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 Immoral Fancy (47/52)

외전. Immoral Fancy

엘리엇의 집무실은 타운 하우스 안에 있다.

자선이며 토지의 관리 같은 비교적 사적인 분야의 일은 물론이고 지금은 공적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모든 분야의 일―CE의 경영 방침을 결정하는 것으로부터 직원 수가 20만 명에 달하는 정유 사업의 최종 결재에 이르기까지―이 공작 개인의 서재에서 결정되던 시대의 잔재이다. 

현대에 이르러 대부분의 사업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겨 내보냈고, 이제 그 집무실은 엘리엇이 개인적으로 쓰는 진짜 서재와도, 대대로 물려 내려온 장서를 보관하고 있는 가문의 도서실과도 전혀 별개의 공간이다. 그러나 여전히 나이 든 고용인과 일평생을 헤리퍼드에서 보내온 노인들은 ‘서재’라고 부르고 있는 그런 장소이기도 했다.

어쩌면 이것도 외부에 건물을 사들이거나 하여 별도의 공간을 만들고 출퇴근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가 하고 엘리엇은 생각하고 있다.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 것은 불편하기도 하지만, 일에도 공사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아 좋지 않다. 일어서서 건물 안에서 십여 분 걸으면 프라이빗 룸에 도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저녁 식사 시간이 훌쩍 넘도록 집무실 책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사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사가 구별되지 않아 불편하다든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집무실에서 늦게까지 일하는 것에도 불평해 본 적이 없다. 남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을 하는 이상 미루거나 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책임은 책임이고, 싫은 것은 싫은 것이었다. 밖에 따로 사무실을 두었다면 아마 그냥 퇴근해 버렸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엘리엇은 한숨을 쉬고 보고 있던 서류에 서명을 했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 것은 그때였다. “들어와.”라고 말하자 문이 빠끔 열리고 션이 얼굴을 내밀었다.

“저 왔어요. 아직도 안 끝나셨어요?”

“그러게 말일세.”

남 일처럼 말한 엘리엇은 다음 서류를 끌어당겼다. 션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한 손에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저녁도 아직이시죠?”

“음.”

“좀 먹고 하세요.”

“자네가 만들었는가?”

바구니 안에 들어 있는 것은 한입 크기로 자른 샌드위치와 딸기 우유였다. 참으로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지만, 엘리엇은 순순히 그것을 집어 들었다. 배가 고프기도 하고 딸기 우유도 싫어하지 않았다.

“주방에 부탁했죠. 프로 셰프의 영역을 감히 침범할 용기는 없어요.”

“그렇군. 자네는?”

“저는 먹었어요. 기다릴까 했는데 배고파서 안 되겠더라고요.”

“내가 너무 늦었지.”

식사는 하고 돌아올 것을 그랬나, 하고 엘리엇은 조금 후회했다. 딸기 우유를 한 모금 마신 입술에 션이 짧게 키스했다.

“어차피 같은 건물 안이니까, 식사 시간에 맞춰서 잠깐 식당에 들렀다가 다시 오시면 어때요? 불규칙한 생활은 좋지 않아요.”

“음. 간단히 뭔가 먹기는 했었다네. 일이 끝나기 전에 왔다 갔다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차라리 제가 올까요?”

“불편하지 않겠는가?”

“불편하긴요. 방해가 될까 봐 걱정이죠.”

또 한 번 뺨에 입을 맞춘다. 방해가 될까 봐 걱정이라면서 방해 안 하려고 노력할 작정도 없는 모양이다.

같이 먹을 때와 달리 그의 앞에서 혼자 뭔가를 먹고 있으면, 이렇게 한 입 먹을 때마다 한 번씩 키스하려 들어서 엘리엇은 항상 곤란해지곤 했다. 싫지는 않지만 어색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러지 말라고 타일러도 “뭘 먹고 있는 걸 보면 너무 좋다.”거나 “귀엽다.”거나 하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오히려 상태가 심해졌기 때문에 아예 언급하지 않기로 한 지 오래되었다.

