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화 (31/31)

외전 #2

“이야, 덥다.”

모래사장 위에 넓게 타월을 깔자마자, 진환이 털썩 누웠다. 중국을 넘어 필리핀에 도착한 지 이제 일주일. 더위에는 익숙해지질 않았다. 하지만 지겨운 더위라기보다는 뼈마디가 따뜻하게 달아오르는 더위인지라 그럭저럭 만족감이 들기도 한다.

그동안 오가며 바다를 보러 나온 적은 있지만, 좀처럼 여유가 나질 않아 본격적으로 나들이를 나가진 못하고 있던 참이었다. 모래사장 위에 앉아 바라보는 바다는 그저 평온하고 아름다웠다.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 같다.

“…덥네.”

다리를 펴고 앉은 채 정윤이 중얼거렸다. 얼핏 본 그의 얼굴에는 벙한 웃음이 띄워져 있었다. 설핏 미소가 지어진다.

“바다입니다.”

“바다야.”

“평화롭지 않습니까?”

“평화로워.”

선문답 같은 태평한 대화가 오갔다. 끝없이 파란 하늘에 구름이 흘러간다.

두 사람의 옆으로 수영복 차림의 아이들이 까르르 달리며 지나갔다. 우다다 달리던 한 아이가 모래사장 위에 넘어졌다가 배에 모래가 묻은 채로 파도를 향해 뛰어든다. 귀여운 장면이었다.

쟤 좀 보라며 키득거리고, 진환이 정윤의 옆에 들러붙었다.

“그러고 보니, 형님은 수영 안 하십니까?”

무심결에 질문이 나온다. 큰 의미가 담긴 질문은 아니었다. 튜브를 타고 둥둥 떠서 노는 사람들이 워낙 신나 보이기에, 정윤은 어떠려나 하는 마음에 떠보듯 질문한 것뿐이다. 하지만 그의 반응은 영 예상 밖이었다.

햇살이 이렇게 쨍쨍한데,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지고 안절부절못하며 시선을 돌린다. 겁이라도 집어먹은 사람 같았다.

“아, 아, 아니.”

더듬는 목소리. 뭔가 감추는 게 분명했다.

그냥 넘어가지 못하겠다. 진환은 그가 고개를 돌린 방향으로 제 얼굴을 불쑥 내밀고 말았다.

“왜요?”

“그, 그냥. 싫어.”

“수영이 싫으시다고요?”

“응.”

이상하다. 바다도, 물고기도. 물과 관련된 거라면 뭐든 좋아하던 정윤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멱감기도 좋아할 줄 알았는데.

흐음. 입술을 씰룩이며 바라보던 끝에, 진환이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형님! 저기 돌고래 있습니다. 돌고래!”

“돌고래?”

정윤의 눈이 반짝인다. 진환은 벌떡 일어서, 정말로 뭔가를 발견한 사람처럼 바다로 달려갔다. 처음에는 주저하는 것 같던 정윤도 곧 그의 뒤를 따랐다.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며 진환은 점점 더 깊은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망설임 하나 없는 걸음이었다. 그에 비해 정윤은 갈수록 더디어지기만 했다. 정윤은 입술을 씹으며 가까워지는 물결을 응시했다. 어느새 허리 위까지 잠기고 말았다. 왈칵 겁이 난다.

하지만 보고 싶은데. 돌고래.

눈을 꾹 감았다가, 정윤은 진환이 달려간 방향으로 시선을 틀었다. 진환은 눈썹 선에 손날을 댄 채로 수평선 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껏 흥분해 미소 지은 얼굴이 정말로 재밌는 걸 보고 있는 것 같다. 욕심이 생겨, 정윤은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어, 어디야? 아직도 있어?”

“그럼요. 저기 보시죠. 저~기.”

“어디…?”

진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을 때였다. 방심한 틈을 타, 진환이 그의 어깨를 힘껏 밀쳤다.

“!!”

바닷물에 담그고 있어 긴장하던 다리가 툭 풀려버린다. 정윤은 그대로 물에 빠지고 말았다. 진환이 하늘이 떠나가라 웃음을 터뜨렸다.

“깜빡 속으셨지 말입니다, 형님.”

가벼운 마음으로 그를 내려다볼 때였다.

금방 태연하게 물 밖으로 나올 줄 알았던 정윤이 아직도 보이질 않았다.

