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1/24)

2.

동이 틀 새벽녘, 프레이의 심전도 모니터에 이상이 생겼다. 24시간 상주 중인 의료진은 숨을 헐떡이는 프레이를 보더니, 당황한 얼굴로 페트릭에게 상황을 브리핑했다.

“히트사이클인 것 같습니다. 복용 중인 약과 억제제를 함께 먹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가 있어서 선택하셔야 합니다.”

“씨발, 억제제에는 무슨 부작용이 있는데.”

“심정지나 호흡곤란 등의…….”

“그런 억제제를 지금 먹이란 말이야?”

페트릭은 헐떡거리는 프레이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의사를 노려봤다. 의사는 날이 선 고용주의 눈빛을 피한 채로 ‘그럼 해소해 주셔야…….’ 하고 말꼬리를 흐렸다.

“다 나가. CCTV 끄고.”

페트릭이 손짓하자 의료진들은 혹시나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봐 재빠르게 방을 빠져나갔다. 페트릭은 모두가 나간 걸 확인한 후, 헐떡이는 프레이를 바라봤다.

“프레이.”

“……페터. 난 괜찮으니까.”

프레이가 손을 뻗어왔다. 더한 아픔도 이겨냈었다.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을 때 이것보다 더 아픈 적도 많았다. 그러니 괜찮았다.

하지만 페트릭은 잠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대로 아픈 프레이를 취해도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아직도 프레이만 보면 발정하는 자신이 역겨웠다. 역시 의료진을 다시 불러 다른 방법을 강구해내라고 하는 것이…….

“안아 줘.”

페트릭은 또렷하게 들려오는 프레이의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지금이라도 프레이를 안든지,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억제제를 먹여야 했다.

“내가……, 널 안아도 되겠어?”

“응. 괜찮아.”

달뜬 숨을 내쉬며 프레이가 페트릭의 목을 껴안았다. 히트사이클이 온 오메가 특유의 페로몬이 훅 끼쳐 들었다. 그간 희미하게만 느껴졌던 페로몬이 강하게 느껴지자 페트릭이 입술을 깨물었다.

침대 위로 올라간 페트릭은 프레이의 바지와 드로즈를 한꺼번에 벗겨냈다. 손가락을 구멍으로 곧장 가져가자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게 느껴졌다.

손가락을 밀어 넣자 프레이가 옅은 신음을 내뱉었다. 페트릭은 열이 올라 뜨거운 내벽을 조금씩 넓히며 손가락 개수를 늘려나갔다.

“……흐윽…….”

“힘들어?”

“응…. 어서 넣어 줘. 빨리….”

프레이가 몽롱한 얼굴을 한 채로 스스로 오금을 붙잡아 벌렸다. 오래전 페트릭이 학습시킨 자세였다.

피어오르는 죄책감에 잔뜩 구겨진 미간은 좀처럼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페트릭은 성기를 꺼내면서 투명한 젤을 손바닥에 짜내 미지근하게 녹인 후, 성기에 발랐다. 그리고는 천천히 귀두 끝을 구멍에 밀어 넣었다. 손가락으로 풀어두어서인지 오랜만에 성기를 머금는 구멍은 부드러웠다.

“앗…….”

프레이가 천천히 들어오는 성기를 조이지 않기 위해 시트를 움켜쥐었다. 독한 약물들로 뭉개진 손톱이 하얗게 변하자 페트릭은 프레이의 한쪽 손을 들어 깍지를 꼈다.

“손톱, 다쳐.”

“…미안해. 잘못했어.”

프레이가 습관적으로 그에게 용서를 구했다. 일렁이는 알파의 페로몬이 느껴졌고, 그건 그의 심기가 불편하단 걸 반증했기 때문이었다. 프레이의 사과에 페트릭은 허리를 조금 더 밀어 넣으며 상체를 숙였다.

그런 뒤 프레이의 상기된 뺨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이제 나한테 사과할 필요, 없다고 말했잖아. 프레이.”

“읏, 응…….”

오래전 나눴던 대화가 기억나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프레이가 신음을 흘렸다. 페트릭의 성기가 깊이 파고들어 배 속이 더부룩했다. 하지만 밀어내서는 안 됐다. 언제 페트릭의 마음이 변해 자신에게 벌을 줄지 몰랐다.

프레이는 엉덩이에 까슬까슬한 음모가 닿았음을 느끼고 나서야 그의 성기가 다 들어왔단 걸 깨달았다. 페트릭은 성기를 끝까지 밀어 넣고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으….”

열기가 온몸에 기어 다니는 것 같았다. 프레이는 히트사이클의 열락 속에서 피어나는 쾌감이 낯설기만 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나는 아래를 내려다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프레이는 고개를 뒤로 꺾었다.

붉게 물든 프레이의 입술이 벙긋거리며 신음을 토해내고 페트릭은 입술을 깨문 채 평소보다 이른 사정을 했다.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프레이의 가슴팍을 보며 페트릭은 아직 사정하지 못한 프레이의 성기를 문질러주었다.

“읏, 응…. 페터. 만지면… 아!”

“괜찮아. 내 손에 싸도 돼.”

페트릭의 허락이 떨어지자 프레이는 그의 눈치를 보면서도 쾌감에 허리를 떨어가며 정액을 쏟아냈다. 히트사이클이 한풀 꺾인 프레이가 몸을 축 늘어트린 채 밭은 숨을 내쉬었다.

