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싱샵
건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조금 무거웠다.
***
부공태와의 데이트를 앞두고 나는 숍에 찾아갔다. 숍 사장님은 내가 매니저 형을 통한 연락 없이 혼자 온 것에 놀라신 모양이었다.
“설마 희설 씨, 애인 생겼어?”
“아, 하하. 관리한 지 조금 된 것 같아서요.”
샵은 연예인들끼리 소문이 가장 빨리 퍼지는 곳이다. 그러니 말도 조심해야 했다. 물론 부공태가 창피한 것도 아니고, 내가 연애하는 걸 숨길 이유도 딱히 없기는 했다.
하지만 부공태가 함부로 다른 사람 입에 오르내리는 건 싫었다. 그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원장은 의심을 풀지 못한 듯이 나를 새침하게 바라보더니 흐음, 하고 콧소리를 냈다. 이럴 때는 그냥 말을 돌리는 게 상책이다.
“그나저나 이번에 우리 회사에서 신인 아이돌 데뷔한대요. 이야기 들어 보니까 남자 그룹인데….”
남자 아이돌 이야기를 줄줄이 이어 가니 원장은 눈을 빛내며 어서 그 병아리들을 숍에 데려오라고 하셨다.
원장님은 내가 어디 선이라도 보러 가는 줄 알았는지 시상식용으로 스타일링을 해 주셨다. 다행히도 화장은 진하지 않았다.
‘뭔지는 몰라도 이기고 오라’는 원장님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그리고 약속 장소에 가는 동안 비가 미친 듯이 쏟아졌다.
“아휴, 뭔 비가 이렇게 쏟아진대요. 몇 걸음만 걸어도 다 젖겠네.”
아버지 차를 모는 기사님께서 나를 데려다주시며 말씀하셨다.
“그러게요….”
기사님의 말씀대로 차에서 나와 몇 걸음을 걷지 않았는데도 바지가 쫄딱 젖었다. 애써 꾸민 머리도 젖었다.
‘얼굴까지는 비가 안 튀어서 그나마 다행인가.’
부공태는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관 지하였다. 쫄딱 젖은 채로 들어가자마자 그는 발을 동동 구르며 미안해했다.
“아이고, 우짜노. 내가 마중을 나갔으야 되는 긴데.”
“아니에요. 공태 씨가 영화관 대여까지 해 주시고 무슨 소리예요.”
그는 나와 영화관 데이트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관 하나를 대여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했지만 그는 완강했다.
‘내는 배우님하고 넘들 하는 거는 다 해 볼 깁니더. 내가 하고 싶어가 이카는 기니까 신경 쓰지 마이소.’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그가 나를 생각해 준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았다. 나 역시 부공태와 평범한 연애를 해 보고 싶었다. 그게 힘들 걸 알면서도 욕심이 들었다.
어쨌든 부공태는 나를 위해 이렇게 영화관을 통째로 대여했다. 나를 직접 데리러 오고 싶었으나 일 때문에 시간이 맞지 않아 그러지 못한 것을 굉장히 안타까워했다.
“영화 이제 시작한대요?”
“예, 들어가입시다.”
그가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커다란 손을 맞잡았다.
부공태도 오늘은 꽤 힘을 준 모습이었다. 진회색의 정장도 멋있고, 공들여 고른 듯한 검푸른색의 넥타이도 그와 어울렸다. 같은 정장이지만 경호할 때 입는 검은색 정장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덕분에 나도 기분이 이상했다. 이제야 경호원 부공태가 아닌, 사람 부공태를 가진 기분이 든달까.
영화는 내가 이전부터 보고 싶다고 했던 독립 영화였다. 한국에는 상영관이 없어서 아쉽다고 지나가는 투로 말했는데, 부공태는 그걸 기억하고 있다가 이렇게 관을 대여해서 내게 보여 준 것이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집중해서 몰랐는데, 어느새 부공태가 내 손을 잡고 있었다. 그 사실을 인식하자마자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부끄러운 동시에 내 옆에 있는 부공태가 그 누구보다 단단하고 야성적인 몸을 가진 남자라는 사실이 실감 났다. 손잡이와 손바닥 사이에 땀이 찼다.
‘안 돼. 이렇게 친절하고 순진한 공태 씨한테 자꾸 이상한 생각 하면 안 돼….’
그날 밤 내 위에 있던 부공태의 완벽한 몸이 자꾸 떠오르는 건 내 탓이 아니었다. 부공태가 너무 완벽한 탓이지.
‘공태 씨가 나를 위해서 이렇게 관까지 대여했는데, 내가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되지.’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다행히도 다시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영화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좋았다. 엔딩 크레디트가 뜨는 동안 나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정리하느라 꼼짝도 않고 있었고, 부공태는 그동안 나를 방해하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
“공태 씨.”
“예?”
시선을 크레디트에 고정한 채로 그를 부르자 맞잡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고마워요, 정말로.”
감동한 건 나인데, 어째 감격한 표정은 그가 짓고 있었다.
‘으휴, 곰돌이.’
손을 좀 더 뻗어 그의 허벅지를 툭툭 두드렸다. 별생각 없이 한 행동인데, 어쩐지 부공태가 얼어붙었다.
‘음?’
주머니에 뭔가 단단한 게 잡혀서 손으로 꾹꾹 눌러 보았다. 뭘 이렇게 넣고 다니는….
“아.”
내가 뭘 만졌는지는 점점 딱딱해지는 감촉을 읽고서야 눈치챘다. 아니, 그렇게 클 줄 알았나. 누구라도 그 정도 크기를 만졌을 때 바로 성기라고 생각하진 못할 거다.
너무 빨리 손을 치우면 그가 민망할까 봐 일부러 천천히 치웠다. 절대 다른 사심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가 민망하지 않길 바라서였다.
“죄송해요.”
“아, 아입니더.”
부공태의 빨개진 얼굴을 보니 또 음심이 차올랐다. 이러면 안 되는데.
“어, 음… 배우님.”
“…네.”
그의 두툼한 손이 내 손을 만지작거렸다. 손바닥을 검지로 살살 긁는 그 동작조차도 약간 색기가 묻어나 부끄러웠다.
