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루시는 침을 꿀꺽 삼켰다. 멀리서 아빠가 타고 다니는 차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말은 곧, 엄마와도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눈에 띄게 차도를 보인 프레이는 전에 함께 살던 페트릭의 집으로 오게 됐다. 페트릭은 프레이의 트라우마를 건드리지 않도록 집 안 전체를 통째로 리모델링하고, 방의 구조까지 바꿔가며 세세한 신경을 썼다.
“엄마다!”
차가 멈춰 서고 기사가 뒷문을 열자, 포슬포슬한 하얀색 카디건을 입은 프레이가 내렸다. 뒤따라 내린 페트릭은 프레이를 향해 돌진하는 루시에게 고함을 질렀다.
“루시! 뛰지 마. 넘어져!”
제법 엄한 아버지였는지, 달려오던 루시가 점점 속도를 줄여가며 두 사람 앞에 섰다. 헉헉대는 숨소리를 갈무리하기도 전에 루시는 프레이에게 폭 안겨 얼굴을 비볐다.
“엄마! 저 기억하죠? 저 루시예요!”
“알지.”
프레이는 아이를 토닥이며 페트릭을 쳐다봤다. 페트릭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엄마 언제 오냐고 매일 밤마다 전화로 나를 괴롭혔어.”
“그랬어? 루시, ……아빠 괴롭히면 안 돼.”
프레이가 윤기가 흐르는 검은색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어르자 루시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깜빡거렸다.
“우리 그럼 이제 셋이서 함께 사는 거예요?”
“……응.”
“정말요?”
“정말이야.”
아직 몸이 완쾌된 것도 아니었고 여전히 아픈 곳투성이였지만, 프레이의 의지로 퇴원을 했다. 꿈에서나마 그리던 가족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었다.
“밖이 추워. 어서 들어가자.”
“응…….”
프레이는 한 손에는 페트릭, 한 손에는 루시의 손을 잡고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섰다. 어쩐지 오늘은 아픔 없이 깊이 잠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감정의 종말 IF 외전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