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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이 사냥법 2권-사나이 부공태 (9/18)

곰탱이 사냥법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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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이 부공태

부공태는 경남 어촌 마을의 형제 중 2남으로 태어나 제법 성실한 삶을 보냈다. 법을 어기는 짓이라곤 한 적 없고, 항상 신의를 지키며 살아온 사나이라고 스스로 자부할 수 있었다. 공부는 못했지만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냈고 학급의 궂은일은 도맡아 했다.

그는 자신의 피지컬이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결코 그 사실을 나쁜 데에 이용한 적은 없었다. 이렇게 크고 튼튼하게 태어난 이유는 약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믿었다.

어릴 적, 괴롭힘당하는 약한 아이를 도와주고 저보다 몇 살이나 많은 폭력배 형들을 개떡같이 두들겨 패 동네 파출소에 넘겼을 때 어른들은 부공태를 무척 칭찬했다.

‘이야, 부공태, 싸나이 중에 싸나이!’

학창 시절에 체육부 선생들은 부공태를 탐냈다. 유도부, 검도부, 씨름부, 배구부 할 것 없이 온갖 곳에서 러브 콜이 왔다. 하지만 부공태는 모두 거절했다. 그에게는 다른 꿈이 있었다.

‘내는 사람을 지키는 일을 하고 싶다.’

경찰이 되는 것도 꿈꿔 본 적 있지만, 사실 부공태는 그렇게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하나였다. 경호원.

그는 느리지만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 나갔다. 피지컬 덕분에 그가 경호를 맡은 의뢰인들은 위협을 받을 일조차 없었다. 대부분은 부공태를 든든해했고, 또 고마워했다.

주희설이라는 유명한 배우의 경호 팀장이자 밀착 경호원으로 발탁되었을 때, 부공태는 마침내 꿈을 이뤘다는 생각에 기뻤다.

주희설이라는 자신의 의뢰인은… 굉장히 귀여웠다. 같은 남자가 보기에도 기분이 좋아질 만큼.

“공태 씨는 어쩜 이렇게 몸이 좋으세요? 진짜 멋있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저를 보는 얼굴은 꼭 밀가루떡처럼 하얗고 보송보송해 보였는데, 그래서인지 그를 볼 때마다 부공태는 묘한 식욕을 느꼈다. 그것은 무척이나 낯선 경험이었다.

사람을 보고 식욕을 느끼다니.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부공태는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고 느꼈다. 주희설을 경호한 뒤부터 갑작스레 생긴 이 증상이 심상치가 않았다.

‘단백질이 부족해가 그런갑다.’

그래, 대부분의 문제는 단백질에서 비롯된다. 부공태는 닭 가슴살과 두부를 평소보다 더 섭취하는 것으로 자가 처방을 내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 의뢰인을 볼 때마다 불쑥 드는 식욕은 변하지를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우째 사람이 저래 이뿌게 생겼으꼬….’

부공태는 주희설처럼 예쁘게 생긴 사람은 생전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이 살면서 본 모든 남자와 여자를 통틀어 주희설이 가장 예뻤다.

하지만 그 생각을 크게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다. 듣기에 따라 다른 말이지 않은가, 예쁘다는 말은. 그 말에는 묘한 위험함이 있었다.

그리고… 의뢰인 주희설 역시 묘한 위험함을 갖고 있었다.

그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이 예쁜 남자를 볼 때마다 드는, 식욕과 닮은 위험함을.

부공태는 자꾸만 배가 고팠다. 운동을 줄여도, 단백질 셰이크를 물처럼 마셔도, 치킨을 두 마리나 먹어도 주희설의 곁에 있으면 자주 허기가 졌다.

주희설의 허옇고 늘씬한 허벅지를 보며 닭고기 같다고 생각하는 건 부공태에게 죄의식을 심었다. 어떻게 사람을 보고 먹을 것을 떠올린단 말인가!

그리고 그날, 정말 우연히 문 앞에서 듣게 된 ‘그 소리’는 부공태의 죄의식을 한층 더 강화했다.

“배우님요? 괘안십니꺼? 대답 좀 해 보이소.”

방 안에서 들려오는 주희설의 신음은 당장이고 숨이 넘어갈 것처럼 안타깝게 들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불충을 저질러야 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부공태를 안심하게 했고, 또 의심하게 했다.

