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성당 안은 고요했다. 신성한 곳과 자신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번쯤은 와보고 싶었다. 신께 기도하는 신자들은 평일 오후라 그런지 몇 명 되지 않았다. 환청과 환각은 약을 줄이자 서서히 사라졌다. 하지만 프레이의 옆에는 다정하게 웃어주는 페트릭 마일드리안이 앉아있었다. 환각을 종종 보고 있으면 꿈속인지 현실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아서 프레이는 늘 시선을 주지 않았다. 눈을 감고 존재하시기는 하는지 궁금한 절대자에게 물었다.
언제쯤 행복해지나요? 행복해지기는 하는 건가요?
인자하게 웃고 있을 것만 같은 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프레이는 눈을 떴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페트릭 마일드리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결국, 자신은 혼자였다.
*
의사는 집에만 있으면 생각에 빠져 증상이 더 심화될 수 있으니 다시 서점을 열어보는 건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권유했다. 프레이는 망설이며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병원에 돌아오는 길에 중절모를 쓴 노인과 마주친 프레이는 먼저 알은체를 해오는 노인에게 멋쩍게 인사를 했다.
“서점은 왜 또 닫았어?”
“그냥요.”
누가 봐도 아파 보이는 얼굴을 하고서 그냥이라고 대답한 프레이에게 노인은 품에 들고 있던 사과를 하나 옷에 닦아 건넸다.
“아프지 말고. 이거나 먹어. 새로 따왔다기에 비싸게 주고 사 온 거야.”
“잘 먹을게요.”
프레이는 사과를 받아들고 희미하게 웃었다. 노인은 요새 서점에 안 가니 산책도 빼먹기 일쑤라 몸이 아프다고 툴툴대며 프레이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쳐다봤다.
“무리하지 말고. 젊은 사람이 말이야. 알았지.”
“네.”
프레이는 멀어지는 노인의 등을 힐끔 쳐다보며 몸을 돌렸다. 말은 툭툭 던지는 듯하지만, 노인이 자신을 걱정하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프레이는 다시 미로 같은 골목을 걸었다. 여전히 등 뒤에는 페트릭의 환각이 따라오고 있었다.
“프레이.”
페트릭의 환각은 종종 프레이의 이름을 부르며 그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프레이는 단 한 번도 대답을 한 적이 없었다. 대꾸하면 가시가 가득한 말들이 돌아와 이제는 다 아물어버린 자신의 가슴을 할퀼 것만 같았다. 닫혀있는 서점에 도착한 우편물들이 꽂혀 있었다. 먼지도 조금 앉아있어서 프레이는 열쇠를 꽂고 문을 열었다. 먼지 냄새가 밀려들어 오고 바닥에 떨어진 편지를 줍고 있는 프레이에게 불쑥 손이 튀어나왔다.
“여기.”
하얀 손이 편지를 건네고 있었다. 편지를 건네받은 프레이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얗고 깔끔한 손의 주인을 쳐다봤다. 조금 뻣뻣한 표정을 하고 있는 페트릭 마일드리안이었다.
“왜 문 안 열어줬어?”
늘 웃던 페트릭의 환영은 어색하게 볼을 씰룩거리며 어설픈 웃음을 꾸며내고 있었다. 허공에 대고 대답을 하는 건 정말 자신이 미쳤다고 인정하는 꼴이 되어서 프레이는 시선을 돌렸다. 덥석 붙들린 팔뚝으로 미미한 체온이 전해져서 프레이가 작게 입술을 달싹거렸다.
“…어.”
단 한 번도 환영이 만져졌던 적은 없어서 프레이가 숨을 들이마시자, 희미하게 페트릭의 페로몬이 느껴졌다. 정말 그였다.
“마일드리안?”
그의 이름을 작게 속삭이자 페트릭 마일드리안의 환영, 아니 그가 입술을 열었다.
“생각을 해봤는데.”
프레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프레이. 내가 널 좋아하는 것 같아.”
눈만 느리게 감았다 뜨는 프레이는 그가 자신에게 고백해 오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지금처럼 다정해 보이는 눈을 하고 꿈속의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프레이. 널 좋아해.’
그때 꾸었던 꿈이 너무도 생생해서 과거의 프레이는 그에게 고백했었다. 최악이었고 비참하게 부서져서 엉망진창이 된 첫 고백. 프레이는 꿈과 현실을 혼동해 주제 파악도 하지 못한 상태로 그에게 고백했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도 너는 주제 파악을 잘하는 줄 알았더니.’
프레이는 느리게 감았던 눈을 뜨며 눈앞의 페트릭에게 말했다.
“나 주제 파악 이제 잘해. 할 말 끝났어?”
“프레이. 잠깐만.”
페트릭은 답지 않게 초조한 기색이었다. 프레이는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마일드리안. 아직도 착각하는 거 같은데, 나는 너 안 좋아해.”
“…….”
페트릭은 서점 밖으로 걸으면서 프레이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입술만 씹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시 문을 잠근 프레이는 그에게 안녕을 고했다.
“잘 가. 다시 보지 말자. 계약서대로.”
프레이는 뒤돌아 걸으며 생각했다. 외국에라도 가야 할 것 같았다.
*
공항에 도착한 프레이는 반짝이는 도시의 햇살에 눈살을 찌푸렸다. 휴양지로 유명한 도시로 향하는 비행기를 예매하고 도착할 때까지 프레이는 조금 들뜬 마음이었다. 그에게 고백 같지 않은 고백을 받고 안녕을 고한 뒤, 이곳에 도착할 동안 프레이는 더는 페트릭의 형상을 한 환각에 시달리지 않았다. 입 밖으로 그를 밀어내는 말을 한마디 했을 뿐이었는데 그와의 연결고리가 싹둑 잘린 기분마저 들었다.
이렇게 쉬운 일이었는데.
그 쉬운 한마디 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2년을 괴로워했다. 앓던 사랑니가 빠진 기분이었다.
“어디로 가세요?”
어릴 때 배웠던 나라의 언어가 들려와서 프레이는 능숙해 보이는 발음으로 대답했다.
“페트리어스 호텔로 가주세요.”
프레이는 시트에 몸을 기댔다. 어린 시절 와본 나라는 많이 변해 있었고, 낯설지만 우울함을 떨치기엔 나름 괜찮아 보였다. 호텔에 도착해 택시기사에게 요금과 함께 팁을 건네자 기사가 프레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어설픈 외국어 실력이 들통났는지 택시기사는 프레이가 여행을 왔음을 알아차렸던 것 같았다. 프레이가 살짝 웃으며 몸을 돌렸다. 늘 싸구려 모텔을 전전하던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으리으리한 호텔 외관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프레이는 힐끔 자신의 옷을 내려다봤다.
좀 형편없어 보이긴 하네.
늘 하루하루를 살아내기 벅찼던 시절에는 싸구려 티셔츠를 입었고, 페트릭의 아이를 임신하기 위해 그의 집에 살았을 때는 거의 알몸으로 지내야 했다. 그에게 아기를 낳아주고 멀리 떨어진 곳에 살 때도 아무렇게나 입고 다녀서 프레이는 정말 가난해 보였다.
“어디 가세요?”
“가까운 백화점으로 가주세요.”
택시에 올라탄 프레이는 옷부터 갈아입을 생각이었다. 반짝거리게 닦아놓아 거울처럼 보이는 호텔 외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페트릭에게 빌빌거리면서 다정한 시선 한 조각을 구걸하던 과거가 떠올라서 참을 수가 없었다. 백화점에서 고급 브랜드의 캐주얼을 걸치고 머리까지 손질하고 난 후의 프레이는 시선을 잡는 미인이 되어있었다. 늘 알이 깨어져 있는 허름한 안경 대신 렌즈를 낀 프레이는 실소를 머금었다.
졸부같이 뭐 하는 거야.
그래도 힐끔 시선을 내리자 아까와 달리 못 봐줄 꼴은 아니라서 어깨를 으쓱거린 프레이는 오늘 같은 기분이면 우울증약을 줄여봐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여기 이민이라도 신청할까.
불쑥 몇 번쯤 떠올렸던 생각을 하면서 택시에 올라탄 프레이는 휴대폰에 떠오른 텍스트를 보더니 무표정이 되었다.
<프레이 비셔스. 전화 받아.>
프레이는 그의 번호를 차단하며 이민절차를 확인하고 있었다. 불쑥 프레이는 작게 웃으며 생각했다. 웃기지도 않지. 마일드리안. 이기적인 새끼.
*
물줄기가 반짝거리는 분수 안에는 누군가가 소원을 빌며 던져놓은 다양한 나라의 동전들이 가득했다.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의미 없는 일 같다고 프레이는 생각했다. 만들어 놓은 분수대에 동전을 던진다고 해서 이루어질 소원이라면 굳이 빌지 않아도 이루어지는 일이 분명할 텐데.