“비도 마이 오는데, 근처에 어데… 조용한 데 드가까예?”
“그, 근처에 호텔 괜찮은 데 있더라고요.”
너무 바로 대답했나. 좀 튕겨야 했나? 하지만 비가 많이 오는 건 사실이니까….
“나, 나갈까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어색해지기 전에 뽕을 뽑자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먼저 벌떡 일어섰다. 부공태는 약간 얼떨떨한 표정으로 일어서서 나를 따라 나왔다. 그리고 상영관 문을 나서자마자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모시겠심더.”
“네…!”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이렇게 멋진 남자가 나를 ‘모시겠다’고 하는데. 아무도 없는 영화관 복도를 걸으며 나는 슬쩍 부공태에게 팔짱을 꼈다. 단단한 팔뚝이 어찌나 굵은지, 제대로 접히지도 않았다.
주차장을 나가자마자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쨍쨍하게 햇빛이 내리쬐었다. 하지만 비가 오지 않는다는 말은 둘 중 누구도 하지 않았다.
부공태는 가는 내내 안절부절못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만 자세가 많이 불편한지 조금씩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주머니 쪽에 있던 그 단단한 것이 자꾸 떠올랐지만 그의 허벅지 쪽을 쳐다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조금만 덜 집중했더라면 대놓고 쳐다봤을 거다.
몇 번이나 급브레이크를 밟아 가며 겨우 도착한 호텔에서 우리는 어색하게 엘리베이터를 탔다. 외국인 두 명도 같이 탔다.
심지어 커플인 모양인지 외국인 손님들은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자기들끼리 진한 키스를 시작했다. 부공태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열심히 엘리베이터 전광판만 올려다보았다.
“…….”
“…….”
외국인 커플은 스페인어로 추정되는 언어를 끈적끈적하게 주고받으며 우리보다 2층 아래에서 내렸다. 닫힘 버튼을 향해 뻗은 두 손이 겹쳤다.
둘 다 놀라 동시에 손을 거뒀다가 또 동시에 뻗었다. 이렇게 어색한 적은 처음이었다.
“제, 제가 누를게요.”
그제야 손이 겹치지 않았다.
룸에 도착해 카드 키로 열고 들어가니 으리으리한 방이 나왔다. 부공태는 ‘아이고, 정신이 읎어 가꼬 방을 쪼만한 걸로 했네….’ 하고 중얼거렸다. 우리 아버지 집보다 더 넓어 보이는데 말이다.
가방을 내려놓으려는 그를 뒤에서 와락 껴안았다.
“배우님…?”
키 차이 때문에 그의 날개뼈에 얼굴이 묻힌 꼴이 되었지만 붙들고 놔 주지 않았다. 쾅쾅 뛰는 심장 소리가 그의 등으로 전해질 것만 같았다.
그가 가방을 아무렇게나 내던지더니 조심스레 내 팔을 풀며 뒤돌았다. 붉어진 얼굴이 자극적이었다. 더 참지 못하고 달려든 쪽은 오히려 부공태였다.
입술이 맞닿자마자 혀가 파고들었다. 부공태의 손은 내 상체를 단단하게 받쳤다. 마치 격한 키스에 내가 넘어지기라도 할까 걱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놀랍게도 실제로 몸에 힘이 빠졌다. 그가 혀로 입 안을 휘젓고 다른 손으로 허리를 더듬자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그의 옷깃을 쥐고 겨우 버티면서 나도 혀의 움직임에 응했다. 치열을 훑고 지나가는 그의 혀끝이 짜릿할 정도로 좋았다. 숨을 쉬기가 힘든데도 괴롭지 않았다. 아니, 괴로운데도 좋았다.
조금 정신이 들면서 그의 벨트를 풀었다. 손이 몇 번 헛돌았다. 겨우 벨트와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리려는데 그가 내 몸을 번쩍 안아 들었다.
“히익…!”
놀라서 웃긴 소리가 나왔다. 그는 소리 따위 신경도 쓰지 않고 나를 종잇장처럼 가볍게 들고서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킹사이즈 침대 위에 몸이 부드럽게 놓였다.
괜히 오기가 생겨서 눕혀지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그의 바지와 속옷을 함께 끌어 내렸다. 그리고 멈칫하고야 말았다.
“…어.”
그의 아래쪽이 맨들맨들한 것이 아닌가…!
이전과 달리 털 한 올도 없는 부공태의 성기를 보다가 어떻게 된 연유냐는 눈짓을 보냈다. 부공태는 내 시선을 피했다.
“그… 정리 쫌 하믄 위생에 더 좋다 캐 가꼬, 왁싱 숍에 갔심더.”
“그래서 일부러 싹 다 … 밀어 달라고 하신 거예요?”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으은지. 우예 해 드릴까예 묻길래 마, 최선을 다해가 잘 밀어 주이소, 캤디만 싹 다 밀어 뿠대….”
황당해서 아래쪽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정말 깨끗하게 잘된 것을 보고 놀라서 발기한 성기를 슬그머니 들어 보았다. 고환 쪽도 역시나 깨끗했다.
“와, 엄청 깨끗하게 잘됐네요. 안 아프셨어요?”
“자다가 쬐매 따끔해 가꼬 몇 번 깼심더.”
“자, 잤다고요?”
“예. 눕어 있으이까 잠이 와 가꼬…. 잠만 안 잤시믄 싹 다 밀지는 않았을 낀데….”
그는 멋쩍은 투로 머리통을 벅벅 긁었다.
나도 수영장 촬영 같은 것을 할 때마다 왁싱을 받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얼마나 아픈지 안다.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는데, 부공태는 왁싱을 받으면서 잤다고 한다.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실감했다.
“없어가 싫은 건 아이지예?”
부공태의 말에 멍하니 있다가 파뜩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그냥 조금 놀란 것뿐이에요.
“아, 완전 땡큐죠! 그럴 리가요!”
…너무 급해서 생각과 말이 반대로 나왔다.