“…형님?”

물속을 들여다보니, 팔다리를 휘저어대는 커다란 덩치가 눈에 들어왔다. 잠깐, 물에 빠진 거야? 고작 이 정도 깊이의 물에서?!

“형님. 자, 잠깐…! 꺼내드리겠습니다!”

꾸물거릴 때가 아니다. 진환은 곧바로 잠수해, 정윤의 겨드랑이를 붙들고 그를 끄집어 올렸다. 억센 팔이 필사적으로 제 목을 끌어안았다. 생사가 달린 것처럼.

물 밖으로 나와서도, 정윤은 한참이나 진환에게 들러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바르르 등이 떨리고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귀여워.

머릿속에 스쳐 가는 불경한 생각을 재빠르게 억눌렀다. 이럴 때냐, 이진환! 너 때문에 형님이 겁먹으셨잖아! 달래드리자. 어서 달래드려야지. 스스로의 음침한 일면에 꿀밤을 먹이며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되찾는다.

깊게 호흡을 고른다. 곧 최대한 다정하게, 진환이 그의 등을 토닥였다. 다행히, 토닥이는 손길과 함께 정윤도 서서히 진정을 찾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떨림이 멎었을 즈음, 진환이 입을 열었다.

“형님.”

“…….”

“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못해.”

“네?”

어깨에서 고개를 떼어내며, 정윤이 눈가가 벌게진 얼굴을 비스듬히 내렸다.

“나… 수영 못해.”

해변에 그를 앉히고 타월까지 어깨에 둘러주자, 정윤은 자세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물에 들어가면 겁이 나. 잘 못 움직이겠어.”

“그럼, 바다에서 헤엄쳐본 적이 한 번도 없으십니까?”

“안 했어.”

“태국에 계실 때도요?”

느릿하게 고개를 젓는다.

“대장은 바다에 데려간 적 없어. 경준이는 하기 싫으면 말랬어.”

“와. 그럼 정말, 한 번도 없으십니까? 수영장 가본 적도 없고요?”

정윤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죽여야 하는 사람이 리조트에 있어서, 한 번-.”

“아니. 알 것 같습니다.”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진환이 빠르게 그의 말을 가로챘다.

이내, 진환은 생각에 잠겼다.

조금은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바다 옆에 집을 얻으면서, 진환은 줄곧 물속에서 노는 정윤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들뜨곤 했다. 물에 젖은 짧은 머리카락에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가슴팍. 들러붙은 수영복을 고치려 손가락이 야시시하게 닿는 절묘한 순간 같은 것. 이대로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고 아픈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물론 정윤을 위해서라면 한심한 욕망 정도는 놓아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수영을 할 줄 모른다고 토로하는 정윤은 어딘가 씁쓸해 보였다. 사실 형님도 물에서 놀고 싶으신 게 아닐까? 싫다고 말은 하셨지만, 어쩌면 방법을 몰라 무서워했을 뿐이었던 게 아닐까?

그렇다면.

“제가 가르쳐드리면 어떻습니까?”

“뭐…?”

정윤이 내리깔았던 시선을 반짝 든다.

“수영을?”

“예. 저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물에 뜨는 법 정도는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괘, 괜찮아? 안 귀찮아?”

“형님 일인데 제가 왜 귀찮아하겠습니까.”

살포시 웃음이 흘러나온다. 손을 뻗어, 진환은 물기가 남은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럼 제가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수영을?”

“여기 물속에 고기 많지 않습니까. 직접 못 보면 아깝잖아요.”

“…….”

“어때요. 배워보시겠습니까?”

보인다. 축 내려앉은 눈빛이 묘하게 들뜨는 게. 웃음을 터뜨리며, 진환은 그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작은 설렘이 일었다.

금방 별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시겠지. 그다음에는 좋아지실 거야.

약 한 시간의 수업(?) 후, 그 기대는 박살이 났다.

“형님! 가라앉지 마십쇼!”

“힘을 빼세요. 힘을!”

“물속에서 숨을 쉬시면 안 됩니다!!”

“형니이이임!!”

벌써 몇 번째일지도 모르고 가라앉은 그를 수면 위로 끄집어낸다. 주저앉은 정윤과 진환 모두 녹초가 되어 헉헉 숨을 몰아쉰다. 싸한 공기가 흘렀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인정해야만 했다. 정윤은, 수영에 소질이 없었다.