우습네.
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사람들을 비웃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남들은 심심풀이든 간절함을 담았든 다 하나쯤 가지고 있는 소원이 하나도 없는 자신이 우스웠다. 멍한 표정으로 예쁘게 물줄기를 내뿜는 분수를 쳐다보는 프레이는 여행에 지쳐있었다.
페트릭 마일드리안을 피해 다른 나라로 도망치듯 떠난 여행은 처음에는 색다른 재미를 주었으나, 시간이 지나자 외로움만 더해질 뿐이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이방인처럼 느껴져서 프레이는 먼지가 가득하지만 안락함을 주는 서점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페트릭을 피해 여행을 시작한 지도 두 달이나 지났고 이쯤이면 그의 흥미도 식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집에 가야지.”
자장가를 불러주며 재워주는 부모님은 더는 없지만, 프레이에게는 이제 지친 몸을 눕힐 집이 있었다.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비행기에 올라탔을 때, 배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잠깐만 참으면 사그라드는 통증은 프레이가 아기를 낳은 뒤 생긴 증상이었다.
공항에 도착한 프레이는 점점 더 아파지는 아랫배의 통증에 진통제를 뒤적거렸다. 억제제와 수면제, 항우울증제만 보여서 입술을 깨물기 시작한 프레이는 집까지 참기에는 너무 심해지는 통증에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에 위치한 의료센터를 찾았다.
“아랫배에 통증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기억나십니까?”
“…아마 출산 이후부터였을 거예요.”
의사의 물음에 대답한 프레이는 의사가 내뱉는 말에 눈을 깜빡였다.
“자궁이 약해져 있어서 아마도 제 기능을 못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히트 사이클 주기도 더 길어지거나 아마 오지 않을 수도 있구요. 진통제를 처방해드릴 테니까 일단 복용하시고, 치료는 아시겠지만 큰 병원에 가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죽거나 그런 건 아니죠?”
“물론이죠. 악화되어도 그냥 불임이나 페로몬 샘이 닫히는 정도겠네요. 정밀진단을 받아보세요.”
프레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아기를 더 낳을 생각도 없고 히트 사이클이 사라지는 건 오히려 반가운 일이었다. 베타처럼 위장하던 지난 2년 동안 바랬던 일이었는데도 프레이는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우리 집안은 내가 마지막이네. 어차피 다 망해서 상관은 없지만.
비셔스의 핏줄은 자신에게서 끝이 난다. 가족애가 두터운 사이는 아니었어도 나름 화목한 가정이었지만 부모님의 사망 이후로 모든 것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진료비를 지불하고 공항을 빠져나가려던 찰나, 낯익은 남자가 눈앞에 서 있었다.
“프레이 비셔스.”
자신을 저렇게 부르는 남자는 이 세상에서 단 한 명뿐이다. 그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이제는 지쳐버린, 지긋지긋한 남자.
“응.”
프레이는 더 이상 임신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고 나온 후라 정신은 평소보다 조금 더 지쳐있었고, 장시간 비행기 안에 누워있었던 터라 몸이 나른했다. 페트릭 마일드리안을 밀어낼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불러오는 목소리에 작게 대답하자 페트릭의 목소리가 들렸다.
“페로몬은 왜… 외국 가서 다른 새끼랑 각인이라도 하고 온 거야?”
마치 자신과 무슨 대단한 사이라도 되는 것처럼 구는 페트릭이 신기하고 또 웃겨서 프레이가 작게 웃었다. 그의 보기 좋은 미간이 꿈틀거렸다.
“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프레이는 그를 피해 여행을 떠나는 것도 지쳤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것 같기도 했다.
“네 부모님 만나서 너 좋아하는 척, 해외에 유학 가 있는 척해주면 그만 나타날래?”
“프레이.”
프레이는 바닥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계약서대로 좋게 끝내자고 한 건 너였잖아. 마일드리안.”
“그건…….”
페트릭이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두 달 만에 만난 프레이는 지쳐 보였고, 조금 더 말라 있었다. 할 말을 찾지 못하는 페트릭에게 프레이가 말했다.
“피곤하다. 그만 찾아와줬으면 좋겠어. 부탁할게, 제발.”
프레이가 페트릭을 지나쳐 공항을 빠져나갔다. 다급하게 프레이의 손목을 붙잡은 페트릭이 중얼거렸다.
“프레이. 내가 몇 년 전에 심하게 대했던 건 사과할게. 어?”
사과. 프레이는 단어를 곱씹었다.
“뭘 사과한다는 거야.”
“널… 거칠게 안았던 거나 심한 말을 했다는 건 나도 인정한다고.”
프레이는 웃으면서 자신에게 매달리고 있는 남자를 올려다봤다.
“사과는 안 해도 돼. 너는 걸맞은 행동을 한 거야. 네가 돈 주고 산 구멍이었잖아, 나.”
“프레이.”
“손목 좀 놔. 아파.”
프레이는 손목을 잡은 페트릭의 손을 떼어내며 욱신거리는 손목을 주물렀다.
“사랑놀음이 하고 싶으면 다른 데 알아봐. 나 이제 몸 안 팔아.”
그렇게 말을 남기고 프레이는 택시에 올라탔다. 수하물들을 집으로 발송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 서 있는 페트릭 마일드리안의 생각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아서 창밖을 내다봤다. 하늘은 흐렸지만, 프레이의 기분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프레이가 불임이라는 판정을 받은 건 일주일 뒤였다.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프레이가 통증에 도움이 되는 진통제를 한 통 처방받고 병원을 나서자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고 있었다. 우산 없이 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프레이는 비를 맞으면 일주일은 꼬박 앓는 몸이었다. 비가 온다는 소식이 없어서 미처 챙기지 못한 우산을 떠올리며 멍하니 바닥에 떨어지는 물방울들을 응시하고 있을 때였다.
“이거 써.”
“…….”
페트릭 마일드리안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끈질기게 프레이를 쫓아다니는 페트릭은 약간의 광기마저 도는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내가 널 좋아한다니까? 아직도 안 믿겨서 튕기는 거야?
마치 저렇게 말하는 얼굴이라서 프레이는 한숨을 쉬었다. 애초에 그 계약서에 사인 같은 걸 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이 남자를 짝사랑하지도 말았어야 했다.
“마일드리안.”
프레이를 공항에서 만난 이후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페트릭이 대답했다.
“응.”
“네 부모님 만나주면 돼? 아니면 다리라도 벌려줘?”
“뭐?”
프레이가 했다고 생각이 되지 않는 말에 페트릭이 멍청하게 되물었다. 프레이는 자꾸 찾아오지 말라고 거절하고 화를 내도 찾아오는 페트릭에게 지쳐있었다. 그가 원하는 게 그의 부모님과 만나 거짓말을 해주는 것이든, 몸을 내어주는 것이든 해준 다음 그와 더 엮이고 싶지 않았다. 프레이는 지쳤고, 더 이상 그에게서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원하는 걸 내어주면 떨어지겠지.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일지도 몰랐지만, 프레이는 다 포기한 듯 중얼거렸다.
“가자. 네 부모님의 집이든, 모텔이든 어디든.”
*
침대에 누워 페트릭과 입술을 맞대고 있음에도 프레이는 설레지 않았다. 숨이 모자라서 조금 헐떡거리는 소리를 빼고는 프레이에게서는 비음 한 조각 나오지 않았다. 성급하게 옷을 벗기는 손길은 조심스럽기만 해서 프레이는 속으로 조소했다. 어느새 나신이 된 둘이 엉켜 들기 시작했을 때, 페트릭이 가슴을 빨면서 중얼거렸다.
“프레이. 정말 누구랑 각인이라도 한 거야?”
“각인했든 안 했든 너랑 상관없잖아.”
그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둘째치고 그런 게 왜 궁금한지 프레이는 알 수가 없었다. 프레이는 한마디 한 다음 입을 다물고서 자신의 유두를 머금고 있는 페트릭 마일드리안의 잘생긴 얼굴을 쳐다봤다. 눈이 마주치자 눈꼬리를 접으며 웃는 모습에 프레이는 눈꺼풀을 내려 눈을 감아버렸다.
“흐…….”
살짝 깨물린 유두가 쓰라려서 프레이가 작게 신음하자 축축한 물기가 있는 혀로 느리게 핥는 감각이 선명해졌다. 페로몬 샘이 고장이 나 버린 프레이에게서는 은은하게 나던 페로몬조차 맡기 힘들어서 페트릭은 단순히 프레이가 다른 알파와 각인이라도 한 것으로 생각했다.
각인한 알파를 놔두고 다리를 벌리는 프레이 비셔스라니.