일단은 그의 물건을 손으로 살짝 감싸 쥐었다. 단단하게 발기한 것은 흉악한 모양새와 달리 감촉이 굉장히 부드러웠다. 자꾸 만지고 싶은 감촉이었다. 왁싱을 했다더니 정말 솜털까지 다 민 모양이었다. 울퉁불퉁하게 선 핏줄이 이전보다 더 선명하게 보였다. 색깔도 전보다 더 짙게 느껴졌다.
“이렇게 야한 페니스는 처음 봐요….”
내가 홀린 듯이 말하자 부공태는 부끄러운 듯이 어험, 헛기침을 했다. 나는 어쩐지 이 남자를 더 부끄럽게 만들고 싶단 욕심이 들었다. 그래서 허리를 숙여 그의 것을 입에 덥석 물었다.
“배, 배우님요!”
부공태가 당황한 투로 외쳤다. 처음도 아닌데 부끄러워하는 그가 귀여워서 하마터면 불알을 깨물 뻔했다.
이전과 달리 그의 페니스는 굉장히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흉흉한 검붉은색이 그대로 드러나서 더 야해 보였다. 한 손으로는 기둥을 만지며 열심히 빨고 있자니 부공태의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만 슬쩍 돌아보자 그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엄청 야한 얼굴을 하고.
그와 눈을 마주친 채로 입술을 강하게 오므리며 빨자 쪽, 쪽, 하는 소리가 났다. 야한 소리가 자극적이고 신기해서 이번에는 눈을 내리깔고 똑같이 해 보았다. 더 자극적으로 쪼옥, 쪽, 살 빠는 소리가 났다. 오럴 섹스를 할 때 왜 소리를 내는지 처음으로 배운 것이었다.
“…배우님.”
부공태가 나를 일으켰다. 어느새 나는 다시 그의 두툼한 몸 아래 깔리며 침대에 등을 대고 눕혀졌다. 허벅지 사이로 방금까지 핥던 그의 거대한 페니스가 느껴졌다.
“해도 됩니꺼.”
목적어가 생략되었어도 무슨 뜻인지 곧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혹시라도 그의 마음이 바뀔까,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부공태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내 와이셔츠를 잡고 양쪽으로 뜯어 버렸다. 와드득! 요란한 소리와 함께 단추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헉.’
당황한 나와 달리 부공태는 곧장 허리를 숙여 내 목과 쇄골에 입을 맞추었다. 살갗을 물고 빠는 동작이 제법 능숙했다. 아니, 능숙한 정도가 아니었다. 애무만으로도 혼이 쏙 빠질 정도였다. 내 하의와 속옷마저 모조리 벗겨진 것은 바닥에 옷과 벨트가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서야 깨달았다.
상체 곳곳에 그의 입술이 오래 머물렀다가 떨어졌다. 이렇게까지 꼼꼼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내 살갗 곳곳에 빼곡하게 입맞춤을 해 댔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내 엉덩이를 움켜쥐고 부드럽게 문질렀다.
엉덩이를 만지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되었다. 몰랐는데, 나는 엉덩이가 성감대인 모양이었다. 아니면 부공태의 손이라서 더 좋은 걸지도.
“읏….”
나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부공태는 내 엉덩이를 마사지하듯이 부드럽게 주물렀다. 손이 어찌나 큰지 내 엉덩이 두 짝을 한 번에 감쌀 수도 있을 것 같아 보였다.
“하아… 배우님….”
귓가에 퍼지는 목소리 역시 자극적이었다.
“배우님 궁디가 너무 좋아 가꼬… 칵 터자 뿌고 싶습니더….”
…하지만 뒤이은 말은 다른 의미로 자극적이었다.
“제 엉덩이 그만 만져요….”
괜히 투덜거리자 부공태가 고개를 들고 씩 웃었다.
“와예? 무습나?”
그가 내 손을 쥐고 살그머니 끌어 올리더니 눈앞에서 손가락마다 쪽, 쪽, 소리 나게 입을 맞췄다. 어쩐지 그 입맞춤이 엉덩이를 만지는 것보다 더 부끄럽고 자극적이었다. 슬쩍 웃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는 부공태의 시선이 자극적이어서 그런 걸까.
“안 무서워요…. 공태 씨가 나 안 아프게 할 거 아니까….”
시선을 슬쩍 피하며 말하자 그가 이번에는 내 뺨에 입을 쪽쪽 맞췄다. 간질간질한 기분에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흣, 간지러워요.”
몸을 꼬며 애원하듯 말하자 부공태의 입맞춤이 더 다급해졌다.
“와 이래 귀엽노.”
쪽, 쪽, 입맞춤 사이로 들리는 저음의 목소리가 듣기에 좋았다.
“돌아 삐겠네.”
사실은 나도 돌아 버릴 것 같아요, 빨리 넣고 싶어서….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이 천천히 골 쪽으로 이동했다. 굵직한 부공태의 검지가 내 구멍에 닿았다. 반사적으로 하체가 얼어붙었다. 부공태는 입맞춤을 이어 가며 조금씩 내 안으로 손가락을 넣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언제 꺼냈는지 모를 젤 튜브를 쥐고 안에 든 것을 쭉 짜냈다. 축축하고 차가운 감촉이 구멍에 닿았다.
“기분… 이상해요.”
“아프지는 않습니꺼?”
“네….”
“아프믄 바로 말하이소.”
엉덩이를 터뜨려 버리고 싶다던 그는 어디 가고, 진지하기 그지없는 얼굴을 하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공태는 내 아래쪽을 무척이나 공들여 풀었다.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내벽을 더듬고 헤집는 동작이 정성스러웠다.
검지가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쯤 부공태는 손가락 하나를 더 넣었다. 가뜩이나 굵은 손가락이 두 개씩 들어오니 아뜩했다. 손가락이 처음도 아닌데 적응하지 못하는 내 구멍이 야속했다. 삽입은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도 잠시, 부공태가 어느 지점을 꾹 누르자 몸이 경련하듯이 떨리며 강한 쾌감이 일시에 밀려들었다.
“흣!”
놀라서 그를 보자 부공태는 웃음기가 싹 지워진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 같아.’