페트릭은 프레이의 몸속에서 성기를 빼낸 후 프레이의 정액이 묻은 손을 티슈로 닦았다. 그리고는 정액이 새어 나오는 프레이의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정액을 빼주었다.

프레이에게 닿는 모든 손길은 조심스럽기만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성기를 닦을 땐 무신경할 만큼 손놀림이 거칠었다.

“의사들 데려올게.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응. 기다릴게.”

프레이는 페트릭이 기다리라고 하면 기다리고, 자라고 하면 잤다. 모든 것이 페트릭의 허락 아래 돌아가는 삶이었다. 페트릭은 그러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지만, 몸에 밴 습관은 좀처럼 바뀔 기미가 없었다.

프레이의 매무새를 정리해준 페트릭은 제 바지춤까지 정리한 뒤 문밖에서 대기 중이던 의료진을 데려왔다.

정사 직후 의료진들과 만나는 건 약간 불편했다. 창피하기도 했고, 조금 수치스러웠다.

“체온은 정상적이고, 히트사이클도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입니다.”

정상이라는 의사의 말을 들은 페트릭은 프레이의 손을 잡고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

“아픈 곳 없어?”

“……응. 어지럽지도 않고, 토할 것 같지도 않아.”

페트릭은 프레이가 의료진들을 불편해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약품 냄새가 훨씬 더 많이 나긴 해도 그 사이로 정사의 냄새가 풍겼다. 환기라도 시킨 후에 부를 걸 그랬나. 페트릭이 뒤늦게 후회했다.

“나가봐요. CCTV는 다시 켜고.”

“알겠습니다.”

의료진을 내보낸 후 페트릭은 프레이를 안아 들고 소파에 앉혔다. 젤과 정액으로 얼룩진 침대 시트를 갈기 위해서였다. 침대 밑 바구니에 더러워진 시트를 넣은 페트릭이 꽤 능숙한 손놀림으로 새 시트를 씌웠다.

그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던 프레이는 어렴풋하게나마 보이는 페트릭이 침대를 손보고 있는 거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시력이 좋지 않은 건 이럴 때 불편했다.

“내가 뭐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을까?”

프레이가 소파에 앉아 물었다. 그러자 시트를 전부 간 후 내친김에 베갯잇까지 교환하던 페트릭이 웃으며 대답했다.

“나 다 하면 볼에 뽀뽀해주기.”

“응. 해줄게.”

프레이가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그러더니 무딘 손끝으로 입술을 어루만졌다. 혹시나 입술이 거칠까 봐 그런 듯했다. 하지만 페트릭이 꼬박꼬박 발라주는 립밤 덕분인지 유난히도 붉은 입술은 부드럽기만 했다. 시트 정리가 끝난 후 페트릭은 소파에 앉아 입술을 어루만지는 프레이를 조심히 안아 들고 침대로 향했다. 햇살에 잘 말린 시트에 앉은 프레이는 다리를 앞뒤로 흔들다 중얼거렸다.

“페트릭.”

“응.”

고개를 돌리자 눈을 감아도 그려낼 것 같은 그림 같은 얼굴이 가까이에 있는 것 같았다. 손을 뻗어 가늠하듯 페트릭의 양 뺨을 소중하게 붙잡은 프레이는 눈꺼풀을 깜빡이다 천천히 감았다. 그런 후 입을 맞췄다.

하나뿐인 소중한 첫사랑. 자신을 망가트렸지만, 여전히 소중한 프레이만의 사랑은 시간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았다. 남아 있는 시간의 총량만큼 눈이 부시게 빛을 발하다 끝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반짝일 것이다.

“페트릭.”

“응.”

프레이는 입술을 맞붙인 상태로 그에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였다.

“많이 좋아해.”

“……나도 많이 좋아하고, 사랑해.”

페트릭은 지금의 프레이가 기억하지 못하는 최초의 고백을 기억한다.

‘…나 사실, 너 좋아해.’

그때 자신은 뭐라고 대답했었던가.

‘그래도 너는 주제 파악을 잘하는 줄 알았더니.’

이후로는 잊고 싶은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아이를 낳은 프레이에게서 아기를 빼앗고, 자신의 반경 500km 밖으로 멀리 내쫓아버렸다.

“프레이.”

“응?”

“내가 다 잘못했어.”

기억을 잃어버린 프레이에게 하는 의미 없는 사죄였다. 적어도 재회했을 때, 사랑이었음을 인정하고 사랑을 온전히 쏟아주었더라면 지금 프레이는 건강하게 지냈을 텐데.

“너에게 했던 모든 일을 후회해.”

“…….”

“매일 신께 기도해. 시간을 되돌려 달라고…….”

프레이는 흐릿한 눈으로 최대한 선명히 자신의 첫사랑의 얼굴을 보기 위해 미간을 찌푸렸다.

“페트릭. 나는 말이야.”

“…….”

“시간이 몇 번을 되돌아가더라도 네가 건넨 그 제안을 수락했을 거야.”

페트릭에게 모든 사건의 전말을 들은 후에도 프레이는 자신이 과거로 몇 번이나 돌아가게 되더라도 페트릭의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사람의 아이를 가질 기회를 거절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

프레이는 눈을 감으며 페트릭의 이마에 제 이마를 기댔다. 미지근한 체온을 공유하며 프레이는 어설프게 페트릭을 위로했다.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지낸 주제에.

그런 프레이가 사랑스러워 페트릭은 몇 번이고 입술을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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