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분수에 안 맞는 케이크
비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곤이 무서워할 것 같았다.
그날은 곤이 스무 살이 되는 해였다. 곤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개새끼한테 정 너무 많이 줘봤자 너만 불쌍해진다고 했다. 금방 죽을 텐데 마음과 돈을 써봤자 뭐 하냐고. 곤은 그런 말을 한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어느 강아지보다도 건강하게 스무 해를 살아냈다.
앞다리를 들어 올리며 뒷다리로만 설 때 나보다도 큰 곤을 나는 언제나 강아지라고 불렀다. 내게 곤은 죽을 때까지 강아지였다. 남들이 개새끼라고 할 때 그 애가 듣지 못하도록 곤의 귀를 막아줬고, 둘이서만 있을 때는 우리 강아지라고 하며 예뻐했다. 실제로 곤은 예뻤다. 눈도 반짝, 코도 반짝, 귀는 쫑긋.
곤,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금방 올게.
내가 어딘가로 나갈 때면 꼭 같이 가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곤을 애써 달래고서 케이크를 사러 나갔다 온 게 잘못이었을까.
“곤, 곤아―, 형아 왔어.”
우산도 소용없는 강우에 케이크만이라도 지키려고 아등바등한 게 무색했다. 몇 평 되지도 않는 방에 곤이 없었다. 집보다는 방에 가까운 공간은 나와 곤이 들어가면 옴짝달싹 못 할 정도로 좁았다. 그런데 곤이 없었다. 오늘은 생일 파티를 하는 날인데 어디로 간 걸까.
간이 냉장고에 케이크를 넣고서 휴게소를 뒤졌다. 차를 무서워하는 곤이 남의 차로 들어갔을 리는 없었다.
“아저씨, 혹시 곤이 못 보셨어요?”
“곤이? 방에 없어?”
“네……. 혹시 보시면 말해주세요.”
휴게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전부 물었다. 혹시 곤이 본 적 없으세요? 저랑 맨날 같이 다니는 강아지 있잖아요, 좀 큰 강아지. 사람들은 전부 못 봤다고 했다. 점점 화가 났다. 이렇게 좋은 날 내가 고생고생해가며 비싼 케이크도 샀는데 이놈의 강아지가 대체 어딜 간 걸까.
씩씩대며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옆방 아주머니가 허둥지둥 내 팔을 잡았다.
“학생, 어디 갔었어!”
“안녕하세요……. 저 찾으셨어요?”
“아휴, 아휴! 학생네 그 똥개, 누가 차에 싣고 가버리는 걸 봤는데, 아휴, 내가 막― 소리 지르면서 주인 있는 개라구 그랬다고! 그런데도 무시하고는 쌩 가버리는데…….”
“누, 누가요? 번호판 찍으셨어요?”
“그럴 정신이 어딨어! 그냥 고래고래 욕이나…… 아이구, 학생 울지 마, 응? 어쩜 좋아…….”
형편에 맞지 않는 비싼 케이크도 샀는데 곤은 사라졌다. 내가 분수에 안 맞는 케이크를 사기 위해 오래 너를 혼자 두는 바람에, 너는 납치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