주희설은 거의 홀딱 벗은 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누가 봐도 황급히 몸을 가리는 모양새였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땀에 살짝 젖은 이마, 그리고 당황한 듯이 저를 올려다보는 눈.

“마, 마사지! 하고 있었어요! 이거 마사지기!”

윙, 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자그마한 것을 몸 이곳저곳에 대며 주희설은 변명했다.

‘저기 마사지기라꼬…? 희한하네….’

참 작고 앙증맞은 사람이라서 마사지기도 자기 같은 걸 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기서 그쳤어야 할 것을. 이상하게도 그날 부공태는 그때 봤던 주희설의 모습을 자꾸 떠올리게 되었다.

발갛게 달아올라서 잘 익은 자두 같은 얼굴에 매끈하고 하얀 어깨.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눈에서 떠나질 않는 것이었다.

‘와 혼자 침대에서 마사지기를 썼을꼬….’

물론 마사지를 혼자 하는 일이야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한테 부탁하면 더 정확한 부위를, 더 세심하게 마사지해 줄 수 있는데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하던 부공태는 문득 자신의 손을 들어 보았다. 남들보다 훨씬 큰 손은 손가락도 두툼했다. …그다지 믿음직스러운 손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문제는 그 주희설의 모습이 자꾸만 야시시하게 재구성되어 떠오른다는 것이었다.

그 모습이 왜 그렇게 야하게 보였을까? 그냥 마사지를 하는 모습인데 말이다.

‘이카믄 안 된데이.’

어떻게 사람을 두고, 그것도 의뢰인을 두고 그런 생각을 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 모습은 부공태에게 일종의 충격적인 비주얼로 남아서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다.

주희설은 부공태에게 많은 예외를 가져왔다.

그는 연예인이란 모두 ‘여시 같은’ 사람들밖에 없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로서는 연예계라는 곳이 워낙 멀어 보여서 가진 편견이었다. 시골과 체고, 체대를 다니면서 주변에 꾸미는 사람을 별로 많이 못 본 까닭도 있었다.

하지만 그 편견이 무색하게도 주희설은 순수하고 귀엽기만 했다. 부공태는 스스로의 편견을 꾸짖었다.

주희설과의 생활은 즐거웠다. 체구가 조그마하고 저보다 훨씬 어린 천만 배우는 이따금 말을 하다 얼굴을 붉히거나 천진난만하게 웃곤 했는데, 그 모습이 꽤 귀여워서 부공태에게 힐링이 되었다.

그렇게 의뢰인과의 신뢰를 쌓아 가던 중이었다.

주희설은 보기보다 덜렁거리는 탓에 차 열쇠나 휴대폰 등을 놔두고 나오는 때가 많았다. 그날도 급하게 나온 주희설이 휴대폰을 놔두고 나왔다고 해서 발이 더 빠른 부공태가 집으로 돌아갔다.

“여 있었던 거 긑은데….”

어째 요즘은 주희설 본인보다 부공태 자신이 그의 휴대폰 위치를 더 잘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우리 배우님은 내 없이 우째 살랑가 몰라.”

그는 노래하듯 흥얼거리며 주희설의 방, 그러니까 자신과 주희설이 함께 쓰는 침실로 들어갔다.

역시 예상대로 휴대폰은 부공태가 보았던 곳, 그러니까 서랍장 위에 놓여 있었다.

휴대폰만 챙겨서 얼른 나가려는데, 살짝 열린 서랍이 부공태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런 거는 꼭꼭 닫고 댕기야지.’

옛날에 아버지가 부공태에게 말씀하시길, 자고로 남자는 문단속을 잘해야 한다고 하셨다. 부공태는 친절하게 서랍을 닫으려다 멈칫했다.

서랍 안으로 비치는 것이… 이상했다.

“이, 이기 머꼬?”

본래 그는 남의 서랍을 열어 보는 파렴치한 남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워낙 해괴망측한 것을 본 터라 이번에는 제 의뢰인의 보안 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에 꼭 확인해야 했다.

서랍을 살짝 열었을 때 모습을 훤히 드러낸 것은, 망사나 수영복, 바니 보이 의상 등을 입은 남자들의 반누드 사진이었다. 심지어 어떤 것은 성기가 반쯤 보이기까지 했다!

“아이고 숭해라!”

