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Real Birthday present
금요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자 션이 이삿짐을 싸야 한다며 주말에 같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따로 살던 시절, 대개의 경우 주말에 만나지 못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엘리엇이었다. 션이 인플루엔자에 걸린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션이 바쁠 때도 없지는 않았지만, 보통 그가 바쁠 때는 자신이 그 이상으로 바빴기 때문에 “주말에 일정을 비웠다.”라고 말했는데 “죄송해요.”라는 대답을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엘리엇은 당혹했다. 사실 거의 망연자실했다. 캐번디쉬의 아파트에 영화관을 만든 것에 션이 화를 내어 뛰쳐나가고 전화를 받지 않았던 때 이래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을 박탈당한 기분이었다. 약혼반지까지 끼워 준 다음에 거절당하는 일이 있으리라 상상이나 했겠는가.
애초부터 이삿짐을 싸야 하기 때문에 만날 수 없다는 말이 납득 가지 않는다. 그런 것은 집사나 하녀장이 하는 일이 아닌가. 애쉬튼에게 맡겨 두라는 말에 션은 약간 고개를 기울인 채로 곤란하다고 말했다.
“제 짐인 걸요. 가져올 것도 있고 남에게 줄 것도 있고, 남의 손에 맡기기 곤란한 것도 있고 하니까 안 돼요.”
“중요한 건 벌써 다 가져오지 않았는가?”
“네. 그러니까 이 집에 있는 건 애쉬튼에게 맡길 거고요. 실어 와서 정리하는 것도 맡길 거예요. 하지만 그전에 미리 처분할 건 처분해야죠. 월세도 놓아야 하는데.”
그러니까 그것을 맡기라는 거라고 엘리엇은 생각했지만, 션은 전혀 동요 없이 신발을 갈아 신고는 그의 뺨에 키스했다.
“내일 가지 않고?”
“오늘 밤부터 시작할 거예요. 이삿짐 싸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
“음. 모레 점심에는 타일러가 와서 집기를 가져가기로 했으니까 그때까지는 못 오고, 아마 저녁에나 올 거예요.”
누구라도 데려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션이 자기 집에 고용인 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그가 다른 쪽 뺨에도 키스하며 웃었다.
“엘리엇 씨도 같이 가실래요?”
“내가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엘리엇은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했다. 방해나 안 되면 다행이지. 션도 그냥 옆에 누워서 주무시기만 해도 되는데, 라고 말하면서도 더 권하지는 않았다.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물건이라는 게 뭘까 하고 엘리엇은 생각해 보았지만 좀처럼 떠오르는 게 없다. 그는 잠시 션의 침실이라든가 욕실 같은 가장 사적인 공간을 그려보았다. 젤과 콘돔 같은 것을 제외하고는 면도기 정도가 제일 사적인 물건 같은 생각이 든다.
액자, 앨범, 그런 것들은 없지 않지만 맡기지 못할 이유가……라고 생각하다가 깨닫는 바가 있었다. 옛날 애인의 사진 같은 것이 있을 법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게 곤란하다면 자신에게 같이 가자고 권유는 하지 않았으려나 싶어 엘리엇은 그 생각도 멈췄다. 어쨌든 기분이 좋지 않았다.
* * *
일정을 비웠으므로 토요일에는 할 일이 하나도 없었다. 금요일 저녁부터 션이 없었으니 잠도 일찍 자서 늦잠도 자지 못했다.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승마장에 가서 승마를 하고 왔어도 아직 오전이다. 이것이 평범한 생활이었으련만, 같이 있을 줄 알았던 사람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몹시 지루한 느낌이 든다. 사실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해도 좋았을 것이다. 언제나 일정이 빡빡하니 미리 해 두어서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놀기로 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되었다고 해서 공부가 하고 싶겠느냐고 리암이 투덜거리곤 하던 것을 엘리엇은 생각해 냈다. 그러고 보면 생산성을 따지는 알버트조차도 이런 식으로 시간이 어그러졌을 때는 의욕 없이 멍하게 앉아 있었다.
프라이빗 룸의 안락의자에 앉아 시가 상자를 끌어당겼다가 션이 잔소리할 것을 생각하고는 엘리엇은 조금 참기로 했다. 하지만 낮부터 술도 좀 그렇고, 혼자서 놀거나 휴식할 방법이 그에게는 따로 없었다. 그래서 혼자서 점심을 먹고 나서 잠시 후에, 윌슨 그로브로 가기로 했다.
