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예정일이 하루하루 가까워질수록 프레이의 고민이 깊어졌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 바로 페트릭과의 잠자리 문제였다.
“왜 그래?”
“아니야. 아무것도.”
늘 불면 날아갈 듯 구는 페트릭의 태도에 프레이는 애정 결핍으로 늘 허하기만 하던 마음이 가득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페트릭은 임신 중인 프레이에게 키스 이상의 접촉을 하지 않았다. 벌써 수개월째였다.
열성 오메가가 우성 알파의 아기를 임신을 할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서로에게 각인하긴 했어도 우성 알파의 강한 페로몬은 열성 오메가에게는 자칫 독이나 다름없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페트릭 마일드리안이 잘 알고 있었다. 산모의 영양분을 공유받는 아기의 존재는 프레이를 쉽게 지치게 하고 아프게 만들었고, 페트릭은 프레이 비셔스에게 손 하나 댈 수 없었다. 그는 입덧이 심해 잘 먹지도 못하는 프레이를 덮칠 만큼 쓰레기 같은 짓을 하고 싶진 않았다. 두 번 다시는. 비록 수도승 같은 삶을 살고 있지만, 항상 그러했듯 하루하루가 그에게는 더없는 천국이었다.
“왜 그래?”
프레이는 다정하기만 한 페트릭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겼다. 임신 중이라는 의사의 진단 이후, 페트릭은 프레이의 납작한 배를 가만히 쓸었었다.
‘프레이. 아기 이름은 루시가 어떨까?’
‘예쁘다. 안녕. 루시. 들리니?’
아직 납작하기만 한 배를 쓰다듬던 프레이가 말을 거는 동안 페트릭은 스스로 다짐했다. 프레이를 힘들게 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페터…….”
프레이가 자신을 부르며 입술을 먼저 겹쳤다. 당황으로 뻣뻣하게 굳은 건 다름 아닌 페트릭 마일드리안이었다. 그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종종 프레이는 그를 평소에는 쑥스러워 잘 부르지도 못하는 페터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품에 안겨들었다. 프레이 나름의 유혹이었다. 하지만 쥐어 짜낸 프레이의 용기가 무색하게도 페트릭은 매번 이성을 꼭 붙든 채로 프레이를 토닥일 뿐이었다. 그는 프레이를 덮치지 않기 위해 회사의 보고서를 떠올리거나 믿지도 않는 신에게 엉터리 기도를 하며 평정심을 찾기 위해 애를 써야만 했다.
“프, 프레이.”
오늘도 키스로 만족하려던 페트릭의 성기가 점점 발기하는 사이 프레이는 머뭇거렸다.
‘내가 이러는 거, 천박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불쑥 프레이는 하나뿐인 자신의 연인이 자신을 오해할까 봐 겁이 났다. 지난 6년간 싸구려 모텔에서 일을 하는 사이 축적된 질 낮은 욕설들이 스쳐 지나갔다. 프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아는 페트릭은 자신을 오해할 리가 없었다. 그럴 거야. 용기가 충전되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프레이가 페트릭의 반쯤 발기한 성기를 만지며 속삭였다.
“내가 이러는 거, 싫어?”
싫긴. 좋아서 지금 심장마비가 올 것 같은데. 페트릭은 속으로 몇 번이나 프레이를 안으면 큰일 날지도 모른다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임신 중이었던 프레이를 거칠게 안아 유산시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싫, 지는 않은데… 프레이. 잠깐만.”
답지 않게 말을 더듬던 페트릭이 숨을 들이마셨다. 자신의 다리 사이에 자리한 프레이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한 손에 쥐기 버거운 알파의 성기에서는 조금 야한 냄새가 났다. 그의 성기를 눈앞에 둔 프레이는 빨고 싶은지 입안에 고이는 침이 낯설었다. 페트릭은 숨을 거칠게 쉬며 프레이가 하는 행동을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자신의 아기를 임신한 프레이가 조금 들뜬 얼굴로 좆을 할짝이는 모습이 소름끼칠 정도로 음란해 보였다. 프레이에게 한 번도 펠라티오를 시켜본 적이 없는 페트릭은 어설프기만 한 움직임에도 쉽게 흥분하기 시작했다.