깜짝 놀란 부공태는 제 의뢰인의 안전을 위해 문제의 물건을 조금 더 들여다보았다. 양심 때문에 차마 서랍을 활짝 열지는 못하고, 반의반도 열지 못한 채로 얼굴만 들이밀어서 조심스레 살폈다.

아무리 자세히 봐도 그 문제의 물건은 남자들의 반누드 사진이 맞았다.

‘음미야. 망칙스럽어레이.’

눈을 질끈 감았다 떴지만 눈앞에 있는 숭한 것은 그대로였다.

‘배우님 방에 와 이런 기 있지?’

누가 순진한 주희설을 모함하려고?! 아니면… 위험한 물건인가?!

그는 마치 시한폭탄이라도 확인하듯 아주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포토 카드를 들어 올려 한 장 한 장 확인했다. 하지만 딱히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선정적일 뿐.

고환을 자랑스레 반쯤 드러낸 사진을 보며 혀를 쯧쯧, 찬 부공태는 순결성을 개똥처럼 취급하는, 저와 일면식도 없는 사진 속 이국의 남자들을 비난했다. 남자는 자고로 순결이 중요하건만. 사내라면 문단속과 지퍼 단속을 잘해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이런 망측한 사진이 주희설의 방에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이상한 팬이 선물로 보냈는갑네. 우짜노.’

주희설의 성격이라면 누구한테 주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한 채 이렇게 서랍에 넣어 두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제 의뢰인에 대한 호감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하튼간에 윽수로 착하다카이. 내 긑으믄 마, 가리가리 찢어 뿌가 칵 버리 삤다.’

제 의뢰인은 너무 착한 게 탈이었다. 이 각박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역시나 주희설은 자신 없이 살기 힘들 것 같았다.

부공태는 흐뭇한 마음으로 서랍을 도로 닫았다. 음란한 남정네들의 두툼한 고간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캐도 내 꺼보다는 쪼만하네. 흠.’

이유를 모를 안도감을 느끼는 부공태였다.

***

주희설은 보기보다 강하고 또 단단한 사람이었다. 상처가 많은데 내색은 않았다. 자신의 매력을 아는데도 그것으로 사람을 이용하지도 않았다.

어리지만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이라고, 부공태는 생각했다. 그래, 무척이나 어른스러운 사람이었다. 주희설은.

부공태는 주희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자그마한 강아지처럼 낑낑거리며 열심히 살려고 애쓰는 그가 좋았다.

연기를 할 때도 진심이었고, 스태프들에게는 친절하게 대했다. 직위의 고하를 따지지 않고 씩씩하게 인사를 건네며 촬영장에 들어가면 그 분위기가 얼마나 밝아지는지 부공태는 몇 번이고 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예쁜 주희설은 이상하게도 자신이 예쁨받는 데에 관심이 없는 듯이 보였다. 그저 연기니까, 일이니까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였다.

‘강새이는 이쁨받을라꼬 애라도 쓰지….’

참 신기했다. 본인이 예쁘고 잘생긴 것을 알고는 있는데, 그걸 이용해 뭔가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단지 일을 하는 데에 쓸 뿐이었다. 주희설의 집중력은 엄청나서 연기에 몰입하면 그 예쁘고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다. 카메라 앞에서 움직이는 주희설은 그래서 간혹 다른 사람 같아 보이기도 했다.

부공태는 진짜 주희설이 궁금했다. 물론 그와 같은 방을 쓰며 누구보다 친밀하게 지내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했다. 그를 더 알고 싶었다. 나이를 떠나서 아주 친한 친구가 되고 싶었다. 의지할 수 있는 형이 된다면 더 좋을 터다.

그리고 그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

충동적으로 바닷가에 데려간 것도 단지 그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서였다. 부공태가 보기에 주희설은, 충분히 대우받고 사랑받아야 하는 사람이었다.

문제는 같이 잠든 날 밤이었다.

“아, 더워요…. 이불 싫어…. 옷도 싫어….”

“우짜노.”

셔츠를 벗어 던지려 드는 주희설은 그야말로 강적이었다. 평소의 부공태라면 남자끼리 내외할 필요가 있나 싶었을 텐데, 이상하게 그날은 벗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특히나 제 몸을 더듬는 요망스러운 손길을 보면 더더욱 그러했다.

