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13/18)

2.

차는 무서운 속도로 서울 시내를 내달렸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오는 시간이 이렇게 빠를 수 있다는 걸, 재하는 처음 알았다.

그사이, 재하의 몸은 시시각각으로 부풀고 있었다. 그것도 예민한 곳들로만.

태건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차체가 흔들려 유두가 벨트에 쓸리는 걸 다 막을 수는 없었다. 그 부분과 다리 사이가 끝도 없이 단단해졌다. 재하는 저절로 미간을 찌푸렸다.

차 안은 물에 젖은 쟈스민 향으로 뒤덮여 있었다. 천만 송이의 쟈스민을 압출하여 오일로 만들어 낸 단 한 방울의 향수에서 나는 향과 같았다.

태건은 간간이 정신없는 재하의 귀에도 들릴 정도로 욕을 짓씹었다. 경적 소리가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메우는 걸 열에 들뜬 상태로 들을 수 있었다.

“흐….”

절로 앓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운전석은 조용했다. 옆모습이 살짝 드러난 상태라 태건이 턱을 악다물고 있는 게 선명했다.

제한 속도를 무시한 차가 한남동의 빌라에 도착했을 때는 출발 시간으로부터 채 40분이 넘지 않은 때였다.

고급 빌라에는 각 세대별 주차 공간과 주차장에서 세대로 통하는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었던지라 누군가를 마주치지 않고도 올라갈 수 있었다. 차 안에 만개한 쟈스민 향을 생각해보면 그게 나을 것 같았다.

진작 병원에 갔어야 했는데. 이재하는 정체 모를 꽃향기에 잠겨 든 채로 후회를 곱씹었다. 차에서 내린 태건이 보닛을 돌아 뒷좌석의 문을 열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있었다.

문제는 그가 문을 열어젖혔을 때였다.

“아….”

“…….”

두 알파의 시선이 공중에서 얽혔다. 재하는 장태건의 목울대가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았다.

어금니를 악다무느라 도드라진 교근에 눈길이 갔다. 장태건이 다시 한번 욕을 짓씹었다. 재하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욕하지, 마십쇼.”

그는 기가 막힌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내쉬며 허리를 굽혀 뒷좌석에 앉아 있던 재하의 안전벨트를 풀어 주었다.

그대로 겨드랑이 밑에 손을 넣어 재하를 일으켰다. 멍한 눈을 깜빡이던 재하는 땅에 발을 디딘 채 바로 서게 되자, 그대로 고개를 툭 내려 태건의 가슴팍에 이마를 박았다.

“…가지가지 한다.”

“머리가, 멍합니다….”

계속해서 멍한 기분이었다. 기분이 달뜨고 몸이 간지러운데 태건의 가슴팍에 기대니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왤까 싶었는데 발목에 묵직하게 감겨드는 페로몬이 있었다. 파도처럼 밀려온 바다 소금의 향, 하얀 포말 위에 떨어진 해당화 꽃잎들.

재하는 두 눈을 감았다 떴다. 그의 페로몬이 부드럽게 간청하듯 밀려왔다. 장태건답지 않아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태건이 나직한 한숨을 내뱉었다.

“웃네.”

“…….”

“다 웃었으면 들어가자. 자지 터지기 전에.”

그는 또 무감한 말투로 저질스러운 말을 했다. 그에게 안기다시피 하여 걷는 동안, 재하는 그 간극에 대해 생각했다.

왜 자신은 단 한 번도 태건이 그런 말투를 구사하는지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그가 입는 옷, 먹는 것, 즐겨 듣는 음악, 수많은 것들이 있는데 그것들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저 제 사랑을 퍼부을 기회만을 노렸다. 그 기회가 도래하자, 상대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모조리 쏟아부은 뒤 반쯤 포기했다. 장태건에게 사랑받기를 당연스레 포기한 것이다. 대체 왜 그랬을까.

이재하는 그제야 망해 버린 자신의 사랑에 대한 오답 노트를 쓸 수 있었다. 재하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입을 열었다.

“…장태건 씨.”

“왜.”

무뚝뚝한 말투로도 당연히 대답을 돌려준다. 빌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는 쟈스민의 향이 가득해졌다.

“집에 온 기분입니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려다 말고, 태건이 멈칫했다. 재하는 두 눈을 깜빡였다.

“너무 오랜만에….”

“…….”

“집에 온 것 같아요.”

그의 품에 안긴 채로 멍한 눈을 깜빡였다. 장태건의 목울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이재하를 끌어안은 태건의 팔이 조여 왔다.

그가 고개를 내려 재하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여기가 당신 집인 거 알았으면.”

“…….”

“다신 나가지 마. 너 때문에 속 타 죽겠어.”

끝은 답지 않게 엄살이라도 부리는 투였다. 재하는 피식 웃었다. 그 올라간 입꼬리에, 또 한 번 입술이 닿았다.

* * *

장태건의 바지는 허벅지 윗부분부터 젖어 있었다. 그것도 한쪽 허벅지만. 저게 뭘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던 것 같다. 그의 바지가 그렇게 젖을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더 깊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왼쪽 약지에 결혼반지를 낀 손이 이재하의 벨트를 찢듯이 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지, 빼지 않았어….’

그러고 보니 장태건은 단 한 번도 결혼반지를 빼지 않았었다. 현관의 주백색 조명 아래 유난히 도드라지는 백금 링을 바라보았을 때, 이재하는 이미 셔츠 앞섶이 모두 풀어 헤쳐지고 벨트의 벨크로가 풀리고 하의의 퍼스너는 내려간 상태였다.

그는 뒤늦게, 아주 약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여기서는, 잠깐….”

“아주 말려 죽여라.”

재하의 거부를 읽은 것인지 장태건이 욕을 짓씹으며 그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리가 풀린 재하가 잘 따라오지 못하자, 아예 상체를 굽혀 재하의 아랫배에 어깨를 들이밀더니 그대로 쌀가마니를 어깨에 메듯 들어 올렸다.

“잠, 깐, 내려….”

내려 달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짝 소리와 함께 어마어마한 힘으로 엉덩이를 얻어맞았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두 눈이 번쩍일 정도였다.

…지금, 내 어디를 때린 거지?

믿을 수 없어 숨이 멎었다. 장태건이 쯧, 혀를 차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만히 있어.”

몇 년 만에 와 보는 한남동 집인데도 구경할 틈이 없었다. 장태건은 익숙하게 1층 욕실로 이재하를 둘러멘 채로 들어갔다.

재하를 욕조 턱에 앉을 수 있게끔 내려놓더니 바지와 속옷을 갈고리처럼 잡아 벗겼다. 뒤로 넘어갈 뻔했지만 멍한 머리에도 반사 신경은 살아 있는지 욕조의 턱을 붙잡을 수 있었다. 장태건 역시 그의 등을 받쳐 준 상태였다.

“보여?”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벗긴 탓에 훤히 드러난 밑은 놀랍도록 젖어 있었다. 투명하고 진득거리는 액체가 속옷에 잔뜩 묻은 탓에 옷가지들을 내릴 때 그대로 달라붙어 무릎까지 내려왔다.

차가운 기분이 확 들었다. 재하는 얼굴을 붉혔다.

“이게 무슨….”

“당신 씹물이야.”

장태건은 제 아랫입술을 혀로 핥으며 말했다. 다른 걸 핥고 싶다는 듯 재하의 아랫도리를 훑는 시선이 집요했다.

쳐다보지 말라고 하고 싶었는데 시선을 받은 성기가 먼저 꺼덕였다. 태건이 피식 웃자 얼굴에 저절로 열이 올랐다. 회음부가 도톰하게 부푼 느낌이었다. 그쪽이 계속 묵직했다.

장태건은 재하를 일으켜 샤워 부스로 밀어 넣었다. 양말과 셔츠는 벗지도 못했다. 뒤따라 들어오며 제 벨크로에 손을 댄 장태건이 재하를 핥듯이 쳐다보며 그 앞에서 옷을 벗었다.

그가 바지를 내리자 왜 그렇게 허벅지 부근이 한쪽만 젖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옷을 내리니 튕겨 오른 것이 단단하게 발기한 채 젖은 선단을 내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꼽까지 올라붙은 굵은 기둥의 끝은 선액으로 잔뜩 젖어 있다 못해 아직 흘러내리지 않은 투명한 물방울이 요도구에 맺혔다.

재하는 저도 모르게 손으로 호흡기를 막았다. 가리고 있던 모든 천을 내리자마자 그의 국부에서 어마어마한 페로몬 향이 피부에 내려앉듯 후각을 강타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그것이 비단 거기에서만 흐를 수는 없었다. 장태건이 알파의 페로몬을 개방한 듯했다.

“흐, 아….”

알파와 오메가의 페로몬이란 그저 상대의 후각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페로몬의 분자는 상대의 피부 위에 내려 흥분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었다.

우성일수록 성욕을 자극하는 효과가 거셌다. 장태건은 더할 나위 없는 우성 알파였다. 이재하는 지금까지 태건이 제 페로몬을 온전히 개방한 적이 없었다는 걸 자연스레 깨달았다.

그리고 그 페로몬에 직격으로 얻어맞은 이재하의 점막부터 부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꼿꼿해진 부분은 유두였다. 유륜이 툭 나올 정도로 부풀더니 가슴 부근이 몹시 간지러워졌다.

재하는 저도 모르게 제 가슴을 가렸다. 꼿꼿하게 선 모양을 들키기 싫었을뿐더러 그 부분에 감각이 집약되어 반사적으로 손이 올라갔다.

서울 올라오는 길에 겪었던 간지러움은 이 수준이 아니었다. 장태건이 눈앞에 있든 없든 상관없이 긁고 싶어졌다. 그러나 이재하의 이성은 훌륭한 수문이었고, 불어난 물살을 버틸 수 있을 만큼 견고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간신히 참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성기는 사정이 달랐다. 아랫배에 딱 달라붙을 정도로 발기한 것이 계속해서 울컥거리며 투명한 눈물을 흘려 댔다. 아예 설탕 시럽을 뿌린 무언가로 보일 정도로 반짝거렸다.

셔츠를 벗어 던지며 완벽한 맨몸이 된 장태건이 피식 웃었다. 그는 그대로 샤워 부스로 들어왔다. 재하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태건은 위가 뚫려 있는 형태의 부스 문틀 옆에 서서 두 팔을 올려 문의 천장 틀을 붙잡았다. 철봉을 하듯 두 팔로 천장 틀을 잡고 있음에도 큰 키 때문에 팔 길이가 남다 못해 팔꿈치가 살짝 접혔다.

그는 그 상태로 재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마치 다 잡은 사냥감을 구경하듯이. 뿌듯한 얼굴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재하는 벽에 기댄 채 숨을 몰아쉬고 있는 상태였다. 셔츠 한 장과 양말 두 짝이 걸친 것의 전부였다.

툭 튀어나온 유두를 팔로 가린 채 이재하는 문뜩 어쩔 수 없는 수치심을 느꼈다. 태건의 시선이 너무도 집요하게 가슴팍과 사타구니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빨아먹고 싶게 생겼네.”

그는 껄렁하게 지껄인 뒤 다가와 재하의 발목 한쪽을 들어 올렸다. 벽에 등을 기댄 상태라 다행히 균형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그는 재하의 허벅지를 쓸다가 양말을 벗겨 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리도 제모했어? 왜 이렇게 매끈해. 좆 문질러 보고 싶다.”