물에 들어가는 순간 사지가 뻣뻣해진다. 무엇보다도 물속에서 힘을 뺀다는 개념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갈수록 실패한 횟수만 늘어나고, 이내는 기운이 주욱 빠져 시무룩해졌다.

틀렸어. 주변에 공기가 어두워졌어.

진환은 있는 힘을 다해 그의 기분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아, 아니 그래도, 거의 하셨지 말입니다!”

“…됐어.”

“전혀 상관없잖습니까. 수영 좀 못하는 게 어때서요!”

그래서 형님의 들러붙은 수영복과 젖은 머리카락을 자주 볼 수 없다고 해도. 무조건 정윤의 자존감이 먼저다.

그렇지만 필사적인 위로에도 정윤에게 드리운 그림자는 쉽게 거두어질 줄을 몰랐다.

“하지만….”

눈을 내리깐 채, 그가 중얼거렸다.

“네가 가르쳐줬는데.”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그래서 우울해진 거야? 내가 가르쳐줬는데 따라오질 못하는 것 같아서? 나 때문에?

그러고 보면 제 실력에 버거운 수업(?)이었을 텐데도 정윤은 굉장히 열심이었다. 가르침을 따르려고 애쓰고 호흡법도 몇 번이나 연습했다. 원래 진지한 사람이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그것도 나 때문이었을까? 내가 하는 말이라 열심히 들은 거야?

‘미친.’

멍하니 그를 응시한다. 시무룩하게 처진 눈썹이며 울 것처럼 움찔거리는 입매가 하나같이 사랑스럽다.

키스해주고 싶다.

두 팔을 벌려 그를 끌어안는다. 차가운 물에 적응한 맨살이 갑자기 와닿아, 그의 온기가 유난히 뜨겁다. 정윤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몸통이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왜, 왜…?”

“하고 싶습니다.”

“집으로 돌아가?”

“아뇨.”

진환의 손이 수영복이 닿은 선을 만지작거린다.

“여기서.”

“여, 여기?”

“급합니다. 저.”

그 말을 굳이 증명이라도 해보이려는 듯, 진환이 물속에서 바짝 끌어안은 몸을 붙인다. 헉 소리가 나올 만큼의 부피감이 아랫배에 와닿았다. 귓가가 화끈거린다.

“느껴지십니까?”

“왜, 왜, 갑자기….”

“형님 때문입니다.”

정윤은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그게 대체 무슨 이유란 말인가. 유혹이라고 할 만한 짓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수영 연습을 했을 뿐인데.

“안 됩니까?”

“…사, 사람이….”

“우리밖에 없습니다.”

성수기도 아닌지라 원래 사람이 많지 않던 참이었다. 아까의 가족 일행도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공개된 장소였다. 언제 사람이 찾아올지 모른다. 창피한 모습을 보이는 건 싫었다.

망설이고 있자, 진환이 입을 맞춰왔다.

“형님.”

진환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정윤은 짧게 숨을 들이마시고 말았다.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작은 동물 같은 갈색 눈동자.

“…응.”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저런 눈으로 저를 응시하고 있을 때면, 싫다는 말을 도저히 내뱉을 수가 없었다.

***

이상해.

진환의 손이 닿는 자리마다 뜨겁다. 손길이 스친 자국 위에 곧이어 서늘한 파도가 지나가 열기를 식혀주었지만, 바로 그 때문에 그가 만지는 장소가 선명하게 의식되었다.

언제 다른 사람이 올지 모른다는 긴장 때문에 바짝 신경이 곤두선 나머지 예민해진 것도 있어, 정윤은 이제 어디를 만져도 부르르 몸이 떨리며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다. 허리의 오목한 선을 타고 손가락 끝이 흘러내릴 때는 부끄러움도 모르고 교성을 지를 뻔했다.

꾸중을 하듯 입술이 맞닿는다. 뜨겁고 말랑말랑한 살덩이가 치열을 훑으며 입천장을 톡톡 건드린다.

“형님. 환한 곳에서 보니까 엄청 야하십니다.”

“그런 말, 하, 하지 마.”

“기분 좋으십니까? 말씀해주세요.”

뻔히 알면서. 굳이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아도 정윤은 제 성기가 완전히 발기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들러붙어 있는 진환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기분, 좋으십니까?”