알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치는 페트릭의 머릿속에는 온통 말라빠져서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프레이의 하얀 몸뿐이었다.
“아래는 왜 안 젖어. 각인 된 알파 말고 나한테 다리 벌리는 기분이 어때?”
프레이는 묵묵부답이었다. 프레이는 침대에 눕기 전, 그에게 확답을 받아냈다.
‘섹스하고 나면 이제 찾아오지 마.’
‘알았다니까.’
역시 몸이 목적이었는지, 순순히 물러나는 페트릭의 태도에 프레이는 속으로 웃음을 삼켜야 했다. 페트릭은 다른 생각을 하는지 허공을 응시하는 프레이의 보라색 눈동자를 내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호텔에 비치된 러브젤을 짜면서 페트릭은 앙상한 허벅지를 잡아 벌렸다. 성기에 젤을 대충 바르며 구멍 위로 꾹 누르면서 끝부분을 밀어 넣자 프레이의 입에서 희미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흐으.”
아픈지 미간을 찌푸린 채로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삼키는 얼굴이 힘들어 보였다. 페트릭은 몇 년 전, 프레이가 섹스하다 흐느끼며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 아흐… 조금만 살살, 해주면 안 될까? 아파…….’
돌이켜보면 늘 자신에게 안겨있는 프레이는 고통을 호소하며 헐떡이거나 눈물을 삼켜내는 얼굴이었다. 프레이의 구멍을 비집고 밀어 넣으려던 성기를 뒤로 물린 페트릭이 손가락을 넣고 있었다.
“아!”
제법 깊숙하게 찔러넣은 손가락에 놀라 다물리는 아래는 아직도 젖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젤 없이도 뒷구멍에서 애액을 질질 흘리던 과거와 정반대였다.
“프레이. 힘 좀 풀어.”
“…읏.”
허벅지가 파르르 떨리고 구멍이 살짝 느슨해졌을 때 손가락을 하나 더 밀어 넣던 페트릭은 너무 세게 물고 있어서 피가 날 것 같은 프레이의 입술을 쳐다봤다. 다리를 벌리고 있던 손을 얼굴로 가져가 입술을 벌리며 안에 넣자 프레이는 고개를 저으며 거부하고 있었다.
“피 나.”
“싫어. …우읍. 응.”
고개를 저을 때마다 손가락을 입안에 넣으며 혓바닥을 지그시 누르자 프레이는 손가락을 물고서 숨만 색색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기적인 새끼. 프레이는 속으로 그를 비난했다.
“네 알파는 네가 여기서 고등학교 동창에게 다리 벌리고 있는 거, 알아?”
“몰라.”
아까부터 각인이니 알파니 헛소리를 하는 페트릭에게 프레이는 대답할 가치를 못 느낀 채로 대충 얼버무리며 눈을 감아버렸다. 입술에 물려진 손가락 때문에 참기 힘들어진 신음이 조금씩 새어나가기 시작했다.
“아흐, 으응.”
손가락을 감싸는 내벽이 부드러워졌을 때쯤, 페트릭이 성기를 다시 천천히 밀어 넣었다. 프레이는 2년 만에 아래가 다시 열리는 감각들을 참으며 손가락으로 시트를 박박 긁어대기 시작했다. 페로몬 샘은 고장 나서 알파의 페로몬은 느껴지지 않고, 오로지 맨정신으로 그의 성기를 받아내야 하는 아래는 쓰라리기만 했다. 고통으로 생생해져 가는 감각에 헐떡거리고 있자 뺨 위로 키스가 떨어졌다.
“구멍이 뻑뻑한 게 그 새끼가 뒤를 잘 안 뚫어주나 봐. 프레이.”
“흐… 아흑.”
내장을 뒤집을 듯 들쑤시는 감각에 작게 발버둥을 치자 페트릭이 프레이의 두 발목을 한 손으로 잡고 머리 위로 잡아 올렸다.
“아, 존나 조여대네.”
“아, 아파… 아!”
거칠게 박아넣을 때마다 성기에 딸려 나오는 내벽이 점점 말라가서 페트릭은 연결된 부위에 젤을 짜내기 시작했다. 차가운 감촉에 바짝 감겨드는 속살이 오랜만이라서 페트릭이 아직도 발기하지 않은 프레이의 성기를 손으로 움켜잡았다.
“먼저 싸도 돼. 널 좋아하니까 봐줄게.”
“…흣.”
페트릭의 손가락이 입안에서 빠져나가자마자 프레이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반쯤 접힌 다리는 계속 후들거리고, 아래를 들쑤시는 성기가 너무 아파서 프레이는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
“아. 프레이. 각인한 상태에서 내가 각인을 시도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아?”
“무슨…….”
프레이는 고통으로 흐릿해진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안달이었다. 각인이라도 되면 진짜 그에게서 영원히 도망치기 어려워진다. 두려움에 떠는 프레이가 발버둥을 치며 흐느꼈다.
“안 돼… 각인하면 안 돼…….”
“왜 안돼. 어차피 너 다른 알파랑 각인했다며.”
“그건… 아!”
프레이가 전신에 퍼지는 오싹한 느낌에 정신을 놓았다. 페트릭은 축 늘어진 프레이의 몸을 헤집다가 느껴지는 위화감에 눈을 느리게 깜빡거렸다. 각인하면 느껴진다는 전신의 열감과 아까보다 조금 더 희미하지만 선명하게 느껴지는 프레이의 페로몬이 이상했다.
프레이는 다른 알파랑 각인한 게 아니었나?
기절했는지 축 늘어진 프레이를 흔들어 깨우며 페트릭이 성기를 빼내자 피가 흐르는 아래가 적나라했다.
“프레이.”
페트릭이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허공에 흩어졌다. 기절한 프레이의 얼굴은 창백하기만 했다.
*
불임. 페로몬 샘의 기능 저하. 자궁의 출혈. 환각, 환청을 동반한 우울증. 불면증. 영양실조.
프레이 비셔스의 몸에 씌워진 병의 이름들이었다. 희미한 페로몬은 항우울제와 수면제의 부작용으로 인한 결과였다. 프레이는 알파와 각인을 한 것이 아니라 그저 몸이 망가져 있었을 뿐이었다.
“…….”
프레이는 피딱지가 앉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침대에 누워 눈만 깜빡였다. 찢어진 아래는 페트릭의 주치의가 치료하긴 했으나 아직도 통증이 남아있어 프레이를 비참하게 만들고 있었다. 프레이는 정말 기절하기 전 느꼈던 끔찍한 감각이 사실이 아니길 빌면서 입을 뗐다. 다 쉬어버린 목소리는 불안으로 흔들렸다.
“나랑 네가 각인, 된 거야?”
프레이의 목소리에 페트릭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프레이는 덮고 있던 이불을 걷고 몸을 일으켰다. 이를 악물면 찢어진 아래의 통증을 그럭저럭 참을 수 있어서 입술을 깨물었더니, 터진 입술에서 피 맛이 느껴졌다.
“어딜 가려고?”
“…무슨 상관이야.”
프레이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페트릭을 밀치며 비틀거리는 발에 힘을 주어 넘어지지 않으려 애를 쓰는 게 고작이었다. 혹사당한 아래는 걸을 때마다 쓰라렸고, 온몸의 근육들은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을 호소했지만, 프레이는 이 끔찍한 호텔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기절하기 전 프레이는 페트릭 마일드리안에게 하룻밤 다리를 벌려주는 대신 다신 자신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기절하긴 했으나 어쨌든 다리는 벌려줬고, 이제 페트릭이 약속을 지킬 차례였다. 문으로 향하는 거리가 너무도 멀게만 느껴져서 눈앞이 다 아찔하고, 숨이 턱턱 막혔다. 프레이가 문고리를 잡으려 손을 뻗었을 때 볼품없이 흔들리는 그의 손을 붙잡은 페트릭이 말했다.
“어딜 가냐고 물었어. 프레이 비셔스.”
“약속 잊었어?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기로 했잖아.”
“그건 이렇게 되기 전의 일이고. 각인한 오메가가 아픈데 버리고 가는 알파가 어디 있어.”
각인한 오메가. 그 단어가 프레이에게 더없이 끔찍하게 다가왔다. 결국, 그에게 소유물처럼 각인이 되어버린 몸이 역겨워서 죽을 것 같은 프레이는 페트릭의 손을 뿌리치며 처음으로 그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손 치워!”
페트릭은 날카로운 고함에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프레이 비셔스가 큰 소리를 낸 적은 그의 기억 속에서 단 한 번도 없었다. 방 안의 공기가 조금 서늘해지는 착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내 앞에 나타나지 마.”