“배우님, 손이 와 자꾸 젖을….”

주희설의 손이 자꾸 간질간질하게 가슴을 더듬었다. 저보다 훨씬 힘도 없고 자그마한 손인데 어째 이렇게 위험하게 느껴지는지 알 수 없었다.

“배우님요! 정신 쫌 차리 보소! 배우님 지금 내 젖 만지고 있다!”

주희설이 이렇게 위험한 사람인 줄 부공태는 처음 알았다.

어찌저찌해서 겨우 그를 제압하는 데 성공하기는 했다. 부공태는 취한 그를 이불로 돌돌 싸매 두고는 도망치듯이 밖으로 나왔다.

“아오, 간만에 힘 쪼매 뺐네.”

온몸이 땀으로 젖은 상태였다. 뭘 했다고 이렇게 땀이 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 더워서 그런 것이다. 여름이니 열대야가 극심하지 않은가?

미친 듯이 손부채질을 하고 있는데 본채에서 할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오늘따라 날이 춥구마이. 여름인데 갑자기 와 이래 춥노….”

부공태는 땀을 식혀야겠다는 생각에 민박집을 나와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움을 달래는 데는 역시 몸을 움직이는 게 최고니까.

그리고 얼마간 걷던 그는… 경악하고야 말았다. 제 다리 사이에 달린 그것이 불뚝! 반응한 게 아닌가.

“이, 미친 노무 자지 새끼가…!”

인적 없는 시골길이지만 행여 누가 들을까, 목소리를 잔뜩 낮춰서 자신의 신체 부위에 험악한 욕을 내뱉은 부공태는 주먹을 쳐들었다. 하지만 차마 그것을 내려치지는 못하고 빈주먹만 불끈 쥐었다. 아픈 건 싫었다.

희한했다. 도대체 갑자기 왜 이것이 반응했단 말인가? 몸에 이상이라도 생긴 건가? 그렇다면 큰일이다. 자신의 몸은 주희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건강해야 했다.

“아, 쓰바, 돌아 뿌겠네….”

그는 건강하게 운동으로 성욕을 해소하는 남자였다. 혼자서 물을 빼는 일이 거의 없었다. 아주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탓에 포르노는 곧 죄악이고 성욕도 곧 죄악이라고 배워 왔다.

그러니 지금 그는 죄를 짓고 있는 것이었다…! 무려 작고 연약한 주희설과 접촉하고 나서 말이다.

그는 막무가내로 시골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깅처럼 시작했다가, 발기가 도통 가라앉질 않아서 점점 속도를 올렸다. 나중에는 거의 전력 질주를 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몸을 그렇게 혹사해도 이 망할 자지 놈은 가라앉질 않았다. 그에게는 아주 낯선 일이었다. 원래 운동을 하면 식는 게 아니었나? 운동을 이기는 성욕이 있다니. 아니, 성욕이 아니라 진짜 병은 아닐까….

부공태는 하는 수 없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걸어 민박집으로 돌아갔다. 어느새 곤히 잠들어 있는 주희설을 깨우지 않도록 조심스레 지나쳐 방에 딸린 화장실로 직행했다.

정말 그러기 싫었지만, 부공태는 바지를 내렸다. 다행히도 할멈이 얼마 전에 민박집 신축 공사를 싹 해서 화장실은 최신식으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혹시나 소리라도 들릴까, 세면대 물을 틀고 이미 두툼하게 선 물건을 꺼냈다. 자기 집도 아닌 곳에서 자위 행위라니! 아버지가 안다면 머리를 다 깎일 중죄였다.

그러나 자신의 의뢰인을 옆에 두고 발기한 채로 잘 수는 없었다. 그것이 더 중죄로 느껴졌다. 그렇게 합리화를 하며 부공태는 실로 오랜만에 자신의 성기를 손에 쥐었다.

‘아이고, 아부지예….’

마지막 시도로 마치 애국가를 부르거나 경건한 기도문을 외듯이 화가 난 아버지를 떠올렸지만 딱히 효과는 없었다.

오랜만에 발기한 성기는 엄청나게 딱딱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가히 흉기 같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는 어색하게 그것을 아래위로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손의 접촉에 기둥이 불끈거리고 핏줄이 더 불거졌다.

“후우…!”

거친 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물을 틀어 놓아서 다행이었다. 아니었다면 주희설이 제 목소리를 듣고….

