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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가네 하숙생 1권-Prologue (1/11)

그 작가네 하숙생 1권

목차

Prologue

그 작가

그 하숙생

Prologue

이놈 저놈 가리지 않고 좆을 먹다 보면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제 뒷구멍은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이리도 낯을 가리지. 찔러 주는 대로 본분을 다할 것이지 지나치게 까다로운 입맛이었다.

저 남자는 허릿심이 끝내준대.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허리를 못 편다더라. 크기도 괜찮고, 정력도 쓸 만해.

남들은 죽겠다고 꺽꺽 넘어갔다는 상대와 몸을 겹쳐도 별 감흥이 없었다. 서서히 달궈지다가 중간에서 정체되는 느낌. 약불에서 익혀지는 계란 프라이가 된 기분이었다. 프라이는 노른자라도 익지 저는 뭐가 되지도 못했다.

언제부터 이랬더라. 옛날엔 성감이 적당히만 올라도 묽은 정액을 싸곤 했는데, 요즘은 영 시원찮았다. 나이를 먹어서 감도가 떨어졌나. 컨디션이 안 좋은가. 전보다 스트레스가 많아지기는 했지.

그도 아니면 역시 선호도 문젠가. 여러, 특히 비싼 음식을 접하다 보면 입맛이 까다로워지는 법이다. 그렇다고 값비싼 음식을 먹은 적도 없는데 내심 억울해졌다. 두 눈을 의심케 하는 탐스러운 좆. 그것은 과연 실존하는가? 안타깝게도 실제로 본 적이 없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자고로 사내의 물건이라 하면은 두께 얘기를 빼놓기 섭섭했다. 아무렴, 굵기가 제일 중요하지. 그렇다고 굵기만 하면 장땡인가? 절대 안 될 말이다. 짧고 굵직한 것은 몽당연필이지 좆이라고 칭할 수 없었다. 몽당자지. 아, 제가 생각해도 작명 센스 한번 죽였다.

“아아…!”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느라 목에 핏대가 섰다. 뒤에서 비실비실한 성기가 열성을 다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슬쩍슬쩍 긁는 게 간지럼을 태우는 것 같기도 했다. 이 느낌은… 그래. 냉장고에 일주일쯤 묵혀 둔 물렁물렁한 오이. 딱 그거였다.

각도는 위로 약간 휘어진 게 베스트겠지. 기름진 땅속에서 굵직굵직하게 잘 자란 무처럼 튼실하고, 길이도 시원스럽게 잘 빠진 것. 나무토막같이 단단한 기둥에 핏줄이 도도록하게 올라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약간 징그럽게 보이는 남성기.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그럼 종일 개처럼 물고 빨 수 있을 텐데. 은밀한 수컷의 냄새가 밍밍하게 옅어질 만큼 한 마리의 개가 될 자신이 있었다.

허릿심도 중요했다. 속이 더부룩할 정도로 배 속을 퍽퍽 치대 주면 금상첨화겠다. 섹스로 시작해서 섹스로 끝나는 하루. 이 얼마나 황홀하고도 완벽한 하루인가.

전날 밤 진탕 술을 들이붓고 쓰린 배를 부여잡을 적에 열렬히 부르짖는 음식이 있다. 입천장을 다 델 만큼 뜨끈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면 허했던 속이 든든하게 채워진다고들 하지.

이건 그런 예와 같았다. 구멍도 팅팅 붓고 좆의 거죽도 부르트도록 아래를 맞추다 보면 허했던 속이 든든히 채워질 텐데. 운동도 하고, 땀도 빼고, 정액도 배출하고. 사지가 후들후들 떨려서 밥숟가락을 들 기력도 생기지 않을 만큼의 몸보신을 원했다.

어디 하늘에서 그런 남자 안 떨어지나. 몸 좋고, 좆 크고, 좆물도 잘 싸 주는 남자. 그럼 이런 귀찮은 짓도 그만둘 텐데.

“별로였어?”

이름 모를 남자가 어깨에 입을 맞췄다. 그래도 이런 가벼운 스킨십은 좋아하는 편이었다. 가슴 한편에 따뜻한 솜뭉치가 차오르는 기분이었으니까.

“아니, 좀 피곤해서.”

남자를 탓하지 않고 눈치껏 컨디션 쪽에 화살을 돌렸다. 곁에 나란히 누운 남자가 허리에 팔을 둘렀다. 맨살에 닿는 타인의 온도가 따뜻했다.

이 팔뚝이 모든 일의 원흉이었다. 술잔을 기울이는 팔목이 꽤 단단해 보였기에 흔쾌히 자리를 옮겼다. 그만 깜빡 속고 만 것이다. 아래가 부실한데 근육이 뭔 소용이 있을까.

“자기, 무슨 일 하는데?”

오늘 난생처음 만난 남자였지만, 친근하게 들리는 호칭이 거슬리지 않았다. 밤거리를 누비다 보면 이런 놈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별건 아니고.”

훅, 긴 숨을 뱉으니 뿌연 연기가 공중으로 흩어졌다. 담배 연기가 독하지도 않은지 남자가 몸을 더 붙여왔다. 뒤통수에 손을 얹자 제법 부드러운 머리칼이 손가락 사이에서 흐트러졌다.

“글 써.”

잘나가는 로맨스 소설 작가. 연 몇 억은 거뜬하게 거머쥐는 그의 이름은 단여명. 이름 한번 고상하게 들리는 단여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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