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8/31)

#7

막 퇴원한 사람을 이렇게 부려먹고 지랄이야.

이 주일간의 병원 밥 신세를 마치고 골방으로 돌아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김종식으로부터 카톡이 날아왔다. 위 기수가 모였으니 맥주 좀 사서 오라나. 지들은 손이 없나, 발이 없나. 박성수가 언더보스, 아니 회장인 박경준의 눈 안에 든 다음부터는 행패가 덜할 줄 알았더니, 오히려 텃세를 부리는지 오라 가라 하는 게 더 심해진다.

동네북도 아니고. 박성수 손바닥에 치이고 강 반장 발길질에 치이고, 이제는 선배들 등쌀까지. 건달 짓도 드러워서 못해 먹겠다.

“춥긴 또 디비지게 춥네. 씨펄….”

패딩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고 한껏 몸에 긴장을 싣는다.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무자비한 바람이 파고들까 무서워 겨드랑이를 딱하니 몸통에 붙였다. 펭귄 같은 꼴을 하고 엉금엉금 걸어가는 중이었다.

커플로 보이는 남녀가 전봇대 앞에 서서 소곤거리고 있었다. 지나가던 아저씨 한 명도 거기에 따라 걸음을 멈추고 서성인다. 지나가는 길, 어깨 너머로 흘겨보니 무단 투기한 쓰레기봉투 사이로 무언가 꿈지럭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환자복을 입은 남자였다.

와, 저 미친놈. 얼어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커플이 구급차를 불러야 하는 게 아니냐며 속닥이는 소리가 들린다. 진환은 크게 상관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팔뚝에 고개를 박고 웅크린 남자의 모습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환자복 디자인도 낯이 익다. 바로 얼마 전까지 입었던….

설마.

“정윤 형님…?”

사내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눈꺼풀에 세로로 그어진 흉터가 비죽이 보인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형님!”

아는 사람이라는 말로 행인들을 쫓아내고, 진환은 서둘러 정윤의 앞에 앉았다. 정윤의 얼굴은 창백했다. 의식이 있는지도 불분명했다.

어질어질한지 목을 좌우로 흔들어대다가, 정윤이 눈꺼풀을 들었다. 동공이 이상하게 팽창되어 있다. 진환은 마른침을 삼켰다. 몇 번이고 본 적이 있는 눈이다. 약에 취했을 때 탁 풀린 눈.

애써 고개를 가로젓고, 진환은 정윤의 양 뺨을 손바닥 사이에 쥐었다. 얼음 덩어리를 쥐는 것 같았다. 혼란스럽게 진환을 응시하던 중, 정윤이 마침내 입을 뗐다.

“운전.”

“예. 진환입니다.”

“여기 왜 있어?”

누가 할 질문인데.

정윤의 등이 부르르 떨었다. 입을 벌리고 식식거리며 쉬는 숨이 영 기운이 없는 듯하더니, 기어이 마른기침을 해댄다.

“형님. 춥습니다. 바로 회장님께 연락드릴 테니까, 병원으로-.”

“거긴 싫어.”

정윤이 딱딱하게 말했다. 얼굴을 감싸 잡았다.

아무래도 순순히 말을 들을 것 같지가 않았다. 진환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싸라기눈이 내리려 하고 있었다.

정윤이 어떤 상태인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를 안전한 곳에 데려가야만 했다.

“자, 일어나세요.”

정윤은 끝내 몸을 일으켰다.

***

정윤을 데리고 들어가기 직전 발걸음이 우뚝 멈추어 섰다.

제 방 꼴이 떠올랐다. 입원하던 날, 그러니까 멀쩡하게 박성수 비위 맞춰주면서 술 퍼마시다가 칼빵 맞은 날, 이 주씩이나 집을 비울 계획은 없었던 터라 솔직히 정리정돈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 먹은 컵라면 사발도, 언젠가 내놓으려고 봉투에 꽁꽁 싸맨 쓰레기봉투도 모두 그대로였다. 방의 반절을 꽉 채운 침대 시트도 지저분하다. 죽다 살아난 차에 기운이 넘쳐나는 것도 아니거니와 누구를 이렇게 들이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에 제대로 청소도 시작하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해서, 보여주기에 부끄러웠다.

진환은 눈길을 돌려 어깨에 매달린 정윤을 바라보았다. 덩치가 어지간하니 여기까지 데려오는 것만 해도 고역이었다. 몸을 가누기는커녕 눈도 제대로 못 뜬다. 아마 집이 더러운지 깨끗한지는 고사하고 베고 자는 게 쓰레기인지 이불인지도 모를 터였다.