“하아…….”
나른한 신음이 머리 위로 떨어지자 프레이는 그가 좋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웃었다. 귀두 끝의 갈라진 곳을 혀로 꼼꼼히 핥던 프레이는 페트릭이 자신의 성기를 빨아주던 걸 떠올렸다. 입술을 벌리고 귀두 끝을 입안에 밀어 넣었을 때, 조금 비릿한 맛이 났다. 작은 입안을 가득 메운 성기가 버거웠음에도 프레이는 혀로 입안의 성기를 꾹 하고 눌렀다.
“읏.”
프레이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에 힘이 점점 들어가기 시작했다. 재촉하는 몸짓으로 오해했는지 프레이가 기어이 입안으로 페트릭의 성기를 밀어 넣었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펠라티오. 이렇다 할 요령도 없는데도 페트릭은 금방이라도 입안에 사정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으응. 읍.”
허리를 주체하지 못한 그가 허리를 흔들어대는 바람에 프레이가 울먹거렸다. 목구멍까지 밀려들 것만 같았다. 버둥거리던 손이 단단하게 굳은 페트릭의 허벅지를 움켜잡았다.
“프레이. 빨리 뱉어. 쌀 것 같으니까… 읏.”
사정감에 페트릭이 이를 악문다. 여유가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뱉으라는 재촉이 쏟아졌음에도 프레이는 입안에 든 성기를 뱉어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프레이가 눈을 깜박이며 페트릭의 얼굴을 올려다보던 순간이었다. 입안에 들어있던 성기가 단번에 빠져나갔다. 미지근한 정액이 조금 발그레해진 작은 얼굴 위로 후드득 쏟아져 내렸다. 사정감에 허덕이는 것도 잠시, 페트릭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프레이. 눈에 들어가진 않았어?”
“…괜찮았어?”
프레이는 대답 대신 괜찮냐는 질문을 했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눈가며 뺨, 입술 위를 흐르는 정액을 닦아내던 페트릭이 숨을 골랐다. 정액을 뒤집어쓴 얼굴은 순진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맛있는 걸 먹는 표정으로 남자의 좆을 빨던 얼굴을 도무지 연상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
“별로… 였어?”
터질 것 같은 얼굴을 한 프레이가 시선을 마주하지 못한 채 되물었다. 우울해 보이는 목소리에 다급히 몸을 일으킨 페트릭이 프레이의 뺨에 키스했다. 얼굴에 남아있는 자신의 정액 같은 건 아무렴 좋았다.
“죽는 줄 알았어. 좋아서. 프레이…. 누가 이런 짓 하래.”
심장 떨리게. 바람처럼 흩어지는 페트릭의 뒷말이 그가 진심임을 대변했다.
“요새 잘, 안 하니까, 흐, 그래서… 페터?”
잠옷 사이로 순식간에 파고드는 손길에 프레이가 예민해진 몸을 움찔거렸다. 조금만 스쳐도 신음이 흐르는 유두를 만지던 페트릭이 헐떡거리는 숨을 고르며 중얼거렸다.
“내가 매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면, 너 나한테 이런 짓 못 했을걸.”
잠옷 단추를 풀어내던 그가 잔뜩 벌게진 축축한 눈가가 키스했다. 쉽게 짓무르고 상처가 나는 살갗에 울혈을 남기던 그의 손이 바지를 벗겨냈다. 이미 프레이의 뒤는 축축하게 젖은 지 오래였다.
“아!”