“프레이.”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연 프레이의 어깨를 붙잡은 페트릭은 순간 뺨에서 느껴지는 얼얼한 통증에 눈앞이 하얗게 점멸했다. 잔뜩 돌아간 얼굴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얼이 빠져있는 상태였고, 하얀 피부 위로 빨간 자국이 작은 손 모양대로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찢어진 아래만 아니었다면 귀싸대기 한 대로 끝나지 않았겠지만, 정강이나 그의 다리 사이를 걷어차기에 프레이는 서 있는 것이 고작이어서 뺨을 후려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몸을 움직이며 프레이가 페트릭에게 경고했다.
“약속 지켜. 페트릭 마일드리안.”
프레이에게 뺨을 맞을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는지 페트릭은 입안에 고인 피를 바닥에 뱉으며 부어오른 뺨을 만졌다. 화끈거리는 볼에 손가락이 닿자 쓰라린 통증이 올라와서 정말 프레이 비셔스가 자신을 때렸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날 때려? 프레이 비셔스 따위가?
페트릭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문을 열고 나가려는 프레이의 몸을 붙들어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어딜 가. 프레이. 튕기는 것도 정도가 있지.”
“뭐… 악. 이거 놔! 마일드리안!”
프레이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가던 페트릭은 침대로 말라빠진 몸을 내동댕이치듯 떠밀었다. 체격과 힘에서부터 나는 차이로 프레이는 침대에 엎어져서 숨을 헐떡거렸다.
“너 나 좋아한다며? 나 좋아한다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면 믿을 것 같아?”
“미친 새끼. 이거 놔!”
프레이가 통증으로 몸을 덜덜 떨면서 눈물을 흘리자 페트릭은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질질 짜는 오메가 같은 건 좆같았는데, 각인 탓이라 그런가. 프레이 네가 우는 건 좀 꼴리네.”
“으, 읍… 하지 마! 악.”
입술을 거칠게 빨리자 찢어진 입술에서 끔찍한 통증이 올라와 프레이는 죽을 것 같았다. 프레이는 발버둥을 치며 그의 어깨를 발로 밀어내다 발목이 잡혔다.
“발목 부러지고 싶으면 더해. 해줄 테니까.”
“너 이거 강간이야. 미친 새끼야!”
고함을 지르는 프레이의 얼굴은 눈물로 젖어 엉망이었다. 그의 수작에 휘말리는 게 아니었다. 그의 부모님의 집이든, 호텔이든 모텔이든 가자고 도발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페트릭 마일드리안이 뭐라고 하든 무시하고 차라리 도망을 가야 했어. 후회로 일그러진 프레이의 발길질을 저지하던 페트릭은 한 손에 잡히는 가는 발목을 세게 움켜쥐기 시작했다.
“아악!”
고통으로 하얗게 질린 얼굴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할 때쯤, 프레이는 발목이 정말 부러질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었다.
“마, 마일드리안.”
“이름으로 불러.”
맛이 간 눈동자가 프레이를 응시하며 음산하게 웃었다. 프레이는 정말 페트릭이 자신의 발목을 부러트리려 했음을 깨달았다.
“그만해. 발목… 읏.”
“왜. 부러질까 봐 겁나?”
프레이는 발목이 부러지면 도망가기 더 어려워질 것 같아서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분고분해진 프레이를 내려다보며 페트릭은 살짝 웃더니 뺨을 쓸었다. 순간 바뀌는 얼굴이 소름 끼쳐서 프레이가 눈을 감아버리자, 페트릭이 프레이의 뺨을 세게 움켜쥐며 물었다
“프레이 비셔스. 내가 너 좋아한다고. 알아들어?”
“…….”
미친 새끼. 그동안 그를 향해 품었던 마음들이 부질없어질 정도로 페트릭 마일드리안은 미친 새끼였다. 프레이는 욱신거리는 발목과 온몸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느낌을 겨우 견뎌내며 숨만 쉬고 있기에도 힘들었다. 뺨을 붙든 손을 세게 좌우로 흔들며 대답을 재촉하는 페트릭의 목소리가 끔찍했다.
“알아듣냐고.”
“…끄흐.”
프레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작게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울먹이는 중이었다. 페트릭은 그제야 뺨을 붙잡았던 손을 떼며 프레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일단 자. 내 말 들었으면 안 울어도 됐잖아.”
위선자가 내뱉는 목소리가 귓가에서 부서졌다. 나는 집에 돌아갈 수 있나? 프레이는 겁부터 났다.
*
잠깐 잠에서 깨어나자 발목에 감긴 붕대 위로 가죽으로 된 족쇄가 눈에 띄었다. 차랑거리는 소리를 내는 사슬 소리에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이 예전에 머물렀던 페트릭의 집에 있는 방이었다. 그의 집과 자신이 사는 도시는 비행기로 두 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도대체 언제 도착한 건지 알 수 없어서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고 프레이가 침대에 내려가려던 그때였다.
“일어났네.”
“…마일, 드리안.”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목을 움켜쥐고 내뱉은 그의 이름이 무거워서 프레이는 목이 졸리는 느낌이 들었다.
“도망이라도 갈 것 같아서.”
“…뭐?”
그래서 개처럼 이런 사슬을 매 놨다고? 프레이는 경악하는 얼굴로 페트릭의 얼굴을 쳐다봤다.
“풀어줘.”
“프레이… 프레이…. 아직도 이상한 소리를 하네.”
페트릭은 고개를 흔들며 프레이의 앞에 서며 페로몬을 내보냈다. 페로몬 샘이 고장 나버린 프레이는 조금 희미하게 느껴질 뿐인 그의 페로몬에 질식하기는커녕 그의 손을 뿌리치고 있었다.
“페로몬 샘이 고장 났다는 건 들었는데, 이러면 좀 힘든데.”
“개소리 그만하고 비켜!”
프레이의 족쇄에 연결된 사슬이 차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프레이가 비틀거리며 침대 밖으로 내려와 몇 발자국 걸었을 때, 조금 기분이 상한 얼굴의 페트릭이 눈앞에 나타나서 프레이가 눈을 크게 떴다.
“프레이. 상황파악이 아직도 안 되나 본데…….”
페트릭 마일드리안이 프레이 비셔스에게 선고했다.
“넌 내 소유가 된 거라고. 알아들어?”
*
프레이의 숨이 넘어가다 못해 눈이 뒤로 넘어갈 때가 돼서야 목구멍 안까지 들어온 페트릭의 길고 두꺼운 좆이 빠져나갔다. 쓰라린 목 안으로 밀려들어 오는 공기는 혹사당한 프레이의 목 안에 따가운 통증이 일게 만들었다. 숨을 내뱉는 입술 사이로 뿌연 정액이 흘러내려 바닥에 뚝-뚝-하고 떨어졌다.
“프레이.”
“…….”
프레이는 목구멍이 부어서 신음 한 마디조차 제대로 내뱉지도 못하고 있었다. 차라리 페로몬으로 뇌가 곤죽이 되면 편했을 텐데, 프레이는 망가진 페로몬 샘 때문에 알파의 페로몬에 전혀 반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맨정신으로 견뎌내야 하는 끔찍한 시간이었다.
“내가 윗입으로 못 먹으면 아랫입으로 먹어야 한다고 그랬지.”
“…흐.”
프레이는 학습된 공포로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반항했다가는 더 큰 고통이 찾아올 것임을 몸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리를 벌리고 환한 조명 불빛 아래에 드러난 구멍은 이미 몇 번이나 안에 싸놓은 페트릭의 정액이 하얗게 엉겨 붙어 있었다.
“……!”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는 살갗이 부딪혀서 찰박거리는 소리에 묻혀버리고 있었다. 그렇게 들이부어도 모자란지 정액으로 이미 불룩해진 아랫배를 들쑤시는 성기가 먼저 싸놓은 정액들로 보다 부드럽게 구멍을 들락거리는 사이, 프레이는 다리를 잔뜩 벌리고 누워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서러워? 왜 울어. 좋아하는 사람이 박아주잖아. 프레이. 앙앙대면서 좋아해야지.”
“…읏.”
색이 바래버린 연보라색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좆을 깊숙이 박아넣던 페트릭은 몇 번인지 모를 정액을 안에 싸기 시작했다. 프레이는 할딱거리며 머리채를 잡힌 채로 구멍을 바르르 떨기 시작했다.
“더 달라고?”
엉망이 된 점막을 느리게 들쑤시며 페트릭이 프레이의 수치심을 부추기자 작은 머리가 좌우로 흔들렸다. 페트릭은 제 좆을 너무 못 빨기에 조금 거칠게 굴었더니 목이 부어서 결국은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는 프레이의 구멍에서 성기를 빼냈다. 왈칵하고 쏟아지는 정액을 눈으로 바라보던 페트릭은 손가락으로 정액을 끄집어냈다. 가늘고 우아한 손가락에는 덩어리진 정액들이 묻어 있었다.
