을 찾은 혀는 곧바로 얌전한 혀를 옭아맸다. 턱을 아래로 살짝 잡아당기자 입이 조금 더 벌어졌다. 희성은 눈을 내리깔고 도윤의 속눈썹을 쳐다봤다. 도윤에게선 아무런 반응도 오지 않았다. 떨어지는 입술 사이로 이어진 타액도 아깝다는 듯 핥고 입술을 빨아들인 희성이 턱을 올려 그 위로 입을 맞추고 목을 아프지 않게 물었다가 놓아주었다.

대체 이 작은 머리를 가지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졌다. 희성이 낮은 한숨을 쉬고 도윤과 함께 욕실을 나왔다. 아마 자신이 밥을 가져오는 동안 도윤은 또 침대에 누워있을 거고, 밥을 다 먹고 나서도 누워있을 것이다. 행동반경도 늘어났는데 도윤은 방에만 있었다. 자신이 원한 모습이 이런 것이었고, 평생을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었으나 퍼즐 조각이 자리를 잘못 찾은 것 같은 그런 느낌. 희성이 침대에 누워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올리는 도윤을 보고 1층으로 내려갔다.

오늘도 도윤이 좋아할 만한 반찬으로 채워진 트레이를 들고 침대에 앉은 희성이 도윤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 짧은 사이에도 잠을 잔 모양이었다. 도윤이 느릿하게 일어나 숟가락으로 손을 뻗었고 희성이 쳐냈다. 도윤이 스스로 먹을 수 있는 것은 물 밖에 없었다. 마른 입술을 물로 축이고 희성을 보는 눈이 아래로 살짝 처졌다. 눈 꼬리가 살짝 올라가있는 눈이었는데 힘이 없으니 더 순해졌다. 쌍꺼풀도 조금 짙어졌다. 아마 계속 자고, 겨우 일어나있으면 울고 또 지쳐서 잠들기를 반복한 탓에 부어있는 것 같았다.

아침이라 속이 편하라고 끓여준 계란 국을 떠서 입에 넣어주었다. 이어서 숟가락에는 밥과 불고기가 올려졌다. 또 얌전히 받아먹었다. 꼭 소꿉놀이를 하는 모양새라 앙 다물린 입술과 천천히 움직이는 볼을 눈에 담던 희성이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머리카락이 많이 자라서 더 예뻤다. 목울대가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희성이 다시 밥과 반찬을 얹어 입에 넣어주었다.

군말 없이 주는 밥을 넙죽넙죽 받아먹던 도윤이 입에 든 음식을 한쪽으로 밀어두고 물었다.

“너는 왜 안 먹어?”

“나중에.”

“같이 먹어….”

“나중에. 다 먹었어?”

“으응, 아직….”

다시 밥을 꼭꼭 씹어서 삼킨 도윤이 희성의 손에 있던 숟가락을 뺏어다 밥을 떴다. 그리곤 자신이 받아먹었던 것처럼 밥 위에 불고기를 얹어 희성의 앞에 들이밀었다. 희성은 미간을 좁혔다.

“너나 먹어.”

“먹어, 응?”

“…….”

숟가락이 입술 앞에서 작게 흔들렸다. 못마땅한지 굳게 닫혀있던 입술이 결국 숟가락을 물었다. 희성이 밥을 씹자 그제야 작게 웃은 도윤이 국을 떠다 주었다. 그것도 못마땅했지만 받아먹었다. 또 밥을 주려기에 숟가락을 얼른 뺏어서 도윤에게 내밀었다.

오늘은 기필코 도윤을 끌고 정원이라도 나가보기로 했다. 자신은 코트만 걸치고 도윤에겐 패딩과 목도리 장갑까지 끼워준 희성이 나가기 꺼려 하는 도윤의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왔다. 도윤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저택의 사람들은 모두 도윤을 신경 썼다. 식사는 평소보다 더 신경을 썼고, 도윤이 1층으로 내려오면 다들 아닌 척 시선을 주었다. 신발까지 신겨주는 희성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눈이 이어서 열리는 문으로 향했다.

밖으로 나와 본 것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처음이었다. 무서웠다. 나가면 세상이 무너질 것 같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꼭 엄마가 없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것 같아 나가기가 싫었다. 머뭇거리는 도윤을 끌고 현관을 벗어난 희성이 깔끔하게 정리된 정원을 걸었다. 슬슬 꽃이 피려는지 꽃봉오리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희성에게 잡힌 손만 내려다보며 걷던 도윤이 답답해지는 가슴에 걸음을 멈추었다. 말없이 걷던 희성의 걸음도 뚝 멈춰 섰다.

“왜.”

“…….”

“언제까지 그렇게 방에 처박혀서 잠만 잘 거야?”

“아….”

“네 주변 사람들은 생각도 안 해?”

“하아, 잠, 잠깐….”

“이제 정신 좀 차려.”

“잠, 흐으, 나, 나….”

“…너 왜 그래?”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희성이 급하게 목도리를 풀고 패딩을 살짝 내려주었다. 도윤은 답답한지 벅찬 숨을 뱉고 있었다. 그새 빨갛게 언 손이 도윤의 얼굴을 붙잡았다. 고통스러운지 눈물이 고인 눈이 희성을 보고 있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희성이 도윤을 끌어안고 뒤통수를 쓰다듬어주었다.

거칠었던 숨소리가 조금씩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희성이 끌고 안고 있던 몸을 놓아주고 도윤을 살폈다. 고개를 숙인 도윤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동시에 흘러나오는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내, 내가 힘든데, 내가…왜….”

“…….”

“내가, 제일 힘든데…내가, 끅, 왜….”

“…….”

“다른 사람들을, 생, 생각해야 하는데…?”

“…….”

“흐으, 내가…내가 힘들다는데, 여기에 나만큼, 끅, 힘든 사람이…어디 있어…?”

“도윤아.”

원망스러운 시선이 꽂혔다. 도윤이 바르작거리며 희성에게서 벗어났다. 눈물을 닦으며 비틀비틀 걸어가는 뒷모습이 그저 불안해 보였다. 혼자 집으로 가는 것 같던 도윤은 결국 밀려드는 감정을 감당하지 못하고 중간에 주저앉았다. 천천히 다가가 그 앞에 쪼그리고 앉은 희성이 얼굴을 들어 눈물을 닦아주었다.

“여기서 다 울어.”

“끅, 흐, 윽….”

“오늘 다 울어.”

“엄, 마, 보고, 싶어….”

“알아.”

쏟아지는 눈물을 계속 닦아주며 눈두덩이 위로 입을 맞춰준 희성이 숨을 토해내기도 바쁜 입에 입술을 붙였다. 혀는 오가지 않았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덮은 굳건한 입술이 마치 진정되길 기다려주는 것 같아 눈을 꾹 감자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입술만 대고 있던 희성이 느릿하게 입술을 물렸다. 이제 도윤의 호흡은 일정했다. 눈물에 젖은 속눈썹을 엄지로 문질러주고 눈물로 엉망인 발갛게 열이 오른 볼도 닦아주었다.

“일어날 수 있겠어?”

“…응.”

“못 일어나겠어도 일어나.”

“…나 다리에 쥐….”

“그래서.”

“…….”

“일어나.”

“…….”

도윤이 일어나다 말고 휘청거리자 희성이 팔과 허리를 잡아주었다. 다리가 저려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도윤의 허리를 잡은 희성은 사정을 봐주지도 않고 걸었다. 다리가 너무 아파서 또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코만 훌쩍였다. 실컷 울고 나서야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도윤이 훌쩍거렸다.

“하도윤.”

“으응.”

“죽고 싶어도 살아.”

“…응?”

“네가 먼저 죽어버리면 진짜 죽여 버릴 거니까.”

“…….”

이미 죽은 사람을 또 죽인다는 말인가? 도윤이 훌쩍거리며 눈치를 봤다.