방해를 받아 가면서 한 접시를 대강 다 비우고 나자 배가 부른 덕인지 그만큼 키스한 덕인지 기분은 훨씬 나아졌다. 션이 접시와 우유병, 컵을 바구니에 챙겨 넣었다. 다시 한번 짧게 입술을 댔다 떼는 키스를 하고 나서 엘리엇은 미소를 지었다.

“빨리 끝내고 갈 테니 돌아가게.”

“뭐, 그것도 좋지만요.”

션이 생글생글 웃으며 바구니를 치웠다. 그리고는 엘리엇의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 갔다.

“자네 뭐 하는 건가?”

“비윤리적인 일이요.”

라고 웃으며 허벅지에 왼손을 얹는다. 다리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각도에 엘리엇은 무심결에 허벅지에 힘을 주면서 의자를 뒤로 물리려 했다. 그러나 그전에 션이 오른손으로 의자 다리를 꽉 잡아 고정시켰다.

“션, 헉.”

그가 왼손으로 벨트 버클을 풀고는 입으로 단추를 물어서 열었다. 만만치 않은 일이라서 그럭저럭 바지 단추를 전부 풀어냈을 때는 그 주위 옷감이 젖어서 얼룩져 있었다. 션이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연습했는데, 실제로는 잘 안 되네요.”

“션, 일 금방 끝내고 갈 테니까.”

“서류 보세요. 바쁘시잖아요.”

그러면서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묻는다. 엘리엇의 성기는 벌써 부풀어서 끝부분에서 축축한 액체를 흘리고 있었다. 속옷의 구멍으로 혀를 넣어 성기를 쭉 핥아 올리는 감촉에 엘리엇은 한 손으로 책상을 쥐고 한 손으로는 션의 머리를 쥔 채 신음했다. 션은 몇 번이나 입술로 그것을 빨고는 이로 속옷을 물어서 끌어 내렸다.

“자네, 진짜로 여기서, 으음.”

션이 망설임 없이 그것을 입에 담았다. 엘리엇은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손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사실 너무 흥분해 버려서 밀어낼 상황이 아니었다.

“션.”

“집중하세요. 저 말고, 서류에.”

농담이 아니다. 뭔가 서류라든가 업무 관련 문제로 션을 서운하게 한 일이라도 있었던가 열에 들뜬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엘리엇은 두 팔로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션이 그의 것을 깊게 삼키면서 의자 다리를 당겼다. 목젖 너머까지 깊이 받아들여진 채로 엘리엇은 신음했다. 션이 목구멍을 울리며 웃는 진동이 미치게 자극적이었다. 엘리엇은 하지 말라고 책상 밑에 내려놓은 손으로 그의 머리를 세게 밀었지만, 듣기는커녕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빨아 댄다.

사정감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더 참지 못하고 그는 션의 머리칼을 움켜쥔 채 입에 쏟아 냈다. 션이 꿀꺽 목을 울리며 그것을 받아 마시고는, 여전히 엘리엇의 것을 입에 문 채로 웃음기 어린 눈매로 올려다보았다.

엘리엇은 티슈를 꺼내서 그의 입가와 턱을 닦으며 얼굴을 밀어냈다. 너무 지쳐서 눈앞이 새하얗다.

“자네…….”

“엄청 좋으셨잖아요? 엘리엇 씨 앞만으로는 빨리 못 가는데 이렇게 금방 해 버리고.”

“장난이 과해. 누가 들어오면 어쩌려고.”

자신의 것을 핥고 빠느라 붉어진 입술을 손톱으로 아프게 꼬집는다. 션이 여전히 그의 다리 사이에 무릎 꿇고 앉은 채로 허리를 끌어안으며 올려다보았다.

“문 잠가 놨어요.”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는가?”

션이 웃으며 슬그머니 허리 뒤쪽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싫었어요? 엘리엇 씨 여기, 지금 오물거리고 있을 것 같은데?”

엉덩이를 주무르며 소곤거리자 그가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잠시 망설인 후에 물었다.

“문, 잠가 놨다고?”

“네.”