“쯧. 깨끗하게 빨아.”
프레이의 입술 안으로 정액이 묻은 제 손가락을 쑤셔 넣은 페트릭은 손가락에 덜덜 떨리는 혓바닥이 감겨드는 감촉에 만족스럽게 웃었다. 프레이는 혀끝에 느껴지는 비릿한 정액의 맛에 구역질이 넘어오고 있었다. 한참이나 손가락을 쪽쪽 빨고 나서야 손가락을 빼낸 페트릭은 지쳐버린 몸을 아무렇게나 늘어트린 프레이의 몸을 뒤집었다. 찰싹하고 엉덩이를 후려치며 넋을 놓고 있는 프레이에게 그가 차갑게 명령했다.
“엉덩이 치켜들어야지.”
그에게 붙잡혀 강간을 당하는 동안 하나씩 늘어나던 구슬은 어느새 일곱 개가 되어있었다. 일주일 째 그에게 붙잡혀 있다는 이야기였다. 제각각의 크기가 다른 구슬들이 꿰어져 있는 가는 사슬이 짤랑거리는 소리에 프레이는 반사적으로 구멍을 움찔거렸다.
끈적이기까지 하는 정액들을 비집고 제법 작은 사이즈의 구슬이 쉽게 들어가자 프레이가 시트를 박박 긁었다. 애처로운 손길을 비웃으며 사슬은 찰랑거렸다.
“직접 넣어. 프레이. 너같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오메가한테 봉사해주는 것도 어제가 마지막이었던 거 잊었어?”
“…끄흐.”
엉덩이를 치켜들고 사정없이 흔들리는 손을 들어 구멍에 꽂혀 있는 사슬의 끝부분을 만지자 프레이의 눈에는 눈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왜 자꾸 우냐고.”
엉덩이를 세게 후려치자 풀썩 소리를 내며 프레이의 몸이 옆으로 무너졌다. 끅끅거리는 프레이의 엉덩이는 발갛게 부어있었다. 관계를 하면서 몇 번이나 맞아야 했던 엉덩이를 다시 강하게 내려치자 요도 플러그가 꽂혀 있어 사정을 못 하는 프레이의 성기가 꺼떡거렸다.
“자세 안 잡고 뭐 해.”
페트릭의 짜증이 가득한 음성이 천둥소리처럼 느껴져서 프레이는 눈앞이 다 흐릿해졌다. 고통만 가득한 몸을 다시 엎드리고 개처럼 엎드렸을 때, 프레이는 수치심 같은 감정은 조금씩 옅어지고 있단 느낌이 들었다.
차르르- 특유의 소리를 내는 체인의 끝을 더듬어 구멍에 박혀있는 구슬, 바로 다음 구슬을 손으로 만졌을 때, 다시 프레이에게 천둥소리가 내려꽂혔다.
“빨리.”
구슬을 천천히 자신의 엉덩이 사이에 밀어 넣는 중인데도 사정을 하지 못해 꺼떡대며 흔들리는 성기의 감각이 생생했다. 두 번째 구슬을 힘겹게 안으로 품었을 때 엉덩이에 화끈한 통증이 느껴져 몸 안에 들어있는 구슬을 바짝 조이자, 오돌토돌하게 나 있는 돌기들이 내벽을 눌러 발끝이 오므라들게 만든다. 프레이는 부족한 숨을 쉬기 위해 입을 벌리고 숨을 쉬기 시작했다. 채 삼키지 못한 침들이 시트를 적시고 다시 엉덩이에 매서운 손이 날아들었다.
“지금 놀고 있어?”
“흐!”
구슬을 다시 더듬거리자 손끝에 만져지는 돌기에 구멍이 다 떨렸다. 제법 날카로운 돌기에 머뭇거리다 마저 구멍으로 밀어 넣으며 아래에 들어간 힘을 빼는 프레이가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봐주니까 끝도 없네.”
머뭇거리는 프레이의 손을 떼어낸 페트릭이 구슬들을 한 번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침으로 범벅된 얼굴을 시트에 처박고 손을 뒤로 한 채로 무자비한 손길로 구슬을 다 박아넣은 그의 손을 붙잡으려던 프레이가 옆으로 쓰러졌다.
“좋지?”
프레이의 뺨을 치며 내려다보는 페트릭이 웃었다. 구멍에 가득 들어찬 구슬들을 꿰고 있는 체인의 끝을 들어 프레이의 목에 걸린 가죽 목걸이에 건 페트릭이 꺼떡거리는 프레이의 성기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요도 플러그 끝에 달린 방울이 짤랑이는 소리가 더없이 음란했다.
“프레이. 내가 보는 데서 자위해봐.”
그의 명령에 프레이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몸을 뒤로 물리려 버둥거리는 모습에 날카로운 파열음이 침실에 울렸다. 고개가 돌아간 프레이의 입가에는 피가 흘러나왔다. 입안이 찢어졌는지 입안이 얼얼하고 눈앞이 흐릿해서 프레이는 결국 울먹이며 손으로 제 성기를 움켜잡았다.
“딸랑거리는 방울 소리 멈추면 죽을 줄 알아.”
그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가 무서웠다. 프레이가 어설픈 손으로 발기한 제 성기를 위아래로 쓸어내릴 때마다 딸랑- 딸랑- 하고 음란한 방울 소리가 요란했다. 몇 번이고 사정감에 허리를 비틀어도 보고, 엉덩이를 흔들었음에도 페트릭은 제 요도구에 꽂힌 플러그를 빼줄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프레이. 싸고 싶어?”
페트릭은 몇 번이나 사정하는 프레이의 성기에 끼워진 링이 지겨워졌는지, 방울이 달린 가느다란 막대를 요도 끝에 쑤셔 넣고 지금까지 괴롭히고 있었다. 그에게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려놓은 프레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매달렸다. 며칠이고 자극받고 개발당한 몸이 예민해져서 성기에서는 금방이라도 하얀 정액을 쏟아내고 싶어 안달이었다.
“내 이름 불러봐.”
“…릭.”
다 부어버린 목으로 희미한 바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안 들린다는 듯이 성기 끝에 매달린 방울을 검지로 튕기는 페트릭은 눈썹을 씰룩이며 대답을 재촉했다.
“빨리. 프레이.”
목 안은 부어서 물 한 모금 삼키기 힘들 것 같았고 아직도 비린 정액 맛이 나서 토할 것 같았다. 프레이는 악몽이 되어버린 첫 고백 날을 제외하면 처음 부르는, 자신의 예전 첫사랑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불렀다.
“…트릭… 페트릭… 제발. 흐.”
“프레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페트릭이 살살 제 성기를 감아쥐자 프레이가 허리를 떨며 눈물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가로막힌 사정을 기대하는 쾌감이 온몸을 지배하고, 구멍 안에 들어찬 구슬들의 돌기들이 여리고 민감한 내장 안을 누르며 서로 부딪혀 돌아가는 감각에 죽어버릴 것 같았다.
짤랑이는 소리가 나는 요도 플러그의 끝을 잡고 살살 돌려가며 애를 태우던 페트릭이 가느다란 막대를 빼냈다. 금방이라도 정액을 쏟아낼 기세인 성기를 느리게 한 번 훑자, 프레이의 몸이 경련했다. 하얀 정액이 허공에 튀며 페트릭의 얼굴과 프레이의 배에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앞으로 나한테 허락 맡고 싸는 거야. 알아들어?”
“응…….”
프레이는 사정의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페로몬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비릿한 정액과 희미한 땀 냄새만이 전부인 일곱 번째 밤이 끝나고 있었다.
*
엉덩이는 몇 번을 맞았는지 멍이 들어있었고, 구멍에는 임신을 위해 그에게 다리를 벌렸던 몇 년 전처럼 마개를 하고 있어야 했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프레이가 가죽으로 만들어진 정조대를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성기를 끼울 수 있는 동그란 구멍으로 성기를 넣고 착용하는 가죽 정조대를 입은 프레이는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페트릭이 재미가 들렸는지 요새 늘 끼워놓은 요도 플러그에서 딸랑-딸랑- 소리가 났다. 구멍 안에 들어있는 전동 딜도는 플러그에 막혀 빠지지도 못하고 구멍 안에서 부르르 떨어대는 중이다. 가죽으로 된 정조대의 앞부분과 연결된 사슬은 프레이의 목에 채워진 목걸이와 팽팽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사슬의 끝에는 묵직한 자물쇠가 잠겨있었다.
자물쇠를 여는 열쇠는 페트릭의 손에 있었다. 그는 엎드려 몸을 빌빌 떨어대는 프레이의 얼굴 앞에 개밥그릇처럼 보이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조금 납작한 접시를 내려놓았다. 그 안에는 뿌옇고 점성이 있어 보이는 액체가 담겨있었다.