“넌 죽어도 내 앞에서 죽는 거야.”

“…….”

“나랑 같이. 같은 시간에, 같은 곳에서.”

“왜, 왜…?”

“넌 그래야 돼. 그럴 거고.”

허리에 감긴 손에 힘이 들어간다. 도윤이 자꾸만 흐르는 콧물을 장갑에 쓱 닦아냈다. 휴지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니까 네가 죽고 싶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되겠어?”

“…안 죽으면 돼.”

“또.”

“또…?”

“또.”

“…또오?”

도윤이 코를 훌쩍이며 되물었다. 이제 나무에 가려져서 집안에서도 이곳은 보이지 않았다. 희성이 도윤을 마주 보고 섰다. 도윤이 또 코를 훌쩍였다.

“내가 전에 뭐라고 했어?”

“전에…?”

“내 옆에만 있으라고 했어, 안 했어?”

“했, 했어.”

“그럼 네가 해야 될 대답이 뭐야?”

“…….”

“대답해, 여기서 또 울고 싶은 거 아니면.”

“…네, 네 옆에…있어야…돼….”

“이제 알겠어?”

“…응.”

대답 한 번하고 훌쩍거리고, 대답 한 번하고 훌쩍거리는 도윤을 귀엽단 눈으로 보던 희성이 뒷목을 끌어와 입을 맞췄다. 도윤에게서 듣는 자신의 옆에 있겠다는 말이 그 어떤 말보다 달콤하게 들려왔다.

***

두 사람의 소꿉놀이는 개학일이 다가와도 계속되었다. 희성은 도윤에게 밥을 먹여주었고, 도윤은 얌전히 받아먹었다. 밥을 먹는 중간에 자꾸 뽀뽀를 해대서 그게 좀 불편하기는 했지만 희성이 좋아하니 그냥 놔뒀다. 희성은 인형놀이를 하듯 도윤을 씻겨주기도 했고 옷을 갈아입혀주기도 했고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기도 했다.

희성의 말대로 언제까지 침대에 누워있을 수만은 없었다. 자신의 걱정에 하루하루 말라가는 아버지를 위해서, 먼저 아는 척을 해오지는 않지만 자신을 걱정하고 있는 저택의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하늘에서 보고 있을 어머니를 위해서. 도윤은 조금씩, 조금씩 움직여보기로 했다. 밥을 먹고 나면 희성과 정원을 걸었다. 예쁘게 가꾸어진 정원을 보고, 맑은 하늘을 보고 잠시 의자에 앉아 멍하니 흐르는 시간을 느끼면서 그렇게 조금씩, 살아보기로 했다.

몇 달 만에 입은 교복이 어색했다. 와이셔츠와 바지, 넥타이, 조끼까지 꼼꼼하게 챙겨 입고 그 위로 짧은 패딩을 입은 도윤이 잠깐 고민에 빠졌다. 아직 춥기는 한데, 패딩까지는 아닌가? 창문을 열어 바깥 온도를 확인해 봐도 잘 모르겠어서 볼을 긁적였다. 더우면 벗으면 되니까 그냥 입어야겠다. 가방을 메고 방을 나선 도윤이 복도에 서있는 희성의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 희성은 여전히 코트를 입고 있었다.

“가자.”

“기다려.”

“왜?”

계단을 내려가려는 도윤을 붙잡고 머리를 정리해 준 희성이 넥타이를 잡아끌어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애써 정리된 넥타이가 조끼 밖으로 삐져나왔다. 도윤이 입술을 안으로 말아 물면서 넥타이를 다시 안으로 집어넣었다.

“하지 마….”

“네가 뭔데 나한테 명령 질이야.”

“…….”

할 말을 잃었다. 희성이 괜히 넥타이를 잡아 빼곤 계단을 내려갔다. 왜 자꾸 넥타이 가지고 이러는지 모를 일이었다. 도윤이 넥타이를 다시 조끼 안에 넣으며 뒤를 쫓았다.

새 교실은 어색한 공기 속에서도 소란스러웠다. 이미 친분이 있는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무리를 만들었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홀로 앉아 책상을 정리 중이었다. 도윤은 희성의 옆에 앉아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어차피 이 반에서 졸업을 할 때까지 자신과 친구를 해줄 사람은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누군가가 다가왔다가 금방 도망가겠지. 도윤이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창밖을 쳐다봤다.

선생님은 좋았다. 처음 보는 선생님이었지만 분위기도 편했고 자기소개를 하면서 던지는 농담도 재미있었다. 1년 동안 잘 지내보자며 웃는 얼굴도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인상이었다. 자리는 지금 앉은 대로 앉아봤다가 문제가 생기면 바로 바꾸겠다는 말에 이번에도 희성과 짝이 되었다.

쉬는 시간에도 도윤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다 교과서나 문제집에 이름을 적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도윤이 책상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앞을 쳐다봤다. 앞머리를 깔끔하게 올려서 이마가 훤히 드러난 이름 모를 남자애가 인사를 해왔다.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인 도윤이 자연스레 희성을 살폈다. 핸드폰을 보던 희성의 시선이 앞자리에 닿아있었다.

“난 지상우. 너 하도윤이지?”

“…….”

얘는 희성이가 지금 본인 얼굴을 뚫을 것처럼 쳐다보는 게 안 보이나? 도윤이 혀를 내어 입술을 쓸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 내 이름 어떻게 알아?”

“너 모르는 애가 어디 있냐.”

“…왜?”

“나도 전에는 잘 몰랐는데 오늘 보니까 이제 알겠어.”

“뭐가?”

“너 되게….”

상우가 말을 다 잇기도 전에 탕, 하고 의자가 덜컹거렸다. 아마 희성이 의자를 발로 찬 모양이었다. 덜컹거리는 의자와 함께 놀란 상우가 희성을 쳐다봤다. 도윤이 침을 삼키며 희성을 쳐다봤다. 큰소리에 덩달아 놀란 상우의 짝도 함께 뒤를 힐끔거렸다.

“야.”

“어?”

“얘한테 말 걸지 마.”

“왜?”

“좆같으니까.”

아침부터 욕을 먹은 상우가 잠깐 인상을 찌푸렸다가 도윤을 쳐다봤다. 돌아보는 시선을 따라 상우를 쳐다보자 눈이 마주쳤다. 희성이 또다시 의자를 발로 찼다. 이번엔 상우가 어이없다는 얼굴을 만들어냈다.

“쳐다보지도 마.”

“허….”

“하도윤은 그냥 이 반에 없는 거야, 알아들어?”

“허….”

대놓고 투명인간 취급을 당했다. 도윤이 다시 문제집에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상우는 이상한 놈을 다 보겠다는 듯 몸을 돌렸고 희성은 그래도 화가 가라앉지 않는지 턱을 비틀다가 도윤의 손목을 잡고 일어났다. 덕분에 문제집에 이름을 적던 도윤의 손이 삐끗했고 낙서가 생겨버렸다. 새 책인데…! 도윤이 울상으로 문제집을 보다가 힘에 끌려 화장실로 들어왔다. 손을 씻는 뒤통수를 지나쳐 칸으로 도윤을 밀어 넣은 희성이 대뜸 입술부터 붙이고 봤다.

“하지 마…!”

밖에 사람이 있던 것을 떠올리며 목소리를 죽였다. 희성은 말랑거리는 하얀 볼을 틀어잡고 입을 맞추었다. 이젠 혀가 가만히 있으면 서운할 지경이었다. 도망가는 혀를 붙잡고 쪽쪽 빨아들인 희성이 콱 깨물었다. 고통에 눈물이 고였다. 도윤이 입을 틀어막고 원망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별 좆같은 게….”

“왜, 왜 깨무러?”

“좆같아서, 도윤아.”