션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도대체 10분만 걸어가면 늘 쓰는 침실이 있고, 10분까지 안 걸어도 그냥 복도 하나만 건너가면 빈방이 천지로 있는 집인데 왜 여기에서 이러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엘리엇은 흥분해 있었다. 사실 공적인 장소에서 섹스 하는 것은 꽤 오래된 그의 성적 환상 중의 하나였다.

사람들이 그를 두고 “뭘 원하는지 알기 어렵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엘리엇의 욕망은 꽤 명쾌한 편이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몸매 좋은 사람을 선호했으며, 잘생긴 사람도 좋아했고, 안락하고 쾌적하며 은밀한 공간에서 여러 가지 육체적 실험을 해 보기를 좋아했다.

반대로 이따금 혼자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은 채로 좀 더 스릴 있는 망상을 하기도 했다. 공공장소, 대중교통 수단, 인적 드문 한밤의 거리, 무도회장의 화장실이나 조용한 휴게실 같은 곳들 말이다. 실제로 할 생각은 없었다. 남들에게 보이는 것이 수치스럽다든가 하는 것에 앞서서 음란죄가 아닌가.

그런 것을 생각해 보면, 어쨌든 ‘집 안’이라고 할 수 있는 타운 하우스의 집무실은 꽤 아슬아슬하게 그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공간이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고, 실행해 보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침실 밖에서, 혹은 모텔 이외의 공간에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엘리엇의 굳은 머리에는 꽤나 현실감 없는 이야기였다. 

침실의 연장선상에서 욕실, 그리고 단둘만의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션의 집과 캐번디쉬의 아파트에서 거실이라든가 주방에서 흥분하여 끝까지 한 적이 있지만, 수백 명의 고용인이 오가는 타운 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엘리엇으로서는 그런 좁은 공간은 어디까지나 아무도 오지 않는 조용한 사실로 느껴졌으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반면 집무실은 지금까지 공적 공간으로 여겨 온 장소였다. 거의 매일 비서진과 외부 손님이 들락거리며, 접견실과 접견 대기실도 바로 붙어 있다. 문을 잠그기는 했지만, 그런 장소의 바닥에서 션을 자빠뜨려 놓고 올라타는 것은 그를 거의 미치게 만들었다.

얼마나 흥분했느냐면, 션의 바지춤을 풀어 굵직한 물건을 꺼내면서 팬티 속에서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뒤를 조여 대느라 엉덩이에 쥐가 날 판이었다. 션이 웃음을 참지 못하며 진정하라고 달랬다. 엘리엇은 그가 쥐여 주는 콘돔을 까서 입으로 션의 것에 씌웠다. 처음부터 이럴 줄 알기라도 한 것처럼 콘돔은 바나나 향이었다.

키스에서도 인공적인 바나나 향이 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엘리엇은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벗어 버리고 션의 위로 엎드려 입술을 겹쳤다. 그리고 그의 손에서 주사 젤을 빼앗아 뚜껑을 따고 스스로 뒷구멍에 그것을 밀어 넣었다.

“제가 할 건데.”

“자네한테 맡기면 그것만으로도 30분은 걸리잖나.”

“그렇게 급해요?”

“여기에서 두 시간씩 하자는 건 아니겠지? 으응.”

몸을 앞뒤로 흔들며 회음부로 션의 페니스를 문지른다. 스스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뒤를 벌리는데, 션의 손가락이 따라 들어왔다. 풀어 주는 데 집중하는 그와 달리 션의 손은 애무하듯이 안을 간질이려고 한다. 엘리엇은 그의 손을 밀어내려고 하다가 오히려 벌리는 꼴이 되어 헐떡거렸다.

“두 시간 좋지 않아요? 모두 퇴근한 불 꺼진 사무실에서 스릴 있게.”

“아직 아무도 퇴근하지 않았고, 불도 끄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네에게, 으응, 일깨워 줘야겠군. 하.”

엉덩이를 주무르다가 슬금슬금 뒤로 파고드는 손을 탁 때려치우고 엘리엇은 허리를 조금 들었다. 션이 웃었다.

