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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XX씨-121화 (121/125)

121화

외전 4. 오키나와

“응? 서하윤. 물었으면 대답을 해야지. 그렇게 박히고 싶으냐고 묻잖아.”

최상혁이 뜨겁게 발기한 자신의 성기를 허공에 자랑하듯 전시한 채 말했다. 그와는 볼 꼴 못 볼 꼴을 이미 다 본 사이였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언제나 부끄러웠다. 물론, 서하윤은 체면보다는 실리를 중시하는 타입이었다.

“박히고 싶어요. 상혁 씨 자지, 뒤에 잔뜩 박아 줘.”

서하윤은 다리를 활짝 벌려 보이며 말했다.

“씨발. 음탕한 건 알아줘야지.”

최상혁이 눈매를 설핏 찌푸리며 중얼거리더니 뒤에 넣고 있던 손가락을 쑥 빼냈다. 그리고 서하윤의 몸을 잡아 단번에 돌려 눕혀 개처럼 엎드리게 하더니 등을 내리눌렀다.

“사, 상혁 씨…!”

엎드린 채 엉덩이만 잔뜩 치켜올린 자세가 되었다. 언제 해도 부끄러운 자세였다.

찰싹-!

“흣!”

최상혁이 불시에 훤히 드러난 엉덩이짝을 한번 후려 갈겼다. 그리고 서하윤이 신음하며 파르르 떠는 틈을 타서 성기 끄트머리를 구멍 위에 슥슥 문질렀다.

“아앗-! 그냥 하면…!”

서하윤은 최상혁이 윤활제도 없이 그대로 성기를 쑤셔 박을까 봐 긴장해서 외쳤다.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구멍 위로 슥슥 문지르는 성기 끄트머리는 쿠퍼액으로 질펀하게 젖어 있었고, 남자에 익숙한 서하윤에게는 그 정도 윤활액이면 충분했다.

“힘 빼.”

최상혁이 양쪽 엉덩이를 꽉 붙잡으며 명령했다. 서하윤은 의식적으로 몸에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지끈거리는 배 속이 빨리 최상혁의 것을 깊이 품어 내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가슴과 얼굴을 침대 위에 처박힌 채 삽입당하는, 마치 억지로 당하는 것 같은 미묘한 느낌이 흥분을 더욱 돋웠다.

“드, 들어와. 아아아앗…!”

꾸욱 밀고 들어오는 육중한 성기의 느낌에 서하윤은 가느다랗게 신음했다. 눈처럼 새하얀 침대보를 양손으로 그러쥐며 뿌듯하게 차기 시작하는 뒤의 감각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뜨거운 성기의 침입은 그것만으로도 서하윤을 정신적인 오르가슴에 오르게 만들었다.

“흐읏… 으읏…!”

서하윤은 척추부터 시작해 말초 신경까지 자극하는 저릿저릿한 느낌에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압박감과 쾌감을 양껏 음미했다.

“좋아? 서하윤. 좋으냐고.”

최상혁이 뜨겁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흥분도도 상당히 높은 듯, 배 속에서 우러나오는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가까웠다.

“으응. 좋아요. 상혁 씨 거. 너무 좋아.”

서하윤은 부끄러움이고 뭐고 다 던져 두고 솔직하게 중얼거렸다. 힐끗 돌아본 최상혁의 턱이 단단해지는 게 보였다. 엉덩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최상혁은 그대로 성기를 쭉 뺐다가 퍽 처박으며 강하게 허리 짓하기 시작했다.

“아흑. 아읏. 아윽. 읏! 읏! 읏!”

몸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뜨거운 성기가 뒤를 퍽퍽 들쑤실 때마다 눈앞에 번개가 번쩍였다. 짜릿한 전기가 척추를 따라 내달리고, 뇌를 직격한 쾌감이 온몸의 말단까지 감각을 쏘아 보냈다.

“아읏! 아흑! 아읏!”