혀가 아파서 발음이 샜다. 아직도 입을 가리고 있는 손을 내려 다가간 희성이 이번에는 입술을 잘근잘근 물다가 콱 깨물었다. 입안에 비릿한 맛이 들어서고 피를 다 마셔버리겠다는 듯 쪽쪽 빨자 도윤이 아픈지 어깨를 밀어냈다. 길게 이어진 타액을 핥고 떨어진 희성이 피가 맺히는 입술을 손으로 꾹 눌렀다. 아, 아파아…! 도윤이 의미 없는 반항을 했고 손이 떨어졌다.

“대체, 아침부터 왜, 왜 그러는 거야?”

“쓰레기 같은 게 너한테 말을 걸잖아.”

“상, 상우가 왜 쓰레기야?”

“상우?”

피가 맺힌 입술에서 나온 ‘상우’란 이름에 희성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언제 봤다고 상우거려, 씨발.

“요즘 네 사정 다 봐주고 있으니까 내가 우스워?”

“그, 런 거 아니야.”

“너한테 밥 먹여주고 씻겨주고 입혀주고 다 해주니까 이젠 그래도 될 것 같아?”

“희, 희성아…. 화, 내지 마. 무서, 무서워….”

눈도 못 마주치고 희성의 조끼 끝을 붙잡는 도윤의 손이 덜덜 떨렸다. 예비 종이 울리고 희성은 턱을 잡아 올려 입술을 찾아 물었다. 뜨거운 숨이 오가고 미끄덩한 혀가 얽혔다. 희성의 혀가 마치 끝까지 들어올 것처럼 깊게 들어왔다가 입안을 훑고 빠져나갔다.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아서 힘을 주자 희성이 어떻게 알았는지 다리 사이에 무릎을 끼워주었다. 희성의 조끼가 도윤의 손에서 사정없이 구겨졌다.

10분도 안 되는 사이에 부어오르고 터져서 피가 맺힌 입술을 손으로 가리고 교실로 들어와 수업을 들은 도윤이 따끔따끔한 느낌에 계속해서 입술을 혀로 문질렀다. 입술이 너무 아팠다. 분명 키스는 희성도 했는데 왜 나만…. 억울한지 도윤은 수업을 듣는 내내 희성을 힐끔거렸다. 그러자 희성이 교과서에 필기를 하고 책을 보여주었다. 도윤의 시선이 희성의 글씨에 닿았다.

[여기서 일 치르고 싶지 않으면 그만 쳐다봐]

필기가 아니라 자신에게 향하는 경고였다. 도윤이 얼른 고개를 들어 칠판을 쳐다봤다.

연석은 도윤이 학교를 잘 갔는지, 수업은 어땠는지, 밥은 잘 먹었는지에 대해 무척 궁금해했다. 엄마를 그렇게 보내고 학교에 간 아들이 걱정된 탓이었다. 그 마음을 모르지 않는 도윤은 아버지의 문자에 일일이 답장을 해주었다. [담임선생님도 좋아요] [급식도 맛있었어요] [사진] [희성이가 매점에서 우유도 사줬어요]

초코우유에 꽂힌 빨대를 물고 앉아서 문자를 보낸 도윤이 아까부터 자신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볼을 긁적였다. 빨대를 타고 올라온 초코우유를 쪽쪽 빨고 있는 입술을 빤히 보던 희성이 또 손목을 붙잡아왔다. 아직 초코우유 반이나 남았는데…. 도윤이 급하게 화장실을 찾는 희성을 따라 걸음을 빨리했다.

희성은 키스를 하고 싶을 때마다 찾는 화장실이 역겨워 기분이 안 좋았지만 당장 붙어먹을 수 있는 곳이 화장실밖에 없음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칸에 도윤을 밀어 넣고 초코우유에 꽂힌 빨대를 빼 바닥에 던져버린 희성이 초코우유를 입에 머금기를 요구했다.

“그냥, 네가 마시면 안 돼…?”

“난 너한테 매일 밥도 먹여줬는데 넌 이 정도도 못해?”

“아니이, 그냥 마시면….”

“그냥 초코우유가 마시고 싶은 거였으면 애초에 하나 더 사 먹었어.”

“…그러니까 내 거 그냥 마시면….”

“머리 안 돌아가? 난 네 입에서 나온 걸 먹고 싶은 거야.”

어떻게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저렇게 낯 뜨거운 말을 할 수가 있는지 의문이었다.

“…더럽잖아….”

“더 더러운 짓이 뭔지 알려줘?”

“…….”

“뒤 또 빨아줄까?”

“…….”

“좋아했잖아.”

도윤의 얼굴이 벌겋게 익었다. 수치스러워서 심장이 쿵쿵거렸다. 이따금씩 떨리던 몸을 훑자 도윤이 마지못해서 입구를 벌려 초코우유를 입에 머금었다. 희성의 낯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혀로 핥으며 입술을 붙인 희성이 사이를 가르고 들어서자마자 흘러들어오는 달달한 맛에 손을 와이셔츠 안으로 밀어 넣었다. 차가운 손이 맨살에 닿자마자 힘 조절을 실패한 도윤의 입에서 초코우유가 왈칵 쏟아졌다. 초코우유가 턱을 타고 흘렀다. 희성이 아깝다는 듯 혀로 턱을 핥았다.

“손, 손 빼주면 안 돼…?”

“왜?”

“차가워….”

“그게 다야?”

“으응, 응.”

도윤의 손을 기울여 다시 초코우유를 머금게 시킨 희성이 곧바로 입술을 붙였다. 도윤과 희성의 목울대가 동시에 일렁였다. 그것도 부족한지 질척하게 얽히는 혀를 힘 있게 빤 희성이 납작한 배를 문질러주었다. 살이 좀 쪘으면 좋겠는데….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을 빤 희성이 또 초코우유를 먹였다. 도윤은 이제 초코우유도 마음대로 마시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를 불쌍히 여기며 초코우유를 머금다 저도 모르게 꿀꺽 삼켜버렸다. 희성이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물렸다.

잠시 정적이 찾아왔고, 도윤이 허겁지겁 남은 초코우유를 모두 입에 털어 넣었다. 희성이 빈 우유갑을 바닥에 던지고 입술을 찾았다. 도윤의 입안에 남은 초코우유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싹싹 핥고 빨아먹은 희성이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떨어졌다. 입술이 부어있는 것이 느껴졌다.

“맛있다, 도윤아.”

“으응….”

급식을 먹고도 배부른 티를 내지 않던 희성이 아주 만족스럽게 웃으며 도윤에게 뽀뽀했다. 둘은 오랜 시간 초코우유를 함께 마시고 나와서 양치를 했다. 그리곤 또 민트 향을 맡으며 키스했다. 학교에서 이렇게 오래 키스를 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도윤이 아픈 입술을 문지르며 자리에 앉아 다음 수업을 기다렸다.

요즘 희성의 기분은 최악이었다. 조금씩 괜찮아지는 것 같던 도윤이 또 굴을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고, 학교에서는 상운지 상훈인지 뭔가 하는 놈이 자꾸 도윤에게 말을 걸어댔다. 도윤은 쉬는 시간마다 핸드폰으로 가족사진만 봤는데 별 쓰레기가 대체 핸드폰으로 뭘 하냐며 기웃거렸다. 오늘도 그랬다. 어머니를 확대시켜놓고 물끄러미 보던 도윤의 핸드폰이 상우의 손에 들어갔다. 도윤이 당황해서 손을 뻗었다.

“줘!”

“뭐야? 가족사진?”

“빨리 줘!”

“매일 핸드폰만 보고 있던 게 이거 때문에…아!”

핸드폰을 가져오기 위해 안절부절못하던 도윤의 고개가 상우의 얼굴을 치고 떨어지는 필통과 함께 바닥으로 향했다. 교실에 있는 눈동자들이 모두 구석으로 향했다. 필통에 얼굴을 맞은 상우가 핸드폰을 책상에 내려두고 눈썹을 문질렀다. 운이 좋게 눈썹을 때리고 떨어졌지만 만약 운이 좋지 않았다면 눈이었을 것이다.

