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얼굴이 가까이에서 보였다. 조금 땀에 젖은 듯한 머리칼과 옷깃, 남자의 스킨 향이 섞인 향수 냄새, 그 가운데 미묘하게 나는 담배 냄새까지. 위험스러운 냄새가 났다. 그에게선.
나연은 제가 지금 하려는 일이 미친 짓인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한 번쯤 일탈이 필요하다면 그러고 싶었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라면 일탈의 대상이 되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
나연은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찬찬히 짚었다. 이 남자에게 풍기는 위험한 페로몬을 헤치고 입술까지 가까이 다가갔다. 떨리는 입을 그의 붉은 입술로 갖다 댔다. 숨이 얽혔다. 분명 그녀가 먼저 가져다 댄 입술인데 꼭 강제로 범해지기라도 하는 듯 강한 중압감이 느껴졌다. 끌어당기는 중력을 벗어나지 못해 그의 궤도에 접어든 소행성이 된 기분이 들었다.
이대로 더 빨려 들어가 버리기 전에 물러서야 하나.
찰나 고민을 하는데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위태롭게 웃고 있었다.
“잘하네. 제대로 빨아 봐. 반은 섰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