거기까지 생각한 부공태가 숨을 크읍, 들이마셨다. 주희설을 생각하자마자 이놈의 자지가 날뛰듯이 더 반응하는 것이었다!

‘아, 쫌…!’

같은 남자에게 이렇게 반응한다는 사실보다 주희설이 자신의 의뢰인이라는 사실이 부공태를 더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들었다.

그는 경호원이었다. 주희설에게는 가장 안전하고 든든한 사람이어야 한단 뜻이었다.

그런 자신이 주희설을 생각하며 딸딸이를 치고 있다니, 자신은 경호원으로서의 자격이 없었다….

‘내는 썩을 놈이다!’

이 사실을 혹시라도 주희설이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나. 그 예쁜 얼굴이 혐오감으로 물드는 것을 상상하자 끔찍하게 마음이 아팠다.

‘내는… 윽수로 몹쓸 놈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부공태의 물건은 그 우람한 자태를 자랑하며 더 큰 자극을 원했다. 부공태는 하는 수 없이 그것에게 굴복했다.

성기를 아래위로 쓸어내릴 때마다 그는 주희설을 떠올렸다. 뽀얗고 고운 피부와 닭 다리처럼 허옇던 허벅지, 새빨간 입술이 순서대로 머릿속을 채웠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성감이 빨리 올랐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거대한 자신의 몸 일부는 그리 쉽게 말을 듣지 않았다.

‘앤가이 했으믄 쫌 싸라, 인마.’

자지와 말을 할 수 있다면 당장 쌍욕을 해서라도 일 처리를 끝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는 게 한이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손에 힘을 더 주었다.

“크윽…!”

거의 쥐어짜다시피 하며 성기에 자극을 주었다.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 부공태는 매우 난감했다. 딱딱한 세면대에 성기를 마구 부딪치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찌나 딱딱한지 성기가 아니라 세면대가 부서질 것 같았다.

‘뭔 놈우 자지가 세멘대에 팅가니까 텅텅 카는 소리가 나노?’

쇳덩어리도 아니고…. 아무리 제 몸이지만 참 알 수 없는 부위였다.

그는 결국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 그때 보았던, 헐벗은 채로 침대에 누워서 마사지기를 만지던 주희설을 떠올렸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지극히도 선정적이었으며 이불 위로 드러난 나신은 몹시 고왔다. …만져 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공태 씨….’

그 모습으로 주희설이 저를 ‘공태 씨’ 하고 부르는 모습까지 자동으로 떠올랐다.

그러자 여태껏 부풀어 오르기만 하던 거시기가 드디어 사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공태 씨, 나 더워요…. 벗겨 줘요….’

이제는 주희설이 하지 않은 말까지 떠올리며 그는 자지를 아래위로 있는 힘껏 쥐어짜듯이 흔들었다.

다른 호칭은 어떨까…?

‘공태, 형….’

호칭 하나를 바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어마어마했다.

‘미치겠네.’

그래, 딱 미칠 지경이었다.

혀엉, 하고 부르는 입술을 떠올렸다. 그 동그랗고 예쁜 입술에 무언가가 들어가면….

“흡!”

부공태는 기합을 넣듯이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복근이 울룩불룩하게 화를 내며 올라왔다.

그는 결국 입을 살짝 벌린, 교태 어린 주희설을 떠올리며 사정하고야 말았다. 세면대와 타일 벽에 정액이 마구 흩뿌려졌다.

“하이고….”

부공태는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뭔지는 몰라도 큰일이 난 것 같았다. 온갖 곳에 다 묻은 제 정액을 보고 있자니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내 X된 거 맞제?’

문제는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알 수 없단 거였다.

욕실에 흩뿌린 정액을 샤워기로 열심히 청소한 뒤 조심스레 나왔다. 다행히도 주희설은 아직 곤히 잠들어 있었다.

아이처럼 꼭 쥔 주먹을 이불 밖으로 내고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는 주희설을 보자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정말 죽고 싶었다.

‘배우님예…. 내 우짭니꺼….’

한숨을 푹 내쉬고 자리에 누웠다. 축축한 옷이 배기자 죄책감이 몇 배로 강해졌다.

주희설은 아무것도 몰라야 한다. 정말 아무것도 몰라야 한다. 이 순진하고 어린 배우님에게 자신의 추악한 충동을 보일 수는 없었다.

