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내 강압적인 성행위, 가스라이팅 등의 자극적인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 은재의 꿈속에 악몽이 드나들기 시작한 것은. [좋아, 좋아, 아, 아, 아, 악, 아, 맛있어맛있어맛있어.] [할래, 나도 할래. 나도나도나도나도.] [으, 으, 은재야. 손님 받아야지.] 그것들은 매일 밤 집요하게 은재의 몸을 탐했고, 정신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혹시, 요즘 꿈에―.” 끝없는 악몽에 휩싸여 절망한 은재의 앞에, 말 한 번 섞어 본 적 없는 대학교 후배, 진태영이 나타나는데. 과연 그는 은재의 구원이 되어 줄 수 있을까. * * * [본문 중] “은재 선배, 섰어요?” “아니, 그, 윽.” 아직도 뒤가 얼얼했다. 그에게 내내 박혔던 아래가 녹진하게 풀린 채였다. 그런데도 또, 흥분해버리고 마는 스스로가 너무나 수치스러울 뿐이었다. 벌겋게 상기된 표정을 숨기려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괜찮아요.” 귀까지 빨갛게 물든 은재에게 태영은 다정한 어조로 말을 건네었다. 그는 아주 편안한 음성으로 은재를 달래곤 했다. “선배가 이상한 게 아니에요. 그 놈들의 흔적이 남아서 그런 거니까. 제가 도와줄게요. 저만 믿으세요. 제가 하라는 대로만.” 얼굴을 가렸던 은재의 손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그의 그 달콤한 말을 듣고 있자면 이토록 힘이 빠졌다. 가릴 것 없이 드러난 은재의 상기된 얼굴을, 태영의 검은 눈동자가 오롯이 담고 있었다. 그 눈동자 안에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을, 은재는. 초점 없이 흐린 눈동자로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