이삿짐 정리에 보탬이 되리라는 생각은 스스로도 들지 않았지만, 션은 옆에서 자고 있어도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 말을 믿고, 적어도 쉬는 시간에 차 정도는 준비해 줄 수 있겠지 생각하며 엘리엇은 옷을 갈아입었다. 가는 김에 주방에 이야기하여 오후 티타임용으로 준비되어 있었다는 오렌지 파이와 스콘, 샌드위치를 한 바구니 챙기게 한다.
그렇게 하여 윌슨 그로브의 아파트에 도착했지만, 션은 집에 없었다. 간식 바구니를 식탁에 내려놓고 엘리엇은 방마다 문을 열어 보았다. 짐을 싸던 중이었는지 주방의 그릇은 대부분 상자에 차곡차곡 쌓여 현관 쪽에 놓여 있었고, 쿠션이니 수건 같은 생활용품들도 박스에 들어 있다.
이런 것을 치우는 게 목적이었다면 역시 고용인에게 맡기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안방 문을 열어 본다. 그리고 운명처럼 그것을 발견했다.
리암이 션의 생일에 보냈던 그것 말이다.
엘리엇은 션이 그것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자기가 상자까지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에도 스스로 놀랐다. 그 민망한 속옷 상자는 정리되지 않은 침대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는데, 션이 어떻게 하려고 했던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버리려던 건지, 아니면 설마 갖고 오려고 했던 건지.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므로 그는 호기심에 솔직하게 몸을 맡기고 상자를 열었다. 평범해 보이는 흰 드로즈는 재질이 의심스럽고, 팬티라기보다는 페니스 싸개처럼 생긴 티백은 사각거리는 게 매우 쓸모없는 설탕 공예품 같았다. 그리고 레이스. 짙은 녹색의 흐늘거리는 레이스 역시 마찬가지로 속옷으로서의 기능 자체가 의심스럽다. 아니, 속옷의 기능을 위생에 한정 짓지 않는다면 어떤 의미에서 매우 기능적이기는 할 것이다.
엘리엇은 손끝으로 그것을 펼쳐 보고, 션이 정말로 이걸 자기한테 입히고 싶어서 갖고 있었던 건가 하고 진심으로 의아하게 생각했다. 아직까지 입어 주지 않은 것을 보면 본인이 입을 생각은 아닌 것 같고 말이다.
충동적인 기분이 든 것은 심심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었고, 조금 울분도 느끼고 있었고―션이 바쁘다며 같이 있자는 것을 거절하다니!― 이것이 매우 단시간의 안전한 일탈이 되리라는 것도 알았다. 겉옷이든 속옷이든 크로스드레싱에 흥미를 가져 본 일은 없다. 그러나 여성용의 에로틱한 레이스 조각을 다리에 꿰는 일이 남자와 원나잇을 하는 것 이상으로 그에게 주어진 사회적 틀에서 벗어나는 일이라는 것은 명백했다.
그리고 그는 일탈에서 쾌감을 얻는 성벽이었다.
아무도 없으니까. 다시 한번 핑계를 대고, 엘리엇은 재킷과 바지를 벗었다. 그리고 드로즈를 벗고, 레이스 사이에 다리를 집어넣는다. 레이스 조각은 사이즈가 빠듯했지만, 엉덩이가 꽉 차는 정도로 그럭저럭 맞았다. 그 상태에서 침실에 있는 전신 거울을 한 번 보고 엘리엇은 스스로도 황당하여 웃었다. 드레스 셔츠에 리본 타이를 매고, 짙은 회색 양말을 신은 채 여성용 레이스 속옷을 입고 있는 남자의 모습은 값싼 코미디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었다.
괜한 짓을 했다 싶어 그가 헛웃음을 머금고 속옷을 벗으려던 때였다. 현관문 쪽에서 덜커덩 열리는 소리가 났다.
“엘리엇 씨, 오셨어요? 신발 있던데.”
션이 그렇게 말하면서 성큼성큼 안방 쪽으로 직행했다. 엘리엇은 허둥지둥 속옷을 벗으려고 했지만 찢어지기 십상인 얇은 재질이라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차라리 찢어 버리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미처 한쪽 다리를 빼내기도 전에 문이 덜컥 열렸다.
“아.”
당혹감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션이 말문이 막힌 듯한 얼굴로 엘리엇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엘리엇은 머뭇거리며 속옷을 벗으려고 했지만, 션의 눈앞에서 마저 끌어 내리는 것이 꺼려져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엉거주춤한 채로 “션.” 하고 그를 불렀다. 션이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바닥에 집어 던지고 한 손으로 눈가를 가렸다.
