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18/24)

9.

오전의 태양이 눈부셨다. 잘 관리된 정원은 햇빛을 머금어 싱그러운 녹음을 뽐내고, 이슬을 머금은 잔디가 생생했다. 정원의 디딤돌을 딛고 나란히 걷는 중인 두 사람은 아쉬운 듯 속삭인다.

“프레이. 나 그냥 회사 그만둘까?”

그가 매일 하는 투정이다. 자회사와 협력업체의 수가 백 개를 훨씬 웃도는 회사의 CEO가 할 말은 아니다. 하지만 페트릭 마일드리안은 회사의 업무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물론 프레이 비셔스에 대한 일이었다.

“그만두면 뭐 하고 지내려고?”

“글쎄. 여보하고 우리 아들하고 놀고 싶은데.”

“퇴근 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어서 출근해.”

단호한 제 짝의 말에 페트릭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조금 무른 성격은 여전했지만 프레이는 제법 단호해졌다. 예전처럼 거절하기 힘든 부탁을 하면 노려보기도 했다. 장족의 발전이었다. 페트릭은 그저 제 하나뿐인 오메가가 좋아서 히죽거렸다. 조금이라도 함께 있고 싶어 정원을 아주 천천히 걷던 페트릭은 불룩 튀어나온 프레이의 배를 쓰다듬었다. 둘째를 임신 중인 프레이가 웃으며 생각했다. 팔불출의 잔소리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우리 딸. 엄마 힘들게 발로 차고 그러면 안 돼요. 혼나요.”

“아기가 배 속에서 움직여야 건강한 거라고 선생님이 그랬어.”

자신의 딸을 변호하는 프레이의 목소리가 말랑말랑했다. 오늘은 그래도 기분이 괜찮아 보이네. 페트릭이 속으로 안심했다. 부모의 시체를 목격한 이후 생긴 프레이의 우울증은 좀처럼 작은 몸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프레이에게 다시 가족이란 울타리가 만들어졌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프레이의 우울은 고질병이었다.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버린 상실의 공허함을 조금이라도 메워주기 위해 페트릭은 수시로 프레이의 눈치를 살폈다.

페트릭이 프레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리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작은 몸을 끌어안았다. 서로의 페로몬이 한데 섞이고 프레이의 뺨이 붉어졌다. 각인한 알파의 페로몬에 흠뻑 젖은 몸에 깃든 우울함이 흩어지고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진짜 늦겠어. 페터.”

“프레이. 다녀올게.”

아침마다 정원에서 끈적한 키스를 나누는 부부는 주위에서 부러워하는 신혼이 한창이었다. 둘 사이에는 이미 초등학교 입학을 코앞에 둔 아들이 있었고, 배 속에 둘째가 있었지만 여전히 둘은 신혼이었다.

“힉. 잠깐만…….”

뒷걸음을 치는 프레이의 슬리퍼에 짓밟힌 잔디가 바스락거렸다. 페트릭은 마치 먹잇감을 몰아넣듯 프레이를 온실로 밀어 넣는 중이었다. 온실은 꽃꽂이가 취미인 프레이를 위한 그의 생일 선물이었다. 유리 온실 안은 꽃향기가 가득했다.

“페터. 출근은… 아!”

“대표는 조금 늦어도 돼. 허리 들어봐. 자기야.”

온실 한쪽에 놓인 소파에 프레이를 눕힌 페트릭이 슈트 재킷을 벗었다. 프레이의 선명한 보라색 눈동자가 순식간에 몽롱해졌다. 오랜만에 작정하고 풀고 있는 페트릭 마일드리안의 페로몬에 민감하게 반응한 탓이었다.

“배가 동글동글해졌어.”

“흐으… 아기가 있, 있으니까.”

배가 압박되지 않도록 헐렁하게 입은 옷 사이로 파고든 손이 배를 어루만졌다. 페트릭은 이 안에 자신과 프레이의 둘째가 있다는 사실이 꿈같았다.

“키스해줘. 빨리…….”