재하는 마지막 뒷말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려 노력하며 대답했다. 공기 중에 도포된 태건의 페로몬 때문에 숨을 들이마시기가 곤란했다.

“…모릅니다. 얼마 전부터 체모가 옅어져서…. 그보다, 페로몬을 좀, 흣….”

신음이 저절로 튀어 나갔다. 성기가 꺼덕이는 것은 예삿일이고 뒤쪽이 움찔거리며 애액을 줄줄 쏟아 내고 있었다. 재하는 어디로든 숨고 싶다고 생각했다.

제 몸이 이상했다. 꼭 오메가가 된 것 같았다. 성적 흥분에 대한 알파의 반응이라고 볼 수가 없었다. 왜 이러는 걸까. 욕실에는 해당화 향과 쟈스민의 향이 파도에 쓸려 온 것처럼 가득 넘실거리고 있었다.

장태건이 상냥한 태도로 재하의 발목을 내려 주고는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은 채로 나머지 발목을 꿇어앉은 그의 허벅지 위에 올려 두었다.

“태건 씨, 해 봐.”

그가 나머지 한쪽의 양말을 벗겨 주며 속삭였다.

그러고 보니 늘 이름을 불러 달라고 요구했었다. 혹시나 제 마음이 난데없이 새어 나갈까 봐, 재하는 부러 그의 직책으로 호칭하고는 했다.

…이제는 그만 그가 원하는 대로 해 줘도 되지 않을까. 흥분에 달궈진 뇌가 울렸다. 그의 뜻대로 해주고 싶었다. 그가 원하는 건 그게 뭐든 다. 바라는 것도 다. 그것이 이재하의 사랑이었다.

“…태건 씨.”

재하는 몇 번 망설이다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흥분에 뒤숭숭한 성대가 낸 목소리는 엉망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만족했는지, 무릎을 꿇고 앉은 태건은 재하의 허벅지에 이마를 묻은 채 하, 하고 숨이 터지듯 웃었다. 그러더니 도리어 끙, 하고 앓았다.

“아, 씨발. 쌌다.”

“네? 뭐, 뭐를….”

이재하는 처음에 그것이 저를 말하는 것인 줄 알았다. 아까부터 터질 듯 부풀어 있던 성기가 기어코 일을 낸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 해도 사정의 기미가 없었는데 이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한 눈을 내린 재하는 입을 살짝 벌릴 수밖에 없었다. 태건이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로 혈관이 툭 튀어나와 검붉게 발기한 제 것을 손으로 문질러 수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씹….”

태건은 재하의 허벅지에 이마와 코를 문지르며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재하가 이름을 불러 준 순간 실금을 하듯 정액을 흘린 듯했다. 아예 한 발 빼자 생각한 것인지 재하의 허벅지에 얼굴을 묻은 채로 성기를 흔들고 있었다.

정액량이 무척 많아 아직도 요도구에서 백탁액이 튀어 오르고 있었다. 재하는 저도 모르게 목울대가 울컥거릴 정도로 침을 삼켰다. 태건이 헉헉거리는 숨을 내뱉으며 말캉한 허벅지 살에 뺨과 코를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충동적으로 손을 내려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장태건은 덩치 커다란 개가 낑낑거리듯 앓으며 계속해서 성기를 흔들었다. 타일 바닥 여기저기에 백탁액이 튀었다. 산발적으로 튄 나머지 재하의 안쪽 복사뼈와 발등, 정강이 등에 태건의 정액이 묻었다.

그가 숨을 훅훅 내뱉을 때마다 국부에 간지러운 바람이 와 닿았다. 재하는 움칠, 허벅지 안쪽을 떨어 댔다. 태건은 혀를 내밀어 맛을 보듯 재하의 말캉한 허벅지를 핥았다.

그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에 고개를 비비적거리기도 했다. 손이 툭 내려오자 제 뺨을 쓰다듬을 수 있게끔 한 번 더 고개를 움직였다. 태건은 그 상태로 재하를 올려다보았다. 커다란 짐승이 주인에게 애교를 부리는 형상이었다.

태건이 붉어진 눈시울로 재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미치게 야한 목소리였다.

“자지 빨아 줄까?”

재하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답이 중요하지는 않았는지 태건은 그대로 재하의 성기를 손아귀 안에 휘어잡았다.

놀란 재하의 하복부가 움찔거렸다. 복근이 떨릴 정도였다.

“…아, 흣-!”

태건이 혀를 내밀어 귀두부터 적셨다. 꽤 오래 발기해 있느라 붉게 달아오른 재하의 성기는 태건의 입 속으로 그 끄트머리부터 천천히 빨려 들어갔다.

태건의 혀는 그 놀림만큼이나 까슬했다. 귀두를 천천히 감은 혀는 오돌토돌한 혈관과 설소대가 있는 뒷부분으로 요도구와 귀두를 간지럽히더니 입술로 완전히 덮어 틈 없는 상태에서 성기를 입 안으로 빨아 먹듯 했다.

“아-! 잠, 흐윽, 힉-!”

재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뒤로 젖혔다가 태건의 뒤통수를 두 손으로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뒤 머리카락이 열 손가락 안에 쥐어졌다.

그가 고개를 뒤로 물렸다가 한꺼번에 입 안으로 빨아당길 때마다 발가락이 구부러들었다. 그런 감각은 처음이었다.

알파와 오메가의 페로몬은 그들의 점막에 가장 많이 묻어 있다. 겨드랑이와 발목, 오메가로 치면 유륜과 젖꼭지에 많이 묻어 있기도 하지만 점막에 항상 그 양이 가장 많았다.

태건의 점막이 재하의 성기를 감싸고 있었다. 입에 박아 넣는 것은 재하 쪽인데도 잡아먹히는 기분이었다. 그의 페로몬이 잔뜩 묻은 질척한 혀가 성기를 스치고 빨아올리자 가뜩이나 흥분해 있던 것이 저절로 꺼덕였다.

태건은 그때마다 버릇없는 아이를 혼내듯 재하의 허벅지 안쪽을 손바닥으로 찰싹 때렸다. 그 아릿함조차 쾌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예민하게 달아오른 요도구에 혀의 까슬한 부분이 계속해서 스쳤다.

장태건은 재하의 성기에 다양한 기쁨을 주고 싶은 것인지 밑동을 잡고 귀두를 쪽 빨아 준 다음 볼 안쪽 점막에 밀어붙여 매끈한 점막에 귀두 갓을 모조리 닿게 하였다. 그의 단단한 어금니에 성기의 표피가 쓸리게끔 말이다.

“흐읏, 잠깐, 아-!”

덕분에 속절없이 앓아 버렸다. 미칠 것 같은 감각이었다. 도망치지도 못하고 그대로 양 허벅지에 손자국이 날 정도로 붙잡힌 채 성기를 빨려야 했다. 저절로 허리가 구부러지는 바람에 장태건의 등 위를 짚을 수밖에 없었다.

짐승이 어미 젖을 빨아 먹듯 쭙쭙거리는 소리가 났다. 재하는 몸서리를 쳤다. 그런 물기 가득한 소리가 제 다리 사이에서 나고 있다는 걸 부정하고 싶었다.

그사이에도 장태건은 재하의 성기를 빠는 걸 멈춰 주지 않았다. 성기가 아예 장태건의 목구멍 근처까지 빨려 들어간 듯했다.

“그만, 잠, 흣, 아…!”

발가락이 쫙 펴졌다가 다시금 구부러졌다. 손에 닿은 장태건의 등에선 오른쪽 견갑골부터 왼쪽 갈비뼈까지 대각선으로 난 흉터가 걸렸다. 그걸 짧은 손톱으로 득득 긁을 수밖에 없었다.

“아-! 힉…!”

결국 장태건이 물러난 것은 그의 입에 사정한 뒤였다. 이재하는 잔뜩 숙였던 허리를 일으켜 타일 벽에 뒤통수를 뭉갰다.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는데 아주 간지러운 감각이 들었다.

“뭐 하는….”

“닦아 주잖아.”

장태건이 사정한 재하의 성기를 핥으며 혀로 요도구를 후벼 파고 있었다.

“아, 읏-!”

사정한 뒤 예민해진 성기에 달라붙은 점막 때문에 괴로울 지경이었다. 재하의 하복근이 저절로 꿈틀거렸다. 근 경련이 이곳저곳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간지러워 그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밀어낼 수밖에 없었다. 그는 피식 웃으며 재하의 성기에 입을 쪽, 맞추고는 무릎을 일으켜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 그러고도 재하의 성기를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몇 번을 더 손으로 흔들어 주었다.

발기가 가라앉지 않은 성기는 발갛게 달아오른 채로 장태건의 손아귀에 붙잡혀 있었다. 이제 막 사정한 성기는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 재하에게 쾌감과 함께 형용할 수 없는 감각을 선사했다.

허리를 숙인 채 성기가 잡혀 힉힉 앓고 있는 재하를 샤워기 아래로 끌고 간 장태건이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서 그의 얼굴 이곳저곳에 입을 맞췄다.

“꿈에 당신이 다 벗고 나와서 내 정액 다 짜 갔던 거 기억해?”

장태건 씨 꿈을 내가 어떻게 기억합니까. 재하는 억울했지만, 말을 내뱉을 수 없을 정도로 탈력감이 몰아쳤다. 무슨 꿈인지 궁금한데 물었다가는 큰일 날 것 같은 위기감이 닥쳐왔다.

아직도 작게 경련하며 앓아 대는 재하의 입술 위에 태건이 또 한 번 장난 같은 입맞춤을 해댔다.

그의 뜨끈한 성기가 재하의 배꼽 부근을 찔러 왔다. 키 차이 때문에 그의 것과 재하의 것이 반 정도만 부딪쳤다. 태건이 무릎을 살짝 굽혀 아래서 위로 쳐올리듯 허리를 움직여 성기끼리 마찰시켰다.

“흣, 아-.”

재하는 두 눈을 감으며 신음했다. 미칠 것 같았다. 물이 쏟아지자 장태건이 젖은 앞머리를 이마 뒤로 넘기더니 재하의 것도 똑같이 해주었다.

그의 속눈썹에 어룽져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너무도 가까이에서 보였다. 재하는 저도 모르게 울컥하는 마음을 느꼈다.

“몸이, 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장태건이 재하의 양 뺨을 손으로 감싸 주었다. 입을 맞추는 걸 피하지 않았다. 진한 해당화 향이 흘러들었다.

재하는 입술이 맞닿은 상태로 말을 이었다. 간절한 바람을 말하느라 목소리가 떨렸다. 호흡이 숨어든 탓에 재하의 음성은 거칠게 들렸다.

“…태건, 씨를 갖고 싶습니다. 태건 씨가 내 것이 되어 줬으면 좋겠어요.”

그것은 이재하가 참고 참은 나머지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한 말임에도 정답에 가까웠다.

장태건은 아무 말 없이 재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욕실 조명을 등진 탓에 그의 표정을 완전히 읽어 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눈빛이 일렁거리는 것만은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재하는 묻고 싶었다. 그가 다시금 입을 맞춰 오지 않았다면 그랬을 것이다.

“읏….”

맞붙은 입술 사이에서 한숨이 틈새를 비집고 튀어나왔다. 그 틈을 타 밀고 들어온 살덩이가 뜨거웠다. 장태건의 등을 타고 쏟아지는 물길이 재하를 천천히 간지럽혔다. 숨이 모자라 고개를 젖히자 딱 그만큼 또 뒤쫓아 와 안쪽의 점막을 잔뜩 헤집었다.

