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졌다.
션은 캐럴을 흥얼거리며 거리를 걸었다. 그는 무신론자이지만, 크리스마스를 싫어할 정도로 냉소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싫어하지 않는다고 해서 딱히 좋아하지도 않았다. 거리에 가득 찬 세일 문구들이 무의미한 혼잡처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크리스마스 당일의 텅 빈 거리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적어도 작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올해는 좀 다르다. 대형 할인이라며 떠들어 대는 가게를 하나하나 살피면서 고민에 잠긴다. 와인을 고르려다가 고민한 나머지 마시지도 않을 것을 9병이나 사고 말았고, 치즈를 쟁이고 케이크를 예약했다.
엘리엇과 언제 만날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정확한 예약을 걸자 케이크 가게의 아가씨는 난처해했으나 웃음 한 방에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필요한 날 하루 전에만 전화를 달라면서 허락해 주었다. 션은 얼굴로 호의를 산 것에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녀가 딱히 자신에게 마음이 생긴 것도 아니고 사소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로 치기로 했다.
선물은 뭐로 할까. 값진 것을 사 봐야 엘리엇의 눈에 찰 것 같지 않고, 마음이 담긴 선물이라고 해도 그런 게 쉽게 눈에 보이는 형태로 있는 것도 아니다. 평소에 필요한 물건이 제일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엘리엇에게 필요한데도 장만하지 못한 물건 같은 게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좋아하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다.
정해진 브랜드의 시가를 피우는 것은 알지만 몸에 좋지도 않은 것을 선물하고 싶지는 않았다. 차라리 니코틴 패치를 살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션은 혼자서 웃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누군가와 이런 식으로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을 생각한 것은 처음이다.
카이루완에서는 보살핌을 받았고, 런던에서 사귄 애인들과도 크리스마스와 연말 정도는 함께 보냈지만, 기대하면서 기다리기는커녕 무엇을 할 것이냐 라든가, 가족을 만나러 가는 문제로 싸움이나 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아마 엘리엇을 이브에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다고 들었지만, 다른 친척이나 가족도 있을 것이다. 국교회 신자라고 했으니 당일에는 예배를 드려야 할 것이다. 아마 어렵지 않겠느냐고 엘리엇도 말했고, 션도 거기까지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휴가는 길다. 그 전주나 다음 주의 하루 정도는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션은 기대하고 있었다.
일단 영화를 예매한 것은 일요일이지만, 평일이라도 상관없었다. 집으로 초대하는 것은 어떨까? 밖에서 만나서 거리를 조금 걷는 것도 좋고, 빈자리가 있다면 역시 영화를 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크리스마스 요리를 먹는 거다. 엘리엇도 그렇게 부정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컨벡션 오븐이라도 살까. 오랫동안 혼자 살면서 그럭저럭 자기 입을 부양할 정도의 요리 솜씨는 생겼지만, 칠면조 요리 같은 것에는 도전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한두 번 연습해 보면 그럭저럭 흉내 정도는 낼 수 있지 않겠나. 엘리엇은 음식 투정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가끔 간단히 오믈렛 같은 것을 만들면, 맛이 없다고 책망하기는커녕 별걸 다 할 줄 안다고 놀라면서 기꺼이 먹어 주곤 했다.
그의 집이 엘리엇의 아파트보다 더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공간에 엘리엇이 들어온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깊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좋다. 션은 완전히 결심한 상태가 되었다. 그의 삶에 들어갈 수 없다면 자신의 삶으로 초대하면 되는 것이다. 그에 대해 아는 것만큼이나 그가 자신에 대해 알아주는 것도 기쁠 것이다.
결국, 선물은 고르지 못하고 그는 먹을거리만 산더미처럼 싸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커다란 봉투를 식탁에 내려놓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는데, 부재중 통화가 들어와 있었다.
그는 서둘러 재발신을 눌렀다. 몇 번 신호가 가지 않아 엘리엇이 전화를 받았다.
“접니다, 엘리엇 씨.”