한숨을 내쉬고, 진환은 문을 열었다.

“거기 누워 계세요.”

내팽개치듯 침대 위에 정윤을 눕히고 뒤로 몸을 젖힌다. 어지간한 짐짝을 내려놓은 것처럼 어깨가 배겼다. 묵직한 몸 아래로 깔린 이불을, 끙끙거리며 끄집어내 덮어준다. 더운물이라도 먹여야 할까 싶어 냄비에 물을 올린다. 정윤은 나무 기둥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대체 거기서 뭘 하고 계셨습니까?”

수증기가 피어오를 때 즈음 가스 불을 끄고, 냄비에 국자처럼 머그잔을 집어넣어 물을 떴다. 앞에 내밀자 한 박자가 느리게 손이 뻗어와 컵을 받는다. 목이 마르긴 했던 모양이었다. 매끄럽지 못한 첫 모금을 넘기자마자 목울대가 쉼 없이 꿀떡거렸다. 단숨에 물 한 잔을 다 비우고, 정윤은 다시 이불 안으로 기어들어 갔다.

“…기다렸어.”

“기다려요? 이 날씨에 대체…. 누구를 말씀입니까?”

“모르겠어.”

정윤의 등짝이 바르르 떨렸다. 데운 물을 마셨는데도, 두툼한 이불을 덮고 있는 데도 잦은 떨림이 멈추질 않는다. 이불 아래로 북북 살 문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팔을 문지르는 것 같다. 진환은 슬그머니 이불을 들쳤다. 정윤의 멀건 얼굴 아래로 손바닥이 감싼 팔뚝이 보였다. 발진 같은 것이 일어나 있고, 커다랗게 멍이 나 있었다. 손가락 사이로 다닥다닥 붙은 불그스레한 점이 보였다. 주삿바늘의 흔적이다.

천천히, 정윤이 이불 속으로 팔을 숨겼다. 진환은 움직이지 않았다.

“자주… 이러셨습니까?”

“…….”

“아뇨. 제가 뭐, 형님 그, 취미 생활 가지고 뭐라 말씀드리려는 게 아니라… 해롭잖습니까. 병원에 계셨으면서. 갑자기 막, 그렇게….”

“걱정하는 거야?”

“형님이니까, 당연히….”

고개를 돌린 진환은 말을 잃었다. 정윤은 웃고 있었다. 비실비실 입꼬리가 뒤틀리며 올라가서는, 삑삑 소리를 내고 미끄러지는 운동화처럼 피식거린다. 기형적인 웃음이었다. 뭔가 잘못된 웃음이었다. 몸통이 들썩거리더니 이내는 뒤집어져서 박장대소를 한다. 손톱이 구부러지며 매트리스를 긁어댄다.

“취미. 취미래. 웃겨.”

“형님?”

들은 체도 않고, 정윤은 낄낄거리며 천장을 보고 드러누워 버렸다. 진환은 이마를 움켜잡았다. 편두통이 올 것 같다.

“취미. 취미….”

“…예, 형님. 웃기죠. 웃깁니다.”

“맞아. 엄청 많이 해. 맨날 했어. 태국에서도 계속했고, 이제 여기 와서도. 맨날.”

“예, 예…. 형님. 잘 알았으니까….”

아직 실밥 뽑은 자리도 욱신거리는데, 뽕쟁이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네. 확 이대로 짭새한테 찔러버릴까 생각하는 순간, 우거지상이 됐던 진환의 얼굴에 단박에 불이 들어왔다.

정윤은 약에 취해 있었다. 너무 취해서,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를 거다. 자기가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도.

“형님.”

굴러다니던 패딩 주머니에서 급하게 핸드폰을 꺼낸다. 만에 하나라도 정윤의 시선이 닿지 않도록 손을 아래에 두고, 곁눈질로 화면을 흘금흘금 보며 화면을 넘긴다. 저 구석, 기본으로 깔린 녹음 앱이 보인다. 엄지가 빠르게 아이콘을 눌렀다.

“태국에서도 약, 많이 하셨습니까?”

“응.”

“어디서 나셔서요? 형님이 직접 사셨습니까?”

“태국.”

“예. 태국에서요.”