“그럼 아무도 퇴근하지 않은 사무실에서 문 잠가 놓고 몰래 하는 거네요. 그건 더 끝내주는데요?”

“아, 자네. 흐으…….”

션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엘리엇은 뒤를 벌름대며 두꺼운 귀두를 구멍에 맞추고 조심스럽게 엉덩이를 아래로 내렸다. 션이 그의 엉덩이를 받쳐 주는 척하면서 꽉 쥐었다. 그리고 평소의 애교 어린 어조가 아니라 남자 비서들이 그러는 것처럼 극도로 정중한 어조로 동의를 구했다.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합하?”

그건 단순한 것치고는 끔찍하게 흥분되는 롤 플레이였다. 엘리엇은 다리에서 힘이 풀리는 바람에 주저앉고 말았다. 굵고 긴 기둥이 단숨에 몸을 가르는 느낌에 그는 짧은 비명을 질렀다. 둔통이 퍼지고 아랫배가 당겼다.

션이 미간을 좁혔다. 좀 더 편안하게 쾌감을 드러내는 평소와 달리 일부러 엄격한 얼굴을 유지하려는 그 표정은 조금도 그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엘리엇은 아픔과 쾌락에 헐떡이면서 몸을 일으키려는 그의 이마를 검지로 눌러 바닥에 눕혔다.

“내 생각에는, 흥분한 것은 자네인 것 같은데. 미스터 맥케인.”

몸 안에 있는 성기가 크게 꿈틀거리면서 뒤를 휘젓는다. 쾌감 때문에 션이 거의 어금니를 악물고 말했다.

“합하께서 제 물건을 잘근잘근 깨물고 계시니까요.”

“움직이지 마. 명령일세.”

엘리엇은 숨을 몰아쉬면서 애써 무표정을 유지했다. 깊은 곳에 닿아서 눈이 돌아 버릴 것 같았다. 부담감을 못 이기고 조심스럽게 허리를 조금 띄운다. 뒤를 돌아보자 굵은 음경이 자기 뒷구멍에 반쯤 물린 것이 보인다. 콘돔은 향에 맞춘 듯 반투명한 노란색이었고, 진짜 바나나처럼 보였다.

불현듯 그것이 우습게 느껴졌지만 엘리엇은 웃음을 참았다. 잔뜩 흥분한 몸은 웃음을 터뜨리는 것 같은 자극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이 터진 것처럼 몸에 열이 붙어 금세 견딜 수 없게 된다. 션의 말마따나 그의 물건을 깨물면서 조였다 풀어졌다 하던 뒷구멍이 이내 익숙해져 자연스럽게 나머지를 모조리 집어삼켰다. 엘리엇은 뿌리 끝까지 그를 잡아먹으며 등을 세웠다.

“아, 아, 좋아.”

“엘리엇, 움직여요.”

션이 뜨겁게 말하면서 그의 허벅지를 어루만졌다. 잘하지도 못하는 역할극은 벌써 날아가고 없었다. 엘리엇은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엉덩이를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느끼는 곳에 닿도록 조절하면서 살살 비비다가 조금 힘주어 깔고 앉는다. 신음이 터졌다.

“아, 깊어, 으응, 션.”

“기분 좋아요. 엘리엇, 더 해 주세요. 밑으로 더 빨아 줘요.”

“션, 좋아? 이게, 하, 으읏. 거기, 좋아. 거기, 하아.”

스스로 원하는 지점에 가져다 대면서 가볍게 안을 찧듯이 자극한다. 잘게 허리를 흔들다가 점점 몸을 세차게 위아래로 움직인다. 션이 그의 허벅지를 꽉 잡았다. 엘리엇은 금세 이성을 잃고 허리를 흔들어 대다가 션이 허리를 튕겨 올려 느끼는 곳을 콱 찍어 주는 순간 교성을 올리며 몸을 꺾었다.

“아, 아!”