페트릭 마일드리안의 정액이었다.
자신의 오메가로 각인시킨 이후, 프레이가 식사를 가져와도 먹기를 거부하는 탓에 페트릭은 아예 프레이에게 정액만 먹이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 윗입도 아랫입도 가득 먹여야 그제야 좋아죽는 얼굴을 하는 오메가라고 생각하면서 페트릭은 발끝으로 밥그릇을 밀었다.
“밥 먹어. 프레이.”
“으응.”
프레이는 이제 완벽히 그에게 복종하고 있었다. 이 주일쯤 폭력적인 섹스를 하다 보니 기어이 뇌가 파업한 것 같았다. 그가 하라는 대로 딜도를 구멍에 넣고 바닥에 손발을 붙이고 엎드려 정액이 들어있는 그릇에 얼굴을 처박고 핥아먹기 시작하는 프레이를 발로 밀치며 페트릭이 말했다.
“감사 인사는 어디 갔어. 프레이. 너 같은 오메가를 좋아해서 매일 정액도 먹여주잖아. 어?”
“…미안해… 잘 먹을게. 페트릭.”
프레이는 기침을 삼키면서 바닥에 엎드려 벌벌 떨었다. 뻑뻑한 내장 안을 들쑤시는 딜도를 조이는 구멍이 쓰라리고, 그에게 걷어차인 어깨가 쑤셨지만, 프레이는 그에게 잘못을 먼저 빌어야 상황이 비교적 쉽게 지나간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바닥에 흘린 거부터 먹어.”
“응.”
프레이는 미각이 사라져버린 혀를 내밀어 차가운 나무 바닥에 엎질러진 끈적한 정액을 샅샅이 핥기 시작했다. 고개를 열심히 움직이며 바닥을 혀로 청소한 프레이가 스테인리스 그릇에 얼굴을 박고 할짝대며 정액을 먹었다. 그저 미끈하고 조금 꿀렁거리는 식감이 드는 액체가 된 페트릭의 정액을 다 먹었을 때, 프레이는 손끝으로 자신을 부르는 페트릭의 손길에 네발로 기어갔다. 그의 발치 아래 엎드렸을 때, 페트릭이 명령했다.
“일어나.”
“으응.”
몇 시간이나 엎드려 있어야 해서 삐걱거리는 몸을 바로 세우려 하자 깊은 곳에 박혀 든 딜도가 갑자기 바뀐 자세에 다른 쪽으로 움직여 내장을 쿡쿡 찔러대기 시작했다.
“흐으응… 아, 아윽.”
페트릭이 주사한 약물로 민감해진 몸은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프레이의 성기를 세웠다. 여전히 움직일 때마다 딸랑거리던 방울이 요란한 소리를 내고 할딱대는 신음을 내는 프레이가 힘겹게 바로 서자, 페트릭은 목에 대롱대롱 매달린 자물쇠를 움켜잡고 자신 쪽으로 잡아당겼다. 갑작스러운 페트릭의 행동에 상체가 딸려 간 프레이는 자물쇠를 풀고 있는 그의 행동을 얌전히 기다렸다.
도망갈 수 없고, 그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만이 프레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자물쇠를 빼낸 손은 사슬을 풀어내어 손에 들고서 정조대를 벗으라고 프레이에게 지시했다.
“흐으…….”
옆쪽에 채워진 스트랩을 풀어내고, 앞면에 나 있는 구멍에 끼워진 성기를 조심스럽게 빼낸 프레이는 다 벗은 정조대를 바닥에 두고 알몸으로 페트릭 마일드리안의 앞에 섰다. 꺼떡거리는 성기에선 아직도 딸랑이는 방울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오고 우우웅 하고 진동 소리를 내는 딜도를 막고 있는 마개는 구멍 안에 박혀있었다.
“저기 벽 짚고 서서 네가 직접 쑤셔.”
“…아흣.”
프레이가 머뭇거리며 싫어하는 기색을 비치자 자비 없는 손길이 올라갔다. 몸을 굳힌 프레이가 어기적거리는 몸으로 다급히 벽으로 걸어가며 속삭였다.
“할게. 지금 할게.”
“플러그 빼고 뒤로만 갈 때까지.”
페트릭은 프레이가 벽을 짚고 서 있는 곳이 다가와서 엉덩이를 후려쳤다.
“시작 안 해?”
“아, 아윽.”
작은 손가락을 끝에 있는 고리에 걸고 마개를 밖으로 빼내자 야한 신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지루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페트릭이 말했다.
“플러그 안 빼?”
“아, 흐읏. 뺄… 뺄게.”
고리에 걸고 있던 손가락을 빼내고 자신의 성기에 꽂힌 플러그를 살살 빼낸 프레이는 딸랑거리는 플러그를 손에 들고 어찌할 줄 모르는 눈으로 페트릭을 쳐다봤다.
“물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제 성기에 꽂혀 있던 플러그를 입에 문 프레이는 다시 엉덩이에 꽂힌 마개에 손가락을 걸고 쑤시기 시작했다.
“끄흐… 으응… 응!”
입에 물고 있는 플러그에 달린 방울이 프레이가 할딱거릴 때마다 여전히 딸랑거렸다. 조금 달아오르기 시작했는지 제 구멍을 들쑤시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고 쾌감이 피어오르려던 순간, 구멍을 막고 있던 마개가 페트릭의 손에 의해 빠져나갔다.
“아흑!”
입을 다물지 못해 프레이의 침이 타고 흐르고 있던 금속 막대는 갑작스러운 자극에 신음이 터진 프레이의 입술에서 바닥으로 추락했다. 바지 버클을 내리고 성기만 꺼낸 페트릭의 단단한 좆이 구멍을 파고들기 시작하자 프레이가 벽을 짚고서 숨을 할딱거렸다. 이미 구멍 안에는 세게 진동하는 딜도가 들어있는 상태였다.
“으흑. 아… 안 돼. 페트릭…….”
“모자라서 쑤시고 있던 거 아녔어?”
페트릭은 자신의 좆 끄트머리에 닿는 딜도의 진동에 나른한 신음을 흘렸다. 안으로 파고드는 딜도가 기어이 배를 찢을 기세로 진동하고 있는데도 사정없이 구멍을 비집고 박히는 페트릭의 거근은 프레이를 공포에 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벽을 짚은 두 손은 하얗게 질려있었고 엉덩이를 뒤로 뺀 채로 성기를 오물거리던 프레이의 아래는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아 보였다.
“살, 살려줘… 흐윽…….”
프레이는 페트릭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제 좆을 반도 못 먹는 오메가의 뻑뻑한 구멍을 내려다보던 페트릭이 웃으며 대답했다.
“프레이, 언제 내가 널 죽인대? 지금 널 사랑해주고 있잖아.”
페트릭 마일드리안의 광기 어린 대답을 들으며 프레이 비셔스가 결국 모든 걸 체념해버리는 순간이었다. 과거에 수줍고 설레기만 하던 첫사랑의 추억들과 소중히 간직했었던 마음들의 최종 종착역은 공허였다.
*
조명의 은은한 빛을 받은 뽀얀 다리는 사슬에 매달린 채로 허공에서 미세하게 경련했다. 가는 발목에 채워진 가죽 족쇄와 천장에서 내려온 사슬이 연결된 탓에 다리를 발버둥 칠 때마다 조금 날카로운 금속 마찰음을 만들었다.
마음이 모두 메말라버린 프레이는 그저 강한 자극이 가해져야 신음을 낼 뿐, 몸을 축 늘어트리고 무기력하게 지냈었다. 페트릭은 반응이 없는 프레이에게 한 조각의 반응을 얻어내기 위해서 히트 사이클 유도제, 술과 그리고 마약을 내키는 대로 먹이기 시작했다.
술병을 한 손에 들고 있는 페트릭은 바닥에 등을 대고 다리를 벌린 채로 누워있는 프레이에게 향했다. 그의 손에 들린 술병 안에는 미처 녹지 못한 마약 가루가 덩어리져 둥둥 떠다녔다.
어제 새벽쯤 먹여놓은 마약의 후유증인지, 아니면 히트 사이클 유도제의 부작용인지는 몰라도 다 풀려있는 눈동자는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아… 흐으응……!”
허공에 들린 다리 사이로 차가운 유리병의 입구가 파고들기 시작하자 사슬들이 시끄럽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좋아 죽네. 뒷구멍으로 술 마시는 게 그렇게 좋아?”
“…하악…….”
구멍에 꽂아 넣은 술병을 기울이자, 차갑지만 내장을 태울 것 같은 액체가 구멍 안으로 왈칵 쏟아져 내렸다. 액체가 주는 감각에 프레이의 두 다리가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병에 담긴 술의 삼 분의 일 정도를 구멍 안에 쏟아부은 페트릭이 구멍이 물고 있던 병을 빼냈다.