내일 아침부터는 다시 충실한 그의 개… 아니, 경호원으로 돌아가자고 꾹꾹 다짐하는 부공태였다. 그래, 그러면 된다. 자신의 일시적인 이상 현상은 주희설만 모르면 된다.

눈을 감는데 문득 아까 망상한 주희설의 대사가 머릿속을 지배했다. 눈 감은 부공태의 턱이 꽈드득 맞물리며 긴장했다.

‘아재도 아이고 형이 머꼬, 시파, 내는 양심도 읎찌….’

***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 혹은 두 성별을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단 사실이야 부공태도 알았다. 하지만 그게 본인이 되리라고는 생각한 적 없었다. 원래 성향이라는 게 바뀌기도 한다지만, 이렇게 갑자기요?

그는 고민하다 친한 친구 녀석 하나에게 연락을 했다. 이미 결혼을 했고, 대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여자였다.

“원래 연애가 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사건 같은 거야. 다 예상할 수 있으면 신이지.”

“…그그는 맞는데… 내가 이 사람하고 이래 되도 되는 긴가 싶어가꼬.”

“그냥 편하게 흘러가는 대로 둬. 안 되면 안 되는 거고, 잘 되면 좋은 거지. 인연이 아니면 끊어지게 되어 있고, 인연이면 네가 피해도 이어지게 되어 있어.”

친구는 어른스럽게 결론을 내렸다. 부공태는 공감했지만, 딱히 도움 되는 조언은 아니었다.

다른 이야기를 이리저리 나누던 두 사람은 다른 대학 동창들을 몇 불렀다. 부공태를 알아본 그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오오, 부공태! 유명인!”

“천만 배우 경호원!”

녀석들의 호들갑을 대충 손 내젓는 것으로 진정시킨 부공태는 친구가 따른 맥주를 시원하게 원샷했다.

술자리는 떠들썩했다. 하지만 부공태는 이상하게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야, 너 요즘 연애하냐?”

한 녀석이 불쑥 물었다. 부공태는 뭔 헛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아까부터 휴대폰만 계속 들여다보고 있길래.”

안타깝게도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범산인지 이빙신인지 하는 친구분과 자신의 의뢰인이 단둘이 술을 먹고 있다고 했는데, 도통 연락이 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자꾸 들여다보게 되었다.

“일 땜에 칸다, 와?”

“진짜야?”

친구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부공태의 얼굴을 훑었다. 부공태는 표정을 확 구겼다.

“믄데, 뭐! 와! 와 그래 쳐다보는데? 머!”

“너는 꼭 찔리면 그렇게 화를 내더라. 전화해 봐.”

전화를 하라는 말에 부공태는 잠깐 혹했으나 주춤했다. 어쨌거나 주희설은 지금 사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연락을 하는 건 실례인 것 같기도 했다.

…어쨌거나 그와 자신은 일로 만난 관계니까.

“…의뢰인이다.”

“그런데 왜? 의뢰인이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있는 중이야?”

그 말에 부공태가 인상을 더 험악하게 구겼다,

“니, 함부로 말하지 마라.”

“왜? 즐거운 시간 보내면 좋은 거 아닌가?”

정작 친구는 이런 부공태의 모습을 너무 많이 본 터라 시큰둥하게 받아치고 말았다.

그녀는 부공태가 고민하게 내버려 두곤 함께 부른 동기들과 수다를 떨며 깔깔거렸고, 부공태는 결국 술집을 나와서 의뢰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든 말든, 자기가 알 바 아니었다. 자기는 어쨌거나 주희설의 경호원이고, 경호원은 의뢰인의 안전을 확인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 시간대가 늦은 밤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뒤숭숭한 때라면 더더욱 의뢰인의 안전에 더 신경 써야 했다.

‘미친놈한테 칼까지 맞을 뻔해 놓고 으데 자꾸 술을 묵꼬 그라노….’

하지만 주희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심지어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부공태는 그 이범산인지 이빙신인지 하는 친구분의 댁으로 직접 찾아갔다. 실례인 줄 알면서도 주희설의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날 부공태는 자신이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가 제 눈 밖에 있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마음에 안 들었다.