두꺼운 팔뚝이 재하의 허리를 휘감아 그대로 끌어당겼다. 흐읏, 하고 숨이 밭은소리가 또 한 번 새어 나왔다.

태건은 상관하지 않고 재하의 혀를 옭아맸다. 혀끝을 단단하게 만들어 입천장을 긁기도 했다. 그는 놀라 움칠 떠는 재하의 몸을 끌어안고 하체를 비비기 시작했다.

물에 젖은 성기들이 서로의 단단함을 주장하느라 얽혀 들지 못한 채 미끄러지기만 했다. 그게 꼭 재하가 도망가는 느낌이었는지 안달 난 것처럼 허리를 밀어붙였다. 다리 사이에 와 닿는 성기의 매끄러운 감촉에 허벅지 안쪽이 바들바들 떨렸다.

성기를 삽입하듯이 굵은 혀를 몇 번이고 숨도 못 쉬게 입 안에 처박을 때는 언제고, 태건은 부드럽게 입술을 떼어 내고는 쪽쪽거렸다.

“이거 순 헛똑똑이야.”

“무슨….”

“내가 당신 거지, 그럼 뭐 옆집 주게?”

장태건은 꼭 장난감을 갖고 논 뒤 정리하지 않는 어린아이에게 어르듯 말했다. 재하는 웃음이 터졌다. 접히는 눈꼬리 위에 태건의 입술이 내려왔다.

“그러니까 이혼 같은 소리 하지 마.”

“…….”

재하는 몇 번 더 달싹이는 그의 입술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뭔가 더 말을 해줄까 싶어서. 더 듣고 싶은 말이 있었다.

왜 이혼 소리는 하지 말라는 것인지, 어떻게 당신이 내 것일 수 있는지. 자세히 되묻고 싶었다. 그러나 장태건은 일렁이는 눈으로 재하를 바라볼 뿐이었다.

장태건의 페로몬이 파도가 일렁거리듯 샤워 부스 안을 넘실거렸다. 기뻐하는 것처럼. 그가 정말 그런 마음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묻지 못했다.

그러나 이재하는 곧이어 물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확신을 완성하기에, 이제는 아주 작은 단서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까지 천천히 기다리면 된다.

유신은 유명무실해졌고 장태건을 개처럼 부려 먹던 그의 조부는 바로 몇 시간 전에 지하에 묻혀 버렸다. 다시는 나오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시간은 이재하의 편이었다. 그런 식의 참을성을 요구하는 일에는 단 한 번도 실패가 없었던 자신이다.

재하는 팔을 둘러 태건의 등을 끌어안았다. 그의 단단한 광배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흉터를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아팠을까. 이 상처를 얻을 때 그는 혼자였을까. 그래도 상관없다. 이제 자신이 그를 비호하면 된다.

이재하는 장태건을 옆집에 줄 생각이 없었고, 그럼 오늘부터 관짝 문을 열기 전까지 장태건은 이재하의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제 것을 보호하는 건 알파의 본능이다.

그런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게끔, 다행히도 장태건은 이재하와의 이혼이 필요 없어 보였다. 그렇게 옆에 더 머물게 해 준 사람에게 보답을 해 주고 싶었다.

달라는 건 뭐든 줄게. 하고 싶은 건 다 하게 해줄게.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깨달은 그 순간부터 생각했던 것들이다.

태건은 재하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그의 귓불에 입술을 붙인 채로 속삭였다. 벌써 하고 싶은 걸 말하며 칭얼거리고 있었다.

“살림부터 합치자.”

“…그래요. 또 하고 싶은 거 있습니까?”

그 말에 태건이 웃는 소리가 귓가에 스쳤다. 저도 모르게 터진 웃음을 다독이는 듯한 소리였다. 그의 등에 얹어진 손을 통해 낮은 진동이 전해졌다. 그 웃음의 요소들을 느끼자마자 재하 역시 입꼬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해 달란 거 다 해줄 거야, 재하 형?”

언젠가 했던 것처럼 또 연하 흉내를 내는 듯한 말투였다. 목소리에는 애교가 없고 어조는 심드렁하기만 한 주제에. 재하는 웃음을 지우지 못했다.

그의 귓가에 입술을 파묻고 있던 태건이 고개를 들어 재하의 표정을 확인하듯 바라보았다. 그가 어떤 표정으로 제게 어떻게 대답하는지 듣고 싶은 것 같았다.

사랑하는 이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재하는 미소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응.”

“…….”

“다 해줄게.”

천천히. 아주 천천히 태건의 얼굴에 웃음이 피었다. 몇 년 전인가, 몇 세기를 걸쳐 보존되어 오던 아주 오래된 연꽃의 씨앗이 꽃잎을 틔웠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꽃망울이 천천히 벌어져 하얀 수련의 꽃잎들이 벌어지는 모습들이 송출되었다. 그것을 봤을 때와 같은 감동이었다.

웃음은 짧았고 장태건은 금세 표정을 갈무리했지만, 재하는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마음속에 박아 넣는 데 성공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본 것이 믿기지 않아 두 눈을 깜빡여야만 했다.

언제 그렇게 밝게 웃었느냐는 듯 웃음을 거둔 장태건이 심드렁한 어투로 물었다.

“그럼 나 형 씹구멍에 혀 넣어도 돼?”

“…그건 안 됩니다.”

재하는 저도 모르게 질린 얼굴을 했다. 계속해서 형이라고 부르는 것도 어이없었다.

재하의 그 표정에, 조금 전 지었던 미소와 다르게 태건이 한쪽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평소와 같은 웃음이었다. 비웃는 듯, 세상에 흥미로운 게 없다는 듯한 웃음.

그러나 이재하는 이미 장태건의 진짜 미소를 본 뒤였다. 빠르게 숨긴 진심도 눈치채고야 말았다.

재하는 문득 장태건 역시 어떤 가면을 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자신처럼 말이다.

그사이, 그가 재하를 끌어와 흘러내리는 물 아래 세워 둔 뒤 보디 워시를 꺼냈다. 거품 망에 짜는 솜씨가 능숙했다. 재하의 한쪽 팔을 들어 올려 어깨부터 살살 문질러 주며 태건이 심드렁하게 중얼거렸다.

“되는 게 뭐야. 잔뜩 기대했는데.”

“…잠깐, …간지럽습니다.”

장태건은 재하의 불평을 들어주지 않았다. 거품 망이 팔 아래를 쭉 미끄러지며 겨드랑이까지 파고들자 재하는 입술을 말아 물어야 했다. 그대로 흉근과 이어지는 부분을 건들더니 유두를 스쳤다.

거품이 흘러내리는 감촉이 오묘했다. 그대로 흘러내려 고간 밑으로 스며들기도 했다. 그제야 제 몸이 단 한 번도 진정된 적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불씨가 꺼진 적 없던 숯덩이에 다시 한번 바람이 분 것처럼, 온몸에 열기가 화르르 타올랐다.

거품 망이 다리 사이를 스쳤다. 태건이 성기 위에 거품을 짜냈다. 미끄러운 것들이 붉게 달아오른 기둥 표면을 타고 흘러내렸다. 재하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몸이 좀 이상할 거야. 옆에 있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무감한 어투인데도 다정하게 들렸다. 그 열기를 뚫고 그의 감정만은 뚜렷하게 전해졌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바들바들 떨리는 몸으로 재하는 입술을 달싹였다. 나오는 말이 없었다. 피부에 스며든 장태건의 페로몬 때문에 온몸이 따가울 정도로 간지러웠다.

그의 팔뚝이 다리 사이로 들어와 거침없이 밑을 문질렀다. 거품 망이 골 사이와 회음부를 스쳐 지나갔다. 재하는 두 눈이 하얘져 그의 손목을 잡아 막으려 했지만, 그저 잡은 채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장태건은 비누 거품을 잔뜩 묻히고 있는 재하를 바라보며 빠른 동작으로 제 몸 역시 닦았다. 재하를 응시하는 시선을 단 한 번도 피하지 않은 채 말이다.

성기가 절로 꺼덕였다. 태건은 거품 망을 아무렇게나 던져 버리고는 재하를 끌어와 다시금 쏟아지는 물 아래 섰다.

거품 칠을 한 덕에 두 사람의 성기가 좀 전보다 훨씬 더 매끄럽게 비벼졌다. 맞닿은 가슴팍을 통해 오뚝 선 제 젖꼭지가 태건의 대흉근에 스치는 것이 느껴졌다. 태건이 재하의 몸을 닦아 주었다. 손으로 스치는 곳마다 열기가 끓어올라 그만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만…. 그만해요….”

“그래. 머리는 이따 감겨 줄게. 꼴려 죽겠다.”

장태건은 샤워기의 물을 잠근 뒤 부스를 나가 커다란 수건을 가져왔다. 그걸로 재하의 머리카락과 몸을 닦아 준 뒤 그대로 어깨에 두르게 한 뒤 그를 안다시피 하여 부스에서 끌고 나왔다. 제 몸의 물기는 닦지도 않은 채였다.

두 사람은 욕실에서 나오면서도 키스를 계속했다. 태건이 재하를 끌고 그들이 별거 전 재하가 쓰던 방으로 가려고 했다. 재하는 고개를 저었다.

“…태건 씨 방으로.”

“…….”

욕심이 났다. 태건의 방에서 보낸 마지막 밤에, 그곳을 더 눈으로 담아 두고 나올 걸 그랬다고 후회했던 적이 있다. 다시 들어가 보고 싶었다.

그런 제 마음을 들켜 버린 건지 장태건은 대꾸 없이 재하를 빤히 내려다보기만 했다. 왜 그렇게 보느냐고 물으려던 찰나였다. 태건이 고개를 끄덕이며 제 방으로 재하를 끌었다.

아직 물방울이 매달려 있는 그의 나신이 눈부셨다. 재하는 타월로 둘둘 싸매 놓고는 물기 하나 닦지 않은 성마른 등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제는 슬슬 알 것 같았다.

태건은 제 방의 문을 열었다. 그곳에서는 햇빛에 잘 마른 해당화 꽃잎의 향이 났다. 기억보다 좀 더 짙은 냄새였다. 재하를 먼저 들여보낸 태건이 문을 닫았다.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자, 재하는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가 다가와 재하의 타월을 내렸다. 방 안에 혼재되어 있던 장태건의 페로몬이 재하를 향해 쏟아져 내리듯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마치 제 오메가를 맞이한 알파의 것처럼. 재하는 혼란스러웠다.

“내가,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러트, 랑은 다른 느낌이에요.”

“…알아.”

장태건은 그 한마디만 한 채로 다시 재하의 입술을 찾았다. 서로의 나신이 맞붙었다. 태건이 그대로 걸었다. 껴안긴 채로 그가 앞으로 나간 탓에 재하는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오금에 침대 같은 것이 닿았다고 생각한 순간 무릎이 꺾여 뒤로 넘어갔다. 반사적으로 뒤를 짚어 머리가 부딪치는 건 막았지만, 푹신한 매트릭스에 반쯤 누운 채였다.

장태건은 그런 재하의 다리를 무릎으로 가르며 그 앞에 서 있었다. 발기가 풀리지 않고 있던 그의 것이 평소보다 흉흉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배꼽까지 길게 올라붙은 무성한 체모 위로 혈관이 튀어나온 기둥이 그 근원부터 무척이나 두껍게 보였다.

