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더 못 먹겠어?”
“응…. 더 먹으면 토할지도 몰라.”
프레이에게 과일을 건네는 페트릭은 진지한 얼굴이었다. 살찌워 잡아먹을 생각인지 그는 식사시간이 되면 프레이에게 음식들을 직접 먹여주면서 시중을 들었다. 처음 그의 행동에 질색하던 프레이는 자신의 반응에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페트릭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지고 말았다.
‘그, 그러면 남들이 안 볼 때만 이러는 거야…….’
‘응. 그렇게 할게.’
페트릭의 수작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럼 그만 먹자.”
페트릭이 프레이에게 건네주던 과일을 물렸다. 이제는 제법 살이 올라 통통하다 할 법한 뺨을 살짝 만지는 얼굴이 행복했다. 프레이가 간지러운 손길에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왜 맨날 내 볼을 못 만져서 안달 난 사람처럼 그래?”
“혹시 내가 만지는 거 싫어?”
“그, 그런 건 아니고…….”
빤히 바라보며 되묻는 페트릭의 시선을 느낄 때마다 프레이의 심장이 요란하게 뛰었다. 첫경험을 했던 그 날 이후, 제법 많은 잠자리를 가졌음에도 여전히 낯을 가리는 숙맥의 귀가 벌겋게 익었다. 시선을 피한 프레이의 귓가에 나른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프레이. 키스해도 돼?”
“…응.”
프레이가 코앞까지 다가온 얼굴에 숨을 멈추고 눈을 크게 떴다.
“눈, 감아야지.”
“아…….”
직접 눈을 감겨주는 손의 온기가 따뜻했다. 온기가 전해오는 다정함이 좋아서 프레이가 살짝 웃었다. 다정한 접촉은 어느새 노골적으로 변해있었다. 조금은 다급해 보이는 손길로 페트릭이 프레이의 셔츠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프레이. 여기 앉아봐. 아래 부었는지 봐야지.”
며칠 전의 섹스로 부었던 프레이의 구멍은 이미 다 나아있었다. 물론 페트릭은 모르는 척을 할 생각이었다.
“다, 다 나았어…. 안 봐도 돼.”
“내가 봐야지 안심이 될 것 같아서 그래. 어서.”
페트릭이 다정하게 웃으며 손짓하자 프레이는 머뭇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의자가 밀리는 소리와 함께 발목에 달린 방울이 딸랑거렸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페트릭을 마주 보고 서 있는 프레이가 입고 있는 셔츠 자락을 붙잡았다.
“키스해줘.”
키스를 조르는 얼굴은 야하고, 애처로웠다. 프레이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페트릭의 입술을 핥았다. 좀처럼 야한 일에 익숙해지지 않을 것만 같던 프레이가 신음했다. 몸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으읏.”
구멍을 매만지는 손가락이 주는 오싹한 쾌감. 그건 프레이가 몇 번의 잠자리로 습득한 쾌감의 전조였다. 프레이가 허리를 뒤틀었다. 애액이 밀려 나와 이미 미끈거리는 구멍을 꾹꾹 눌러가며 프레이의 페로몬을 모조리 받아내던 페트릭은 빨라지기 시작한 심박 수에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하으… 페트릭…….”
쾌감을 기대하는 표정의 오메가가 애타게 자신의 애인을 불렀다. 몽롱하고 온몸의 열기로 눈가가 촉촉해진 오메가는 지금, 히트 사이클을 맞이하고 있었다.
*
“아!”
찰박거리는 살 부딪히는 소리가 주방에 요란했다. 페트릭의 어깨를 붙든 채로 그가 쳐올리는 대로 구멍을 조였다가 풀어내는 프레이는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았다.
“하, 너무 조이는데… 프레이.”
페트릭이 무릎 위에 걸터앉아 있는 프레이에게 속삭였다. 목소리는 다정했을지 몰라도 속살을 짓이기는 몸짓은 난폭했다. 히트 사이클을 연인과 처음 보내는 오메가는 헐떡이며 제 속마음을 토해냈다.
“으응, 흐… 좋아, 좋아해…. 페트릭…….”
쾌감으로 줄줄 흐르던 눈물이 페트릭의 얼굴 위에 툭하고 떨어졌다. 성기를 프레이의 구멍 안에 넣은 채로 몸을 일으키자 프레이는 아래를 조이면서 페트릭의 목 뒤로 손을 감았다.
“안 빠지게 잘 물고 있어.”
“읏, 아아…….”
걸음을 뗄 때마다 연결된 아래가 수축했다.
“빨리… 응?”
칭얼대는 혼잣말이 귀여웠다.
여전히 제멋대로 구는 건 여전했으나 속으로 프레이의 눈치를 보고 있는 페트릭은 프레이를 침대에 눕히며 생각했다. 이참에 각인하자고 조르면, 싫어하려나.