간헐적으로 키득거리던 웃음소리가 점차 잦아들어 갔다. 제풀에 지친 것인지, 정윤은 이제 양팔을 주욱 늘어놓은 채 아무것도 없는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흰 앞니가 도드라질 만큼만 입술이 벌어진 채로 꼼짝도 하지 않는다. 눈빛은 여전히 흐리멍덩하다.

손가락이 바르르 떨며 빠르게 바닥을 두드린다. 진환은 애타게 정윤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윽고, 다시는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던 턱이 달싹거렸다.

“태국….”

말해. 말해. 말해.

“가기 싫었는데.”

씨발.

얼굴 가죽을 벗겨버릴 것처럼 손바닥으로 뺨을 문댄다. 관자놀이 부분을 빙글빙글 돌리며 눌러서 마음을 다잡는다. 처음부터 잘될 거라고는 어차피 기대하지 않았다. 인내심을 가지자. 할 수 있다, 이진환.

“왜, 그때 얘기 잘 안 하시지 않습니까. 형님이나, 회장님이나. 자세히 말 좀 해주십쇼. 배우고 싶어서 그러지 말입니다, 배우고 싶어서.”

정윤이 누운 자리에서 도리질을 한다. 머리를 어느 방향에 두어야 뇌수가 흔들리지 않을지 가늠하는 것 같았다.

“배워? 뭘?”

“일이요. 일. 태국에서 하신 일.”

“일 안 했는데.”

“하셨다면서요. 왜, 그, 회장님도 도우시고….”

“회장님.”

“박 회장님 말입니다. 두 분이서 뭐 하셨습니까? 어디 다니셨고요?”

“경준이.”

잘못하면 악을 지를 것 같아, 진환은 어금니를 단단히 깨물었다. 답답함에 이가 갈려 나간다. 얼마나 뽕을 한 거야, 대체? 원래 약쟁이였나? 아무리 그래도, 병원에서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뽕을 해?

얼굴을 문대는 손바닥 사이로, 어느새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멀끔했으니, 아마 주사기를 쓴 건 키스한 당일이나 바로 다음 날이다. 제가 밤새 잠도 못 자고 전전긍긍하던 시점에, 혹시나 변명이라도 들어주려 병실에 들러주지는 않을까 기대하며 하루 종일 병실 문만 쳐다보고 있던 그때에, 정윤은 제 병실에서 유유자적하게 약이나 했다는 뜻이다.

보스 좆도 빨아주는 인간이다. 그런데 고작 키스 한 번 한 것 가지고. 이 사람한테 그게 무슨 의미라도 있을 것처럼.

등신같이.

정윤의 어깨가 꿈틀거렸다. 베개에 머리카락을 비비며 바스락거린다. 또 정신 나간 것처럼 웃으려나 싶어 고개를 들던 진환은 곧 눈가를 좁혔다. 정윤은 소리 없이 기침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토악질을 한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허연 토사물이 거품처럼 일었다. 언젠가 박성수를 통해 들었던, 뽕을 맞고 누워 있다가 목구멍이 막혀 죽었다는 놈 얘기가 별안간 뇌리에 스쳤다.

“형님…!”

어깨를 흔들어도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하지? 나보고 어쩌라고! 머릿속이 하얗게 질린다. 막연하게 CPR이나 인공호흡 같은 단어가 떠올랐지만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지는 알 수가 없었다.

정윤이 한 차례 더 기침을 토해냈다. 이제는 얼굴마저 납빛이 되어가고 있었다. 빠르게 결판을 내야 한다. 죽어도, 뽕쟁이 시체가 집 안에 뒹군다고 경찰에 연락하는 신세가 되고 싶지는 않다.

‘응급 상황. 뭐가 응급이지? 질식, 질식…. 목구멍이 막혔어. 그러니까….’

비워내야 한다.

고개를 옆으로 젖힌다. 입 안에 차 있던 토사물이 베개 위로 쏟아졌다. 기도에 공간이 생겼는지, 산소 한 모금 빨아들이지 못하던 몸부림 사이에 식식거리며 숨통 트이는 소리가 섞여들었다. 통하는 것 같다. 그대로 입 안에 손가락을 밀어 넣어 긁어낸다. 있는 힘껏 등을 두들기자 정윤이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물 밖으로 나온 사람처럼.

기운이 다 빠졌다. 그 자리에 넘어지듯 앉자, 정윤이 입술을 문질렀다. 그의 시선이 지저분하게 얼룩진 시트에 고정됐다.