무서울 만도 한데, 전혀 무섭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가 빨리 나를 깔아뭉개고 멋대로 굴어 줬으면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내게 무슨 짓을 해도 다 참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객기가 올라왔다.
“공태 씨…. 나 좀 더… 맘대로 해도 돼요.”
그래서 용기를 내서 말해 보았다. 그러나 부공태는 내 부탁을 들어줄 마음이 없는 듯이 보였다. 여전히 표정 없는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기만 한 걸 보면 말이다.
“내가 우예 할 줄 알고 그런 말을 합니꺼.”
그가 내게 해를 끼치지는 않으리란 걸 알지만, 그래도 살짝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니, 이건 떨리는 게 아니라 무서운 건가.
그리고 부공태는 방금 눌렀던 그 지점을 똑같이 꾸욱, 눌렀다. 동시에 내 허리가 위로 튀었다.
“흡!”
굵은 손가락이 내벽을 꾸욱, 길게 누르며 문질렀다. 이전보다 더 강한 쾌감이 척추를 훑었다. 그리고 내 페니스에서 멀건 물이 줄줄 쏟아졌다.
“아, 흑…!”
벌써 사정하다니, 조루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그딴 생각이나 하며 조금이라도 더 버텨 보려 했지만 부공태의 손가락이 다시 내 내벽을 꾸욱 누르자 똑같은 쾌감이 또 들이닥쳤다. 저번보다 몇 배는 더 강한 듯했다. 진짜 연습이라도 한 건가.
“흣, 자, 잠깐, 만요. 나, 또 나올, 흑…!”
말도 채 끝마치기 전에 내 페니스에서 또 정액이 흘러나왔다. 사방으로 요란하게 튀는 정액이 부끄러웠다. 몇 방울이 부공태의 와이셔츠와 얼굴에까지 튀었다.
그는 얼굴에 튄 내 정액을 닦을 생각도 않고 계속 손가락을 움직였다. 두 개의 손가락이 같은 곳을 꽉꽉 누를 때마다 속절없이 느끼기만 해야 했다.
도저히 버티기가 힘들어서 그의 가슴팍을 밀어 내 보았지만 나보다 훨씬 큰 이 덩치가 밀릴 리 없었다. 가뜩이나 사지에 다 힘이 빠져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 흑, 제, 제발, 공태 씨…!”
결국 우는 소리를 내며 애원했다. 부공태의 손가락 감촉이 점점 더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이상했다. 이렇게 아래쪽의 쾌감이 강한데, 얼얼할 정도로 짙은데, 어째서 다른 감각까지 다 예민하게 느껴질까. 조금씩 더 거칠어지는 부공태의 숨소리라든가, 어느새 다시 내 엉덩이를 쥐고 움직이는 손바닥의 감촉이라든가, 내벽 안을 질척거리며 적시는 젤 같은 것들이 오감을 자극했다.
“아, 아! 흐읏!”
결국 나는 세 번째로 사정했다. 정액이 이리저리 튀어서 이번에는 부공태의 셔츠를 거의 반쯤은 적신 것 같았다. 정액의 양이 많아서 부끄러웠고, 자제가 안 되는 것도 부끄러웠다.
그를 애원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부공태는 특유의 쌍꺼풀 짙은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표정이 없이 서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부공태의 손가락이 조금 빠져나오더니 입구 근처에 걸렸다. 조금 살 것 같았지만 여전히 흥분되었다. 벌써 그의 손에 길들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는 옆에 놓인 튜브를 들고 젤을 더 짰다. 내 구멍 근처에도 차가운 젤 감촉이 닿았다.
“쪼매 더 참아 보이소. 내 거 들어갈라 카믄 한참 더 풀어야 된다.”
빨리 박히고 싶었지만 그의 성기를 문득 보니 정말 한참은 더 풀어야 할 것 같긴 했다.
그는 내 구멍이 완전히 녹진해질 때까지 정성 들여 움직였다. 그동안 턱과 목, 쇄골 같은 곳에 끝없이 입을 맞추었다. 나 혼자만 알몸인 게 억울해서 그의 옷을 벗기고 싶었지만 단추 몇 개를 푼 것이 다였다. 그리고 그렇게 겨우 드러낸 살에 나는 허겁지겁 입을 맞췄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부공태의 손가락이 아래 구멍에 익숙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그가 젖은 손가락을 빼냈다. 그리고 내 다리 사이에 자리 잡았다.
기대감과 두려움은 철저하게 별개인 모양이었다. 그의 것을 보자 다시 겁이 나는 걸 보니 말이다. 가뜩이나 큰데 왁싱을 해서 더 커 보였다. 본래 크기가 다 드러난 부공태 주니어의 위용은 뭐라고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검붉은 몽둥이라고밖에는….
그리고 그가 셔츠를 벗었다. 단단한 상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금 어둑한 호텔의 조명에 근육 하나하나의 그림자가 선명하게 졌다. 그야말로 그림 같은 몸이었다.
부공태는 거의 90도로 발기한 페니스를 엄지로 억지로 잡아 누르며 내 다리 사이에 자리 잡았다. 나는 최대한 힘을 빼려고 애쓰며 숨을 들이마셨다.
예상대로 그의 페니스는 너무 버거웠다. 입구만 들어온 것 같은데도 벌써 숨이 턱 막힐 정도였다.
‘너무 크잖아…!’
크단 사실이야 전에도 봐서 알고 있었지만 막상 아래쪽으로 넣으려 하니 그 크기가 실감이 났다. 페니스가 아니라 무슨 야구 배트 같은 것으로 꾹꾹 누르는 것 같았다.
“처, 천천히… 해 주세요….”
좀 창피하지만 두려움이 더 컸기에 결국 말을 꺼내었다. 부공태가 주춤하는 것이 느껴졌다. 설마 내가 천천히 해 달라고 해서 식은 건 아니겠지.
“…들 것 긑은데.”
“네?”
뭐라고 하는지 잘 알아듣지 못해 되물었지만 부공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내 허리를 붙들고 자세를 고쳤다.
“흣!”