「바쁜데 방해한 건가?」
“아뇨,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좀 시끄러운 데 있어서 듣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런가. 이번 주 말인데.」
“아, 예.”
「일요일에 예정이 생겼네. 자네와 만나지는 못할 것 같네.」
“예…….”
션은 실망감을 느꼈지만, 애써 그것을 감추었다.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던 것이 아닌가. 엘리엇도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고 말이다.
“역시 크리스마스 주간에는 가족분들과 함께 보내시겠죠?”
「딱히 가족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있는 건 아니네만, 친척 모임도 있고 해서 말일세.」
“예. 이해합니다. 크리스마스 다음 주에는 어떠십니까?”
「연말 모임이 있을 것 같은데. 어쨌든 금, 토, 일은 시간을 뺄 수 없어. 주중에는 어쩌면 될지도 모르겠군. 자네도 모임이라든가 파티가 있을 거 아닌가?」
“별로 중요한 건 없습니다.”
초대장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서도 받고 있지만 션은 그런 모임 같은 것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설령 나갈 마음이 있었다 하더라도 엘리엇을 만나는 일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나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비울 필요는 없네.」
“예.”
일부러 비워 달라거나 기다려 달라고 말하는 쪽이 좀 더 기뻤겠지만, 션은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그냥 얌전히 긍정의 대답을 했다. 엘리엇이 나중에 또 연락하겠노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아아.”
션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꼭 기대하고 있었던 건 아니니까 괜찮다. 이 주일도 넘게 만나지 못한다는 것은 굶어 죽으라고 내던져진 기분이었지만, 아예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빠서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니까. 매주 참고 있는 것처럼 행복한 기다림이 조금 더 길어지는 것뿐이다.
그는 결심하듯이 핸드폰을 내려놓고 봉투를 풀었다. 먹는 거야 어차피 혼자서도 적게 먹지 않으니까 유통기한을 넘기기 전에 다 해결될 테고, 와인과 치즈는 보관해 둬도 상관없다. 괜히 들뜬 나머지 오버해서 사 버렸기 때문에 둘이 먹었어도 하루 만에 처치할 양이 아니었고 말이다. 예약한 케이크는 취소하기로 했다. 시즌 안에 만날 것이 아니라면 굳이 예약까지 할 필요는 없다.
괜찮아.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엘리엇은 단지 바쁠 뿐이다. 자신이 싫어지거나 한 것이 아니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지 않았나. 미리 연락을 주고 대략적인 이유나마 설명해 준 것도 고마운 일이다.
그는 장 본 것을 냉장고에 채워 넣고 와인을 찬장에 넣었다. 큰맘 먹고 산 것인데 아까운 기분이 들었다. 여러모로 당분간 집에서의 식생활이 풍성해지겠다. 엘리엇을 만난 뒤로 집에서 하는 모든 일이 귀찮아져서 대강 냉동식품을 데워 먹는 것으로 때우곤 했었는데 말이다.
봉투 바닥에서 조그만 탁상용 트리를 꺼낸다. 이런 것을 산 것은 처음이었다. 들떴던 마음이 가라앉자 이상하게 차분해진다. 전깃줄을 풀어 콘센트에 꽂자 꼭대기에 달린 별이 노란빛을 냈다. 전원 버튼을 누르자 별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캐럴을 연주했다.
션은 식탁에 앉아서 가만히 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아무것도 없는 공허에 비하면 기다림으로 가득 채워진 크리스마스는 충분히 행복했다.
* * *
오브라이언은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지사별로 직원과 직원 가족을 초청하여 대규모 리셉션을 열었지만, 올해에는 그러지 못했다. 해외에서 수주받아 온 대형 프로젝트에 긴급한 문제가 터져서 그 뒤처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본사 직원은 거의 전원이 크리스마스이브와 당일을 제외한 휴가를 전부 반납하고 출근을 해야 했고, 그건 대표 이사인 대니얼 풀러도 마찬가지였다.