그가 흘린 정액이 션의 셔츠를 적셨다. 가볍게 가 버린 몸에 여운이 번진다. 땀이 뻘뻘 나서 셔츠가 젖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방음이 어느 정도 되던가를 생각하면서 그는 션의 입술에 다시 입술을 겹쳤다.

조금 템포를 늦추고 천천히 키스한다. 션이 그의 몸을 안은 채 조금 더 엉덩이를 위아래로 흔들게 했다. 그리고 사정했다. 빼내는 것이 아쉬웠지만 여기까지다. 혼자 바에서 남몰래 남자를 낚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같이 일탈해 줄 사람이 있는 것은 그보다 훨씬 즐거운 일이었다.

“이게 끝이에요?”

그가 몸을 일으키자 션이 바닥에 누운 채 이리 안기라는 듯이 두 팔을 벌리고 물었다. 엘리엇은 숨을 고르며 미소했다.

“여기에서 진짜로 두 시간 동안 할 수는 없잖은가? 먼저 침실에 가 있게. 나는 대충 일 마무리만 하고 갈 테니.”

인터폰이 울린 것은 그때였다. 비서실이었다.

「합하, 롱펠로우에게서 기다리시던 연락이 왔습니다. 전화를 돌려도 될까요?」

“2분 정도 후에 다시 통화 연결해.”

「알겠습니다.」

그사이에 엘리엇은 다리 사이를 닦고 몸차림을 바르게 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어느 틈에 일어난 션이 뒤에서부터 끌어안아 왔기 때문이다.

“션. 하윽!”

조금 전까지 그의 것으로 쑤셔 댔던 항문은 흥건하게 질척했으므로 갑자기 꽂아 넣어도 아무 무리가 없었다. 오히려 엘리엇은 교성에 가까운 비명을 올리며 책상 모서리를 부여잡았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질책하려 했지만, 션이 허리를 더 당겨 깊게 밀어 넣으며 그의 페니스를 부드럽게 쥐었다. 허리가 저절로 꺾였다.

“션, 그만, 앗, 그만!”

“방금까지 걸로는, 비윤리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부족하지 않아요?”

2분 후에 다시 전화가 연결될 거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션은 그럴 여유도 없이 몰아쳐 왔다. 한창 예민해진 내벽으로 파고들어 와 비비는 감촉에 엘리엇은 책상 모서리를 짚었다. 고개를 책상에 처박은 채 흐트러진 서류에 뺨을 문댄다.

“안, 돼, 하응, 션, 이러지, 이러지 마. 아읏!”

경련을 일으키는 하반신이 들리다 못해 발이 아예 땅에서 떴다. 발기한 성기가 책상 위에 눌렸다. 서류에 체액이 묻겠다는 생각을 하기 직전에 션이 그의 아랫배 쪽에서 서류를 쓸어 냈다. 콘돔이 씌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안 된다고 버둥대는데 다시 인터폰이 울렸다.

「롱펠로우입니다, 합하.」

이쪽에서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저쪽에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숨을 애써 죽였다. 션이 빼내다시피 했다가 깊이까지 꾹 쑤셔 박았다.

“윽……!”

엘리엇은 교성을 참기 위해 피가 나도록 손등을 깨물었다. 격렬하고 깊은 움직임에 미칠 지경이다. 션이 속삭였다.

“연락, 나중에 받겠다고 말씀하세요.”

“모, 못, 해, 하, 아, 션, 아, 흑.”

「합하, 안 들리십니까? 합하?」 

“제발, 못 해, 션, 아, 응, 앙.”

셔츠 사이를 풀어 헤치고 들어온 손날이 가슴 사이부터 배까지 긁어내렸다. 엉덩이가 꿈질꿈질 움직인다. 엉금엉금 기어 달아나려 해도 앞에는 책상밖에 없다. 거의 책상 위로 기어 올라가다시피 하는 형상이 된 채로 엘리엇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서류에 얼굴을 비볐다.

“조금만 참아요.”

“그렇게 하면서, 응!”

션의 손이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인터폰의 버튼을 눌렀다.

「합하?」

“……!”