“더러워졌어.”

“괜찮습니다.”

사실은 안 괜찮다. 방금 일로 베개며 이불에까지 시큼한 악취를 풍기는 얼룩이 생겼다. 여분의 이불은 한여름에 쓰는 얇은 것뿐이었다. 오늘 밤은 영락없이 패딩을 입고 자야 할 판이었다. 티를 내려고 하지 않았지만 티가 났는지, 아니면 방금 죽을 고비를 넘겼기 때문인지, 정윤은 썩 편하지 않은 표정으로 더러워진 이불을 응시했다.

앰뷸런스가 지나간다. 바람이 유난히 매서운 밤이다.

“…다 싫어.”

수건에 더운물을 적시던 중, 진환이 그를 돌아보았다. 정윤은 커다란 개가 낮잠을 자는 것처럼 몸을 웅크리고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굵은 물줄기가 싱크대로 흘러내린다.

“그러게, 왜 그렇게 약을 하셨습니까.”

더러워진 자리를 피해서 정윤의 옆에 앉았다. 어깨를 문질러 정윤이 고개를 들 때까지 기다리고, 젖은 수건으로 입가를 조심해서 닦아낸다. 정윤이 느릿하게 눈을 깜빡거린다.

“그것도 병원에서. 뭐, 그렇게 심심하셨습니까?”

“…….”

정윤이 손목을 쥔다.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지만, 멈추라는 뜻 같다. 손가락이 수건을 가리킨다. 손짓을 따라서 수건을 건네주자, 정윤은 세수하는 것처럼 얼굴에 수건을 문질렀다.

그동안 진환은 할 수 있는 만큼 더러워진 이불을 정리했다. 얼마 남아 있지도 않았던 갑 티슈가 금방 동이 난다.

“그래요. 저도 다 싫습니다. 다 지긋지긋하고. 이 빌어먹을 놈의 나라, 얼른 확 떠버려야지.”

“가게?”

“예. 그냥 갈 겁니다. 여기 뭐 가진 것도 없겠다, 미련도 없고. 후울쩍 가서 평생 안 돌아와야지.”

정윤이 멍하니 그를 봤다.

“어디든 같아.”

언젠가 했던 것과 똑같은 말이다. 곁눈질을 하다가, 진환은 덧붙였다.

“모르죠, 그건.”

어제께 본 티브이의 장면이 떠올랐다.

“괌 알아요?”

“괌?”

“바다도 있고, 물도 맑고, 따뜻하고.”

“태국도 그랬어.”

“괌이 훨씬 더 좋습니다. 물도 미국 물이고.”

“미국 물은 더 좋아?”

“모르겠습니다. 미제 아닙니까. 어쨌든.”

정윤은 그다지 납득한 것 같지 않았지만, 묵직한 고개는 믿음직스럽게 끄덕였다. 자세히 보니 그건 끄덕임이 아니라 꾸벅거리는 것일 뿐이었다. 내 팔자야. 머리를 긁적이고 벽에 머리를 기댄다.

“제 말은 그겁니다, 형님.”

전구 갈 때가 다 되었는지, 천장에서 파리 날개 같은 소리가 난다. 공기가 싸늘하다.

“좋은 곳 많습니다. 지구가 얼마나 큰데, 살 만한 곳 하나가 없겠습니까.”

정윤이 수건을 내려놓았다. 오물을 닦아낸 덕인지, 약에 절어 어둑해졌던 낯빛은 어느 정도 제자리를 찾아 있었다. 시선이 어디를 보는 건지도 모르게 멀다.

그리고, 그가 입을 열었다.

“타이어.”

“예?”

“타이어에 숨겼어.”

“갑자기 무슨 말씀입니까, 또.”

“궁금하다며.”

천천히, 정윤의 눈동자가 옆으로 구른다.

“태국에서 뭐 했는지.”

손바닥이 축축해진다. 목 뒤에 소름이 끼쳤다. 저릿저릿한 손끝이 매트리스를 더듬으며 내팽겨쳤던 핸드폰을 찾았다. 만져지질 않는다. 어지럽게 주위를 살펴보니 바닥에 뒤집어진 그대로 놓인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뭘… 타이어에 숨겼다는 겁니까?”