신생 회사답게 젊게 운영되는 오브라이언의 직원들은 풀러의 야심에 기운차게 잘 따라가는 편이었지만, 이 일은 확실히 원성을 샀다. 해외 프로젝트를 이렇게 연달아 맡기에는 우리 회사가 너무 작은 게 아니냐며 험담하는 소리도 있었다.
크리스마스고 뭐고 가족도 없고 할 일도 없는 션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많은 일에 파묻힐 수 있어서 외로움을 묻는 데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 매년 거절에 고심하는 수많은 초대장과 은근한 유혹들을 피하는 데에 회사 일만큼 당당하고 원천적인 핑계도 없다.
그는 아예 남의 일까지 맡아 주었다. 덕분에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출근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이런 기회에나 남에게 인심을 쓰는 거라서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교회에 나갈 것도 아니니 이브에도 당일에도 집에 있어 봐야 늦잠이나 자게 될 테고 말이다.
물론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회사에 있었어?”
갓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나가 봤더니, 이웃의 해리스 부인이 손에 큰 접시를 들고 서 있었다. 이웃에 대한 호의라기에는 다소 짙은 색의 감정을 띤 그녀의 뒤로 올해 중학생인 딸 둘이 새빨간 얼굴을 내밀었다.
“문제가 생겼으니 어쩔 수 없죠. 이건 뭡니까?”
“크리스마스 요리를 좀 챙겼어. 우리 집은 넉넉하게 만들었거든. 션은 혼자 사니까, 이런 것까지 준비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친척들이 와서 좀 시끄러울 텐데 미리 사과할게. 조금만 이해해 줘. 애들이 많아서.”
“물론이죠. 크리스마스 아닙니까.”
“고마워.”
션은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로 와인을 한 병 건넸다. 그것을 받아 들고도 해리스 부인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션이 가만히 그녀를 내려다보자 화들짝 놀라 딸들만큼이나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면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하고 황급히 발길을 돌렸다. 아이들도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하지 않으면 죽는 사람처럼 외치고 어머니를 따라 달려갔다.
션은 문을 닫고 식탁에 쟁반을 내려놓았다. 해리스 부인의 요리 솜씨는 별로 믿을 수 없지만, 가득 담긴 크리스마스 요리는 제법 그럴싸해 보였다. 이왕 받은 것이니 혼자라도 신경을 좀 써 볼까 하며 션은 와인을 꺼냈다. 가장 좋은 것은 말고, 그다음 것으로. 가장 좋은 것은 언젠가 엘리엇과 마실 것이다.
그는 트리 옆에 쟁반과 잔을 놓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것을 엘리엇에게 보냈다.
[메리 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내고 계십니까?]
답변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실망은 했다. 엘리엇의 핸드폰도 자신의 핸드폰만큼이나 인사로 넘쳐날 테지만 간단히 한 마디만이라도, 봤다고 동그라미라도 찍어서 보내 주면 좋을 텐데.
[올 한 해에 가장 좋은 일은 엘리엇 씨를 알게 된 일입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엘리엇은 지난번 통화를 끊고 나서부터 좀처럼 연락을 주지 않는다. 션은 틈틈이 그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일은 한 번도 없었고 문자에 답이 오는 일도 없었다. 원래도 세 번에 한 번 정도나 겨우 답이 오지만, 지금처럼 한 번도 답해 주지 않는 일은 처음인 것 같았다.
제법 보기 좋게 테이블 세팅을 했지만 와인은 좀처럼 목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식욕도 별로 없어서 음식도 먹다 말고 내버려 둔 채 션은 소파에 옆으로 드러누웠다.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다.
크리스마스가 넘고, 연말이 지나고, 신년 축하의 불꽃이 쏘아 올려져도 엘리엇에게서는 소식이 없었다. 하루하루가 지나갈 때마다 션은 조금씩 불안해졌다. 박싱데이의 프리미어리그 중계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엘리엇이 바쁘다는 것은 안다. 바쁜 이유도 대강은 짐작한다. 시간이 나면 연락하겠다는 말도 믿고 있다. 그런데도 꼭 이렇게 시간만 흘려보내다가 그나마 만들어 놓은 관계마저도 자연 소멸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션은 열심히 마음을 다졌다. 그는 자신을 꽤 마음에 들어 해 주고 있다. 그리고 스캔들과 아웃팅을 신경 쓰고 있을 뿐이지, 굳이 여러 남자를 원한다거나 한 사람으로는 만족을 못 해서 원나잇을 하던 것도 아니다.