“프레이. 물어볼 게 있는데.”
침대에 프레이를 눕히기 무섭게 성기를 처박던 페트릭이 물었다.
“흐응, 아아……!”
“응? 프레이. 듣고 있어?”
내벽을 들쑤시는 움직임이 멎자 그제야 조금 정신이 드는지 프레이가 속삭였다.
“뭐, 뭐라고… 했어?”
눈을 깜빡일 때마다 눈물이 후드득 떨어지는 얼굴이 음란했다. 벌게진 눈가를 가만히 쓸던 페트릭이 웃으며 물었다.
“내가, 프레이 너한테 각인돼도 될까?”
각인. 알파와 오메가가 서로를 짝이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동물적인 행위를 말한다. 서로 각인을 하면 각인한 상대의 페로몬 이외의 페로몬은 느낄 수가 없다. 히트 사이클, 러트 사이클이라는 짐승과도 같은 발정기가 있는 알파와 오메가에게 페로몬은 아주 중요한 구애수단이었다.
각인한 상대와 일정 기간 성관계를 하지 않거나 상대방이 죽게 되면 풀리게 되는 각인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척도이자 구속이었다.
“…흐.”
프레이는 알파의 성기를 갈구하게 되고 마는 히트 사이클의 열기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엉망진창이 된 뇌로 페트릭의 질문을 생각하던 프레이가 물었다.
“진짜 나랑 각… 각인을 하겠다는 말이야?”
프레이는 우성 알파인 페트릭과의 연애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페트릭이 행복한 만큼 프레이도 행복했다. 하지만 각인이라거나 결혼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는 사이였다. 연애는 할 수 있지만 결혼과 각인은 할 수 없는 관계. 그것이 자신과 페트릭의 관계였고, 사회가 바라보는 우성 알파와 열성오메가의 관계였다.
형질부터 열성 오메가는 우성 알파의 페로몬을 제대로 받아내지도 못했다. 임신을 한다고 하더라도 우성 알파의 씨를 품고 있는 자궁은 약해져 출산 후 망가지기 일쑤였다. 우성 알파들은 우성 오메가와 결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것이 서로에게도 부담이 없는 최적의 결과였다.
프레이는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페트릭의 얼굴에서 초조함을 읽었다. 마치 거절당할 것을 미리 준비라도 하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실제로 그는 마음속으로 프레이의 거절을 대비했다.
프레이가 하자는 대로 하는 거야. 거절해도 그게 프레이의 선택이니까 나는 따르는 거야. 하지만 정말 거절하면 어떡하지. 다른 새끼한테 반해버리기라도 해서 날 버리면…… 젠장. 프레이. 제발…….
프레이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있는 상상을 하자 속이 뒤집어졌다. 하지만 페트릭은 내색하지 않으며 프레이의 대답을 얌전히 기다렸다.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던 프레이가 머뭇거리며 속삭였다.
“…나, 나 열성 오메간데…그래도 괜찮아?”
그 순간 계약서를 건네며 흥미로운 장난감이 손에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프레이를 쳐다보던 기억이 페트릭의 머릿속을 휘저었다. 고용인과 피고용인이란 단어가 나열된 끔찍하기만 한 계약서를 보던 초라한 차림의 프레이도 이렇게 물었다.
‘난, 열성 오메간데. 그래도 괜찮아?’
페트릭은 볼품없이 떨리는 손으로 프레이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열성이든 우성이든 그런 거 다 떠나서… 프레이. 나는 네 꺼가 되고 싶은 거야.”
“흐읏…….”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터져버린 페트릭의 페로몬에 프레이가 신음했다. 페트릭의 진심이 무거워서 숨이 막혔다. 고아에 재산이라고 해봤자 정신과 약물에 찌든 몸이 전부인 자신에게 페트릭 마일드리안이 매달린다는 사실이 어울리지 않았다.
프레이는 늘 자신의 첫사랑과 같이 살고, 살을 섞고 있는 매일매일이 꿈같이 느껴질 때마다 몰래 주먹을 세게 말아 쥔다. 프레이의 오랜 습관이었다. 여린 살갗을 파고드는 손톱이 주는 저릿한 통증이 현실임을 반증하게 만든다. 꿈이 아니야. 부모님의 자살도, 페트릭 마일드리안과의 연애도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프레이가 몰래 주먹을 말아쥐면 어느 샌가부터 페트릭이 프레이의 손을 움켜쥐었다. 손톱이 파고들어 붉어진 작은 손바닥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가 속상한 얼굴로 왜 몸에 상처를 내느냐고 자신을 혼내는 아침. 프레이는 그런 아침이 좋았다. 그의 말대로 형질을 떠나서 각인된 상대에게 자신을 내어줄 수 있다면 프레이는 각인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너만 괜찮다면… 나도 좋아.”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페트릭이 프레이의 입술을 머금었다. 허리를 천천히 다시 움직이던 페트릭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프레이의 페로몬에 푹 빠진 기분을 느꼈다. 혈액을 모조리 태워버릴 것 같은 열기에 정신이 어지러웠다. 각인에 응한 프레이가 밑바닥 끝까지 내보여주는 페로몬이 페트릭을 집어삼켰다. 늘 일방적인 각인을 했던 그가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었다.