알코올과 마약이 점막에 흡수되어 빠르게 몸 안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프레이는 여기가 어디인지, 자신이 몇 살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게 되었다. 하루하루, 매시간 프레이의 최근 기억은 과거로 향하고 있었다. 프레이의 기억 퇴행이 시작되는 중이었다.
*
발소리가 사라지고 고요함만 남은 방 안에는 오로지 프레이가 몸을 움찔거릴 때마다 나는 사슬 소리와 가빠진 숨을 내뱉는 숨소리뿐이었다. 멀리서 절그럭거리는 무거운 체인이 땅바닥에 질질 끌리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프레이가 마약 때문에 발기한 성기에서 정액을 흘리기 시작할 때쯤, 두꺼운 두께의 쇠가 서로 얽혀있는 체인을 손에 들고 있는 페트릭이 방으로 들어왔다.
길이가 긴 체인의 끝을 잡고 가볍게 잡아당기며 무게를 가늠하던 페트릭은 움찔움찔하고 씰룩이는 엉덩이를 가볍게 후려쳤다.
차가운 체인이 구멍에 닿자 기대감으로 벌름대는 프레이의 음란한 모습을 비웃던 페트릭은 두꺼운 사슬 고리 하나를 엄지손가락으로 꾹 밀어 넣었다. 동그란 구멍과 연결된 체인은 침대 밑바닥까지 질질 끌려있었다. 더 원하는 듯이 허리를 흔드는 프레이의 행동에 페트릭이 체인을 높이 들고 구멍 안으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두껍고 무거운 체인이 절그럭대는 소리를 내며 동그란 엉덩이 사이에 위치한 구멍 안으로 술술 밀려 들어갔다. 내장 안에서 무게 탓에 서로 부딪히는 쇠의 감각에 프레이는 침만 질질 흘리는 중이었다.
“흐으…….”
체인을 집어넣었다가 위로 느리게 들어 올리자 프레이는 다리를 버둥거렸다. 민감한 구멍을 스치며 빠져나가는 금속 덩어리들을 조이지도 못하고서 프레이는 숨을 할딱이는 게 전부였다. 두꺼운 체인이 묵직하게 아랫배에 들어차는 감각은 섬뜩하고 두려웠지만 미미한 쾌감을 들게 했다.
페트릭은 아래로 두꺼운 체인을 잔뜩 물고 있는 구멍을 눈으로 응시하면서 체인을 위아래로 넣었다 빼내는 행위를 하자 서서히 발기하는 자신의 성기를 느리게 문질렀다. 구멍 안으로 체인을 어느 정도 다 넣었다는 생각이 든 페트릭이 손에 들고 있던 체인을 바닥에 던졌다. 묵직한 마찰음이 조용한 방 안의 공기를 울렸다. 눈이 다 풀린 프레이는 손으로 제 성기를 잡고 흔들고 있었다.
페트릭은 웃으면서 프레이의 머리채를 잡고 침대 모서리로 질질 끌고 가더니 목이 뒤로 젖혀진 프레이의 뺨을 툭툭 쳤다. 프레이가 반사적으로 입을 벌리자, 습한 열기를 내는 페트릭의 굵은 좆이 입안으로 밀려들었다. 끅끅거리며 몸을 떨 때마다 구멍에 들어찬 체인들과 천장에 매달린 사슬들이 짤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귀를 즐겁게 했다.
“하아…….”
한참이나 목구멍을 헤집어대던 성기에서 금방이라도 정액을 쏟아낼 것 같은 기분이 들자 페트릭은 성기를 뽑아내어 프레이의 얼굴 위에서 흔들었다. 몇 번의 손길로 뿌연 정액이 프레이의 얼굴 위로 후드득 떨어졌다. 숨을 헐떡이는 무기력한 얼굴에 떨어진 정액을 힐끔 쳐다본 페트릭이 다시 프레이의 입에 좆을 물렸다. 정신이 몽롱했으나 몸이 기억하고 있는지 프레이는 입안에 든 살덩어리를 맛있다는 듯이 빨았다.
“요새 좀 쓸만하네.”
페트릭은 처음부터 이렇게 교육을 시켜야 했다고 속으로 웃었다. 무기력하게 인형처럼 다리만 벌리던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하나하나 교육을 시키는 과정은 즐거웠다. 페트릭은 자신이 폭력적인 성격이란 걸 인정했다. 자신에게 종속된 주제에 말을 듣지 않는 오메가에게 떨어지는 폭력은 무자비했다.
‘프레이. 왜 말을 안 들어. 넌 이제 내 꺼라는 거 잊었어?’
페트릭 마일드리안은 프레이를 사람 취급도 하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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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도 자주 먹이자 반응이 미미해진 프레이에게 주사를 놓은 페트릭은 주사기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그리고는 바닥에 널브러진 프레이의 구멍에 들어있는 딜도를 응시했다. 딜도 끝에 있는 고리에 사슬을 연결하고 벽에 있는 고리에 가져가 걸려 하자 딜도를 조이던 프레이가 뒷걸음질을 쳤다. 인위적으로 오게 만든 히트 사이클 유도제는 오로지 뒷구멍에 무언가를 넣고 싶게 만들었다. 사슬을 당기자 프레이는 구멍을 빠져나가는 딜도가 아쉬워서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제야 발정이 났네.”
“아응… 으흐…….”
페트릭은 자신이 체인을 당길 때마다 네발로 기어서 뒷걸음질 치며 딜도를 다시 제 손으로 집어넣는 프레이의 꼴이 마음에 들었다. 벽까지 끌고 간 체인을 제법 높이가 있는 고리에 걸려 하자 프레이의 엉덩이가 들렸다.
“하악!”
“딜도 빠지면 재미없을 줄 알아.”
프레이는 엎드려 있던 몸을 세우고 다급하게 손으로 반쯤 빠져나간 딜도를 다시 제 구멍에 밀어 넣었다. 엉거주춤하게 엉덩이를 치켜들고 두 다리로 선 프레이가 자꾸 빠져나가려는 딜도를 손으로 밀어 넣는 걸 반복하고 있었다.
딜도를 다 품으려면 꼿꼿하게 허리를 세워 두 다리로 서야 했다. 후들거리는 두 다리로 안정적으로 딜도를 품고서 무의식적으로 제 성기에 손을 가져간 프레이는 사정 방지 링도 모자라 요도 플러그까지 꽂힌 상태의 성기를 만지며 애타는 목소리로 흐느꼈다.
“제발… 흐응… 아아!”
페트릭은 다리를 꼬고 침대에 앉아서 제 물건이 벽에 붙어 앙앙대는 모습을 감상했다. 벽에 걸린 사슬과 구멍이 연결된 프레이는 정말 물건 같았다. 잔뜩 떨리는 다리로 지탱하고 다리를 잔뜩 벌린 채로 서서 딸랑거리는 요도 플러그가 꽂힌 성기를 잡고 흐느끼는 장면에 페트릭은 개를 부르듯, 프레이에게 손을 까딱거리며 속삭였다.
“프레이. 이리와.”
“아학, 아아! …으흐!”
프레이가 자신의 목소리에 반응하며 몇 걸음 발을 떼다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서며 울었다.
“빠져… 빠져서… 흐으!”
페트릭은 손으로 딜도를 꾸역꾸역 제 구멍에 밀어 넣고서 침을 뚝뚝 흘리는 프레이가 귀여웠다. 하여간 약이든 마약이든 먹여야 귀여워지는 싸구려 몸뚱이라니까.
“귀찮게 하는 오메가네.”
“흐… 응, 아아…….”
진동하는 딜도를 열심히 꼭꼭 조이면서 허리를 들썩거리는 프레이의 앞에 의자를 끌고 간 페트릭은 프레이의 앞에 다리를 벌리고 앉았다. 탄탄한 허벅지 사이로 꺼떡거리는 성기가 습하고 야릇한 페로몬을 내뿜으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자, 프레이는 페트릭이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고개를 숙여 그의 성기를 입에 물었다. 허리를 조금 숙이자 절그럭거리는 사슬 소리가 요란했다.
“뒷구멍도 잘 먹고 있지?”
“우읍. 으응.”
프레이는 한 손으로 페트릭의 성기를 잡고서 성기를 빨고, 다른 손으로는 제 구멍에 꽂힌 딜도가 빠지지 않게 손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혀가 부드럽게 감겨오고 프레이의 은은한 페로몬이 느껴지자 페트릭은 기분이 좋아졌다.
“오랜만에 뒷구멍 쑤셔줄 테니까 빼고 와.”
