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권 - 프롤로그 (1/8)

그 알파, 그 베타의 사정 1권

#프롤로그

윤하민은 자신과 다른 구릿빛 피부를 가진 우도윤의 턱을 날렵한 선을 따라 조심스레 쓸었다. 그토록 바라던 사람의 체온이 닿자 순식간에 알파의 페로몬이 범람하듯 일렁였고 이는 바로 앞에 있는 몸집 좋은 베타를 하나도 남김없이 몽땅 집어삼킬 것처럼 거대하게 부풀었다.

얼마 못 가 턱을 쓰다듬는 손길이 멈췄다. 일부러 페로몬을 살짝 흘리자 도윤은 때를 맞춰 몸을 틀었다. 예쁘장한 알파의 얼굴은 못마땅해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형. 진짜로 아무 냄새도 못 맡는 거 맞죠?”

“하민 씨,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여쭤봐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내가 병신이다. 하민은 속으로 곱씹고 페로몬을 걷는 것과 동시에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이 페로몬을 맡지 못한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답답함은 이로 말하기가 어려웠다. 아무것도 모를 베타에게 더 말을 얹어 이렇다 저렇다 설명할 바에는 그저 물 흐르듯 넘어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

벅차고 애타는 감정을 스스로 자처한 일에 누굴 탓할 수도 없었으니 하민은 두통이 이는 것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를 알 턱 없는 도윤은 한결같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대기만 해서 더더욱 그랬다.

‘이건 이거대로 미치고 환장하겠잖아.’

기운이 쭉 빠져 서 있을 힘조차 남지 않은 두 다리는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유혹을 위해서 뿜어 댄 알파 페로몬이 하나도 상대방에게 닿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로선 누구보다도 뼈져리게 깨닫는 시점이었다.

이 답답한 현실이 짜증 난 하민이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연신 제 가슴팍만 퍽퍽 쳐 댔다.

“하아- 내 팔자야.”

“……미안합니다.”

뭐래? 뭐가 미안한지도 모르면서.

무덤덤하게 건네 오는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가 이리도 뼈아플 수가 없다. 도윤의 눈앞에서 곡소리를 하던 하민은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또 아쉬운지 굳은살이 박인 도윤의 손을 주물럭대는 건 잊지 않았다.

하민은 눈치 없는 이상형 때문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언제쯤 도윤과 잠자리를 가질 수 있을까? 영영 기약이 없을 일 같아서, 이 정도도 감지덕지인 것 같아서, 혼자서 꽃밭만 그리는 마음이 다 무용지물일 것 같아서. 하민의 얼굴에는 짙은 근심이 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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