“내 말이 어려웠어? 내가 영어로 말했었나?”

“너 때문에 평생 앞도 못 보는 줄 알았잖아!”

“그렇게 만들어줘?”

“뭐?”

며칠 내내 도윤에게 관심을 보이던 상우 때문에 안 그래도 심기가 언짢았는데 오늘이 날인 듯싶었다. 희성이 아직 충분히 남아있는 시간을 확인하고 일어나 상우의 앞에 섰다. 핸드폰을 책상에 넣은 도윤이 희성을 말리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이미 상우의 머리는 책상에 처박히고 있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책상에 이마를 박은 상우가 아픈지 신음을 흘렸고 교실이 조용해졌다. 뒤통수를 꾹 누르는 힘에 상우가 벗어나려 팔을 허우적거렸다. 희성이 머리채를 잡고 들어 올려 다시 책상에 처박았다. 도윤은 자신이 맞는 것도 아닌데 무섭고 아파서 아예 눈을 감았다.

“하도윤한테 말 걸지 말라고 했잖아, 씨발아.”

“윽….”

“귀먹었어?”

“손, 좀…아윽!”

“내가 묻잖아, 너 귀먹었냐고.”

“아, 니, 아니!”

둔탁한 소리가 또 교실에 울려 퍼졌다. 상우의 머리채를 잡았던 손을 내려다본 희성이 더럽다는 듯 보다가 손을 씻기 위해 교실을 나갔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상우의 신음에 도윤이 아예 책상에 엎드렸다. 너무 무서워서 몸이 떨리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냥, 핸드폰만 받고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희성은 상우의 이마를 박살 낼 것처럼 굴었다. 조용해진 교실은 다음 수업이 진행될 때까지도 조용했다. 수업이 시작했는데도 도윤의 옆자리는 비어있었다. 차라리 그게 다행인지도 몰랐다. 화가 난 희성은 일단 무서웠다.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어도 무서웠다. 자꾸 희성이 욕을 하는 장면과, 상우의 머리가 책상에 처박히는 소리가 자동 재생되었다.

희성은 수업이 시작되고도 20분이나 지나서야 교실에 나타났다. 선생님에게 인사도 없이 들어와 자리에 앉은 희성은 처음부터 수업을 들었었던 사람처럼 집중했다. 그리고 다음 시간부터 도윤의 앞자리는 상우가 아닌 다른 아이가 앉았다. 도윤은 아예 맨 끝으로 도망가 버린 상우를 최대한 쳐다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3학년의 점심시간은 1,2학년들보다 이른 편이었다. 그래서 점심을 먹고 나면 주어지는 시간이 많았다. 누군가는 여전히 축구를 뛰러 운동장으로 나갔고 누군가는 도서실에서 조용히 공부를 했고 또 누군가는 교실에만 앉아있기가 너무 답답하다고 산책을 하기도 했다.

도윤과 희성은 교실을 지키는 편에 속했다. 점심을 먹고 당연한 수순으로 매점에 들러 희성이 사준 간식을 품에 안고 교실로 돌아온 도윤이 오늘따라 먹지도 않고 만지작대기만 했다. 남들보다 피부가 하얀 편인 도윤은 검은색 후드를 입고 있으면 하얀 피부와 대조되어 이상한 마음을 먹게 했다. 턱을 괴고 도윤의 얼굴을 구경하던 희성이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려 손을 뻗자 몸이 움찔거린다. 희성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지레 겁을 먹고 몸을 움츠린 도윤이 아차 싶어서 다시 어깨를 폈다. 그러나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닦을 수건도 없었다.

“내가 너 때렸어?”

“…….”

“대답해. 내가 너 때렸냐고.”

“아, 아니….”

“근데 왜 피해.”

“…….”

“내가 화를 냈으면 좋겠어? 그게 네 목표야?”

“아, 아니야.”

“그런 거라면 성공한 것 같네.”

“나, 나는, 그런 게 아니라, 나는 그냥….”

“말더듬지 말고 똑바로 말해.”

“나는, 그러니까….”

“너도 귀먹었어?”

오전에 상우를 인정사정없이 책상에 처박던 희성이 떠올랐다. 도윤이 입안의 살을 깨물고 눈을 내리깔았다가 입을 열었다. 최대한, 최대한 말을 더듬지 않으려 노력했다.

“미, 미안해, 난….”

하지만 입을 열자 쏟아진 것은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였다. 도윤이 눈을 질끈 감았다. 희성은 턱을 비틀다 교실을 둘러봤다. 교실에는 자신들을 포함해도 겨우 10명이 안 되는 인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 하도윤을 깔아서 키스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하도윤을 깔면 모두가 자신에게 깔린 하도윤을 보게 된다. 희성이 다시 턱을 괴고 도윤을 관찰했다.

“과자는 왜 안 먹어.”

“나중에 먹을 거야….”

“지금 먹어.”

“…알았어.”

반항도 제대로 못할 거면서 매일 개기고 보는 도윤이 그저 웃기고 귀여웠다. 자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과자를 뜯어 야금야금 먹는 도윤을 빤히 보다가 입을 벌리자 교실을 둘러보곤 과자를 입에 넣어준다. 입안에 확 퍼지는 짭짤한 맛에 혀로 입천장을 문질렀다. 도윤은 희성이 먹기 편하게 봉지를 뜯고 있었다.

“도윤아.”

“응?”

“오늘 집에 가면, 하자.”

“…뭘…?”

희성의 엄지와 검지가 만나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그 손 모양이 뭘 뜻하는지 몰라서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자 희성이 혀를 내밀어 그 위를 핥았다. 그제야 이해가 됐다. 도윤이 목이 아플 정도로 고개를 저었다.

“싫어?”

“싫어. 나 안 해.”

“왜, 빨아줄게.”

“싫, 싫어.”

“궁금하지 않아?”

“뭐가?”

희성이 동그라미를 만들었던 손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과자를 먹지도 못하고 불안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에 당장 입을 맞추고 싶었다.

“나는 너한테 박혀서 뒤로만 갔는데, 그게 너한테도 해당이 되는지?”

남의 눈치도 보지 않고 술술 뱉는 말에 도윤이 대신 교실을 훑었다. 각자 자기 할 일만 하고 있어서 지금 이 대화를 듣고 있는 사람은 없었으나 희성에겐 수치심이란 것도 없는지 궁금해졌다.

“학교에서 그런 말 하지 마. 누가 들으면, 어, 어떡해.”

“들어봤자.”

“그래도…하지 마….”

“왜 그렇게 부끄러워해? 네가 박히는 것도 아니면서?”

“또 이상한 말….”

희성과 함께 몸을 섞었던 날들이 머릿속을 스쳐가자 도윤의 얼굴이 벌겋게 익었다.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귀를 보자 웃음이 터졌다. 희성이 손가락으로 도윤의 볼을 살짝 밀어냈다.

집으로 돌아온 도윤은 누가 잡으러 오지도 않는데 혼자 바쁘게 움직여 교복을 벗고 욕실로 도망쳤다. 그리곤 오랜 시간 샤워를 하고 머리에 수건을 얹고 나와서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얼굴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수건으로 꽁꽁 감싸고 있는 게 더 꼴린다는 걸 대체 왜 모르는 걸까, 희성이 웃으며 욕실로 들어갔다. 도윤이 막 씻고 나온 탓에 욕실은 물기가 가득했고 더워서 숨을 쉬기가 답답했다.

저녁은 1층에서 함께 먹었다. 자신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해놓고 도윤의 밥그릇에만 반찬을 올려줬다. 덕분에 도윤의 젓가락은 깨끗했다. 오로지 숟가락으로만 밥을 싹싹 비운 도윤이 공부를 하겠다고 도망가는 것을 붙잡아 욕실에 처박았다. 두 사람은 욕실에 나란히 서서 양치를 했고, 도윤은 평소보다 더 느리게 양치를 하다가 걸려 희성에게 욕을 먹었다. 입을 헹군 뒤 수건으로 입을 닦지도 못하고 방으로 끌려온 도윤은 침대에 눕혀지자마자 손으로 입술을 틀어막았다.