귀두 갓에 툭 튀어나온 구슬 부근이 검붉었다. 저도 모르게 그걸 응시하고 있는데 태건의 성기가 크게 꺼덕였다. 끄트머리에는 투명한 액체가 맺혀 있었다.

그는 재하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그것을 손으로 몇 번 훑어 냈다. 태건의 시선이 재하의 가슴팍, 다리 사이, 근육량이 줄어도 여전히 튼실한 복근 등을 훑었다. 시선을 떼기 아깝다는 듯이 쯧, 혀를 찬 그가 그대로 침대를 지나쳐 벽에 붙은 콘솔로 다가갔다.

기다란 흉터가 자리한 등이 천천히 굽어지더니 길게 뻗은 손으로 콘솔의 서랍을 열어 무언가를 꺼냈다. 그가 허리를 반쯤 숙이자 상체를 지탱하기 위해 둔근에 힘이 들어갔다. 한쪽 볼기에 우물이 파였다. 허벅지로 이어진 근육은 맹수의 것처럼 날렵하고도 탄탄해 보였다.

그는 손안에 작은 상자와 함께 일회용 주사기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쥐고 뒤돌아 다시금 침대 근처로 걸어오며 들고 있던 것의 포장지에 쓰여 있는 걸 읽어 내리고 있었다.

재하가 누워 있는 침대 위에 작은 상자를 내려 둔 태건은 거기서 알코올 솜을 꺼내 재하의 허벅지 바깥쪽을 닦아 냈다.

“…뭡니까?”

“알파를 위한 히트 사이클 억제제.”

“알파를 위한…?”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 가지 않아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알파를 위한 히트 사이클 억제제라는 문장의 호응이 맞지 않았다.

알파에게는 히트 사이클이라는 것이 없다. 오메가에게 러트기가 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이었다.

그러나 태건은 재하의 의문은 해결해 주지 않은 채로 포장지에 쓰여 있던 것을 유심히 읽더니 그것의 껍데기를 벗긴 뒤 펜 형태의 일회용 주사기를 살짝 흔들었다.

펜 형태의 주사기에는 가운데 알 수 없는 용액이 들어가 있었다. 재하는 미간을 찌푸렸다. 히트 사이클이라니. 자신은 오메가가 아니었다.

태건은 펜을 한 번 더 부드럽게 흔들더니 주삿바늘을 펜에 장착시켰다.

“김란희가 차명 계좌로 장한용 떨거지한테 알파를 오메가로 형질 변환을 시키는 약물을 대량 사들였습니다.”

“…….”

“그게 벌써 몇 년 전이고.”

…그 말은 그 약들이 모두 이재하에게 쓰였다는 뜻이었다. 재하가 들은 것들의 정보로 무언가를 판단하고 있을 때, 펜에 주사기 촉을 끼운 태건이 그의 허벅지에 바늘을 꽂았다.

예고 없이 주사를 놓은 터라 허벅지 근육이 움찔거렸다. 태건이 그 맨살을 살살 쓸어 주었다.

“조심해요. 근육 놀라면 바늘 안 뽑혀.”

“흣….”

손이 기어코 위로 기어 올라왔다. 장골을 스치며 체모가 없어 부드러운 아랫배를 문질렀다. 태건의 팔뚝에 발기한 재하의 성기가 스쳤다. 좀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열이 끓어올랐다.

방 안에 쟈스민 향과 물에 젖은 물푸레나무의 냄새가 가득 찼다. 재하는 제 페로몬인데도 질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건이 재하의 다리 사이에 무릎으로 선 채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가 그대로 숨을 내쉴 때마다 정맥이 도드라진 목줄기가 팽창하는 것이 보였다.

거대한 흉곽도 마찬가지였다. 호흡을 위해 대흉근과 전거근이 그대로 수축했다가 흉곽을 크게 부풀리고 있었다. 재하는 제 위에서 몹시 야생의 것이 숨을 내뱉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다 곧이어 장태건이 들이마시고 있는 것이 제 페로몬이라는 걸 깨달았다. 온몸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러지, 마요…!”

“…뭘.”

눈시울이 붉어진 데다가 흰자에 핏발이 선 태건이 재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목울대가 꿀렁였다.

갑작스레 태건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니면 그의 국부를 핥거나 손목 안쪽에 좆을 대고 문질러 달라고 애원하고 싶었다.

불현듯 아주 예전에 듣고 바로 잊어버렸던 말이 떠올랐다.

‘참 재미없게 사십니다. 이사님은 알파랑 섹스도 안 해 보셨죠.’

‘…….’

‘알파와의 섹스는 보다 동물적입니다. 저 수컷과 나 자신 중 누가 우위를 차지할까를 겨루는 싸움입니다.’

저 자신과 싸우는 일이 가장 버거웠던 데다가, 섹스라면 도무지 흥미가 없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던 말이었다.

문득 그때의 말이 뇌리를 강타한 것이다. 재하는 질끈 눈을 감았다. 모든 감각 기관이 소름 끼치게 소리 지르고 있었다.

제 다리 사이를 가르고 들어올지도 모르는 저 알파를 공격하라고. 방 안에는 페로몬이 더욱 짙게 퍼졌다.

파도에 젖은 쟈스민과 붉은 꽃, 아니, 해안가에 심어진 물푸레나무와 해당화 나무의 향이었다.

* * *

“흐, 으읏, 아-!”

“아, 씹….”

태건이 재하의 귓불을 앞니로 질근 문 채 욕을 지껄였다.

한계까지 벌려진 다리가 그의 어깨 위에서 흔들거렸다. 재하의 안은 애액과 태건의 성기에서 나온 것으로 질척거렸다.

완전히 형질 변형이 오지 않은 알파의 몸에 히트 사이클이 일어났을 때는 히트 사이클 억제제를 주사 후 알파의 페로몬 샤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때, 아, 씨발…. 당신 히트 사이클이 언제 올, 줄, 몰라서…. 하…. 윽-.”

“아, 흐-! 흐익…!”

태건은 설명을 하는 도중에도 허리 짓을 멈추지 않았다. 성기를 내벽에 처넣을 때마다 숨이 받친 듯 말이 도중에 잘려 나왔다.

안쪽에 들어온 태건의 성기는 선액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사정액도 아닌 것이 내벽에 쏴질 때마다 재하의 안쪽은 더욱 간지러워졌다.

깊은 곳에 융기되어 있던 것이 그대로 귀두 갓에 걸려 긁힐 때마다 재하의 성기에서 백탁액이 눈물처럼 한두 방울씩 흘러내렸다.

정신이 없고 몸이 무척 달아오른 터라 정보의 취합이 쉽지 않았지만 들은 말을 종합해 볼 때 이러한 내용이었다.

김란희는 몇 년 전부터 이재하에게 미량의 형질 변형제를 복용시켰다. 식사와 식수에 탄 것을 몇 년 동안 먹게 된 이재하는 오메가로서의 형질 변형만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해결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메가로 변하려는 우성 알파의 몸을 같은 우성 알파의 페로몬으로 자극하면 알파의 신체는 상대 알파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제 몸을 알파로 유지하려 한다.

장태건이 그동안의 러트기에서 꾸준히 성관계를 요구한 것은 이 때문인 듯했다. 문제는 약을 오랫동안 장기 복용을 한 탓에 오메가로서의 형질 변형이 코앞이었다는 것.

그래도 몇 년 내내 우성 알파의 페로몬으로 눌러 준 탓에 근육량이 떨어지고 페로몬의 향이 변했을지언정 완전한 형질 변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장창식의 빈소에 찾아온 김란희가 이재하에게 히트 사이클 촉진제를 몰래 복용시킨 것이다.

몇 년에 걸친 집요한 악의였다. 재하는 제 안에 자궁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태건의 말을 잠시 이해하지 못했다.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그것이 제게 일어났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지, 지금은, 흣…. 지금 향은 어떤, 아-! 히익-!”

지금 제게는 어떤 향이 나냐고 묻고 싶었다. 볼기에 우물이 팰 정도로 허리를 박아 넣은 태건이 뭉근하게 골반을 돌리는 바람에 안에 있던 굵은 성기가 안 그래도 예민한 내벽을 잔뜩 헤집었다. 재하는 숨도 내뱉지 못한 채로 고개를 젖히고 꺽꺽거렸다.

그 목울대에 입을 맞추며 태건이 속삭였다.

“당신이랑 결혼할 때, 맡았던 향….”

“흐읏-! 아, 흐…!”

재하는 두 눈을 감은 채 앓았다. 태건의 것이 안을 짓이기는 것만 같았다. 그의 성기는 한쪽 다리를 그의 어깨 위에 올린 채로 두 다리가 잔뜩 벌려진 그 가운데를 쑤시며 들어왔다.

재하는 몸서리쳤다. 발기한 자지가 꺼덕이다가 재하의 아랫배에 부딪혀 투명한 물을 줄줄 쏟아 냈다. 태건이 고개를 내려 재하의 유두를 핥았다. 까슬한 혀에 쓸린 유륜이 둥글게 부풀어 올랐다.

젖꼭지를 앞니 사이에 물고 죽 늘어질 정도로 잡아당긴 태건이 고개를 떼고는 재하의 나머지 한쪽 다리의 오금 아래 손을 대고 지그시 눌렀다.

그 때문에 엉덩이가 번쩍 들려 어린아이가 기저귀 가는 모양새가 되었다. 재하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너무 깊게 들어와 정액 말고 다른 게 나올 때까지 자지가 부풀어 요도구가 벌름거리는 감각이 싫어 기피하는 자세였다.

말이 나오지 않아 고개를 젓는 재하를 내려다보며 태건이 씩 웃었다. 볼기까지 얻어맞았다.

“벌써 몇 년이나 마누라 독수공방시켜 놓고 고작 이 정도에 엄살은.”

“안, 안 됩니다, 그거 하면… 아, 흑-!”

재하의 애원이 도중에서 끊겼다. 위에서 아래로 박아 넣듯 태건의 성기가 다물린 틈을 비집고 쑥 삽입된 것이다.

접합부에서 쯥, 하고 애액이 튀겼다. 태건의 음모 위로 투명한 애액이 방울져 맺혔다. 그와 고간이 접 붙자 예민한 살갗에 음모가 닿아 회음부와 비문 근처가 죄 빨갰다.

재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숨을 삼킨 채 내뱉지 못했다. 안쪽에 밀고 들어온 것 때문에 내벽이 갈라지듯 성기가 깊게 박혔다. 잔뜩 부푼 귀두 갓과 그 부위에 박힌 구슬이 재하의 내벽과 콩알만큼 융기된 부분을 마구 긁어 댔다. 침대가 끼익거렸다.

“서방 바꿀, 생각 없으니까 당신이 다 감당해. 하, 씹-.”

더는 못 견디겠다고 발버둥 치려던 순간이었다. 장태건이 갑자기 욕을 짓씹더니 그대로 성기를 쑥 빼 버렸다.

“흣-!”

그의 성기가 안쪽에서 빠져나오면서 귀두 갓과 구슬로 내벽을 죄다 긁어낸 탓에 재하의 성기가 한 번 덜컹거리며 찍, 하고 정액 몇 방울을 뱉어 냈다. 발기가 풀리지는 않았지만, 아까부터 계속해서 사정한 탓에 그 외의 것을 뱉을 힘은 없어 보였다.