정신없이 흔들리는 시야에 전면 유리창 너머의 새파란 풀장이 보였다. 새삼 감동이 차올랐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내어 계획을 짜고 여행을 와 준 것이다. 자신을 진심으로 생각하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하기 힘들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가슴속 가득 사랑이 차올랐다.

“아흑. 아읏. 읏. 상혁 씨, 사, 사랑해.”

서하윤은 가슴 속을 가득 채운 감정을 숨김없이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러자 정신없이 흔들리던 몸이 뚝 멈추었다. 서하윤은 잔뜩 차오른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미처 최상혁의 얼굴을 확인하기도 전, 성기에 깊이 박힌 채 몸이 휙 돌아갔다.

“아흣…!”

몸속에서 성기가 빙글 도는 느낌에 발끝이 저릿저릿해졌다. 푹신한 침대에 등을 대고 눕게 되니 최상혁과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던 새카만 눈동자는 살짝 굳어서, 눈매는 설핏 찌푸려져 있었다.

그가 왜 저런 울지도 웃지도 못할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 때문이었다. 항시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는 사람에게 저런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은 미약한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서하윤은 팔을 뻗어 최상혁의 목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순순히 끌려 내려오는 최상혁의 귓가에 다시 속삭였다.

“사랑해, 최상혁.”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견딜 수 없이 낯간지러웠다. 하지만 가슴속 가득 차 있는 이 감정을 언어로 토해 내고 싶은 욕구가 더 컸다.

“씨발, 서하윤.”

최상혁이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으며 거칠게 입술을 겹쳤다. 둘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정신없이 입을 맞췄다. 그건 키스라기보다는 전쟁과도 같았다. 조금이라도 더 상대방의 타액과 살점을 더 차지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그 와중에도 아랫도리는 연신 살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빈틈없이 맞물렸다 떨어지길 반복했다.

육체적인 쾌감과 정신적인 쾌감이 엉망으로 뒤엉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서하윤은 필사적으로 최상혁의 육체와, 성기와, 입술과, 호흡에 엉겨 붙었다. 영원히 이대로 붙어 있고 싶었다. 이대로 최상혁의 몸속으로 녹아들어 버리고 싶었다.

“아흐… 너무 좋아….”

서하윤은 까마득히 몰려오는 절정을 느끼며 뒤를 바짝 조였다. 자연스레 성기가 조여지자 최상혁도 호흡을 멈추었다. 둘은 서로의 몸을 빈틈없이 끌어안은 채 길고 강렬한 절정에 도달했다.

도착하자마자 격렬한 섹스를 했음에도 서하윤은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상쾌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샤워를 하고 바로 준비되어 있는 수영복을 꺼내 입었다. 당연하게 풀 빌라 중심에 있는 수영장에 입수하기 위함이었다.

풀장 바닥에는 새파란 타일이 깔려 있었다. 가득 차서 찰랑거리는 물 역시 새파랗게 보였다. 서하윤은 보는 것만으로도 청량감이 맴도는 풀장으로 힘껏 도약해 뛰어들었다.

풍덩-!

뛰어드는 순간 시원한 물이 온몸을 덮쳤다. 서하윤은 젖은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며 소리 내 웃었다. 이렇게 시원하고 청량한 기분은 정말이지 오랜만이었다. 아니, 거의 처음인 것 같았다.

“빨리 들어와요!”

서하윤은 물속에 선 채 최상혁을 향해 손짓했다. 수영복 차림의 최상혁은 잘 관리된 근사한 장신의 근육질 몸매를 드러낸 채, 풀장 옆에 있는 선 베드에 기대앉아 있었다. 눈부신 게 영 싫은지 짙은 선글라스를 낀 채였다.

“뭐야! 여기까지 와서 일할 거예요?!”

서하윤은 선 베드에 누운 채 핸드폰에 집중한 최상혁을 향해 원망스레 외쳤다.

“잠시만. 이것만 처리해 놓고.”