“미치겠네.”
“션?”
민망하니 잠깐 자리를 피해 달라고 부탁할 틈도 없었다. 션이 성큼성큼 다가와 그의 엉덩이를 쥐었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얼굴이 벌게진 채로 변명하려고 필사적으로 생각을 짜냈다. 그러나 이런 걸 입고 있었던 것을 어떻게 변명할 수 있겠는가. 호기심 때문에? 그게 제일 올바른 이유이기는 했지만, 결국 이런 걸 입은 자기 모습에 호기심을 느꼈다는 부끄러운 말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도 변명할 시간이 없었다. 션은 평소보다 훨씬 너끈하게 그의 엉덩이를 움켜쥔 채 반쯤 들다시피 안아 올려 침대에 내던지고는 그 위로 덮쳐 왔다. 그리고 두 손으로 얇은 레이스를 잡았다. 북 찢어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렸다. 엘리엇은 얼굴이 확 달아올라 다리를 오므리려 했지만, 션이 그의 허벅지를 쥐고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었다.
“무슨 생각이었어요?”
“션, 하응.”
대답을 못 했지만 두 번째 질문이 돌아오지 않았다. 션은 이미 엘리엇의 성기를 빨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급한 손길이 허벅지 안쪽을 주무르고, 구음도 다른 때 같지 않게 맹목적이다. 애무한다기보다는 먹어 치우려는 듯이 입속 가득 넣어 우물대면서 그가 엘리엇의 사타구니 안쪽을 더듬고 마른 구멍에 억지로 손가락을 후벼 넣었다.
“윽.”
서투르던 때나 능숙해진 뒤나 션은 절대 이런 식으로 섹스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급하게 시작하는 일은 간혹 있지만, 그럴 때도 키스와 전희로 고조시키는 것을 잊는 법이 없다. 거칠게 굴 때조차도 대개는 다정하고 달콤하게 시작하여 몸과 마음을 한껏 고양시킨 후에야 몰아붙이곤 했다.
주위를 어루만져 준다거나 흥분시킬 생각도 하지 않고 다짜고짜 민감한 곳부터 비벼 대는 통에 쾌감보다 아픔이 앞서서 엘리엇은 션의 머리를 밀어내려 했다. “기다려.”라고 말해 보지만 통하지 않는다. 그래도 몇 번이나 밀어내려고 버둥거리며 다리를 꿈틀댄다. 그렇지만 성기를 물린 채로는 쉽사리 움직일 수 없다. 뒤로 물러나려고 할 때마다 뿌리부터 귀두까지 혀에 휘감기며 엘리엇은 끙끙거렸다.
“잠깐, 션, 싫다는 게 아니라, 흐윽.”
몇 번을 물러나도 엉덩이를 쥐여 끌려간다. 션이 뒷구멍을 쑤셔서 벌리면서 다른 한 손으로 자기 것을 꺼내어 그 위에 젤을 부었다. 문질러 세울 필요조차 없었다. 이미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부풀어 있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요. 다치게 할 것 같으니까. 일단 당신 안에 싸야겠어.”
“션? 으, 윽!”
엘리엇은 도로 끌려 내려갔다. 다리가 크게 벌어지고 미끄덩거리는 션의 것이 뒤에 닿는다. 젤 때문에 조금 차가웠다.
“아, 읏, 하!”
션의 것에 젤을 많이 발라 두기는 했지만, 뒤가 충분히 적셔지지 않았으므로 들어가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귀두를 반쯤 밀어 넣었다가 뺀 션이 엘리엇의 엉덩이에 젤을 통째로 부었다. 작업이라도 하는 듯 기묘하게 조용하고 뜨거운 공기에 엘리엇은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아, 으, 응, 션, 아.”
두 팔을 벌렸지만 마주 안아 주지 않는다. 션은 그의 뒤를 벌려 절반을 일단 집어넣고, 나머지 절반을 허리를 끌어당겨 아래로 내리며 느끼는 곳을 쿵 찧듯이 박았다.
“아, 윽!”
엘리엇은 목을 젖히며 등을 비틀었다. 엉덩이에 차가운 벨트가 눌려서 아팠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션이 자신을 뿌리까지 밀어 넣고 나서야 고개를 숙였다. 엘리엇은 간신히 그의 팔을 부여잡았다. 손가락이 벌벌 떨렸다.
“힘 빼요.”
“션, 천천, 히윽!”