아까보다 훨씬 더 강한 압박감이 밀려들었다. 숨을 쉬기도 힘들어서 헐떡거리며 그에게 매달렸다. 그렇게 아프지는 않은데 아래쪽이 너무 뻐근했다. 심리적인 공포도 아마 한몫할 터다. 그 크기의 성기를 보고 나면 누구든지 겁을 먹을 테니까.
“조금만 더 힘 빼 보이소.”
“읏….”
힘 빼는 게 쉬웠으면 진작 들어갔겠지…! 원망을 삼키며 어떻게든 힘을 빼려 애썼다.
“하아, 흑, 하.”
그렇게 한참 낑낑거린 끝에야 겨우 무언가가 들어왔다. 배가 꽉 차는 느낌에 소름이 끼쳤다.
부공태는 조금 더 허리를 밀었다. 안으로 들어온 것이 내장을 밀어 내는 것만 같았다. 이걸 좋다고 기대하고 있었다니, 내가 뭐 잘못 안 게 아닐까? 다들 섹스를 이렇게 한단 말이야? 남자끼리라서 힘든 건가?
경악 속에서도 그의 페니스는 조금씩 더 들어오고 있었다. 제발 그만하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자존심 때문에 꾹 참았다.
“이제 대가리 부분은 다 들어갔네.”
…말도 안 돼. 이제 겨우 머리 부분만 들어갔다고? 믿을 수 없어서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부공태의 거대한 페니스가 안쓰러울 정도로 내 구멍에 꽉 물려 있었다. 머리 부분만.
지금 와서 그만하자고 하기는 싫었다. 나는 다리를 더 활짝 벌리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젤 더 발라 줘요.”
부공태는 내가 부탁한 대로 젤을 조금 더 짜서 그의 페니스와 내 구멍 사이에 뿌렸다. 그리고 조금 더 조심스레 움직였다.
효과가 있었는지 그의 것이 더 깊이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여전히 버거웠지만 싫지는 않았다. 아니, 구멍을 꽉 채운 감각이 묘하게 자극적이었다.
그는 아주 느리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 느린 동작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압박감은 조금씩 사라지고 드디어 쾌감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내벽 어딘가가 부공태의 페니스에 짓눌리자 낯선 감각이 치솟았다.
“흣, 으… 으응….”
안쪽 내벽이 부공태의 것을 쪽쪽 빨아당겼다. 손가락으로 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그의 것을 조이면서 보챘다. 정신은 버거워서 딱 기절할 것 같은데, 몸은 이 거대한 페니스를 맛난 음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꾸 더 받아들이려고만 했다.
“아, 아! 잠, 깐만, 요…!”
눈앞이 희게 변했다. 번뜩거리는 시야 속에 부공태의 얼굴이 보였다. 눈빛이 낯설었다. 초점이 없는 게 어째 심상치가 않아 보였다. 내 말이 들리지도 않는 것 같았다.
“고, 흑, 공태, 씨.”
그는 허리를 점차 더 깊이 움직였다. 두 손으로는 내 다리를 단단히 붙든 채였다. 활짝 벌린 내 다리 사이로 짙은 붉은색을 띤 부공태의 성기가 보였다. 털이 하나도 없는, 굵고 흉포하게 생긴 성기.
전신 관리를 받는 내 피부와 그의 검붉은 페니스 색이 대비되어서 더 눈에 띄었다. 털이 하나도 없는 그의 성기는 사람 몸이 아니라 무슨 거대한 딜도처럼 보였다.
문득 내 서랍 속에 잠들어 있을 돌돌이가 떠올랐다. 돌돌이가 공태 씨 성기의 십 분의 일 크기는 될까? 그걸로 연습을 하려 했다니, 참 꿈도 야무지다, 주희설.
비록 머리 부분뿐이지만 부공태의 것이 내 몸으로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자 더 기분이 이상했다.
안쪽을 꽉 채운 감각에 쾌감이 더해져 속이 울렁거렸다. 천장이 규칙적으로 흔들리고, 내 위의 부공태는 거대한 그림자처럼 보였다.
“아, 거기, 좋, 아요. 흑, 좋, 은데, 너무, 읏! 강해서! 흡!”
나도 뜻을 모를 소리가 마구 입에서 터져 나왔다. 부공태는 나와 달리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창피한데도 말을 멈출 수가 없었다.
“흑, 으, 공태 씨, 거, 너무, 아! 너무, 커요!”
커서 크다고 했을 뿐이었다. 저 무식한 물건을 작다고 할 순 없으니.
“안쪽, 흐으, 꽉 차서, 너무, 읏, 짓눌려….”
아래쪽이 쾌감으로 가득 찬 것 같았다. 와중에도 그의 페니스에 있는 요철이 내벽으로 느껴져서 신기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그의 묵직한 귀두와 중간에 유독 굵은 부분을 꼭 손으로 만지듯이 떠올릴 수가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에 축축한 감촉이 느껴졌다. 사정한 것이었다.
내 정액이 이리저리 튀었다. 반쯤 들어간, 그의 검붉은 성기 위쪽에도 흰 정액이 묻었다. 잘 갈라진 복근에도 하얀 것이 점점이 맺혔다.
부공태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시선은 내 몸을 향하고 있었다. 방금 사정한, 아랫도리를 훤히 드러낸 몸이 그의 시야에 적나라하게 방치되었다.
반쯤 반사적으로 아래쪽을 가렸다. 아니, 가리려고 했다. 부공태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내 두 손목을 붙들지만 않았더라면.
“부, 부끄러워요….”
내 말은 아까부터 계속 들리지도 않는 눈치였다. 그는 그저 내 몸을 신기하다는 듯이 내려다보기만 했다. 아니, 저건 신기하다는 눈빛이 아니었다.
“…공태 씨?”
저건 먹을 것을 내려다보는 눈이었다.
부공태는 내 두 손목을 쥔 그대로 잠깐 멈췄던 허리를 다시 움직였다.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깊은 압박감에 숨이 턱턱 막혔다.
“아, 흑! 아아!”
감당하기 힘든 쾌감이라는 게 있단 걸 나는 처음 깨달았다. 부공태가 움직일 때마다 전기가 척추를 훑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대로 정신을 놓아 버릴 것 같았지만 이대로 기절할 수는 없었다. 첫 섹스에서 기절하는 꼴을 보이기는 죽어도 싫었다!