“알면서. 일부러 왜, 왜 물어?”

“듣고 싶으니까.”

진환의 어깨를 붙든 채, 정윤은 조그맣게 얼어붙었다. 열락에 찬 눈에 망설임이 어린다. 이내, 그가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환의 눈가가 환하게 휘어졌다.

“다행입니다.”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진환의 입술이 유두 위에 포개어졌다. 뜨거운 혀가 돌기를 파묻는다. 손가락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열감이었다.

“힉! 흐으… 으, 흐으….”

오므린 입술이 유륜 주변을 간질거리다가, 아기가 그러는 것처럼 유두를 빨아올린다. 날름거리는 혀끝이 돌기 표면의 갈라진 부분을 집요하게 핥아 들어왔다.

허리가 계속해서 휘어진다. 너무나 강렬한 자극에 반사적으로 그를 밀어내려 하지만, 진환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롭게 허리 골의 민감한 부분을 더듬거리며 정윤을 부추긴다.

“아, 앙 대…! 아, 아흐, 하, 흐읏…!”

코가 막혀 우는 소리가 난다. 진환의 앞니가 짧게 유두를 깨물었다.

그 순간, 아랫배가 질척하게 젖어들었다. 바닷물과 다르게 뜨거운 액체다. 나른하게 입술을 떼어내고, 진환은 정윤을 응시했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그는 어쩔 줄을 모르고 몸을 떨고 있었다.

“형님. 지금….”

“…….”

“가슴만으로 가신 겁니까?”

제 몸을 부정하고 싶어, 정윤은 가파르게 고개를 저었다. 무의미한 짓이었다. 진환의 손바닥이 아랫배를 쓸어, 수영복 아래에 파고들었다. 아직 귀두에 묻은 사정액이 데일 것처럼 뜨거운 손가락에 얽혀 질척였다.

“가셨네요.”

정윤의 눈가가 벌겋게 열이 올랐다. 눈동자가 곧 울먹울먹 젖어든다.

“이상해. 여기에서 하는 거. 나, 나가자. 나가서….”

“왜요. 좋은 연습 아닙니까.”

귀두를 감싸 손가락 마디에 끼운다. 정윤이 반항할 틈도 없이, 진환은 느릿하게 손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엄지가 요도구를 사정없이 문질러대고, 귀두 아래의 민감한 부분을 손마디가 계속해서 조여오며 자극한다.

방금 사정한 것이 무색하게 프리컴이 질질 흘러나왔다. 다리에 힘이 풀려, 정윤의 몸이 진환에게 완전히 기대어졌다. 그것 보라는 듯, 진환은 그의 목덜미에 사근사근 입을 맞췄다.

“수영할 때에도, 이렇게 힘을 빼시면 되는 건데.”

“흐… 으흥…! 하, 모, 으… 흑, 몰라. 하앙! 모, 흐… 모르겠어….”

“둔하십니다, 형님.”

허리를 감싸 만지던 손이 둔부 위를 더듬는다. 볼기짝을 움켜잡으며 장난을 치던 손가락은 이내 젖은 수영복을 들추고 회음부 사이로 파고들어, 애널 안쪽으로 향했다. 이미 어느 정도 물에 젖어 풀어진 구멍 안에 손마디가 비집고 침범한다.

“힉…!”

“보세요. 지금, 다리에 힘이 전혀, 안 들어가시지 않았습니까.”

그 말대로, 정윤은 거의 진환에게 매달리다시피 한 상태였다. 허리가 음탕하게 떨릴 뿐, 도무지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그렇지만 이런 부끄러운 상태로 수영을 하라는 건가? 정윤이 생각하기에도 그건 말이 되지 않았다.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손가락이 꿈틀거린다. 마디가 휘어지며, 전립선 위를 가감 없이 짓눌렀다.

“이렇게 말입니다.”

“하으…학! 하, 으흐….”

“이제 좀 이완이 되시네요. 자. 힘 빼시고….”

손가락이 찔러올 때마다 여지없이 서늘한 바닷물이 이어서 들어온다. 열에 찬 손마디가 거침없이 전립선을 짓누르고 나면, 그 빈자리로 꿀렁이며 물이 차오르는 것이었다. 손이 주는 자극만으로도 죽을 맛인데, 배 속에 물까지 차오르니 쾌감으로 머리가 이상해질 것처럼 혼란스러웠다.