짧은 경고 끝에 안을 세차게 비벼 댔기 때문에 애원하는 말은 목구멍에 턱 걸리고 말았다. 엘리엇은 눈을 꽉 감았다. 굳어 있는 내벽이 차가운 젤에 밀려 조금씩 풀려 간다. 상처는 나지 않았지만 받아 내기 힘들었다.
“윽, 아프, 앗, 하읏!”
그가 엘리엇의 타이에 손가락을 걸어서 풀어냈다. 헐겁게 매어져 있던 실크 리본은 스르륵 풀려 나갔다. 단추를 풀며 턱밑에 키스하는 동안에도 아래에서 밀어 넣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깊은 곳에 박힐 때마다 몸이 침대에서 튕겨 올랐다. 엘리엇은 허덕대면서 그의 팔을 잡았다. 너무 크다. 평소보다 더 큰 것 같았다.
“당신 몸속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아?”
션이 도망가려는 듯이 물러나는 허리를 잡아 도로 끌어 내렸다. 가슴까지 굵고 단단한 살 기둥에 꿰뚫리는 듯한 착각을 느끼면서 엘리엇은 힉힉 가냘픈 숨을 내쉬었다. 션이 그의 엉덩이를 꽉 움켜쥔 채로 속삭이듯이 말했다.
“엄살 부리지 말아요. 벌써 여기는 흐무러져서 야단이니까.”
“션…….”
“당신 때문에, 돌아 버리겠어. 진짜. 혹시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무슨, 말, 무슨, 아아!”
눈으로 열기가 몰려서 시야가 흐리다. 엘리엇은 다정하게 해 달라고 호소하듯이 그의 팔을 잡았지만, 용서는 없었다. 살짝 빠져나가나 싶었던 것이 단숨에 뿌리까지 처박힌다. 엘리엇은 반쯤 비명을 지르면서 사정해 버렸다.
“아, 아…….”
션은 아직이었다. 막 절정에 오른 탓에 예민해진 안쪽을 굵은 것으로 돌려 비비듯이 쑤셔 박으며 션이 그를 밀었다. 엘리엇은 도망가듯이 위로 기었지만, 그만큼 따라와 깊은 곳을 짓뭉개듯이 찧는다. 숨조차 쉬지 못하고 헐떡이는 그를 품에 가둔 채 션이 거칠게 허리를 놀렸다. 웅크린 채로 흐느낌에 가까운 소리를 뱉으면서 매달린다. 션이 그의 손목을 잡아 올리며 키스했다.
“으, 응. 하, 션, 으응!”
밀고 들어오는 혀를 숨이 막혀 제대로 빨지 못하자 그때마다 벌이라도 주듯이 뒤로 쿵 박아 온다. 엘리엇은 또다시 발버둥 쳤지만, 달아나기는커녕 위아래로 꿰뚫려 꼬치가 되기라도 한 듯이 그의 몸 아래에서 바르작거리는 신세가 되었다. 붙들린 손목에 타이가 감겼다. 한쪽 손목이 침대 머리맡에 묶이고, 다른 한쪽 손목은 션에게 깨물린다. 그리고 다시 온몸을 짓뭉개진 채로 끌어안겼다.
그대로 다시 션이 쿵쿵 박아 왔다. 그가 엘리엇의 손가락을 혀로 휘감았다. 눈물이 고인 눈에 비치는 붉은 혀가 더없이 음란한 움직임으로 손가락을 빨고 핥았다.
“션, 하, 아읏!”
엘리엇의 물건은 바로 다시 발기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쾌감은 척추를 타고 올라와 뇌를 들쑤신다. 션이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어 대는 것에 맞추어 엘리엇은 정신을 잃고 몸을 들썩였다.
“하, 응, 응, 아, 아!”
젤이 녹아내린 구멍에서 질퍽질퍽 음탕한 소리가 났다. 션이 곧 그의 안에 한계까지 음경을 밀어 넣은 채 온몸으로 엘리엇을 껴안았다. 엘리엇은 절정의 예감에 벌벌 떨면서 남은 한 팔로 그를 끌어안았다. 곧 션의 것이 꿈틀거리며 깊은 곳에 정액을 쌌다.
“아……. 아아!”
엘리엇은 길게 탄식하면서 그를 꽉 끌어안고 구멍을 조였다. 서로 정신을 잃고 입을 맞춘다. 입술로 션의 혀를 깨물고, 잔뜩 만족한 아랫도리로도 그의 음경을 깨물듯이 우물댄다.
“좋아요? 내 거 마음에 들어?”
“응…….”
그는 작은 소리로 속삭이면서 자유로운 팔로 션을 끌어당겼다. 션이 그를 보듬듯이 한 번 토닥이고는 살짝 허리를 빼냈다.