침착해. 녹음 앱이 열려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정윤의 손에서 수건을 걷어, 슬그머니 침대에서 내려온다. 바닥을 문지르는 척을 하면서 핸드폰을 뒤집는다. 녹음 앱은 아직도 작동 중이었다. 정윤에게 화면이 보이기 전에 핸드폰을 놓는다. 소리를 더 잘 잡을 수 있도록, 침대 가까이로 민다.

“약.”

“필로폰이요?”

“헤로인도.”

“그걸 직접 관리하셨습니까?”

“보기만 했어. 일은 경준이가 하고.”

“박경준 형님이요.”

“응. 경준이.”

“그걸 어디로 가져갑니까?”

“필리핀 들렀다가 러시아로 가. 그다음엔 잘 몰라.”

“같이 일한 다른 사람은 또 없습니까?”

“몇 명 더 있어. 경준이랑 원래 아는 사이랬어.”

“혹시 그거.”

주먹을 움켜쥔다.

“‘화진’ 놈들입니까?”

정윤이 눈을 감았다. 잠이 들기 직전, 내쉬는 숨결과 함께 웅얼거리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응.”

***

정윤은 잠이 들었다. 진환은 한참이나 잠이 든 정윤을 응시했다.

몇 번이나 본 얼굴이지만, 제 침대 위에 누운 정윤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이나 낯설었다.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정윤은 언제나 박경준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으니까. 손을 뻗어도 닿지도 않을 것 같고, 붙잡아도 잡아둘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바로 제집에, 평소에 제가 눕던 자리에 뻗어 있다.

뭐가 배는 건 아닐까? 냄새나, 온기 같은 거.

그러고 보면 조금 좋은 냄새가 난다. 인위적인 향기는 아니지만, 정윤의 살결에는 오래 사용한 비누 향기 같은 게 은은하게 배어 있었다. 이상한 일이다. 약쟁이들은 보통 한 달간 안 삶은 걸레짝 악취가 나니까. 머리카락에서 나는 향기 같기도 하다. 비누로 머리를 감는 건가?

어차피 당분간 눈 뜰 일은 없으리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진환은 살며시 그의 머리카락 위에 손을 얹었다. 까슬까슬하지만 뻣뻣하지는 않았다. 부드럽게 뿌리까지 손에 엉킨다. 두피에서 올라오는 묘한 온기가 손바닥을 감싼다. 손바닥과 함께 손목까지 근질거린다.

이마의 고른 머리 선을 따라 만지작거리던 손끝이 얼굴을 훑고 내려간다.

“희한하게 생겨가지고.”

스스로에게 중얼거린다.

호기심 때문이야.

일반적인 상식에서 어긋난 짓이라는 걸, 얼굴을 만지는 손길을 따라 묘한 열기가 몸통에 모여든다는 걸 알면서도 진환은 끝까지 자신에게 되뇌었다. 아까 뒤치다꺼리하느라 고생했으니까, 그것 때문에 골려주려는 것뿐이야. 지금 아니면 언제 이래 보겠냔 말이야. 안 그래? 참, 속눈썹이 생각보다 기네. 코가 높은 편이구나. 이건 대체 어쩌다 생긴 상처지? 입술은 왜 이렇게 바짝 말라서….

데인 것처럼 손가락이 떨어진다. 저도 모르게 입술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제 머리를 헝클이고, 진환은 침대 모서리에 등을 댄 채 자리에 앉았다.

심장 한구석이 짓이겨지는 것처럼 조마조마하고, 손가락이 오므라들며 안절부절못해진다.

마음만 같아서는 토해내듯 소리를 지르며 그를 이곳에서 내쫓아버리고 싶었다. 방금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는 아느냐고,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아느냐고. 그렇게 쏘아붙이며 매몰차게 화를 내고 싶다. 하지만 진환은 그렇게 약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멍청한 새끼.”

망설이지 않고 일어선다. 문가로 향한 진환은 전등 스위치로 손을 뻗었다.

방 안에 어둠이 찾아온다.

진환은 대포폰을 쥔 채 빌라 뒤편으로 빠져나왔다. 필터까지 다 탄 꽁초가 듬성듬성 깔린 골목에 선다. 건물 틈바귀 깊은 사이로 걸어 들어가고 있으니 뒤통수가 누가 쳐다보는 것처럼 따끔거렸다. 몇 번이나 멈추어 서서 뒤를 확인한다. 보는 사람은 없었다.

“받아, 받아, 제발….”

강 반장 번호를 누르고 대포폰을 바짝 귀에 댄다. 지독할 정도로 길게 연결음이 이어졌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 음성 사서함으로 이어진다. 심호흡을 하고, 한 번 더 같은 번호를 누른다. 이번에도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 전화기 자체가 꺼진 모양이었다.