나는 이를 앙다물었다. 그만해 달라고 비는 대신 부공태를 똑바로 마주 보았다. 힘들었지만 버텨 낼 자신은 있었다. 나 주희설, 이것보다 더 힘든 액션도 찍어 봤다고! 딱 한 번이지만. 이를 꽉 깨문 채로 그의 움직임을 받아들였다.
부공태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이 움직였다. ‘맛 간 눈깔’이 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다음에 연기할 때 레퍼런스로 써먹어도 될 것 같았다.
아래쪽으로 피가 잔뜩 쏠렸다. 모든 혈액이 다 성기와 구멍으로 몰리는 것 같은데도 얼굴이 함께 달아올랐다. 부공태의 성기가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내벽을 스치는 딱딱한 살덩어리 감촉에 소름이 끼쳤다.
나는 그대로 또 한 번 사정했다.
“흡, 으윽… 흐….”
눈물이 찔끔 났다. 우는 나를 보고 정신을 좀 차렸는지, 부공태의 손이 젖은 내 얼굴을 닦아 주었다.
“배우님… 우니까 더 이쁘네예….”
아니네. 정신 못 차렸네.
그가 내 엉덩이를 한껏 들어 올렸다. 방금 사정해서 축축해진 내 성기가 한 번 좌우로 흔들거렸다. 끝에 맺혀 있던 정액이 안 그래도 더러운 배 위를 더 더럽혔다.
부공태의 성기 뿌리에 묻어 있던 내 정액이 그가 움직일 때마다 내 고환에 묻었다가 떨어져 긴 거미줄을 그리는 것이 보였다. 몇 방울은 내 몸으로 도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하아….”
숨을 몰아쉬는 그의 흉통이 거칠게 오르내렸다. 숨소리가 어찌나 거친지 꼭 짐승이 그르렁거리는 것 같았다.
“후우.”
낮게 숨을 내쉰 부공태가 아주 약간 템포를 느리게 했을 때였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한 가지 욕심이 났다.
“공태 씨, 저, 부탁이 있어요….”
부공태가 나를 보았다. 여전히 맛이 간 눈으로.
“공태 씨한테 짓눌리고 싶어요…. 숨도 못 쉴 정도로 강하게….”
맛이 간 그 눈이 약간 의문을 담아내는가 싶은 순간, 나는 그의 팔뚝을 잡고 끌어당겼다.
“빨리, 요….”
나의 염원을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남은 힘을 짜내 그를 당기자 다행히도 상체가 기울어 왔다.
“짓눌러 주세요. 꽉….”
부공태의 체중을 받으며 뒤로 누웠다. 부공태는 순순히 내 위로 몸을 겹쳐 주었다.
“더 꽉…!”
그리고 나의 요구대로 제 체중을 실으며 나를 짓눌렀다. 어마어마한 압박감과 함께 쾌감이 밀려왔다.
“최고예요…! 아!”
이걸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끝내주는 무게와 숨이 다 막힐 정도의 압박감. 어마어마한 덩치에 짓눌린 채로 아래쪽이 들쑤셔지니 미칠 것 같았다.
“너무, 좋아요! 흑! 더 해줘!”
숨이 막혀서 헐떡거리면서도 나는 부공태에게 애원했다. 그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아래쪽에서 퍼져나가는 쾌감이 어마어마했다. 나는 또 한 번 절정을 맞이했다. 이번에는 정액도 나오지 않았다.
부공태는 나를 짓누른 채로 그렇게 한참을 더 움직여 주었다. 내가 숨을 거의 쉬지 못할 정도로 헐떡거릴 때가 되어서야 말이다.
“후우, 후, 으응….”
하지만 부공태의 허리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허리를 빠르게 치댈 때마다 넘치는 감각에 기절이라도 할 것 같았다. 흐린 시야로 얼핏 보니 그의 눈빛이 여전히 맛이 가 있었다.
“허억, 후.”
거칠게 숨을 내쉬는 그의 모습이 지나치게 섹시했다. 그리고 묘한 위압감도 느껴졌다. 나는 힘없이 흔들리며 숨만 겨우 내쉬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거대한 가슴을 들썩거리던 그가 순간 동작을 멈췄다. 맛이 가 있던 눈이 드디어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배, 배우님! 피가….”
그제야 나는 깨문 입술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깨달았다. 혀로 대강 핥아 삼키고는 비장하게 외쳤다.
“괜찮아요. 마저 해요.”
“안 됩니더! 피가 나는데, 아이고, 우야꼬….”
안절부절못하는 부공태가 조금 귀여웠지만, 이대로 섹스를 관둘 생각은 없었다. 나는 부공태가 힘이 빠진 틈을 타서 그의 위에 올라탔다.
“계속해요, 우리.”
“배우님….”
부공태의 무릎 위에 올라앉은 채로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나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이 움직이는 것이지 삽입 정도는 거의 그대로인 채로 허리만 깔짝거리는 정도였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흡, 으, 읏….”
하지만 부공태가 움직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아래의 압박감이 어마어마한데다가 내가 움직이는 건 생각만큼 좋질 않았다. 그냥 버겁기만 했다.
마음을 읽힌 건지 이번에는 부공태가 먼저 몸을 움직였다. 젤을 어찌나 많이 발랐는지 질척거리는 소리가 강하게 났다. 그리고 소리보다 더 강한 것은 찔러 대는 감각이었다.
“자, 잠깐, 만요, 흣!”
나는 채 1분도 되지 않아서 그의 위에 올라탄 것을 후회했다.
부공태는 내 허리를 양손으로 붙든 채로 밑에서 아래로, 나를 허벅지 위에 앉힌 그대로 올려 쳤다. 누워서 하던 것보다 훨씬 깊이 들어왔다. 아뜩해서 겁이 날 정도였다.
“흡! 으응! 아! 흑!”
그의 위에서 흔들리며 결국 또 사정했다.
‘나 조루 아닌데….’