“아.”
저도 모르게 아쉬운 소리가 새어 나갔다. 더 하고 싶다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몸을 섞은 채 끌어안고 있고 싶었다.
션이 팔을 뻗어 다른 한 손을 마저 침대에 달아 묶었다. 엘리엇은 지쳐 늘어진 채로 멍하게 그에게 손을 맡겼다. 이런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가 하고 싶다면 가끔은 나쁘지 않다.
후회는 그 직후에 했다. 션이 찢어 버린 천 쪼가리 대신 새 레이스 속옷을 가지고 침대로 올라왔던 것이다.
“잠깐, 션, 그걸 어쩌려고?”
“팬티를 어디에 쓰겠어요? 입어야죠. 입고 싶었던 거 아니었어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잠깐!”
엘리엇은 버둥거렸지만, 손목을 묶은 매듭은 생각 이상으로 단단했다. 휘젓는 그의 다리를 붙잡고 션이 레이스 속옷을 끼어 끌어 올렸다.
“그러려던 게 아닐세. 그러려던 게, 헉!”
“발기했어요, 엘리엇.”
션이 낮게 선고했다. 엘리엇은 수치심으로 온몸을 붉혔다.
“유혹하셨으면, 책임도 지셔야죠.”
“그러려던 게, 아니야. 흐응.”
션이 손가락으로 그의 음경을 쓸어내렸다. 레이스의 감촉이 부드럽게 물건에 닿아 왔다.
“전에도 입어 본 적 있어요?”
“없네. 없, 아흑!”
션의 손가락이 속옷 사이로 뚫고 들어와 젤과 정액이 섞인 거품으로 흥건해진 뒷구멍을 어루만졌다. 손가락 하나가 들어와 구멍을 막는다. 엘리엇은 헐떡이며 허리를 뒤틀었다.
“하지만 리암 경이 이걸 선물로 보낸 건 엘리엇 씨가 관심이 있기 때문 아니겠어요?”
“그게 아니야. 준이,”
장난처럼 말했던 이야기를 하려고 했더니 션의 안색이 변했다.
“전에도 하려고 했었던 이야기인데요.”
“션, 장난, 치지 말고, 흐읏.”
입구 근처에서 머물러 있던 손가락이 깊은 곳까지 들어온다. 션의 손가락은 길기 때문에 끝까지 넣으면 엘리엇은 그것만으로도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되곤 했다. 굵고 긴 음경으로 쑤셔졌을 때만큼 정신 못 차리게 몰아세우지는 않지만, 도리어 그런 만큼 그 애무는 그를 황홀하게 한다.
“제이 씨와 친하게 지내시는 건 괜찮지만, 제가 모르는 부분을 제이 씨가 알고 있다는 건 싫으네요. 특히, 성적인 부분에서.”
“아니, 아니야. 거기, 으응, 션.”
느끼는 곳을 아슬아슬하게 피해서 비비고 살짝살짝 벌려 주는 느낌에 엘리엇은 안달을 내며 졸랐다.
“어떤 취향의 남자를 좋아한다든가 그런 것까지는 괜찮아요. 친구끼리 잠자리 이야기도 할 수는 있겠죠. 그렇지만 이런 거 입었다든가, 입고 싶다든가, 엘리엇 씨가 어디에 느낀다든가,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당신이 이렇게 귀여운 얼굴로 잘 느낀다는 건 나만 알면 족하니까.”
“이야기한 게, 으응, 리암은, 장난을 치려고 그런, 하, 으, 응!”
“더 빳빳해졌어요.”
션이 속삭이듯이 말했다. 꽉 맞는 팬티 안에서 엘리엇의 성기가 팽창하여 선액으로 레이스를 적시고 있었다. 엉덩이에 저도 모르게 힘을 주어 조이자 션이 그의 앞섶을 손으로 가볍게 압박했다.
“이게 좋아요?”
“션, 제발……. 읏!”
“솔직하게 말해 보세요. 이게 좋아요?”
이미 엘리엇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으므로 션이 말하는 ‘이것’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레이스 팬티를 말하는 건지, 애무를 말하는 건지, 뒤를 쑤시고 있는 손가락을 말하는 건지 말이다. 적어도 셋 중에 뒤의 두 개는 미치도록 좋았으므로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헐떡거렸다.
션이 그의 두 발을 모아 들고는 엉덩이를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구멍에서 손가락을 빼내고, 그대로 엉덩이 골을 따라 쭈욱 긁어내렸다. 그것에 따라 팬티가 가늘게 찢어졌다.