손가락 하나가 불쑥 구멍을 헤집자 프레이가 움찔거렸다. 오랫동안 다물려있던 구멍이 벌름거리며 애액을 토해냈다.
“뒤가 이렇게 다 젖어서, 내 좆을 그렇게 빨았어? 응?”
음담이 귓가에 닿지도 못한 채 부서져 내렸다. 달아오른 몸을 주체하지 못한 프레이가 헐떡거리며 흐느꼈다. 이미 프레이의 머릿속엔 제 몸 위에 올라탄 자신의 알파를 유혹할 생각뿐이었다. 프레이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흐, 으응, 페터… 흐, 좋아해…….”
페트릭은 가끔 프레이에게도 영악한 구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늘 배려심 많고 순해 빠진 오메가는 잠자리에서 종종 돌변하곤 했다. 좋아한다는 고백을 하며 알파의 성기를 조르는 야해 빠진 프레이 비셔스. 그가 처음 만나는 프레이였다. 페트릭은 환하게 웃으며 벌름거리는 속살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점막이 손가락을 감쌌다. 한 개로는 부족한지 구멍이 뻐끔거렸다. 손가락을 하나 더 밀어 넣자 신음이 터졌다.
“앙, 으흐, 읏…….”
“어디가 아프면 바로 말해야 하는 거야. 알겠지?”
아이를 걱정하고 민감하게 구는 건 프레이도 마찬가지였다. 배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말하라는 페트릭의 잔소리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터라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가락이 점점 늘어날 때쯤, 프레이가 신음했다.
“아, 아파… 페터.”
아프다는 프레이의 말에 구멍을 들쑤시던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어디가 아파?”
걱정스러운 페트릭의 시선을 차마 쳐다보지 못한 채, 프레이가 제 성기를 스스로 문질렀다.
“내, 내 꺼… 흐으.”
페트릭은 둥그렇게 부푼 배 위로 발기한 프레이의 성기를 보며 되물었다.
“자기 꺼?”
“읏. 으으응.”
연보라색 머리카락이 나풀거렸다. 위아래로 고개를 흔들던 프레이가 다리를 벌리며 칭얼거렸다.
“넣, 넣어줘.”
이런 야해 빠진 몸을 봤나. 페트릭이 헛웃음을 삼키며 프레이의 다리를 어깨에 걸쳤다. 두 다리를 걸치기엔 프레이의 배가 지나치게 부른 상태였다.
“봐줄 테니까 자기가 직접 만져봐. 저번에 알려줬잖아.”
쾌락을 기대하는 오메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프레이는 페트릭이 고개를 끄덕이며 재촉하는 눈빛에 수치심도 잊은 채로 스스로 제 성기를 흔들기 시작했다. 더없이 음란한 광경이었다. 당장에라도 작은 구멍을 비집고 제 좆을 처박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 그는 이를 악문 채 프레이의 구멍을 푸는 데 집중할 뿐이었다.
“흐, 페터… 빨리… 아, 으응…….”
“진짜 왜 이러지. 프레이. 지금 내 인내심 테스트하는 거야?”
평소답지 않은 프레이의 재촉에 그나마 남아있던 이성이 흩어졌다. 페트릭이 하체를 맞붙이며 속삭였다.
“아프면, 바로 말하는 거야. 알았어? 대답.”
“으응… 알았어… 아!”
천천히 입구를 문지르던 성기가 구멍을 파고들었다.
“왜 예쁜 짓만 해. 오늘.”
“아, 아아… 좋아…….”
오랜만에 빠듯하게 벌어진 아래가 더없이 만족스럽기만 했다. 한참 동안 헐떡이던 프레이가 둥그렇게 불러있는 배를 붙들며 허리를 흔들었다. 이미 눈동자에는 초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페트릭이 속으로 탐욕스러운 생각을 해본다. 우리 자기, 매일 이랬으면 좋겠네. 이내 피식 웃으며 제 생각을 조소할 뿐이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염치없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