최상혁이 서하윤을 향해 힐끗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하여튼. 저놈의 워커홀릭.”

서하윤은 풀장 사이드에 양팔을 괸 채 불만스레 중얼거렸다. 그리고 핸드폰까지 튀지 않도록 적당히 조절해서 최상혁의 발치로 풀장 물을 튕겼다. 발이며 종아리에 물이 튀는데도 최상혁은 핸드폰을 두드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생각 같아서야 당장 최상혁을 끌어다 풀장에 던져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항상 바쁜 그가 이 정도 시간을 내어 준 것만으로도 상당히 무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중간중간 일에 정신을 빼앗기는 것까지 단속할 수는 없었다.

서하윤은 최상혁을 당장 끌어들이는 것을 단념한 채 그대로 물 위에 드러누웠다. 대자로 양팔과 다리를 벌린 채 힘을 빼자 몸이 파란 물 위에 둥둥 떴다. 풀 빌라의 낮은 지붕을 액자로 해서 새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아…. 좋다….”

서하윤은 모든 것에서 해방된 기분을 느끼며 나른하게 중얼거렸다. 물 위에 둥둥 뜬 채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응시하고 있자니, 완전히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이나 물 위에 둥둥 떠다니던 서하윤은 문득 중얼거렸다.

“여기다 맥주 한 캔만 있으면 죽이겠는데.”

말하기가 무섭게 푸쉭-, 하며 맥주 캔 따는 소리가 났다. 서하윤은 고요하던 와중에 울리는 소리에 놀라 풀장 바닥에 발을 디디고 서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풀장 바로 옆으로 다가온 최상혁이 맥주 캔을 내밀고 있었다.

서하윤은 풀장 곁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캔을 내민 크고 단단한 손, 그리고 근육질 팔뚝과 튼실한 허벅지를 저도 모르게 음험한 눈으로 훑어보았다. 그러다 마지막에 눈이 멈춘 곳은 발기하지 않았음에도 불룩하게 솟아 제 존재를 알리고 있는 삼각형 수영복이었다.

“맥주를 마시고 싶은 거야, 아니면 나랑 한 판 더 하고 싶은 거야?”

최상혁이 기가 막힌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조금 전에 질펀하게 한판 해 놓고서도 또 음험한 눈으로 자신의 중심부를 응시하는 것에 어이가 없어진 모양이었다.

“마, 마실 거예요.”

이미 볼 장 다 본 사이지만, 확실히 이번에는 좀 과했구나 싶었다. 서하윤은 솟구쳐 오르는 민망함을 애써 떨쳐 내며 최상혁의 손에서 맥주 캔을 획 빼앗았다.

민망함은 짧았다. 손에 차가운 맥주 캔이 들어오자 금세 그쪽으로 신경이 쏠렸다. 서하윤은 곧장 맥주 캔을 입으로 가져가 꿀꺽꿀꺽 삼켰다.

“크으…! 바로 이거지.”

상큼한 탄산이 섞인 맥주를 몇 모금 삼킨 서하윤은 열렬히 감탄했다. 그 모습을 최상혁이 낮게 코웃음을 쳤다.

“그러고 있지 말고 빨리 들어와요.”

서하윤은 이제 거리낌 없이 최상혁의 팔목을 잡아당겼다. 최상혁은 못 이기는 체 순순히 풀장으로 뛰어들었다.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잔뜩 튀어올랐다. 서하윤은 얼굴과 머리를 적신 물을 손으로 쓸어 내리고는 바로 한 손을 최상혁의 목에 감았다. 그리고 맥주를 한 입 들이켜고는 최상혁에게 입을 맞추었다. 꿀꺽, 최상혁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받아 마신 최상혁의 눈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어때요. 맥주 맛 죽이죠?”

서하윤은 위풍당당한 얼굴로 물었다.

“최곤데?”

최상혁이 웃는 낯으로 대꾸했다. 그 역시 상당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평소 감정 표현이 희미한 남자가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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