입을 막아 주기는 했지만, 인터폰과 고개가 너무 가까웠다. 거친 숨소리와 신음이 들릴까 걱정하면서 엘리엇은 책상 모서리를 부여잡고 온 힘을 다해 참았다. 참으면 참을수록 몸을 꿰뚫은 쐐기를 의식하게 되고 만다. 발버둥 칠수록 자극이 심해지고 숨을 죽이면 온몸이 션의 것에 지배당하는 감각에 눈앞이 캄캄해진다. 엘리엇은 두 다리를 오그리고 경련했다. 션이 조금 숨을 고르고 평연을 가장하며 말했다.

“접니다. 롱펠로우 씨, 엘리엇 씨는 지금 몸이 좋지 않으니까 통화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연락드리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수고하세요.”

뭔가를 눈치챈 건지, 아니면 오래 전화를 받지 않은 탓인지, 단순히 방해하지 않으려고 그러는 건지 롱펠로우가 약간 머뭇거리다가 빠르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으, 응!”

연결이 끊어지자마자 엘리엇은 션의 손가락을 깨물며 참고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션이 몸을 빼냈다가 다시 깊은 곳까지 박아 넣었다. 느끼는 곳을 모조리 긁으며 뿌리까지 들어온다. 엘리엇은 몸서리치며 션이 주는 감각을 모조리 받아들였다. 피부로 전율이 달린다. 발가락에 쥐가 날 것 같았다.

그가 흐느끼면서 벌벌 떨고 있는데 션이 고개를 숙여서 입술에 짧게 키스하고는 목뒤로부터 귀로, 귓바퀴까지 검지로 긁듯이 애무하면서 속삭였다.

“조금만 더 참아요.”

“읍!”

다시 입을 막혔다. 션이 인터폰을 눌렀다. 이번에는 비서실로 연결된다. 눈물이 핑 돌았다. 엘리엇은 다시 온몸을 굳혔다. 아랫도리가 몸부림치며 션의 것을 잡아 문다. 션은 그대로 버둥거리는 몸을 부여잡고 느리고 부드럽게 몇 번이나 몸을 갈랐다. 소리 없는 비명이 엘리엇의 목구멍으로 터졌다.

“오늘 일은 끝이니까 이만들 퇴근하세요.”

「알겠습니다. 션 님. 합하께서는,」

“인사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모두들 수고했어요.”

인터폰 너머로 작별 인사가 들렸다. 션이 인터폰의 전원 버튼을 눌러서 꺼 버리는 것을 엘리엇은 눈물이 고인 눈으로 쳐다보았다. 바짝 긴장했던 몸이 마침내 한계에 도달한 듯이 축 늘어진다. 양껏 빨아 대던 뒷구멍도 힘없이 부드러워졌다.

션은 그제야 입을 막은 손을 놓아주었다. 엘리엇이 풀린 눈을 감으며 할딱할딱 숨을 몰아쉬었다. 질금질금 샌 정액으로 콘돔 안이 흥건해졌다. 입속에 들어와 있던 션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입천장을 훑고 나가더니 콘돔을 벗기고 그의 성기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자네, 이게 무슨, 으, 하응…….”

“느꼈지요?”

부정할 수가 없었다. 션이 그의 몸 안에서 빠져나가더니 몸을 돌려 눕히고 허벅지를 벌려 다시 뿌리까지 밀고 들어갔다. 그리고 힘없이 팔을 벌리는 엘리엇을 안으며 웃었다.

“이제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이 됐는데.”

“그래서?”

“두 시간, 어떠세요?”

“나중에, 화낼 걸세.”

하지만 거절할 처지가 아니었다. 더는 못 견딜 지경이 되어 엘리엇은 그의 목을 감아 안았다.

* * *

두 시간 후의 집무실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서류는 젖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구겨져서 바닥에 흩어졌고, 책상에 놓여 있던 인터폰이며 메모지 홀더, 펜꽂이, 그밖에 모든 물건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는데, 그걸 모조리 떨어뜨리고 책상 위에서 열락을 맛본 다음에는 물건을 바닥에 던져 놓은 것도 무색하게 어차피 그 위를 굴러다녔다. 머리는 엉망진창으로 헝클어져서 폭탄 맞은 것처럼 되었고 셔츠는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보였다.