극치감 속에서도 그가 갑자기 성기를 뽑아낸 이유를 모르겠어 재하는 두 눈을 깜빡였다. 내벽이 다시금 미친 듯 조여들었다. 안쪽에서 애액이 터지며 위아래, 좌우 내벽이 순식간에 좁혀 들어 자기들끼리 달라붙었다. 회음부에 힘이 들어가며 반대편 내벽이 융기된 구조물을 자극했다. 재하는 저도 모르게 비음을 흘리며 아래를 조였다. 태건이 다시금 쑤셔 주길 바랐다.

그러나 태건은 재하의 안쪽에서 성기를 뽑아낸 채로 무릎으로 서서 헉헉거리고 있었다. 그의 온몸이 붉게 물들어 갔다. 재하는 놀라 몸을 반쯤 일으켰다.

“…태건 씨?”

“잠, 깐….”

그가 성큼 침대에서 일어섰다. 등을 돌린 채 침대 밖에 서 있는데 등 근육이 저절로 움찔거리는 듯했다. 양쪽의 볼기 근육도 마찬가지였다. 번갈아 움푹 패는 둔근의 우물을 바라보며 재하는 알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아, 씨발-.”

작게 욕을 지껄인 태건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방 한쪽에 있던 1인용 소파에 앉았다. 그의 성기는 아직도 꼿꼿하게 선 채였다. 혼자 꺼덕이며 단단한 하복부에 부딪힐 때마다 애액과 선액에 젖은 기둥 때문에 쩍쩍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마른세수를 하고 있었다.

재하는 알 수 없는 기분에 싸여 그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정확히는 그의 성기를.

“…….”

“…….”

방 안에는 곧 터질 것 같은 침묵이 몰아쳤다. 재하는 저도 모르게 태건의 페로몬이 바뀐 걸 깨달았다.

몇 년 전, 아주 잠깐 맡아 본 향이었다. 그가 자신이 러트기라고 말했을 때, 꿀이 진득한 해당화의 향이었다. 평소처럼 바다 소금 냄새가 청량하게 몰아쳐 오는 것도 아니었다.

약간은 비린내가 날 정도로 진한 꽃의 향이었다. 공중에서, 태건의 자지가 다시 한번 꺼덕였다.

“러트….”

재하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태건은 얼굴을 가린 손을 내리지 않고 중얼거렸다. 손에 막혀 동굴에서 울려 퍼지듯 낮은 목소리였다.

“말하지 마. 쪽팔리니까.”

이번에는 재하의 몸에 열기가 몰아쳤다. 태건이 저와의 섹스 도중에 러트가 온 것이다. 알파의 주기는 명확했다. 태건의 주기가 어떨지는 모르지만, 그도 당황한 것 같은 모습을 보니 러트가 일어날 때가 아닌 듯했다.

그렇다면 그에게 러트를 일으킨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재하 본인이었다. 이재하를 갖고 싶고, 제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말미암아 그의 신체에 러트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꺼덕하고 일어선 것이 다시 한번 더 단단한 하복부에 부딪혀 쩌억, 하고 끈적한 애액이 늘어지는 소리가 났다. 태건의 성기의 끝이 천천히 융기하고 있었다. 허공에 노팅을 준비 중이었다.

아마 태건은 재하의 안쪽에 노팅할까 봐 삽입을 중단하고 성기를 내벽에서 잡아 뽑은 것이 틀림없었다.

“…….”

재하는 마른침을 삼키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아직도 양손에 얼굴을 묻은 채 숨을 색색거리고 있었다. 빨갛게 물든 몸이 그대로였다. 재하는 다가가 다리를 벌려 그의 위에 앉았다.

움찔 놀란 태건이 손을 떼어 내고는 재하를 바라보았다. 태건이 그런 표정을 짓는 건 처음이었다.

“당신, 뭐 하는….”

손으로 그의 성기를 잡아챘다. 그의 하복부가 움찔 떨리는 것이 보였다. 성기의 끝이 점점 부풀고 있었다. 더 부풀었다가는 일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제 뒤에 맞춘 뒤 살짝 몸을 내렸다. 애액에 젖어 있던 비문이 찌걱거리며 귀두의 반을 삼켰다. 그러나 그것이 다였다. 더 내려가지 않은 상태로 재하는 숨을 몰아쉬며 태건을 내려다보았다.

그가 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태건의 두 눈이 언젠가의 그날처럼 아주 어두운 밤바다 위 윤슬처럼, 바다뱀의 검은 비늘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이재하를 향해서. 자신을 향해서.

김란희가 자신의 식사에 약을 타기 시작하던 것은 아주 오래전일 것이다. 장태건의 말은 그때부터 저를 지켜보았다는 고백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 그의 성기 아래서, 이재하는 극치의 쾌감을 맛보았다. 그런 주제에 저는 제 안이 아닌 곳에서 노팅하려 하다니. 이재하는 피식 웃었다.

“나도 마누라 바꿀 생각-.”

곧바로 주저앉았다. 애들 주먹만큼 부푼 귀두가 안쪽을 죄다 스치고 지나갔다. 주저앉은 충격에 귀두에 박힌 구슬이 융기된 내벽 어딘가를 퍽 때리듯 문질렀다.

재하는 저도 모르게 안을 조이며 태건의 어깨를 쥐어뜯듯이 잡았다. 재하의 성기에서 지익, 하고 백탁액이 튀어 올라 크게 부풀어 있던 태건의 흉근 위에 툭 떨어졌다.

성기가 주는 극치감에 바들바들 떨며, 재하는 간신히 말을 이었다.

“-없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비음이 튀어나오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했다. 안쪽이 쯥, 하는 소리를 내며 애액을 터트렸다. 밀려 들어온 성기 때문에 공간이 모자라 가득 차 있던 애액을 비문 밖으로 밀어낸 것이다. 태건의 허벅지가 흥건히 젖었다.

조용히 그런 재하를 바라보던 태건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그는 붉어진 눈시울로 위에 올라타 스스로 제 성기에 박힌 태건을 위에서 아래로 훑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삽입과 동시에 사정하여 아직도 뻐금거리는 재하의 귀두 위 요도구에 시선을 멈췄을 때였다.

태건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그르렁거렸다.

“이게 진짜-.”

그가 그대로 재하의 허리를 잡아챈 채 허리를 박아 넣듯 위로 일어섰다. 중심을 잃은 재하가 놀라 허우적거릴 시간도 주지 않은 채, 그대로 선 자리에서 골반을 위로 쳐올렸다.

“흐읏-!”

굵은 것이 골반뼈를 쪼갤 듯 들어왔다. 다리 사이 인대와 근육들이 죄 늘어나는 기분에, 재하는 몸서리를 쳤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장태건에게 매달리면서도 엉덩이를 잡고 있는 태건의 손에 완전히 앉을 수가 없어 미칠 지경이었다. 그의 허리를 껴안고 있는 허벅지를 조이느라 내전근의 힘줄이 그대로 드러났다.

제모 덕분에 늘 깨끗한 재하의 사타구니에는 안쪽 허벅지 근육의 힘줄이 너무나도 잘 보였다. 부딪쳐 빨개진 회음부와 꺼덕거리는 성기, 팽팽해진 근육의 힘줄까지. 그 모든 것들이 태건의 아랫배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다른 무엇보다 그게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 태건의 맨살에 제 성기가 닿는 것이 꼭 그에게 나쁜 짓을 하는 것만 같았다. 정작 제 뒤를 밀고 들어온 건 태건의 성기임에도, 재하는 꼭 제가 태건을 범하는 기분이 들었다.

태건을 향한 제 욕구와 욕망들이 그대로 닿는 느낌이었다. 한계까지 벌어진 골반으로 그의 우람한 것들을 간신히 삼켜 내는 제 몸은 인식하지도 못한 채, 이재하는 장태건이 아까웠다.

그가 조부의 장례식을 기점으로 마음의 여유를 찾은 듯해 기꺼웠다. 앞으로의 인생에 그런 날들만 채워 주고 싶었다.

그렇게 사랑한 나머지 제 욕망이 태건의 맨살에 닿자 배덕감까지 느끼고야 만 것이다. 재하는 앓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제, 제발 내려-. 흑, 아-! 아흐…!”

태건은 대답하지 않고 혀를 내밀어 제 아랫입술을 핥았다. 식탁에 차려진 맛있는 걸 보는 듯 게걸스러운 눈빛이었다.

재하는 제 손이 세 개였다면 나머지 한 손은 저 무치(無恥)한 눈을 가리는 데 썼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태건이 안고 있던 아이를 어르듯 재하의 엉덩이를 받치고 있던 두 손을 위아래로 살짝씩 흔들기 시작했다. 태건이 힘을 주어 위로 올리면 재하의 무게만큼 성기가 푹, 하고 박혔다. 성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타올랐다.

안쪽에 융기된 구조물이 더욱 크게 부풀기 시작한 것이 느껴졌다. 태건의 귀두에 박힌 구슬이 딱 그 자리에 걸쳐져 갈짝거리고 있었다.

슬쩍슬쩍 움직이는 그 감촉에 재하는 흰자를 보이며 두 눈을 까뒤집을까 봐 얼른 눈을 감아 버렸다. 저절로 턱이 벌어지며 비명 같은 신음이 새어 나갔다.

“흐아-! 하지, 마, 흑-! 안, 히익…!”

내벽을 짓이기는 두꺼운 귀두의 적나라한 감각이 괴로워 힘을 주자 태건의 귀두 갓이 그 부분을 더욱 심하게 짓누르는 것이 느껴졌다. 재하의 자지에서 찍, 하고 물이 튀었다. 그게 다 맞닿은 태건의 복근에 비벼졌다.

두 사람 다 옷을 벗고 하는 관계는 지난 몇 해 동안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다. 늘 재하 혼자 옷을 벗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따라 완전히 와 닿는 태건의 살결들이 유달리 민망했다.

그 와중에도 민망할 이성이 있다는 것이 이재하의 무서운 점이었지만, 그 민망함이 오히려 재하의 배덕감을 가중시키고 성감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냉엄한 이성이 제 무덤을 판 격이었다.

장태건의 성기는 재하의 안을 기쁘게 해 주려 여념이 없는 듯했다. 손가락으로 안쪽을 후벼 파도 그렇게 녹진하고 자세하게 비비적거리지는 못할 것이다.

애액이 터지듯 나왔다. 미끌거리고 투명한 액들이 재하의 회음부와 엉덩이 골을 타고 흘러내려 태건의 단단한 아랫배와 허벅지, 음모에 스며들었다.

“이재하.”

태건이 헉헉거리는 숨소리를 참아 가며 재하의 이름을 조음했다. 그가 재하를 바짝 껴안았다. 제 허리에 두른 허벅지와 이어진 허벅지를 연신 쓰다듬고 있었다.

“…내가 안에 싸면 어쩌려고 이렇게 조여.”

“흣, 아-!”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늘 콘돔을 쓰지 않았다. 그 질문이 새삼스럽다고 생각하다가 자신에게 자궁이 생겼을지 모른다는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저는 늘 태건이 다른 곳에서 아이를 낳아 오면 잘 기를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의 아이를 낳을 사람이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건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였다. 그러나 그것을 떠올린 순간 제가 느끼기에도 밑이 심하게 움찔거렸다.

내벽이 좁아지며 안쪽에 들어와 있는 성기를 쭙쭙 빠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틈새를 메우기 위해 애액이 계속해서 접합부를 통해 줄줄 흘러내렸다.