머리채가 붙들려 빨고 있던 성기가 입안에서 빠져나가자 프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듬거리며 체인을 붙들고 뒤로 빼내자 움직이는 딜도가 구멍을 비집고 빠져나오고 있었다.
“아!”
“오메가들이 좆에 환장한 건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앙앙대는 프레이의 신음에 비웃던 페트릭은 딜도를 다 빼내고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프레이가 목에 하고 있는 목걸이를 잡아끌었다. 질질 끌려가는 프레이의 입에선 침이 뚝뚝 흐르는 중이다. 허공에 흔들거리며 진동하는 딜도를 빼내고 체인을 목걸이에 걸자 프레이가 몸을 움찔거렸다.
“구멍 대야지.”
“으흣.”
프레이가 벽을 짚고 뒤돌아서 허리를 내리며 다리를 좌우로 벌리자 두툼한 성기가 촉촉한 구멍 사이를 비집고 밀려들었다. 프레이가 고개를 젖히며 숨을 할딱거리자 페트릭은 단번에 성기를 처박고 달라 붙어오는 속살의 감촉을 즐기고 있었다.
“구멍 팔아도 부자 됐겠는데. 프레이.”
“아응… 더 쑤셔줘… 좋아… 흐응!”
페트릭의 성기를 구멍에 품고 있는 프레이는 온몸이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감각에 몸을 뒤틀었다. 마약에 중독되어 버린 몸은 강제로 찾아온 히트 싸이클로 인해 경련해대기 시작했다.
“제대로 발정 났네. 우리 프레이.”
프레이의 입에서는 침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침을 삼키는 방법도 잊어버린 것 같아 보이는 프레이는 허리를 스스로 앞뒤로 흔들며 구멍을 미친 듯이 꿈틀대고 있었다.
“진작에 이렇게 굴면 얼마나 좋아.”
프레이는 페트릭의 정액을 짜낼 기세로 구멍을 놀렸다. 불임이라는 프레이의 몸에 마음껏 노팅해도 걱정이 없는 페트릭이 제 좆을 부풀리며 몇 번째인지 모를 노팅을 시작했다. 개처럼 붙은 채로 소변 같은 정액을 프레이의 구멍 안에 쏟고 있는 알파가 프레이의 몸 앞으로 손을 뻗어 성기를 압박하고 있는 링과 짤랑거리는 요도 플러그를 빼내고는 기분이 좋은지 명령했다.
“싸도 돼.”
“…아흣… 흑.”
프레이는 작은 손으로 성기를 빠르게 위아래로 흔들면서 신음했다. 손을 끈적이게 하는 정액을 느끼며 프레이의 몸이 축 늘어졌다. 텅 빈 눈동자가 뒤로 넘어가며 기절하는 도중에도 프레이가 생각했다.
‘내일… 학교 가야 하는데… 엄마 아빠가 걱정, 하실 텐데…….’
프레이의 기억은 현재에서 1년 전, 2년 전 이렇게 점점 거슬러 올라가더니 기어이 중학교에서 멈춰버린 듯했다. 맨정신으로 버텨내야 하던 잔인한 섹스와 언어 폭행, 마약의 지속적인 복용으로 뇌는 그간의 기억들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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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같이 프레이의 구멍에 노팅을 하고 한참이나 정액을 싸고 성기를 빼내자 찢어지지도 않은 아래에서 피가 흘렀다. 피가 섞여 분홍색처럼 보이는 정액이 구멍 밖으로 새어 나오는 걸 쳐다보며 페트릭은 혀를 찼다. 안 그래도 요새 이상하게 하루 종일 잠만 자는 프레이의 몸도 좀 이상해서 병이라도 걸렸나 싶은 페트릭은 결국 의사를 불렀다.
“임신 중입니다.”
프레이의 몸을 진찰하고 피검사 결과가 출력된 종이를 보던 의사의 말에 페트릭은 인상을 썼다.
“얘 불임인데. 뭐 잘못된 것 아냐?”
“불임 판정을 받아도 간혹 임신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드물지만요.”
불임 판정을 받은 프레이가 임신했다는 이야기에 페트릭은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의사에게 임신 초기에 주의해야 할 점들을 흘리듯 들으며 페트릭은 의사를 내보내고 있었다.
애새끼라니. 페트릭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제 제어를 벗어나 계산에도 없던 아이를 임신하자 짜증이 치밀었다. 당분간 무리한 관계를 하게 되면 유산 위험이 크다는 말을 무시하며 페트릭은 잠들어있는 프레이의 뺨을 후려쳤다.
내 소유물 주제에. 건방진 프레이 비셔스. 누구 멋대로 임신을 해? 돈이라도 뜯어낼 생각인가 본데. 웃기지도 않지.
“…마, 마일드리안?”
곤히 잠들어있던 프레이가 뺨에 느껴지는 통증에 천천히 눈을 떴다. 프레이의 기억은 여전히 중학교 시절에 머물러있었다. 왜 자신이 마일드리안과 침대 위에 있는지 의아해하면서도 좋아하는 사람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어 들뜬 눈으로 프레이가 페트릭 마일드리안의 얼굴을 응시했다. 프레이의 상태가 이상한지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미쳐버린 페트릭은 프레이에게 다시 폭언을 내뱉기 시작했다.
“거지 같은 새끼 동정도 떼주고 좆질도 해줬더니 무슨 임신이야. 너 불임이라며?”
“무, 무슨…….”
프레이는 왜 페트릭 마일드리안이 자신의 코앞에 있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마지막으로 몰래 교실에서 훔쳐봤던 얼굴과는 조금 다르지만, 눈앞의 남자는 자신이 짝사랑하고 있는 페트릭이 분명했다.
“네 몸뚱이로 애를 제대로 낳을 수나 있겠어? 어디 하나 문제 있는 애로 태어나면 다 네 몸뚱이 탓인 거 알지?”
“무슨 아기를… 말하는 건지 잘…….”
프레이가 중얼거리자 페트릭은 프레이가 발뺌이라도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네 배 속에 내 애새끼 임신했잖아. 모른 척할 셈이야?”
프레이는 눈을 크게 떴다.
내가 왜… 마일드리안의 아기를 임, 임신…….
“흔해 빠진 오메가 페로몬도 제대로 못 내는 새끼한테 속아서 각인한 나도 병신이지.”
“…내, 내가 오메가라고?”
프레이의 기억은 아직 형질이 결정되지 않았던 중학생 시절이라 자신이 오메가인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오메가냐고 되묻는 프레이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페트릭은 또 프레이가 같잖은 쇼를 한다고 생각했다.
“페로몬으로 유혹도 못 하는 병신도 오메가라면 오메가지. 이번에도 돈 줘? 어? 돈이 그렇게 궁하면 구멍이라도 팔지 그랬어. 네 구멍 비싸게 주고 따먹을 만한 거 같긴 하거든.”
그는 프레이의 다리를 벌리며 관계는 되도록 자제하라는 의사의 말을 무시한 채로 흉흉하게 발기한 좆을 쑤셔 넣었다. 감정에 속아 이런 거지 같은 새끼에게 각인을 하다니. 페트릭은 모든 책임을 프레이에게 떠넘긴 채로 성기를 퍽퍽 처박았다. 프레이는 아픔만이 가득해 눈물이 터져 나오는 데도 온통 페트릭의 아기를 자신이 가졌다는 생각만이 가득해서 가슴이 벅찼다.
세상에. 엄마, 아빠. 제 배 속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의 아이가 있대요. 어떡하면 좋아요? 거짓말 같아요…….
프레이는 배가 뒤틀리는 통증에 기절하면서도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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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한 탓에 축 늘어진 몸을 붙들고 자비 없이 성기를 처박아 넣던 페트릭이 몇 번째인지 모를 사정을 마치고 노팅 된 좆을 빼내자 크고 작은 핏덩어리들이 정액들과 함께 밀려 나왔다. 구멍이 찢어져 나는 수준의 하혈이 아니었다. 미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아까와 똑같이 피가 났지만 한 번도 이런 핏덩어리를 쏟아낸 적이 없어서 조금 당황한 기색의 페트릭이 내보냈던 의사를 다시 불렀다.
“유산… 입니다… 대체…….”
의사는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는 오메가의 몸을 진찰하면서 프레이의 유산을 확정 지었다.
무슨 유산이 이렇게 쉽게 돼? 아니지. 이런 몸뚱이로 임신해서 낳아봤자 제대로 된 애가 나올 리가 없는데. 차라리 다행이지.
페트릭은 당황하다가도 이내 자기합리화를 하며 프레이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의사는 참다 못했는지 엉망이 된 프레이의 몸이 회복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말을 페트릭에게 건넸다. 피 칠갑이 된 오메가 몸뚱이 같은 건 당분간 안고 싶지도 않아서 페트릭은 알겠다고만 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