우성 알파의 페로몬을 받아들이기 힘든 오메가가 흐느꼈다. 마치 용광로에 빠져버린 것 같은 열감이 프레이의 몸을 휘감는 사이, 페트릭이 난폭한 웃음을 지었다. 울먹거리느라 벌겋게 달아오른 예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다니. 반칙이었다.
*
쾌감을 참지 못한 프레이가 침대 위를 엉금엉금 기었다. 정말 여기서 더한 쾌감을 느꼈다가는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프레이. 어디 가.”
“아, 아흐… 페트릭. 그, 그만할래…….”
구멍 사이로 왈칵 흘러나오는 미지근한 정액이 허벅지를 적셨다.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감각에 허리를 움찔거리던 프레이가 시트를 움켜잡았다.
“한 번만 더. 응?”
“그, 그 말 아까도 했어…. 아!”
어느새 침대 끝으로 도망가 버린 프레이의 뒤에 페트릭이 달라붙는다. 방 안은 둘의 페로몬으로 가득해서 숨조차 쉬기 힘들 지경이었다.
“많이 힘들어?”
단단한 성기를 흐물흐물하게 풀린 구멍 위로 느리게 문지르던 페트릭이 속삭였다. 프레이의 작은 고개가 위아래로 끄덕거렸다. 하지만 힘들다는 프레이의 대답과는 달리 쾌감을 갈구하는 본능이 구멍을 뻐끔거리게 만들었다.
“안 아프다고 했잖아. 프레이.”
“그렇긴 한데…….”
각인열은 이미 가라앉은 지 오래였다. 각인한 상대와의 섹스는 오메가에게 처음 맛보는 황홀경을 선사했다. 문제는 아픔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나칠 정도의 쾌감만 느껴진다는 게 문제였다. 얼버무리는 대답에 페트릭은 몇 번이고 짓이겼던 속살로 제 성기를 밀어 넣었다. 이미 무리 없이 자신의 알파를 받아낼 수 있을 만큼 풀린 내부가 움찔거리며 달라붙는다.
“하으!”
성기가 콱 하고 박혀 든 곳에서 이는 쾌감이 아찔했다. 눈앞이 어지러울 정도의 쾌감에 숨이 막혔다. 페로몬에 반응해 민감해진 뇌는 탄산수에 빠진 것 같았다.
“아, 그만해…….”
“프레이. 자꾸 도망가지 마.”
도망가려는 가는 발목을 부러트리는 대신 붙잡은 페트릭이 자신의 몸쪽으로 잡아당겼다. 이미 체력이 바닥을 드러낸 프레이가 질질 끌려왔다. 페트릭이 허리를 세게 쳐올릴 때마다 한쪽 발목이 잡힌 채로 프레이가 버둥거렸다.
“페, 페트릭… 흐으, 속이 이상해…….”
아랫배를 가득 메운 정액이 출렁거리는 것만 같아 프레이는 끅끅거리며 울었다. 오늘 프레이에게 각인을 할 때를 제외하면 페트릭은 노팅을 한 적이 없었다. 벌써부터 울면 곤란한데. 페트릭이 작게 웃었다.
“속이 어떻게 이상해? 내가 알아듣게 설명해 줘.”
걱정스러움이 묻어나는 다정한 속삭임에 프레이는 곤죽이 된 머리를 굴렸다. 열심히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느라 점점 부풀어 오르는 아래를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흐, 응… 아프고… 배, 배 속이 가득 차서…….”
“배가 뭘로 가득 찼어?”
프레이가 뒤늦게 구멍을 잔뜩 벌리며 정액을 쏟아내려는 성기를 조이면서 헐떡였다.
“네 정, 정액…. 히윽.”
“그래. 네 배 안에 내 정액이 가득한 거야. 임신할지도 모르겠는데.”
페트릭은 상체를 숙인 뒤 프레이의 납작한 배를 쓰다듬었다. 추삽질을 할 때마다 아랫배가 울룩불룩 솟아오르는 것이 손에 느껴졌다. 이미 잔뜩 쏟아낸 정액으로 가득 찬 구멍을 비집고 페트릭이 사정했다. 프레이가 도망가지 못하게 양쪽 발목을 붙잡은 상태였다.
“흐윽…!”