점액성이 있는지라 그의 골을 타고 흘러내린 액체들은 일정 높이까지 은실처럼 이어지다가 태건의 발 사이에 고여 들었다. 그리고 한계치에 차오르면 물방울처럼 떨어져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 냈다.

태건이 좁혀 드는 안쪽이 기가 막힌다는 듯 혀를 찼다.

“…뭐야, 지금. 씨발, 진짜 사람 돋우는 데는 뭐 있어. 꼭 안에다가 싸 달라 이거야?”

“흐, 그게, 아니, 아닌…. 아-! 흐, 익-!”

태건의 목덜미는 여전히 붉었다. 핏대가 올라와 무언가를 계속해서 참는 것 같았다. 재하는 거기에 입술을 붙이고 숨 쉬고 싶었다. 저도 해당화 향을 마음껏 들이마시고 싶었다.

그의 성기에서 나오는 페로몬이 내벽에 잔뜩 묻어지는 건 생각도 못 한 채 말이다. 재하가 충동을 참지 못하고 태건의 목덜미를 깨물었다. 혀로 핥고 입술을 비볐다.

태건의 것이 안에서 한 번 더 꺼덕였다. 종전보다 좀 더 발기한 것 같았다. 재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이렇게 야한 걸 먹다 말고 처굶느라 얼마나 서러웠는지 당신이 알아야 해.”

태건은 재하를 안아 든 채로 침대로 가 그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밑으로는 무식하게 박아 넣는 주제에 손길이 애틋하여 그 와중에도 어이가 없었다.

“봐, 눈물이 다 나잖아.”

“읏, …눈물, 안 나는데….”

태건이 운다 하니 재하가 게게 풀린 눈동자로 손을 뻗어 그의 뺨을 더듬었다. 예쁜 짓만 골라서 해도 이렇지는 못할 거라 생각하며 태건은 제 뺨을 더듬는 손가락에 입을 맞췄다.

이재하는 온몸을 발갛게 물들인 채로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이었다. 그를 침대에 내려놓느라 안쪽에 푹 절여질 정도로 박혀 있던 성기가 반쯤 빠졌다.

반만 머금고 있는 걸 가지 말라 애교라도 부리듯 비문부터 안쪽까지 죄다 조여 왔다. 태건은 헉하고 숨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성기가 조여 오는 것이 미치게 간질거렸다. 입에 넣고 빨라고 시켜도 그렇게 조이지는 못할 것이다.

이재하의 내벽에 묻어 있던 애액에는 페로몬이 섞여 있었다. 한때 알파였다가 오메가로 변해 가는 과정에서 생성된 페로몬이 발기한 성기에 달라붙어 극상의 쾌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요도구 점막을 통해 페로몬 섞인 애액이 들어오면 태건의 성기에서는 화답하듯 선액을 쏘아 냈다.

덕분에 내려놓자마자 침대가 살짝 젖었다. 장태건은 흥건한 아래를 내려 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당신 씹물 터지면 어차피 매트리스 청소 맡겨야 하니까 참지 말고 싸.”

“뭐, 무슨… 흣, 그런 거 안, 흐아-!”

재하가 대답하기 전, 태건은 한 번 더 볼기에 우물이 팰 정도로 힘을 주어 다리 사이에 성기를 박아 넣었다.

종알종알 말을 제법 하는 꼴이 귀여웠다. 우중충한 표정으로 어느 씹새끼랑 결혼하게 되어 불행하기 그지없소, 하는 얼굴을 할 때는 언제고.

지난 몇 년간 대체 뭘 하고 돌아다닌 건지, 이재하는 차례대로 유신의 계열사를 무너트리더니 거기서 나오는 이점들을 슬쩍 흘려 제 귀에 들리게 했다.

뭘 어쩌고 싶은 건지 의중을 알 수 없어 일단 내버려 뒀었다. 하고 싶은 걸 하게 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집에서 탈출하고 싶어 저와 결혼했다는 사람을 붙들고 대체 뭔 짓거리를 하고 돌아다니는 거냐 닦달하고 싶지도 않았다. 의부증은 가정 파괴의 원인이 되니 조심해야 한다.

이재하 역시 모친의 복수를 하고 싶어 저를 고른 걸 수도 있다는 가정은, 그의 프러포즈를 들었던 날부터 지금까지 소거되지 않은 유력한 가설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궤가 맞았다. 저 역시 이재하를 제외한 유신을 도륙 낼 속셈을 품고 있었으니까. 유신 그 자체보다는 이익형이 꼴 보기 싫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모친이 겁간당할 위기에 처했던 것이 싫어 흠잡은 것이 아니라, 한희영을 갖고 싶어 어릴 때부터 이어져 온 약혼을 깨기 위해 핑계를 댔던 것이라 했다.

한 인간의 비겁한 짝사랑 때문에 태건과 재하의 모친들은 불지옥에 떨어졌다. 그런 놈을 도륙 내고 싶어 하는 건 당연했다. 이익형에게 유신이 자랑스럽다면, 그 유신을 더 이상 자랑거리로 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이재하 역시 이러한 목표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웬 건달 양아치 새끼와 그가 결혼할 이유가 뭐라는 말인가.

그러나 장태건은 최근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재하에게도 다른 무언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의 곁에 있을 자격을 얻으려 결혼 후에도 푸줏간에서 잠을 자야 했다. 오히려 결혼 전보다 더 바쁘게 지냈었다.

당시의 장창식은 꽤 기분이 좋았었다. 장태건이 가정을 꾸린 것을 보며 ‘이제는 어른이 됐다.’라고 호탕하게 말하기도 했고, 이재하가 들고 온 결혼 선물이 기쁘기도 한 것 같았다.

개좆같은 영감탱이. 받아 처먹을 게 없어서 누군 모시고 살다 못해 아예 업고 다니고 싶은 사람 걸 뺏다니. 영감의 좆 대가리를 잘라 그 후장에 꽂아 넣고 싶은 걸 참느라 대가리가 터질 뻔했었다.

한동안은 또 그렇게 장한 내외의 세력들을 모으고 다니느라 미치게 바빴었다. 그러다 보니 저 잘생긴 머리통에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을 시간이 없었다.

‘…그 사람은 뭘 제일 잘 먹는데? 그거 사 가라.’

비닐에 쌓아 둔 시체 위에 앉아 담배를 태우다 명순에게 물은 말이었다. 그때까지 밖에서 이재하를 지칭할 때는 ‘그 사람’이라고 했다.

장태건치고는 유달리 높임말이었다. 이재하가 자는 머리맡에 가만히 서 있는 일을 지속하고도 그가 저와 결혼한 것이 믿기지 않을 때였다.

그러니 이재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리가 있나. 이재하의 개인 재산이 어느 은행에 있는지, 그가 주말에 타는 컨버터블이 몇 년 식인지, 대학교 때 들고 다니던 핸드폰의 기종은 무엇인지.

몰라야 할 것들만 달달 외우면서도 그의 취향은 잘 알지 못했다. 그걸 결혼 후 한 달 뒤에야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장태건은 제가 마련한 집에 그의 주인이 들어와서 살아 주는 것만으로 손대지 않고 정액을 뺄 정도로 흥분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로 주인의 내밀한 사정을 살피지 못했다.

면밀한 관찰 끝에 피망이 먹기 싫어 젓가락질이 느려지는 주제에 편식하지 않고 남김없이 그릇을 비운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제게 왔는지 뚜렷하게 알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 이후로는 장창식의 뒤를 따고, 조직을 개편하고, 유신의 뒤통수를 치는 것에 골몰하느라 또 제정신이 아니었다.

지킬 것이 많아진 알파는 정신없이 일하는 법이다. 게다가 장창식이 굴하지도 않고 다 빠진 이빨로도 호시탐탐 이재하의 사유 재산을 노리는 바람에 그걸 처리하느라 바빴다.

그래도 금수의 왕이었던 가락이 어디 가지는 않는지, 노인네는 앞뒤 발이 다 잘려 몸통만 남은 상태에서도 악착같이 태건의 소중한 사람을 노렸다.

명원과 손잡은 뒤로도 몇 번의 시도가 더 있었고, 장태건은 그때마다 그가 얼른 뒈지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기도 끝에 광명을 찾고야 말았다. 장창식이 곱게 죽어 준 것이다. 물론 그 기도의 집행자는 장태건 본인이었다.

그다음에 한 섹스가 이것이다. 안 그래도 해방감에 온몸이 저릿할 정도인데 이재하의 안쪽이 자지를 붙들고 놔주질 않으니 싸고 싶은 걸 참느라 입이 바싹 마를 정도였다.

근육이 두꺼운 사람의 몸은 의외로 말랑거린다. 근육의 질에 따라 다르지만, 오메가의 페로몬이 섞여 분출되는 이재하는 더욱 그러했다.

껴안으면 말랑거리는데 떼어 놓고 보면 정을 대고 깎은 듯 완벽한 신체를 이루고 있었다. 눈으로 찍어 먹어도 맛있고 안에 넣은 뒤 휘저어 따먹기도 일미였다.

살살 넣어 주면 끝에 걸리는 부분이 콩알만 하게 부풀어 있다가, 거기에 귀두 갓과 구슬 박은 부분을 걸쳐 놓고 소변 보듯 허리를 탈탈 털어 주면 저절로 까뒤집히는 눈을 얼른 감는 걸 보는 게 미친 듯이 좋았다.

말캉하게 부풀어 있는 유두를 시간과 공을 들여 빨아 먹고 싶다가도 저 혼자 꺼덕이는 잘생긴 자지를 만져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식탁 위에 진수성찬이 펼쳐져 한겨울 거렁뱅이 새끼처럼 굶기만 한 태건은 어디부터 손을 대서 맛봐야 할지 망설여질 정도였다.

발갛게 달아오른 자지를 붙잡고 소 젖 짜듯 쭉쭉 짜내어 흔들어 주면 아, 아, 앓으며 내벽을 콱 조여 오는데, 그렇게 목구멍 뒤쪽으로 삼키듯 조여 오면 안쪽에 미친 듯이 박다가도 어금니가 바드득 갈릴 정도로 턱을 다물어야 했다.

김 원장 말로는 페로몬 샤워를 해 주는 것이 좋다 했으니, 정액을 내벽에 가득 싸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는데 그건 몇 년 전 일로, 지금은 꽤 오메가로의 형질 변형이 진행된 상태라 임신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염려스러웠다.

애가 태어나는 건 상관없는 일이지만, 그걸 이재하가 낳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임신 같은 건 제가 해도 상관없었다. 애 낳다가 죽는 오메가들이 얼마나 많은데.

장태건의 모친 역시 그를 낳다가 산욕열 때문에 고생했다고 했다. 우성 알파인 아이를 낳은 산모들이 대부분 겪는 고통이었다. 당장 이재하의 모친조차 다 시든 백합처럼 말라 버린 꽃대인 양 휘청거리며 걷지 않았던가. 알파들은 신생아 때부터 골격이 남달라 골반이 좁은 산모들은 고생한다고 했다.

이재하가 그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이제 급한 불을 모두 끄고 그 옆에서 수발들고 살려는데 웬 애새끼 때문에 아파하는 꼴은 못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노팅하지 않으려 삽입을 중단한 건데 이 요망한 게 자지를 왜 멋대로 빼내냐고 아예 그 위에 앉아 버렸다.