눈물이 마를 새가 없던 프레이는 이제 달콤한 웃음을 지으며 페트릭 마일드리안의 기억에 존재하지 않는 둘째를 임신한 상태로 키스를 조른다. 눈에 담기조차 아까운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서로의 입술이 겹쳐지자 잔뜩 벌어진 오메가의 허벅지가 바르르 떨렸다. 결합의 즐거움을 알아버린 탓에 오메가는 알파의 성기를 조르려 페로몬을 풀어냈다.

“프레이. 아래가 질척질척해.”

페트릭이 음란하게 속삭일 때마다 프레이는 꼭 감은 눈꺼풀을 움찔댈 뿐, 눈을 뜨지 않았다. 차마 페트릭의 얼굴을 보기가 쑥스러운 탓이다. 누구보다 제 오메가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페트릭은 바지춤에서 발기한 좆을 끄집어냈다. 이미 성기 끝은 새어 나온 정액으로 번들거렸다.

“자기야. 아프면 말해야 하는 거 알지?”

“흐으, 알았으니까… 젖꼭지는 그만, 읏, 옷 젖는단 말이야.”

프레이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는 셔츠가 펄럭였다. 유두를 손으로 살짝 꼬집자 달짝지근한 젖이 질질 흘렀다. 배 속의 아이를 위해 분비되는 액체를 혀로 핥아먹은 페트릭은 부드러운 오메가의 회음에 좆 끝을 문질렀다.

“아으응. 기분 좋아…….”

“넣지도 않았는데 싸면 어떡해.”

각인된 상대의 페로몬에 정액을 쏟아낸 작은 성기를 페트릭이 손으로 쓸자 예민해진 몸이 버둥거렸다.

“아, 페터. 싫어, 만지면… 흣.”

“프레이. 다리 벌려줘. 나 좆 터질 것 같아, 지금.”

페트릭의 이마에 땀에 맺혔다. 조금 후텁지근한 온실의 온도도 한몫했지만, 프레이의 야한 몸을 거칠게 탐닉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임신한 상태라 깊게 파고들면 겁에 질려 무의식에 쏟아내는 페로몬이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다정함을 덧씌운 채 프레이를 보살피는 페트릭 마일드리안의 본성은 난폭하기 그지없다. 제 것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그는 항상 억누른 채 살았다. 할 수만 있다면 프레이에게 영원히 다정하고 상냥한 모습만 보여줄 생각이었다.

난폭함을 애써 잠재우던 페트릭 마일드리안의 시야에는 붉게 달아오르고 있는 오메가의 뽀얀 허벅지가 벌어지고 있었다. 바르르 경련을 하면서도 프레이는 제 다리를 벌렸다. 음란한 광경에 잠시 숨을 고르는 페트릭의 눈치를 보며 꼬물거리는 손으로 제 허벅지를 단단히 붙든 순간이었다.

“히윽!”

단번에 처박힌 좆을 감싸는 속살이 꿈틀댔다. 각인한 짝의 성기를 반기기 위해 오메가의 애액이 찰박거리는 소리를 낼 만큼 흐를 기세였다. 빠듯한 내부는 프레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멋대로 조여들었다가 흐물거렸다. 통증으로 흐려진 얼굴을 적신 눈물이 반짝였다. 페트릭은 끙끙대는 오메가의 뺨을 핥았다. 벌겋게 익은 얼굴은 따끈했다.

“프레이. 나랑 살아줘서 너무 고마워.”

“아, 아윽. 페터… 거기는 아기, 우흣, 아!”

자궁에 닿고 있는 선단이 뒤로 물러나자 프레이는 숨을 골랐다. 위험을 무릅쓰고 낳기로 한 아기가 어지간히도 걱정된 모양이었다. 과도한 두려움으로 컨디션이 조금 좋지 않은지 프레이의 페로몬은 들쑥날쑥했다.

“많이 놀랐나 보네, 여보가.”

“앗, 아으응. 페터, 너무 깊… 으응, 제발.”