기어이 임신시킬 생각인지 노팅까지 동시에 이루어진 탓에 프레이의 상체가 무너졌다. 시트에 고개를 처박은 채로 프레이가 침대 위를 더듬었다. 붙잡을 것을 찾는 작은 손이 덜덜 떨렸다. 뜨겁고 축축하게 젖은 속살을 가르고 박혀 들던 성기의 움직임이 느려지자 쯔적거리는 소리를 내는 구멍이 오물거리며 달라붙었다. 음란한 광경이었다.
“나 진짜 더는 못 해…….”
엉덩이만 치켜든 채로 흐느끼는 목소리에 피로가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무거운 눈꺼풀이 자꾸 감겼다. 기절하는 것처럼 프레이의 몸이 축 늘어지더니 몸이 서서히 떨리기 시작했다. 질척질척한 하체가 맞붙었다. 프레이는 몸이 옆으로 눕혀진 채로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어설프지만 자신의 가슴께를 두드리는 손길이 좋았다. 잠에 빠지기 전 희미하지만 ‘잘 자.’ 하는 인사가 들린 것 같았다. 너도 잘 자. 프레이가 웅얼거렸다. 아주 오랜만에 프레이도 수면제 없이 잠들 수 있는 밤이었다.
*
“아…….”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이 삐걱거리고 후들거렸다.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페트릭 마일드리안이 반응하기엔 충분한 신음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방 안으로 들어서던 페트릭이 다급하게 물었다.
“어디 아파?”
베개에 아무렇게나 흐트러져있던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다 아파…. 그만하자고 내가, 흣, 말했는데…….”
프레이는 섹스 후에 이렇게 끔찍하게 아플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훌쩍거리는 작은 얼굴이 서러움으로 가득했다. 자신이 지은 죄를 떠올리던 페트릭 마일드리안이 답지 않게 싹싹 빌기 시작한다.
“미안해. 힘들었지. 의사, 그래, 주치의 부를게. 잠깐만 기다려.”
“무, 무슨 의사……?”
섹스가 격렬해서 몸살이 났다고 말하란 말이야? 안색이 창백해진 프레이가 고개를 저었다.
“부르지 마. 싫어…….”
페트릭 마일드리안의 귓가에 환청 같은 울먹거림이 덧씌워진다.
‘아파… 페터. 살려줘. 잘못했어.’
지금처럼 쉬어버린 목소리가 귓가에 들러붙었다. 페트릭이 침대에 누워있는 프레이를 품에 안은 채 중얼거렸다.
“프레이. 울지 마. 내가 잘못했어. 그만하라고 할 때 그만뒀어야 하는 건데…….”
사과를 건네는 목소리는 프레이의 고통을 짊어진 듯 무겁고, 침울했다.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프레이를 울려버렸다는 죄책감에 숨이 거칠어졌다.
“미안해.”
“미안하면 제대로 안아줘…….”
프레이는 죄책감에 허우적거리는 페트릭을 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원해서 가진 잠자리였고, 비록 거칠긴 했어도 페트릭 마일드리안은 여전히 프레이 비셔스의 첫사랑이고 하나뿐인 연인이었다. 안아달란 프레이의 칭얼거림에 페트릭이 작은 몸을 마주 안으며 몸을 눕혔다. 씻고 나온 그에게서는 자신과 똑같은 바디클렌저 냄새가 났다. 분명 기절하듯 잠든 자신을 씻겨준 뒤 씻고 나왔음이 분명했다.
“의사 안 불러도 괜찮겠어?”
“응…. 이렇게 네가 안아주면 될 것 같아.”
안겨있을 때마다 들리는 페트릭의 심장 소리가 프레이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단 한 번도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함이었다. 프레이는 종종 잠들기 전 용기 내 페트릭에게 안아달라고 칭얼거렸다. 그때마다 페트릭은 안아달라는 말을 멋대로 해석하며 프레이의 다리를 잡아 벌리기 일쑤였다. 가만히 등을 토닥여주는 손길에 다시 잠들려던 프레이가 웅얼거렸다.
“야한 거, 해달라는 거 아니야. 그, 그냥… 껴안아 달란 말이었어.”
어리광을 부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부끄러워진 프레이가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었다. 서늘한 피부에 열이 올라 따끈해진 프레이의 뺨이 닿자 죽을 맛이었다. 그래도 아프다는 프레이를 또 덮치고 싶진 않았다. 자신의 품에 안겨드는 몸을 끌어안고 페트릭은 신에게 기도했다.
잔인하시네요. 정말…. 그래도, 감사합니다. 빌어먹을.
듣고 있는 신이 존재한다면 그의 불경함에 천벌을 내릴 만한 기도였다. 속이 타는 페트릭의 마음을 꿈에도 모르는 프레이는 서늘한 체온이 그저 좋아서 배시시 웃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