“씨발, 받으라고, 좀!”

대포폰을 내던지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목구멍에서 신물이 넘어온다.

도움 한번 존나 안 되는 새끼. 내 똥구멍을 핥아주고도 남을 대박을 건졌는데, 하필 이럴 때 전화를 안 받아, 이럴 때.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머리를 굴린다. 녹음 파일을 계속 핸드폰에 가지고 있는 건 위험하다. 그건 지뢰밭으로 외발자전거를 타고 들어가는 짓이다. 하루라도 빨리 강 반장에게 넘기고 손 털어버리는 게 가장 현명한 짓이었다. 그런데 정작 그 폭탄 처리반은 연락이 안 되시니.

내일까지 기다릴까?

매일 휴대폰 검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똥줄은 타겠지만, 그거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호흡을 고르고, 이내 진환이 일어섰다.

‘우선 파일부터 숨기자. 웬만하면 안 볼 만한 곳에. 아니, 백업을 받아둬야 하나? 그러면 더 위험해지나?’

머릿속이 산만하다. 계속해서 왼쪽 눈가가 경련을 하는데, 도무지 스스로 멈춰질 줄을 몰랐다.

‘핸드폰은 가급적이면 죽어도 못 만지게 해야 돼. 아니, 아예 집에 두고 갈까?’

녹음 파일을 넘긴 다음에는 최대한 빠르게 흔적을 지워야 한다. 대포폰이든, 통화 기록이든, 아무튼 강 반장과 관련된 건 전부 다.

그러고 나면 형을 보러 가는 거다.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각오를 다지고, 진환은 대포폰을 주워 들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잡아 들고 나니 고스란히 드러난 배터리가 손에 바로 만져졌다. 잘 보니 배터리 커버가 벗겨졌다. 바닥에 내리칠 때 튕겨 나간 모양이었다.

이래서 화나면 뭐 걷어차는 버릇 좀 고쳐야 하는데. 짜증 어린 한숨을 내쉬고, 진환은 어두컴컴한 골목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디에서 쓰레기봉투가 샜는지 시큼한 냄새가 풍겨온다. 벌레가 떼를 지어 지나가는 것도 본 것 같다. 그런데도 망할 배터리 커버는 보이질 않았다.

일 한번 잘 풀린다, 썅. 혀를 차며 허리를 숙인다. 발을 동동 굴러 한 바퀴를 돌아보고 있으니, 전봇대 바로 아래로 가무잡잡한 물건이 떨어진 게 눈에 들어왔다. 저건가 보다.

“강 반장 새끼. 이런 것도 뭐 같은 폰을 줘가지고….”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기던 때였다.

위화감이 들어, 진환은 걸음을 멈추었다. 기척이 이상했다. 잘 보이지 않아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뭔가가 다르다. 진환은 가늘게 눈을 뜨고 저편을 응시했다. 어둠 속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으슥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누구야?

그림자가 멈추어, 오도카니 진환을 마주하고 섰다. 거리가 제법 있는데도 불구하고 덩치가 커다란 것은 확실히 알겠다.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시선은 느껴진다. 상대는 분명히 진환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순간, 그림자가 달려들었다.

몸을 틀었지만 한발 늦었다. 상대가 얼굴을 후려친다. 눈을 뜰 새도 없이 주먹을 갈기는 탓에 눈앞이 번쩍거린다. 팔을 휘저으며 반항하려고 해보지만 도무지 뿌리칠 수가 없었다.

“씹-.”

무릎을 세운다. 온 힘을 짜내어 명치를 찍어 올렸다. 상대가 배를 감싸면서 떨어져 내렸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금방 그를 알아차렸다.

박성수다.

“이진환, 이 씨팔 놈의 새끼.”

핏발이 선 눈을 하고, 박성수가 저를 노려본다. 진환은 빠르고 묵직하게 제 얼굴을 내리쳤던 그의 주먹을 살폈다.

“잠깐, 형님-.”

무어라 말할 사이도 없이, 성수의 주먹이 복부를 가격한다. 트럭에 치이는 것 같다. 위장이 뒤집혀 꺾이는 고통에 몸이 숙여졌다. 밭은기침을 뱉어내며, 진환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갑자기,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형님….”

“가만히 있어, 씹새끼야. 금방 끝나니까.”