바로 키스부터 하려던 희성이 같잖다는 시선으로 도윤의 손을 끌어내렸다.

“지, 진짜 할 거야?”

“속고만 살았어?”

“나는 하기 싫, 싫은데…?”

“그래서.”

“안 하면 안 돼? 응?”

“지금 네 말을 들으면 나중에 나한테 뭘 해줄 건데?”

뭘 해주다니…. 도윤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희성을 올려다봤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들어오자마자 붙어먹었어야 했는데 시간을 끄는 도윤 때문에 짜증이 올라왔다. 희성이 몸을 숙여 입을 맞추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일어나 방을 나갔다. 희성의 방에 홀로 덩그러니 남겨지게 된 도윤이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문만 쳐다봤다. 희성은 1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다시 돌아왔다. 방에 들어온 희성의 손에는 학교에서 입고 있었던 검은색 후드가 들려있었다. 그건 왜? 도윤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한가득 떴다.

희성이 들고 있던 검은색 후드와 옷장에서 꺼내온 하얀색 양말을 침대에 던지며 올라왔다. 설명도 없이 다시 달려든 희성이 입고 있던 잠옷을 벗겼고 단추만 채우면 되는 잠옷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싫다고 발버둥을 쳐도 희성은 순식간에 도윤을 속옷 차림으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잠옷을 모두 갖춰 입은 희성과 달리 속옷만 입고 있는 자신이 너무 창피해서 얼굴이 뜨거워졌다. 도윤이 이불을 찾는 사이 후드를 머리에 끼워준 희성이 팔까지 차례대로 넣어주었다.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도윤이 자신에게 후드를 입혀주고 양말까지 신겨주는 희성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내려다봤다. 기껏 다 벗겨놓고 다시 옷을 입혀주는 이유가 뭐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제일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바지만 빼고 다 입혀줬다는 점이었다. 자신을 이상한 꼴로 만들어놓고 가만히 내려다보기만 하는 희성을 살피는 눈이 바빴다. 바지도 입고 싶은데…. 속옷만 입은 것이 부끄러워서 다리를 모으자 가만히 숨만 쉬던 희성이 달려들었다.

오늘은 키스도 아팠다. 정말 자신을 잡아먹을 것처럼 구는 게 너무 무서워서 눈만 꾹 감아야 했다. 입안을 난폭하게 휘젓던 혀가 빠져나가고 목이 물렸다. 평소에 희성이 사주는 옷들은 모두 품이 커서 소매가 어깨를 밀어내는 손등의 절반을 가렸다. 목덜미를 잘근잘근 물었다가 빨면서 자국을 남기던 희성이 손을 아래로 내려 속옷 위를 쓰다듬었다. 도윤이 입술을 깨물고 다리를 모으자 아예 다리 사이로 자리를 잡은 희성이 허벅지를 잡아 벌렸다. 후드의 끝을 잡고 아래로 내리며 반쯤 발기한 성기를 가리려 애쓰려는 모습에 희성이 바지를 벗었다. 희성의 것은 이미 완전히 크기를 세우고 속옷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래를 가리기에 열중한 도윤은 끌어내려지는 속옷을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 도윤은 간절했으나 희성의 간절함이 더 컸다. 속옷이 벗겨지자 성기가 퉁, 하고 꺼떡였다. 희성이 입을 벌리고 턱을 비틀며 간단한 운동을 하다가 바로 도윤의 것을 입에 물었다. 성기를 품는 따뜻함과 질척거림에 도윤의 허리가 들리고 입에서는 참지 못한 숨이 터져 나왔다.

“흐…. 하아, 아!”

반만 머금었는데도 턱이 아팠다. 희성이 고갯짓을 하다가 성기를 뱉어내고 귀두를 이로 긁듯 깨물었다. 도윤의 몸이 파들파들 떨렸다. 귀두의 끝을 혀로 파고들 듯 문지르다가 다시 고개를 내린 희성이 성기를 끝까지 머금었다. 목이 열리는 느낌은 따갑고 불쾌했다. 헛구역질이 절로 나오려 했다. 희성이 눈을 찡그리며 성기를 반쯤 뱉고 다시 뿌리까지 머금기를 반복했다.

“흑, 으응, 희, 성아, 희성아…!”

“으응.”

“아, 아! 희성, 흐응, 읏….”

작게 쳐올리는 성기에 희성이 기침을 토하며 고개를 물렸다. 도윤이 흐릿한 시야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희성을 올려다봤다. 목을 부여잡고 기침을 하던 희성이 다시 귀두를 물었다. 이어지는 자극에 도윤의 다리가 희성의 머리에 닿았다. 혀가 기둥을 쓸고 축축한 입안이 성기를 가득 감싸는 감각에 머리를 비비적대던 도윤이 쾌감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사정을 위해 고갯짓을 하던 희성이 허벅지를 잡아 벌리고 그 위를 문질러주자 도윤이 허리를 떨었다. 욱. 희성이 헛구역질을 하면서도 성기를 뱉지 않자 도윤의 손이 희성의 머리카락에 닿았다.

“흐으, 흑, 희성, 아, 나, 나….”

싸도 괜찮다는 뜻으로 성기를 쭉쭉 빨았다. 도윤의 허리가 들리고 신음이 쏟아졌다. 혀를 움직여 귀두를 파고들자 입안에 미끌거리는 것이 왈칵 들어섰다. 도윤이 참지 못하고 몸을 떨면서 사정했다. 비릿한 맛을 느끼며 귀두를 빨자 또 허벅지가 머리에 닿았다. 희성이 눈만 치켜떠 쾌감에 몸부림치는 도윤을 올려다봤다. 입에 문 성기가 정액을 모두 쏟아냈다는 듯 꿈틀거렸다.

“읏, 흐응, 이, 제 그만, 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빨고 입을 물리자 입술과 귀두의 사이로 정액이 선을 만든다. 희성이 잠시 혀를 굴려 비릿한 맛을 느끼다 도윤의 볼을 잡고 입을 맞췄다. 미끄덩한 혀와 미끄덩한 정액이 동시에 입안으로 흘러들어오자 도윤이 눈을 크게 뜨며 어깨를 밀어냈다. 자신이 쏟아낸 정액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것이 느껴지자 헛구역질이 일었다. 희성은 목울대가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입을 뗐다. 욱…. 도윤이 고개를 틀어 헛구역질을 하자 희성의 얼굴에는 웃음이 피었다.

“어때?”

“토할 것, 같, 아. 싫어….”

“네가 싼 건데?”

“싫어, 싫어…!”

“귀엽게 왜 두 번씩 말해?”

“싫으니까!”

희성은 아무래도 좋았다. 금방 멎은 눈물이 아쉬웠지만 언제든지 울릴 수 있었다. 희성이 발목까지 오는 흰 양말을 신은 도윤의 다리를 잡고 올렸다. 허리가 거의 반으로 접힌 도윤이 내려달라며 다리에 힘을 줬지만 희성이 몸을 숙이자 바로 굳어졌다.

희성의 혀가 굳게 닫힌 주름에 닿았다. 도윤이 온몸에 돋는 소름에 다리를 버둥거렸다.

“하, 하지 마!”

“왜?”

“하지 마, 제발 하지 마, 나 싫어, 하지 마!”

“빨아준다고 했잖아.”

“싫, 흣, 싫어, 아!”

“여기는, 아닌가 본데.”

희성의 혀가 입구를 핥자 주름이 움찔한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허벅지를 앞으로 쭉 밀고 주름 사이로 혀를 밀어 넣자 오랜만에 맛보는 내벽이 움찔움찔 자신을 반겨주고 있었다.

“하아, 아, 제발….”

“음….”