션은 그가 지금의 안정된 관계에 기분 좋게 안주하고 있고, 또 자신의 몸에 매우 만족해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연락이 올 것이다. 적어도 섹스가 하고 싶어지면 틀림없이. 다른 남자들보다는 훨씬 앞서 있다.
엘리엇에게서 새해 인사가 도착한 것은 1월 10일이 넘어서의 일이었다. 형식적인 인사 문자들이 쌓여 가는 문자 함을 지우고 넘기고 지우고 넘기고 하다가 그 사이에서 엘리엇의 이름을 발견했다.
[해피 뉴 이어. 바쁘지 않을 때 연락 주게.]
3주 만의 연락인데 장식 하나 없이 딱딱한 문투가 그다웠다. 션은 깜짝 놀라 두 손으로 핸드폰을 쥐고 이름을 다시 확인했다. 알림 소리가 너무 여러 번 울려서 그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것이 스트레스라 무음으로 돌려놓았었는데, 그사이에 엘리엇이 연락을 했을 줄은 몰랐다. 그럴 줄 알았다면 소리를 끄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문자가 들어온 시간을 확인했다. 두 시간쯤 지났지만, 지금은 저녁 9시이다. 전화하기에 적당한 시간이었다.
발신을 눌러 놓고 그는 깊게 심호흡했다.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엘리엇이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일세.」
무심한 목소리가 몹시도 반가웠다. 션은 초조함과 기쁨이 뒤섞인 채로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엘리엇 씨.”
「그간 자네가 보낸 문자는 모두 받았네. 핸드폰을 두고 출국했기 때문에 답을 제때 하지 못했군.」
“아뇨. 괜찮습니다. 이렇게, 연락을 주셨으니까.”
「설마 사고라도 나서 죽었을까 봐?」
그가 농담이라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션도 저도 모르게 웃었다. 그 농담은 전혀 웃음이 나오는 게 아니었지만, 엘리엇이 농담을 하려고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정말로 웃을 수 있었다.
“그런 게 아니라요. 그런데,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프랑스에 잠시 다녀왔다네. 그쪽에도 돌아 봐야 할 곳이 몇 군데 있어서.」
“그러, 셨군요.”
그는 나를 잊고 있었던 게 아니다. 안도가 천천히 손발로 퍼져 나갔다.
“여행은 즐거우셨습니까?”
「글쎄. 여행이라고 할 만한 일은 아닐세. 런던보다 해가 따뜻하긴 하더군.」
“그렇군요. 그래도 친척분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으셨겠습니다.”
「다음 주에 시간 있는가?」
“예. 물론입니다.”
션은 눈물 나게 기뻤다. 엘리엇이 약간 웃었다.
「다행이군. 오랜만에 자네를 만날 생각을 하니 즐거운걸. 다음 주에 보세나.」
“예.”
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엘리엇은 거기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전화를 끊었다. 션은 아쉬운 한숨을 내쉬며 깜박거리는 액정을 내려다보았다. 언제나 그렇다. 이렇게 기쁜데도 엘리엇은 그의 마음을 완전히 충족시켜 주는 법이 없다. 혼자서만 애가 타는 것이 억울하기도 하고, 그런 건 문제도 되지 않을 만큼 행복하기도 하다.
그는 펄쩍 뛰어 일어섰다. 잊지 않은 것으로도 충분하다. 데이트 신청은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완전히 무산되었지만, 앞으로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잖은가. 오히려 크리스마스처럼 특별한 날을 틈타려 했던 것이 잘못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다음에는 좀 더 마음을 가볍게 먹고,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말해 보자고 생각했다. 처음 같이 식사를 하고 헤어지자고 말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