다음 날 제 눈치를 보느라 잔뜩 얼어붙어 있는 그를 보자 더 심란해져서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배우님은 와 그래 조심성이 없습니꺼!”

그리고 화를 내자마자 후회했다. 그는 자신의 화풀이 대상이 아니었다. 보호받고, 상처받지 않도록 지켜 주어야 할 대상이었다.

“…죄송해요, 공태 씨. 제 잘못이에요.”

이 어린 남자애를 어째야 좋을까. 그 순간 부공태의 앞에 있는 주희설은 경호 의뢰 대상이 아니라 그저 상처를 잘 받고 여린데도 덤덤한 척만 하는 남자애일 뿐이었다.

“내 없는 데서 내가 모리는 사람하고 단둘이 술 묵꼬, 그카지 마이소.”

결국 해서는 안 될 헛소리까지 나오고 말았다.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이건 경호원이 의뢰인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꼭 형이 동생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 같았다.

물론 열한 살 나이 차이로 본다면… 형 동생 사이보다는 삼촌 조카 사이라고 보는 게 더 맞지만.

그리고 그와 자신의 까마득한 나이 차이까지 생각이 닿자 부공태는 지독한 죄책감을 느꼈는데, 자신이 왜 죄책감을 느끼는지 도저히 알 수 없어서 환장할 것 같았다.

‘돌아 삐겠네.’

부공태는 더 열심히 운동에 매진하고, 더 열심히 경호하는 것으로 자신을 다잡기로 했다.

뜬금없게도 좋아한다는 말을 주희설에게 듣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좋아해요.”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주희설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애처로워 보였다. 당장이라도 안고 엉덩이를 두들겨 주고 싶을 만큼 말이다.

하지만 그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나는 사실 당신을 생각하면서 자위 행위까지 했고, 당신이 벗은 모습을 자꾸 떠올리며 음험한 생각까지 했다고.

삼촌뻘이나 되는 놈이 그런 짓을 했다는 사실을 알면 착하고 순진한 주희설은 얼마나 충격을 받을까.

그리고 믿었던 자신에게 실망하고 돌아설 것이다.

‘든든한 경호원인 줄 알았는데, 변태였네요!’

새초롬하지만 단호하게 말하는 주희설을 떠올리자 마음이 무너지는 것이었다. 물론 직장을 잃는 데에 대한 공포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는 그저 주희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카고… 좋아한다 카는 기, 평범한 뜻일 수도 있지 않나.’

부공태는 태생이 ‘근지럽은 거’는 못 참는 경상도 남자였다. 하지만 서울 사람들은 왜, 남자끼리도 좋아한다고 하고, 서로 안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았다.

주희설이 제게 좋아한다고 한 것도 아마 그런 의미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보다 나이가 띠 한 바퀴가량 차이 나는, 별 볼 일 없는 남자를 좋아할 리가 있을까? 그는 이미 모든 것을 다 이룬 톱 배우인데 말이다.

그리고 설령, 정말 만에 하나 그의 ‘좋아한다’가 정말로 ‘좋아한다’가 맞는다고 하더라도 받아 줄 수가 없었다.

‘배우님은 내보다 훨씬 잘난 사람을 만나야 된다.’

이를 테면… 남자라면 한종수, 여자라면 박윤시 배우 같은 사람 말이다.

모름지기 잘난 남자라면 자신이 아끼는 사람의 미래를 빌어 줄 줄 알아야 했다. 그것이 진짜 사나이였다.

…하지만 왜 이렇게 마음이 허하고 쓰린지는 알 수 없었다.

‘티 내믄 안 된다. 내캉 어른 아이가.’

부공태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어른스럽게 행동하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바로 주희설을 지키는 일이었고, 주희설을 지키는 일은 그에게 기쁨이자 의무였다.

그렇게 생각하며 부공태는 경호 팀 회의를 무사히 이끌었다.

주희설은 이제 한동안 스케줄이 없으니 휴가를 줄 생각인 것 같았다. 물론 진짜 의도는 그게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아이고, 그래 야물딱지구로 고백해 놓고 부끄럽은갑네.’

회의실을 나오는 부공태의 얼굴이 웃음으로 싱글벙글했다. 그는 미남자였으나 다소 험악한 이미지가 강해서, 웃고 있는 모습이 약간 살벌하게 보였다.

“팀장님, 무슨 일 있습니까? 괜찮으십니까?”