“흐, 흐으, 하지, 마, 흣….”

여전히 말랑거리는 내벽이 만족스러웠다. 주름을 핥고 내벽을 문지르는 혀에 도윤의 발가락이 굽었다. 흰 양말에 숨겨진 발이 굽고 허벅지가 떨렸다. 희성이 혀를 빼고 아래를 쭉쭉 빨았다. 자극을 주면 줄수록 움찔거리는 구멍이 귀여웠다. 도윤의 다리 한쪽을 어깨에 걸치고 아까부터 사정을 참고 있던 자신의 것을 꺼내 위아래로 쓸어주었다. 간단한 자극에도 숨이 달았다. 뜨거운 숨이 닿자 도윤이 흣, 하고 입구를 조였다.

자위를 하면서 도윤의 아래에 혀를 밀어 넣은 희성이 내벽을 꼼꼼하게 핥고 문질렀다. 그러다 자세가 조금 불편해서 몸을 일으키자 헐떡거리던 도윤의 다리가 침대에 떨어졌다. 희성은 짧은 고민을 마치고 도윤을 뒤집었다. 마치 희성이 뒤에서 박는 것 같은 자세에 도윤이 몸을 웅크리려다 허리가 당겨지고 아래가 벌어지는 느낌에 침대에 머리를 박았다.

아까보다 훨씬 편해진 자세에 희성은 홀로 만족했다. 엉덩이를 잡고 벌리자 주름이 뻐끔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희성이 성기를 쥐고 다시 주름 사이로 혀를 집어넣었다.

“아!”

혀를 넣고 움직이기가 무섭게 도윤의 허리가 무너졌다. 어쩐지 더 좋은 자세가 되었다. 희성이 말랑거리는 내벽을 꾹꾹 누르자 안이 떨리고 혀를 빨아들였다. 성기를 쥐고 흔드는 손이 빨라졌다. 곧 사정을 할 것 같았다.

“흐응, 으응…!”

“후으….”

“읏, 아, 싫, 아아….”

“…….”

“아! 흣, 으응, 응, 희성, 희…!”

자꾸 앞으로 기어 도망가려는 도윤의 허리를 잡은 희성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혀를 더 깊게 밀어 넣자 우는소리와 함께 도윤이 얼굴을 침대에 비비적댄다. 천국이 있다면 바로 여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희성이 황홀함에 빠져 움쭉거리는 내벽을 핥고 문질렀다. 자신의 혀를 빨고 있는 말랑거리고 따뜻한 내벽이 평생 이 안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끅, 성, 아, 희성, 아, 나, 나 이상, 아!”

떨리는 내벽에 희성이 웃음을 흘렸다. 거친 숨을 쉬며 떨고 있는 도윤의 몸을 느끼며 혀를 빼내자 두 번째 사정을 마친 도윤이 탈력감에 쓰러졌다.

“뒤로만 갔네.”

“읏, 흐으….”

“예쁘다, 도윤아.”

위로 말려 올라간 후드 밑으로 보이는 하얀 허리에 사정감이 차오른다. 희성이 도윤의 얼굴 옆으로 자리를 옮겨 벌어진 입술에 성기를 욱여넣었다. 호흡도 모자라서 헐떡이던 도윤이 고통스러운 얼굴로 희성을 올려다봤다. 이가 성기를 긁는 느낌에 소름이 돋았다. 희성이 성기를 빼고 도윤을 제대로 눕혔다. 천장을 보고 눕자마자 다시 들어서는 성기가 빠르게 진입을 시작했다. 욱, 윽. 도윤의 입에서 헛구역질과 신음이 동시에 흘렀다. 희성이 찡그린 얼굴을 손으로 쓸어주며 달뜬 숨을 토해냈다.

동시에 도윤의 입안에 비릿한 것이 터졌다. 숨을 쉬지 못해서 희성의 허벅지를 밀어내던 도윤의 목구멍으로 희성의 것이 끝까지 들어왔다. 목이 너무 아팠다. 도윤이 눈물을 흘리며 성기를 밀어내려 애썼지만 희성은 뒤통수까지 끌어당겨 사정의 여운을 즐겼다.

“흐, 끄윽, 끅….”

“삼켜.”

“흐으으, 으응, 으응….”

정액과 타액으로 범벅인 성기를 빼내고 도윤의 입을 틀어막은 희성이 강요하자 눈물로 엉망인 얼굴이 싫다며 고개를 저었다. 숨을 쉬지 못해 빨갛게 충혈된 눈이 잔뜩 풀려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희성이 다시 꺼떡이는 성기에 시선을 주고 한숨을 쉬었다.

“도윤아, 착하게 굴어야지.”

“끅, 으으응.”

“삼켜.”

“흑, 으응….”

끝까지 싫다고 고개를 젓는 얼굴을 보던 희성이 혀로 볼 안을 쓸다가 반대편 손을 움직여 도윤의 코를 틀어막았다. 겨우 코로만 숨을 쉬던 도윤이 놀라 손을 뻗었지만 희성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도윤을 가만히 쳐다만 봤다. 그러자 목울대가 움직이고 도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자신의 정액을 삼킨 것을 확인한 희성이 손을 놓아주자 기침을 토한 도윤이 급하게 숨을 뱉었다.

“말 잘 들으니까 얼마나 예뻐.”

“콜록, 하아, 하아….”

원망과 혐오가 담긴 눈초리가 닿았다. 도윤의 위에 올라타 후드를 올린 희성이 작고 예쁜 유두를 굴리며 입술을 내렸다.

“예뻐해 주는데 누가 주인을 그렇게 쳐다봐.”

“주, 주인…?”

“내가 예뻐해 주면 얌전히 예쁨만 받아.”

“이제 그만, 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뭘 그만해?”

“많, 많이 했잖아!”

“넌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갔지만 난 아직 한 번밖에 안 쌌어.”

도윤이 충격에 하고픈 말을 까먹어버렸다. 고통에 반쯤 죽었던 성기를 쥐고 몇 번 만져주자 금방 크기를 키운다. 도윤의 입에 손가락을 넣고 혀를 누르고 만지던 희성이 뒤로 손을 뻗어 스스로 아래를 풀었다. 자신을 쳐다보기도 싫은지 고개를 돌리고 있는 도윤의 볼을 잡아다 자신에게 고정시키고 다시 입속을 휘저은 희성이 질척한 손가락을 뒤로 가져갔다. 한 번에 두 개를 밀어 넣고 또 마르면 도윤의 타액으로 질척해진 손가락을 한 번에 세 개로 늘려 입구를 넓혔다. 아래를 넓히는 과정이 제일 귀찮았다. 얼른 도윤의 것을 넣고 흔들고 싶어서 자꾸 아래가 움찔거렸다.

이 정도면 됐겠지. 희성이 도윤의 성기를 잡고 끝을 맞췄다. 귀두가 파고드는 이물감에 얼굴이 절로 찡그려졌다. 검은색 후드를 올려 드러난 도윤의 납작한 배에 젖은 손가락을 문지르고 성기를 반이나 머금은 희성이 낮은 숨을 터뜨렸다.

“읏, 나, 나 아파….”

“참아.”

“아, 아픈, 아….”

“하아….”

뻑뻑한 내벽에 들어선 성기가 쓰리고 아팠다. 도윤이 침대에 머리를 비비며 자신의 유두를 괴롭히는 손목을 잡았다.

“아, 파, 흣….”

“만져주면, 응…. 좋아하잖아.”

“싫어, 하지 마….”

완전히 안으로 들어온 성기가 안에서 꺼떡였다. 희성이 기분 좋은지 허리를 움직이다 몸을 숙여 유두를 물었다. 가슴과 아래에서 오는 자극에 도윤이 코를 훌쩍이며 허리를 쳐올렸다. 예상치 못한 움직임에 유두를 잘근잘근 깨물고 핥던 희성이 놀라 곧게 서있는 유두를 콱 깨물고 말았다.