물론 경험이 없어서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아닌데. 변명 대신 신음만 입 밖으로 튀어나올 뿐이었다. 사방으로 뿌린 정액이 그의 상체까지 흠뻑 적셨다. 내 성기의 분사력에 감탄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내 정액으로 젖은 부공태의 모습은 굉장히 자극적이었다.
얼마나 자극적이냐면, 곧바로 또 사정할 수 있을 만큼.
부공태는 내가 사정하거나 말거나 계속 움직였다. 허리를 올려 칠 때마다 몸이 홱홱 흔들렸다. 그의 목에 감긴 팔에 힘이 자꾸 빠졌다. 멋대로 움직이는 그가 야속했다. 다시 입술을 깨물어 버릴까. 피를 보니까 정신을 차리는 것 같던데. 고민하던 중에 그가 갑자기 내 허리를 쥐고 아래로 강하게 짓눌렀다.
“……!”
숨도 못 쉬고 입만 쩌억 벌렸다. 아마도 뿌리까지 들어갔을 그의 것이 내 안에 꿀렁꿀렁 사정하는 게 느껴졌다.
거대한 페니스만큼이나 어마어마한 양의 정액이 배를 채우는 것을 느끼며 나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
부공태는 옆에서 잠든 주희설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조막만 한 얼굴에 눈코입이 붙어 있는데, 어찌나 오밀조밀하게 잘 짜여 있는지 이목구비가 작은 조각을 보는 것 같았다.
‘사람이 우째 이래 생깄노.’
예쁘다, 정말 예쁘다. 아무리 봐도 예쁘다. 이렇게 예쁜 것을 제 눈앞에 두어도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또 안쓰럽기도 했다.
20대 초반인 만큼 주희설에게는 아직 앳된 모습이 남아 있었다.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겪은 일들이 더 안쓰러워졌다. 이렇게 예쁘고 젊은,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우리 배우님에게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싶었다.
그가 온몸을 수건으로 열심히 닦아 줄 동안 주희설은 한 번도 깨지 않았다.
“하이고, 을매나 고단했으믄….”
자신이 허리를 얼마나 흔들어 댔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는 부공태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자가 되고 싶었다. 이 큰 덩치와 타고난 힘은 그러기 위해 있는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지금, 부공태는 생각했다. 어쩌면 이 거대한 몸뚱이는 한 사람만을 위해 태어났는지도 모른다고.
비록 지금은 잘렸지만, 그는 평생 주희설을 지키며 살고 싶었다. 그게 경호원이든 애인이든 혹은 쫄따구든 상관없었다.
그냥 주희설의 옆에 계속 있을 수 있다면 그게 뭐든 좋았다.
부공태는 잠든 그의 손을 살짝 쥐었다. 손도 어찌나 작은지, 과장 조금 보태서 제 손바닥 크기만 했다.
“배우님, 내가 옆에 있습니데이.”
잠결에 목소리를 들었는지 주희설의 얼굴이 조금 펴지는 것도 같았다. 부공태는 흐뭇하게 웃었다.
***
주희설은 다음 날 아침 느지막이 깨어났다. 평소에 일곱 시면 아침을 먹는 부공태는 주희설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기다렸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지만 제게 얼굴을 비벼오는 주희설의 머리통을 살살 쓰다듬자 그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먼저 드시지 그러셨어요. 난 아무거나 먹어도 되는데.”
“우예 그캅니꺼. 우리 배우님이 옆에서 자고 있는데.”
그는 룸서비스의 메뉴 다섯 가지를 주문했고, 이걸로 될까 잠깐 고민했지만 자신의 귀여운 배우님은 새 모이만큼만 먹으니 괜찮으리라고 결론 내렸다.
가운을 입은 주희설은 테이블에 잔뜩 차려진 음식을 정말로 새 모이처럼 먹었다. 그래도 부공태는 뿌듯했다. 귀엽고 작은, 사랑스러운 배우님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희설 씨.”
일부러 이름을 부르자 해시브라운을 조금씩 먹던 주희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아.”
한쪽 손으로 턱을 비스듬히 괸 채 호칭을 또 한 번 고쳐 부르자 가뜩이나 큰 눈이 튀어나올 듯이 더 동그래졌다. 그리고 볼록한 뺨이 발그스레 물들었다.
“어, 왜, 왜요? 부르셨어요?”
애써 태연한 척하지만 눈동자가 데굴데굴 구르고 손이 안절부절못하는 걸 보니 이름 부른 것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부공태는 앞으로도 자주 그의 이름을 불러 줘야겠다고 새삼 결심했다.
“우리 희설이는 본명이 뭐꼬?”
부드럽게 묻자 주희설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장난스럽게 코를 찌푸린 그는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안 알려 줘요.”
“아, 왜. 알려 주이소.”
부공태는 나름대로 애교를 섞어 상체까지 살짝 흔들며 보챘다. 자신의 커다란 덩치에는 어울리지 않는 짓이라는 걸 알지만 의외로 주희설은 기꺼워하는 듯이 보였다.
“그렇게 귀여우면 가르쳐 줄 거 같아요?”
일부러 뾰족하게 말하는 주희설이 귀여워서 부공태는 그대로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어마어마한 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에 있던 음식들이 동시에 위로 붕 떴다가 도로 안착했다.
주희설의 눈이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동그랗게 뜨였다.
“마, 누가 더 귀여븐데! 와 눈을 그래 귀엽게 뜨는데, 사람 미치 뿌구로!”
투정을 한껏 섞어 외치자 주희설의 표정이 썩어 갔다. 부공태는 그제야 흐트러진 접시들을 얌전히 정리했다.
“…놀래키가 미안합니데이.”
“네.”
다행히도 사랑스러운 배우님은 즉각 대답을 해 주었다. 부공태는 눈치를 보며 그의 접시에다 제 몫의 해시브라운을 더 얹어 주었다. 새 모이만큼 먹는 주희설이 그나마 잘 먹는 게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주희설은 그가 준 해시브라운을 조금씩 뜯어 먹으며 고민했다. 알려 줄까 말까, 하는 생각이 얼굴에 드러나서 부공태는 안달이 났다.