“좀 아시겠습니까?”

“으, 흐, 으응. 아, 하윽…! 아랐, 아랐어…! 아랐으니까아, 그만, 흐응…!”

“금방 배우실 줄 알았습니다, 형님.”

이마 위의 입맞춤과 함께 손가락이 스르르 빠져나간다. 안도감이 일었다. 아까의 자극 탓에 벌써 두 번은 드라이로 가버렸다. 이제는 정말 무리다.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그럼, 실전 들어가겠습니다.”

손가락이 볼기짝을 움켜쥐고 벌린다. 우악스럽게 벌어진 틈새로 진환이 좆대를 밀어 넣었다.

“!!”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정윤은 허리를 뒤로 젖혔다. 물이 들락거려 감각이 생경하게 살아난 내벽에 갑자기 뜨거운 것이 들어찼다. 자지러지며 혀가 내밀어진다. 왈칵하고 울음이 나온다.

진환은 정윤의 귓가에 쉿 소리를 내며 진정시켰지만, 상반신에만 해당하는 다정함이었다. 삽입에 익숙해질 틈도 주지 않고, 그는 허리를 바짝 끌어안은 채 내벽을 박아 올리기 시작했다. 일어선 자세 탓에 두꺼운 성기가 들썩일 때마다 전립선이 긁힌다. 여느 때보다도 깊게 파고들어, 닿아서는 안 될 곳까지 쿵쿵거리고 성기 끝이 드나들었다. 이미 한계까지 벌어져 붉게 부푼 입구가 탐욕스럽게 육봉을 빨아들였다. 물결이 일며 찰랑이는 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힌다.

“하앙! 하, 아흐, 아…!”

“잘하십니다, 형님.”

정윤의 다리가 반사적으로 진환의 허리를 감쌌다. 어지간히 야한 자세다. 힘이 완전히 빠져, 이제 정윤을 붙드는 건 그의 허리를 붙든 진환의 팔뚝뿐이었다. 힘이라면 자신이 있는 데다 물이 도와주었기 때문에, 진환은 어렵지 않게 정윤을 안아 올릴 수 있었다.

정윤을 든 채로 박아대고 있다는 자각이 들자 진환은 이성이 끊어지고 말았다. 정신이 나갈 때까지, 제 이름을 부르다가 목이 쉴 때까지 박고 싶다는 생각 말고는 들지 않는다.

둔부를 움켜잡은 손에 우악스럽게 힘이 들어간다. 벌써 장벽에 닿을 만큼 깊게 찔러대고 있음에도, 진환은 점점 더 거세게 허리를 올려쳤다. 그때마다 목소리가 나간 교성이 볼썽사납게 울려 퍼졌다.

“그만. 그마안…. 으흐, 흑….”

“형님. 예쁘십니다.”

“그럴 리, 흐…! 학, 힉!!”

“정말입니다.”

둔부를 누른 채, 장벽 끝까지 귀두를 밀어넣은 채로 뭉근히 허리를 돌린다. 추삽질을 할 때와는 또 다른 감각에 정수리까지 하얗게 질려온다.

“통째로 삼켜버리고 싶습니다. 형님 미치는 거 볼 때까지.”

이대로 가면 정말로 미쳐버릴지도 모른다고 외치는 머릿속과 다르게, 몸통은 더 좆대를 깊게 받아들이고 싶다는 듯 날뛴다. 허리에 감았던 다리가 저도 모르게 꽈악 움츠러들며 진환을 끌어당겼다. 벌어진 입가에 타액이 흘러내린다.

결장을 짓누른 채, 한참을 부르르 떨던 좆대가 간신히 그를 해방했다. 깊은 내벽에 뜨거운 사정액이 퍼져나간다. 그 감각에, 정윤은 한 차례 더 가버리고 말았다. 수영복 안쪽이 끈적거릴 지경이다. 그 감각에 제 음탕한 모습이 자각되어 울어버릴 것 같았다.

좆대가 서서히 빠져나간다. 이제야말로 정말 그만하는 건가? 지칠 대로 지친 정윤이 기대에 차서 진환을 올려다볼 때였다. 입술이 포개어지며, 귀두가 다시 입구를 문지른다. 분명히 삽입할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었다.