“아!”

“읏, 너 뭐, 아!”

“아프, 아프잖아! 흑, 아파, 아파….”

“네가 갑자기, 으응.”

“흐으, 떨, 떨어진 거, 아, 아니야? 읏, 윽….”

떨어져? 뭐가? 도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몸을 일으킨 희성이 너무 세게 깨문 탓에 피가 맺히기는 했으나 멀쩡히 잘 달려있는 유두를 확인하곤 한심하단 표정을 지었다. 도윤은 어지간히 아픈지 울면서 가슴팍으로 손을 뻗었다. 희성의 손이 도윤의 손을 붙잡아 유두를 만지게 했다. 딱딱하게 서있는 자신의 것을 확인하고 코를 훌쩍인 도윤이 눈물을 닦아냈다.

“떨어졌어?”

“아, 아니….”

“진짜 가지가지 한다.”

“진짜, 아팠단 말이야….”

희성이 혀를 차며 성기를 쭉 빼냈다가 다시 뿌리까지 머금었다. 도윤의 성기 모양에 맞춰 달라붙은 내벽이 움찔거리자 도윤이 신음을 흘렸다. 희성은 이 아픔 뒤에 올 쾌감을 떠올리며 허리를 느릿하게 움직였다. 뒤가 벌어진 느낌이 소름 끼쳤다. 희성이 몸을 떨며 다시 상체를 숙여 그새 말랑해진 유두를 물었다. 아까 깨문 곳의 반대편을 물고 사탕 빨 듯 쭉쭉 빨자 안에 자리 잡은 성기가 꺼떡였다. 아래는 좋다는데 왜 입만 열면 싫다는 말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윤의 가슴팍에서 이른 꽃놀이가 한창이었다. 자신이 만든 자국들을 만족스럽게 문지르며 몸을 일으킨 희성이 다시 성기를 뿌리 끝까지 삼켰다. 희성의 밑에서 몰아치는 쾌감에 울기만 하던 도윤의 발가락이 꼼지락댔다.

“읏, 좋아? 좋아, 도윤아?”

“흐으, 으, 아, 아니, 아…!”

다급하게 허벅지를 쥐는 손끝이 새하얗게 질렸다. 희성이 그 손을 끌어와 자신의 성기를 쥐여 주었다.

“빨리 끝내고, 윽, 싶으면 흔들어.”

“으응, 응, 나, 이상, 한, 아읏!”

여태 단단하게 서있던 것이 도윤의 손안에서 꺼떡였다. 도윤은 이 행위가 어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손에 쥔 것을 주무르고 흔들었다. 희성이 낮은 숨을 터뜨리며 아래를 조이다 입술을 깨물었다. 도윤의 것이 안쪽을 문지르는 느낌이 좋았다. 희성의 가슴팍이 빠르게 오르락내리락하자 도윤의 손도 빨라졌다.

“읏, 빨리, 도윤아, 더 빨리….”

“이, 이렇게?”

“으응, 아!”

스스로 느끼는 지점을 찾아 성기를 품었다가 놓아주었다가 허리를 흔들던 희성이 천국을 오갔다. 이건 뒤로 느껴서 간 것인지, 앞으로 느껴서 간 것인지 누구도 알 수가 없었다. 희성이 밭은 숨을 내쉬며 어깨를 떨었다. 뭉툭한 것이 내벽을 문지르고 찌를 때마다 너무 좋아서 머리가 텅 비어버리는 것 같았다. 희성이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숙여 도윤을 쳐다봤다. 도윤은 손에 묻은 정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잠깐 고민을 하고 있는 듯했다. 희성이 슬쩍슬쩍 움직이자 도윤이 신음을 흘리며 머뭇거렸다.

“휴, 휴지….”

“휴지가 왜 필요해.”

“이거, 닦, 닦아야지.”

“닦아줘?”

“으응, 닦아, 줘….”

희성은 망설임도 없이 도윤의 손을 핥아 자신의 정액을 입에 담았다. 그 모습을 홀린 듯이 보던 도윤이 다시 붙어오는 입술에 고개를 저었다. 또다. 또 희성의 정액이 입에 들어왔다. 희성이 아래를 강하게 조이자 도윤의 입술이 열리고 정액과 타액이 흘러들어와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속이 좋지 않았다. 희성이 웃으며 입술을 핥고 떨어지자 도윤이 울상을 지었다.

“자꾸, 자꾸만 이상한 거 먹, 먹이고…!”

훌쩍거림과 함께 들려오는 말을 무시한 희성이 다시 허리를 들어 성기를 빼냈다가 품었다. 소름 끼치는 쾌감이 도윤에게도 찾아왔다. 도윤이 숨을 헐떡이며 눈물을 닦았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우는 얼굴이 지나치게 야해서 희성의 것이 또 고개를 들었다. 희성이 다시 세우는 사이 도윤에게는 슬슬 사정감이 찾아오고 있었다.

“하아, 나, 갈, 것 같은데, 읏!”

“싸.”

“빼면, 윽, 안 돼?”

“빼주면 어디다 질질 싸려고?”

“그게 아니라, 아, 잠깐…!”

관계를 가지는 내내 꼿꼿하게 서있는 유두를 만지고 굴리며 성기를 쭉쭉 빨아들이자 말 대신 신음 소리만이 방을 채웠다. 내벽이 수축하여 성기를 단단히도 물고 놓기를 반복하자 도윤의 몸이 떨리고 눈 꼬리에 맺혔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세 번째 사정을 끝낸 후 눈을 감은 도윤을 보다가 볼을 쥐자 눈물에 젖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풀린 눈이 나타났다. 이 정도로 예쁜 것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희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엄지로 볼을 쓸어주었다.

“으응….”

도윤이 자연스레 온기를 찾아 희성의 손에 볼을 비비적거렸다. 여유로운 희성과 달리 급하게 정액을 세 번이나 뱉어낸 도윤은 지쳐있었다. 거의 감긴 눈과 자신의 손을 파고드는 얼굴을 멍하니 내려다보던 희성이 도윤을 일으켰다. 건들지만 않으면 당장이라도 잘 수 있었는데 갑자기 당겨지는 힘에 눈을 뜬 도윤이 시야에 꽉 들어차는 희성의 가슴팍에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만….”

“제대로 안 박으면 내가 박을 거야.”

“그만하면 안 돼…?”

“박히고 싶어?”

“나 졸려….”

“아까 빨아놔서 문제는 없겠다.”

자신의 위에 누워 웅얼거리는 도윤의 아래로 손을 뻗자 이번엔 가슴팍에 볼을 비빈다. 꺼떡이는 아래가 슬슬 아프기까지 했다. 희성은 후드 속으로 손을 넣어 등을 쓸어주었다.

“내가 박기 전에 박아.”

“나 졸린데…. 진짠데….”

도윤이 눈을 꾹 감았다가 뜨며 일어나 희성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잠이 온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는지 벌어진 구멍에 귀두를 맞추는 손에 힘이 없었다. 부어있는 아래를 빤히 보며 고개를 든 도윤이 입을 열었다.

“아, 아플 것 같아.”

“넣기나 해.”

“부었, 는데, 진짜 해?”

“오늘 진짜 박혀보고 싶어?”

“…….”

보기만 해도 쓰리고 아파 보이는 아래가 뻐끔거렸다. 도윤이 얼굴을 붉히며 귀두를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아래가 벌어지는 느낌에 희성이 침착하게 숨을 골랐다.

“다 넣었어?”

“으응, 아직….”

“빨리 넣어.”

따뜻하고 말랑한 내벽에 눈앞이 흐려졌지만 도윤은 희성의 말을 잘 들었다. 끝까지 밀어 넣자 성기를 주무르는 내벽에 몸이 떨렸다. 도윤이 어설프게 성기를 빼냈다가 박아 넣었다. 자신이 위에서 도윤의 것을 삼켰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쾌감이었지만 이것도 나름 괜찮았다. 희성의 입에서 나른한 숨이 계속해서 쏟아졌다.