저를 내려다보며 제 뒤에 태건의 성기를 쑤셔 넣는 이재하를 보는 것만으로 사정할 뻔했던 장태건은 이를 악물고 노팅을 잠재우려 애를 써야 했다.

이재하의 신체는 외형은 알파일지언정 그 안쪽에서부터 서서히 변화하고 있었다. 이제 막 변화가 시작된 여린 기관 안쪽에서, 애들 주먹만 한 제 성기가 노팅을 시작하면 어디까지 부풀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머리가 멍해졌다.

사정하고 싶다. 싸고 싶어. 지금 사정하면 안에 대고 소변을 보는 것처럼 사출된 정액의 양이 방대할 것 같았다. 그럼 이재하의 내벽 저 안쪽까지 제 좆물로 푹 젖겠지.

“윽-.”

“아, 흐-! 힉-!”

그렇게 생각한 동시에 사정감이 몰려왔다. 이재하는 장태건의 속도 모르고 아예 뒤꿈치로 장태건의 엉덩이를 꾹꾹 누르며 제 다리 사이에 들어온 태건을 옴짝달싹 못 하게 조여 대고 있었다.

격투기를 배웠다더니 내전근의 강한 힘이 허리를 조여 오는데 흥분되어 미칠 것 같았다.

“…힘이 씨발, 장사네. 나중에 나 딸 칠 때 뺨 좀 쳐 줘. 그걸로 두 발은 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흐응-! 아, 무슨…. 아, 잠, 깐-!”

사마귀 수컷이 암컷에게 제 머리가 잘리는지도 모르고 박기 바쁘다더니 제가 딱 그 짝이었다. 조여 오는 허리가 아픈 만큼 성기가 터질 것같이 흥분되는 느낌이었다. 등골에 엑스터시가 스쳤다.

이재하의 모든 것이 장태건의 좆물을 짜내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았다. 그의 머리카락에 좆을 비비고 젖꼭지를 귀두로 갈짝거리다가 겨드랑이 사이에 자지를 끼워 두고 씹질을 하듯 허리를 털고 싶었다.

장태건에게는 이재하의 모든 곳이 성기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동시에, 그 모든 것들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하, 진짜 예뻐 죽겠네.”

“흐아-!”

재하는 허리를 박다 말고 제 얼굴 위에 자잘한 입맞춤들을 무수히 내리다가, 갑작스레 허리를 뒤로 물려 성기를 쑥 뽑아내는 태건에 놀라 숨을 삼켰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노팅을 멈춘 태건의 성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두 끝이 팽창한 상태였다. 그게 내벽을 죄다 긁어냈다.

박는 게 아니라 뺀 건데도 귀두에 스친 안쪽 내벽 때문에 꺼덕이는 성기에서 정액이 튀어 올라 젖꼭지 부근에 투둑 떨어졌다. 재하는 이래도 사정하고 저래도 사정하는 제가 한심했다.

그러다 밑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놀라 저도 모르게 상체를 일으켰다.

“지금, 뭐, 뭐 하는-!”

태건이 재하의 다리 사이, 골의 안쪽, 질척하게 젖은 비문에 입술을 대고 쪽쪽거리기 시작했다.

다른 건 다 견뎌도 그건 견딜 수가 없어 다리를 버둥거렸다. 뒤꿈치에 등을 맞은 태건이 킥킥거리며 웃다가 재하의 발목을 잡아챘다.

“아, 성질은.”

“…거기는, 하지, 흣-. 하지 마….”

말하는 중간에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온몸을 휘감는 성감에 몸을 떨면서도, 재하는 태건에게 나름으로 엄중하게 말하려 노력했다.

태건이 씩 웃으며 재하의 발목 안쪽 복사뼈를 쪽 빨았다가 놓았다.

“당신 잠들기만 해 봐. 혀로 후벼 팔 거니까. 꼭 하고야 만다.”

“…장태건 씨.”

재하는 더 못 견디고 제 손바닥에 얼굴을 묻으며 앓듯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하, 장태건이 크게 웃었다. 슬쩍 내려 그 얼굴을 볼까 싶어졌다. 그렇게 환하게 웃는 것이 좋았다.

어느새, 손바닥에 가려진 재하의 입꼬리도 슬며시 올라가 있었다.

* * *

장태건의 러트까지 겹친 터라 섹스는 오래도록 계속되었다.

다리를 더 벌리고 있기가 힘들어 허벅지 안쪽을 바들바들 떨어 댔더니, 장태건이 그 부위를 손바닥으로 찰싹 때리며 비웃었다.

“체력 좀 키우라고 결혼 초에 얘기했지.”

“…저한테 그런 말 하는 사람은 태건 씨밖에 없습니다.”

재하는 맛이 간 목소리로 한숨 쉬듯 대답했다. 학창 시절에도, 대학과 직장을 다닐 때도 다들 재하의 체력이 대단하다는 소리를 했다.

일단 우성 알파이기도 하고 운동을 습관화해 둔 덕에 며칠 밤을 새워도 끄떡없었다. 그러나 이건 그냥 밤을 새우는 게 아니었다. 받아들이는 것에 적합하지 않은 신체로 다른 알파를 품는 일이었다. 힘든 게 당연한데 그걸 일일이 설명하기가 약간 민망했다.

즐기긴 저도 즐겨 놓고 태건을 원망하는 말처럼 들릴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이재하는 아직도 태건이 조심스러웠다. 아마 평생을 그럴 것이다. 그게 알파로 태어난 이재하의 사랑법이었다.

태건은 여전히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런 재하를 끌어다가 다시금 아래를 접 붙였다.

점도가 낮았던 애액을 성기로 여러 번 치대자 질컥질컥하기 시작했다. 비문은 그런 것들에 움푹 젖어 공간을 열 때마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읏-.”

내벽을 밀고 들어오는 그 순간순간이 모두 성감으로 변해 재하의 몸을 달궜다. 문득 궁금해진 게 있었다. 묻고 싶었는데 허리 짓을 멈춰 주지 않아 묻지를 못했다.

두 눈을 깜빡이며 헉헉거리고 있자 재하의 체력이 부친 걸 알았는지 그의 다리 사이에서 성기를 뽑아낸 장태건이 몸을 일으켰다.

아직 발기한 성기는 그대로 꽂혀 있고 싶었는지 나올 때 퉁 튕기며 심술을 부렸다. 덕분에 애액과 선액이 잔뜩 묻은 그것이 허벅지에 비벼졌다. 재하의 허벅지에 발기가 가라앉지 않은 태건의 것이 스치고, 이내 그가 침대에서 내려갔다.

태건은 곧 방의 벽을 향해 등을 돌렸다. 그의 헐벗은 등과 좁은 골반 밑 올라붙은 둔근이 보였다. 허벅지의 뒤 근육이 결대로 갈라져 있었다. 재하는 멍하게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사정하고도 흥분할 것이 남았는지 재하의 성기가 공중에서 꺼덕였다. 혹시 그에게 들킬까 봐 끙, 하고 앓으며 그것을 잡아 가지런히 눕혔다. 제 손바닥이 닿는 순간부터 좀 더 쓸어 내고 싶었지만, 그가 돌아오기 전에 손을 떼야 했다.

다행히 들키지는 않은 것 같았다. 느릿한 맹수가 영역을 순찰하듯 걸어간 태건은 방 한쪽에 놓인 작은 장롱 형식의 미니바를 열어 생수가 든 페트병을 들고 왔다.

조금 전까지 태건의 뒷모습을 훔쳐보며 욕정하던 재하는, 그의 손에 들린 생수병을 보자마자 갈증이 일었다.

그의 손 아래서 까드득 손쉽게 목이 따인 병목은 곧이어 태건의 입술에 붙여져 그 안으로 물을 흘려 보냈다.

태건 역시 목이 말랐나 보다 생각했는데 그대로 침대로 기어 들어오더니 재하의 목뒤를 잡고 살짝 일으켜 입을 맞췄다. 물에 젖어 차가운 입술이었다. 여러 생각 할 것도 없이 재하는 태건의 혀뿌리에 담긴 습기를 빨아 마셨다.

왜 그것밖에 주지 않나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태건이 픽 웃으며 고개를 떼어 냈다. 여전히 갈증에 시달리는 눈빛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재하와 눈을 마주친 채, 다시 한번 병 주둥이에 입술을 붙이고 물을 입 안에 머금는 듯했다.

고개가 내려왔다. 또 한 번 차가운 물을 머금고 있었다. 재하는 불평하지 않고 받아 마셨다. 재하가 물을 마시는 데 신경을 쏟자, 태건은 이때다 싶었는지 몸 이곳저곳을 더듬었다.

그 욕심 많은 손놀림을 밀어낼 수가 없었다. 물을 받아먹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태건은 재하의 가슴을 주무르기도 하고 성기를 딱 한 번만 훑어 준 뒤 다시는 건드리지 않기도 했다.

원래는 음모가 있어야 할 부분을 손등으로 부드럽게 스치는가 하면, 허벅지 안쪽을 멋대로 주물럭거렸다.

성기를 만져 주지 않아도 그의 팔이 하도 종횡무진 누비는 통에 발기한 재하의 성기가 여기저기 스치며 태건의 팔뚝에 선액을 흘려 놓았다. 그걸 붙잡아 닦아 주고 싶었는데 이내 입술을 떼어 낸 태건이 재하를 내려다보며 제 팔뚝을 핥았다.

“…그걸 왜 핥습니까.”

“내 거 내가 핥겠다는데 왜 구박이야.”

“구박이 아니라….”

기가 막혀 뒷말은 그만두었다. 태건이 피식 웃으면서 아예 재하의 입술에 병의 주둥이를 대 주었다. 팔로 침대를 짚어 상체를 좀 더 일으킨 재하가 병을 잡고 단숨에 받아 마셨다. 태건은 재하가 물을 마시는 동안 그의 옆에 찰싹 붙어 움직이는 목울대에 키스하기도 하고 재하의 허벅지에 제 자지를 비비며 자위하기도 했다.

잠시도 가만히 안 두는 태건을 향해, 재하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 입꼬리에도 태건의 입술이 닿았다.

“왜 웃어.”

“…러트인데 안 힘듭니까?”

재하는 아까부터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밤새 몸을 섞은 덕에, 창밖에는 어스름이 여명이 트고 있었다.

방 안은 태건이 켜 둔 매립식 간접 조명과 스탠드가 불을 밝히고 있는데도 약간 어두운 편이었다.

두 짐승은 커다란 몸을 침대 위에 늘어트린 뒤 삽입하지 않고도 몸을 맞대고 있었다. 재하의 물음에 태건이 흠, 하고 목을 울리더니 곧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로 속삭이듯 대답했다.

“내가 고자는 아닌데 성 기능이 약간 시원찮아서 러트가 잘 안 옵니다. 러트기가 와도 그렇게 강하지 않고. 우성인 건 맞아요.”

말하는 투가 심드렁했다. 옆집 아저씨가 발기 부전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것처럼. 애초에 성 기능이 시원찮은 사람이 여명 틀 때까지 이런 짓을 할 리도 없지만, 그의 목소리가 아주 약간 떨떠름한 걸 말하는 것같이 낮아져 신경이 쓰였다.

재하는 그를 끌어안고 의미 없이 등을 토닥였다. 태건이 피식 웃었다.

“고자 아니라니까 왜 위로하지.”