품 안으로 박성수의 손이 들어온다. 몸을 뒤틀고 피하려 들자 망치 같은 주먹질이 눈가로 날아들었다. 제대로 눈을 뜨지도 못한 채 끙끙 앓는 사이, 박성수가 기어이 주머니 안에 손을 밀어 넣었다. 허벅지에 닿았던 빽빽한 압박감이 스르르 사라진다. 통증 속에서, 진환은 성급하게 그 이유를 알아냈다. 핸드폰. 박성수가 찾던 건, 제 핸드폰이었다.

박성수가 아이폰 아래의 동그란 버튼을 눌렀다. 파리한 빛을 뿜으며 휴대폰 화면이 켜진다.

끝까지, 진환은 연기를 하려 했다.

“형님, 또 왜 남의 프라이버시를-.”

마지막 너스레는 금방 부서지고 말았다. 배를 찍어 누르는 구둣발에 턱하니 숨이 막힌 탓이었다.

발길질이 등에 날아들었다. 진환이 다시 조용해질 때까지, 박성수는 등짝을 걷어차고, 또 걷어찼다. 머리를 감싼 진환이 씩씩거리는 소리 말고는 내질 않게 되자, 박성수는 다시 휴대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엄지손가락이 화면을 누르는 것과 함께, 제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흘러나왔다.

- 혹시, 화진 놈들이었습니까?

박성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화진? 씨발 네가 고급진 단어를 다 아네?”

“…형님. 오해입니다. 형님.”

“프락치 맞았구나. 너.”

“제 말 좀 들어보세요. 형님.”

“씨팔. 내가, 그렇게, 좆만 해 보이던? 어?!”

“형님, 그러니까-.”

발길질이 휘둘려 들어온다.

“좆도 없는 새끼, 좆뱅맹이를 치면서 봐줬더니, 씨발, 네가 이렇게 보답을 해? 이 씨부럴 놈의 새끼가. 넌, 뒈졌어, 새꺄. 뒈졌어!”

말 한 마디 한 마디와 함께 한 번씩 걷어차일 때마다 몸이 들썩거린다. 뱃가죽이 찢어질 것 같았다. 숨이 턱하고 막힌다. 이대로는 끝장이다. 죽는다. 씨발, 개처럼 맞다가 죽는다.

진환은 가까스로 정신을 붙들었다. 발길질이 닿는 순간, 두 팔로 다리를 감싸 쥐고 매달린다.

“형님. 형님…! 들어주세요. 제발, 제발요.”

“좆같은 새끼. 이 씨발 놈의 새끼!”

“성수 형!”

발길질이 멈춘다.

진환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박성수는 콧방울을 벌름거리며 저를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그의 눈에 망설임이 어렸다.

“왜 그랬냐, 진환아.”

박성수의 목소리는 지쳐 있었다.

“설명이나 들어보자.”

박성수가 이마의 땀을 훑었다.

메스껍다.

이래서 박성수 저 새끼는 안 된다. 멍청한 주제에 말이 존나 많다. 무능한 주제에 욕심이 존나 많다. 타고난 씹양아치 새끼 주제에, 정이 많다.

빈틈을 타고 박성수에게 달려든다. 어깨를 밀치고 올라타, 있는 힘을 다해 핸드폰을 쥔 손가락을 깨문다.

“이, 씨발 놈이-!”

있는 힘을 다해 손가락을 깨물었다. 박성수가 머리카락을 움켜쥐었지만, 그럴수록 더더욱 힘을 더해 턱을 악물었다. 그러나 그의 손에서 핸드폰은 떨어지질 생각을 않았다. 뒤통수가 싸해진다.

박성수가 주먹을 내리쳤다. 그 한 방으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억울하다. 씨발, 나는 죽을힘을 다해서 달려들었는데. 행동대장 타이틀은 가라로 다는 게 아니다.

주먹이 한 번 더 뒤통수를 가격하려고 한다. 핸드폰을 포기하고, 진환은 아래로 고개를 숙였다. 허리를 붙든 채 짓누른다. 주먹을 휘두르느라 균형이 망가졌던 찰나, 박성수가 기우뚱하며 그 자리에 무너졌다.