팀원 하나가 걱정스레 물었다. 부공태는 제 얼굴에 뜬 미소를 순식간에 지우고 정색했다.

“내캉 뭔 일 있어 보이는교?”

“예? 아, 아닙니다. 웃으시길래….”

“내캉 웃으믄 안 되는교?”

팀원의 얼굴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왜 시비야?’ 하고 눈길로 묻는 듯했다. 부공태는 그제야 무표정을 풀고 씩 웃어 보였다.

“농담임더.”

그가 돌아서자마자 팀원이 진저리를 치며 도망쳤지만 부공태의 머릿속은 주희설로 가득했다.

‘하여튼 윽수로 귀엽다카이.’

하는 짓이 여우 같은데, 가끔은 강아지 같기도 하고, 작은 걸 보면 역시나 허연 닭 같기도 하고…. 참 알 수 없는 남자애였다.

‘마, 우리 배우님 좋아하는 그 머꼬… 타르르… 그거나 사 가까.’

박윤시 배우, 그 포악한 여자가 주희설에게 갖다 바치며 점수를 따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둥그렇고 누런 과자였지.

근처에 파는 곳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주희설의 매니저가 사색이 된 채로 부공태에게 달려왔다.

“고, 공태 씨.”

“매니저 님요. 와 그래 뛰댕깁니꺼?”

사색이 된 매니저를 보니 부공태의 직감이 찌르르하게 울렸다. 아주 나쁜 쪽으로.

“희설이가, 사라졌어요….”

***

주희설이 사라진 때는 오전으로 추측되었다. 경찰에서는 실종으로 처리할 만큼의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며 수사를 하기 힘들다고 했다. ‘인터넷에 보니까 요즘 좀 사건이 있는 것 같던데, 가출한 게 아니냐’라고 넌지시 묻기도 했다.

“개새끼들, 진짜…. 우리 희설이가 얼마나 착한데! 가출 같은 소리 하네!”

심지어 ‘아버지한테 그러게 좀 잘 하지, 그렇게 뛰쳐나가면 어쩌냐’는 말까지 했다.

“다 죽여 버릴 거야, 으흑흑…. 엉엉, 희설아…. 여보세요? 네, 저 주희설 매니저인데요, 크흡….”

매니저는 대성통곡을 하면서도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딱히 수확은 없는 모양이었다.

“네, 없다고요…. 아, 아니, 아무 일도 아닙니다. 아, 네, 희설이 전화 들어오네요. 네.”

혹시나 싶어서 주희설에게 전화가 온다는 거짓말까지 하고서야 업계 사람과의 통화를 마친 매니저는 힘이 다 빠졌는지 회사 사무실 의자에 무너지듯 앉았다. 부공태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 배우님 아부지한테는… 연락해 보셨심꺼?”

“회장님요?”

매니저가 코웃음을 쳤다.

“걱정하기는커녕 저 바로 잘릴걸요. 애 관리 어떻게 했냐면서. 그리고 돌아오면 희설이도 혼나겠죠.”

입술이 터질 정도로 맞았던 걸 생각하면 매니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부공태는 벌떡 일어나서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매니저가 따라왔다.

“어디 가세요?”

“집에예. 집에서 없어졌다 안 캤심꺼.”

부공태는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매니저도 따라왔다.

“경찰이 안 찾아 주믄 내가 찾을 낍니더, 배우님.”

넥타이를 고쳐 매며 하는 말에 울상이 되었던 매니저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부공태를 올려다보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부공태는 근엄한 표정으로 뚜벅, 뚜벅, 차로 걸어갔다.

사나이 부공태, ‘근지럽은 거’는 못 참아도 의리는 언제나 지켜 온 남자였다. 이제는 주희설에게 의리를 지킬 차례였다.

그가 차에 도착해 운전석을 열려고 막 손을 뻗었을 때….

“공태 씨!”

멋있게 걸어가는 부공태를 매니저가 불러 세웠다. 매니저가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무언가를 들어 보였다.

“차 키 저한테 있는데.”

“아, 맞다.”

부공태는 멋쩍게 머리를 긁었고, 매니저가 다급히 잠금을 해제해 주었다.

운전석에 타서 안전벨트를 하는 부공태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결연했다.

‘배우님, 쪼매만 기다리소이. 내가 갑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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