단추를 잠그려고 애쓰다가 어차피 두 개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엘리엇은 한숨을 쉬며 소파에 늘어졌다. 그리고 팔다리를 늘어뜨린 채로 가만히 있었다. 그나마 뭘 묻힌 곳이 적다는 게 위안이었다. 그의 다리 사이를 닦아 주고 쓰레기를 치우는 션은 어디까지 생각했던 건지, 버릴 콘돔과 젤 껍질을 담아 갈 비닐봉지와 물티슈까지 준비해 놓고 있었다.

“집무실 쓰레기통에 버리긴 좀 그렇잖아요.”

도시락 바구니에서 커다란 타월이 나왔을 때는 격동하는 일이 좀처럼 없는 엘리엇조차도 황당한 웃음을 머금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타월보다도 사실 콘돔을 여섯 개나 가지고 왔다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자기 것으로 세 개, 엘리엇의 것으로 세 개. 허리가 움직여지지도 않았다.

“그나저나 자네는,”

“네?”

“언제부터 내 비서실에 퇴근하라는 지시를 그렇게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 건가?”

“엘리엇 씨가 저를 위해서 헤리퍼드를 통째로 걸었을 때부터요?”

되묻기라도 하듯이 션이 말했다. 그리고 웃었다.

“보통이죠, 뭐. 저라도 베드퍼드 공작 부인께서 오셔서 집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퇴근하라고 하면 두말 않고 가방 싸서 나올 건데요.”

엘리엇은 앓는 소리를 냈다. 션이 바닥의 서류들을 주워서 폈다. 무거운 책을 찾아다가 눌러놓는 것을 보고는 그는 션에게 말했다.

“내일 쉬는 날이었지?”

“네.”

“그거, 자네가 정리해.”

“네?”

“간단한 안건이면 그대로 처리해도 되겠지만 아니면 새로 작성해야 할 거 아닌가. 다시 해야 할 건지 아닌지 모레까지 정리해 둬.”

“제가요?”

“그럼 자네가 친 사고를 내 비서들에게 처리하라고 할까?”

그것도 그렇네요, 하고 션이 울적한 얼굴이 된 채 끌어안으러 왔다.

“정리 마저 안 하나?”

“내일 어차피 제가 정리할 거면 지금은 됐어요. 시급 가불해 주세요.”

“시급?”

“10분에 키스 한 번.”

“내 입술은 무척 싸구려였군.”

“좀 더 염가로 후려칠 수 있다면 좋겠는데요.”

말하면서 션이 입술을 겹쳐왔다. 짧게 키스를 하고 션의 무릎 위로 끌어 올려지며 엘리엇은 그의 뺨을 만지작거렸다.

“가불이라면, 얼마나?”

“헤리퍼드의 일은 전혀 모르니까 하루 종일 걸리지 않겠어요?”

“그럼 우선 6시간어치만 가불해 줄까?”

이마와 코를 마주한 채로 속삭이고 엘리엇은 가볍게 그의 입술에 첫 번째 버드키스를 남겼다. 두 번, 세 번, 네 번, 촉촉한 점막을 겹쳤다 뗀다. 그러다가 조금씩 욕심스럽게 키스가 깊어졌다. 황홀한 열두 번째의 키스에 션이 웃음을 흘리면서 물었다.

“그러고 보니 화 안 내세요?”

“아…….”

엘리엇은 잊고 있었던 것을 깨닫고 얼굴을 굳혔다. 그러나 션이 웃으며 다시 뺨을 코로 비벼 오는 바람에 미소를 짓고 말았다.

“우선 가불부터 해 주고. 그다음에는 꼭 화낼 걸세.”

그는 션의 뺨을 아프게 꼬집었다. 그리고 빨갛게 된 뺨을 문지르는 것을 보면서 그 아랫입술을 깨물고 혀를 내밀어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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