“으, 아응!”
긁는 감촉에 엘리엇은 목을 젖혔다. 션이 이를 악물듯이 턱에 힘을 주고는 그의 두 발을 모아 들고 자기 물건을 뒷구멍에 가져다 대었다.
“히윽!”
단숨에 뚫고 들어오는 느낌에 엘리엇이 버둥거렸다. 션이 뿌리까지 밀어 넣은 채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빌어먹을. 엘리엇의 앞에서는 내뱉어 본 적이 없는 욕설이 저절로 입 밖으로 새어 나오고 만다. 넣는 것만으로 절정에 달해 버린 엘리엇은 눈을 꽉 감은 채 쾌락을 전부 받아들이려고 애쓰고 있었다. 레이스 밖으로 정액이 삐져나와 하얗게 젖어 들었다.
좀 더 여유 있게 하고 싶었지만 그럴 여력이 없었다. 그는 엘리엇의 발을 어깨에 걸치게 하고 허리를 부여잡아 제 쪽으로 당겼다. 그리고 천천히 왕복운동을 시작했다. 엘리엇이 눈을 감은 채 작게 신음한다. 묶인 손이 참지 못하고 주먹을 몇 번이나 쥐었다 편다.
“하, 응, 션, 거기, 으으응!”
엘리엇은 좀처럼 소리를 참는 법이 없다. 좋아하는 곳을 찔러 줄 때마다 온몸이 꿈틀거리고 교성이 오른다. 션은 그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꽉 붙들고 안에 자신을 박아 넣었다. 자신이 박는 것은 상관없지만 엘리엇이 움직여서 자신의 것에서 도망치거나 빠져나가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었다.
“박제하고 싶어.”
무심결에 그는 중얼거렸다. 이대로 박제해 버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의 것에 꿰인 채 쾌락에 정신을 놓은 모습 그대로.
“박제하고 싶어. 당신이 내 것인 채로 죽었으면 좋겠어.”
그는 몇 번이나 중얼거리면서 그의 어깨를 짚고 목덜미에 이빨을 박으며 자신을 다시 꽉 밀어 넣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대로 물어뜯어 먹어 치우고 피를 마시는 것도 좋다. 그는 지금도 가끔 타인이 감히 개입할 수 없는 완전한 합일과 소유를 꿈꾸곤 했다.
엘리엇이 등을 젖히고 벌벌 떨면서 다리를 허우적거렸다. 션은 그의 허벅지를 단단히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안을 후벼 팠다.
“응, 하앗, 션, 조금, 천천! 힉!”
“또 갔어요? 그렇게 좋아요? 당신이 지금 어떤 모습인지 알고 있어요? 여자 팬티를 입고, 뒤로 내 것을 물고, 잔뜩 발기해서.”
손을 놓아주자 엘리엇이 그의 허리에 다리를 감으려 했다. 그것을 허락하는 대신에 골반이 벌어지도록 허벅지를 크게 벌려서 아랫도리를 들여다보며 션은 말하다가 문득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션, 아, 잠깐. 아!”
그건 정말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반쯤 음경을 빼내서 물려 있는 모습이 잘 보이도록 하고 셔터를 누르자 찰칵 하는 소리가 울리는 순간에 엘리엇이 뒤를 꾸욱 조이면서 온몸으로 그를 빨아들였다.
“아, 읏!”
“지금, 또?”
션은 숨을 죽이고 다시 한번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두 번, 세 번. 누를 때마다 엘리엇은 몸부림치면서 그를 쥐어짰다. 그리고 네 번째에는 사정해 버렸기 때문에 카메라에는 엘리엇이 사정하는 순간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션은 핸드폰을 집어 던지고 짐승처럼 신음하며 그에게 덤벼들었다. 두 손으로 엉덩이를 받쳐 벌리고 세차게 박아 넣는다. 두 번의 절정을 넘긴 엘리엇의 뒷구멍은 평소보다 훨씬 부드럽고 풍부한 움직임으로 그를 먹어 치워 삼켰다.
“손, 하응, 션, 손, 풀어, 으흣!”
애원했지만 션은 봐주지 않았다. 끌어안을 수라도 있으면 나을 것 같은데 그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션이 다시 한번 그의 안에 물건을 깊이 박고 사정했다.
“하, 으, 으……응.”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엘리엇은 가늘게 흐느끼면서 절정의 쾌락에 신음했다.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다.