“도윤아, 가까이 와.”

“읏, 왜?”

희성의 허벅지만 쥐고 있던 도윤이 몸을 숙이자 성기가 더 깊숙이 박힌다. 장기가 눌리는 느낌도 좋았다. 하얀 목덜미를 끌어와 입을 맞추자 모자가 내려와 도윤을 잡아먹었다. 입술이 맞붙자 도윤은 마치 멀티가 어려운 사람처럼 얌전히 키스만 했다. 조금만 움직여줘도 성감이 차오르는 것을 품고만 있기에 희성은 급했다. 다리로 허리를 감아 아래로 당기자 더 들어올 곳도 없는데 아래를 파고든다. 도윤과 있으면 항상 목이 말랐다. 도윤의 입에 있던 타액을 모두 핥고 빨아들인 희성이 허리를 움직였다. 도윤이 움직이는 것만 기다리고 있자니 속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흐읏, 희성아….”

“응, 더 세게, 그렇지.”

“으응, 하아, 아….”

박으면서 느껴지는 쾌감을 이기지 못한 도윤의 이마가 희성의 어깨에 닿았다. 어깨에 이마를 비비며 귓가에 신음을 쏟아낸다. 희성이 천장을 노려보다 눈을 아주 세게 감았다가 떴다. 도윤이 정신을 잃고 막 박아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도윤은 박히는 저보다 더 느끼며 우느라 바빴다. 감질나게 느끼는 부분을 스쳤다가 빠져나가기를 반복하는 성기에 희성이 도윤을 밀치며 위로 올라탔다. 눈물에 젖은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희성이 아래를 조였고 도윤이 눈물을 흘렸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쾌감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도윤이 숨을 헐떡이며 바르작거렸다.

“도윤아, 힘들어?”

“흑, 응, 힘, 힘들어….”

“아직 말하는 거 보니까 살만한가 본데.”

“아, 니야, 나 진짜, 흐응, 아아….”

도윤이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모자는 아까부터 도윤의 머리를 삼키고 있었는데 소매마저 도윤의 얼굴을 가리자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만 보였다. 희성이 드러난 하얀 허리를 만져주면서 허리를 돌렸다. 구멍과 성기가 이어진 곳에선 질척한 소리가 났다. 붉은 입술만 보고 있어도 사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스로 느끼는 지점을 찾아 헐떡이던 희성의 손목에 도윤의 손이 다급하게 닿았다. 고통이 아닌 오로지 쾌감으로 맺힌 눈물이 아래로 흘렀다. 희성이 손바닥으로 눈을 닦고 도윤을 쳐다보았다.

“갈, 갈 것 같, 아, 아…!”

“…벌써?”

“나 힘, 들다고, 했, 흣, 으응, 나…갈….”

정신을 놓을 듯 말 듯 눈이 자꾸만 감겼다. 희성이 싸라며 아래를 조이자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성기가 꿀렁였다. 아직 기절까지는 아니고, 연이은 사정에 조금 지쳐있는 것뿐이었다. 희성이 자신의 성기를 매만지며 허리를 일으켰다가 다시 뿌리까지 삼켰다. 네 번째 사정을 하자마자 움직이는 희성을 말리려 손을 뻗은 도윤이 얼굴을 찡그렸다. 느낌이 이상했다. 화장실에 가야 할 것 같았다.

“희, 희성아, 나 화장실, 화장실!”

“…….”

“화, 흑, 화장실 가고, 응…!”

“화장실?”

“이상, 해, 이상…으읏….”

희성은 잔뜩 찡그려진 얼굴을 보면서도 허리를 멈추지 않았다. 아까보다 더 빨라진 삽입에 도윤이 급하게 몸을 일으켜 희성을 밀어냈다. 마주 보고 앉은 자세에 희성은 어쩐지 더 편해짐을 느끼고 도윤의 목을 끌어안았다.

“아! 희, 성아, 나 진, 진짜, 흐윽, 제발….”

반응이 이상하긴 했다. 그러나 장기를 밀고 들어오는 성기가 소름 끼치게 좋았다.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아도 그저 좋기만 했다. 사정감도 고개를 쳐들었다. 희성이 눈앞에 있는 목을 깨물고 핥으며 아래에서 느껴지는 쾌락을 즐기다 숨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덜덜 떨리기 시작하는 몸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순간 뒤가 질척거리다 못해 축축해지기까지 했다. 희성이 몸을 떼어내 아래를 쳐다봤다. 시트가 축축하게 젖었다. 미간에 주름이 지고, 도윤이 헐떡거리며 뒤로 쓰러졌다. 이상했다. 몸을 일으켜 성기를 뱉자 안에 머물렀던 정액과 물이 주르륵 쏟아졌다.

“…뭐야?”

“흑, 끅, 끄으….”

“하도윤, 너….”

“내가, 흐으, 화, 장실, 흑, 가고 싶다고….”

“씨발, 이게 뭐야…?”

“내가, 내가…. 끅, 흐읏, 으응….”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고 하기엔 딱히 느껴지는 냄새도 없었다. 정말 그냥 물이었다. 희성이 시트를 만진 손의 냄새를 맡다가 도윤의 죽어버린 성기를 쳐다봤다. 네 번의 사정을 하고 이상한 물을 쏟아냈다. 희성이 말랑한 성기를 만져 다시 크기를 키웠다.

“그, 만…. 그만 좀, 해….”

“세우지나 마.”

“네가, 만져서….”

희성이 다시 끝을 맞추고 몸을 내리자 도윤이 어깨를 떨었다. 황당함에 반쯤 가라앉았던 성기가 다시 꼿꼿하게 서서 배에 닿았다. 희성이 앞으로는 자위를 하며 뒤로는 도윤의 것을 삽입했다. 이상한 물을 쏟아낸 도윤은 손끝만 스쳐도 앓는 소리를 냈다. 떨리는 내벽이 기둥을 주무르고 빨아들이자 다시 울면서 자지러진다. 희성은 울음인지 신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우는 도윤을 보면서 사정했다. 계속되는 자극에 도윤의 것에서도 정액이 흘렀다. 네 번의 사정,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물, 그리고 또 한 번의 사정을 끝낸 도윤은 그대로 기절했다. 정신을 완전히 놓고도 히끅거리며 울었다.

희성은 기절한 도윤을 보면서 다시 삽입을 이어갔다. 기절을 해놓고도 유두를 만지거나 성기를 주무르면 끙끙거리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기절한 사람을 상대로 마지막 섹스까지 마친 희성은 도윤을 씻기고 안아서 방에 데려다주기까지 했다. 오늘의 경험으로 희성은 많은 것을 깨달았다. 끊임없이 울리고 몰아붙여서 사정시키고 또 몰아붙이면 이상한 것을 쏟아내고 기절한다. 그리고 기절한 상태로 삽입을 이어가도 끙끙거리며 앓는다. 정신을 잃어도 느껴질 건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섹스였다.

벌어진 뒤가 자꾸 도윤의 것을 찾았지만 이것도 나름 나쁘지 않았다. 이대로 쭉 벌어져 있다가 아침에 도윤이 일어나기도 전에 또 삽입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충분히 풀어져있으니 아침에 바로 넣어도 괜찮겠지. 학교에 가기 전에 자고 있는 도윤을 또 한 번 안고, 끙끙거리다 일어난 도윤을 또 한 번 안고. 그러고 학교에 가서…. 희성이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져선 자고 있는 도윤을 끌어안았다. 오늘은 기절까지 시켰으니 밤새 꿈도 꾸지 않고 엄마를 찾으며 앓지도 않을 터였다. 새벽에 일어나 엄마가 보고 싶다며 울지도 않겠지. 정신을 놓은 뒤로 뒤척이지도 않고 자는 도윤을 물끄러미 바라본 희성이 앞머리를 걷어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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