더는 못 해.

“자, 잠깐…!”

있는 힘을 쥐어짜, 정윤이 소리쳤다.

“아, 안 돼. 더는, 더는 못 가.”

“기분 나쁘십니까?”

“그게 아니라…. 안 돼. 아, 아, 안 돼.”

“전.”

진환이 눈망울을 들어 올렸다. 눈썹이 팔자로 늘어지고, 버림받은 강아지처럼 그를 응시한다.

“형님 수영하는 거, 도와드리고 싶어서 그랬는데.”

넘어가면 안 돼. 넘어가면 안 돼. 넘어가면 안 돼.

“제가, 잘못한 겁니까?”

안 되는데….

“…아니.”

“아니?”

“해, 해도 돼….”

“정말입니까?”

정윤의 완패였다. 도무지 안 된다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분명히 거짓말인데. 분명히 속으로는 멀쩡할 텐데.

“기쁩니다. 형님이 저랑 같은 마음이라서.”

아니나 다를까, 고개가 고꾸라져 중얼거리자마자 기회를 노리고 애널을 문지르던 귀두가 삽입해 들어왔다. 크기 탓에 한 번에 끝까지 들어가지도 않는 것을 볼기를 쥐어 벌려가며 억지로 밀어넣는다. 이를 악물어도 볼썽사나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스폿을 스치며 비비적거리는 좆대 탓에 눈알이 핑그르르 돌아간다.

“으, 하읏, 으… 흐….”

“사랑합니다.”

정윤의 몸이 움찔하고 떨려왔다. 대답을 강요하지 않으며, 진환의 입술이 그의 귓바퀴에 닿아 비비적거렸다.

“사랑합니다. 형님 머리카락, 다리, 행동, 마음이랑 말까지. 전부 사랑합니다. 저 죽는 것보다, 형님이랑 헤어지는 게 더 싫습니다.”

열락에 빠진 정신 사이로 들려오는 말은, 달콤하고 위태롭다.

“고맙습니다. 절 선택해줘서.”

정윤은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사랑해요. 정윤 씨.’

‘날 개처럼 사랑해줘요.’

‘사랑’은 그에게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지고, 혼탁해지고, 의미를 알 수 없을 만큼 변색된 개념이었다. 설령 이제 진환에게 그 감정을 전한들, 그게 얼마나 올바른 것인지 정윤 본인도 알 수 없을 만큼.

그래서 대답할 수 없다.

지금은 그저 매달릴 뿐이다. 힘없이, 겁에 질려서도, 믿고 매달릴 뿐이다. 진환이 그를 놓는 순간에 헤엄치는 법을 터득했기를 바라면서.

‘그렇지만.’

눈을 감으며, 정윤은 그의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언젠간 대답해주고 싶어.’

“…더, 해줘.”

나직하게 그가 속삭였다. 제 귀를 의심하듯이 진환이 눈썹을 들었다.

“에… 예?”

“기분, 좋, 좋아. 더 박, 박아줘.”

“정말입니까?”

어깨에 바짝 묻은 얼굴이 보이질 않는다. 새빨갛게 붉어진 귀를 제외하고는. 그러나 분명하게, 정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껏 웃음이 나온다.

“알겠습니다. 힘껏.”

젖은 머리카락 위에 입술이 맞닿았다.

***

해가 저물어가기 시작하고, 공기도 한결 서늘해졌다. 석양을 구경하러 연인이며 가족들이 산책을 나오기 시작할 때가 되어서야 진환은 그를 놓아주었다. 걷지 못할 지경이 되어, 정윤은 거의 진환에게 안기다시피 한 채로 바다에서 나왔다.

정윤이 울상을 지었다.

“엉덩이 아파….”

“택시 부르겠습니다.”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처럼 어두워진 정윤과 다르게, 진환의 얼굴은 개운할 만큼 매끈매끈하다. 약이 오르지만 지쳐서 아무 말도 못 하겠다. 정윤은 모래사장 위에 드러눕고 말았다.

눈을 반짝거리며, 진환이 그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내일도 연습하러 오죠. 수영.”

수영이 목적이 아닌 게 분명한 상쾌한 웃음. 그 표정을 멀거니 바라보다가, 정윤은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내일은 쉴래.”

<개같은 놈들> 完

개같은 놈들 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