반밖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프레이는 깊다고 울먹였다. 루시를 가졌을 때도 겁을 먹고 울던 울보는 둘째를 가졌다고 해서 의젓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첫째를 낳고 겁이 더 많아졌을 뿐이었다.

“세게 안 할게. 기분 좋을 거야. 긴장 풀어봐.”

그가 느리게 움직이자 배 안쪽까지 쑤셔줬으면 하는 충동이 넘실거렸다. 오랜 시간 페트릭에게 안긴 뒤 몸이 야하게 변해버린 프레이는 서로 상반된 감정에 휩쓸린 채 신음했다. 아이가 없었다면 아마도 프레이가 먼저 세게 쑤셔달라고 매달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예쁘다. 우리 자기.”

“페터…….”

프레이의 머리카락이 소파에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었다. 페트릭이 움직일 때마다 교성이 온실의 공기를 가득 메웠다. 농도 짙은 페로몬에 숨이 막혀올 때쯤 페트릭이 노팅을 하고 있었다.

“아아! 노팅 싫어… 페터, 빼 줘. 앗.”

“괜찮아. 프레이. 진정해. 금방 빠질 거야.”

이미 프레이는 그의 아기를 가진 상태였다. 노팅은 그저 페트릭 마일드리안의 집착욕의 증거일 뿐이었다. 잔뜩 예민해진 속살을 빼곡히 메운 단단한 살덩이가 꿈틀거리며 정액을 토해낸다. 비좁기만 한 오메가의 내부는 알파의 정액으로 가득 찼다.

“후으…….”

헐떡이며 숨을 고르는 프레이는 둥그렇게 부른 자신의 배를 붙들었다. 노팅이 끝날 때까지 페트릭은 젖이 질질 새어버린 가슴팍을 핥았다. 딱딱하게 세운 유두를 살짝 깨물면 젖이 흘렀다. 젖몸살이 유독 심한 프레이는 이렇게라도 젖을 빼주지 않으면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울었다. 제 젖꼭지를 핥고 있는 페트릭에게 프레이가 웅얼거렸다.

“출근할 때마다 이러면 곤란해. 페터.”

“여보가 너무 예쁜데 어떡해. 마음 같아선 하루 종일 좆질만 하고 싶은데.”

“읏. 깨물지 마. 아프단 말이야.”

정말 아팠는지 프레이는 페트릭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머리채를 잡힌 알파는 행복하게 웃었다. 아마 프레이 비셔스가 뺨을 때려도 히죽거리며 웃을 것이다. 자신의 오메가가 주는 것이라면 뭐든 기껍게 받을 준비가 된 그가 속삭였다.

“프레이. 사랑해.”

“…얼버무리는 거지?”

프레이는 제 가슴을 빠느라 정신이 없는 페트릭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나도.”

노팅은 끝났지만 둘은 한참 동안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온실의 공기는 따뜻했고 서로의 호흡을 나누던 두 사람은 상대방의 심장 소리에 웃었다.

“지각이네요. 마일드리안 대표님.”

프레이가 웃으며 속삭였다. 대표님 소리에 몸을 일으킨 그가 물었다.

“자기야. 아기 낳고 나중에 내 비서로 취직할래?”

진지한 표정의 페트릭이 물었다. 프레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서라니. 응큼한 생각만 하는 자신의 배우자가 무슨 상상을 하는지 눈에 뻔했다. 몸을 일으키려 하자 그제야 구멍에 들어있던 성기가 빠져나간다. 구멍을 비집고 정액이 흐르는 감각에 단정한 미간이 찌푸려졌다.

“안아줄게.”

“응.”

페트릭의 품에 안긴 프레이가 눈을 감았다. 첫사랑과 이런 오전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꿈만 같아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프레이, 뭐 좋은 일 있어?”

“너랑 사는 게 그냥 좋아서.”

페트릭이 복도에 우뚝 멈춰 섰다. 프레이가 눈을 깜빡이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프레이를 안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떨어지면 다칠까 봐 작은 몸을 꼭 끌어안은 페트릭은 행복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이었다. 행복한 오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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