다시 일어서기 전, 그의 위에 올라타 목을 감싸 쥐었다. 목 안에서 맥박이 요동친다. 그대로 숨통을 쥐어 누른다. 반지를 낀 털투성이 손이 제 얼굴을 밀어내다가, 문지르다가, 허공에 뻣뻣하게 버둥거렸다. 진환은 손아귀의 힘을 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힘을 풀면 박성수가 일어난다. 그러면 죽는다. 어떤 식으로든 죽는다. 그리고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버둥거리던 팔이 떨어진다.

혓바닥이 스펀지처럼 입 밖으로 비죽이 내밀어진 채, 박성수는 이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눈이 희뿌옇게 되어 초점도 보이질 않는다. 서서히, 진환은 목에 둘렀던 손을 떼어냈다. 박성수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눈꺼풀 하나. 눈썹 하나도.

소스라치며 그에게서 떨어진다. 상대는 일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귓가에 바람 소리가 울린다. 땀샘이 열린 맨 팔뚝에 찬 공기가 스치며 오스스 소름이 돋아난다.

“안 돼.”

비틀거리고 일어서, 쓰러진 몸뚱어리에게 달려갔다. 어디에서 봤던 것처럼 손바닥을 겹쳐 심장께를 누른다. 반응이 없다. 허옇게 뜬 눈이 내내 똑바로 저를 응시한다.

“씨발, 안 돼. 안 돼. 안 돼!!”

가슴을 내려치다가 얼굴을 감싸 쥔다. 간신히 벽에 등을 댔다. 시야가 컴컴했다. 턱에 걸린 숨이 똑바로 내려가질 않았다.

“안 돼….”

양손이 얼굴을 가린다. 바닥에 구멍이 뚫려 세계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 무엇 하나 떠오르지 않았다. 시야가 컴컴하다.

빛이 흘러 내려온다.

머리 너머다. 고개를 돌리니, 골목 저편에서 누군가 그 둘을, 진환과 주검이 되어버린 박성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물 탓에 뿌옇게 시야가 번진 상태에서도 진환은 단번에 그를 알아보았다.

“형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정윤의 표정은 여느 때와 다름이 없었다. 눈썹은 태연하고 굽은 어깨는 평소처럼 늘어진 채다. 조그맣게 입을 벌리자 뺨 위로 이어진 흉터가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네가 죽였어?”

단번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진실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진실을 인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윤의 말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바라봐야만 했다. 박성수가 죽었나? 그건 사실이다. 내 손으로 죽인 건가? 그건….

“그게….”

“왜?”

“그러니까….”

진환은 차분하게 죽은 박성수를 내려다보려 했다. 계속해서 눈물이 치밀었다. 이제는 어디까지 연기인지 그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살려 주세요.”

진환이 입을 열었다.

“제발…. 형님. 박 회장님께서 이거 알아내면, 저 죽어요. 제가 성수 형님 이렇게 한 거 알아내시면, 저를….”

뒷말을 뱉지 못하고, 진환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어느새 정윤은 그의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그가 허리를 숙인다. 손을 뻗어 진환의 어깨를 감싸고, 검지를 입술에 댄다. 조용히 하라는 뜻이다.

정윤의 시선이 주의 깊게 주변을 살폈다. 이윽고, 어깨에 얹혔던 무게가 걷히고 정윤의 몸통이 뺨 옆으로 웅크려졌다. 그는 팔을 뻗어 박성수의 옷깃을 쥐었다. 그리고 끌어당긴다.

뭘, 하는 거지?

이어지는 정윤의 행동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정윤은 귀한 물건이라도 되는 것처럼 박성수를 살폈다. 머리 뒤, 턱 아래, 손가락. 목둘레에 퍼렇게 난 멍 자국을 곰곰이 바라보다가, 그가 결론짓듯 중얼거렸다.

“다행이네. 피는 안 났어.”

진환은 아직도 온전하게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오금이 계속해서 떨려왔다. 현실이 벼락처럼 닥쳐왔다.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박성수 새끼를. 성수 형님을. 내 손으로.

어느 한 글자 말이 되지 않는다. 말이 되질 않았다.

정윤은 이제 박성수의 몸통을 더듬고 있었다. 가슴팍 위에 손을 댔다가, 툭툭 건드리고, 안주머니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정윤의 손에 자동차 열쇠 하나가 끌려 나왔다.

“차 가져와.”

정윤이 열쇠를 내밀었다. 알아들을 수 없어, 진환은 붉어진 눈으로 그를 오도카니 올려다보기만 했다. 재촉하듯이, 열쇠가 찰랑거린다.

“살려달라며.”

-2권에서 계속

개같은 놈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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