션이 손을 풀어주었다. 비로소 그를 끌어안을 수 있게 되어 엘리엇은 두 팔을 벌리고 아이처럼 훌쩍거리고 울었다. 션은 그를 끌어안아 일으키고는 품에 안고 비로소 제대로 키스해 주었다.
입 맞추고, 입 맞추고, 힘들었으니 달래 달라고 눈물에 젖은 키스를 조른다. 두 손이 놓여났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그를 끌어안아 무릎 위에 앉히고 션이 거울을 향해 돌아섰다.
“봐요. 엘리엇.”
“…….”
거울 속의 자신은 말도 안 되는 모습이었다. 남자의 음경을 삼키기 위해 뒤만 찢어 낸 여성용 속옷을 입고, 앞으로는 몇 번을 사정했는지 흥건하게 정액으로 적시고 바지춤밖에 풀지 않은 션의 무릎 위에 앉아 있다. 그는 숨을 삼켰다. 자신에게 그런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지만, 거울 속에 있는 것은 지독하게 음탕하게 벌어진 남자다.
“다른 사람이 당신 이런 모습을 조금이라도 알까 봐 늘 불안해요.”
션이 속삭이면서 뒤에서부터 그의 뺨을 쓰다듬고, 흥분으로 붉게 물든 목을 손가락으로 그으며 유두까지 내려간다. 충혈된 유두는 두 개 다 뾰족하게 서 있었다.
“누가 내 그런 모습을, 상상하겠는가?”
떨리는 목소리로 엘리엇은 겨우 대답했다. 션이 유두를 엄지와 검지로 집었다.
“지금까지 당신과 잤던 남자들.”
“흑!”
“그리고 당신이 남자와 잔다는 걸 아는 사람들.”
“으응!”
“또 당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아는 사람들도.”
“아, 아!”
“여자는 봐주죠. 설령 상상하더라도 엘리엇 씨를 만족시켜 줄 능력이 없으니까. 하지만 잊어버리지 마세요. 난 그 사람들 진짜 다 죽여 버리고 싶은데, 엘리엇 씨한테 좋은 사람인 척하려고 참고 있는 거니까. 그러니까 이런 거……. 아무한테도 보여 주지 말아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항상 엄하고 무심한 얼굴만 하세요.”
사실 자기가 보관하고 있던 레이스 속옷을 입은 것으로 남에게 보여 줄까 우려한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소리였지만, 그 질투는 몹시 달콤했으며 황홀하기까지 했다.
“완전히 젖어 버려서 아무 의미도 없게 되어 버렸군요."
션의 손이 어렵지 않게 그의 팬티를 다시 찢어 냈다. 그리고 그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평소처럼 다정히 입을 맞춰 왔다. 엘리엇은 비로소 안심하여,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아 안으며 상냥함을 졸랐다.
엘리엇은 다정하고 부드러운 섹스를 좋아했다.
그게 거칠고 강압적인 섹스를 싫어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시작 전과 끝난 후의 매너만 더럽지 않으면 그는 거의 모든 행위를 플레이의 스펙트럼으로 받아들였다. 선호의 차이는 있지만, 적어도 성인 남자와 성인 남자 단둘이서 몸으로 하는 행위라면,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스카톨로지 정도였다.
항상 설탕처럼 달콤한 섹스만으로는 질리게 마련이다. 손목을 묶는다든가 힘으로 다리를 벌리는 것 정도는 관계 자체에 대한 합의가 발생한 뒤에는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었다. 선호의 차이를 말하자면 홍차와 커피만큼이나 명확했지만, 다시 말하면 곧 홍차를 좋아한다고 해서 커피를 싫어한다는 뜻이 아니다. 엘리엇도 가끔은 커피를 즐겼다. 션이 주는 것이라면 특히나 더.
“그렇다고 해도, 이건 지나친 것 같은데.”
뜨거운 물을 뒤집어쓰고 나와 설탕과 우유가 듬뿍 들어간 밀크티를 한 모금 마시고 나자 비로소 되살아난 기분이 되어 엘리엇은 중얼거렸다. 그리고 죄인처럼 얌전히 두 손을 모으고 앉아 있는 션을 바라보았다.
“질투하는 게 싫은 건 아니지만, 무턱대고 오해하는 건 곤란해. 자네 한 말, 대부분 진심이었지?”
“죄송합니다. 제가 이성을 잃어서…….”
“이성을 잃은 게 문제가 아니라 평소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문제가 아닌가? 과거 문제를 따지자면 자네 쪽이야말로 절대 결백하지 않을 텐데.”
“……죄송합니다.”