“좀 갈켜 주이소. 이제 넘도 아인데.”
“음….”
고민하던 주희설이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잔망스럽게도 말이다.
“듣고 놀리면 안 돼요?”
“알았심더.”
대답을 듣고도 부족한지 주희설은 새끼손가락까지 내밀었다. 부공태는 기꺼이 거기에 손가락을 걸어 주었다.
“으흠.”
그리고 뜸을 한참 들인 뒤에야 입을 열었다.
“주… 희동… 이요.”
“푸우웁!”
웃음을 뿜은 부공태는 곧바로 표정을 관리했지만 이미 늦은 것을 주희설의 표정을 보고 깨달았다.
“안 웃는다고 했으면서.”
“…죄송합니데이.”
부공태는 과일을 집어 먹으며 앞에 있는 사랑스러운 배우님과 ‘주희동’이라는 이름을 매치해 보려 애썼다. 묘하게 매치가 되는 듯하면서도 안 맞았다.
“진짭니꺼?”
묻자마자 부공태는 또 후회했다. 이놈의 입이 방정이다. 하지만 저를 곱게 흘겨보는 주희설은 기가 막히게 예뻤다.
“우리 희도이.”
“흥.”
흥, 하고 삐진 척을 하는 것도 귀여웠다.
“동아, 하는 것보다 설아, 하는 게 더 이뿐 거 긑네.”
“뭐, 편한 대로 부르세요.”
새초롬하게 말하는 것도 귀여웠다. 부공태는 방싯거리며 턱을 괸 채로 주희설을 구경하듯 빤히 보았다. 주희설은 해시브라운 밑에 깔린 에그스크램블을 조금씩 집어 먹었다.
아무리 봐도 저 고운 얼굴에 희동이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저 곱고 하얀 생명체의 이름이 희동이라고 생각하자 희동이란 이름이 전혀 촌스럽지 않고, 귀엽기만 했다.
하지만 이 하얀 배우님은 그 본명보다 자신의 예명을 더 좋아하는 듯하니, 원하는 대로 불러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설이.”
애정을 담뿍 담아 부르자 내내 뾰족하던 얼굴이 그제야 곱게 풀어졌다.
“다른 데다가 말하고 다니면 안 돼요. 우리 아버지랑 매니저 형밖에 몰라요.”
“하모예! 입단속 단디 하꾸마.”
그래, 그의 비밀 하나를 독점하게 된 것만으로도 부공태는 만족스러웠다.
“공태 씨도 먹어요. 나 이거 다 못 먹어요.”
“예, 예.”
먹을 걸 좋아하는 부공태지만 지금만큼은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단 말이 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배우님이 시켰으니 얌전히 음식들을 입으로 털어 넣었다.
“그나저나 일은 잘되고 있습니꺼?”
“…네, 괜찮아요.”
대답은 금방 나왔지만 어쩐지 그의 표정이 좋질 않았다. 부공태는 그의 눈치를 살짝 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배우님, 내가 보기에는 배우님은 쬐매 쉬시는 게 좋을 거 긑십니더.”
주희설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부공태의 시선을 피하며 커피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주희설은 뛰어난 연기자지만, 부공태의 눈치는 그보다 조금 더 빨랐다. 그는 주희설이 커피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음을 알았다.
“공태 씨, 배우가 제일 힘든 때가 언젠지 알아요?”
“…연기가 안 될 때?”
주희설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 작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예요.”
부공태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영역이 아니니 함부로 조언하기도 면구스러웠다. 가만히 듣고만 있자니 주희설이 말을 이었다.
“운이 좋아서 천만 배우, 국민 남동생, 이런 타이틀 얻었지만 그거, 평생 가는 거 아니에요. 지킨다고 지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게 배우들이에요. 그리고 보통은 유명할수록 연기 판에 돌아가지 못하고요.”
주희설은 다시 커피 잔을 입에 가져갔다. 이번에는 진짜로 마셨다. 그리고 부공태를 마주 보았다. 그 눈빛이 조금 텅 비어 있는 듯하다고, 부공태는 생각했다.
“저는 언제든지 몰락할 수 있어요. 어쩌면 벌써 몰락했는지도 모르고요.”
“배우님, 아입니더. 그래 생각하지 마이소….”
주희설은 쓰게 웃었다. 그 쓴웃음이 부공태에게 몹시 아렸다. 제 연인에게 위로가 되지 못한단 사실이 초라하지도, 억울하지도 않았다. 다만 슬플 뿐이었다.
“마, 배우님한테 몰락했다 머라 카는 놈 있으믄 바로 델꼬 오이소! 내가 마, 대가리를 칵 뽀사 뿌야지! 어? 어데!”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정말 화가 나서 부공태는 언성을 높였다. 그 화는 자신에 대한 화였다.
“대가리 뽀사면 감옥 가실 텐데….”
와중에도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하는 말에 더더욱 입이 썼다.
“카믄 대가리 말고 다리나 뿌수든지!”
남들에게 전혀 두려울 것 없이 떳떳하게 살아온 부공태였다. 스스로를 늘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렇게 큰 덩치도, 애써 배운 운동도 소용이 없단 사실이 싫었다.
“새 작품 찍으면 꼭 봐 주셔야 해요!”
일부러 활짝 웃으며 하는 말에 부공태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 번 볼끼다.”
백 번이라는 횟수는 진심이었다. 영화라면 아는 사람을 죄다 끌고 영화관에 갈 것이었다. 드라마라면 커피차를 보낼 것이었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주희설의 짝으로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 다짐했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불편했다.
부공태는 주희설이 아닌 주희동까지 모조리 제 품에 안고 싶었다. 다른 건 자신 없어도 이 커다란 덩치로 그의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만은 자신 있었다.
그러니 이 작고 하얀 사내가 제게 기대어 주길 바랐다. 투정을 부리고, 어리광도 피우길 바랐다.
부공태는 접시에 놓인 구운 양파를 포크로 집어 주희설에게 내밀었다.
“야채도 무야지.”
“…….”
주희설은 잠깐 당황하는 듯이 보였지만 착하게도 냠, 하고 양파를 받아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