“…태건 씨가 그게, 아니란 건 제가 제일 잘 알 것 같습니다. 그보다 원인이 있을까요? 어디가 아프다든가.”

태건이 재하의 목덜미에서 고개를 떼어 내며 픽 웃었다.

“하자품 주워 왔을까 봐 겁나진 않고?”

그 말에 재하가 설핏 인상을 썼다. 이재호를 혼낼 때나 쓰는 엄한 말투가 그대로 나왔다. 그 말이 속상해서 그랬다.

“누가 하자품입니까.”

장창식이 그렇게 말한 걸까? 재하는 찌푸려진 인상을 펴지 않은 채로 태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서 뭔가 일렁인다 싶더니 그대로 고개가 내려와 입술에 입술이 닿았다.

“몰라. 어떤 씹새끼가 그랬는데 이재하 씨가 대신 죽여 줄래요?”

“네.”

바로 대답하자 태건이 다시 한번 입을 맞추며 킥킥거렸다. 맞닿은 입술을 통해 그가 웃는 것이 전해졌다. 재하는 제 몸 위로 반쯤 올라와 있는 그의 등을 쓰다듬었다.

여전히 허벅지에는 장태건의 성기에서 나온 선액이 잔뜩 묻어 차가운 감각이 있었다. 지문에 그의 등 위 상처가 걸렸다. 이건 또 언제 입었던 건지 궁금했다.

언젠가는 다 말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재하는 태건을 빤히 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진심입니다. 그럴 능력도 있고.”

“…너무 멋있어서 방금 좀 싼 것 같은데.”

그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태건의 성기는 아직 뜨겁게 발기한 상태지만 잠잠했으니까. 재하는 그의 질 낮은 희롱 속에서도 진심을 읽는 법을 차츰 알아 가고 있었다.

…기쁘다는 뜻 같았다. 그의 기쁨에, 재하야말로 기뻐졌다. 재하는 표정 없이 태건을 바라보다가, 이번에는 제가 먼저 그의 귓가에 입술을 붙이고 속삭였다.

“누군지 말만 해요. 저 권투 7년 했습니다.”

아하, 하-. 태건이 낮게 웃다가 아예 재하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등을 들썩여 가며 키득거렸다.

그의 등에 닿은 손이 그가 웃을 때마다 널따란 흉곽의 진동을 전해 왔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진동이었다.

재하 역시 빙긋 웃었다. 잠들기 전 마지막 섹스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 * *

눈이 떠진 것은 애초에 심한 요의를 느꼈기 때문이다. 재하는 끙, 하고 앓으며 일어나려다가 아직 제 뒤에 박혀 있는 것에 기함했다.

“…….”

뒤를 돌아보는 눈초리가 곱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밤, 아니 새벽에 대체 어쩌다 잠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기절하다시피 한 것 같은데 아직도 그의 것이 뒤에 박혀 있다니.

기가 막힌 동시에 약간 어이가 없었다. 태건이 뒤에서 재하를 껴안은 채로 마냥 잘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하 역시 그런 태건의 팔베개를 베고 있다가 깨어난 참이었다.

“읏….”

더 못 참을 것 같아 천천히 일어나려는데 아침이라 힘을 받은 것인지 반쯤 발기한 것이 그대로 내벽을 긁어 댔다.

푹, 하는 느낌과 함께 그의 성기가 막아 두었던, 안쪽에 고인 것들이 그대로 흘러내렸다. 재하는 아찔해졌다. 그의 말대로 정말 매트리스를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꾸물거릴 수가 없었다. 오래 참은 요의가 아랫배 저 안쪽을 아릿하게 만들고 있었다. 잠을 깨우고 싶지는 않아 앞으로 조금 더 기어가려는데 뒤에서 골반이 붙잡혀 그대로 다시금 성기에 박혔다.

“헉-!”

그동안 혼자 끙끙거리며 기어갔던 것이 허망하기도 하고, 안쪽에 들어찬 것이 이제는 완연히 발기를 끝낸 탓에 방광이 눌려 곤혹스러웠다.

재하의 속도 모르는 성기가 힘을 받아 꺼덕였다. 아찔해졌다. 일단 한 번 발기하게 되면 정액과 소변은 나오는 길이 같아 둘 중의 하나가 터질 때까지 무척이나 괴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재하의 사정은 알 바 아니라는 듯, 뒤에서 뻗어 온 손이 반쯤 단단히 선 재하의 자지를 쥐었다.

“흐읏, 안, 돼….”

“그러게 누가 따먹고 튀려고 살금살금 움직이래. 당신 마누라 자지 슬퍼서 딱딱해진 거 안 보여?”

슬픈데 거기가 왜 딱딱해져. 잠시 의문이 스쳤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태건의 말처럼 점점 힘을 받은 성기가 내벽을 꾹꾹 누르느라 요도구가 간지러운 것이 금방이라도 소변이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장, 태건 씨-.”

재하는 애원하듯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가 재하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다가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이상하자 상체를 살짝 일으켜 물었다.

“왜. 어디 아파?”

“이것 좀…. 저 화장실 가야 합니다….”

“아하.”

대답이 그게 다였다. 다녀오라는 말도, 놓아주겠다는 말도 없었다. 그러더니 몸을 일으켜 재하를 그대로 안아 올렸다. 성기는 여전히 삽입된 채였다.

“흐아-!”

요도 괄약근에는 힘을 꽉 준 상태인데 재하의 무게 때문에 몸이 밑으로 처지자 박혀 있던 것이 기어코 안쪽을 콱 쑤셨다.

가득 찬 방광이 중력에 의해 내려앉았는지 그의 성기가 안을 쑤실 때마다 요도가 간질거렸다. 재하는 말도 못 하고 파들파들 떨어 댔다.

“알겠어. 오줌 싸러 가자. 그만 보채, 아주 끊어 먹겠네.”

태건 역시 밭은 숨을 내뱉었다. 요의를 참느라 아래에 힘이 들어간 덕분에 밑을 잘라먹을 기세로 조여 오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태건은 그 상태에서도 재하를 내려 주지 않았고, 재하는 달랑 들린 채로 태건의 방에 딸린 욕실에 짐처럼 옮겨져야 했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성기가 쿡쿡 밑을 찌르는 통에 눈앞이 하얗게 번졌다. 어제 소파에서 장태건의 것을 집어넣고 안아 올려졌을 때와는 또 다른 감각이었다.

성기가 미친 듯이 가려웠다. 정확히는 성기의 안쪽이. 요도구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아릿한 간지러움이 들었다. 재하의 발가락이 전부 구부러들었다.

그가 등을 옹송그리고 저를 안고 있는 태건에게 전혀 협조해 주지 못하고 있음에도, 태건은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재하를 욕실까지 옮겼다.

겨우 변기 앞에 섰을 때는, 재하의 눈 앞머리에 눈물까지 고인 상태였다. 거실에서 배뇨하지 않기 위해 힘을 주느라 생리적 눈물이 나온 듯했다.

그의 두 발을 땅 위에 내려 준 태건의 것은, 아직도 재하의 뒤에 박힌 채였다. 재하는 변기 위 벽에 손을 뻗어 짚고는 힉힉거렸다.

태건이 그런 재하의 뒤에서 팔을 뻗어 변기의 뚜껑을 올려 준 뒤 발기해 꺼덕이는 재하의 자지를 손으로 훑어 주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재하의 척추를 강타했다.

“흐, 아-! 잠, 힉-! 안, 돼, 흐익-!”

벽을 짚은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태건의 손에서 도망치느라 엉덩이를 뒤로 쭉 뺀 탓이 오히려 태건의 성기에 박아 달라 조른 꼴이 되었다.

뒤에서 처박아 방광을 자극하는 느낌과 손으로 앞을 훑어 주는 감각이 뒤섞여 재하의 두 다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저도 모르게 한쪽 다리가 들렸다가 내려갈 정도였다. 발가락이 곱고 팔이 푹푹 꺾였다. 재하는 두 눈을 감는 것도 잊어버려, 흰자위가 보이도록 눈이 까뒤집혀진 채였다. 태건이 제 뒤에 있어서 그걸 못 본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짧은 손톱 끝이 하얗게 변하며 재하의 손가락이 타일 벽을 마구 긁었다. 태건이 욕을 지껄이며 허리를 퍽 쳐올렸다.

“아, 흐-!”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뭐라도 나왔으면 좋겠는데 정액과 소변 중 어느 걸 먼저 분출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요도가 감각만 불태우고 있었다.

성기가 간지러워 미칠 것 같았다. 손을 내려 긁으려다가 손등을 얻어맞았다. 빨갛게 변할 정도였는데도 그 느낌을 받지 못했다. 재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싸라니까. 쉬- 하세요.”

태건은 킥킥 웃으며 재하의 요도구를 엄지로 마구 지분거렸다. 앞으로 쏠린 몸을 지탱하느라 한 팔은 여전히 벽을 짚은 채로 나머지 한 손으로 태건의 손을 떼어 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아, 아-! 안, 안 돼, 그만-! 힉.”

허리가 절로 굽었다.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제발, 제발요, 하고 앓았던 것 같다. 태건의 앞에서 소변을 봐야 한다는 배덕감과 아직도 결정을 못 내린 채 요도를 간지럽게 긁고 있는 요의와 사정의 욕구, 잔뜩 융기한 내벽 구조물을 살살 긁어 주는 태건의 귀두 갓. 모든 것이 재하를 앓게 하였다.

결국.

쪼르-륵-.

물줄기가 뻗치다가 멈췄다가를 반복했다. 요도구에서 나간 소변 줄기가 변기 위로 떨어지는 걸 막지 못한 채로 재하는 꺽꺽 앓고 있었다.

소변 줄기가 쪼륵, 쪼르륵- 하며 멈췄다가 내릴 때마다 제 뒤가 사정없이 조여 오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헉, 씹-.”

태건이 끙, 하고 앓으며 재하의 허리를 껴안고 그의 등에 이마를 비볐다. 안쪽에서 무언가 팍 터지는 느낌이 났다. 태건의 정액이었다.

그걸 끝으로 물줄기가 거세졌다. 재하는 완전히 앞으로 상체가 고꾸라지다시피 하여 타일 벽에 손바닥과 이마를 붙인 채로 덜덜 떨어 댔다.

눈은 까뒤집힌 지 오래고 입은 헤벌어져 있었다. 태건에게 그런 몰골이 보이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흐, 흐으-. 내가, 안, 안 된다고-.”

“하, 씨발-. 자지 끊기는 줄 알았네.”

태건이야말로 소변을 보고 허리를 털듯 골반을 털어 내 안쪽에서 사정을 마쳤다. 그는 손을 돌려 재하의 성기를 죽죽 짜내 주었다. 소변 줄기가 잦아들자 이제는 제 차례라는 듯 좆물이 튀어나오고 있었지만, 오래 참은 덕에 그리 시원한 모양새는 아니었다.

태건이 젖이라도 짜내듯 성기를 주물러 사정을 도와주는 동안 재하는 끙끙 앓으며 타일 벽에 이마를 사정없이 뭉갰다.

그가 티슈를 뽑아 앞을 닦아 주는 걸 느낀 것이 마지막이었다. 재하는 아침부터 너무 과한 자극에 다시금 이성이 희미해지는 게 느껴졌다.

차라리 잠이라도 푹 자고 일어나 이 쪽팔림을 잊고 싶었다. 태건이 축 처지는 재하의 몸을 어렵지 않게 받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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