“그리고 내가 이런 것에 관심이 있다고 언제 그랬는가? 애초부터 처분하라는 걸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었던 건 자네 아닌가?”
관심이 없으면 왜 입었느냐는 말을 션은 목구멍 아래로 꾹꾹 눌러 담았다. 밀크티를 한 모금 더 마시고 나서 엘리엇은 손을 내밀었다.
“내놓게.”
“네?”
“핸드폰.”
션은 고분고분하게 핸드폰을 꺼내서 엘리엇의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엘리엇은 갤러리를 열어 아까 찍힌 사진을 확인했다. 아까 거울로 본 것은 흥분해 있던 상태이니 그렇게 야하게 보였다 치지만, 이렇게 냉정해진 머리로도 작은 사각형 액정 안에 있는 것은 확실히 션의 말처럼 도저히 자신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음란한 모습이었다.
“이 핸드폰, 보안은 제대로 되는 건가?”
“네? 아. 네. 보안부와 SSB에서 다 점검했으니까요. 한쪽에만 맡기기는 조금 불안해서.”
“그렇다면 괜찮겠지. 어디에서 뭐가 붙어도 다른 한쪽에서 발견해 낼 테니.”
엘리엇이 그렇게 말하고 렌즈를 션에게 돌렸다. 그리고 놀란 얼굴을 한 장 찰칵 찍었다.
“벗게.”
“네?”
“나만 찍히는 건 불공정하지 않은가? 그러니 벗게.”
“지금요?”
엘리엇은 그러라고 눈짓했다. 션이 주춤주춤 망설이는 태도로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두 개, 세 개. 엘리엇은 그에게 소맷부리를 걷으라고 말했다. 매끈하고 길쭉한 뼈대가 드러나는 그 손목은 종종 엘리엇에게 새로운 페티시즘을 깨우쳐 주곤 했다.
“바지도.”
션의 얼굴이 붉어졌다. 조금 전까지 난잡한 침대 위의 폭군처럼 굴어 놓고 왜 수줍어하는 건지 엘리엇으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핸드폰을 흔들자 마치 총으로 위협당하는 사람이기라도 한 것처럼 일어서서 바지를 벗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엘리엇은 그 모습을 한 장 더 찍었지만, 역시 뭔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꺼내 보게.”
“설마, 그걸 꺼내라고 말씀하시는 건 아니시죠?”
“설마가 아니라 자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네. 어서. 내 이런 사진을 찍었으면 자네도 내놔야 할 게 아닌가?”
“에, 엘리엇 씨. 진짜로요?”
어서 하라고 다시 재촉하자 션이 눈을 내리깔았다. 뺨에 수치심이 번지는 것에 엘리엇은 만족감을 느꼈다. 그가 종순한 노예처럼 브리프를 끌어 내리고 성기를 꺼냈다. 엘리엇의 시선이 닿자 그것이 조금 고개를 들었다.
“자네는 기운도 좋군. 줄줄 샐 정도로 내 뒤에 쌌던 것 같은데. 아직도 내보낼 게 남아 있는 건가?”
“음……. 역시 화 많이 나셨군요.”
“화나지 않았네. 지금, 더 섰군?”
“엘리엇 씨 화내면 섹시하니까. 그리고 그렇게 쳐다보시면, 음.”
션의 것이 조금 더 고개를 들었다.
“오늘은 키스 이상은 더는 안 돼.”
“키스라면 해 주실 거예요?”
“그것도 생각해 보고. 두 손으로 쥐게. 눈을 내리깔고.”
“포르노 사진을 찍는 기분이에요.”
“비슷한 거 아닌가. 세워.”
션이 열이 오른 한숨을 내쉬면서 제 물건을 손으로 비벼 세웠다. 섹시한 건 자기가 아니라 모로 봐도 그라고 생각하면서 엘리엇은 사진을 찍고, 갤러리에서 그것을 확인한 후에 만족하고 문자로 자기 핸드폰에 전송했다.
그러고 나서 남은 밀크티를 마시는 데에 집중하자 션이 애타는 소리를 흘렸다.
“이게 끝이에요?”
“남은 건 알아서 처리하게. 나는 이만 쉴 테니.”
그는 바닥까지 달콤한 잔을 비운 후에 그것을 아무렇게나 협탁에 내려놓고 침대에 누워 시트를 뒤집어썼다. 션은 발기한 물건의 뒤처리를 한 후에 이삿짐을 마저 싸야 할 테지만 옆에서 자고만 있어도 상관없다고 말한 것은 그이니까, 엘리엇은 정말로 지친 몸과 마음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잠만 잘 작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